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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16화 (416/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16화>

요트를 타고 깊은 곳으로 가서 하는 릴낚시도 재밌지만, 뭍에서 대낚시대를 드리운 낚시도 꽤 재미가 있었다.

새벽의 안개가 드리워진 몽환적 인 세상을 향해 던지는 한 줄의 질문. 진정한 낚시란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며 사색을 즐기는 거다.

뒤에서 술판을 벌이는 몹쓸 놈들만 아니라면 그랬을지 모른다.

치이이익!

군침 도는 소리를 내며 익어 가는 오믈과 고기 꼬치. 그리고 그 옆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매콤한 라면.

그러나 그보다 신경 쓰이는 건 따로 있다.

“пей до дна(건배)!”

“아흐으!”

라면 국물 한 입에 몸을 떠는 빅토르의 모습에 백이도와 오택수의 표정이 묘해진다.

“부자라고 맨날 스테이크만 써는 건 아닌가 봐?”

“최 팀장 봐요. 아무거나 잘 먹잖아요.”

싸구려 대패삼겹살집을 데려가도 미친 듯이 먹는 게 종혁이다.

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렵던 빅토르가 꽤나 친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과장님! 오 경감님! 드시면서 하세요!”

“에라이!”

매콤한 라면에 소주를 어떻게 참겠는가. 그것도 5킬로그램짜리 킹크랩 두 마리와 대개가 들어간 라면과 소주를.

후루룩!

“캬! 그래, 인생 뭐 있어. 이게 인생이지!”

“그리고 이게 휴가지! 자, 건배!”

“건배!”

결국 눈을 뜨자마자 술판을 벌인 그들은 곧 헤실거리며 저마다 스타일의 휴가를 즐기기 시작했고, 종혁과 빅토르는 비치 체어에 누워 바이칼호를 보며 맥주를 홀짝였다.

“그런데 본가에는 안 가 봐도 되는 겁니까?”

“딱히? 그런 부분에선 다들 신경을 쓰지 않다 보니.”

“쿨하시네요. 그래도 시간 될 때 찾아뵙는 게 좋을 겁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나처럼.’

종혁의 진지한 모습에 빅토르도 덩달아 진지해진다.

“……명심하죠.”

생각이 많아진 빅토르는 태양이 비추는 바이칼호를 보다 잠시 눈을 감았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숲속, 취기가 적당히 올라오니 어느새 찾아온 잠이 가족이란 화두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회장님, 올라프 의원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반쯤 감긴 눈을 뜨이게 만드는 비서의 말.

종혁도 어느새 찾아온 잠을 쫒으며 눈을 서늘하게 뜨고 빅토르는 차가운 비웃음을 터트린다.

“당신의 예상대로 저들이 찾아왔군요, 최.”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는 법이죠.”

이쪽에서 찾아가는 게 아니라 저쪽이 찾아오게 만드는 것.

그것이 빅토르의 역할.

갑자기 나타난 빅토르가 올라프의 초대에 순순히 응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놈들은 타이밍이 지나치게 맞아떨어진다며 깊게 의심을 했을 거다.

그러니 그들의 제의를 거부함으로써 이렇게 먼저 찾아오게 만든 거다. 의심의 강도가 옅어지게.

종혁과 빅토르는 서로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들어오라고 할까요?”

“이르쿠츠크를 위해 애써 주는 늙은이니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지 들어 보기나 하지. 아, 맞아. 지금부터 보일 저의 모습에 놀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최.”

“음?”

종혁에겐 언제나 좋은 모습만 보여 주고 싶었던 빅토르는 씁쓸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오는 이들을 응시했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올라프와 도경수 차장, 그리고 어젯밤 도착해 올라프와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건지 한껏 불만스런 표정의 키릴 굴라쉬 중장과 바실리 마카로프.

빅토르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런 빅토르와 놀라서 이쪽을 쳐다보는 종혁의 얼굴, 그리고 게껍데기와 술병이 널브러진 테이블을 본 도경수 차장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정말 휴가를 온 거라고?’

어렵게 알아본 결과, 이번 휴가는 무려 두 달 전에 계획되었다고 한다.

도경수는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종혁과 김경후가 시선을 마주친 걸 보지 못했다.

“크흠. 사색을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빅토르.”

한 도시의 거물 정치인임에도 올라프는 저자세로 나왔다.

그런데 빅토르는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인다.

“하찮은 일로 내 휴가를 방해한 거라면 각오해야 할 겁니다, 올라프 씨.”

그의 엄포에 올라프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린다.

“크, 크흠! 뉴스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 선유 컴퍼니와 저기 굴라쉬 중장의 아진 소코로비쉬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

손을 들어 올라프의 말을 끊은 빅토르가 몸을 일으킨다.

“들었습니다. 표트르 대제의 보물이 두 곳에서 발견 됐다고요.”

“예. 그래서 지금…….”

“그게 나와 무슨 상관입니까?”

지금부터 말을 잘해야 할 거라는 묵직한 시선에 올라프는 이마에 맺히는 땀을 훔치며 해야 될 말을 신중하게 골랐다.

“저와 굴라쉬 중장의 일을 중재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빅토르.”

“중재?”

올라프는 빅토르가 관심을 보이자 다급히 상황을 설명했고, 그 복잡하고 유치한 이야기에 빅토르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러니까 서로 믿지 못하겠으니 제삼자에게 검증을 맡기자, 이렇게 받아들이면 되는 겁니까? 그게 나고? 하핫.”

웃음을 터트린 빅토르의 얼굴이 사납게 구겨졌다.

“어이. 이봐, 늙은이. 신민들이 좀 떠받들어 주니 너 따위가 뭐라도 된 것 같나?”

여태까지 본 적 없는 빅토르의 강한 멘트에 놀라던 종혁은 이내 경악했다. 그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부디 자비를!”

허리를 구십도 이상 굽히는 올라프.

“제가 그동안 이르쿠츠크를 위해 봉사한 것을 봐서라도!”

그의 처절한 외침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경악해야 했다.

‘뭐, 뭐야? 대체 빅토르 회장이 뭐기에?’

순간 도경수 차장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올라프는 그런 그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여기서 빅토르의 심기가 상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그런 중차대한 상황인데 허리 따위가 목숨보다 소중할까.

올라프는 수십억 달러라는 돈도 잊은 채 용서를 구하고 또 구했다.

그런 올라프의 처절한 모습에 종혁을 힐끔 본 빅토르가 혀를 찬다.

“쯧. 끝까지 망신을 주는군. 일어나십시오, 올라프.”

“감사합니다, 빅토르!”

빅토르는 불쾌함이 가득한 키릴 굴라쉬를 지나쳐 바실리 마카로프를 쳐다봤다.

“바실리 마카로프라고 했습니까?”

“마카로프의 바실리입니다, 회장님.”

일련의 상황을 봤음에도 바실리 마카로프는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바실리 마카로프, 아니 김경후는 이 일련의 과정이 모두 연기임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 사실을 모르는 키릴 굴라쉬는 깜짝 놀라 김경후에게 눈짓을 보냈고, 김경후는 내심 굴라쉬의 모습에 웃음을 흘렸다.

“진실입니까?”

“저희가 진실입니다.”

“흐음.”

한참을 김경후와 시선을 마주치던 빅토르는 마치 저래야 러시아 남자라는 듯 흡족히 웃은 후 도경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당신들은?”

“저, 저희가 진실입니다! 저들은 지금 거짓을…….”

“그만.”

남을 깎아내리는 건 소인배나 할 짓.

“굴라쉬 중장, 허튼짓을 할 생각입니까?”

‘이 애송이가?’

빅토르 로마노프. 러시아 최대 의류 기업의 회장.

관련된 사람이 너무 많기에 올라프의 억지를 받아들였던 키릴 굴라쉬는 마치 뭐라도 되는 듯한 그의 모습에 분노가 울컥 솟는 걸 느꼈다.

‘내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황이 이렇게 되니 키릴 굴라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선유 컴퍼니의 보물도 진짜라면 내가 먹어야지 않겠나!’

키릴 굴라쉬는 알까. 그의 이런 욕심 때문에 이번 사기극의 배우가 됐다는 걸.

그는 모두의 예상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크흠. 로마노프 회장, 당신의 이름은 나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럴 생각이 가득이군.”

코웃음을 친 빅토르는 종혁을 봤다.

“아무래도 제 고향을 위해 애써 주는 올라프가 저 중장을 믿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일에 나서 주실 수 있겠습니까, 최?”

시선이 마주친 둘은 속으로 히죽 웃었다.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제가 왜요?”

“……!”

종혁은 경악하는 도경수를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왜? 내가 덥썩 물 거라고 생각했어?’

속으로 비릿하게 웃은 종혁은 말을 이었다.

“이런 분쟁을 중재하는 건 경찰의 업무가 아닙니다만?”

자국의 국민이 해외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는 건 바로 외교부의 일이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경찰이 개입을 할 수가 없다. 아니, 개입을 해서도 안 된다.

“흐음. 그렇다는군요. 그럼 이만 돌아들 가시길.”

“자,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다급히 외친 도경수가 종혁에게 다가온다.

“최 형사님, 이거 잘못하면 한국이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망신은 개뿔. 괜히 당신들 이해관계에 함부로 나라를 끼워 넣지 맙시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저희가 저들의 수작에 가짜라는 누명을 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희 선유 컴퍼니에 투자를 한 수많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피해자란 단어에 종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 이 새끼들 봐라? 너희가 감히 피해자를 운운해?’

러시아에 있는 내내 애써 내리눌렀던 살의가 터질 것 같다.

순간 뜨거워지는 눈을 꽉 누르며 생각하는 척을 한 종혁은 이내 정색했다.

“정말 저들이 수작을 부린다는 겁니까?”

진지해진 종혁의 모습에 도경수는 신이 났다.

“저 중장은 성분을 검사할 수 있는 모든 연구기관과 끈이 닿아 있는 사람입니다. 즉, 가짜를 진짜로 만들 힘이 있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제발. 부디 제발 부탁드립니다, 최 형사님!”

“하아…….”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아, 과장님.”

종혁은 다가온 백이도를 향해 현 상황을 설명했고,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끙. 이거 상황이 고약하게 됐군요. 하지만…….”

종혁의 말이 맞다.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경찰이 개입할 수 없다. 해서도 안 된다.

저 군부 독재 시절처럼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쪽에서 이 부분을 걸고넘어지면 징계를 넘어 옷을 벗을 수도 있었다.

“저희도 상황이 안타깝지만…….”

“과장님! 최 형사님! 제발! 이대로 가다간 수백억의 피해를 볼 수 있단 말입니다!”

“그, 그렇게나 된다고요?! 아니…….”

그렇다고 한들 어찌할 도리가 없다.

“끄응. 죄송합니다. 저희가 외사과이긴 하지만…….”

“최.”

종혁은 잠시 보자는 듯한 빅토르의 모습에 양해를 구하며 그를 따라나섰다.

찰칵! 치이익!

“올라프가 자신의 몫 중 80퍼센트를 주겠다는군요.”

러시아와 투자자들에게 분배한 뒤 선유 컴퍼니와 나누고 올라프 다비예프에게 들어올 금액 중 80퍼센트.

그에게 떨어질 비율이 정확히 얼마일지는 몰라도, 정말 수십조에 달하는 보물이 발견된다면 최소 1조 원은 넘으리라.

“호오. 크게 나오는데요?”

종혁이 의뭉스레 쳐다보자 빅토르는 씩 웃었다.

그에 고개를 저은 종혁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올라프 저 사람의 재산이 어느 정도 됩니까?”

“아마 5억 달러 정도는 족히 될 겁니다.”

“어마어마하네요…….”

일개 정치인의 재산이 5억 달러를 넘는다.

그게 과연 정상적인 방법으로 모은 돈일까.

빅토르의 눈빛도 그것이 부정부패로 쌓은 돈이라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더 욕심을 부린다는 말이지…….’

돈을 갈퀴로 긁어모으는 종혁이 할 생각은 아니지만, 절로 짜증이 났다.

“이 상황이 끝나면, 저 인간 쳐내시죠?”

“1루블 하나까지 징수해서 그중 반을 한국 경찰에 보내 드리죠.”

종혁이 아니었다면 올라프가 이런 부정부패를 벌이고 있다는 걸 인식이나 했을까.

이는 고향을 깨끗하게 만들 기회를 준 종혁에 대한 빅토르의 보답이었다.

나머지 반은 러시아 정부와 이르쿠츠크를 위해 쓰일 거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씩 웃은 둘은 몸을 돌렸고, 종혁은 초조하게 쳐다보는 도경수를 향해 혀를 찼다.

“에이, 그럽시다.”

“최 팀장!”

“최 형사님!”

종혁은 경악하는 백이도에게 방금 빅토르와 나눈 대화를 약간 각색해 귓속말을 했다.

“진짜?! 끙, 그렇다면…… 하, 이러면 안 되는데.”

“막대한 돈이 걸린 일이니 딴소리는 안 나올 겁니다. 그리고 한국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일이잖습니까.”

어차피 키릴 굴라쉬도 이쪽 편이다.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잘못되면 제가 모두 책임지겠습니다.”

“하, 진짜 그놈의 오지랖은…… 쯧. 알았어. 대신 일이 잘못되면 나 치킨집 차려 주는 거다.”

“프랜차이즈로 차려 드릴게요.”

“아, 나 방금 설렜어. 아무튼 알았어.”

백이도가 물러서자 종혁은 도경수에게 다가갔다.

“진짜 이번 한 번만입니다. 저도 모가지 걸고 하는 일이니까 어디 가서 말하지 마세요.”

“가, 감사합니다, 최 팀장님!”

“됐습니다. 감사는 무슨.”

이놈들에겐 빈말이라도 그런 말은 듣기 싫었다.

“아무튼 제가 제 인맥을 동원해서 국과수 원장님에게 그 보물들 감식을 맡길 테니 아마 늦어도 일주일이면 결과가 나올 겁니다.”

“예?!”

“왜요?”

“아, 아니! 아닙니다…….”

종혁은 당황하는 도경수를 보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왜? 내가 너희 뜻대로 따라 줄 거라고 생각했어?’

이미 이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SVR의 도청으로 다 들었는데 그대로 어울려 줄까.

‘자, 그럼 낚아 보실까?’

정재계를 비롯해 사법계, 경찰, 사회 각계각층에 숨어 있을 이놈들의 조력자를 말이다.

종혁은 이 기회를 빌어 그 개새끼들을 일부라도 수면 밖으로 끌어낼 생각이었다.

그게 이번 사기극의 두 번째 목적이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이놈들을 뿌리 뽑는 것.

‘상황이 어그러져도 최소한 몸통은 보이겠지.’

제2막, 낚시의 시작이었다.

종혁의 눈빛이 흉흉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의미심장한 시선을 나눈 김경후마저 떠나자 종혁은 다가온 오택수를 보며 씩 웃었다.

“……하. 너 한국 가서 보자.”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모르겠지만, 이 모두 종혁의 의도대로 된 것 같다. 저 자신만만한 표정이 그 증거다.

“흐흐. 궁금하면 술 사요.”

“시꺼!”

버럭한 오택수가 자리를 떠나자 종혁은 빅토르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진지해지는 종혁의 눈빛.

“빅토르, 이젠 좀 궁금해지네요.”

“많이 늦었군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빅토르의 말에 종혁은 낯빛을 굳혔다.

“로마노프는 대체 뭐하는 곳입니까?”

대체 어떤 가문이기에 거물 정치인이 머리를 조아리는 걸까.

의문이 가득한 그 시선에 빅토르는 씩 웃었다.

한편 그 시각.

박종명 경찰청장이 한 인물과 통화를 나누고 있다.

“흠. 최 팀장이 그러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청장님. 최 형사가 투자금을 빼는 거야 문제가 없지만, 괜히 이상한 소리를 해서 다른 투자자들이 동요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그분들도 투자금을 빼 버린다면…….

결국 당신에게 돌아갈 이득도 줄어들 거라는 협박 아닌 협박에 박종명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내가 조치하도록 하죠.”

-부탁드리겠습니다.

통화가 종료된 핸드폰을 응시하던 박종명은 혀를 찼다.

감히 경찰청장을 움직이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조희구는 쫓기듯 부산청으로 갔을 때 만난 소중한 인연이었다.

뒤가 구린 것 같지만, 그걸 상쇄시킬 만큼 막대한 이득을 안겨 주는 인연.

잠시 생각을 하던 박종명은 내선 전화기를 들었다.

“박 과장? 지금 시간 되면 나랑 식사나 하지.”

인사과의 박병철 과장.

종혁이 원하는 조력자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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