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05화 (405/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05화>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

    음악이 멈추자 다섯 남자들이 포즈를 취한다.

    “후욱! 훅!”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함성들.

    그들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땀에 자리에서 일어난 여성 팬들이 미쳐 버린다.

    “꺄아아아악!”

    “오빠-!”

    “SN5! SN5!”

    목이 터져라 외치는 팬들의 모습에 현재 최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SN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SN5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그와 동시에 무대 위가 어두워진다.

    그러자 포즈를 풀며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그들.

    “수고하셨습니다!”

    “좀 있다가 보자, 얘들아!”

    “아아아아악!”

    “오빠아-!”

    팬들의 함성을 뒤로한 채 무대를 내려온 그들을 반긴 건 사람들이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어두운 백스테이지와 그들 다음으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아이돌 가수였다.

    “수고하셨습니다!”

    SN5를 향해 허리를 구십도로 숙이는 JC엔터테인먼트 소속 5인조 보이그룹 라이징썬.

    데뷔곡부터 메가 히트를 치더니 현재는 그들 SN5의 아성을 위협하는 중이다.

    이 바닥에선 인기가 전부라지만 그보다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바로 이들의 성장 스토리다.

    지금까지도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휴먼 다큐 프로그램에서 데뷔 과정을 방영하며 시청자들을 홀리더니 그 인기를 등에 업고 데뷔한 라이징썬.

    그것도 모자라 JC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와 배우들이 미니홈피나 인터뷰에서 이들을 응원하면서 단숨에 국민들의 관심을 얻었고, 데뷔곡이 성공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그들과는 차원이 다른 온실 속의 화초들.

    그 때문에 SN5의 몇몇 멤버들의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

    SN5가 별말이 없자 허리를 펴지 못한 라이징썬의 얼굴이 굳어 가고, 백스테이지에 싸늘한 냉기가 몰아친다.

    “…….”

    “하하. 그래요. 라이징썬도 수고해요! 뭐해, 어서 가자. 가자고.”

    그룹의 리더인 최상민이 등을 떠밀자 그제야 못이긴 척 대기실로 향하는 그들 SN5.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데뷔 4년 차가 되다 보니 대기실로 향하는 중 인사를 하는 것보다 받는 게 많아졌다.

    그렇게 대기실에 도착하니 꾹 다물어졌던 멤버들의 입이 트인다.

    “난 쟤들 마음에 안 들어.”

    “시발. 저런 지원을 받으면 지나가는 개를 데려다 놔도 저쯤은 해.”

    불만이 가득한 몇몇 멤버들의 모습에 최상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애들아, 우리도 지원 엄청 받으면서 컸어.”

    JC의 아성에 가려져서 그렇지 SN도 굉장히 큰 회사다.

    90년대 아이돌 전성시대를 열며 대한민국 2대 기획사라 불렸던 DYP조차도 이젠 저 아래로 볼 수준으로 성장한 회사.

    그런 SN엔터테인먼트가 사활을 걸고 데뷔를 시킨 게 바로 자신들 SN5다.

    그런 지원이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고, 현재 이 위치에 설 수 있었다. 팬덤의 규모만 60만 명. SN5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아이돌 그룹이었다.

    그룹 이름은 아직까지도 마음에 안 들지만 말이다.

    “형은 대체 누구 편이야!”

    “우리도 이제 데뷔 4년 차야. 철 좀 들자. 그거 다 나중에 너희한테 돌아온다니까?”

    “아오! 그만 좀 해, 이 선비야!”

    “말하면 좀 들어, 이 자식들아!”

    “몰라!”

    최상민에게 한 소리를 들은 멤버들은 소파에 누우며 몸을 돌렸고, 최상민은 그런 멤버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저 자식들은 언제 철이 들런지…….”

    안 그래도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어 죽겠는데 멤버들마저 저렇게 반항을 하니 정말 미쳐 버릴 것 같다.

    “힘내, 리더 형.”

    고생한다며 등을 토닥이는 막내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는 듯 힘없이 웃은 최상민은 대기실 한구석에 구겨져 있는 매니저를 봤다.

    그들의 인기가 궤도에 오르다 못해 그냥 풀어놔도 알아서 잘할 수준이 되자 붙여 준 매니저. 중요 예능이나 인터뷰를 제외한 나머지 스케줄에는 이 매니저가 그들을 케어했다.

    SN5의 현재 위치를 생각하면 결코 이해되지 않는 인사.

    -믿는다, 상민아.

    데뷔 때부터 자신들을 담당해 온 실장의 말을 떠올린 최상민은 잠시 눈을 감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매니저 형, 우리 다음 스케줄이 뭐예요?”

    “예? 아, 예! 순위 발표가 끝나자마자 부산 해운대 축제 초대가수로 가셨다가…….”

    동해 쪽 라인을 쭉 훑고 올라와 새벽 2시에 숙소로 복귀하는 살인적인 스케줄. 이후 타 방송국의 음악방송을 출연을 위해 3시간만 자고 일어나야 한다.

    “뭐, 2시!? 우리 연차에 그게 말이 돼?!”

    데뷔 후 인지도를 얻기 위해 발악을 할 때나 소화했던 양의 스케줄.

    현재 자신들 정도의 위치라면 지상파 3사 음악방송까지 합하여 일주일에 열 개 정도면 충분하다. 아니, 일주일에 열 개도 솔직히 많은 수준이다.

    제아무리 여름 시즌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게 벌써 몇 달째인데!”

    여름 시즌인 6월 말부터 현재까지 하루에 최소 4개 이상씩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던 멤버들이 결국 폭발한다.

    “그래, 시발! 어차피 15년짜리 노예라는 거지?!”

    15년의 전속 계약.

    데뷔를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계약이다.

    “제, 제가 스케줄을 짠 게 아닌데요…….”

    “형, 이것만 딱 말해. 해운대에 라이징썬 새끼들도 오는 거지?”

    움찔!

    “씨발! 나 안 가!”

    “나도 안 가! 배 째! 차라리 죽여, 이 개새끼들아!”

    “아, 아니 그러지들 마시고…….”

    최상민은 안절부절못하는 매니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그도 이 살인적인 스케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현재 그를 지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일 정도로 버겁다.

    하지만 대리급도 되지 못한 매니저가 무슨 잘못이겠는가.

    ‘모두…….’

    윗사람들 잘못이다.

    JC엔터테인먼트가 라이징썬을 성공적으로 런칭한 이후 급격히 늘어나게 된 스케줄. 자신들로 하여금 라이징썬을 견제하겠다는 상부의 의도였다.

    라이징썬의 스케줄과 겹치는 스케줄이 많은 것을 보고도 이걸 눈치채지 못한다면 바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걸 우리가 해야 하냐고……. 우리 뒤에 데뷔한 애들도 있잖아요. 걔들이 라이징썬의 라이벌이어야 맞는 거잖아요.’

    재작년에 데뷔한 13인조 남자아이돌 그룹.

    데뷔 시기상 라이징썬의 라이벌이 되어야 하는 건 그들이어야 했다.

    ‘그런데 왜 이러는데요. 여태까지 많이 벌어다 줬잖아요. 우린 감정 없는 인형이, 상품이 아니라고요…….’

    자신들을 케어해도 모자랄 회사가 이득만 생각하니 그는 점차 지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어떻게 좀 해 보라는 듯 쳐다보는 매니저의 모습까지 그를 더 지치게 만든다.

    “상민 씨…….”

    울컥!

    ‘쟤들 달래는 건 당신이 할 일이잖아! 그러라고 있는 게 매니저잖아! 그런데 왜 다 나한테만 기대는 건데!’

    하지만 할 수 없는 말.

    여기서 자신이 폭발해 버리면, 저 철없는 멤버를 제어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쯤 회사에 있을 실장이 와도 불가능 한 일이었다.

    “……하아.”

    안절부절못하는 매니저에게 나가라고 손짓한 최상민은 뚱해 있는 멤버들을 바라보다 입술을 달싹이다가 관뒀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그래도 스케줄은 펑크 내지 않는 프로들이기에 부산으로 향할 차에 오를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젠 달래는 것도 귀찮을 만큼 모든 게 힘들었다.

    ‘이번 여름 시즌이 끝나면 좀 쉬어야겠어.’

    병원에 입원을 해서라도 말이다.

    딱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 이러다간 무대에서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의 몸과 정신은 한계에 몰려 있었다.

    다시 한숨을 내쉰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 먹다 남긴 녹차가 든 보온병을 들어 입에 가져갔다.

    그 순간이었다.

    “웁?!”

    콧속으로 훅 빨려 들어오는 비릿한 냄새.

    눈을 부릅뜬 그는 다급히 대기실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형,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같이 달려 나오는 막내의 손을 뿌리친 그는 복도를 달려 도착한 화장실의 세면대에 입에 머금고 있던 액체를 뱉어 냈다.

    “웩!”

    “헉헉! 형! 대체 무슨…… 힉?! 피, 피?”

    세면대를 붉게 물들인 피.

    경악한 최상민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뚝 하고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긴다.

    “혀, 형 괜찮아?”

    “……내 피 아냐.”

    “뭐, 설마? 형, 괜찮아? 입안 좀 봐 봐!”

    “내 피가 아니라고. 내 피가…… 내 피가…… 내 피가…….”

    “형? 형! 정신 차려, 형!”

    최상민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   *   *

    어두운 저녁, 서울의 어느 일식집.

    예약한 방으로 들어온 종혁은 이 한여름에도, 그것도 밀폐된 방 안에 있음에도 마스크와 모자, 심지어 목도리까지 둘러 중무장한 사내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뱉었다.

    심각할 정도로 방어적인 자세였다.

    “먼저 와 계셨군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 예예! 아, 안녕하세요?”

    “윤아에겐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후배들을 위해 주신다고요? 본청 외사국 외사수사과 6팀장 최종혁 경정입니다.”

    “저, 저도 윤아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최상민입니다.”

    “아이구, 이 대한민국에서 상민 씨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혹시 어디 최씨인지?”

    “경주 최씨요.”

    “오호? 혹시 파가?”

    “그, 글쎄요?”

    “하긴 그것까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죠. 저 같은 노땅이나 그런 걸 따지지…… 아, 맞아. 앉으시죠.”

    자리를 권하며 그의 반대편에 앉은 종혁은 은은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긴 회원제로만 운영되는 곳이라 목에 칼이 들어와도 고객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니 얼굴을 드러내셔도 됩니다.”

    “네? 아……!”

    마치 자신이 중무장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는 듯 반응하는 그의 모습에 종혁의 한숨을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입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어이구. 이거 실물이 백배 낫네요. 이래서 카메라는 믿을 게 못 되나 봅니다.”

    “네? 아하하. 감사합니다.”

    최상민의 얼굴이 약간 밝아지자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음식과 술을 시켰다.

    “아, 술 괜찮으시죠?”

    “네, 네.”

    “다행이네요.”

    자신이 도착하자마자 요리를 내와 달라고 말해 놨기에 술과 음식은 금방 나왔고, 종혁은 그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저…….”

    “이야기는 일단 먹고 하시죠. 배에 뭔가가 들어가야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까먹지 않을 수 있거든요.”

    현재 최상민은 급하다. 그러면서도 여태껏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없을 만큼 남을 믿지 못하는 상태.

    ‘남을 믿지 못하는 것인지, 아님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야기를 해 봤자 중구난방,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거다.

    그만큼 최상민은 궁지에 몰려 있었다. 그의 자세부터 시작해 신체가 보내오는 모든 신호가 그렇다고 말하고 있었다.

    “네…….”

    썩 이해되진 않는 말이었지만, 최상민은 숟가락을 들어 전복죽을 입에 가져갔다.

    고소한 참기름 향과 자연산 활전복의 탱글탱글함이 입 안을 어지럽히지만, 안타깝게도 최상민은 그걸 느끼지 못했다.

    마치 아무 맛도 안 나는 미음을 먹는 듯한 느낌.

    종혁의 말 때문에 억지로 몇 숟갈 뜨던 최상민은 곧 수저를 내려놓으며 술이 담긴 술잔을 응시했다.

    활동 중인데 술을 마셔도 될까. 형사 앞인데 마셔도 될까. 그런 갈등이 들었다.

    “짠 하시죠?”

    “예? 아, 네…….”

    종혁의 권유에 어쩔 수 없이 잔을 부딪친 최상민은 술을 살짝 머금었다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리한 다이어트와 스케줄로 인해 작년부터 뭘 먹어도 아무런 맛을 느낄 수 없던 입안에 화사한 벚꽃이 핀다.

    달콤하면서도 새콤하고, 또 씁쓸한 분홍빛의 맛.

    최상민은 자신도 모르게 술을 쭉 들이켰고, 이내 배 속에서 훅 치솟는 열기를 뱉어 냈다.

    “후아.”

    “오. 주도를 제대로 배우셨네. 아버님께 배우셨나 봐요?”

    어떻게 알았냐는 듯 살짝 놀라는 그의 모습에 종혁은 미소를 지었다.

    “자, 한 잔 더 받으시죠.”

    “아, 네. 감사합니다. 혀, 형사님도 받으세요.”

    “어이쿠. 감사합니다. 자, 다시 짠?”

    “짜, 짠.”

    챙!

    그렇게 한 잔, 두 잔 빈속에 술을 들이켜던 최상민의 볼이 터질 듯 달아오르고 몸의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그것도 모자라 술을 마신 후 자연스럽게 자극적인 맛의 안주를 찾는 그.

    그제야 때가 됐음을 알아차린 종혁은 슬그머니 운을 뗐다.

    “안티라고요?”

    움찔!

    이를 악문 최상민이 다시금 술을 들이켠다.

    “네, 아마도요.”

    그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 안티팬.

    대체 어떻게 음악방송의 대기실까지 들어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쓰는 보온병은 어떻게 알고 거기다 피를 담아 둔 것인지는 몰라도 안티팬의 소행임이 틀림없었다.

    “어쩌면 사생일 수도 있고요…….”

    이런 의심을 할 만큼 정신나간 사생들이 많다.

    ‘어이쿠.’

    “혹시 그 보온병은 가져오셨습니까?”

    “예. 혹시 몰라서…….”

    “잘하셨습니다.”

    최상민이 내민 보온병을 증거물 봉투에 담아 안 보이게 내려놓은 종혁은 다시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후우……. 예.”

    눈이 없는 사진이나 편지 속에 커터칼이 들어 있는 건 예사고, 빨간 물감으로 ‘죽어라’만 가득 써진 편지를 받은 적도 있다.

    이런 게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진다.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소속사에선 체크를 하지 않는 겁니까?”

    마치 그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듯 은은한 분노가 섞인 말투에 최상민은 울컥했다.

    “제 말이……!”

    순간 폭발했던 최상민은 아차하며 목소리 톤을 낮췄다.

    하지만 이미 분노가 서리기 시작한 그의 눈.

    ‘날 처음 보는 사람도 이렇게 화내 주는데, 왜 회사는……!’

    “제 말이 그겁니다. 그거라고요.”

    “왜죠?”

    “……후우. 얘들이 보낸 건 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거든요.”

    거기다 하루에 쏟아지는 팬레터와 선물의 숫자가 수 만 개다. 그 사이에서 안티가 보낸 악의를 모두 골라내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러라고 있는 게 소속사일 텐데요? JC와 JYK는 그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 정말요?”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지시한 게 바로 종혁 본인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에는 따로 그것만 확인하는 인력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종혁은 SN에도 대주주의 권한으로 이것을 요구했었다.

    “와. 와아아…….”

    “흐음. 그래요.”

    ‘회사 운영을 좆같이 하네?’

    순간 눈빛이 차가워졌던 종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흠. 상황이 이럼에도 신고는 왜 안 하신 겁니까?”

    최상민을 만나기 전 신고 내역이 있는 지 알아봤지만, 놀랍게도 SN이나 소속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신고된 내역은 단 하나도 없었다.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

    최상민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안티팬도…… 팬이니까요.”

    자신들을 까기 위해서 자신들의 음악을 듣고 자신들이 나오는 예능을 보고, 자신들이 나오는 잡지를 보는 구매자.

    그런 의미에서 사생도 팬이다. 그것도 SN5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구입하는.

    더욱이 현재는 일본에도 진출해 있는 상황이라 한 명의 팬이 소중하기에 그런 불미스런 일을 만들 수가 없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었다.

    종혁은 입을 떡 벌렸다.

    “그 범죄자들이 팬이라고요? 그건 누구 대가리에서 나온 말입니까?”

    안티팬이 어떻게 팬일까. 걔들은 사생팬들처럼 그냥 범죄자다.

    대가리란 말에 놀라고, 이런 종혁의 말에 한 번 더 놀란 최상민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흑!”

    “최상민 씨?”

    “아, 아.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눈물이 나서…….”

    “……아닙니다. 차라리 우세요. 여기서 나눈 이야기는 결코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을 테니까. 저도, 다른 사람도 듣지 못할 겁니다.”

    울어야 한다. 울어야 산다.

    현재 최상민의 상태에선 울음만큼 효과적인 치료는 없었다.

    “흑! 흐윽! 흐어어어엉!”

    종혁은 결국 대성통곡을 하는 최상민의 옆으로 다가가 등을 다독여 주었다.

    “훌쩍.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남자가 울 수도 있는 거죠. 이건 비밀이지만, 저도 가끔 울거든요.”

    “혀, 형사님도요?”

    “다른 사람에겐 비밀입니다.”

    “네에…….”

    종혁은 어색해하면서도 웃는 그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진짜로 웃네.’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그럼 이 사건 제게 맡기시는 걸로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네.”

    살고 싶다.

    이대론 죽을 것 같기에 뭐라도 하고 싶은 마지막 발악. 이젠 소속사가 말려도 자신부터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런 의지가 전해지는 최상민의 눈에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현 시각부로 최상민씨의 사건을 접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외사수사과의 업무를 파악하기도 바쁜 와중이지만, 자신이 외면하면 좋지 못할 선택을 할 만큼 궁지에 몰려 있는 피해자를,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이 아니라 툭 치면 깨져 버릴 피해자를 어찌 외면할까.

    ‘그러니 이 값은 톡톡히 치러야 할 거다.’

    현재로선 누군지 알 수 없는 이번 사건의 범인을 떠올린 종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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