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97화 (397/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97화>

    -속보입니다!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아나운서의 외침에 오늘도 의료 진료를 받으러 나온 빈민가 사람들의 귀가 쫑긋 솟는다.

    -새벽의 등불로 추정되는 테러단체의 폭탄 테러에 의해 피해를 입은 미국인 사업가가 해리 모하메드로 밝혀졌습니다! 우리 아프간에서 청금석을 매입해 미국에 판매하는 해리 모하메드는 현재…….

    “뭐?”

    “지,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모하메드? 우리의 모하메드?”

    어제부터 빈민가에 무제한의 잔치를 열어 주고, 의사들을 데려와 준 빈민가의 성자, 모하메드

    그가 폭탄 테러에 휘말렸단 소식에 공터에 모인 빈민가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건 아흐메트도 마찬가지였다.

    툭!

    “교, 교수님. 지, 지금…….”

    “……잠깐 좀 쉬지.”

    그 말을 남기고 일어선 아흐메트는 종혁이 의료 봉사자들을 위해 따로 준비해 준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털썩!

    “아, 아들아.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니…….”

    그동안 정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반인들을 총으로 쏴 죽이고, 폭탄으로 터트려 죽인 아들.

    그것조차도 용납하지 못할 일이었는데, 자신의 아들은 이 나라 이 사회 가장 밑바닥에 사는 저 빈민들에게 겨우 드리워졌던 희망마저 거둬가 버렸다.

    “왜…… 대체 왜……!”

    아들이 저지른 참상을, 아들의 죄를 어떻게든 갚고자 아들이 테러를 벌인 곳을 전전할 때마다 외쳤던 물음이건만 오늘은 특별히 더 아프게 다가온다.

    가슴을 붙잡은 채 무너진 아흐메트는 오열하고 또 오열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땅을 짚으며 일어서는 아흐메트의 눈이 결연해진다.

    “그래. 너를 세상에 데려오고 잘못 키운 죄인으로서 신의 곁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내가 해야 될 일이겠지.”

    더 이상 파미르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다.

    그저 한 마리의 괴물일 뿐.

    그걸 이제야 인정하게 된 아흐메트는 이를 악물며 천막을 박차고 나갔다.

    “교, 교수님!”

    “잠시 나갔다 오지.”

    아흐메트는 종혁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새벽의 등불의 최고 간부인 파미르, 파미르 빈 아흐메트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잠시 아흐메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종혁은 이내 입을 떡 벌렸다.

    *   *   *

    “미친!”

    반박을 했지만 들어 먹지 않는다.

    이유는 고작 하나다. 미국인과 러시아인을 다치게 한 폭탄이 자신들 새벽의 등불이 지난 테러에서 쓴 폭탄과 동일하다는 것.

    거기다…….

    -수도 카불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는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일은 우리 전사들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탈레반을 자칭하는 새벽의 등불은 조속히 인질들을 석방하고, 자수하길 권한다.

    “아…….”

    탈레반이 자신들을 버렸다.

    같은 뜻을 위해, 신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목숨 바쳐 성전을 펼치는 파키스탄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남부 탈레반 모두 자신들을 외면했다.

    띠리링! 띠리링!

    -형제들, 우리가 도와주겠다. 지금 어디에 있나?

    새벽의 등불 간부는 그동안 친하게 지낸 다른 탈레반 조직의 조직원이 자신들의 현재 위치를 물어 오자 다급히 전화를 끊었고, 그들의 아지트는 패닉에 휩싸였다.

    “이,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물어볼 것도 없는 질문.

    이제 자신들에게 남은 건 두 가지뿐이다. 이대로 장렬히 산화해 알라의 곁으로 가든가, 아니면 후일을 기약하든가.

    그런데 문제는 후일을 기약하려고 해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다급히 최고 간부 아니 새벽의 등불의 이인자인 파미르를 찾았고, 이를 악문 그는 몸을 일으켜 지도자에게로 향했다.

    ‘제기랄. 차라리 그놈을 죽였어야 됐나?’

    빈민가를 얼쩡거렸던 해리 모하메드.

    이상함을 느꼈을 때 그냥 제거했어야 했다.

    “쯧.”

    쿵쿵!

    “들어가겠습니다.”

    “빌어먹을!”

    ‘응?’

    문을 열고 들어가던 파미르는 이상하면서도 묘하게 낯익은 방언에 의아해했다가 이내 낯빛을 굳혔다.

    “지도자님.”

    흠칫!

    파미르가 들어온 걸 몰랐다는 듯 화들짝 놀란 지도자.

    “큼. 무슨 일이지?”

    “형제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진정을 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신자가 나올 터.

    “저희는 지도자님께서 어떤 결정을 내리시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지도자님.”

    그것이 신의 곁으로 향하는 결정이든, 이대로 항복해 후일을 기약하는 일이든.

    후자를 선택한다면 비록 형제들이 뿔뿔이 흩어지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생존해 언젠가 다시 모여 신의 뜻을 따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파미르의 말에 가면 속 지도자의 눈이 빛을 발한다.

    “흔들리지 않는군, 파미르.”

    “이 역시 신께서 내리신 시련일 것이기에.”

    더 위대한 전사가 되기 위한 신의 시련.

    “……든든하군.”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방법은 하나가 더 있지.”

    파미르는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낯빛을 굳혔다.

    “한국 정부에 중재를 요청하시려는 겁니까?”

    “아니. 강요지.”

    중재를 하지 않으면 인질을 모두 죽이겠다는 강요.

    파미르의 눈이 당황으로 흔들린다.

    “그들이 듣겠습니까? 차라리 인질들과 함께 후일을 기약하시죠.”

    인질들이 자신들의 손에 있는 한 한국 정부는 언제까지고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들이 보인 반응이 그 증거다.

    이대로 인질들을 내놓는 순간 감옥에 갇혀 있는 탈레반 형제들을 구할 수도 없거니와 이번 인질극의 최종 목표인 돈을 얻어 내지 못한다면 새벽의 등불 형제들, 안 입고 안 먹고 자금을 보내 주는 다른 형제들의 삶이 고달파진다.

    그동안 고생해 준 그들에게 작게나마 보상을 해 주기 위해 이번 납치를 꾀한 게 아니었던가.

    이런 파미르의 말에 지도자의 눈빛이 서늘해진다.

    “지금 내 결정에 토를 다는 건가?”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한국인은 또 납치하면 돼. 지금은 우리가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다.”

    “그런 뜻이라면…….”

    억지로나마 수긍을 하려는 파미르의 모습에 지도자의 눈빛이 한층 더 서늘해진다.

    ‘머리가 많이 굵어졌군.’

    얼마나 굵어졌는지 주인에게 이를 드러낸다.

    ‘능력이 있기에 대우해 준 게 잘못이었나.’

    “파미르.”

    “예, 지도자님.”

    “네가 직접 움직여 인질들을 데려와라. 여차하면 이곳에서 성전을 펼칠 것이다.”

    “……예!”

    고개를 숙인 파미르는 돌아섰고, 지도자는 그런 파미르를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이번 일이 무사히 끝나면 은퇴시켜야겠어. 무함드, 맡겨도 되겠지?”

    펄럭!

    지도자가 머무는 방 안쪽에 쳐진 천을 걷으며 걸어 나온 통역사 무함드는 입술을 비틀었다.

    “걱정 마시죠, 지도자님. 그럼 이 일이 끝나면 어떻게 하실 요량입니까?”

    “글쎄…….”

    지도자가 가면을 벗으며 담배를 문다.

    묘하게 이국적인 지도자의 얼굴. 마치 중동인과 동양인의 혼혈 같다.

    “아직 지령이 오지 않았지만 아마 한국으로 가지 않을까?”

    “저도 데려가시는 겁니까?”

    “회사에서 허락한다면.”

    무함드는 꼭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눈을 강렬히 빛냈고, 지도자는 담배 연기를 뿜었다.

    그들이 있는 공간에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편 아지트를 빠져나온 파미르는 주먹을 쥐었다.

    지도자는 분명 성전이라고 했다.

    ‘그럼 죽을 수도 있겠지. 죽음이라…….’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다.

    지금 죽는다 하여도 모두 위대한 신의 뜻을 행하다 죽는 것이니 신의 곁으로 갈 것이기에 무섭지 않다.

    다만 여태껏 단 한 번도 직접적으로 겪어 보지 못한 미지에 작은 망설임이 생길 뿐.

    “아히르.”

    “왜, 파미르?”

    며칠 전 파미르와 함께 한국인들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함께 갔던 사내.

    “신전을 구축할 준비를 해.”

    이교의 군홧발이 이곳을 침범할 때 다 날려 버릴 준비.

    “지도자님께서도 허락하셨다.”

    “오! 드디어! 그럼 넌?”

    “인질들을 모아 오라더군. 다녀올 때까지 준비를 맞춰 놔.”

    “큭큭. 다녀오는 길에 가족이나 보고 와, 파미르. 오늘이 지나면 신의 세상에서나 보게 될 테니까!”

    흠칫!

    “헛소리.”

    혀를 찬 파미르는 차에 올랐고, 아히르는 그런 파미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부우웅!

    ‘가족. 아버지…….’

    신의 뜻을 펼치다 숭고한 희생을 당한 일반인들을 위해, 파미르 자신이 벌인 성전의 피해자를 위해 가진 직위를 내려놓고 희생과 봉사의 길을 걷는 아버지.

    비록 수단이 달라 서로 갈라섰을 뿐 아버지 역시도 파미르 자신처럼 신의 뜻을 펼치기 위한 전사였다.

    아니, 성자라고 봐야 했다.

    “아버지라…….”

    오늘 만나지 않으면 영원히 볼 수 없을 거라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기운다.

    직접 만나는 건 거의 4년만.

    “먼발치에서 보고 와야겠군.”

    그 전에 아버지 아흐메트와 연락부터 닿아야 한다.

    그는 수도 카불에 있는 모처로 향했다.

    *   *   *

    철렁!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파미르의 낯빛이 하얗게 질린다.

    “아, 암?”

    파미르는 눈을 비비며 다시 메일의 내용을 확인했다.

    폭탄 테러로 위장해 아버지를 벗어났을 때 미처 깜빡하고 탈퇴하지 않은 메일.

    그러다 3년 전쯤, 처음 신의 위엄을 보였던 날 사방에서 들리는 비명과 울음소리에 울적해져 자신도 모르게 접속했을 때 그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하루에 한 통씩, 아버지가 일기를 쓰듯 자신에게 메일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접속으로 인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게 된 아버지는 하루에 두 통씩, 세 통씩 메일을 보냈다.

    어쩔 땐 일상의 이야기를.

    어쩔 땐 질책을.

    어쩔 땐 자수 권유를.

    그럴 때마다 여전히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아버지가 끔찍이도 싫으면서도 메일을 계속 살피게 되는 건 아마 신이 맺어 준 부자의 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암이란다.

    폐암 말기. 이제 살날이 고작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단다.

    “아니, 대체 왜…….”

    신은 왜 아버지 같은 성자를 데려가려는 것인가.

    이제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고 데려가시려는 건가.

    오늘 이런저런 일들과 아히르의 말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 파미르가 얼굴을 쓸어내린다.

    “……빌어먹을.”

    파미르는 결국 핸드폰을 꺼내 아흐메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뚜르르! 뚜르르! 달칵!

    -여보세요?

    “…….”

    -……파미르냐? 맞지? 파미르 맞지? 오, 신이시여!

    ‘흡!’

    파미르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왜인지, 정말 왜인지 울컥 차오르는 눈물.

    주먹을 꽉 쥔 파미르는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암이라면서요?”

    -……신께서 날 부르시는 거지. 그러니 신의 곁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한 번 볼 수 있겠니?

    언제부터 이렇게 부탁이란 걸 하게 된 걸까.

    예전엔 부탁보다 명령이 익숙했던 아버지.

    결국 신의 곁에 가는 것임에도 나약해져 버린 아버지의 모습에 파미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면 네 숨소리라도 계속 듣게 해 주렴. 이렇게 부탁한단다, 아들아.

    “……지금부터 핸드폰 놓지 마세요.”

    -파미르!

    전화를 끊은 파미르는 몸을 일으켜 모처를 빠져나갔다.

    한편 그 시각, 전화를 끊은 아흐메트가 떨리는 눈으로 종혁을 본다.

    ‘한국 정보기관의 요원이었다니.’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큰 결정을 하신 겁니다.”

    “……내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종혁은 그 슬프고도 슬픈 결정을 내린 그를 향해 진심을 담아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그런 그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수십 명의 사람들.

    국정원, 한국군 대테러부대 요원들, 카불 경찰청의 경찰, 아프가니스탄 정보기관의 요원, CIA, SVR까지.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숫자까지 합하면 물경 400명이 넘어가는 숫자가 모여 있다.

    ‘죽었다 살아나니까 이런 경험도 다 해 보네.’

    어디 일개 경찰이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을까.

    피식 웃은 종혁은 이내 눈빛을 서늘하게 빛내며 입을 열었다.

    “현 상황을 돈을 노리고 아동을 납치한 납치 사건으로 상정. 여러분들께선 현 시간부로 제 통제에 따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반적인 미행이 아니다.

    납치 사건에서 돈을 요구한 범인이 부모와 접선을 할 때 쓰는 방법을 쓸 게 분명한 상황. 아마 파미르는 장소를 여러 번 옮기며 누가 따라붙는지 감시할 거다.

    “큼. 그건…….”

    아프가니스탄 정보기관의 요원들과 경찰은 타국의 인간이 자신들을 지휘하겠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좁힌 채 종혁을 바라봤다.

    그에 종혁은 피식 웃으며 국정원, CIA, SVR을 가리켰다.

    “그러면 당신들이 이 사람들을 통제하시겠습니까?”

    각국을 대표하는 정보기관으로, 그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국정원, CIA, SVR.

    현재 이곳에서 이 세 곳의 정보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들이 모두 인정하는 종혁뿐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보기관의 요원과 경찰들은 눈빛을 번들거리는 세 정보기관들의 모습에 입을 꾹 다물었다.

    “못하겠으면 닥치고 따라. 괜한 공명심에 개짓거리를 했다간 아가리를 찢어 버릴 테니까.”

    섬뜩!

    아프가니스탄 정보기관의 요원들과 경찰들이 입을 다물자, 종혁은 나머지 정보기관을 둘러봤다.

    “국정원, CIA, SVR. 세 정보기관은 나를 서포트합니다.”

    “……예썰!”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하는 그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이를 드러냈다.

    “그럼 현 시간부로 작전을 시작합니다. 움직이십시오.”

    “움직여!”

    우르르 몰려 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 종혁은 권총의 약실을 확인했다.

    철컥!

    순간 살의가 폭발했다가 가라앉는 종혁의 눈.

    “오 경감님, 최재수. 아흐메트씨 모셔.”

    “옛!”

    드디어 본격적인 인질 구출 작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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