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02화 (402/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02화>

    95. 단순하지 않은

    “다녀왔습…….”

    술김에 우렁차게 외치며 집에 들어선 종혁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어머니 고정숙의 얼굴을 보곤 냅다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습니다.”

    “벗어.”

    “옙.”

    종혁은 재빨리 상의를 벗었고, 그런 종혁의 상체를 훑어본 고정숙의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못 보던 흉터가 있네?”

    “아, 이게 아는 사람을 만나서 대련을 하다 보니……. 어, 엄마도 기억하지? 나 국정원 훈련 교관이었던 거?”

    고정숙의 눈이 가늘어진다.

    “뭘 잘못했는데?”

    “매일 연락을 드린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다 잘못했습니다.”

    “……쯧. 입어.”

    “흐흐. 사랑해요.”

    아직도 멍이 시퍼런 등짝을 들키지 않았기에 종혁은 인생에서 최고로 빨리 옷을 입었고, 고정숙은 그런 아들을 응시하다 몸을 일으켰다.

    “죽지만 마.”

    제 아비를 쏙 빼닮아 불의에 처한 사람을 보면 물불 가리지 못하는 아들.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는데 죽지 않을 거란 보장이 어디 있을까. 종혁이 경찰이 된 순간 그 정도는 이미 각오한 그녀다.

    하지만 각오했다고 한들 자식의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없었다.

    “……예. 앞으로 조심할게요.”

    “고생했어. 쉬어.”

    “아, 나 휴가 받았으니까 놀러 가요.”

    “이틀 뒤.”

    “옙!”

    손을 저은 그녀는 안방으로 들어갔고, 종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또 걱정시켰네.”

    ‘빌어먹을.’

    이번 생, 어머니를 위해 살겠다 다짐했는데 왜 이렇게 지켜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오빠.”

    “아, 깼어?”

    종혁은 자신의 품을 파고드는 순희를 끌어안았고, 그런 종혁에게 순철이 다가선다.

    “이리 주시라요.”

    “아니야. 괜찮아. 그리고 미안하다.”

    얼마 전 내로라하는 해킹 대회에서 우승을 했는데도 연속된 사건들 때문에 제대로 축하해 주지도 못했다.

    “아닙네다. 전화해 주셨잖습네까.”

    “그래도…….”

    “선물은 이미 충분히 받고 있으니 부담 갖지 마시라요.”

    “……그래. 고맙다.”

    “그리고 이것 좀 봐 주시겠습네까?”

    “음?”

    종혁은 순철이 내미는 한 장의 합격증을 보곤 술이 확 깨는 걸 느꼈다.

    “너 이거…….”

    순경 특채 합격증. 며칠 후 중앙경찰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합격증이었다.

    종혁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일단 희야부터 눕히고 이야기하자.”

    “부엌에 가 있겠습네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순희를 제방의 침대에 눕히곤 부엌으로 향했고, 순철은 맥주와 안주를 꺼내 놓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종혁은 캔맥주를 따 단숨에 들이켰다.

    “푸후. 설마 은혜를 갚겠다 뭐 그런 이유냐? 그런 거라면 지금이라도 물러.”

    솔직히 고맙다. 대견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경찰이 된다면 반대였다.

    “그딴 물렁한 이유로 될 만큼 경찰은 호락호락한 직업이 아니야.”

    사명감. 제 몸뚱이 부서져도 세상 모든 위험으로부터 피해자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각오가 없으면 경찰이 될 수 없다. 돼서도 안 된다.

    “철아…….”

    “처음엔 그런 이유였습네다.”

    종혁의 말을 자른 순철이 맥주를 들이켠다.

    처음엔 종혁의 말처럼 은혜를 갚고 싶어서였다.

    기껏 남한에 내려왔는데, 누나 순영이 위험을 무릅쓰고 남한에 보내 줬는데 허송세월을 보냈다.

    대체 뭘 하고 있나, 국정원에게 안 좋게 찍힐 걸 알면서도 자신과 동생 순희를 보호해 준 종혁을 볼 면목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 세진은행 사건이 터졌고, 정보를 얻지 못해 힘들어하는 종혁의 모습에 자신의 특기를 살리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팀을 만들어 해킹 대회를 준비했던 거다. 경찰이 되어 종혁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

    하지만 칼에 찔리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피해자를 구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종혁의 모습을 보자 점점 생각이 달라져 갔다.

    대체 저 사람은 왜 생판 모를 남을 위해 저렇게 애를 쓰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의 인민들처럼 없이 사는 사람들이.

    범죄를 당했음에도, 그래서 죽을 것 같음에도 피의자가 무서워 신고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발 누가 좀 구해 달라고 소리 없이 외치는 사람들이.

    종혁이 보는 세상을 보게 되자 순철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형은 이런 곳에서 살았구나. 그래서 우리를 구했구나…….”

    거기다 이번의 연속된 사건들에 순철은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종혁은 그런 순철의 말에 씁쓸히 웃었다.

    “그래. 너도 결국 봐 버렸구나. 그 세상을…….”

    종혁이 사는 세상은 마약이다.

    도저히 구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는 마약.

    애써 구해 냈을 때 지어 주는 그 미소는 진짜 마약보다 더 치명적이고, 끝내 구하지 못하면 오장육부가 모두 찢어질 듯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끊을 수가 없다.

    눈만 돌리면 또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손을 뻗어 버릴 수밖에 없기에.

    “후. 그래, 네 각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생각보다 더 괴로울 거다.”

    “형!”

    종혁은 밝게 웃는 순철의 머리를 헤집었다.

    “중경에서 절반만 해. 그럼 내가 어떻게든 픽업할 테니까.”

    “네? 괘, 괜찮겠습네까?”

    종혁의 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테지만, 자신의 특기는 종혁과 연관이 없다.

    된다고 해도 아마 사이버 범죄 수사대 혹은 디지털 포렌식과 등 컴퓨터 전문 부서로 가게 될 거다.

    “걱정 마. 청장님 멱살을 잡아서라도 네 자리는 마련해 놓을 테니까.”

    “아, 아니 그래도 되는 겁네까?”

    “어. 나 그 양반 썩 좋아하지 않거든. 자, 그럼 짠 하자. 아니 잠깐. 너 이거 엄마한테도 말했어?”

    “혀, 형한테 가장 먼저 보여 드리고 싶어서…….”

    “에라이. 엄마-!”

    “왜!”

    “나와 봐요! 철이가 할 말 있대!”

    “아, 아니……!”

    “또 뭐!”

    종혁은 시답지 않은 소리면 가만 안 두겠다는 듯 안방 문을 박차고 나오는 어머니 고정숙과 그런 그녀를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순철을 보며 실실 웃었다.

    ‘철이가 내 팀이 되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순철의 미래는 순철 본인이 직접 정해야 하기에 그동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순철이 큰 결단을 내려 줬으니 참 고마웠고,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될 것 같다.

    ‘모든 경찰이 꿈꾸는 이상향의 수사팀.’

    FBI의 시스템을 차용하다 못해 CIA와 SVR 등 종혁이 겪은 모든 수사기관 및 정보기관의 장점만 추린 이상향의 수사팀.

    축구의 프리롤 포지션처럼 독립이 아니되 독립적인 수사팀.

    놈들을 쳐 죽이기 위해선 이것부터가 선결 과제였다.

    ‘그러려면 제 대가리 깨져도 몸뚱이부터 들이밀 미친놈들이 몇 명 더 필요한데…….’

    일단 한 명은 있다.

    강현석. 회귀 전 리틀 최종혁이라 불린 놈이자, 지금은 정말 가족처럼 생각하는 놈.

    ‘흠. 박종명 청장과 할 이야기가 많겠네.’

    마침 거래를 할 소스도 있는 상황.

    종혁은 순철의 고백에 서운해하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당황하며 사과하는 순철의 모습에 다시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흘리며 맥주를 홀짝였다.

    *   *   *

    따앙!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작고 새하얀 골프공이 실내골프장의 어둠을 가로질러 그물에 부딪친다.

    짝짝짝!

    “굿샷.”

    삼십대 중반의 사내가 박수를 보내오지만, 정작 훌륭한 드라이브샷을 날린 사십대 중반 중년인의 표정은 썩 좋지 못하다.

    그런 그의 눈치를 본 삼십대 사내는 슬그머니 손을 내리며 낯빛을 가다듬었다.

    “아쉽게 됐습니다.”

    “이번에도 최종혁이라지?”

    “예. 협상단에 포함되어 있던 사원이 보고를 올리길 처음부터 끝까지 최종혁이었다고 합니다.”

    미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일 거라곤 그들 회사도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회사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의 디코이가 되어 줬어야 할 이번 피랍 프로젝트. 무려 협상금으로 300억 상당의 수익까지 올릴 수 있었던 중요 프로젝트였다.

    그게 종혁 때문에 어그러진 거다.

    “아프간 지사는?”

    “당분간은 운영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본래 파견 사원만 존재했지만 탈레반 정권이 물러나면서 정세가 안정이 되고 나라가 개발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정식으로 승격이 된 아프간 지사.

    그래 봤자 사원이라곤 고작 둘뿐이었지만 한 명은 이번 연합군의 구출 작전에서 폭사를 당했고, 남은 한 명인 지사장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 이상 지사를 유지하는 건 무리였다.

    “이번 일로 발생할 예상 수익은?”

    “현재로선 추정이 불가능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프간을 개발할 미국과 러시아.

    아프간에 매장되어 있는 지하 자원조차 다 파악이 안 된 상황이니 그 두 나라가 앞으로 얼마를 벌어들일지 예상조차 되지 않는다.

    “쯧!”

    ‘그게 내 몫이었어야 했는데!’

    협상금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탈레반의 거대 계파로 성장, 훗날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의 정권을 잡으면 지하 자원을 개발한다.

    그럼 본사는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생기는 것이고, 이게 이번 피랍 프로젝트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따앙!

    “굿샷.”

    “우리 제3기획실이 망신을 당했군. 제2기획실을 놀릴 게 아니었어.”

    제2기획실장이, 아니 다른 기획실장들이 이죽거릴 걸 생각하니 속에서 천불이 솟는다.

    “처리할까요?”

    “……놔둬.”

    종혁이건, 아프간 지사장이건 지금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지만 아직은 건드릴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따앙!

    골프공이 좌측으로 휘어지자 제3기획실의 실장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개 같은!”

    퍼억! 퍽퍽!

    바닥에 부딪쳐 망가지는 골프채.

    “후우. 후우-!”

    화풀이를 하고 나니 좀 진정이 된 건지 제3기획실장이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린다.

    망가진 골프채를 집어 던진 그는 맥주를 들이켜며 분노를 가라앉혔다.

    “이번 대선, 제1기획실에서 미는 후보가 누구랬지?”

    “친박노형계의 오동형과 영원한 대선 후보 김영창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무형은? 강력한 후보지 않아?”

    박노형의 실패한 정책 중 하나인 부동산을 물고 늘어지고 있고, 더 이상 진보가 정권을 잡는 건 안 된다고 판단한 보수 쪽이 총력을 다하여 밀고 있기에 꽤 지지를 얻고 있는 걸로 안다.

    “이번 일로 인해 그쪽에 더 무게를 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박무형은 몸에 묻은 먼지가 꽤 많고요.”

    “이번 정권이 한 번 더 해 먹을 거라고 판단한 건가…….”

    확실히 나쁜 판단은 아니다. 그만큼 박노형 대통령은 꽤 잘해 주었다.

    “현몽준이 대선에 나섰다면 몰빵을 했을 텐데…….”

    아무래도 오동형은 존재감이 약하다.

    김영창은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신 인물.

    아무래도 제1기획실이 삽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뭐, 아직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더욱이 저희 기획실이 신경 쓸 일도 아니고요.”

    “그렇긴 하지.”

    맞다. 정부와 끈을 만드는 건 자신들 제3기획실의 일이 아니었다.

    신경을 끄기로 한 제3기획실장은 우드 클럽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다른 프로젝트들 진행 사항 재점검하고, 조선족들 충동질하는 건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아, 그게…….”

    “똑바로 해. 걔들이 날뛰어 줘야 사회가 더 혼란스러워질 거 아니야.”

    그럴수록 자신들이 노출될 확률이 줄어든다.

    “부산 지부 상황 몰라? 그거 성공하면 우리 제3기획실 입장이 어떻게 되겠어? 제2기획실장이 우릴 가만 놔둘 것 같아?”

    휘익! 따아아앙!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소리가 실내골프장을 울렸다.

    *   *   *

    충청북도 충주의 중앙경찰학교 정문 앞.

    오늘 입교하는 예비 순경들을 배웅하기 위해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 있다.

    “우리 딸 파이팅!”

    “6년 고시원 생활도 버텼잖아! 무조건 버티는 거야!”

    “흑!”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울어요.”

    앞으로 몇 달간 떨어져 있어야 하기에 나눌 말이 참 많은 그들 사이에 종혁과 순철도 있다.

    “와, 씨 나 인정 못해. 절대 인정 못해. 아니, 이게 말이 돼요?!”

    “또 뭐가?”

    순철이 경찰이 된다는 소리에 함께 배웅을 나온 오택수와 최재수.

    “얘가 중교 졸업하면 나랑 같은 계급이라는 거잖아요! 이게 어떻게 말이 되냐고요! 내가 어떻게 구르며 단 계급인데!”

    경찰 생활을 경장으로 시작하는 사이버 특채.

    순철은 중교 졸업과 동시에 경장이 된다.

    “에라이!”

    “악! 왜 때려요! 아, 그래! 당신은 경감이라 이거지?!”

    “경감님이다, 새꺄!”

    “에휴, 저 화상들. 어떻게 내 밑에 있을 때랑 변함이 없냐.”

    마찬가지로 순철을 배웅하러 온 김종두는 둘의 한심한 모습에 고개를 젓다가 순철의 손을 잡았다.

    그런 그의 눈이 아련해진다.

    태국에서 그 작고 꾀죄죄하던 꼬맹이가 어느덧 이렇게 자라서 경찰이 된단다.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었다.

    “저 위에 계신 너희 누님도 참 대견스러워할 거다, 철아.”

    “과장님…….”

    “그래서 하는 말인데 교육 마치고 갈 곳은 생각해 뒀니? 아직 생각한 곳이 없다면…….”

    “제 겁니다, 과장님.”

    “아, 왜! 왜 좋은 건 너만 쓰려는 건데!”

    감동이 와장창 깨진 순철은 슬그머니 손을 뺐고, 종혁은 키득키득 웃으며 순철의 어깨를 두드렸다.

    “교육 기간은 금방 지나갈 거다. 그동안 많이 배우고, 엄마가 오지 못했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어머니 고정숙은 오늘 장사 때문에 오지 못했다. 불과 얼마 전에 2박 3일로 여행을 다녀오며 가게를 비웠기 때문이다.

    “아, 아닙네다!”

    고정숙과는 이번 여행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오늘 새벽에도 꼭 안아 주면서 다녀오라고 말해 주었다.

    자유를 얻고자 내려온 남한.

    정 붙일 곳 하나 없는 낯선 세상에서 고정숙은 어머니가 되어 주었다. 절대 서운하지 않았다.

    “아주마이껜 언제나 감사하고 있습네다.”

    “그럼 다행이고. 그럼 들어가 봐. 늦겠다.”

    고개를 끄덕인 순철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울지 않으려 애쓰는 순희와 시선을 마주쳤다.

    “이 오라비 없어도 울지 말고, 밥 먹으면 꼭 이 닦고…… 웁! 퉤퉤! 뭐하는 짓이네!”

    입속으로 들어온 순희의 손가락에 순철의 눈썹이 팔자를 그리자 순희는 코웃음을 쳤다.

    “오빠나 나 없다고 울지 마시라요. 저녁마다 내 방에 몰래 들어오는 거 모를 줄 알았시오? 어떻게 가족의 품이 맨날 그립습네까?”

    “이 애미나이래! 네가 잘 자는지 확인하러 가는 거 아니네!”

    “빨랑 꺼지기나 하시라요. 괜히 다른 사람 기다리게 하지 말고.”

    “이 썩어 빠질 에미나이…… 그래, 네가 말하지 않아도 가련다! 흥! 그럼 다녀오겠습네다!”

    거칠게 몸을 돌린 순철은 중앙경찰학교 안으로 씩씩한 걸음을 옮겼고, 그걸 빤히 바라보던 순희는 결국 닭똥 같은 눈물을 뚝 하고 흘리며 종혁의 품을 파고들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함께 목숨을 걸고 압록강을 건너고, 그 험하고 힘들었던 태국에서조차 떨어지지 않았던 든든한 오라비 순철을 몇 달 동안 못 볼 생각을 하니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이잉.”

    “괜찮아. 괜찮아.”

    영영 못 보는 게 아니다.

    종혁은 그렇게 순희를 위로하며 몸을 돌렸다.

    *   *   *

    “와, 이제 좀 이 사무실에 익숙해지려니까 떠나네요.”

    오늘도 그들 셋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사무실.

    “씨벌. 고작 한 달 파견이었는데 뭐 그리 다사다난했는지…….”

    인천공항에 계속 붙어 있었다면 말도 안 한다. 고작 두 나라를 다녀왔을 뿐인데 신고식 기간이 모두 끝나 버렸다.

    “야, 최 팀장.”

    “굿 안 합니다.”

    “……에라이. 에혀. 그래. 가자, 가.”

    지금쯤 목 빼고 기다리고 있을 함경필 국장을 생각하면 얼른 가야 했다.

    “짐은 다 챙겼죠?”

    다시 짐을 점검한 오택수와 최재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갑시다.”

    어제 인천공항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으니 이대로 떠나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어?”

    “최 팀장님!”

    조은별 팀장과 기동타격대 대장, 기동타격대의 박은정 대원 등 지난 한 달 동안 친해진 직원들이 케이크와 종이백을 내민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팀장님!”

    “잊지 못할 거예요!”

    “재수 씨! 우린 봐줬지만, 본청 가서 여자한테 껄떡 거리다간 정말 혼쭐날 거야!”

    “오택수 경감님! 술 좀 줄이세요!”

    “아, 아니…….”

    울컥 치미는 감동에 얼굴이 일그러지는 셋.

    “어머, 놀라셨어요?”

    “……조 팀장님. 예. 솔직히 엄청 감동 중입니다.”

    서로 부대낀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이벤트를 준비해 준 걸까.

    “후후. 그럼 성공이네요.”

    그들은 그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하며 이벤트 성공을 자축했다.

    “뭐하세요. 얼른 부세요.”

    “아, 예!”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는 냉큼 케이크의 촛불을 불었고, 조은별들은 그런 그들에게 종이백을 내밀었다.

    그들끼리 한 푼, 두 푼 모아 장만한 선물.

    “수갑…… 이네요?”

    “경찰에겐 수갑 선물이 최고라고 들었습니다. 그곳에서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충성.”

    “박은정 대원…….”

    “자자! 이 이상 가시는 분 발목 잡지 말고, 얼른 케이크나 먹고 빠이빠이 합시다! 어차피 영영 못 볼 것도 아니잖아요!”

    맞는 말이다.

    그들은 피식 웃으며 케이크를 자르기 위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치익!

    -상황 발생! 상황 발생! 주차장 방향으로 소매치기 도주 중!

    순간 굳었다가 서로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는 종혁들과 조은별들.

    “에라이, 이놈의 인생이 그럼 그렇지.”

    느긋이 뭘 먹을 시간이 없다.

    “뭐해요! 달려요!”

    “예!”

    “우, 우리도 달려!”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는 사무실을 박차고 뛰어나갔고, 그렇게 인천공항에서의 마지막 날이 저물어 갔다.

    이제 본격적인 외사국 생활 시작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