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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11화 (411/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11화>

부왁!

종혁이 달려들자마자 아이반의 다른 손이 얼굴을 향해 날아든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우악스런 흉기.

마치 권투 선수처럼 몸을 흔들어 피한 종혁이 왼손으로 아이반의 옆구리를 후려치고, 오른손으로 턱을 노린다.

뻐벅!

“어? 막아?”

‘진짜로?’

옆구리에는 제대로 주먹이 꽂혔으나, 턱을 가격하려고 했던 오른손은 가드에 틀어막혔다.

흥분한 척 맞붙기로 한 것 외에는 짜여진 대본이 없었기에, 이왕 싸우는 거 질 생각은 없었기에 진심으로 휘둘렀건만 막아 낸 것이다.

반면 가드를 올려 종혁의 훅을 막은 아이반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마치 꿰뚫린 듯 파고드는 옆구리 통증.

이 모든 게 연기임을 알지만 열이 솟구친다.

“이 애새끼가!”

번개처럼 종혁의 배를 걷어찬 아이반이 뒤로 물러나는 종혁의 머리채를 낚아채며 무릎을 올려친다.

그에 그 무릎을 향해 팔꿈치를 내려찍는 종혁.

뻐어억!

“윽!”

얼굴이 더욱 일그러진 아이반은 종혁을 완력으로 찍어 누르며 그의 발목을 걷어찼다.

그러나 종혁은 허공에 붕 뜬 와중에 이번에야말로 주먹을 휘둘러 아이반의 턱을 가격했다.

뻐벅! 쿵!

다급히 일어난 종혁은 입술을 뒤틀며 거슬리는 상의를 벗었다.

“야, 나보다 못생긴 새끼. 너…… 좀 친다?”

“죽여 주지.”

종혁과 마찬가지로 상의를 벗다 못해 셔츠를 뜯어내는 아이반. 온몸을 가득 채운 문신이 종혁을 위협한다.

그에 진심으로 자세를 잡는 종혁.

그 또한 연기임을 알고 있음에도 점점 흥분되는 것을 느꼈다.

종혁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들어와, 새끼야.”

“푸흐흐. 넌 죽었다, 애송이.”

아이반이 달려들고, 그에 종혁 역시 땅을 박차는 순간이었다.

“그만-!”

둘의 흥분을 끊어 내는 분노 어린 외침.

화가 잔뜩 난 얼굴을 한 빅토르가 이쪽을 불만스럽게 쳐다보는 둘을 보며 싸늘하게 일갈했다.

“더 이상 소란을 일으킨다면 날 정말로 망신 주겠다는 걸로 알겠어.”

“……쯧. 빅토르는 다 좋은데 사내다운 면모가 부족해. 아이반 벨로프다, 꼬마.”

“최종혁이다, 좆같은 새꺄.”

“흐흐. 앙칼지군. 보드카 좋아하나?”

“없어서 못 마시지. 그런데 너랑은 안 마셔.”

“성격만 계집애 같은 줄 알았더니 행동도 계집애 같군. 거기가 달려 있는 건 맞아?”

빠직!

“……그래, 그냥 끝을 보자.”

“그만해, 이 바보들아!”

더 이상 주먹을 휘둘렀다가는 정말 화를 낼 듯한 빅토르의 모습에 혀를 찬 종혁은 상의를 주워 들며 주위에 사과를 했고, 아이반은 데려온 여성이 입혀 주는 옷에 팔을 넣으며 코웃음을 쳤다.

똑같이 미친놈이지만, 상반된 모습에 사람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괘, 괜찮으세요, 팀장님?!”

“몰라. 한국 가면 치과에 가 봐야 할 것 같아.”

기습적으로 맞은 주먹 때문에 이가 흔들리는 것 같다.

‘저 새끼 진짜로 쳤어.’

이래서 스파이가 무서운 거다. 임무가 종료될 때까지 위장된 신분을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여기니까.

‘아주 제대로 만들어 놨네.’

“크크. 야, 너 임자 만났다? 이렇게 얻어맞은 건 거의 처음 아니냐?”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오 경감! 최 팀장, 괜찮아?”

“그래요. 그게 맞은 사람한테 할 말입니까?”

그래도 고맙다.

종혁이 다시 달려들자 언제든 참전할 태세를 갖췄던 오택수.

최재수와 백이도도 몸을 풀며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과장님,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어, 어. 그래. 얼른 다녀와! 같이 가 줄까?”

“아뇨. 그건 괜찮습니다.”

코가 뜨거운 게 아무래도 코피가 나는 것 같다.

종혁은 뿌득뿌득 소리를 내는 코를 흔들며 화장실로 향했고, 빅토르는 옷 좀 바꿔 입고 오겠다고 돌아서는 아이반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사람들에게 사과를 했다.

“후우. 잠시 불미스런 일이 있었지만, 원만하게 끝났으니 다시 파티를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잠시 중단되었던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다시금 울리기 시작했고, 멀어지는 종혁을 응시하던 도경수 차장은 발을 뗐다.

*   *   *

“큽! 카악, 퉤.”

핏덩이를 뱉어 낸 종혁은 피는 멎었지만 욱신거리는 코를 어루만지며 혀를 찼다.

“하, 새끼. 진짜 죽여 버릴까?”

뚜벅뚜벅.

안으로 들어오는 도경수를 힐끔 보며 속으로 웃음을 흘린 종혁은 입가 주변에 묻은 피를 물로 닦기 시작했다.

“아, 옷도 갈아입어야 하네. 이것만 가져왔는데…… 쯥.”

구시렁거리는 그의 옆 세면대로 도경수가 선다.

“한국인이신가 봅니다?”

“어, 한국인이세요? 이야, 여기서 한국인을 뵐 줄은 몰랐네요.”

“저도 그러네요. 그런데 어우, 아까 싸움 실력이……. 격투기 선수세요? 저 UFC 굉장히 좋아하는데.”

“아하하.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음. 그래요? 그럼 뭐지? 아, 맞아. 아까 빅토르 로마노프 씨와 함께 들어오시는 것 같던데, 혹시 대기업의…….”

“아뇨, 아뇨. 그것도 아니라 경찰입니다.”

“예?”

“본청 외사수사과의 최종혁 경정입니다. 이번에 러시아에서 수사기법에 관한 포럼이 열려서 참석하러 왔죠.”

“아니, 한국 경찰분께서 러시아 사업가인 빅토르 회장님과는 어떻게……?”

“빅터와는 예전에 인연이 좀 있어서…….”

종혁은 알고 싶다는 듯 쳐다보는 도경수의 눈빛에 볼을 긁적였고, 도경수는 슬쩍 한 발 물러났다.

“어이구, 보통 인연이 아니셨나 보네요. 그분께서 아무나 옆에 세우는 게 아닌데.”

“그, 그런가요? 하하.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전 몰라봤는데, 예전에 한국에서 저와 만난 적이 있더라고요.”

그 말에 도경수의 눈이 동그래진다.

“어이구, 정말요?! 와, 그런 우연이 있어요? 어떻게요?”

“제가 고등학교 때였나? 아무튼 그때 봉사활동 차 동대문 파출소에 갔을 때 길을 잃고 방황하던 빅터에게 동대문을 안내해 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뭐…… 아, 이건 수사상 기밀이라 말해 드릴 수 없겠네요.”

‘이거였구나!’

종혁과 빅토르가 그렇게 친분이 있어 보이던 이유가 말이다.

‘만약 빅토르 회장이 동대문에서 드바 로마노프 설립의 단서를 찾았다면?’

SPA 패션. 그건 어쩌면 동대문 패션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싸고 다양하고 쉽게 입고 버릴 수 있는.

정말 그렇다면 빅토르에게 있어 종혁은 은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보물들에다가 한화로 천억이 넘는 돈을 줬던 거야! 은혜를 갚으려고!’

현재 시장을 꽉 붙들고 있는 드바 로마노프를 만들게 해 준 사람이 종혁인데 그깟 돈이 문제일까.

다리 다친 까치가 은혜를 갚았다고 보면 된다.

배포가 고래보다 큰 빅토르라면, 현재 순 자산만 10조가 훌쩍 넘는다는 빅토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허, 그런 기억은 잊히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땐 공부하고 운동하느라 바빠서요.”

“아아, 그래서 빅토르 회장이 드바 로마노프의 해외 첫 진출을 한국에서 했던 거군요. 정말 장한 일을 하셨습니다. 아, 맞아. 선유 컴퍼니의 도경수 차장입니다.”

“이런 파티에 참석하실 정도라면 대단한 회사겠네요. 그런데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하하. 아무래도 일반인은 저희 회사를 잘 모를 만하죠. 경찰분들도요. 혹시 트레저 헌터라고 아십니까?”

“아, 보물을 발굴하는? 인디아나 존스?”

“예. 저희 회사는 그렇게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환상의 유산들을 발굴해 세상에 내보이는 회사입니다. 물론 인디아나 존스와 달리 그 나라 정부와 땅 주인에게 모두 양해를 구하여 합법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회사입니다.”

“그러다 예산이 부족해지면 외부 투자도 받고요?”

“아무래도 그렇죠. 이쪽 바닥의 일이 로또처럼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보니 프로젝트 시작부터 투자자를 모집합니다.”

종혁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흠. 그런 거 거의 사기던데…….”

“하하. 솔직히 사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긴 합니다. 저희 회사는 정보와 인력으로 투자자들의 돈과 시간을 사는 거니까요.”

‘어? 이놈 봐라?’

순순히 인정해서 좀 놀랍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그럼 러시아의 보물을 발굴하러 오신 겁니까?”

“혹시 표트르 대제의 숨겨진 보물에 대해 아십니까?”

“러시아 제국의 초대 황제 말씀이시죠?”

러시아가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영웅이자 폭군.

러시아인들에겐 위대한 군주로 추앙받는 이가 바로 표트르 1세, 러시아 제국의 초대 황제였다.

“예. 저희 회사에선 그 표트르 대제가 사후의 러시아를 걱정해 러시아 전역에 숨겨 놓은 보물 중 하나를 이번에 찾아내 현재 발굴 중에 있습니다. 미비하지만 성과도 거둔 상태고요.”

“우와? 이거 축하드립니다. 대박 나셨네요.”

“하하. 500여 톤 상당의 보물과 금괴를 모두 찾아내야 대박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전까지는 대박인지 쪽박인지 모릅니다.”

“500톤이요?”

눈이 동그래진 종혁이 셈을 하다가 탄식을 토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 새끼가 약을 치네?’

이쪽을 슬쩍 떠보는 거다. 아직 의심이 모두 사라지지 않은 게 분명했다.

“와, 이거 셈이 안 되네요. 단순히 금 무게만 따져도 족히 10조는 넘겠는데요?”

“저희는 그 몇 배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호오. 그거 꽤 관심이 가는 이야기네요.”

“죄송합니다. 저희가 소액 투자는 받지 않아서…….”

“아, 그 부분은 걱정 마세요. 저희 어머니가 좀 부자시라서요.”

종혁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자 속으로 웃던 도경수가 돌연 한숨을 내뱉는다.

“하아. 최 형사님, 제가 그래도 한 살이라도 많은 어른으로서 충고해 드리는 건데 이런 투자는 누구의 말도 믿어선 안 됩니다.”

“자신이 직접 보고 판단해라. 압니다. 저도 경찰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차장님! 여기 계세요? 올라프 씨께서 찾으십니다!”

“아, 지금 갈게! 그럼.”

“예. 즐거운 파티 되세요.”

종혁은 화장실을 빠져나가는 도경수를 보며 담배를 물었다.

‘새끼. 입 한번 예술적으로 터네.’

한 번에 덥썩 물지 않고 이쪽에 충고를 하는 모습으로 신뢰감을 형성하려는 수작. 사기꾼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래. 대충 의심이 사라지니까 내 돈이 탐나기 시작했냐?’

걸려들었다.

“후우우.”

담배 연기가 경쾌하게 흩어졌다.

한편 화장실을 빠져나온 도경수는 부하 직원을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나이스 타이밍.”

“차장님.”

“최종혁에게 왜 투자 제의를 했냐고?”

“예.”

“엿 먹이려고.”

이번에 빅토르가 준 돈.

아직 의심이 모두 가신 건 아니지만, 그 돈은 욕심이 났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액보다 많은 돈이니 말이다.

“그 돈이 모두 빨리면 저 새끼도 좆같겠지?”

절반만 가져와도 종혁에겐 심리적으로 큰 타격이 될 거다. 원래 돈이란 건 있다가 없을 때 가장 힘든 법이니까.

“저라면 자살하죠.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회사에 피해나 끼치는 새끼 엿 먹이자는 거죠?”

“그러다 그 돈 복구하려고 도박 같은 거에 빠져 주면 더 좋고. 얼른 가서 작전 짜자. 아, 그런데 정말 올라프가 부른 거야?”

“아, 예. 얼른 가야 합니다.”

“시발.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어디 있어?”

도경수와 그의 부하 직원은 올라프를 향해 뛰어갔다.

*   *   *

이후 파티는 무난하게 흘러갔다.

도경수는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고, 종혁 역시 이 정도가 적당했기에 마찬가지로 다가서지 않으면서 파티는 별 탈 없이 끝났다.

그리고 다음 날, 수사기법에 대한 포럼의 단상에 선 종혁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범죄학계 인사들과 각국 경검찰 고위 간부들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니 새삼 격세지감을 느꼈다.

‘진짜 컸네, 나.’

-그럼 종혁 최의 발표가 있겠습니다.

떨리는 심장을 다독인 종혁은 핀 마이크를 잠시 점검했다.

“아아. 거기 끝, 들립니까?”

“잘 들려!”

“하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나이들이신 것 같아 걱정했는데 다행이군요.”

“하하하하!”

센 위트에 웃을 줄 아는 관객들.

한결 마음이 놓인 종혁은 피식 웃으며 등 뒤의 스크린을 가리켰다.

“제가 오늘 발표하려는 건 수사기법의 미래, 정확히는 수사의 미래 모습입니다. 어린놈의 망상이라고 생각하셔도 좋고, 심각하게 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건 분명 10년 안에 현실이 될 이야기니까.”

사람들의 표정이 가라앉자 종혁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다들 이게 뭔지 아실 겁니다.”

“셀폰!”

“최! 우리도 2000년대를 살고 있다고! 1900년대를 사는 게 아냐!”

장난스레 반발하는 그들의 모습에 종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건 악몽입니다. 정확히는 길어도 6년 안에 우리의 악몽이 될 놈이죠.”

정색하는 종혁의 모습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했다.

“소개하겠습니다. 올해 6월부터 미국에서 절찬리에 판매중인 내 손안에 컴퓨터, 새 시대의 혁신 스마트폰입니다.”

“…….”

“이런, 아무도 호응해 주시지 않네요. 그럴 수 있습니다. 여기 있는 분들 대부분 이것이 뭔지 감조차 잡히지 않을 테니까요. 일단 이것을 소개하는 시간부터 가져 볼까요? 자, 일단 전화. 되는군요. 문자도 됩니다. 사진도 찍히는군요.”

기존 핸드폰의 기능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오, 그런데 놀랍게도 한 가지 기능이 더 되는군요.”

메일. 바로 이메일이다.

술렁.

순간 머릿속이 간질해진 관객들이 더 집중을 한다.

“다들 눈치채셨다시피 예, 이제 범죄자에게 장소의 구애가 사라졌습니다.”

이제 핸드폰의 전파가 닿는 곳이면 어디서든 메일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범죄 모의나 알리바이 꾸미기가 더 쉬워지는 거다.

“더 심각한 걸 알려 드릴까요?”

종혁이 손짓을 하자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며 두 개의 로고를 나타낸다.

“현재 미국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블루버드와 페이탈북입니다. 장점은 누구라도 간단히 회원가입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게재할 수 있으며, 나와 전혀 상관없는 타인이 그 게시글을 보고 글을 남길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게 설령 수배가 내려진 범죄자든 일반인이든 그 누구라도.”

쿵!

“자, 잠깐 그 말은?”

눈치 빠른 누군가가 예의 없이 끼어들었지만 종혁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 그딴 게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예. 저 멕시코 남부의 마약상 페레즈가 LA의 마약중독자 밥에게 다이렉트로 마약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그것도 복잡한 암호나 절차 따윈 필요 없이. 아이스, 30 콜? 오케이.”

마약 중 한 종류의 은어인 아이스.

쿵!

사람들의 엉덩이가 들썩인다.

“이게 과연 마약상만의 이야기일까요? 전혀. 영국의 아동 포르노 제작자가 중국의 6살 메이메이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세상에 넘쳐 나는 범죄자들은 이것을 통해 손쉽게 타깃을 고르게 될 겁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타깃을.”

쿠웅!

사람들이 한두 명씩 엉덩이를 떼며 일어났고, 나머지들도 엉덩이를 들썩이며 초조해했다.

종혁은 그런 그들에게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여기에, 이 스마트폰에 강력한 보안 시스템이 탑재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포렌식으로도 결코 들여다볼 수 없는 보안 시스템이. 문자, 통화 그 모든 걸 주인의 허락이 없으면 볼 수 없게 되는 보안 시스템이!”

콰앙!

이곳에 모인 사람들 벌떡 몸을 일으켰다.

종혁의 말이 맞다면 이건 악몽이다.

악몽이 맞았다.

사람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럼 4시간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최!”

“이봐, 최!”

“질문은 2부에서 합시다. 나도 힘들다고요.”

끙 앓는 소리를 낸 사람들은 손을 내리며 일어섰고, 종혁에게 가드너 교수가 다가선다.

“이거였군요. 당신이 말하고자 했던 게.”

“전 세계 수사기관과 사법부, 입법부, 하물며 정치인까지 머리를 모아 대응해야 되는 문제죠. 이제부터 범죄의 진화 속도는 저 프랑스의 테제베보다 몇 배 더 빨라질 겁니다.”

나날이 발전할 거다. 절대 따라가지 못할 속도로.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그들보다 한 발 앞서서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해야 됐다. 그러기 위해 이번 강연을 준비한 거다.

“돌겠군. 일단 가지, 안드레. 머리를 모아야겠어.”

일단 종혁의 가설이 품고 있는 모순부터 찾아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있다.

종혁도 그러라고 4시간의 휴식 시간을 준 거다. 자신의 발표에 어떤 맹점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지.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최.”

그렇게 둘이 떠나자 종혁 역시도 포럼이 열리는 건물을 나서는 순간이었다.

“어? 최 형사님?”

“도경수 차장님?”

종혁은 때마침 건물 앞을 지나쳐 가는 도경수를 발견하곤 속으로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래, 접근하기로 한 거냐?’

우연을 가장한 접촉을 통한 친밀 관계 형성.

이 역시도 사기의 기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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