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98화>
빠앙! 빵빵!
교통체증이 심각한 카불의 어느 번화가.
한 음식점 안으로 아흐메트가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후무스 하나 주시오.”
“예!”
주문을 하며 자리에 앉는 아흐메트.
약 2분 뒤 4명의 사람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아흐메트 근처에 앉으며 주문을 한다.
그들을 힐끔 본 아흐메트는 금세 나온 병아리콩 스프인 후무스에 시선을 돌리곤 스푼을 든다.
후룩!
“……왠지 그리운 맛이군.”
병아리콩을 썩 좋아하지 않는 아흐메트.
그러나 타계한 아내와 파미르가 참 좋아했기에 억지로 먹어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 그러고 보니…….”
가게를 둘러본 아흐메트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여길 기억하고 있었니, 파미르?’
파미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외식을 한 곳.
그때 엄마가 만든 스프보다 맛있다고 외친 파미르는 결국 분노한 아내에게 등짝을 맞았었다.
“그래, 이 맛이었지. 이 맛이었어.”
얼굴이 일그러진 아흐메트의 스푼이 점점 빠르게 움직인다. 지금도 좋아하지 않는 후무스지만, 오늘은 왠지 잘 넘어갔다.
후룩! 후룩!
그리 많지 않은 양이라 금세 해치운 아흐메트.
조금 더 먹을까 하던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며 위장이 줄어서 그런지 이제는 스프 하나만 먹어도 배가 차 버렸다.
아흐메트가 스푼을 내려놓고 물로 입을 행구던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그래, 아들아.”
-백화점으로 가 주세요. 어딘지 아시겠죠?
“……그래.”
이 외식을 마친 후 갔던 백화점.
그곳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전통 모자인 파콜을 샀었다.
아흐메트는 계산을 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근처에 있던 4명도 의자에서 엉덩이를 뗀다.
그 순간 그들의 귀를 꿰뚫는 외침.
-멈춰! 움직이지 마!
지금 사람이 따라붙었다고 광고를 할 생각인가.
-당신들 가만히 있고, 2조가 따라붙습니다! 씨발! 뭉치지 말라고! 서로 간격 5미터 이상씩 유지해!
귀에 꽂아 놓은 이어폰에서 떨어지는 불호령에 그들은 조용히 엉덩이를 붙이며 먹던 음식을 마저 먹었다.
한편 음식점이 희미하게 보이는 어느 건물의 옥상 위.
망원경을 통해 인파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아흐메트를 주시하던 파미르의 눈이 떨린다.
‘아버지. 왜 이렇게 늙어 버리신 겁니까, 아버지.’
못 본 지 고작 4년이다.
그런데 아버지 아흐메트의 등이 너무 왜소해졌다.
흰머리는 또 왜 저렇게 늘었는지, 이젠 검은 머리를 찾을 수가 없음에 이를 악문 파미르는 아흐메트가 시야에서 사라지고도 약 5분 동안 자리를 지키다가 돌아섰다.
* * *
이후 파미르는 몇 번이나 약속 장소를 바꾸며 아흐메트를 수도 카불 외각의 아무도 없는, 이제 버려진 작은 동네로 안내했다.
-여기가 어딘지 기억하시나요?
아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엄마의 친가가 있던 곳이지.”
아흐메트가 막 의사 면허를 땄던 시절, 이곳에 의료 봉사를 나왔다가 아내이자 파미르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마치 운명이라는 듯 서로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한 둘.
아흐메트는 그 후 시간이 흘러 어린 파미르의 손을 잡고 동네를 구경시키며 주책없이 그 아름다웠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결국 여기구나.”
-외할아버지 집으로 가세요.
어느새 어둡다 못해 저녁 10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
아흐메트는 가로등 불빛조차 없는 깜깜한 거리를 기억에만 의지해 더듬더듬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아흐메트는 희미하게 불이 켜진 처가에 깜짝 놀라 걸음을 재촉했다가 작게 실망했다.
겨우 손바닥만 한 작은 앞마당에 세워져 있는 휴대용 손전등.
그런데…….
흠칫!
손전등 위에 놓인 반지을 발견하고 기겁한 아흐메트는 다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아내가 아들 파미르에게 남긴 유품. 훗날 부인을 얻으면 주라고 했던 그 반지였다.
아흐메트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진다.
“너, 너 설마…….”
-정말 많이 늙으셨네요.
“파미르! 근처에 있니? 근처에 있구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자! 이건 아니다, 아들아!”
-오늘 하루 즐거웠습니다, 아버지.
철렁!
“파, 파미르! 할 말이 있다, 파미르!”
-……뭔데요.
아흐메트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들은 지금 죽으려 하고 있다. 죽음을 각오했다.
‘결국 이러기 위해…….’
오늘 하루 추억을 더듬었나 보다.
아흐메트의 가슴에서 수없이 갈등이 일어났다.
그러다 그는…….
“……다치지 마렴. 사랑한다, 아들아.”
결국 이런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는 아흐메트.
돌이키기엔, 아들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하구나.’
아흐메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신의 은총이 아버지와 함께하기를.
“신의 은총이 너와 함께하길…….”
-그럼 안녕히.
달칵!
“커흐윽!”
결국 심장을 붙잡고 무너진 아흐메트.
아내의 유품이자, 이제 아들의 유품이 될 반지를 끌어안은 아흐메트는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수고하셨습니다, 아흐메트 씨.
아흐메트가 쓴 파콜 안에서 들리는 소리.
그 어떤 말로 아들을 버리기로 한 아비의 결단을 위로할 수 있을까. 애간장이 끊어지고, 뼈와 영혼이 깎여 나갈 그 아픔을.
종혁은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종혁의 마음이 전해진 건지 잠시 슬픔을 거둔 아흐메트가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이렇게 어두운데도 파미르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종혁은 하늘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저 위에서 다 지켜보고 있거든요.”
-최종 목적지에서 6시 방향. 거동자 확인!
-발신자 위치 반경 50미터 내에 거동자 한 명뿐!
-타킷 마킹 완료! 식별 코드 부여 완료! 추적 시작합니다!
구우우웅!
저 높은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고고도 정찰기.
그리고 그보다 더 높은 우주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지나가는 인공위성들.
이제 파미르가 도주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죽음뿐이었다.
‘허. 국가가 움직이니 이게 되네.’
파미르가 사용한 건 선불폰이었다.
외국에선 명의가 없이도 구매가 가능한 탓에 사용자 추적이 불가능한 선불폰.
범인을 쫓는 입장에선 정말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하지만 이렇게 정찰기와 위성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면, 사용자 추적은 딱히 필요하지도 않았다.
-모하메드 씨, 부디…….
“예. 살리려 노력은 하겠습니다. 그럼.”
전화를 끊은 종혁은 자신이 있는 승합차, 이동 본부를 보았다.
“파미르가 사용한 전화번호, 발수신자 내역 나왔습니까?”
“나왔습니다! 현재 위치주소 추적 중입니다!”
파미르가 쓴 게 제아무리 선불폰이라지만, 전화를 하기 위해선 기지국을 거쳐야 하고 그럼 기록이 모두 남게 된다. 심카드를 바꾸지 않는 이상 말이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아흐메트를 보호하라’는 지시를 내리곤 아프가니스탄 정보기관 요원이 앉은 운전석을 툭 쳤다.
“우리도 이만 출발하죠.”
“예!”
부르릉!
‘자, 이제 안내해라. 너희들이 있는 곳으로!’
인질들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 * *
부우웅!
달리는 승합차 안.
허전한 목을 쓰다듬는 파미르의 표정이 다부지다.
모든 번민을 내려놨으니 이제 남은 건 오직 임무를 완수하는 것뿐.
그는 차를 몰아 수도 카불 근처의 마디안 샤 외곽, 어느 주택 앞에 차를 정차했다.
빵! 빵빵! 빠아앙!
약속된 신호가 울리자 열리는 주택의 문.
차에서 내린 파미르가 문을 열고 걸어 나오며 주위를 경계하는 동료를 끌어안는다.
“마수드.”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파미르? 설마…….”
지도자가 드디어 결단을 내린 것일까.
“어떻게 하시겠대? 성전을 펼치시겠대?!”
그게 어떤 것이든 들을 준비가 된 사내는 결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파미르는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언질조차 안 하셨단 말인가.’
아무리 정신없다지만 지도자답지 않은 실수였다.
“후. 지도자님께서 인질들을 모아 오라고 하셨다.”
“인질들을?”
순간 상황을 파악한 사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지금 자신들의 지도자는 최후의 성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우리는?”
“후일을 부탁한다, 형제여.”
“빌어먹을! 그게 무슨 말이야! 왜!”
“혹여 우리가 잘못되거든 우리의 뜻을 이어 가다오.”
“너! 이……!”
“시간이 없다, 형제. 최대한 빨리 본단으로 가야 한다.”
“빠드득! 들어와!”
안으로 안내된 파미르는 지하에 감금된 인질들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윽!”
“아악!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불빛이 비춰지자 다급히 구석으로 몸을 숨기며 벌벌 떠는 인질들, 아니 돼지들.
제아무리 이교라지만 신의 뜻을 펼치고자 이 땅을 침범했음에도 기개를 보이긴커녕 사람의 손길에 비명을 지르는 비루한 개새끼나 다름없는 모습에 토악질이 솟는다.
“걸을 수는 있으니까 걱정 마.”
“……끌고 나와. 같이 갈 사람 한 명만 뽑고.”
파미르는 다수의 인질들을 제어할 사람을 원했지만, 사내는 최후의 성전을 펼칠 신전을 구축할, 지도자님이 있는 본단으로 함께 갈 사람이라고 받아들였다.
“내, 내가 갈게! 내가!”
“……괜찮겠나, 형제?”
“난 언제든 신의 곁으로 갈 준비가 되어 있어, 파미르.”
의지로 굳건한 사내의 눈을 잠시 동안 응시하던 파미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함께 가자, 형제여.”
“나도! 우리도 데려가!”
“미안하다, 형제들이여.”
“빌어먹을!”
그들은 그렇게 영원한 이별이 될지도 모를 이별을, 언젠가 신의 세상에서 다시 만날 준비했다.
한편 그런 주택이 멀리 보이는 어느 건물의 옥상 위.
-타격 준비 완료. 명령을!
귓가를 때리는 외침에 종혁의 눈이 가늘어진다.
놈이 주택 안으로 들어간 지 5분.
명령만 내린다면, 2분 안에 수백 명의 대테러부대가 저 주택을 급습해 놈들을 사살하고, 인질들을 구출해 낼 거다.
하지만…….
‘정말 저기가 놈들의 본부일까? 저곳에 인질들이 있을까?’
본부로 쓰기엔 좀 초라한 장소.
사람의 통행이 잘 오가지 않을 외진 곳이라 아지트로 쓰기엔 충분해 보이지만, 왜인지 선뜻 입이 열리지 않는다.
‘뭐냐. 대체 뭐가 걸리는 거냐.’
-최!
-치익! 이봐, 최 팀장! 뭐하는 거야!
외교부 장관이 무전에 끼어들었지만, 종혁은 입을 열지 않은 채 다시 망원경을 들어 주택과 그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뭔가를 발견하곤 눈을 부릅떴다.
‘어?’
종혁은 다급히 무전기를 잡았다.
“누구든 좋으니까 파미르가 타고 온 차에 지금 시동이 꺼져 있는지, 대문이 열려 있는지 확인해요!”
-여기는 찰리 3팀! 현재 시동이 켜져 있다!
‘미친!’
차에 시동이 켜져 있다는 게 무슨 뜻이겠는가.
온몸의 솜털이 곤두선 종혁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중지! 타격 중지! 물러나!”
-뭐하는 거야, 최 팀장!
특수전 사령관과 외교부 장관이 외치자 종혁은 얼굴을 구겼다.
“시동이 켜져 있단 게 무슨 소리겠습니까! 다시 나온다는 뜻이잖아! 그리고 씨발! 협상단 무전 끼어들지 마!”
-너, 너!
“작전 터지면 모두 당신들 책임입니다. 그럴 각오가 됐으면 계속 끼어들고.”
-…….
“지금부터 협상단 채널 아웃. 현 시간부로 작전 개입에 대한 모든 권한을 박탈합니다. 한국군, 씨발 너희 좆대로 움직였다가는 내가 어떻게든 니들 조진다.”
-이, 이 어린놈이!
“댁들은 그냥 아가리 닫고 지켜나 보세요. 씨발.”
-이, 이 개새끼가-!
치익!
-여기는 브라보 1팀. 포인트에서 변동 사항 발생! 놈들이 다시 나오고 있다! 자세한 관측은 불가능!
-찰리 2팀! 이, 인질로 추정된다! 다시 말한다. 놈들이 인질로 보이는 이들을 끌고 나오고 있다!
-브라보 3팀! 오정혜 확인! 오정혜 확인! 달란트가 맞다!
‘그렇지!’
역시 다시 나올 줄 알았다.
그 순간 종혁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왜 갑자기 인질들을 데리고 나오는 걸까.
‘이 상황에서 답은 하나지! 인질을 한 장소로 모으는 거다!’
여차하면 다 함께 폭사할 준비를 하는 거다.
아니면 그렇게 겁을 주려고 모으는 거다.
제발 미국과 러시아를 말려 달라고.
“지금 주택에 몇 명이나 있습니까!”
-포인트 내 여덟 명 감지!
열화상 카메라로 감지가 된 거다.
“브라보 2팀, 찰리 4팀과 5팀. 현 포인트에서 대기! 언제든 타격할 준비하고, 나머지는 이동 준비!”
대한민국 특수부대에 부여된 콜 사인 브라보와 러시아 특수부대에게 부여된 콜 사인 찰리.
“놈들이 지금 인질을 한 장소로 모으고 있으니 신속이 움직여 주십시오.”
-라져!
무전기를 내려놓은 종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흐메트 씨가 정말 큰일을 해 줬군.’
“후. 우리도 가죠.”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 * *
부우웅!
-타깃 출발.
“델타 5팀, 6팀. 현 포인트에서 대기. 언제든 타격 준비합니다. 나머지는 이동.”
무전기를 내리며 차에 오른 종혁은 다시 어두워진 하늘을 봤다.
꼬박 하루가 걸렸다.
파미르가 하루를 동안 총 다섯 곳의 아지트를 돌아 인질들을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럼 이제 남은 곳은 한 곳뿐이군.”
가즈니주 카라바그시 근처의 산. 혹여 인질에 피해가 갈까 봐 쫓아가지 못한 그 산.
마침 파미르들도 그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마 그곳이 놈들의 최종 목적지일 터.
종혁은 무전기 들었다.
“여기는 캡틴 알파. 델타 캡틴. 응답 바람.”
-델타 캡틴이다. 무슨 일인가.
“마지막 포인트 확인됐습니까?”
-해발 150 근방에서 현재도 사람 둘 육안으로 확인. 근처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는 것도 확인. 명령을 바란다.
이번 구출 작전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훑은 게 바로 카라바그 근처의 산이다.
정찰기에 특수부대, CIA까지 동원되어 하루 종일 훑은 결과 결국 놈들이 숨은 곳을 알아낼 수 있었다.
“브라보. 타깃들 차량에서 네비게이션 확인했다고 했습니까?”
-차량 세 대 전부 네비게이션 확인.
“수신.”
잠시 무전기를 내려놓은 종혁은 생각에 잠겼고, 이동 본부에 탄 사람들은 그런 종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현재까지 새벽의 등불에 의해 살해된 인원 2명. 파미르들이 이동시키는 인질 숫자가 19명. 아직 파악되지 않은 인질 숫자가 2명.’
교수와 김해수라는 여대생이다.
그리고 다섯 곳의 아지트에서 확인된 새벽의 등불 조직원 숫자가 총 51명.
‘파미르를 따라붙은 게 6명.’
이미 국정원이 파악한 놈들의 조직원 숫자는 넘어섰다.
하지만 그래도 두 배는 넘지 않을 터. 만약 조직원 숫자가 백 명이 넘었다면 어떻게든 정보기관에 걸렸을 것이다.
“그럼 남은 숫자가 30명 안쪽이라는 소린데…….”
택시기사 샤리프처럼 정보를 물어다 주고 돈을 가져다 바치는 말단 조직원을 제외하면 마지막 아지트에 남아 있는 숫자는 훨씬 더 적을 거다.
‘이걸 지금 따? 말아?’
-캡틴 알파. 타깃이 알파 포인트에서 우회전했다.
알파 포인트. 달란트가 새벽의 등불에 납치를 당한 지점이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종혁은 눈을 매섭게 빛냈다.
‘어쩔 수 없군.’
이 결정으로 인해 아마 많은 피가 흐를 것이다.
하지만 놈들이 저 많은 인질들을 확보하게 둘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흘려야 하는 피, 이게 피를 최소한으로 흘리는 길이다.
“타깃이 브라보 포인트 통과까지 앞으로 7분!”
놈들이 인질을 나눠 흩어진 휴게소, 브라보 포인트.
모든 이가 종혁의 입을 응시했다.
꿀꺽!
어디선가 들리는 침 넘기는 소리.
종혁은 이를 악물며 무전기를 들었다.
“캡틴 알파가 전파한다! 폭스트롯 팀! 120초 후 브라보 포인트 차단! 델타, 에코 등 다섯 포인트에 대기하고 있는 전 병력 스탠바이! 420초 후 타격 돌입! 건십 브라보 포인트 지원 바람!”
쿠웅!
“현 시간부로 개진상 구출 작전을 시작합니다!”
-라져!
한국과 러시아, 미국, 아프가니스탄 총 4개의 국가가 21명의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