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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76화 (376/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76화>

기이이잉!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국제공항.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바쁘게 걸음을 옮긴다.

누군가는 생애 첫 해외여행에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서.

또 누군가는 비행기 이륙 시간이 가까워져서.

얼른 면세점 쇼핑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출입국 게이트와 여러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바쁜 와중에 다른 의미로 바쁜 사람들이 있다.

한가득 미소를 짓거나 제복을 입은 채 경직된 얼굴로 돌아다니는 인천국제공항의 직원들.

인천국제공항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주역들이다.

“야, 야. 그 말 들었어? 이번에 경찰 본청에서 상주 경찰이 파견된대!”

“아, 벌써 그 시즌이야?”

본디 인천경찰청과 국정원이 치안 및 보안을 담당하는 인천국제공항.

그러나 매년 2번, 1월과 7월 인사이동 시즌에 경찰 본청의 외사국에서도 경찰이 파견된다.

명목상은 인천경찰청 및 국정원, 그리고 인천 국제공항공사 직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함이라고 하지만, 이게 본청 외사국의 신고식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번엔 누가 올까?”

“배불뚝이 아저씨만 아니면 좋겠다.”

“저번에 그 음흉한 경찰 말하는 거지? 막 우리 다리 훑어보던……. 근데 그 사람 인천청 경찰 아니었어?”

“몰라. 누가 됐든 경찰은 좀 그렇더라.”

딱히 하는 일도 없어 보이는데 폼은 엄청나게 잡고 다니는 경찰들. 상황이 터져도 사건을 해결하는 건 공항보안팀이지 경찰이 아니다.

상황이 모두 종료된 후에야 슬그머니 나타나서 상황을 일으킨 주범을 잡아가는 경찰.

그러면서도 고생은 다 하는 보안팀을 아래로 보니, 같은 처지의 계약직 직원들로서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누가 근무 시간에 잡담하라고 했죠?”

“죄, 죄송합니다!”

여객서비스팀의 삼십대 여성은 부리나케 도망치는 동료 직원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 국제공항공사 소속이지만, 외주업체인 그들 여객서비스팀.

여차하면 목이 날아가는 파리 목숨이라 어떤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다.

“이번엔 멀쩡한 사람이 왔으면 좋겠네.”

대우를 해 주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없는 사람처럼 무시라도 해 줬으면 싶었다.

“아, 맞아. 올 1월에 온 그 경찰분은 꽤 어수룩해서 귀여웠는데…….”

나이도 꽤 어렸던 걸로 기억한다.

“흠, 그런 거 보면 역시 본청은 뭐가 달라도 다른 건가?”

생각해 보면 본청 외사국에서 온 경찰들치고 완전히 나쁜 사람은 없었다. 엘리트라며 계약직을 무시하는 사람은 종종 있었지만 말이다.

그 순간이었다.

후다다다닥!

그녀의 앞을 스쳐 지나가는 공항보안팀 기동타격대 대원들.

-다시 한번 전파한다. H3에서 상황 발생. H3에서 상황 발생! 인근 순찰조는 출동 바람!

이어폰이 빠진 듯 희미하게 스쳐 지나가듯 들리는 무전 소리에 여성의 표정이 굳는다.

H3라면 입국 심사대에서 입국 게이트로 오는 길에 있는 통제구역 중 한 곳이다.

“하, 또 누가 생각 없이 들어간…… 응?”

파바박!

마치 기동타격대 대원들의 뒤를 쫓듯 앞을 스쳐 지나가는 3명의 사람.

“뭐, 들어가기 전에 막히겠지.”

상황이 급박해 보이지만, 외부인이 출입국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인천공항은 허술한 곳이 아니었다.

“저기요!”

“네, 고객님!”

그녀는 다가온 인천공항 이용객을 향해 언제나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不要靠近我! 我会杀了你!(가까이 오지 마! 죽여 버리겠어!)”

“으악!”

“꺅!”

제복을 입은 공항보안팀 여성의 목을 끌어안은 채 칼을 휘두르는 사십대의 중국인 남성.

그런 그녀를 둘러싼 기동타격대 대원들이 안절부절못한다.

“아니, 씨발. 어떻게 기내에 칼을 들고 탈 수 있는 건데!”

“지금 그게 문제야? 얼른 민간인 통제 안 해?!”

“아, 가까이 오시면 안 됩니다.”

“이동하시겠습니다.”

“아, 조금만요! 조금만 더!”

구경꾼들은 아쉬워하며 물러났고, 그사이 다시 악을 지르며 위협하는 중국인 남성의 모습에 기동타격대의 팀장은 얼굴을 와락 구겼다.

“시발. 국정원이나 경찰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마음 같아선 날아차기로 칼을 쥔 손부터 날려 버리고 싶지만, 그러다 가해자가 상처라도 입으면 정말 큰일이 발생한다.

일개 계약직에 불과하기에, 아니 정확히는 공무원이 아니기에 큰일이다.

중국에서 클레임을 걸면 옷을 벗어야 하는 계약직인 그들.

자신들에게 공무원처럼 범죄자를 강력하게 제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바랄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我会杀了你!(죽여 버리겠다고!)”

“아악!”

“은정아!”

입술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강하게 씹은 팀장이 발을 앞으로 내딛는 순간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헉?! 오, 오셨습니까!”

정장을 입은 채 여유롭게 다가오는 날카로운 인상의 삼십대 사내. 국정원에서 파견된 요원이다.

“보다시피 중국인 여행객이 난동을 부리는 상황입니다.”

“중국이요? 하필이면…….”

“예?”

중국, 올 2월 경제 대폭락으로 나날이 상승하던 기세가 고꾸라졌다지만 한국과 오랜 교류 대상이다.

자칫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

국정원 직원은 한발 뒤로 물러났다.

“큼. 이건 경찰에 맡기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무, 무슨?”

“국정원이 외교적 문제에 개입을 하면…….”

“자, 잠깐만요!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아, 괜찮아요. 괜찮아. 나 오늘 출근하기로 한 사람이에요.”

“예?”

“봐요. 여기 경찰…… 오?”

“헉!”

뒤에서 일어나는 소란에 고개를 돌린 국정원 직원은 만류하는 기동타격대 대원들을 완력으로 밀며 입국 게이트 안으로 진입하는 종혁을 보곤 눈을 부릅떴다.

종혁 역시도 그런 그를 발견하곤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야, 오랜만입니다?”

“최, 최 교관?!”

“최 교관? 와, 우리 성득 씨 안 본 사이에 간땡이가 좀 부었네?”

“헉!”

국정원 직원이 주춤 물러나자 팀장은 의아해했다.

“아시는 분이십니까?”

“아, 그게…….”

국정원 직원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보다 종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기동타격대 되십니까?”

“예, 예.”

“이렇게까지 상황을 통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상황은 제가 통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누구…… 헉!”

팀장은 종혁의 재킷 안주머니에서 나오는 리볼버 권총에 기겁하며 허리에 찬 테이저건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종혁은 그런 건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허공을 향해 총구를 들어 냅다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콰아아앙!

“으악!”

“꺅!”

순간 비명을 지르며 굳어 버리는 사람들.

종혁은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는 중국인 범죄자를 향해 씩 웃으며 총구를 겨눴다.

“嘿(야).”

흠칫!

“뒤질래, 살래? 참고로 너 하나 죽인다고 내 밥그릇 안 치워진다.”

타앙!

“으악!”

“공포탄 다 뺐다. 다음부터는 실탄이다.”

종혁은 중국인 범죄자의 미간을 향해 총구를 겨눴고, 놈은 하얗게 질렸다.

갑자기 너무도 익숙한 향기가 난다.

사람 목숨을 돼지 목숨처럼 아는 공포의 상징, 중국 공안. 그 두렵고도 두려운 중국 공안의 향기가.

끼릭!

방아쇠에 끼워진 종혁의 손가락이 뒤로 당겨지려는 듯 보이자 중국인 남성은 기겁했다.

“하,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중국인 남성은 다급히 양팔을 번쩍 위로 들었고, 다급히 중국인 남성의 품에서 도망쳐 나오는 여성 대원.

종혁은 한숨을 내쉬며 권총을 품 안에 집어넣었다.

“씨부럴 새끼가 진즉에 이럴 것이지…… 쯧. 최재수.”

“예, 팀장님!”

“제압해.”

“옙!”

파박!

땅을 박차며 날은 최재수의 날아차기가 중국인 남성의 가슴에 작렬했다.

쿠당탕!

“으악!”

그렇게 자빠지는 중국인 남성을 뒤로하며 돌아선 종혁은 인질이었다가 풀려난 여성 대원을 찾았다.

“어이쿠, 많이 놀라셨죠? 제가 진심은…… 응? 왜요?”

종혁은 이쪽을 멍하니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고, 사람들은 그런 종혁을 보며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세상엔 저런 또라이도 있구나.’

그 또라이와 앞으로 한 달간 함께해야 한다는 걸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   *   *

-최 팀장…….

“아하하.”

종혁은 울 듯한 함경필 국장의 목소리에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가자마자 사고를 치면 어떡해. 응?

그것도 공항에서 발포를 했다.

초대형 사고.

종혁이 총을 쐈다는 소리에 함경필 국장은 뒷목을 잡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방어권 하나 쓰겠습니다.”

함경필과의 교섭에서 따낸 세 장의 방어권.

태국의 일을 해결하고, 신고식을 받아들이는 대신 외사국에 있는 동안 무슨 짓을 저질러도 커버를 쳐 주겠다는 방어권이다.

-아니, 지금 그게……! 하아. 아냐, 됐어. 그냥 이건 내가 서비스한다 치자. 최 팀장 환영 선물로.

“오? 감사합니다.”

-그래. 일 잘하고. 끊을게…….

그 짧은 사이 10년은 늙어 버린 듯한 함경필의 목소리.

볼을 긁적인 종혁은 조마조마한 눈으로 이쪽을 응시하는 오택수와 최재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후아!”

“하아…….”

가슴을 쓸어내린 오택수는 종혁을 째려봤다.

“진짜 뒤 안 보고 일 저지르는 데는 뭐 있다?”

“으하핫!”

“웃자고 한 소리 아니다, 짜샤.”

“뭐, 어때요. 상황이 커지기 전에 수습된 게 중요하지. 자, 그럼 한 달 동안 함께할 동료들이나 보러 갑시다.”

정확히는 공항 내에 위치한 조사실.

종혁은 조사실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 아니 딱 봐도 형사 같은 이들에게 경례를 했다.

“충성. 본청 외사국 외사수사과 4팀장 최종혁 경정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앞으로 한 달간 잘 부탁합…….”

“이봐, 본청 양반!”

‘음?’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종혁은 소리를 지르는 사십대 배불뚝이 경찰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다른 경찰들도 말은 안 하지만, 그에게 동조하는 듯 시선이 곱지 않다.

그래서 종혁은 의아했다.

“무슨 문제라도?”

“문제? 하!”

그 발포음 때문에 공항이 일대 마비가 됐다.

당연히 민원은 쏟아졌고, 공항에서 일어난 발포음 때문에 상사에게 엄청난 욕설을 들어야 했다.

이런 그의 설명에 종혁의 고개는 모로 기울어졌다.

“그래서 피해자를 구했잖습니까?”

“뭐야?!”

“실탄을 쏜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공포탄을 쏘는 걸로 피해자를 구했으면 된 거 아닙니까? 거기다 박종명 경찰청장님의 취임사 못 들었습니까?”

모든 출동 상황에서 가스건과 테이저건 발포 및 실탄 발포를 허가한다.

종혁의 고개가 더 기울어졌다.

“대체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이익! 걔, 걔는 일반 시민이 아니라 인천 국제공항공사에서 계약한 공항보안팀 직원이라고!”

“그래서 뭐 보안팀 직원은 사람도 아닙니까? 아, 혹시 이번 일로 피해가 와서 선배님 모가지라도 날아갈까 봐 그럽니까?”

“뭐, 뭐야?! 이 새끼가 같은 식구라고 충고를 해 주려니까!”

정곡이었는지 손을 드는 형사.

눈을 서늘히 빛낸 종혁은 그 손을 꺾었다.

“아악! 악!”

“야, 본청!”

“닥쳐, 씨발것들아!”

순간 복도를 꿰뚫는 종혁의 짜증 가득한 외침.

종혁은 팔을 꺾은 형사의 이마를 형사수첩으로 툭툭 두드렸다.

“어이, 견찰. 넌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피해자가 눈앞에 있다면 내 모가지를 걸고서라도 구해야 되는 게 경찰이야. 그런 게 진짜 경찰이라고. 응? 씨발, 현장 출동이 늦었으면 쪽팔린 줄 알아야지.”

같은 식구이기에 진짜 봐주고 있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넌 내 밑에 있었으면 뒤졌어, 새끼야.’

휙!

“큽!”

풀려나자마자 손목을 붙잡은 채 종혁을 노려보는 형사.

코웃음을 친 종혁은 방금 전의 발언에 굳어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일갈했다.

“비키세요, 견찰 새끼들아.”

“쯧!”

“이익!”

죽일 듯 노려보는 시선들을 무시한 종혁은 조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가 나타나자마자 기겁하는 중국인 중년인.

종혁은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담배를 물었다.

“야, 너 스파이지?”

“……!”

어떻게 그렇게 긴 칼을 숨기고 비행기를 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째서 통제구역으로 가려고 했을까.

그리고 공항보안팀을 무력으로 제압한 실력까지.

제아무리 여성이라지만 공항보안팀으로 채용될 정도라면 운동선수 출신일 게 분명한데, 일반인이 그렇게 간단히 제압한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종혁은 눈이 동그래지는 중국인을 보며 나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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