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88화 (38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88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뜨거웠던 열기가 빠르게 식는다.

고압적인 말투와 일자로 꾹 다문 입술.

마치 넌 내가 뭐라 말하든 따라야 한다는 듯한 모습에 인천 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은 안절부절못하고, 함경필 국장을 비롯한 외사국 형사들은 입술을 핥으며 종혁의 앞을 막아선다.

저쪽이 공무원이라면, 이쪽도 공무원. 꿀릴 건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빠아악!

박이 터지는 듯한 맑고 영롱한 소리.

종혁과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놈이 신입이라! 야, 이 새꺄! 지금이 무슨 쌍팔년도인 줄 알아?! 빨랑 사과 안 드려?!”

“죄, 죄송합니다!”

“더 크게!”

“죄송합니다-!”

“……허 참.”

“에이.”

순간 말랑하게 풀리는 분위기.

함경필과 외사국 형사들은 혀를 차며 종혁의 앞에서 비켜섰고, 종혁을 막아선 이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나타난 사람은 종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도 정중히 사과드리겠습니다.”

‘어이구?’

종혁은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수작이 눈에 뻔히 보였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하하. 갑자기 저희가 찾아와서 많이 놀라셨죠? 인사가 늦었습니다. 문화재청 국제교류과의 성상국 과장입니다.”

“경찰 본청 외사국 외사수사과 팀장 최종혁 경정입니다.”

명함을 나눈 성상국 과장은 종혁을 보며 싱긋 웃었다.

“저희가 왜 왔는지는 아시죠?”

당연히 안다.

액수도 액수지만 몇몇 나라에서 보물이라 불릴 유산들이 곧 한국으로 반입된다.

대한민국의 모든 문화재의 관리감독을 하는 문화재청이라면 당연히 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

“일단 자리를 옮기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금은 눈이 너무 많다. 이런 곳에선 할 말도 못할 수밖에 없다.

그런 그의 모습에 종혁은 피식 웃었다.

“뭐, 그러시죠. 저도 할 말이 많고요.”

“예?”

“왜요?”

“아, 아뇨.”

대체 경찰이 문화재청에 할 말이 뭐가 있을까.

성상국의 머릿속은 헝클어졌고, 종혁은 그 모습을 보며 킬킬 웃었다.

하지만 그 눈은 싸늘했다.

‘머릿속이 아주 복잡할 거다, 이 날강도 새끼들아.’

개인이 소유한 가보나 보물을 국가의 유산이라고 회수하면서도 그 대가를 제대로 치르지 않은 문화재청.

회수를 먼저 해 놓고 입을 싹 닦는 저들의 만행이 어디 하루 이틀이던가.

어디 그뿐인가.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저들의 모습에 실망을 한 적이 많다.

저들의 관리 소홀에 소유하고 있던 문화재가 훼손되면 그 소유주는 누구에게 하소연을 하겠는가?

바로 경찰이다.

1년에 최소 100건 이상. 문화재청과 연관된 일로 인해 경찰에 신고되는 신고 숫자다.

‘너희가 제대로 했으면, 우리 경찰이 문화재 전담반을 만들었겠냐?’

작년에 서울경찰청에 신설된 문화재전담반.

광역수사대의 개념으로 전국의 문화재 도난 및 훼손, 사기 등 문화재 사건만을 전담하는 부서다.

성상국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던 종혁은 아차 하고는 뒤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퇴근하면 주차장에 모여 있으세요! 버스 대절해서 이동할 테니까!”

“우아아아아……!”

“최종혁! 최종혁!”

입술을 비튼 종혁은 다시 성상국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시죠.”

그 순간이었다.

“최종혁 형사님? 미안하지만 저와 먼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응?’

고개를 돌린 종혁은 눈을 부릅떴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당신이 여기서 왜 나와?’

“바, 박명후 후보님!”

강력한 대권 주자이자, 박노형의 뒤를 이어 이 나라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될 박명후.

그가 특유의 서글서글한 눈빛을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공항 내 조사실로 자리를 옮긴 그들.

“현몽준 대표를 통해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박명후의 눈빛이 깊어진다.

‘최종혁.’

정치 경력은 오래됐지만, 그 재력이나 경력에 비해 정치 기반이 모자랐던 현몽준을 현재의 당대표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

‘삼성클럽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지.’

현몽준을 치명적인 약점이 될 뻔했던 사건.

당시 현몽준 측 대선캠프 참모의 성상납 비리.

그 사건으로 현몽준은 대선 후보에서 물러났지만, 당대표 자리를 꿰차며 당내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이후 현몽준은 각종 법안을 발의했는데, 모두 국민들이 열망하던 법안들이라 박노형 대통령 다음으로 이 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정치인이 됐다.

어째서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표하는 수많은 이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말이다.

놀라운 건 그러한 현몽준의 행보 뒤에 종혁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즉, 지금의 현몽준을 만든 건 종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현몽준 스스로도 인정하는 분위기였지.’

소년법 개정과 관련하여 대담을 진행했을 때 슬쩍 떠봤더니, 현몽준은 마치 팔불출 아버지처럼 종혁의 칭찬을 했었다.

“대표님께서 제 욕을 하지 않으셨으면 다행이겠네요. 저도 후보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소년법 개정에 힘을 실어 주신 것에 대해 경찰로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 역시 현 대표가 욕이나 하지 않았으면 다행이겠군요.”

“하하.”

웃음을 흘린 종혁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런데 이렇게 오셔도 되는 겁니까?”

현재 박명후는 대선 후보다.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를 당할 수밖에 없다.

아마 박명후의 뒤를 따라온 기자들도 제법 있을 터. 지금쯤 온갖 추측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을 거다.

이런 종혁의 말에 박명후가 입술을 비튼다.

“이 나라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그깟 기자들의 펜대가 무섭겠습니까. 정치인은 후안무치가 덕목이라지요. 후후.”

종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치인의 덕목은 성실과 정직 아니었습니까?”

“성실하지 않고, 정직하지 않은 정치인도 있답니까? 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움직입니다. 다만 가치관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이야, 이런 인간이었어?’

능구렁이다. 그것도 자기가 능구렁이임을 드러내는 능구렁이.

현몽준과 완전히 다른 타입의 정치인이었다.

‘하긴 이러니 대통령이 된 거겠지. 무서운 양반이네.’

박명후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부류의 인간이다. 그것이 설사 한참 어린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이라도 말이다.

‘적으로 돌리면 꽤 골치 아플 인간이야. 뭐 그렇다고 무섭다는 건 아니지만, 흐음…….’

잠시 생각하던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력한 패 하나 챙긴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하시죠.”

“……예?”

“빅토르에게 받은 선물을 가지고 타국과 외교를 하실 거잖습니까? 그렇게 하시라고요.”

‘흡?!’

박명후의 몸이 살짝 흔들린다.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빅토르 로마노프가 종혁에게 넘긴 보물은 약 3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그 누가 그런 거금을 이렇게 손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알려진 게 전부는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수천억을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태도는 종혁의 밑바닥이 어디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종혁은 혼란해하는 그를 향해 검지를 세웠다.

“대신 절반만 드리겠습니다.”

흠칫!

“……나머지 절반은 현 대표를 위해 남겨 두는 것이겠군요.”

종혁은 나른하게 웃었다.

“분명 대한민국의 것임에도 이 나라에 있지 않은 것들이 참 많죠.”

그것도 모자라 자기들이 주인이라고 자처한다.

“으하핫!”

돌연 웃음을 터트린 박명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랬군. 이런 부류의 인간이었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면 할 수 있을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부류.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야 되는 부류의 인간.

‘골치 아픈 타입이군.’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해야 되는 철없는 애새끼라면 다루기 쉬울 거다.

하지만 종혁이 하고 싶은 건 결국 대의고 민의다.

이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서라면 눈앞의 이득 따윈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부류.

하지만 선을 넘는 순간 얼마든지 악마로 돌변할 수 있는 잔혹한, 종잡을 수 없는 부류다.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 아무도 모르기에. 그리고 괴물 같은 두뇌까지 갖췄기에.

이건 종혁이 그간 해낸 일들이 증명했다.

‘섬뜩하군.’

이런 종혁이 혹여나 자신의 목을 노린다면 어떨까.

절로 목덜미가 서늘해진다.

‘그래, 이래서 현 대표와 죽이 맞았던 거야.’

냉정할 땐 냉정하지만, 성품이 좋은 현몽준.

이제야 종혁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알 것 같다.

하지만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

“왜 납니까?”

아직은 대통령 후보에 불과한 박명후 본인.

종혁은 그런 자신에게 베팅을 한 거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른 대선 후보들도 달려들 텐데 말이다.

“글쎄요……. 요 사이 집값이나 물가가 많이 뛰었으니 그걸 잡아 줄 분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예?”

‘고작 그런 이유로 2천억에 가까운 돈을 태운다고?’

방금 전까지 종혁에 대해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어긋나는 것 같다.

‘대체 뭐냐. 뭘 노리는 거냐.’

종혁은 그런 그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럼 이후의 일은 후보님이 알아서 해 주실 거라 믿고 일어나겠습니다.”

정말 믿는다며 일어서던 종혁은 아차 하며 박명후를 봤다.

“아, 후보님. 발목 잡힐 일이 있다면 정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러시아와 미국에 끌려 다니고 싶지 않다면.”

오싹!

‘무슨!’

“제가 친해서 아는데, 그 사람들 한 번 물면 잘 놓지 않거든요.”

또 하나를 내놓으면 둘을 내놓으라고도 한다.

그런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다.

약점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보물은 공짜 아닙니다. 돈 주고 사 가세요.”

종혁은 할 말은 다 끝났다는 듯 조사실을 빠져나갔고, 박명후는 종혁이 닫고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허어.”

태풍이 이럴까.

정신없이 얻어맞은 것 같지만 썩 기분이 나쁘진 않다.

‘흠. 그보다 미국과 러시아라…… 그들이 증거를 확보했다는 건가.’

“빌어먹을.”

하나를 해결했는데 골치 아픈 일이 생겨 버렸다.

그는 장고에 들어갔다.

한편 조사실 밖.

안절부절못하던 함경필 국장이 다급히 달려든다.

형사들과 문화재청 관계자들 귀를 쫑긋 세운다.

“시장, 아니 후보님이 뭐래?”

“이 나라의 국익을 위해 쓸 테니 보물을 빌려줄 수 있겠냐더라고요.”

“그, 그래서!”

“그러라고 했죠.”

“뭐?! 왜! 아, 아니 그게 얼만데-!”

“타국에 있는 우리나라 보물과 교환해 온다고 하시더라고요.”

“오, 정말? 아니, 그래도 그건 좀…….”

“대신 그 소유권은 제가 가지는 걸로 하기로 했습니다.”

“진짜?!”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몽준과는 그렇게 거래할 거다.

“마, 말도 안 됩니다!”

종혁은 문화재청 관계자를 봤다. 아까 성상국 과장에게 뒤통수를 맞은 놈이다.

“뭐가 말이 안 되는데요?”

“국가의 유산을 개인이 소유하다니요!”

“푸흐. 이 양반, 말을 재밌게 하시네. 그 말, 삼전 회장 앞에서도 할 수 있습니까?”

움찔!

“꽤 많은 국보와 보물이 그 양반 사모님 갤러리에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엄연히 한국은 헌법으로 재산권을 보장하는 국가였다.

국가지정문화재라 할지라도 이를 국가에서 몰수하거나 박물관에 기탁할 것을 강제하는 건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됐다.

“그, 그건 그분들이 그걸 지킬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홍종필!”

“흡!”

성상국은 다급히 부하의 입을 다물게 했지만, 종혁은 이미 듣고 말았다. 자격이란 단어를 말이다.

“자격? 오호라, 자격? 그러니까 문화재청은 국민들이 평등하지 않고 신분과 계급에 의해 나눠져 있다고 생각하는 걸로 받아들이면 되는 겁니까? ……공무원이? 씨발? 이 새끼들이 처돌았나.”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이게 보물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재력이 필요하기에 그걸 잘못 말한 겁니다! 그렇지?!”

‘그렇다고 말해, 새꺄!’

“예, 예! 그리고 이, 이게 또 역사적 가치를 지닌 보물이 훼손되지 않게 보관을 하려면…… 그리고 세금 문제도 있고…….”

종혁은 필사적인 그들의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

“박물관 세우면 됩니까? 아니면 그냥 확 행복의 쉼터 재단에 기부해 버려도 되고요. 아, 박물관은 그쪽이 더 잘 세우겠네.”

“…….”

“단가 후려치는 사람들과는 거래할 생각 없으니까 가세요.”

원래라면 박명후와 나눴던 이야기를 이들과 나눴을 것이다. 그러나 더 믿을 수 있는 박명후와 거래를 마쳤으니 이들은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아, 그리고 혹시 기자들을 움직일 생각이라면 관두세요. 우리 쪽에서 입 열면 당신들 모가지 줄줄이 날아가는 거 알지요?”

알다 뿐일까. 문화재청이라는 기관의 존속 자체가 위태로워질 거다.

“……이거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군요.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러시든지요. 바빠서 만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그럼…….”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마치 도망치듯 자리를 떴고, 함경필은 음흉하게 웃으며 종혁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거, 이거. 우리 최 팀장 아주 단호해, 어?”

“하하. 아, 맞아. 이건 이번 출장에서 쓴 비용입니다. 모두 경비로 처리해 주신다고 했죠?”

“그럼! 내가 그렇게 말했지! 어디 줘 봐! 이런 건 바로 처리…… 어?”

갑자기 눈을 비비는 함경필 국장.

“최 팀장, 내가 노안이 왔나 봐. 뭔가 숫자가 많은 것 같아.”

“그 돈이 맞습니다.”

“아, 맞아?”

“예.”

“꺽!”

“국장님!”

“히익!”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함경필의 모습에 다급히 다가왔다가 바닥에 떨어진 영수증을 발견하고 식겁하며 종혁을 쳐다보는 경찰들.

‘그거 전용기 기름값은 뺀 건데…….’

종혁은 좀 억울했다.

*   *   *

“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

“팀장님, 아침 드셨어요? 아직 안 드셨으면 이것 좀 드세요!”

“아이고, 좋은 아침입니다. 아이고, 잘 먹겠습니다.”

만나는 직원들마다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 온다.

‘역시 회식이 좋아? 응?’

사람과 친해지려면 역시 술이 최고였다.

인천공항에 내 사람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착착 진행되어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 종혁은 가벼운 걸음으로 사무실에 도착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책상에 뻗어 있는 오택수와 최재수.

“그러게 그냥 휴가 쓰라니까.”

비록 경비 처리 문제 때문에 뒷목을 잡고 쓰러졌지만, 술이 거하게 들어가서인지 휴가를 주겠다고 외쳤던 함경필 국장.

“시끄러워……. 팀장이 휴가를 안 가는데, 어떻게 팀원이 휴가를 가냐…….”

그랬다. 종혁은 인천공항에서 할 일을 위해 함경필 국장이 주겠다고 한 휴가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에 오택수와 최재수도 한숨을 내쉬며 출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말하지 마요. 머리 울려…… 웁!”

입을 움켜쥔 최재수는 다급히 사무실을 뛰어나갔고,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쯧. 그러게 적당히 좀 달릴 것이지. 그럼 쉬고 있으세요.”

“아침 댓바람부터 어디 가게?”

“순찰이요.”

공항 내에서는 도난 및 분실 사건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발생한다.

이 중 도난 사건은 도둑이 물건을 들고 비행기를 타 버리면 쫓기가 힘들기에 상당히 골칫거리였다.

‘거기다…….’

이 시기에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 시발점이 바로 인천공항.

‘그놈들에게 받아야 할 게 있어.’

무조건 꼭 받아야 할 것이다.

그놈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무한 순찰이었다.

“숙취 푸는 데는 움직이는 게 최고죠. 후딱 해치우고 해장국이나 먹으러 갑시다.”

“하, 씨불. 알았다. 가자, 가.”

출동 및 순찰은 2인 1조가 기본. 이건 절대적인 명제다.

힘들어 죽겠지만 일을 하자는데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오택수는 죽상이 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주치는 사람마다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 오니 종혁과 오택수의 입가에도 어느새 피어오른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렇게 도착한 출국 홈들이 가득한 탑승동.

한 CCTV 앞에 선 종혁은 무전기를 입가에 가져가며 CCTV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상황통제실, 들립니까? 본청 외사국 최종혁 팀장입니다. 지금부터 저와 오택수 경감, 순마 13. 제1터미널에서 순찰 시작합니다.”

-확인. 그리고 오늘 무전 채널은 6번입니다. 무리하지 마세요.

“접수. 무전 채널 6번이래요.”

“아, 그래?”

일주일에 한 번씩 바뀌는 무전 채널.

무전기 점검을 끝마친 그들은 이 아침에도 비행기를 타기 위한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복도를 느긋이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어쩐 일인지 탑승동에 있는 조은별 팀장이 화사한 미소로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대단하시네요. 어제 그렇게 마셨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실 수가 있죠?”

“아하하. 제가 술이 좀 세서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시는 조 팀장님도 그렇게 드셔 놓고도 화장이 잘 먹으셨는데요?”

“제가 해독이 빨라서요!”

“푸핫! 그래요? 그런데 탑승동엔 어쩐 일로?”

종혁이 알기로 그녀가 소속된 여객서비스팀은 탑승동 밖 터미널에서 고객을 상대했다.

“아, 동료에게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좀 더 옆으로 붙어 봐요!”

찰칵! 찰칵!

“어머? 저 사람들?”

조은별은 한 게시판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에 살짝 놀랐고, 종혁은 눈을 빛냈다.

‘그래, 저 인간들이었지.’

그동안 여행 자제 권고가 최고 단계였던 대한민국의 여권법을 바꾼 사람들.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간 사람들.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은 종혁이 그들을 향해 발을 뗐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