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87화 (387/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87화>

    “오와.”

    “와우, 씨.”

    히드로공항의 탑승홈 복도에 선 종혁이 유리벽 밖을 보며 혀를 내두른다.

    그건 오택수와 최재수도 마찬가지다.

    “런던경찰청 돈 많네요…….”

    “그러게. 사건 하나 해결했다고 전세기를 다 주네.”

    그랬다. 런던경찰청이 준비한 건 전세기였다.

    그런데 그들이 준비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대가리 치지 마라!”

    “아씨, 내가 누군지 알고! 변호사 불러!”

    “Shut Up!”

    한국에서 사고를 치고 영국으로, 정확히는 런던으로 도주한 범죄자 총 124명. 외사국이 그렇게 인도해 달라고 요청해도 쌩깠던 범죄자들이었다.

    “우리 런던경찰청이 준비한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요.”

    “아니, 청장님…….”

    당황한 듯한 종혁의 반응에 흐뭇이 웃던 경찰청장은 이내 낯빛을 굳혔다.

    “비록 영국의 보물은 잃게 되었지만, 당신 덕분에 영국 경찰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계약서상으로는 정당하게 돈을 모두 지불했기에 빅토르의 손에서 보물들을 다시 되찾아 올 수는 없었다.

    그러나 헤프너 남작이 넘겨받은 돈은 모두 영국에 귀속될 것이다.

    한 사람에게 모두 팔 수 있는 게 아니면, 그 모든 수익은 영국에 귀속시킨다. 그것이 헤프너 박물관의 설립자가 남긴 유언이었으니까.

    헤프너는 콜린 패거리가 훔쳤던 보석들을 빅토르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의 페이퍼컴퍼니에 매도했다.

    만약 공식적으로 그 보석들이 계속 분실된 상태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분실되었다고 알려진 보석을 헤프너가 가지고 있었다는 게 알려진 이상 꼼짝없이 분할 거래에 해당될 수밖에 없었다.

    영국 왕실은 박물관 설립자의 유언에 따라 헤프너가 벌어들인 모든 수익을 환수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국 왕실에서는 헤프너 남작가에게 부여했던 여러 혜택들을 회수할 것이고, 1억 파운드의 보험금을 지급할 예정이었던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중지할 예정이었다.

    즉, 이제 헤프너에게 남은 건 파멸이었다.

    이 모든 것이 종혁이 헤프너가 이 사건의 진짜 배후이자, 자작극이었음을 밝혀 준 덕분이었다.

    “전체 차렷!”

    처척!

    경찰청장의 외침에 차렷 자세를 취하는 수사본부의 경찰들.

    “영국 경찰의 명예를 지켜 준 영웅에게 경례!”

    척!

    그에 낯빛을 굳힌 종혁도 차렷을 했다.

    “전체 차렷!”

    처척!

    종혁의 구령에 차렷 자세를 취하는 오택수와 최재수.

    “영국의 치안을 지키는 진짜 영웅들을 향하여 경례!”

    “충-성!”

    “……충성.”

    진짜 영웅. 경찰들의 눈이 크게 흔들린다.

    거수경례를 마친 종혁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많은 걸 배우고 갑니다, 청장님.”

    “앞으로 최와 한국 외사국의 요청은 최우선으로 처리할 것을 약속드리죠.”

    “감사합니다.”

    “다음엔 여유롭게 차를 즐겼으면 좋겠군요. 그럼 조심히 가시길.”

    “청장님도 수고하십시오.”

    내일 아침부터 영국에 불어닥칠 거대한 폭풍.

    피해자가 범인이었으니 아마 꽤 시끄러울 거다.

    그걸 아는 건지 끙 앓는 소리를 낸 경찰청장은 돌아섰고, 그런 그를 응시하던 종혁은 이내 시나몬 스틱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빅토르를 바라봤다.

    왜인지 뚱한 얼굴의 그.

    “하하.”

    “……오랜만에 만났는데 보드카 한 잔 즐길 시간이 없다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최?”

    “끙. 저도 공무원이라서요. 조금만 참아 줘요. 곧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그 말에 빅토르가 눈을 빛내며 입술을 비틀었다.

    “그놈들을 말하는 거군요.”

    “예. 그놈들 때문이라도.”

    드디어 바이칼 호수 보물선 인양 사기를 시작한 놈들.

    제대로만 엮는다면 본사라는 곳까지 치고 들어갈 수 있을 거다.

    ‘이젠 좀 보자, 진짜.’

    대체 어떤 놈들인지 얼굴 좀 봤으면 싶었다.

    “그땐 빅토르가 원하는 걸 다 해 보도록 하죠.”

    “오! 후회할 텐데요?”

    “오늘 어울리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죠.”

    어깨를 으쓱이는 종혁의 모습에 빅토르는 결국 졌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좋아요. 그 말 꼭 기억하죠. 아, 그런데 보물은 어쩔 생각입니까?”

    이번에 보물을 사들인 자금 모두 종혁에게서 나왔다.

    물경 4억 4천만 달러.

    천문학적인 액수였지만, 빅토르나 종혁 모두 신경 쓰지 않았다. 드바 로마노프가 종혁에게 한 해 지불하는 컨설팅 비용만 해도 이 금액을 훌쩍 넘어서니까.

    처음 종혁과 만났을 때 맺었던 컨설팅 계약.

    그게 지금의 드바 로마노프를 만들었기에 빅토르는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 그게 아니었다.

    종혁은 전전긍긍하는 빅토를 보며 피식 웃었다.

    “러시아의 보물은 가져가도록 하세요.”

    “오! 그래도 됩니까?!”

    어느덧 빅토르와 알게 된 지도 10년. 오랜 친구에게 그 정도 선물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머지 보물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헤프너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보석들은 역사적 가치는 높지만, 미적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장식품으로도 쓰기 애매한 그 많은 보석들을 종혁이 어떻게 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빅토르의 물음에 종혁은 씨익 웃었다.

    “재밌게도 정말 많은 나라의 보물들을 가지고 있더군요.”

    “……으하핫! 그 두뇌가 또 재밌는 일을 꾀하나 보군요, 최. 알겠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저도 적극 동참하죠!”

    “고마워요, 빅토르. 그럼 다음에 봐요.”

    “예, 다음에.”

    종혁을 뜨겁게 바라본 빅토르는 돌아서 탑승홈을 빠져나갔고, 종혁은 마지막으로 가드너 교수를 봤다.

    종혁의 러시아어에 놀란 표정을 짓는 가드너 교수.

    종혁은 가드너가 러시아어를 할 줄 모르는 걸 알고 있기에 옅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잘 놀다 갑니다, 교수님.”

    “……저 역시 참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엔 여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군요. 아, 이건 제가 준비한 작은 선물입니다.”

    “아이구, 뭘 이런 걸 다…… 어, 이건?”

    종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라벨이 없는 홍차 보관 유리병.

    “이거 설마 영국 왕실에서만 마신다는…….”

    유명 홍차 브랜드인 포트넘 앤 메이슨. 그중 영국 왕실에 납품되는 홍차는 이렇게 라벨이 붙지 않는다는 걸로 알고 있다.

    병뚜껑에 새겨진 영국 왕실 문양이 그 증거다.

    “오, 아시는군요. 저번에 여왕 폐하께서 선물해 주신 것이죠.”

    “아니, 이런 귀한 걸…….”

    “제아무리 귀하다고 한들 친구와의 우정보다 소중할까요.”

    “교수님…….”

    깊게 감동한 종혁은 잠시 갈등하다 이내 눈빛을 굳히며 그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지난 십 년 사이 영국에서 발생한 사건 중 피해액이 백만 파운드 이상의 사건들을 조사해 보십시오. 그럼 꽤 재밌는 놈들이 나올 겁니다.”

    “최?”

    원래는 다음에 다시 런던에 왔을 때 찾으려 한 그 조직의 파견 사원들.

    먼저 확보한 그 조직의 놈들을 통해 파견 사원이 런던에 있고, 뭘로 위장해 있는지 알고 있지만 그 위치가 불분명했기에 다음에 제대로 파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걸 가드너에게 맡겨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종혁은 파견 사원들의 신상을 적은 쪽지를 가드너에게 쥐여 주었고, 그에 낯빛을 굳힌 가드너는 종혁을 빤히 응시했다.

    “……내년엔 은퇴를 할까 했더니 조금 더 엉덩이를 비벼야 할 것 같군요. 다음에 또 봅시다, 최.”

    “조심히 가세요, 교수님.”

    “그럼.”

    그렇게 가드너마저 떠나자 종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다 끝난거죠, 팀장님? 이젠 정말 음식다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거죠?”

    “그래. 가자, 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들은 목을 꺾거나 어깨를 돌리며 전세기 안으로 들어갔다.

    “야, 이 씨부럴 것들아! 조용히 안 해?!”

    *   *   *

    달그락.

    “우리 영국이 망신을 당할 뻔했군요.”

    영국 왕실의 관저, 버킹엄.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노년의 여성, 영국 왕실이자 영국의 주인 엘리자베스가 방금 전 전해진 소식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조곤조곤한 말투지만 뒷목을 서늘하게 만드는 위엄.

    그에 보고를 하러 온 영국 정보국 MI6의 국장이 다급히 고개를 숙인다.

    “죄, 죄송합니다, 폐하.”

    “우리 왕실의 보물을 환수할 수 없다고요.”

    “……드릴 말이 없습니다.”

    빅토르 로마노프는 그 로마노프의 직계 혈족.

    억지로 보물을 회수하려 들었다가는 러시아 정부가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로마노프의 빅토르가 최라는 한국 경찰에게 러시아의 것을 제외한 모든 보물을 주었으니 한국 정부를 압박해서…….”

    쨍!

    거칠게 컵 받침대를 때리는 스푼 소리에 국장은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

    “내 앞에서 그런 명예를 모르는 무도한 말을 입에 담지 않았으면 하는군요. 그 한국 경찰은 영국의 은인입니다, 국장.”

    “……죄송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입에 가져간 엘리자베스 2세의 눈가에 흥미가 서린다.

    “그 최라는 인물이 대단하다고요.”

    “괴물입니다, 폐하.”

    “괴물?”

    “예. 그를 표현할 수 있는 건 괴물이라는 수식어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 수사기관이 차용한 수사 기법을 만들어 낸 것도 모자라, 러시아와 미국의 수사기관 및 군인의 피지컬을 상승시킨 훈련법을 개발한 천재.

    ‘거기다 투자의…… 흠, 이건 더 파 봐야겠군.’

    러시아와 미국 CIA가 어린 양을 지키듯 보호할 뿐만 아니라 별장이나 전용기 등 막대한 부를 안겨 준 인물, 최종혁.

    과연 뛰어난 두뇌만 가지고 그런 대우를 해 줄까.

    정보기관 국장으로서의 촉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탈리아가 그의 전담으로 붙은 게 마음에 걸려.’

    “흥미롭군요.”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나라에 이득이 된다면 친구로 만드는 것도 괜찮겠죠.”

    국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자국의 일도 아닌 타국의 일을 위해 빅토르 로마노프라는 거물을 움직인 종혁. 적대하는 순간 정말 적으로 돌아설 인물이다.

    톡톡.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던 엘리자베스 2세는 눈을 빛냈다.

    “현재 영국에 한국의 유물들이 얼마나 있죠?”

    “리스트를 정리하겠습니다.”

    “더 주는 한이 있더라도 왕실의 보물은 회수해야 될 겁니다.”

    “예, 폐하.”

    “그리고 한국이 범죄자 인도를 요청하면 들어주도록 하세…… 음, 이건 다음 정부와 이야기를 하면 되겠군요.”

    받아 낼 건 받아 내기 위해.

    이걸 빌미로 왕실의 보물을 회수할 수 있을 테지만 그건 품위가 없는 짓. 왕실의 주인으로서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은 폐하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늦은 시간에 고생했어요. 나가 보세요.”

    정중히 고개를 숙인 국장이 몸을 돌려 나가자 엘리자베스 2세는 다 식어 버린 찻물을 머금으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25살, 어린 나이의 괴물이라…… 혈족 중 이어 줄 만한 아이가 있으려나?”

    그 미소는 꽤 음흉했다.

    *   *   *

    기이잉 소리를 내며 착륙한 영국발 전세기가 인천공항에 도착을 한다.

    “야, 다들 내려. 자는 새끼 깨우고.”

    째릿!

    “뭐 씨발아. 저 하늘에서처럼 한 번 더 푸닥거리해?! 여기서 던져지면 안 아플 것 같냐?”

    스윽!

    범죄자들은 얼굴을 구기며 고개를 돌렸고, 종혁은 그런 그들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얼른 내리라고. 내려. 저분들도 가야 한다고.”

    범죄자들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런던경찰청에서 지원해 준 런던 경찰들.

    “아, 거 좀 때리지 맙시다!”

    “이 씨발 새끼가?”

    “……얼른 좀 나가자! 전세 냈냐!”

    “킁. 씹새끼들이 어디서…….”

    콧방귀를 뀌며 전세기를 나서던 종혁은 이쪽을 향해 맹렬히 달려오는 누군가를 발견하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최 팀자앙-! 최 팀장! 최 팀장!”

    맷돼지가 돌진하듯 달려와 와락 껴안는 함경필 국장.

    ‘컥?!’

    “어흑! 최 팀장! 내가 믿었던 거 알지!? 진짜 우리 최팀장이 최고다, 최고! 아, 어디 안 다쳤지? 밥은 잘 먹었고? 뭐야, 왜 얼굴이 반쪽이 됐어! 야, 누가 내 보약 가져와! 보약!”

    “아, 충성. 경정 최종혁 외…….”

    “경감 오택수.”

    “경장 최재수.”

    “영국에서의 출장을 마치고 지금 막 복귀했습니다. 충성.”

    “크흑! 그래, 너희도 잘 다녀왔다. 잘 다녀왔어! 어이구, 내 새끼들! 어이구! 내 팀장, 내 부하들!”

    “아, 거 국장님 새끼 아닌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그럼 너희가 먼저 저 잡것들을 잡든가! 최 팀장, 무시해. 저놈들 다 부러워서 질투하는 거니까.”

    진짜였는지 아무 말 못하는 외사국 외사수사과의 경찰들. 그래도 장난이 많이 섞여 있었기에 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무려 124명이다.

    외사국 외사수사과 전체가 달려든다고 해도 족히 4개월은 걸릴 숫자. 그런 경악스런 실적을 올린 형사를 진심으로 질투할 순 없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종혁은 다시 아차 했다.

    “아, 그리고 각 팀에서 수사하던 놈들 있으면 데려가십시오.”

    “뭐?! 진짜?!”

    “굴러온 돌의 뇌물입니다.”

    “……누구야! 어떤 새끼가 우리 최 팀장 욕했어!”

    “뭐야? 그런 새끼가 있었어?! 나와!”

    “일단 난 아니야! 말로 할 때 나와라!”

    “씨발, 과장으로서 말한다! 내 밑으로 다 대가리 박아!”

    순식간에 태도가 바뀌는 그들의 모습이 킬킬 웃은 종혁.

    함경필이 그런 종혁의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 건데? 응?”

    진짜 범인을 잡은 스토리부터 뜬금없이 러시아 대부호가 종혁에게 막대한 보물을 안겨 준 것까지. 듣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그 전에 일단 이쪽 분들과 인사부터…….”

    “응?”

    “수송 지원을 해 준 런던경찰청의 경찰들입니다.”

    “아!”

    식겁한 함경필 국장은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손을 내밀었다.

    원래 그들 외사국이 지원을 나갔어야 함에도 스케줄이 맞지 않았기에 수고를 끼친 런던경찰청의 경찰들.

    범인까지 손수 잡아 넘겨준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돌아가실 날까지 숙소 및 체류에 관한 모든 책임은 저희가 질 테니 부디 한국을 즐겨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오! 그럼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

    “자자, 이쪽으로. 야! 국제협력과 뭐해! 손님 받아!”

    “옙!”

    삽시간에 부산해지는 분위기.

    종혁은 바빠지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옆을 스쳐 지나가는 년놈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어디 가냐, 씨발놈들아.”

    “그, 그게…….”

    “……이 새끼들이야?”

    “예. 이 새끼들입니다.”

    “그래?”

    차갑게 굳은 얼굴로 노정봉 부부를 바라보는 함경필 국장.

    “기대해라, 개새끼들아. 내가 아주 지옥을 보여 줄 테니까.”

    “힉!”

    겁에 질려 시선을 피하는 그들의 모습에 피식 웃은 종혁은 갑자기 낯빛을 가라앉혔다.

    “김복순 씨와 승운이는요?”

    움찔!

    경기를 일으키는 아들 부부.

    함경필은 등 뒤를 가리켰다.

    “저기.”

    뚜벅!

    부산스러워진 공간을 꿰뚫는 늙고 힘없는 걸음 소리.

    노정봉 부부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어, 어머니.”

    김복순 할머니의 망막에 초췌한 아들의 얼굴이 맺힌다.

    지난 며칠 동안 무슨 모진 고생을 했는지 얼굴이 반쪽이 된 하나뿐인 아들, 하나뿐인 며느리.

    하지만…….

    “난 당신 같은 자식 둔 적 없어라.”

    “어, 어머니! 어머니!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네, 어머니! 오해예요! 저희는 분명…….”

    “없는 자식 데려오느라 수고하시었소, 슨상님. 내 이 은혜 꼭 갚겠소. 가자, 승운아.”

    “……응, 할머니.”

    “어머니-!”

    “승운아-!”

    마지막 희망을 품었는지 무너지는 그들 부부.

    종혁은 그런 그들을 뒷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어딜 눕고 지랄이야? 가자, 개새끼들아.”

    “어머니-!”

    그렇게 복도를 빠져나온 종혁은 다시 놀랐다.

    왜 모여 있는지 모르지만, 이쪽을 향해 선망과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인천공항의 직원들.

    그것도 모자라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짜자자자작!

    “수고하셨습니다, 팀장님!”

    “대단하십니다, 팀장님-!”

    마치 자신의 일처럼 사건을 접수하자마자 곧바로 그 먼 영국으로 날아가 범인을 잡아 온 형사.

    그랬다. 이게 진짜 경찰이었다.

    그들은 감사의 뜻을 담아 박수를 쳤고, 종혁은 누구보다 열렬히 박수를 치는 조은별 팀장과 기동타격대 대원들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건 함경필을 비롯한 외사국 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인천공항에서 이런 환대를 받은 경찰이 있던가.

    아무래도 정말 사람을 잘 받은 것 같다.

    함경필은 음흉히 웃으며 종혁의 옆구리를 찔렀고, 종혁은 쑥스러움에 머리를 긁적였다.

    “에이, 기분이다! 오늘 퇴근하면 제가 쏩니다! 공사 직원들도 모두 참석!”

    “우와아아아아!”

    “최종혁! 최종혁!”

    그렇게 뜨거운 불길이 치솟는 순간이었다.

    “최종혁 경정님?”

    뚜벅뚜벅 걸어와 종혁의 앞에 서는 정장 입은 사내들.

    “누구?”

    “문화재청에서 나왔습니다.”

    종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왔구나?’

    올 거라 예상했던 인간들이 드디어 왔다.

    종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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