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08화 (40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08화>

충격! SN5의 리더 최상민, 안티에게 테러 당해!

병원에서 에이즈 검사를 받은 최상민! 난 피를 마셨다!

발 빠르게 움직인 경찰! 신고 이틀 만에 최상민 테러범 붙잡아!

최상민 테러범, 초대형 안티카페의 카페장?!

JC엔터테인먼트 사생팬과 안티팬에 대하여 입장 밝혀!

JYK엔터테인먼트도 동참! 소속 아티스트 전부 피해 입어!

연예계, 사생과 안티에 대해 입을 열다!

장난? NO! 죽어라 던진 돌에 정말 죽는 연예인들!

충격! 또 충격! 안티도 팬이라는 말은 옛말.

검찰, 도저히 좌시할 수 없다. 안티, 사생팬과의 전쟁 선포!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칼을 빼 들다!

종혁이 던진 박지현이라는 작은 돌은 연예계와 대한민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동안 안티와 사생도 팬이라고 애써 무시하던, 괜히 고소했다가는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르기에 억지로 참아 왔던 연예인들이 JC와 JYK가 선봉에 서자 모두 일어섰고, 하루에도 수천 건의 고소장이 검찰로 쏟아졌다.

이에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한 검찰은 특수부 검사들을 차출해 특별수사본부를 조직하였고, 공포에 질린 사생들과 안티들이 ‘우린 그저 사랑했을 뿐이다, 장난이었다’라고 외치며 동정표를 얻으려 했으나 이들을 동정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같은 팬클럽 회원도, 안티카페 회원도 모두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차마 눈을 뜨고 쳐다볼 수도 없는 피해 사실들 때문이다.

동물의 대변은 예사고, 혈서는 기본 옵션.

심지어 정액과 애액이 묻은 속옷이 배달됐다는 소식에 여태까지 안티와 사생이라고 해 봤자 그저 장난 식으로 괴롭히고 마는 것이겠거니 안일하게 하던 국민들은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구치소 안.

갈색 죄수복을 입은 채 구석에 구겨져 있는 박지현이 입술을 깨문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난 왜 이런 곳에 있을까.

‘나, 난 그저…….’

현중 오빠를 위해 SN5를 좀 괴롭혔을 뿐이다. 남들 다 하는 일이기에 자신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뭐라뭐라 물어보더니 바로 중앙지검이라는 검찰로 넘겨 버린 형사. 알아듣지 못할 사투리로 뭐라뭐라 물어보더니 여기에 가둬 버린 검사.

자신이 잘못한 게 있다면 그저 그들이 묻는 것에 대답을 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섭고 숨 막히는 공간에 있어야 하는 걸까. 그것도 이런 곳에 갇혀 있음에도 웃는 저 언니들과 함께.

“호호호호호!”

“꺄르르르르!”

대체 저들은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는 걸까.

무섭지도 않은 걸까.

저들이 같은 나이거나 어리다는 걸 깨닫지 못한 박지현은 양 귀를 막으며 눈물을 흘렸다.

“엄마…… 흑!”

여태까지 참 한심한 인생을 산다고 욕했던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랑 함께 집에 가서 씻고, 엄마가 아주 가끔씩 사 오는 치킨을 먹고, 잠을 자고 싶다.

박지현은 이제야 엄마가 보고 싶었다.

세상에서 오직 내 편인 엄마를.

“야, 너 걔지?”

흠칫!

박지현은 이쪽을 보는 미결수들의 시선에 화들짝 놀랐다.

“저, 저요?”

“그래, 너! SN5 최상민한테 닭 피를 먹였다는 걔! SN5 안티카페 카페장!”

박지현의 눈이 동그래진다.

“뭐야, 저 찌질이 빠순이었어?”

이곳에 입소된 지 6일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통성명 한 번 안 한 채 질질 짜기나 하는 찌질이.

박지현은 빠순이란 말에 순간 울컥했지만, 너무 무서워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 그럼 잘해 봐야 6호 처분이겠네. 나가리되어 봐야 8호? 쩝, 부럽다.”

‘6호?’

박지현의 귀가 쫑긋 솟자 박지현에게 말을 걸었던 소녀가 입술을 비튼다.

“6호, 소년보호시설에 6개월 송치. 8호, 소년원 1개월 송치.”

전자는 그래도 민간 시설에서 바깥의 공기를 맡으며 살 수 있고, 후자는 감옥에서 한 달 동안 사는 거다.

“아, 아닌데…….”

무슨무슨 죄로 구속되는 거라고 검사가 말해 줬지만 지금 생각나는 건 명예훼손과 범죄단체결성이다.

“뭐? 범죄단체결성?”

“푸하하하핫!”

“아하하하핫!”

박지현은 비웃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기분이 상했지만, 역시 무서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런 그녀에게 말을 건 소녀가 다가와 어깨동무를 한다.

“야, 이 멍청아. 너 범죄단체결성이 뭔지 알아? 그거 조폭을 말하는 거야. 너 조폭이야? 누굴 때렸어?”

“아, 아니?! 아닌데요?!”

“그런데 어떻게 범죄단체결성이 성립돼? 거기다 너 미성년자잖아. 미성년자는 진짜 아다리 안 맞아 봐야 10호 처분이야. 소년원에서 2년만 썩으면 된다고.”

그런데 그건 거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패거나 괴롭히는 애들을 데려다 포주 짓을 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박지현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움찔!

“네? 저, 정말요? 그 말 진짜예요?!

확 밝아지는 박지현의 얼굴.

하지만 이내 그녀의 얼굴은 다시 어두워졌다.

“하, 하지만 그 경찰이…… 검사가…….”

“야, 검사는 그냥 구형을 하는 사람이야. 검사가 아무리 지랄을 해도 판결은 판사가 내리는 거라고. 그냥 판사한테 반성문 몇 장 쓰면 돼.”

“……흑!”

순간 탁 풀려 버리는 마음에 박지현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오른다.

그때였다.

“668번, 면회다.”

“야, 너.”

“저, 저요?”

“그래, 668번. 나와.”

‘엄마?’

오늘도 아침에도 다녀간 엄마.

또 먹을 걸 싸 온 건가 박지현은 작은 기대를 하며 교도관의 뒤를 따라 접견 장소로 향했다.

“들어가.”

“네…….”

‘아, 엄마한테 말해 줘야겠다!’

박지현은 입에 한가득 미소를 달고 접견실로 들어갔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호?”

종혁은 미소를 짓는 박지현을 보곤 눈을 가늘게 떴다.

“살 만한가 보다? 아니면 안에서 뭔 헛소리를 들었거나.”

종혁은 어떻게 알았냐는 듯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이럴 줄 알았지.’

헛된 희망을 가질 거라고 예상했다. 구치소에 들어오는 놈들 대부분 자기들이 법학박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쩜 이렇게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건지……. 봐요. 내가 이럴 거라고 했죠?”

종혁은 손을 까딱였고, 종혁의 옆에 있던 강철선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지갑을 빼 들었다.

“쯧. 잘 쓰래이.”

“잘 먹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종혁은 다시 박지현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야, 꿈 깨.”

집안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닌 박지현이 고작 두 달 코디 일을 한 것치고 걸친 것들이 너무 고가라 추궁을 해 봤더니 그녀가 실토한 내용은 매우 놀라웠다.

그동안 SN5의 대기실에 여러 차례 침입했던 그녀는 그때마다 그곳에서 SN5 멤버의 물건들을 훔쳐다가 팔았다. 그리고 그 돈을 스스로를 치창하는 데 쓴 것이다.

단순히 마냥 싫다는 감정만으로 안티카페를 만들고 테러를 벌였어도 심각한 범죄인데, 돈을 목적으로 범죄까지 저질렀다.

이제 박지현은 더 이상 철없는 십대가 아니라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였다.

여기에 안티카페 내에서 토의 된 범죄 모의 중 현실로 실현된 게 있기에 범죄단체결성까지 적용.

“야, 넌 잘해도 10년이야.”

박지현이 카페장이기에 미성년자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 정도 형량이 나올 거다.

범죄단체결성죄, 아니 정확히 범죄단체조직죄는 그만큼 중한 범죄였다.

“아, 아니거든요! 전 잘해야 8호 처분이라고 했거든요! 검사님이 아무리 10년, 15년 해도 판결을 내리는 건 판사님이라고 했거든요!”

종혁은 입을 떡 벌렸다.

“푸핫! 그렇다는데요, 검사님?”

“……쯧. 치킨 사느라 생돈만 나갔데이.”

앞으로 최소 10년은 못 먹을 치킨.

미성년자에겐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 비록 악질이어도 치킨 맛을 보게 해 주려고 했건만 쓸데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멍청한 것.’

멍청해도 이렇게 멍청할 수 있을까.

차라리 간절히 무릎 꿇고 빌었다면 감형의 여지라도 있었을 텐데, 혹시나 마음이 흔들린 강철선이 감형된 형량을 구형했을지도 모르는데 이젠 그 기회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거기다 그녀는 첫 케이스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검거되고 있는 안티와 사생팬들의 처벌 수위를 판가름할 첫 번째 케이스.

또 거기다 중앙지검의 특수부가 작정하고 달려든 일이다. 언론이 주목하고 있으니 진심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이래서 무지는 죄라고 하는 건가.’

“그래, 계속 그렇게 믿고 있어라. 그럼 이 아저씨는 간다.”

“흥!”

콧방귀를 뀌는 박지현을 뒤로하며 접견실을 나선 종혁은 씁쓸히 웃으며 담배를 무는 강철선에게 불을 붙여 주었다.

“어떡하실래요?”

“어떡하긴 뭘 어떡하겠노. 원래대로 해야지.”

원래는 그녀가 미성년자이기에 10년만 구형하려고 했다. 최상민을 정말 죽이려 한 것도 아니고, 생활용품 몇 개 훔친 것뿐이니까.

물론 그조차도 악질이라 10년을 구형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니도 참 독하데이.”

오늘 면회를 가 보자고 조른 종혁. 결국 이런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피식 웃은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전 그저 기회를 준겁니다.”

자신의 죄를 반성을 할 수 있는 기회.

하지만 박지현은 그 기회를 멋지게 걷어찼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파멸뿐이었다.

“가시죠. 덥습니다.”

살짝 맥이 빠진 대답을 하던 강철선이 돌연 눈을 빛낸다.

“아, 돌아가믄서 팥빙수 어떻노? 생각해 보이까 올 여름엔 팥빙수 한번 못 먹어 본 것 같데이.”

“팥빙수 좋죠. 검사님이 사시는 거죠?”

“방금 돈 땄다 아이가! 셈도 못할 만큼 부자인 자슥이 개미 똥구멍만큼 버는 공무원한테 얻어먹고 싶드나!”

“우리 아버님이 어머님 몰래 차신 뒷주머니가 몇 개더라…….”

“팥은 곱빼기가 좋겄제?”

종혁과 강철선은 키득키득 웃으며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어느덧 9월. 여름이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었다.

*   *   *

“범행 수법이 너무 악질적임에도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바, 피고 박지현에게 징역 16년 형을 선고한다.”

“우와왁!”

“지현아-! 안 돼, 지현아!”

“부장님! 특보입니다, 특보!”

탕탕!

“조용히 하세요!”

너무도 이례적인 판결에 순간 난장판이 되는 법정.

파랗게 질린 박지현이 털썩 주저앉는다.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했어……. 아니라고 했단 말이야!”

이제야 현실을 깨닫고 무너지는 그녀.

‘차라리 상민 씨에게 반성문을 보내지 그랬냐.’

판사에게 반성문을 보내 봤자 먹히지 않게 된 게 언젠데 그런 헛된 방법을 쓴 걸까.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남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으면 자기 눈에선 피눈물을 흘릴 각오를 했어야지.”

남을 괴롭힌 대가로 그녀는 이제 청춘을 모두 잃게 되었다.

자업자득.

동정할 가치도 없는 일에 종혁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   *   *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이 나날이 격해지는 가운데…….

-다음 뉴스입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끄으으! 뜨하!”

기지개를 격하게 핀 종혁이 책상위로 무너지자 오택수와 최재수도 퍼진다. 드디어 업무 파악이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이 양반이 괜히 2주나 준 게 아니네.’

거의 사무실에 살다시피 하며 파악을 했는데도 2주의 유예 기간을 꽉 채웠다. 설렁설렁 했다면 70퍼센트도 채 파악하지 못했을 거다.

“이럴 거면 신고식 때 자료를 주던지……. 어우 뒷목아. 최재수, 문 열어. 복도 창문까지.”

“옙!”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다지만 어디 자연의 바람과 비교할까.

복도의 창문을 열자 훅하고 열기가 밀려왔지만 그게 에어컨 바람과 섞이니 제법 서늘하게 변하여 지친 몸과 정신을 어루만졌다.

종혁은 담배를 입에 물기만 한 채 꿍얼거렸다.

“햐, 이 동네도 지랄이네.”

뭔 놈의 범죄자가 이리 많은지.

심지어 이게 각 지방청 외사과에서 감당하지 못해 넘긴 사건들이다 보니 헛웃음만 나온다.

“시급해 보이는 사안들은 골랐어요?”

“뭐가 급하고, 급하지 않겠냐.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감도 안 온다.”

기본이 살인이고, 외국에서 중형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쳐 온 범죄자를 잡아 달라는 협조 요청이다.

모두 피해자들이 범인이 잡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사건들. 무엇 하나 급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일단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쳐 온 범죄자들부터 추려요. 돈이 없는 놈들로.”

“잡 인터내셔널?”

국내에서 여고생을 강간하고 살해한 외국인 노동자를 잡기 위해 만든 잡 인터내셔널. 지금은 국정원이 운영 중이다.

“오케이.”

맨몸으로 도망쳐 온 놈들이 뭘 하겠나.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을 테고, 그럼 현재 대한민국의 외국인 노동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잡 인터내셔널을 거치거나 레이더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야, 최재수. 인나, 인마. 인나.”

“네에.”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응? 과장님? 예, 과장님. 최종혁입니다.”

-그래, 우리 최 팀장. 아직 점심 안 먹었지?

눈을 빛낸 종혁은 잠시 핸드폰을 봤다.

‘이 양반도 귀신이네, 귀신이야.’

그동안 연락 한 번 안 한 백이도 과장이 어떻게 알았는지 이쪽의 업무 파악이 모두 끝나자마자 연락을 해 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건을 맡으라는 거다.

“짜장면 어떠십니까?”

-……짜장면만 먹을 거지?

“푸핫!”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과장님한테 일감 받고 올 테니까 방금 말한 사건들부터 정리하고 계세요.”

“진짜 이놈의 경찰은 인원을 늘려야 해. 야, 간부. 너 이런 거 건의 안 하냐?”

“다녀오세요!”

“오야.”

방금까지 물고 있던 담배를 다시 케이스 안에 수습한 종혁이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이었다.

지이잉!

다시금 울리는 핸드폰을 살핀 종혁은 나탈리아가 보낸 문자 내용에 잠시 굳었다가 입술을 비틀었다.

“하, 새끼들. 빨리빨리 좀 움직이지.”

2007년, 굉장히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 낸 바이칼호 보물선 인양 사기사건.

놈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했다.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과장님. 지금 러시아에서 수사기법에 관한 포럼을 연다고 연락이 왔는데, 제게 수사기법 강연을 맡기고 싶답니다. 어떻게 할까요?”

러시아로 향할 시간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