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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15화 (415/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15화>

    부아아아앙!

    다급히 멀어지는 도경수를 보던 백이도가 혀를 내두른다.

    “이야, 저 동네도 빡센가 보네. 저렇게 총으로 무장도 하고 말이야. 그런데…….”

    혀를 내두르던 백이도의 눈빛이 돌연 차가워진다.

    “오 경감, 방금 그놈들 봤지?”

    오한이 들 듯 섬뜩했다.

    도경수와 박재현은 잘 모르겠지만, 호위처럼 따라붙은 한국인 두 명은 분명 사람을 죽여 본 놈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꽤 젊어 보였는데 말이다.

    “예. 범상치 않은 놈들이었습니다.”

    ‘뭐하는 새끼들이지?’

    주인 없는 보물을 찾는 사람들의 눈에 저렇게 살기가 끼어 있다? 오택수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택수의 눈빛도 차가워졌다.

    ‘분명 저런 놈들을 봤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것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본 듯했다.

    “으음. 역시 그쪽인가?”

    “음?”

    “용병 말이야, 용병.”

    전 세계 각지의 위험한 곳을 누비는 용병들. 그 용병들이 저런 눈빛을 짓는다.

    “아, 용병…….”

    그렇다면 말이 된다.

    순간 김이 팍 샌 오택수는 혀를 찼다.

    “뭐 저쪽 일은 저쪽에 맡겨 놓고 저흰 들어가죠! 음식 식겠습니다.”

    오택수는 몸을 돌렸고, 노릇하게 구워져 갔던 오믈을 떠올린 백이도도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같이 가, 오 경감!”

    *   *   *

    -텅!

    선유 컴퍼니의 이르쿠츠크 사무실.

    커다란 모니터 속 물컵을 거칠게 내려놓은 제2기획실장이 서늘한 눈빛을 보낸다.

    누구든 결코 해킹할 수 없는 다크 웹의 채팅 사이트를 통해 접속한 그들.

    혹여 해킹을 한다고 해도 실시간으로 계속 아이피가 우회되고 있기에 본사의 위치는 찾을 수가 없다.

    -브리핑 시작해.

    “예, 예!”

    하얗게 질려 일어난 박재현이 더듬더듬 입을 연다.

    “업체명 아진 소코로비쉬. 첫 번째 보물이라는 뜻으로 15년 전에 세워진 회사입니다. 현 대표는 바실리 마카로프. 고려계 혼혈로 나이는 34세…….”

    -박 대리,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중요한 건 하나다.

    보물도 가짜, 발굴 회사도 가짜인 이 거대한 사기 프로젝트에 진짜 보물이라는 끔찍한 변수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놈들이 바이칼호에 고개를 들이민 지 고작 이틀 만에.

    -진짜 맞아?

    “아, 아직 확인해 보진 못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박 사원! 나 커피! 에스프레소로!

    잠시 후,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들이켠 제2기획실장이 한숨을 내쉰다.

    -자, 그럼 정리해 보자. 바이칼호에 보물은 없었어. 맞지?

    표트르 대제가 본인 사후의 러시아를 위해 러시아 전역에 숨겨 둔 유산.

    러시아에서도 도시 전설처럼만 남은 허황된 이야기.

    “예. 관련된 기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보물은커녕 표트르 대제의 보물을 옮겼다던 귀족들조차 누구인지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전설이 아직까지 떠도는 이유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인물의 일기 탓이었다.

    그 일기에 적힌 ‘마치 금과 보석으로 만들어진 동산을 옮기는 것 같았다’는 아주 짧은 글귀.

    표트르 대제의 보물을 옮겼을 거라 추정되는 인물의 이 일기 탓에 몇몇 이들은 그 전설을 믿었다.

    -맞아.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지. 관련 기록들도 만들어 냈고.

    아무것도 없다면 이쪽에서 만들면 된다.

    회사는 이 전설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그러한 기록이나 흔적들을 더 만들어 냈다.

    -그런데 진짜가 나왔네?

    그 생고생을 다했는데 진짜가 나왔다.

    -몇 점이라고?

    “여, 여섯 점입니다.”

    그리고 보물을 발견한 근처에서 보물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나무상자도 발견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걸 촬영한 영상까지 있다.

    아진 소코로비쉬는 그 무엇도 숨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하루에서 수십 건씩 걸려 오던 투자 문의가 뚝 끊긴 상태였다. 그들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이었다.

    -빌어먹을. 한국에 보도되는 건 딜레이시켜 볼 테니까 일단 올라프부터 달래.

    이번 사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올라프다. 러시아 투자자들이 그의 이름값을 보고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저희도 물건이 필요합니다.”

    -이미 보내 놨으니까 오늘 안까지 도착할 거야.

    안도의 한숨이 곳곳에서 퍼진다.

    -빌어먹을. 일이 꼬이려니 이렇게도 꼬이려는군.

    단 한 번도 상정하지 않았던 변수가 생기니 골치가 아파진다.

    ‘하여튼 최종혁 이놈이 나타나면…….’

    -잠깐, 최종혁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제2기획실장의 미간이 좁혀진다.

    -최종혁은 현재 뭘 하고 있지? 보물이 발견되는 사이에 뭘 했는지는 확인됐어?

    “그건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SVR에서 바이칼스크에 마련해 준 별장에 놀러 왔다는 건 확인했습니다.”

    -……단순히 놀러 온 거라고?

    “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사원 중 한 명이 울혼섬의 어느 식당에서 인사불성이 된 종혁을 발견했다. 근처에 널브러진 보드카만 여덟병.

    최재수와 함께 식당에서 파는 메뉴만 무려 20개를 먹었다는 종혁은 정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울혼섬을 산책하다가 쫓아온 오택수와 백이도에 의해 별장으로 끌려갔다.

    -뭔가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랬다면 어떤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겠습니까?”

    거기다 오택수와 백이도 근처에 있던 아이스박스에 최소 20cm 이상인 물고기가 꽤 많이 있었다.

    고작 20분에서 30분 만에 둘이 합해 거의 20마리를 낚은 거다. 뭔가 속셈이 있었다면 그렇게 진심으로 낚시를 할 수 없었다.

    -후. 그 자식이 나타나니 별생각이 다 드는군. 일단 최종혁은 계속 감시해.

    “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아진 소코로비쉬, 이 새끼들 뒤를 봐주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됐어?

    방금 전 확인됐다.

    하지만 말하기가 너무 조심스럽다.

    “……실로비키의 키릴 굴라쉬 장군입니다.

    -키릴 굴라쉬?

    실로비키.

    현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라 알려진 세력으로, 신흥 부호 세력인 올리가르히와 달리 군부, 정보기관, 군산복합체 등 무력 관련 정치가들의 파벌 및 권력 실세를 뜻한다.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취임하자마자 올리가르히를 찍어 누르며 국민들의 지지를 얻은 러시아 대통령.

    “완전한 측근은 아니고, 측근의 측근의 측근으로 올라프보다는 반 급수 정도 높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 키릴 굴라쉬가 모시는 사람 때문에 올라프도 조심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반 급수라…….

    제2기획실장이 생각에 잠기자, 도경수 차장을 비롯해 선유 컴퍼니 러시아 파견팀 전원 입을 다물었다.

    -일단 가짜로 몰아붙여. 그렇게 시간을 벌어.

    그래야 이 변수를 분석하고 수정을 할 수 있다.

    “아진 소코로비쉬가 성분 분석을 하자고 하면 어떡합니까?”

    -너흴 믿지 못하겠으니까 한국에서 측정하자고 해. 너희가 도중에 바꿔치기 할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직접 옮기겠다고.

    물론 아진 소코로비쉬는 반발을 할 거다. 똑같은 이유로 말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말을 하던 제2기획실장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최종혁이 언제 한국으로 돌아가는지는 파악했어?

    “오늘 안에 파악하겠습니다!”

    “실장님, 설마 최종혁에게 물건을 맡기시려는 겁니까?”

    당황한 듯한 도경수의 말에 제2기획실장은 피식 웃었다.

    -지금 상황에서, 저놈들의 입장에서 최종혁보다 믿을 수 있는 놈이 있어?

    거물 빅토르 로마노프의 친구이자 SVR이 감싸는 종혁.

    회사의 입장에선 참 싫은 종혁이지만, 그래도 정의감이 넘치는 종혁이 나선다면 저들도 물러설 수밖에 없을 거다. SVR이 보증을 설 테니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종혁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보물을 한국으로 옮기는 것까지. 이후 보물은 회사에 협력하는 인물에게 넘겨질 거다.

    -그리고 이 기회에 놈이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냄새를 맡은 건지 아닌지도 확인한다.

    “아, 그런 생각이시라면야…….”

    -그리고 곧 치워 버릴 테니까 걱정 말고.

    “오!”

    순간 섬뜩 빛나는 그들의 눈빛.

    -아무튼 일단 이렇게 수습하는 걸로 하고…….

    “저…….”

    사람들의 시선이 한 사원에게로 돌아간다.

    감히 사원 주제에 실장님 말씀을 끊냐며 눈초리가 쏟아지자 사원이 목을 움츠린다.

    -괜찮아. 말해, 박 사원.

    “그런데 만약 그 보물이 정말로 진짜라면 어떡합니까?”

    한화로 몇 조 원에 달할지 모르는 보물. 어쩌면 자신들이 꾸며 낸 말처럼 500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보물.

    그중 80퍼센트 이상을 보물이 발견된 영토의 국가인 러시아에 넘겨야 하겠지만, 그래도 수조 원은 족히 남길 거다.

    사람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경수 차장은 한숨을 내쉰다.

    “대체 지금까지 뭘 들은…….”

    -아아, 됐어. 진짜면 어떡하냐고? 진짜라면…… 먹어야지.

    쿵!

    순간 사람들의 몸이 달아오른다.

    그건 제2기획실장도 마찬가지다.

    마치 길을 걷다 수조 원의 지갑을 주운 기분.

    ‘이번 프로젝트에 조희구 부산 지부장의 프로젝트까지 성공한다면…….’

    제2기획실은 본사 최고의 부서가 될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본사 회장, 아니 그 위에 계신 어르신의 뒤를 이을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

    찌리릿!

    제2기획실장은 온몸을 내달리는 전율에 입술을 비틀었다.

    -도 차장.

    “올라프가 위로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것과 키릴 굴라쉬의 반대에 선 인물을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올라프와 아진 소코로비쉬를 끌어들일 판을 짜 보겠습니다.”

    -역시 도 차장.

    이래서 도경수 차장을 아끼는 것이었다.

    흡족하게 웃은 제2기획실장은 돌연 낯빛을 굳혔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한국 언론을 막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더 이상의 변수가 생기기 전에 단숨에 몰아쳐야 했다.

    “예!”

    “자, 자. 움직이자!”

    채팅이 종료되자 몸을 일으킨 그들은 빠르게 사무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최소 수조 원이라……. 이거 성공하면 인센티브가 얼마야?’

    도경수 차장과 박재현 대리 등 회사 사람들의 얼굴에 흥분이 서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종혁의 손바닥 위에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   *   *

    바이칼호에서 발견된 보물!

    표트르 대제의 유산은 정말로 실존하는가!

    러시아의 보물을 러시아가 찾았다! 아진 소코로비쉬! 장하다!

    한국의 선유 컴퍼니, ‘아진 소코로비쉬, 사기로 사람들을 기망하지 마라!’

    “지랄 난리가 났네.”

    촤락 이르쿠츠크, 앙가르스크, 울란우데. 바이칼호 인근 대도시들의 지역 신문을 덮은 종혁이 코웃음을 친다.

    역시나 예상대로 아진 소코로비쉬를 물어뜯기 시작한 놈들.

    종혁은 담배를 물며 물안개가 낀 바이칼호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자, 이제 어떻게 나오려나…….’

    “어우 씨, 깜짝아.”

    고개를 돌린 종혁은 질겁한 얼굴을 한 백이도 과장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최 팀장, 우리 덩치대로 놀면 안 될까? 난 아직도 최 팀장이 그런 지적인 모습 보이면 깜짝깜짝 놀란다?”

    ‘에라이.’

    “흐흐. 농담이야, 농담. 뭐야, 뭔데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아진 소코로비쉬라는 회사에서 표트르 황제의 보물을 발견했다고 해서요.”

    “뭐? 그거 선유 컴퍼니에서 찾은 거 아니었어? 설마 아진 소코로비쉬에서 선유 컴퍼니의 영역을 침범한 거야?”

    보물 발굴은 핀 포인트를 찍어 딱 그곳만 발굴하는 게 아니다.

    핀 포인트를 중심으로 반경 몇 백 미터의 공간을 모두 파헤치는 것이고, 이것은 발굴팀의 고유 영역이다.

    “선유 컴퍼니가 지목한 포인트보다 23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여기 이 지점이요.”

    바이칼호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우쉬칸섬으로 향하는 방향.

    백이도가 미간을 좁힌다.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거센 풍랑을 만나 침몰했다는 목조선이 무려 23킬로미터나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일단은 아진 소코로비쉬의 주장이 옳다고 봐야죠.”

    그쪽에서 더 많은 숫자의 보물이 발견됐다. 이 정도면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 했다.

    ‘그럼 놈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지.’

    진실 가리기. 누구의 것이 진짜 보물이냐를 가릴 수밖에 없다.

    그게 자신들의 목을 죄는 올가미가 될지도 모른 채 눈을 뒤집고 달려들 거다.

    “햐. 이거 선유 컴퍼니에 투자한 양반들 쪽박 찰 수도 있겠네. 거기 거의 개인 투자만 받았다고 하던…….”

    투다다다다다다!

    ‘왔군.’

    종혁은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헬기에서 몸을 내밀고 있는 빅토르를 보곤 싸늘히 웃었다.

    이번 사기극의 마지막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   *   *

    -지금 가고 있으니 허튼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쾅!

    통화가 끊긴 전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은 올라프가 거친 숨을 몰아쉰다. 방금 경고를 한 사람이 키릴 굴라쉬 중장이기 때문이었다.

    이르쿠츠크의 거물이 된 이후로 처음 당하는 수모.

    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자신의 보물이 키릴 중장에게 뺏길 수 있다는 거다.

    아진 소코로비쉬가 더 많은 보물을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그게 바이칼호에서 난 것이라면 자신의 것.

    코앞까지 다가왔던 보물이 멀어짐에 올라프는 이를 악물었다.

    “그놈들이 찾은 게 정말 표트르 대제의 보물이 맞는 거야?”

    너희들이 포인트를 잘못 짚은 게 아니냐는 매서운 눈빛에 도경수 차장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가짜입니다. 어쩌면…… 그 풍랑 때문에 떠내려간 보물일 수도 있겠지만 가짜입니다.”

    도경수 차장이 비릿하게 웃자 올라프가 눈을 빛낸다.

    “호오, 그래. 가짜군.”

    올라프가 입술을 비튼다.

    “진짜여도 가짜여야겠어.”

    “가짜입니다.”

    “그래, 가짜. 문제는 키릴 굴라쉬도 그렇게 주장을 할 거란 말이지.”

    이쪽도 진짜고, 저쪽도 진짜면 모두 먹는 게 임자다. 키릴 굴라쉬도 그런 생각을 가졌기에 이렇게 달려오는 것일 터.

    “더 큰 문제는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연구소들이 실로비키에 의해 장악됐다는 겁니다.”

    맹점을 짚는 도경수의 말에 올라프는 얼굴을 구겼다.

    그런 그의 모습에 도경수가 웃음을 삼키며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그러니 저희 한국으로 보내시죠?”

    번쩍 눈을 뜬 올라프가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이런 꾀쟁이 같으니…….”

    “하하.”

    “그런데 한국으로 보내는 게 문제겠군.”

    키릴 굴라쉬가 기를 쓰고 막을 거다.

    “만약…….”

    “음?”

    “드바 로마노프의 빅토르 로마노프 회장의 친구이자, SVR이 보증하는 한국 경찰이 이번 일을 맡는다면 어떻겠습니까?”

    갑작스럽게 언급된 빅토르의 이름에 깜짝 놀랐던 올라프가 이내 곧 한 사람을 떠올렸다.

    “아, 그 혈기 넘치던 애송이! 그 애송이를 SVR이 보증할 정도라고?”

    “러시아로 귀화시키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모스크바는 물론이고, 바이칼스크에도 별장을 지어 줬더군요.”

    “호오오. 허허, 그건 또 어떻게 안 건지. 정말 볼수록 대단해.”

    “과찬이십니다.”

    “겸손하기까지 하고. 허허허.”

    “후후후.”

    둘은 웃음을 흘렸다.

    “이거 오랜만에 입싸움 좀 하겠군.”

    아무리 SVR이 보증을 하고, 빅토르의 친구라지만 키릴 굴라쉬가 수긍을 할까. 아마 꽤 오랫동안 설전을 벌여야 할 거다.

    하지만 그런 설전은 바로 정치인인 올라프 자신의 특기.

    비록 이로 인해 러시아 군부와 척을 질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수십억 달러가 손에 들어올 수 있다면 몇 번이고 해 줄 수 있었다.

    계산을 끝낸 올라프의 입이 주욱 찢어졌다.

    “자넨 그 애송이를 불러…….”

    쿵쿵쿵!

    “무슨 일이야?”

    그의 허락에 문을 열고 들어온 보좌관이 올라프의 귀에 대고 방금 전 들어온 소식을 전한다.

    “뭣?”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하핫! 신이 날 돕는군!”

    “무슨 일 있습니까?”

    “굳이 설전을 벌일 필요가 없겠어!”

    도경수는 자신만만한 올라프의 모습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빅토르 회장이 2시간 전 공항에서 내려 바이칼스크로 향했다는군!”

    “예?!”

    ‘갑자기 빅토르 회장이 왜?’

    올라프의 생각처럼 빅토르 회장이 중재를 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도경수는 갑자기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좋아도 너무 좋잖아! 설마……?’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는 도경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올라프는 얼른 핸드폰을 들어 빅토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빅토르 회장! 나 올라프입니다. 잘 계셨습니까? 오랜만에 고향에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싫습니다.

    “……예?”

    -친구와 오랜만의 휴가를 즐기는 중이니 이만.

    올라프는 통화가 끊긴 핸드폰을 멍하니 쳐다봤고, 도경수도 방금 전 자신의 추측이 벗어나자 당황했다.

    혹시나 이 모든 걸 종혁이 꾸민 게 아니냐는 얼토당토않던 추측.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도경수는 엉클어지는 머릿속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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