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84화 (384/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84화>

쾅쾅쾅!

“경찰이다! 문 열어!”

한때 대도로 불렸을 만큼 몸이 날쌘 콜린.

집 안의 기색을 살피던 수십 명의 경찰은 마치 숨을 죽인 듯 아무런 기척이 없음에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부숴!”

“비키십쇼!”

런던경찰청 SWAT팀은 거대한 기둥 같은 걸 가지고 곧바로 문을 부쉈고, 경찰들은 우르르 집 안으로 진입했다.

“클리어!”

“이상 없습니다!”

“어…… 여기도 클리어.”

철렁!

“뭐?”

이번 수사본부의 본부장과 경찰들의 낯빛이 하얗게 질린다.

본부장은 다급히 콜린을 감시하던 경찰들의 멱살을 쥐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저, 저희도 잘…….”

“분명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똑똑히 봤습니다!”

감청을 통해 놈이 아스날 재경기를 보다가 잠든 것도 확인했다.

“이 빌어먹을 월급 도둑들아-!”

큰 걸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감시만 제대로 하라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못한 채 놓쳐 버리고 말았다.

‘이게 무슨 망신이야!’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자신들 런던 경찰이 한 일이 있던가. 범인을 유추하고 특정하기까지 모두 한국에서 온 경찰들과 가드너 교수가 해낸 것들이다.

망신살이 뻗혀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렇게 밥상을 차리다 못해 떠먹여 주기까지 했는데, 걷어차기라도 한다면 목이 날아갈 터.

은유적인 말이 아니라 분노한 영국 국민들에게 사로잡혀 화형을 당할지도 몰랐다.

오싹!

“콜린 패거리 수배 때리고 터미널, 항구, 공항을 비롯한 외곽으로 빠지는 모든 길을 봉쇄해!”

“예썰!”

본부장은 다시 우르르 콜린의 집을 빠져나가는 경찰들의 모습에 집 안을 훑어보며 담배를 물었다.

“빌어먹을. 꼭 잡는다, 콜린.”

까드득!

본부장은 새벽안개가 뭍은 옷을 신경질적으로 털어 내며 콜린의 집을 나섰다.

*   *   *

웅성웅성.

아직 해조차 뜨지 않은 새벽임에도 사람들이 제법 돌아다니는 기차역.

묵직한 등산용 가방을 멘 콜린이 콧노래를 부르며 금방이라도 떠날 듯 칙칙거리는 기차로 향하며 핸드폰 기판을 힘들게 누른다.

틱!

“후, 됐군.”

이젠 몸의 일부가 됐음에도 문자를 보내는 게 영 익숙해지지 않는 핸드폰. 화면에 찍히는 작은 글자가 눈이 침침해 잘 보이지 않으니 이젠 정말 늙은 것 같다.

세월의 무상함에 울적해지지만 그의 입가엔 곧 미소가 그려진다. 방금 보낸 문자 때문이다.

“흐흐. 이 문자를 보고 놀라 집에 들이닥쳤을 땐 나를 찾을 수 없겠지.”

1분 후면 기차 출발이다.

자신은 기차를 타고 빠져나가기로 했고, 알렉스는 차량, 톰은 버스, 더글라스는 항구를 이용하기로 했다.

입술을 비튼 콜린은 팔을 뒤로 돌려 가방을 살짝 들어 봤다.

팔이 힘을 받지 못하는 자세라 한 2센티미터 정도 들리다 더 들리지 않는 육중한 무게.

‘이걸 정리하면 얼마나 나올까.’

모두와 함께 균등히 나눈 보물들. 아마 헐값에 판다고 해도 백만 파운드는 족히 나올 것이다.

“이 정도면 한 5년은 풍족하게 지낼 수 있겠지.”

시골이라면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지낼 수 있을 거다. 상황을 지켜보다 동남아처럼 따뜻한 나라로 가도 된다.

물론 시시때때로 고개를 쳐드는 도둑의 본능은 그 긴 시간을 견디지 못할 테지만 말이다.

뭐든 연금으로만 근근이 연명하던 삶은 이젠 끝이란 소리였다.

콜린은 잠시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다신 볼 수 있을까 싶은 런던의 정경, 옛 허름한 기차역이지만 그 마지막 정경을 아련히 둘러본 콜린은 핸드폰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발을 내디뎠다.

이번 도주의 마지막 관문인 늙은 역무원에게로 말이다.

“어디 멀리 가시나 봅니다.”

“예. 먼 곳으로 갑니다.”

먼 곳으로 갈 거다.

아주 먼 곳으로. 경찰조차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로.

“어이쿠, 그 나이에 여행이라니 부럽군요. 그럼 부디 좋은 여행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늙은 역무원은 일등석 출입구에서 비켜섰고, 모든 관문을 통과한 콜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출입구의 계단을 밟았다.

“그럼 잘 있어라, 런던이여. 내 오랜 고향이여.”

그 순간이었다.

“아니다. 넌 계속 여기 있을 거다, 이 개자식아.”

“응?”

고개를 든 콜린은 분노로 일그러진 웬 경찰 제복을 입은 경찰의 얼굴과 어느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신발 밑창에 의아해했다.

그리고 그게 오늘 그가 기억하는 마지막 풍경이었다.

뻐어억!

*   *   *

“알렉스 검거! 보물도…… 확보했답니다!”

“우와아아아아!”

“야! 기자 불러, 기자!”

축제가 열린 수사본부.

지난 시간 동안 제대로 씻지 못한 채 고생만 했던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고, 본부장도 런던경찰청장의 다독임을 받으며 눈물을 찔끔 보였다.

이제 드디어 끝이다.

목이 날아가는 악몽을 꾸는 것도.

‘아차!’

동시에 뭔가를 떠올린 경찰청장과 본부장은 저 멀리서 서로 악수를 하고 있는 종혁과 가드너 교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들의 손을 꽉 잡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로…….”

더 이상 목이 달아날 걱정을 안 해도 되어서인가. 물기가 가득한 음성으로 진심을 전하던 경찰청장이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의 손을 더 힘주어 잡는다.

“고맙습니다, 최. 그리고 한국 경찰분들.”

이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콜린 패거리를 잡을 수 있었을까. 아니다. 어쩌면 평생이 걸려도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한국도 웬만하진 않나 보군요.”

그러니 당신들 같은 유능한 경찰들이 있는 거 아니냐는 농담에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저희의 미욱한 참견이 부디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오. 겸손하기까지!”

이젠 눈물마저 그렁거린 경찰청장은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한 건지 표정을 굳힌다.

“한국 외사국 소속이시라고요?”

“예. 대한민국 경찰청 외사국 외사수사과의 최종혁 경정입니다.”

“언제 돌아가실 겁니까?”

“사건이 끝났으니 아마 내일 비행기로 떠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빚을 지게 했으니 앞으로 협조적으로 나올 터. 이 정도 성과를 올렸으면 하루 정도는 늦게 돌아가도 괜찮았다.

“그럼 하루만 더 일정을 늦춰 주세요.”

“예?”

“꼭 그래 주세요.”

그러면 마치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듯 종혁의 손을 두드린 경찰청장은 몸을 돌렸고, 종혁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한숨을 폭 내쉬었다.

“씨발. 나가리 되지 않고 끝나서 다행이네.”

“큭큭큭. 왜? 쫄았어?”

“오 경감님은 안 쫄았어요?”

“아니, 나도 존나 쫄았어. 어우, 씨발. 이제야 좀 오줌발 서겠네.”

이렇게 참견이란 참견은 다 했는데 범인을 놓쳤다?

혹여 런던 경찰의 잘못이라도 양국 수사기관들 사이에 냉랭한 기운이 돌았을 게 분명했다.

“하아. 아, 교수님. 다시 한번 수고하셨습니다.”

“흠. 이래선 학자가 되라고 억지를 부릴 수 없겠군요.”

“아하하.”

“영국 시민들을 대표할 순 없지만, 그래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최. 그리고 미스터 오, 미스터 최.”

오택수와 최재수가 아니었다면 콜린 패거리가 이 사건의 범인임을 알아낼 수 있었을까. 이번 사건의 최대 공로자는 어쩌면 오택수와 최재수 이 둘일지도 모른다.

“참 많은 걸 배워 갑니다, 교수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교수님.”

“후후. 저 역시…… 하지만 마치 지금 이 순간 이후로 다시 보진 않겠다는 듯한 그런 말은 좀 슬프군요.”

“아, 그게…….”

“나가시죠. 런던 토박이인 제가 런던의 모든 걸 알려 드릴 테니!”

“오!”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는 눈을 빛냈다.

런던 토박이라면 일반 여행객들은 모르는 중요한 포인트들도 알고 있을 터. 그들의 마음에 기대가 훅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뭐야. 보물이 부족한 것 같다고?!”

뜨거워진 수사본부에 얼음물을 끼얹는 외침.

“왜! 뭣 때문에!”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 가드너는 뒷목을 잡으며 외치는 런던경찰청장을 멍하니 응시했다.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   *   *

해가 막 어스름하게 떠오르는 새벽, 런던 교외의 한 공동묘지.

공동묘지보다 마치 공원처럼 나무들이 가득 심어진 그곳에 스르륵 한 대의 차가 멈춰 서며 헤프너 남작이 내린다.

썩 표정이 좋지 않은 그.

그럴 수밖에 없다. 오늘 새벽 ‘이제 거래는 끝났다, 당신 몫은 약속 장소에 가져다 놓았다’라는 문자가 발송되어 왔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나자 핸드폰을 확인하자마자 얼마나 놀랐던가.

“하층민들 따위가 감히…….”

빠드득!

‘살려 둬선 안 되겠군.’

어차피 살려 둘 마음도 없었지만, 이젠 더 죽여야 할 것 같다.

눈빛을 서늘히 가라앉힌 헤프너는 공동묘지 안, 마치 집처럼 지어진 커다란 묘지 앞에 섰다.

그리고 서슴없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갔고, 이내 곧 묵직한 가방을 들고 나오며 입술을 비틀었다.

“이제 놈들을 찾아 나머지 보물을 회수하면 되겠군.”

그러면 보험금 1억 파운드 외에도 무려 6천만 파운드의 비자금이 생기는 거다. 유언장의 내용을 어기지 않고도 그런 막대한 돈을 얻는 거다.

그는 목에서 꿀렁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려 버렸다.

“하아. 좋군, 좋아.”

그는 핸드폰을 들며 저택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집사. 갑자기 별장에 가고 싶어졌으니 오늘 스케줄 모두 취소하고…….”

-나, 남작님! 놀라지 말고 들어 주십시오!

“이 새벽부터 뭐가 그렇게 호들갑이야? 방계 중 누군가 죽기라도 했대?”

-그게 아닙니다! 바, 방금 막 런던경찰청에서 연락이 왔는데 도둑들을 모두 잡았다고 합니다!

“뭐?!”

눈을 부릅뜬 헤프너 남작.

“미친! 그게 무슨 말이야!”

그는 다급히 걸음을 옮겼고, 새벽녘의 서늘하고 불길한 바람이 그가 있던 자리를 머물다 사라졌다.

*   *   *

쾅!

런던경찰청의 취조실.

책상을 친 수사본부의 부본부장이 이를 드러낸다.

“이봐, 콜린. 지금 이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의미가 있다.

이놈들이 훔쳐 간 보물 중 80퍼센트를 회수했지만, 아직 20퍼센트를 회수하지 못했다. 약 1200만 파운드.

콜린 패거리 4명이서 나눈다고 해도 각자 300만 파운드. 충분히 입을 다물 만한 액수다.

“그래,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너희가 교도소에서 늙어 죽는 게 빠를까, 우리가 찾는 게 빠를까! 이걸 우리가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쾅! 쾅!

부본부장은 책상을 치며 콜린을 위협했지만, 콜린은 눈을 감은 채 입을 꾹 다물 뿐이었다.

콜린도 말하고 싶다.

하지만 말했다가는 늙어 죽는 게 아니라 교도소에 갇힌 순간 죽을 거다. 헤프너 남작은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 개자식이!”

쿠당탕!

성질을 이기지 못한 부본부장이 멱살을 잡자 옆에 있던 본부장이 그 팔에 손을 올린다.

“자자, 진정해.”

“……어우, 돌아 버리겠네!”

책상을 걷어찬 부본부장은 취조실을 박차고 나갔고, 본부장은 콜린의 구겨진 옷을 펴 주었다.

그에 놀라 눈을 뜬 콜린.

“많이 놀라셨겠지만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콜린 씨. 당신들이 저지른 일이 워낙 크잖습니까. 자자, 이걸로 놀란 가슴부터 가라앉히시죠.”

콜린은 본부장이 내민 홍차를 응시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교도소에 갇히면 하루에 한 모금이나 마실까 싶은 담배와 홍차.

본부장은 찻잔을 입에 가져가는 콜린을 보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고, 취조실 거울유리 뒤에 서 있는 종혁은 피식 웃었다.

“이야, 이 동네나 저 동네나 형사는 다 똑같네.”

굿 캅, 베드 캅.

거의 80퍼센트 확률로 통하는 취조법이다.

‘그런데 안 통할 것 같은데…….’

콜린의 눈에 체념이란 감정이 없다. 그건 방금까지 지켜보다 온 알렉스, 더글라스, 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또 묘하게 돈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언뜻언뜻 저들의 눈가를 스치던 공포.

콜린 패거리는 지금 누군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건 아마 헤프너 남작일 확률이 높겠지.’

심증이 말하는 이 사건의 마지막 범인, 헤프너 남작.

“흠. 이놈을 어떻게 끌어낸다?”

지이잉! 지이잉!

“아, 죄송합니다. 잠시.”

종혁은 한국에서 온 전화에 얼른 방을 빠져나갔고, 그 순간 저 멀리서 짜증 가득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헤프너를 발견하곤 눈을 빛냈다.

‘그래. 너 맞잖아, 새꺄.’

종혁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헤프너를 응시하며 전화를 받았다.

“예, 최종혁입니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최 팀장! 그놈들 잡았다며?! 최 팀장이 잡은 거지? 그렇지?!

그렇다고 말만 하면 만세를 외칠 것처럼 흥분한 함경필 국장.

주위에 누군가 있는지 함경필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숨소리도 들린다.

-아, 좀 나와 봐!

“흠. 잡긴 잡았는데, 보물 중 20퍼센트를 회수 못했습니다.”

-그래! 잡았…… 어? 20퍼센트나? 그, 그럼 200억?! 야, 누가 지금 환율 좀 알아봐!

“이 새끼들, 입을 꾹 다문 게 죽어도 말하지 않을 것 같아요.”

-……씨발. 그 돈이면 나라도 말 안 하지.

입을 꾹 다물고 형기만 무사히 치르면 200억이란 돈이 생긴다.

처분하는 게 문제긴 하겠지만, 모험을 걸다 못해 목숨까지 걸 액수다.

문제는 그렇게 되는 순간 종혁이 세운 공이 흐려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영국 경찰에서 한국을 욕할 수도 있었다.

-돌아와. 그 정도면 해 줄 만큼 했다.

단호한 함경필의 말에 종혁은 혀를 찼다.

-무조건 이틀 내로 돌아오는 거야. 이거 권고가 아니라 명령이야.

‘빌어먹을.’

“……끙. 알겠습니다.”

새로운 부서장의 첫 번째 명령이다. 알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종혁은 전화를 끊었다.

“이틀이라…… 씨발. 가능할지 모르겠네.”

쾅!

“아, 아니 남작님!”

“보물의 주인이 도둑놈들도 만나지 못한다는 겁니까! 놓으십시오! 지금부터 내 몸에 손끝이라도 댔다가는 재미없을 겁니다.”

“아, 미치겠네.”

‘흐응?’

종혁은 취조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는 헤프너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것 봐라?”

취조실 문을 박차고 들어간 헤프너는 곧바로 콜린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이봐. 늙은 도둑. 나머지 보물은 어디 있지?”

“…….”

콜린은 지금 뭔 개소리를 하냐는 듯 헤프너를 응시했고, 헤프너는 그런 그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며 이를 드러냈다.

“그래, 그렇게 계속 침묵하고 있어 봐. 내가 너희 도둑놈들에게 지옥을 보여 줄 수 없을 것 같다고 여기면 계속 다물어 보라고.”

흠칫!

‘이 개새끼……!’

경고다. 입을 다물지 않으면 끔직한 죽음을 맞이하게 해 주겠다는 경고.

헤프너는 그런 경고를 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콜린은 죽일 듯 헤프너를 노려봤지만, 그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에 입술 끝이 살짝 흔들린 헤프너는 집어 던지듯 멱살을 풀며, 마치 더러운 것을 만졌다는 듯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았다.

“흥. 시궁창 같은 밑바닥 자식들.”

콧방귀를 뀐 헤프너는 취조실을 빠져나갔고, 런던경찰청장이나 본부장은 다급히 그를 따라나섰다.

그리고 남겨진 콜린은 이를 뿌득뿌득 갈며 헤프너가 떠난 자리를 죽을 듯 노려봤다.

그 순간이었다.

“이야, 얼굴 좋네.”

움찔!

콜린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한국 경찰?”

“오, 신문 봤어? 어땠어? 너희를 삼사십대 4인조로 거짓말 치라고 말한 게 나였는데. 참고로 너희를 찾은 것도 나다?”

“……뭐? 이 개자식이!”

그제야 모든 걸 깨달은 콜린은 눈을 뒤집으며 달려들었고, 종혁은 그대로 가슴을 걷어찼다.

“으악!”

쿠당탕.

“하. 진짜 너희 범죄자들은 왜 사람을 나쁜놈으로 만드는 거냐?”

뚜벅뚜벅 걸어가 콜린의 멱살을 잡아 올린 종혁은 그의 귀에 입술을 가져갔다.

“야, 내가 지금 긴가민가해서 묻는 거거든? 설마 나머지 20퍼센트, 헤프너 남작한테 있는 거냐?”

“헉?!”

“땡큐.”

입술을 핥은 종혁은 파랗게 질린 콜린을 집어 던지며 취조실을 빠져나왔고, 그런 그의 모습에 거울유리 뒤에 있던 최재수와 오택수가 다급히 뛰쳐나왔다.

“야, 뭐야. 뭔 말을 한 거야?”

어디 이런 걸 한두 번 보던가.

그들은 종혁이 한 말이 궁금해 미칠 것 같았고, 그건 그들의 뒤를 쫓아온 가드너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생각이 맞습니다, 교수님.”

“그, 그러면……?!”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가드너는 이마를 잡았다.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다.

피해자인 헤프너 남작을 강제적으로 수색을 할 수 없거니와 혹여 강제적으로 수색을 한다고 해도 보물을 찾지 못한다면 어마어마한 역풍이 불 거다.

“후. 그 20퍼센트는 이제 영영 찾을 수 없겠군요.”

아마 세상에 나올 수 없게 꽁꽁 숨겨질 것이다. 아니면 어디 먼 타국에 팔려 버리든가.

종혁도 동감이다.

이제 그 20퍼센트의 보물은 절대 찾을 수 없을 거다.

그러니…….

“알아서 가져다 바치게 해야죠, 뭐.”

“예?”

가드너의 반문을 무시하며 돌아서는 종혁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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