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83화 (383/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83화>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일주일. 영국의 보물들은 지금 어디에?

    런던 경찰, 보물을 찾을 생각이 있긴 한 건가.

    가드너 교수, 이번엔 실패하나?

    여왕 폐하! 런던 경찰청을 독촉하다!

    “예, 예. 지금 한창 찾고 있으니!”

    다급히 수화기에서 귀를 떼는 런던경찰청장.

    “예. 어떻게든 찾도록 하겠습니다. 예…….”

    쾅!

    “빌어먹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집어지는 신문 옆에 놓인 전화기를 향해 집어던지듯 수화기를 던진 경찰청장은 씩씩거리며 수사본부로 향했다.

    문을 걷어차며 들어오는 그를 발견하고 다급히 일어서 경례를 하는 런던 경찰들.

    “지금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그놈들 찾았어?!”

    “그, 그게…… 계속 CCTV를 돌리고는 있지만…….”

    “했지만 뭐! 나흘 전처럼 CCTV 사각으로 사라져서 발견할 수 없다, 증발해 버렸다 그딴 말을 한다면 죽을 줄 알아!”

    가드너 교수가 나서기 이틀 전, 놈들이 박물관 근처에서 타고 사라진 차량을 발견하기는 했다.

    그러나 전소되어 버려서 DNA를 찾을 수 없는 상황.

    그런 와중에 가드너 교수가 놈들이 차를 바꿔 탔을 수 있다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고, 현재 재탐문 중이었다.

    “겨, 경찰들을 파견해 그 주변을 이 잡듯 뒤지며 탐문조사를 하고 있으니…….”

    “그것도 나흘 전에 한 말이잖아! 늙은 도둑놈들은 어떻게 됐어?”

    “혀, 현재 감시를 붙인 상태니 곧 뭐가 나와도 나올 겁니다!”

    오십견 진료를 받은 강도의 숫자는 총 46명. 전원 감시를 붙인 상태다.

    “그것도 어제 한 말이잖아! CCTV 없을 땐 어떻게 잡았냐, 이 무능한 것들아! 범인을 못 잡겠으면 보물들부터 찾아오라고-!”

    혹여 범인을 못 잡는다고 해도 무조건 회수해야 되는 보물들.

    보물이 잘못되는 순간 자신의 목도 날아간다. 자신뿐만 아니라 최고위 간부들의 목이 줄줄이 날아갈 거다.

    국민들이 보물을 찾길 바라고 있으니 백 퍼센트다.

    호랑이 같은 그의 포효에 수사본부 안에 있던 경찰들이 고개를 돌리거나 슬그머니 수사본부를 빠져나간다.

    씩씩거리던 경찰청장은 수사본부 한구석, 소파에 앉아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며 어떤 서류를 살피는 가드너에게 다가갔다.

    “교수님,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경찰들을 계속 믿어 보시죠. 훌륭한 런던 경찰답게 곧 범인들을 찾아낼 겁니다.”

    “아니…… 하,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가슴을 두드린 경찰청장은 종혁을 힐끔 보고는 수사본부를 빠져나갔고, 종혁은 씹고 있던 피쉬 앤 칩스를 내려놨다.

    “심각하네요.”

    “확실히 한국과 비교하면 영국의 CCTV 보급률은…….”

    “아뇨. 그게 아니라 너무 맛이 없어서요. 진짜 죄송하지만, 이거 정말로 영국의 대표 음식이 맞긴 합니까?”

    종혁의 얼굴이 끔찍한 쓰레기를 먹은 듯 구겨진다.

    “으하핫! 확실히 타국 사람에게 영국의 맛이 심심하고 느끼하긴 하죠.”

    ‘그냥 그 정도가 아닌데…….’

    속살뿐만 아니라 튀김옷조차도 간이 안 되어 있고, 그것도 모자라 튀김옷이 머금은 기름을 하나도 빼지 않았다. 영국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먹나 싶을 정도였다.

    ‘블랙퍼스트 세트는 꽤 괜찮았는데…….’

    아니, 그동안 가드너 교수에게 추천을 받아 간 음식점들 모두 괜찮았다. 맥주까지도. 안주를 곁들여 먹는 문화가 없어서 제법 당혹스러웠지만, 맥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런 지뢰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여긴 경찰들에게 맛집으로 호평을 받는 곳이기에 더 놀라웠다.

    ‘영국은 영광을 얻는 대신 미각을 잃었다더니 그게 맞는 것 같네.’

    정말 다신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었다. 돈 낭비만 제대로 했다.

    “흠.”

    물로 입을 헹구며 일어선 종혁은 런던 시내가 지도가 붙은 화이트보드로 다가갔다.

    그런 그의 옆에 가드너가 섰다.

    “아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헤프너 남작은 사치가 심했다더군요. 그러다 요 몇 년 사이 그게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그 시기가 공교롭게도 전 헤프너 남작이 타계한 이후다.

    “고삐가 풀린 거군요.”

    ‘제어할 사람이 없으니 사치는 더 심해졌겠지. 그런데 수익은 그대로…….’

    뭔가 앞뒤가 맞아 가는 것 같은 기분.

    하지만 확신을 할 수는 없다.

    “하, 심증은 딱 이놈인데.”

    공권력을 동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종혁의 말에 가드너는 씁쓸히 웃었다.

    “당장 손쓸 방법은 없죠.”

    헤프너 남작은 피해자다. 여기서 그의 재정 상태 등을 알아봐야겠다고 말을 하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헤프너의 귀에 말이 들어가게 될 거다.

    아니, 그 전에 방금 전 본부를 뒤집고 간 경찰청장부터 거부를 할 거다.

    “쯧. 일단 이놈들부터 잡으면 뭐든 답이 나오겠죠. 교수님은 이놈들이 어디로 튀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아마…… 여기 CCTV 공백지대에서 차를 갈아타고 여기, 여기, 여기 중 하나로 갔을 확률이 높습니다.”

    놈들이 차량을 소각시킨 곳은 반경 30미터 내에 CCTV가 하나도 없는 공백지대. 이 안에는 카메라가 설치 된 ATM조차도 없다.

    그리고 가드너가 가리킨 곳은 그런 공백지대 근방의 다른 공백지대들이다.

    ‘지랄 맞다. 지금이 뭔 90년대냐?’

    “아마 놈들은 이렇게 이동한 공백지대에서 다시 차를 갈아탔을 겁니다. 세 번, 어쩌면 네 번.”

    가드너는 이들이 베테랑이란 것에 주목을 했다.

    그동안 수없이 범죄를 저질렀을 이들.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는 방법쯤은 통달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인간은 학습 하는 동물이니까.

    더욱이 도난당한 액수도 액수다.

    수천만 파운드. 이 정도의 투자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런던 경찰들도 그걸 바탕으로 최소 열흘 전부터 이 구역에 들어간 차와 사건 발생 시각 나온 차들을 대조 및 검토하고 있는 중이고, 이 공백지대들에 파견 된 경찰들은 그 기간 동안 주차되었던 차들이 있는지를 탐문 중이다.

    종혁도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걷는 것조차 느린 늙은이들이다. 차량 이동은 필수였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건 결국 놈들이 서로 찢어져서 이동을 했다는 건데…….”

    노인 4명이 차를 타고 이동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니 분명 목격자가 있을 텐데도 목격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이들이 다수의 차량에 나눠 탔을 가능성도 있단 소리다.

    “하. 이럴 때 무게 변화에 의한 차체 높낮이를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텐데…….”

    가방 하나당 못해도 70kg 이상. 차체는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설사 그 시스템이 지금 있다고 해도 CCTV 화질들이 죄다 구리니 잘 써먹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골치 아프네. 나도 언제까지 여기서 엉덩이를 뭉갤 수 없는데…….’

    함경필 국장이야 런던경찰청에 협조를 하고 있다니 사건만 해결하고 돌아오라 했지만, 그게 과연 얼마나 갈까.

    인천공항에도 사건사고는 많기에 이대로 별다른 성과 없이 5일만 지나도 언제 돌아올 거냐고 압박을 해 올 거다. 이쪽의 사정이 나빠지면 곧바로 철수를 외칠지도 몰랐다.

    괜히 안 되는 놈 옆에 있다가 횡액을 맞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가 아니라도 종혁 역시 얼른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대로 신고식 기간이 끝나면 인천공항은 빠이빠이지.’

    절도범들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천공항에 내 사람을 심어 두는 것도 중요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이었다.

    지이잉!

    “어, 재수야. 왜?”

    런던 경찰들을 따라 CCTV 공백지대로 향한 최재수.

    -어, 난데.

    “음? 오 경감님?”

    -야, 이 새끼들 정말 자동차로만 이동했을까?

    “네?”

    종혁은 눈을 크게 떴다.

    *   *   *

    부우웅, 빵빵.

    차들과 사람들이 가득 돌아다니는 거리.

    “퉤!”

    씹고 있던 대구튀김을 뱉으며 콜라로 입을 헹군 오택수가 놀란 얼굴로 피쉬 앤 칩스를 응시한다.

    런던 경찰들이 말하길 영국의 대표 음식이자 평소에도 식사 대용으로 잘 먹는다고 해서 한번 사 봤던 피쉬 앤 칩스.

    “야, 너도 못 먹겠으면 버려.”

    “오 경감님, 소금은 원래 밑간할 때 쓰는 거 아니에요? 왜 뿌려 먹는 거죠?”

    “이리 줘.”

    “어떻게 그래요. 이게 얼마짜린데…….”

    10파운드, 한화로 거의 2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2만 원이면 최재수에게 일주일 교통비.

    울상이 된 최재수는 꾸역꾸역 대구튀김을 입안으로 욱여넣었고, 그 모습에 오택수도 이를 악물며 감자튀김을 입에 넣었다.

    “그래도 감자튀김은 좀 낫네, 나아. 아, 나왔네.”

    오택수는 골목에서 웬 중년인과 함께 걸어 나오는 런던 경찰들에게 다가갔다.

    “이번엔 뭐 좀 나왔습니까?”

    런던 경찰들은 고개를 저었다.

    자기 나라 사건이 아님에도 이렇게 열성적으로 움직여 주는 타국 경찰들이 고마운 그들.

    “사건 발생 일주일 전에 모르는 차가 골목에 주차된 적이 있어 예의주시했는데, 차를 바꿔 타고 간 사람이 노인 한 명이었답니다.”

    “한 명이요?”

    “예. 용의선상에 오른 차량 색상과 차종은 맞지만…… 후.”

    놈들이 박물관을 턴 이후 이용한 승용차가 전소된 공백지대에서 나온 수많은 차량 들 중 하나.

    그런데 영국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종에다 색상도 흰색.

    공백지대에서 나온 차량들 가운데 사건 발생 시각 1시간 후로 이 차종과 똑같은 차만 열 대였다.

    바꿔 타고 간 차량도 흔히 볼 수 있는 차종.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이 노인은 바꿔 타기 전 차의 문을 열어 놓았고, 결국 10분도 안 되어 동네 양아치들이 그 차를 몰고 사라져 버렸다.

    “아마 차량을 개조해 파는 놈들에게 팔아 버렸겠죠. 그리고 솔직히 이놈이 박물관을 턴 놈들이 맞나 싶기도 하고.”

    여긴 CCTV가 비추지 않는 지역이다. 범죄자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였다.

    심심치 않게 강도 살인 사건이나 강간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는 장소. 목격자가 가방을 옮기는 것만 목격했어도 생각을 달리했을 테지만, 아쉽게도 그건 목격하지 못했다.

    “그래도 일단 이 동네 놈들부터 뒤져 볼 생각인데…….”

    “흠.”

    오택수는 따라갈까 하다가 관뒀다.

    ‘한 명, 한 명이라…….’

    “저흰 놈들이 처음으로 이용한 차량이 전소된 곳으로 가 보겠습니다. 이 한 명이란 게 좀 걸려서요.”

    아무래도 촉이 좋지 않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런던 경찰과 악수를 하며 헤어진 오택수와 최재수는 택시를 잡아타고 차량이 전소된 장소로 향했다.

    “수고하십시오.”

    오택수는 도로가 근처에 숨겨진 허름한 주차장을 응시했다.

    저 주차장을 중심으로 반경 30미터가 CCTV의 공백지대다.

    “야, 택시를 타고 여기까지 걸린 시각은?”

    “대략 2분이 정도요. 저 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는 총 네 개. 하지만 박물관에서 여기까지 온다고 생각하면 루트는 셀 수 없음.”

    “오케이. 그럼 포기. 우린 일단 단순하고, 최단 거리로만 가 보자고.”

    “그 한 명이란 말이 그렇게 걸리세요?”

    “어.”

    이런 CCTV 공백지대도 많고, 가로등 불빛조차 비추지 않는 뒷골목이 많아 범죄율이 높은 런던이라고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시각 박물관 도난 사건의 범인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노인이 종혁과 가드너가 예상한 도주 경로에서 차를 바꿔 타고 갔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다.

    “일단 거기까지 걸어서 가 보자.”

    “예.”

    담배를 문 오택수는 몸을 돌려 도로로 빠져나왔고, 그대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실례합니다.”

    “아, 예.”

    반사적으로 비켜선 오택수는 자신들을 스쳐 지나가 버스정류장 앞에 서는 노인을 발견하곤 혀를 내둘렀다.

    허리가 잔뜩 굽어 있음에도 아직 의자에 앉을 때가 아니라는 듯 가만히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노인.

    “아이고, 정정하시네. 그래도 저 연세에 버스 타시면 안 좋을…… 흠?”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알 수 없는 뭔가에 고개를 모로 기울이던 오택수는 이내 눈을 부릅뜨며 뒤를 돌아봤다.

    그러곤 곧바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아니, 달려갔다.

    “뭐예요?! 갑자기 무슨 일인 건데요! 오 경감님! 야!”

    최재수의 개소리를 무시하며 주차장을 넘어 CCTV 공백지대에 가장 끝자리에 도착한 오택수는 눈앞에 보이는 지하로 향하는 계단, 지하철을 발견하곤 미간을 좁혔다.

    ‘이 새끼들 혹시?’

    “야, 너 핸드폰 줘 봐!”

    “오 경감님 거는요?”

    “로밍 안 했어!”

    최재수의 핸드폰을 뺏다시피 가져온 오택수는 재빨리 종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난데. 야, 이 새끼들 정말 자동차로만 이동했을까?”

    *   *   *

    딸랑!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가랑비가 내리는 오후.

    한 손에 빵 봉지를 든 채 콜린이 펼쳐진 우산 너머의 비를 응시한다.

    “오늘따라 비가 좀 내리는군.”

    “좋은 저녁입니다, 콜린 씨.”

    “그래요, 좋은 저녁입니다.”

    작은 마트의 주인이 오늘도 아는 체를 하자 콜린도 언제나처럼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힐끔 방금까지 걸어온 길을 바라본다.

    어제, 가드너 교수가 수사본부에 합류한 지 하루 뒤인 어제부터 이상한 놈들이 따라붙었다.

    ‘설마 경찰인가?’

    딱 그런 냄새가 풍기긴 했다.

    하지만…….

    ‘아니야. 그 바보 같은 런던 경찰이 우리를 찾았을 리가 없지.’

    도주 수법을 예술로 짰다. 셜록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아마 자신들의 도주 경로를 알아내진 못했을 거다.

    ‘혹여 의심을 했다고 해도 바보처럼 알리바이를 물어봤을 테고. 그러면 헤프너 그 자식이 보낸 감시자인가?’

    6천만 파운드 상당의 보물이 자신들의 손에 있으니 헤프너 남작도 불안할 터. 도둑의 손에 보물을 있는데 안심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석간 신문이 나왔는데, 한 부 가져가시겠습니까?”

    “오늘은 어떤 일이 있습니까?”

    “휴 그랜트가 어제 연인과 결별을 했다는군요.”

    “호. 연인이 어퍼 클래스의 여성 아니었던가요? 하지만 썩 흥미가 가는 내용은 아니군요.”

    “끙. 딱 한 부만 남았는데…….”

    “하하, 미안합니다.”

    “휴우. 즐거운 저녁 되십시오.”

    “제프리도요.”

    가볍게 인사를 하며 돌아선 콜린은 집으로 향했고, 거실에 빵 봉지를 내려놓고 차를 준비했다. 그러며 알렉스에게 전화를 했다.

    “오, 알. 지금 시간 되나?

    -……지금은 좀 만나러 가기 힘들 것 같은데? 톰과 더글라스에게 물어보지 그래?

    “흠. 많이 바쁜가 보군. 그렇게 하지.”

    통화를 종료한 콜린은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알렉스에게도 감시자가 붙었군.’

    이름이 아니라 애칭으로 부르는 건 주위가 안전하냐는 그들만의 은어. 톰과 더글라스에게도 전화를 한 콜린은 두 친구들에게도 감시자가 붙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후 혹시 모를 도청을 대비해 다른 지인들에게 연락을 한 콜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평소처럼 티타임을 즐기고 저녁을 먹은 후 아스날의 재경기 영상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그러다 괘종이 댕 하고 한 번 울자 다시 눈을 뜬 그.

    ‘일단 누군가 집 안에 들어온 흔적은 없었어.’

    콜린은 슬그머니 창가로 걸어가 망볼 때 쓰는 거울을 들어 도로를 비췄다.

    ‘아까 그 차가 세워져 있군.’

    작게 혀를 찬 콜린은 검은색 우비를 챙겨 든 채 소리 없이 현관문을 열어 옥상으로 향했다.

    그러자 보이는 옆 건물과 이어진 판자 다리.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그가 만들어 놓은 도주로였다.

    성큼성큼 다리를 건너고, 한 번 더 건넌 콜린은 계단을 내려가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러곤 걸었다. 목적지가 나올 때까지.

    그렇게 안개가 가득한 런던의 거리를 걸어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시 모이기로 한 장소에 도착한 콜린은 먼저 도착해 있는 알렉스를 발견하곤 낯빛을 굳혔다.

    “언제부터였어?”

    “어제부터. 넌?”

    “나도. 톰과 더글라스는?”

    끼익!

    “우리도 마찬가지야.”

    우비를 벗으며 들어온 톰과 더글라스는 담배를 빼물었다.

    “빌어먹을. 헤프너 이 자식…….”

    감시하는 사람들이 설마 경찰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 그들.

    CCTV로 자신들이 네 명임을 드러내고, 첫 번째 포인트에서 운전수 알렉스를 제외한 3명이 CCTV 공백지대에 있는 지하철역을 이용했다. 가방 두 개에 담긴 보물들을 따로 챙긴 가방에 나눠 담아서.

    그리고 각자 다른 역에서 내려 아지트에 보물을 숨겼다.

    그리고 알렉스는 첫번째 포인트 이후 네 곳의 포인트에서 차를 갈아탔다. 이후 버스로 이동.

    이미 4명이라는 숫자에 편견이 생긴 경찰들은 절대 자신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 운이 좋아 자신들을 찾는다고 해도 몇 달 뒤.

    그때쯤이면 자신들은 영국에 없을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절대 들키지 않을 도주 경로를 짰으니 감시자가 경찰일 거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 거야, 콜린?”

    “어떡하긴. 룰을 어겼으면 거래는 끝인 거지.”

    그렇지 않아도 내일 만나기로 한 그들.

    “약속 장소에 헤프너 그 자식의 몫만 가져다 놓고 잠시 잠수를 타자고.”

    본래의 계획대로였다면 벌써 현금으로 바꿔 충분히 타국으로 갈 수 있었을 텐데, 가드너가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는 바람에 영국 어느 한적한 시골에서 숨어야 할 것 같다.

    이 보물들을 모두 녹여 현금화시킬 때까지 말이다.

    “모두 동의해?”

    “……쯧. 그러지. 이거 너무 손해 본 것 같아.”

    “동의해.”

    “나도.”

    “그럼 움직이지.”

    몸을 일으킨 그들은 아지트의 구석을 뒤져 보물이 담긴 가방들을 꺼내 들었다.

    *   *   *

    한편 그 시각 불이 꺼지지 않는 런던 경찰청 수사본부.

    “차, 찾았습니다!”

    “뭐야?!”

    잠시 꾸벅 졸고 있던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 가드너까지 눈을 번쩍 뜨며 소리를 지른 경찰에게 달려간다.

    “이놈, 아니 이놈들 우리가 감시하던 놈들 맞죠?!”

    오십견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 늙은 도둑들.

    그런 도둑 세 명이 CCTV 공백지대에 있는 지하철역 플랫폼에 서 있다.

    비록 서로 거리를 둔 채 떨어져 있다고 하지만, 이걸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 이 새끼들 콜린 패거리 아니야?”

    “콜린? 대도 콜린? 그놈 좀도둑 되지 않았어?”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빙고다, 씹새끼들아.”

    경찰들의 눈에서도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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