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74화 (374/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74화>

92. 공항으로

“자자, 건배!”

“건배!”

우렁찬 외침이 울려 퍼지는 고급 일식집.

특별수사팀을 비롯한 간편신고관리과 대원들 전부가 서로를 보며 술잔을 부딪친다.

오늘은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의 송별식.

“자, 우리 재수 형사님. 제 술 받으십시오!”

“아, 감사하……!”

“잡아! 먹여!”

“이 껄떡이 자식! 너 때문에 우리 여자 대원들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아냐?! 여자는 밖에서 찾으라고!”

“우뤠케겍!”

“흑!”

“뭐야. 왜 울어?”

“아니, 최 팀장님 가시면 언제 이런 걸 또 먹을 수 있을까 해서…….”

“아…….”

한 식구가 멀리 떠나지만, 그들의 얼굴은 그리 어둡지 않다.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언제든 사람이 오고 떠나는 공무원.

거기에 정말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차피 같은 건물이었다.

종혁은 그런 그들의 밝은 모습에 작게 웃으며 술병을 들었다.

“그동안 저 때문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2팀장님, 3팀장님.”

2팀장 김판호와 3팀장 윤선빈.

“아따, 뭔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한데.”

“맞아. 식구끼리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그라제! 그라고 수고는 우리가 더 끼쳤제! 안 그러냐, 윤 팀장아?”

윤선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종혁의 주머니에서 나왔던 수사 지원비들.

물론 매 사건마다 지원해 주지는 않았고, 그런 일을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몇 개 사건에선 정말 하고 싶었던 수사를 할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종혁이 알려 준 권&박 홀딩스 덕분에 비상금 주머니가 나날이 두둑해지고 있었다.

“거참…….”

얼굴이 간지러워진 종혁은 볼을 긁적였고, 이내 곧 세 명은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종혁은 술병을 들어 두 사람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럼 이제 2팀장님과 3팀장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움찔!

질문 자체는 딱히 별게 아니다.

하지만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종혁의 표정에 둘은, 종혁을 포섭하라는 상사의 명령에 의해 특별수사팀으로 전출이 결정되었던 둘은 입맛을 다셨다.

“흐미. 고게 언제부터 들켰대?”

“처음부터요. 절 욕심내시는 분이 워낙 많아야죠.”

“염병…… 에혀. 난 일단 보류여. 한 반년 정도는 더 특별수사팀에 있지 않을까 하는디?”

“나랑 우리 식구들은 복귀. 대신 난 과장으로 진급.”

본청에서야 경정이 일개 팀장 취급이지, 지방청으로 가면 과장급이다.

“광수대를 맡게 될 거야.”

“어이구. 정작 축하받으셔야 할 분은 따로 계셨네요.”

“모두 최 팀장 덕분이지.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줘.”

말만으로도 고맙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 종혁은 다시 김판호를 봤다.

“그럼 2팀장님이 1팀장이 되시겠네요?”

“음마?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거랑가? 아따…….”

비죽 김판호의 입술에서 웃음이 튀어나온다.

수사부의 1팀장.

이건 그냥 팀장이 아니다. 가장 강력하고 알짜배기인 사건만 맡을 수 있는 자리, 수사부에서 가장 진급이 빠른 자리다.

“이거 2팀장님, 아니 김 팀장님이 저희 중에서 가장 먼저 진급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그건 아니제.”

이 중에서 제일 먼저 진급할 사람은 당연히 종혁이다.

종혁이 지난 1년간 해결한 초대형 사건이 몇 개던가. 거기다 종혁은 경찰 개혁의 선봉장이자 참모였다.

총경 TO가 난다면 가장 먼저 진급할 사람은 종혁이었다.

“아따, 고럼 최 팀장은 서른 전에 총경을 다는 건가?”

경찰 역사상 이렇게 빠른 진급이 있을까.

경정조차도 경악스럽지만, 총경은 또 다른 이야기다. 총경은 경찰의 고위 간부라고 말할 수 있는 직위이니까.

둘의 얼굴에 부러움이 스친다.

“그럼 총경 달고 갈 부임지는 생각해 놓은 거 있어?”

윤선빈의 말에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요.”

일단은 외사국 일에 집중할 생각이다.

종혁에겐 회귀 전후 모두 따져 봐도 미지의 부서인 외사국. 인터폴 협력관이 있는 외사국.

그래서 좀 기대가 되었다.

‘그곳에선 무슨 일이 생길까. 그리고…….’

해외 각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는 그 조직의 놈들.

‘손가락, 발가락부터 잘라 버려야지.’

사람이 손가락, 발가락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병신이 되는 거다.

그런 흉흉한 생각을 숨긴 종혁은 다시 술잔을 들었다.

“자자, 아직 한참 먼 이야기는 관두고 술이나 마시죠!”

“자, 모두 주목-! 우리 최 팀장님이 송별사를 한다고 한다! 모두 경청해 줄 수 있도록!”

“아니…….”

어이없다는 듯 윤선빈을 응시하던 종혁은 이쪽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에 눈을 흘기며 일어섰다.

그런 종혁은 간편신고관리과 대원들을 주욱 둘러봤다.

자신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간편신고관리과. 솔직히 저들 모두 자식 같은 이들이었다.

종혁은 갑자기 울컥 치미는 감정에 입술을 달싹였다.

“지난 1년간…….”

“안 들린다!”

“더 크게요, 팀장님!”

“에라이! 그래요, 지난 1년간 고마웠고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만나면 서로 인사하며 지냅시다! 쌩깠다간 아주 죽을 줄 알아!”

“푸하하하하!”

종혁도 피식 웃었다.

“자, 그럼 제가 간편신고관리과의 무궁한 발전을 하고 선창하면 위하여라고 후창하는 겁니다! 간편신고관리과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채재쟁!

“크아!”

“으아아!”

터프하게 술잔을 꺾는 그들.

그렇게 헤어짐의 자리는 깊어져 갔다.

*   *   *

“저 건물인가?”

“예.”

두 명의 중년인이 경기도 수원의 한 건물을 응시한다.

“준비는?”

“바람잡이들 세팅 모두 완료됐습니다. 투자자 모집하고, 한 달 후에 러시아와 접촉하면 됩니다. 러시아 쪽 사원들도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최종혁은?”

“예?”

“최종혁은 지금 뭐 하고 있냐고.”

번번이 조직의 일을 방해한 종혁.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가장 거슬리는 건 종혁일 수밖에 없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개새끼.

“아!”

얼른 서류를 뒤적인 사내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외사국으로 인사이동을 한다고 합니다.”

“외사국? 인터폴?”

“인터폴은 아니고 인터폴과 협력하는 부서가 외사국에 있기는 합니다.”

“흠. 그럼 우리와 만날 일은 없겠군.”

외국으로 튀는 범죄자나 국내로 들어와 분탕을 치는 외국인 범죄자들을 잡아 족치는 게 외사국의 일이다.

“외사국에 우리 쪽 라인이 있던가?”

“이택문의 칼춤에 모두 쓸려 나갔습니다. 다른 부서에서 시도를 하고 있다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습니다.”

“……쯧. 그럼 권회수는?”

“요새 행복의 쉼터 재단일로 바쁘다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JC엔터테인먼트의 250억 기부.

그 사용처를 찾기 위해 직접 두 발로 뛰고 있다는 보고가 본사의 지원 부서를 통해 올라왔다.

불만족스럽지만 그래도 고개를 주억인 사십대 사내는 방금 말을 마친 사내를 차갑게 응시했다.

“본사 기획실에서 직접 진행하는 프로젝트야.”

물경 1000억짜리 프로젝트.

종혁에 의해 많은 손해를 본 조직은 프로젝트 초기에 설정한 당초의 목표액보다 훨씬 높은 목표액을 설정했다.

조희구 지부장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끝나기만 한다면 목표액을 수월하게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일말의 변수라도 있으면 안 될 거야.”

“예!”

“그럼 가지.”

건물을 향해 발을 떼는 그들의 옆구리에 끼워진 노란 대봉투에는 ‘바이칼호 보물선 인양 투자 사업 설명서’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   *   *

쏴아아아! 끼릭!

“어이구…….”

다 죽어 가는 얼굴로 몸을 대충 닦은 종혁이 화장실을 기어 나오듯 빠져나온다.

“살아 있네?”

“몰라요. 죽을 것 같아.”

“그럼 죽어.”

“또 뭔 말을……. 죄송합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밖에서 팀장이면 뭐하나. 집안에선 어머니 고정숙 씨의 27살 아들일 뿐이다.

“어휴. 다른 집 자식들은…….”

“스탑. 그 다른 집 자식들보다 아들이 훨씬 잘났으니까 잔소리는 하지 마세요. 머리 울려.”

“흥. 그렇게 잘난 아들이 여자 친구 한번 안 데려오니?”

“……또 뭔 소리를 들은 건데요? 누가 또 엄마 속 뒤집…… 아니네? 아, 나 인사이동 때문에 그래요?”

흠칫!

“쯧.”

고정숙은 혀를 찼다.

안 그래도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은 아들인데, 이젠 외국 범죄를 담당하는 부서로 간단다.

한 달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그녀의 마음속에 자라나고 있었다.

“걱정 마요. 정말 여의치 않은 상황을 제외하면 어떻게든 집에 와서 잘 테니까. 아, 우리 여름도 왔으니 스위스에 놀러 갈까요?”

“스위스?”

반응이 왔다.

순간 눈이 번뜩인 종혁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네! 알프스 만년설에서 스키도 타고, 아무도 없는 호숫가도 걷고. 엄마가 지금 차고 있는 시계의 공방도 구경하고!”

여름엔 추운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게 최고다.

“응? 9월 정기 휴가 써서 다녀오는 거예요. 그때쯤이면 개강이라 식당 손님도 좀 줄어들 거잖아. 아, 그런데 정말 프랜차이즈 안 할 거예요? 그거 진짜 손핸데……. 전국의 배고픈 청춘들을 위해 큰마음을 먹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어머니?”

“……해장국 끓여 놨으니까 밥이나 먹어.”

“잘 먹겠습니다!”

종혁은 수그러진 어머니의 분노에 냉큼 식탁에 앉았고, 고정숙은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녀라고 종혁이 힘든 걸 왜 모르겠는가.

가끔씩 어두운 낯빛으로, 허탈해하는 얼굴로 들어오는 아들.

딴에는 숨긴다고 숨기지만, 열 달 동안 배 아파 낳고 사랑과 온정으로 키운 자식이다. 보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다그치는 건 아들의 무사한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병실에 누운 모습이 아니라 제 발로 걸어 들어오는 아들의 모습을.

“아, 그리고 철이는 대회 때문에 어제 독일에 갔어.”

“옙!”

현재 각국 유명 해킹 대회에 출전해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순철.

‘짜식, 잘하고 있네.’

쿵! 삐리릭!

문이 닫히자 종혁은 재빨리 숟가락을 들었다. 안 그래도 해장국 냄새 때문에 배 속이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룩! 아흐으.”

배 속을 뜨겁게 달구며 온몸을 노곤하게 푸는 북어해장국의 고소하고 달큰한 맛.

결국 종혁은 숟가락을 집어 던지며 그릇째로 국물을 들이켜기 시작했다.

“크으으! 어우, 이제 좀 살겠다.”

어제 대체 몇 병이나 마신 걸까.

소주를 40병까지 센 이후로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송별식이라고 미쳤던 것 같다.

“어제 실수는 안 했겠지? 택시를 타고 집에 온 기억이 있는 걸 보면, 다른 기억들도 멀쩡한 것 같은데…….”

“오빠…….”

“아, 일어났어?”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이쿠. 잔다, 자.’

종혁은 허리를 숙인 채 졸고 있는 순희를 보며 푸근히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은 떠올릴 수 없을 만큼 건강미가 넘치는 순희. 영양가 있는 식단과 운동을 해서 그런지 또래보다 키가 크다.

이대로만 커 준다면 남자 여럿 울릴 미녀가 될 것 같다.

“엇챠!”

종혁은 결국 앞으로 넘어지려는 순희를 낚아채 무릎 위에 올렸다.

“우리 희야, 이제 일어나서 밥 먹어야지?”

“네…….”

대답은 했지만 영 잠이 깨지 않은 순희는 종혁의 목을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고, 풀썩 웃은 종혁은 결국 그녀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순희는 평소엔 참 야무지지만, 이렇게 주말만 되면 어리광쟁이가 되었다.

‘밥은 이따가 먹어도 되겠지.’

어차피 오늘 내일 휴가다.

시간은 많았다.

곧 침대 위에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의 숨소리가 낮아졌고,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그들의 살결을 어루만져 주었다.

*   *   *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오는 7월 중순이 됐다.

그에 본청 간부들을 비롯한 전국 고위 간부들이 본청 대강당에 모였다.

-그럼 새로이 취임하신 경찰청장님의 취임사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스스슥.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는 간부들.

그중에는 종혁도 있다.

종혁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단상 위로 올라오는 장년인을 발견하곤 혀를 내둘렀다.

‘결국 저 양반이 됐구만?’

부산경찰청장 박종명. 아니, 이젠 수십만 경찰의 정점인 경찰청장 박종명이다.

이전 청장인 최기룡, 이택문과 대척점에 선 파벌의 수장인 박종명.

경찰 내부 파벌뿐만 아니라 정치적 파벌에서도 그 두 사람과 대척점에 서 있는 박종명은 몇 달 후 당선될 박명후 대통령, 보수 쪽을 지지하는 인물이었다.

-전체 차렷! 경례!

“충성!”

-충성.

-바로! 착석!

간부들이 다시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자 박종명이 서글서글한 미소를 짓는다.

-반갑습니다. 이택문 전 청장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경찰청장이라는 무겁고 책임감을 요구하는 자리를 넘겨받게 된 박종명입니다. 나에 대해 아는 사람도 있을 테고…….

순간 마주치는 종혁과 박종명의 시선.

박종명의 미소가 짙어진다.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날 아는 사람들에게 경고하겠습니다. 이전까지의 박종명을 생각하지 마.

웅성웅성.

진지하고 단호한 어조에 간부들이 당황한 표정을 짓지만, 박종명 계파의 간부들은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표정에 흔들림이 없다.

‘흐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여러분께 바라는 건 딱 한 가지입니다. 범죄자를 잡을 때 망설이지 마십시오.

박종명은 아리송해하는 간부들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현 시간부로 모든 출동 상황에서 가스건과 테이저건 발포 및 실탄 발포 허가합니다.

벌떡!

곳곳에서 간부들이 경악한 얼굴로 일어선다. 그건 종혁도 마찬가지다.

‘미친!’

대강당이 경악의 도가니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박종명은 그런 그들을 향해 마지막 말을 뱉어 냈다.

-난 개 같은 범죄자 새끼들 보호하는 것보다 내 사람, 내 새끼들이 다치지 않는 게 백 곱절, 만 곱절 더 중요합니다. 그러다 혹여 범죄자 새끼가 죽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그러니!

콰앙!

단상을 강하게 내려치는 박종명의 눈빛이 용암처럼 타오른다.

-이 나라의 치안을 어지럽히고 선량한 시민들을 괴롭히는 개새끼들은 싹 다 때려잡으란 말이야! 알았나-!

찌리릿!

이 자리에 모인 모든 경찰들의 몸에 전율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예-!”

-그럼 모두 내 뜻을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취임사를 마치겠습니다. 이상.

-저, 전원 기립해 주십시오! 차, 차렷! 경례!

“충성!”

-충성.

종혁은 쿨하게 퇴장하는 박종명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저 양반이 저런 인간이었나?’

왜인지 앞으로의 경찰 생활이 꽤 다이나믹해질 것 같았다.

웅성웅성.

대강당을 빠져나오는 간부들의 표정이 복잡하다.

“와, 씨. 박종명 청장님 너무 파격적인데? 진짜 발포해도 되는 거야?”

“에이, 말만 그렇겠지. 하지만 말이라도 이렇게 해 주니 존나 좋네. 전 청장님들의 뜻을 존중해 주는 것 같아서.”

솔직히 최기룡과 이택문이 경찰청장이 되면서 경찰일이 얼마나 편해졌던가.

지난 4년간 경찰 개혁과 공권력 강화가 이루어지며 이보다 좋을 수 없겠다 싶을 만큼 일이 즐거워졌다.

그런데 만약 박종명이 오늘 한 말을 지킨다면?

‘끝판왕인 거지.’

일선 파출소 경찰들의 애로사항이 뭐였던가.

바로 날뛰는 범죄자와 민원들을 강력하게 제압할 수 없는 거다.

비록 이택문과 최기룡이 공권력 강화의 기치 아래 강력한 진압을 허락했지만, 무조건적인 실탄 발포까지 허락한 건 아니었다.

아니, 실탄 발포는 허락했지만 상황을 따졌다.

그렇기에 우려가 든다. 이게 정말 지켜질지에 대한 우려가.

“하, 무조건적인 실탄 발포는 엿될 수도 있는데…….”

인명 사고.

범죄자를 쏘는 거야 종혁도 찬성이지만, 혹여 오발사고로 민간인이 다친다면?

그땐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다. 어쩌면 최기룡과 이택문이 공들여 쌓은 탑이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무너질 수도 있었다.

거기다 오늘 취임사에서 박종명이 보인 모습도 썩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양반, 저렇게 무대포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음습한 뱀이 어울리는 스타일.

“음?”

종혁은 갑자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사십대 총경의 모습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최종혁 팀장?”

“아, 예. 충성.”

“지금 바쁘나?”

“아뇨.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청장님께서 찾으신다. 가지.”

‘박종명 청장이?’

종혁은 대답은 듣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돌아서는 총경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대체 뭔 말을 하려는 건지.’

종혁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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