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89화 (389/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89화>

94. 이런 이들도 구해야 하는 걸까

[아프간 여행 자제 요망]

최근 아프간 탈레반이 수감 중인 동료의 석방을 위해 한국인을 납치한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아프간 여행을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옷차림이 꽤 단정한 젊은 남녀들이 이런 안내문이 붙은 작은 게시판을 가운데 두고 포즈를 취한다.

“자자, 김치!”

마치 안내문이 신기하다는 듯, 아니면 웃기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매단 그들.

카메라를 든 오십대의 남성 또한 입가에 미소를 매단 채 그런 그들을 찍는다.

찰칵!

“잘 나왔어요, 교수님?”

“에이, 밖에서는 전도사님이라고 부르라니까. 교수님 하면 너무 늙어 보이잖아!”

“오! 사진 찍는 실력이 예술이신데요? 사진작가인 줄?”

“저희도 찍어 주세요! 저희도!”

“그래, 얼른 서 봐!”

호들갑을 떠는 학생들의 모습에 자신을 전도사라 칭한 교수가 다시 카메라를 들고, 그런 그들에게 종혁이 다가섰다.

“아이고, 대학생들끼리 어디 멀리 가시나 봅니다.”

“아, 예! 봉사활동 하러 가요!”

“주님의 말씀을 전파하러 갑니다!”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것인지도 모른 채 해맑게 대답하는 그들.

종혁은 꼬이는 심기를 억지로 추스르며 미소를 지었다.

“오, 젊은 분들께서 좋은 일을 하러 가시는군요. 그런데…….”

게시판에 붙은 안내문을 힐끔 본 종혁이 교수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뜬다.

“아프간까지 가시나 봅니다?”

“허흠. 뭐, 그렇죠.”

“허. 거긴 이슬람교 국가라 여러모로 힘드실 텐데…… 여기저기서 총탄이 날아다니니 위험할 테고요.”

걱정이 가득한 종혁의 시선에 교수의 어깨가 쫙 펴진다.

“하하. 그곳 역시 주님의 은총이 닿은 곳일 텐데 무엇이 불안하겠습니까. 다들 안 그래?”

“그럼요!”

“힘들게 사는 어린 양을 돌보는 건 저희의 소명이죠!”

“그러면서 주님의 깊은 뜻을 전파하고요?”

“와! 잘 아시네요? 기독교인이세요?”

“이야, 정말 생각들이 대단하시네. 그럼 여권 좀 제시해 주십시오.”

“예?”

“경찰입니다.”

종혁이 내미는 경찰공무원증에 그들은 주춤 물러섰고, 종혁은 무전기를 들었다.

“여기는 순마 13. 여행 제한 국가 여행객 발견. 보안팀 보내 주시고, 외교부에 확인 바람.”

-접수. 3분 안에 도착합니다.

무전을 종료한 종혁은 하얗게 질리는 그들을 향해 활짝 웃어 주었다.

“일단 따라오시죠?”

‘말로 할 때.’

*   *   *

-최 팀장! 방금 외교부에서 연락 왔는데 그 사람들 꼭 잡아 놓으래!

“예, 알겠습니다.”

인천공항내의 조사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이 대명대학교 기독동아리 달란트를 응시한다.

그에 책상을 치고 일어나는 교수.

“허! 국가가 왜 우리를 막는지 모르겠군요! 우리에겐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동의 자유가 있습니다!”

“예, 아무렴요. 그렇죠. 당신들에게 여행을 갈 자유가 있듯 대한민국도 국민의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습니다.”

“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걸 일개 경찰이 막겠다고?”

여권법이 개정되기 이전인 지금, 일반인의 여행을 금지할 수 있는 법률은 없었다. 그저 위험하다고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할 수 있을 뿐.

“이봐! 이거 책임질 수 있어?!”

쾅!

책상을 걷어찬 종혁은 이를 드러냈다.

“내가 존댓말로 할 때 앉으세요.”

“지, 지금 경찰이 시민을 협박하는…….”

“앉으라고.”

오싹!

순간 콱 옥죄어지는 심장.

입을 다문 교수는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고, 종혁은 대학생들을 둘러봤다.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고개를 돌리는 그들. 차갑게 노려보는 오택수와 최재수의 눈빛에 숨이 턱턱 막힌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처음부터 다시 묻겠습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이 내전 중인 국가임을 인식하고 계십니까?”

“이거 당신 권한 맞아…… 요?”

“당신들이 거기 가서 사고 치면 그때부턴 내 소관이 되는 거죠. 내가 외사국 소속이거든요.”

“그, 그럼…….”

“그런데 범죄 중에는 미수라는 개념도 있어요. 폭행미수, 살인미수. 그런데 당신들이 그 동네 가서 선교를 하겠다는 말을 내가 들어 버렸네? 국민들 대부분이 유일신 알라를 믿는 그곳에서? 그럼 사고가 터질까요, 안 터질까요? 당신들을 고깝게 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

“그럼 알아들은 걸로 알고 계속하겠습니다. 제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현재 아프가니스탄이 내전 중인 국가임을 인식하고 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이를 악문 교수와 대학생들의 모습에 종혁은 담배를 물며 노트북을 두드렸다.

찰칵! 치이익! 타다다닥!

“도심과 교외 등 어디서든 옆에서 폭탄이 터질 수 있고, 총을 맞을 위험성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계십니까?”

“흥. 그런 이교도의 총탄 따위는…….”

“잘 생각하고 답하세요. 내가 작년까지 그 동네에서 파견군으로 있다가 때려치우고 경찰이 됐거든요?”

종혁은 상의를 걷어 옆구리를 보여 줬다.

“흡!”

“이게 거기서 얻은 상처예요. 부위를 보시면 아실 테지만, 죽다 살아났고. 여기도 있고, 여기도 있습니다.”

입을 꾹 다문 교수는 예전에 그 조직 놈들에 의해 생긴 종혁의 흉터들을 노려봤고, 대학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이나마 인식한 모습.

그걸 본 교수는 얼굴을 구겼다.

“당신 종교가 뭡니까?”

“기독교입니다.”

아니다. 무교다.

교수는 의도한 대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당황한 듯 주춤거렸으나, 이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주님께서 아직 형제님을 데려가실 생각이 없으셨던 겁니다. 그건 아마도 형제님에겐 아직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건 주님의 신실한 종인 우리도 마찬가지고요.”

“……후우우. 그러니까 기어코 아프가니스탄에 가시겠다는 거죠? 가서 죽을 수도 있고, 인질로 붙잡혀 고문이나 강간 등 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이 대한민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고 해도 가시겠다는 거 맞죠?”

“그렇습니다, 형제님. 그것이 저희에게 내려진 소명…….”

“다른 분들도 같은 생각입니까?”

교수의 말을 무시한 종혁은 대학생들을 봤고, 대학생들은 잠시 주춤하다가 이내 교수를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개씹새끼.’

교수 이놈 때문에 이번에도 생목숨이 날아가게 생겼다.

“육성으로 대답하세요.”

“예.”

“네.”

“그러니까 여러분은 위의 모든 내용을 인지했음에도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하시려는 겁니다. 그렇습니까?”

“아, 그렇다니까요!”

쾅!

“씨발. 진짜 신중하게 생각하고 답해라. 걱정하는 사람 빡돌게 하지 말고. 니들이 잘못되면 너희 부모가 피눈물 흘려, 이 철없는 새끼들아-!”

그것도 종교 때문에 그렇게 된다면 아마 미쳐 버릴 것이다. 그럼 그들의 그 한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그 한은 어떻게 풀어야 한다는 건가.

실제로 이 사건으로 몇몇 유족은 자살을 하고 만다.

“……예! 그렇다고요!”

“그깟 이교도들이 총칼을 들이밀어 봤자 주님께서 보호하는 우리를 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야, 이 개새끼들아!”

종혁은 결국 폭발해 버렸다.

“해할지 못할지 한번 맞아 볼래!”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다.

징계를 먹는 한이 있더라도 이들의 다리몽둥이를 죄다 부러트리고 싶다.

“내 학생들을 겁주지 마십시오!”

“아오, 진짜!”

종혁은 의자를 집어 던졌고, 다급히 최재수가 달려들었다.

“진정하세요, 진정. 예?”

“씨발. 후우…….”

애써 마음을 진정시킨 종혁은 최재수에게 입을 열었다.

“내 책상 첫 번째 서랍에 동의서라고 적힌 서류 있거든? 그거 여기 사람 숫자대로 가져와.”

“옙!”

최재수는 재빨리 조사실을 빠져나갔고, 이내 곧 서류 뭉치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종혁은 그 동의서를 그들에게 내밀었다.

“읽어 보고, 사인하세요.”

“흥!”

종혁을 노려보다 동의서를 받아 든 교수와 대학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살해, 납치 등 방금 전까지 종혁이 말한 내용을 포함해 여행객이 해외에서 당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모두 적혀 있는 동의서.

그런데 마지막 문구가 목에 가시처럼 걸린다.

[위의 사항으로 인해 대한민국에 피해를 줄 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피해에 관한 금전적인 보상과 피해에 관한 책임을 지며, 법적인 처벌을 받을 것에 대해 동의한다.]

“이름 쓰고 사인하세요.”

“허.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당신은 이런 걸 강요할 권한이 없습…….”

쾅!

“진짜 어떻게든, 기어코 아프가니스탄에 가고 싶으면 사인하라고. 안 하고 나중에 뒷말하면 내가 씨발 어떻게든 조져 버릴 테니까. 당신 교수랬지?”

“……쯧.”

교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펜을 꺼내 들었고, 대학생들도 그를 따라 이름과 사인을 했다.

“후. 마지막으로 딱 한마디만 더 묻겠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그리고 경찰은 당신들을 말릴 만큼 말렸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동의를 강권할 정도로 말린 겁니다. 인정하십니까?”

“예, 인정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외교부 직원이 올 때까지 여기서 대기하고 계십시오.”

“큼. 그럼 티켓값은 어떡할 겁니까? 당신의 이 무도한 행위 때문에 비행기를 놓쳤습니다!”

“최재수,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외교부 직원 오면 비행기 표 끊어 드려. 직항이든 뭐든. 여기 카드.”

“옙!”

“방금까지 제가 했던 불쾌한 언행에 대해 모두 사과드리며, 부디 온전히 돌아오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고개를 꾸벅 숙인 종혁은 조사실을 빠져나왔고, 뒤따라 나온 오택수가 그런 종혁을 보며 의아해했다.

“대체 왜 그런 거야?”

분명 종혁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 경감님, 작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일 기억 안 나요?”

“어?”

“거기서 한국인 회사원이 죽었습니다.”

“뭐? 진짜?”

“다 저렇게 선교하려고 지랄 떨던 어떤 교인들이 그 동네 이슬람 교인들의 가장 중요한 축제에서 난리를 쳤거든요.”

그로 인해 현재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기독교, 특히 한국인 기독교인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그럼 어떻게든 막아야지!”

“어쩌겠습니까.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인데…….”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저들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거지 같지만 이게 정말 최선이었다.

종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이제 남은 건 하늘이 돕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씨발. 그냥 확 납치라도 해 버리고 싶네.’

그건 경찰로서 선을 넘는 일이기에 한숨만 푹푹 내쉰 종혁은 안절부절못하는 조은별 팀장을 보며 눈을 빛냈다.

“설마 저 사람들 찾으러 온 거였어요, 조 팀장님?”

“……네.”

외교부에서 여행 제한 국가로 가려는 이들을 체크해 달라는 특별 지시가 내려왔다. 리스트와 함께 말이다.

그래서 그들이 출국 게이트를 넘어섰다는 무전을 듣고는 다급히 쫓아왔던 것이다.

“후. 못 찾았으면 뭐 될 뻔했네요.”

“그러게요…….”

사고가 터지지 않는다면 다행이겠지만, 사고가 터지면 어떻게 될까. 저들을 인식했음에도 제대로 말리지 못한 여객서비스팀의 목이 줄줄이 날아갈 것이다.

“죄송해요, 최 팀장님. 이런 내용은 공유를 했어야 했는데…….”

어제 회식 때 종혁이 저런 이들에 대해 물어봤는데도 깜빡하곤 평소 민원인을 상대하는 것처럼 업무의 보안을 지키기 위해 둘러댔다. 그러면 안 되는데도 말이다.

너무 미안해 울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종혁은 괜찮다며 어깨를 토닥였다.

“뭐 바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일단 제가 할 만큼 다 했으니까 마음 놓고 업무로 복귀하세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딴말이 나오면 진짜 개새끼들이지.’

그땐 종혁도 참지 않을 거다.

“저, 정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럼 오늘 회식에 참석하든지요.”

“네? 오늘도 회식해요?”

“저 갈 때까지 계속할 건데요.”

“와. 역시 전용기 가진 부자…….”

“그러니 조 팀장님은 특별히 매일 참석. 땅땅땅!”

“헉?!”

타다다다다다!

“뭐야. 조사실이 어디야! 거기 조사실이 어딥니까!”

“……빨리도 온다. 씨발.”

외교부 직원임을 직감한 종혁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렸다.

기이이잉!

“씨발. 결국 갔네.”

본래 베이징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치는 경유 노선을 통해 돈을 최대한 아끼면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로 입국하려고 했던 그들.

하지만 종혁이 구매해 준 티켓으로 두바이 직항 노선을 탄 그들은 결국 인천공항을 떠나 버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종혁은 이를 악물며 돌아섰다.

‘제발 마음을 고쳐먹었으면 좋겠네.’

고쳐먹지 않는다고 해도 부디 선교만큼은 안 했으면 싶었다.

부디 그러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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