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00화>
지독한 침묵이, 그리고 숨이 막히는 긴장이 내려앉은 상황 본부.
모든 이들이 놈들의 마지막 아지트로 들어간 캡틴 브라보, 특임대의 무전을 기다리고 있다.
‘제발. 제발…….’
‘구해야 한다.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 남은 둘까지 구해 내지 못하면 좆된다…….’
19명을 구했어도 막판에 삑사리가 나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한국 정부 관계자들 전원 옷을 벗어야 한다.
‘하나님, 부처님,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좋은 소식이 전해지기를…….’
치익!
SVR 및 스페츠나츠의 사령관, CIA 및 미 특수부대 네이비 씰의 사령관, 아프가니스탄 정부 관계자, 국정원 중동 파트 차장, 특수전 사령관, 외교부 장관, 그 외 수백 명의 사람이 소리가 나는 무전기를 다급히 쳐다본다.
-여기는 캡틴 알파. 여기는 캡틴 알파.
“드, 듣고 있다. 캡틴 알파! 말하라!”
-현 시각부로 상황 종료. 다시 전파한다. 현 시각부로 개진상 구출 작전을 종료한다. 브라보, 찰리, 델타 등 아군 총 피해 경상 및 중상 열둘. 사망자 없음.
“인질은! 인질은 어떻게 됐어!”
갑자기 끼어든 외교부 장관이 무전기를 낚아챈다.
함성을 지르려던 모두의 얼굴을 구겨졌지만, 외교부 장관은 그걸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한 명이라도 다쳤으면 넌 내가 어떻게든 옷 벗긴다!’
언론에서 무리한 구출 작전이었다 뭐다 하면 자신의 목이 날아갈 판이니 그는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인질 전원 구출. 이상 통신 끝!
쿠우웅!
“우아아아아아!”
“씨발! 믿고 있었다고, 최 팀장-!”
“으아아아아악!”
상황 본부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고, 외교부 장관은 다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대통령니임-!”
한국에 이 기쁜 소식을 전해야 했다.
* * *
“종훈아! 정신 차려, 인마!”
“때, 때리지 마. 아파…….”
“다, 다리에 감각이 없습니다, 고 중사님.”
“너 그냥 스쳤어, 새꺄.”
작전을 무사히 끝마친 사람들로 가득한 동굴의 입구.
무전기를 내린 종혁은 서로 떨어져 앉은 교수와 김해수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에혀. 지금은 관두자.’
패도 지금은 패는 게 아니었다.
거기다 무슨 험한 꼴을 당한 건지 모포를 감싼 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며 주위를 경계하는 여대생 김해수.
어떻게든 말을 걸려 노력하는 교수에게서 멀어지려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무슨 꼴을 겪었는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투다다다다다!
“푸후우…….”
저 멀리서 들리는 헬기 소리에 한숨을 푹 내쉬며 돌아선 종혁은 그제야 담배를 물었다.
찰칵! 찰칵!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켜지지 않는 라이터.
그런 종혁의 코앞에 라이터가 내밀어진다.
화륵!
“그 잘나셨던 캡틴 알파도 긴장을 하셨나 봅니다? 어이구, 손에 땀 봐라.”
“아, 대장님.”
종혁은 아직까지도 고글과 마스크로 입을 가린 HID의 대장, 캡틴 브라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부상을 당한 분들은 좀 괜찮습니까?”
마지막 아지트 돌입 작전에 부상을 당한 인원이 총 여섯 명.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가거나 장애가 남을 정도의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다지만 멋대로 군 철없는 놈들 때문에 하마터면 흘리지 않아도 될 피가 흐를 뻔했다.
“뭐 침 바르면 나을 상처죠. 캡틴 알파, 아 최 팀장도 수고했습니다. 아니…….”
돌연 차렷을 한 캡틴 브라보가 거수경례를 한다.
“훌륭한 오더였습니다, 캡틴 알파. 당신과 작전을 수행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종혁이라고 했다. SVR과 스페츠나츠, CIA와 네이비 씰과 그린베레, 아프간 미 파견군을 불러온 사람이.
대한민국 정부도 하지 못한 일을 일개 경찰이, 그것도 이렇게 어린 경찰이 해낸 거다.
거기다 그 시기적절한 오더는 또 어떻던가.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인질들을 모두 구할 수 있었고,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가 제공하는 최신식 장비들과 든든한 지원 덕분에 자식 같은 대원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작전을 완수할 수 있었다.
충분히 경례를 받아 마땅한 인물이었다.
‘이 친구가 군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참으로 아쉬웠다.
이런 캡틴 브라보의 마음이 전해진 건지 표정이 진지해진 종혁도 차렷을 하며 경례를 받았다.
정말 구하기 싫은 놈들임에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 하나로 달려와 기꺼이 총구 앞에 서 준 영웅들.
이런 영웅들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을 순 없었다.
“휴가 나오시면 연락하십시오. 전우들에게 술 한잔 찐하게 사고 싶으니.”
“오! 저흰 무박 휴가인데 괜찮으십니까?”
휴가 기간이 며칠이든 무박 휴가. 잠도 자지 않고 술만 푼다는 소리다.
“체력 하면 저도 빠지지 않습니다. 각오 단단히 하고 오십시오.”
“푸흐흐!”
“그리고…….”
잠시 말을 줄인 종혁이 캡틴 브라보의 귓가로 얼굴을 가져간다.
“이번 소요가 진정되면 나라에서 보너스가 내려갈 겁니다. 강남은 무리라도 수도권에서 20평대 아파트 한 채 정돈 살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작전에 참가한 특수부대원들 전부.”
그동안 아프간에서 고생한 파견군들도 두둑한 상여금을 받을 거다.
흠칫!
“자세한 이야기는 윗분들의 어두운 거래에 관련된 쪽이라…….”
경악하며 종혁을 봤던 캡틴 브라보가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이 젊은 친구의 정체가 대체 뭔지.’
군인의 보너스가 그렇게 많다? 말도 안 된다.
분명 눈앞의 종혁이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 터였다.
“흐. 이거 대원들이 들으면 정말 좋아할 이야기군요. 제 마누라도요.”
“큭큭.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저 역시. 한국 가서 봅시다.”
“예. 한국에 가서.”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종혁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고, 캡틴 브라보는 킬킬 웃다 표정을 굳혔다.
“부대-! 차렷!”
갑작스런 그의 외침에 행동을 멈추고 캡틴 브라보를 보는 사람들. 캡틴 브라보는 다시 종혁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캡틴 알파를 향하여 경례!”
“충성-!”
“……충성.”
그렇게 개진상 구출 작전이 뒷정리까지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팀장님! 팀장니임-! 인질이 한 명 더 있어요-!”
“……뭐?”
종혁은 다급히 동굴 안에서 뛰쳐나오는 최재수와 웬 거지 몰골의 사람을 부축해 나오는 오택수를 봤다.
* * *
-살려 주세요! 잘못했어요!
아무리 애원하고 빌어도 멈추지 않던 악마들.
정말 자신이 구해진 게 맞는 것일까.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분명 사람들이 옆에서 호위하듯 함께 걷고 있지만, 김해수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방에서 돌아다니는 군인들.
싸늘한 쇳덩이 냄새와 비릿한 피 냄새.
모든 게 그녀의 일상과 동떨어진 것이었기에 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모두 이 안에 있습니다.”
움찔!
몸을 굳힌 김해수는 자신을 안내해 준 사람을 봤다가 이내 입술을 깨물며, 부디 꿈이 아니길 바라며 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그러자…….
“해수야!”
“해수 언니!”
해수는 벌떡 일어나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친구들의 모습에, 와락 껴안기며 느껴지는 뜨거운 온기에 마침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
구해졌구나.
‘나 정말로 구해졌구나.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구나…….’
엄마를, 아빠를, 동생을, 강아지 초코를 다시 만날 수 있다.
“흑! 흐어어어어어엉!”
김해수는 결국 참고 참았던, 뱉어 내 봤자 맞기만 해서 참아야 했던 울음을 모두 쏟아 냈고, 이미 한바탕 울어 눈가가 뚱뚱해진 대명대학교 달란트 대학생들도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그들은 울고 또 울었다. 울고 또 울며 서로를 위로했다.
교수가 들어올 때까지 말이다.
“현아야! 종석아!”
멈칫!
순간 울음을 멈춘 대학생들이 교수를 응시한다.
복잡하고도 미묘한 시선.
하지만 그걸 눈치채지 못한 건지 교수는 양손을 모으며 무릎을 꿇었다.
“오, 주님! 당신의…….”
“아니야.”
입을 다문 교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원망이 가득 담긴 눈빛들을 한 대학생들이 그런 그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계속 외쳤다.
살려 달라고. 저 간악한 이교도들을 물리치고, 이 어린양을 구해 달라고.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새벽. 눈을 뜬 모든 순간에 신을 찾고 찾았다.
그런데 신은 응해 주지 않았다.
대신 다른 곳에서 응해 주었다.
“아니에요. 우리를 구한 건 주님이 아니라 군인들이에요.”
“맞아요. 주님은 우리가 힘들 때…… 힘들 때…….”
울컥한 대학생들의 눈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교수는 그러한 제자들의 모습에, 불신자가 되어 버린 제자들의 모습에 분노가 솟구쳤다.
‘이 바보 같은 것들! 주님께서 그 군인들을 보냈다는 걸 왜 모르는 거냐!’
이렇게 멍청할 수 있을까.
그러나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다. 분노와 함께 살고자 하는 욕망도 솟구쳤기 때문이다.
‘이놈들이 허튼소리를 하면 난 끝이야!’
제자들을 인질로 만든 교수.
주님께 인도해야 할 어린양들을 이교도의 아가리에 처넣은 전도사.
대학과 사회와 종교계에서 매장을 당할 거다.
“아, 아하하. 그, 그래.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지! 모두 괜찮았니? 다친 곳은 없고?”
“…….”
“하하하. 그래. 마, 많이 힘든가 보구나. 일단 쉬고 있으렴. 나, 난 잠시 화장실 좀!”
대학생들의 눈빛을 이기지 못한 교수는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고, 그런 그를 노려보던 대학생들은 이내 서로의 손을 붙잡으며 온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로 향하는 군용기에 몸을 실었다.
“오고 있대?”
“지금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차가 안 보이는 거야! 가서 얼른 다시 물어봐! 비행기가 추락을 했을 수도 있고, 오는 길에 폭탄 테러에 휘말렸을 수도 있잖아!”
“예, 예!”
협상단이 머무는 호텔 입구, 외교부 장관의 재촉에 보좌관이 다급히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부우우우웅!
저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
고개를 돌린 외교부 장관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검은색 차량들을 보곤 눈을 빛낸다.
‘왔구나!’
“내 옷차림 어때. 괜찮아?”
“최고십니다, 장관님!”
고개를 끄덕인 외교부 장관은 자신의 앞에 차가 멈춰 서며 뒷문이 열리자 환하게 웃으며 양팔을 벌렸다.
“오오오! 정말 수고 많으셨…….”
덥썩!
“으응?”
“사, 살려 내! 우리 승광이 살려 내라고-!”
어떻게든 살고자 하는 교수의 간절한 외침이 거리를 울렸다.
* * *
한편 그로부터 몇 분 전.
협상단이 머무는 호텔로 향하는 차 안에 앉아 대학생들이 타고 있는 선두 차량들을 보며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입맛을 다시던 종혁이 옆자리에 앉은 완전무장한 군인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헬멧과 고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그.
“그래서 아는 척은 언제 할 건데요, 세브첸코 씨?”
움찔!
종혁의 러시아 어에 놀라 몸을 굳히는 군인.
그의 정체는 종혁과 인연이 깊은 스페츠나츠의 훈련 교관, 세브첸코였다.
“……으하하하핫! 최!”
결국 고글과 마스크를 벗은 세브첸코는 종혁을 와락 껴안았고, 그의 여전한 장난기에 피식 웃은 종혁은 그런 그를 뜨겁게 안았다.
교관직에서도 물러난 세브첸코가 이곳에 와 있는 이유가 뭐겠는가. 자신의 부름에 응해 준 거다.
“고마워요. 진심으로.”
“친구가 부른다면 지옥 끝이라도 가야지. 그딴 걸로 감사하는 거 아니야, 친구. 그래서 우리 스페츠나츠를 지휘해 본 소감은?”
“……최고였죠.”
그냥 최고였을까.
오더를 내리는 그대로 작전을 수행해 준 인간 병기들. 솔직히 팀원으로 데려가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그건 네이비 씰과 그린베레도 마찬가지였고요.”
갑작스런 종혁의 영어에 보조석에 앉아 있던, 방금 전 세브첸코처럼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던 장년의 백인 사내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는다.
“눈치까지 대단할 줄은 몰랐군요. 네이비 씰의 존 대위입니다. 우리 씰의 명예 훈련 교관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오늘의 만남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겁니다, 최.”
그렇게 말하는 존 대위의 눈이 뜨겁다.
종혁의 훈련법을 도입한 이후 네이비 씰을 비롯한 해육공군 특수부대원들의 작전 수행 능력이 무려 2배나 상승했는데, 그 훈련법을 창시한 인물이 눈앞에 있는데 어찌 진정할 수 있을까.
종혁은 애정으로 가득한 그의 눈에 입을 떡 벌렸다.
“며, 명예 훈련 교관이요?”
“어이, 미제 물개! 최는 우리 스페츠나츠의 훈련 교관이다! 어디서 그 더러운 물갈퀴를 들이미는 거야! 물개면 물개답게 주인에게나 꼬리를 흔들어!”
“하! 너희 스페츠에겐 너무 과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나, 작은 곰?”
“자, 작은 곰……? 야, 내려! 러시아 불곰의 발톱 맛을 확실하게 보여 주지!”
“하! 누가 겁낼 줄 알고?!”
러시아 남자들이 상남자라면, 미국 남자는 마초다.
태어나길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마초가 되기를 교육받고, 마초로 자라나며, 마초로서 죽는 미국 남자.
이대로 두면 정말 싸울 것임을 알아차린 종혁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입을 열었다.
“다들 그만. 우리 싸워도 술은 마시고 싸웁시다.”
움찔!
“술?”
“내 스케일 알죠, 셰브?”
이번 작전에 참가한 4국 연합군 전부가 마시다 죽어도 될 만큼의 술과 안주를 공수해 놨다.
그런 종혁의 말에 세브첸코와 존 대위의 눈이 번뜩인다.
“오, 빌어먹을. 오늘 먼저 간 아들을 만나러 가겠군.”
“그래서 싫어요?”
“그럴 리가. 술을 마다하면 러시아 남자가 아니지!”
종혁은 당신은 어쩌냐는 듯 존 대위를 응시했고, 존 대위는 흥분으로 떨리는 눈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네이비 씰은 술을 무한대로 마십니다, 최.”
“항공모함을 가득 채울 정도로 사 드리면 되나요?”
“오, 퍽킹 그레이트. 신이시여, 오늘 제가 당신의 아들을 영접했나이다.”
종혁은 리액션이 풍부한 두 남자들에 키득키득 웃었다.
“자, 그럼 그때까지 서로 입을 다무는 겁니다. 오케이?”
“Sir, Ye sir!”
“Да!”
드디어 진정됨에 한숨을 내쉰 종혁은 가까워지는 호텔을 보며 어깨에 힘을 풀었다.
드디어 안전 구역에 도착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제외하면 정말로 다 끝난 거다.
‘음. 그나저나 국장님 날 살려 두시려나 모르겠네.’
사고를 치지 말라고 경고를 받았음에도 사고를 거나하게 쳤다.
종혁은 갑자기 귀국이 꺼려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다른 문제도 종혁의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또 다른 인질이라…….’
놈들의 마지막 아지트에서 구한 사십대의 아프간 혼혈. 일단 현재까지 조사된 바에 의하면 그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번듯한 외국계 회사의 회사원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실종. 그의 증언에 따르면 새벽의 등불의 노예로 살았다고 했다.
‘그런데 붙잡혀 있던 다른 인질들하고는 너무…….’
물조차 제대로 마시지 못한 것인지 기아에 시달리고 탈수 증상을 보였던 인질들.
그러나 그 아프간 혼혈인은 작년부터 붙잡혀 있었다는 것치곤 몸이 멀쩡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명 술 냄새였어.’
종혁이 생각에 잠기는 사이 차는 호텔 앞에 도착했다.
툭!
“이봐, 최. 내리자고. 얼른 가야지.”
“하하. 예.”
그렇게 종혁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이었다.
“사, 살려 내! 우리 승광이 살려 내라고-!”
종혁의 귀를 매섭게 꿰뚫는 외침.
종혁은 외교부 장관의 멱살을 잡은 교수와 그런 그를 보며 놀라는 대학생들의 모습에 잠시 멍해졌다.
“……하, 씨발.”
얼굴에서 감정이 사라진 종혁은 교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당신들이 조금만 더 일찍 왔어도……! 협상에 얼른 임하기만 했어도……!”
개소리. 말도 안 되는 개소리다.
“야!”
결국 폭발한 종혁은 진심으로 그의 발목을 걷어차 버렸다.
뻐어어억! 쿵!
“으아아아아아악……!”
부러져 버린 발목을 붙잡고 데굴데굴 구르는 교수.
종혁은 그의 얼굴에 싸커킥을 먹였다.
“이, 이봐! 최 팀장!”
“최 팀장, 잠깐!”
주위에서 다급히 나섰지만, 무시한 종혁은 교수의 가슴에 발을 얹고 무게를 실었다.
“야. 죽지 않아도 됐을 젊은 청년들을 죽인 사람이 누군데 그딴 말을 지껄이는 거지?”
바로 눈앞의 교수다. 교수가 그 지랄만 안 했어도 이들은 아프간에 올 일이 없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새벽의 등불에 납치를 당하지 않았을 거다.
뿌드드드득!
“컥! 아악! 아아악! 너, 너 겨, 경찰이…….”
“너희 스물 한 마리의 개새끼들을 구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현재까지 투입한 자금이 총 1686억 7892만 6023원.”
이 대단한 사람들의 출장비와 체류비, 아프간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찔러 넣은 협조비.
그리고 결코 겉으로 드러나면 안 되는 국정원 중동 파트의 노출에 의한 중동 파트 재설립에 대한 비용과 마찬가지로 드러나면 안 되는 특수부대 동원에 든 비용 및 위험 수당까지.
그 수만 가지 항목을 모두 합했을 때 발생한 금액 약 1686억.
“여기에 미 특수부대와 파견군, 러 특수부대들을 데려오고 작전에 동원하면서 발생한 자금 572억 3200만 원 플러스. 또 여기에 아프간 정부군 및 경찰 동원에 든 비용 130억 플러스.”
한화로 총 2382억 1092만 6023원.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과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진 빚, 앞으로 언제 독촉할지 모르는 그 유무형적 채무까지 합하면 그 몇 배 이상. 여기에 하지 말라는 짓을 함으로써 유승광 씨와 김동철 씨를 살해되게 만들었으니 그에 대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방조죄 성립. 다들 인천공항 떠나기 전에 동의서 작성했지?”
[위의 사항으로 인해 대한민국에 피해를 줄 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피해에 관한 금전적인 보상과 피해에 관한 책임을 지며, 법적인 처벌을 받을 것에 대해 동의한다.]
종혁은 파랗게 질리는 교수와 대학생들을 보며 이를 드러냈다.
“내가 씨발 1원 한 장까지 어떻게든 받아 내고 만다. 그러니 2382억대 처맞기 전에 아가리 싸물어, 이 개새끼들아.”
교수와 대학생들은 종혁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