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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70화 (370/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70화>

    해가 뜨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

    미정의 숙소 근처로 승합차 한 대가 선다.

    “뭐야, 벌써 다 왔어?”

    “그래. 도착했으니까 이제 정신 차려.”

    “흐아암.”

    보조석에 앉아 기지개를 편 덩치 큰 사내가 담배를 물며 얼굴을 구긴다.

    “야, 이 씨벌 새끼야. 얼굴을 본 건 넌데 왜 내가 여기까지 끌려와야 하는 건데? 인터넷은 뒀다가 국 끓여 먹을 거냐? 이래서 씨발 성골이 아닌 새끼는…….”

    고등학교에서 스카우트되어 합숙소 생활을 거쳐 되는 정규 코스를 밟은 게 아니라 도중에 인맥으로 들어온 눈앞의 사내.

    “나한테 지랄하지 말고, 인터넷을 할 줄 모르는 네 형님한테 뭐라고 해. 내가 오라고 했냐?”

    사내는 분명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덩치가 형님이라 부르는 사람이 굳이 이놈을 딸려 보낸 거다. 확실한 게 좋다고 말이다.

    “뭐 이 새꺄?! 다시 말해 봐. 네 형님? 하, 나 이 개새끼가…….”

    “어쭈, 치겠다? 쳐. 쳐 봐.”

    뿌드득!

    덩치의 이가 살벌하게 갈렸지만, 사내는 지지 않겠다는 듯 덩치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어? 잠깐!”

    원룸 건물에서 귀에 이어폰을 낀 한 소녀가 모자를 눌러쓴 채 나온다.

    “저년이야?”

    “아마…… 도?”

    체격이나 하관을 보면 맞는 것 같은데 모자를 눌러써서 아리송했다.

    “일단 있어 봐. 다녀올 테니까.”

    사내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이었다.

    부아아아앙!

    굉음을 내며 빠르게 골목길을 내달리는 승용차 한 대.

    “하, 새끼 저러다 사람 하나 죽여야…… 어?”

    사내는 눈을 부릅떴다.

    코앞을 스쳐 지나가는 차 때문이 아니다. 미정으로 보이는 소녀가, 멀쩡히 보도블록을 걷던 소녀가 느닷없이 도로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끼이이익! 콰앙!

    “……씨발?”

    사내는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   *   *

    “아이고! 아이고!”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울려 퍼지는 장례식장.

    조문객 한 명 없는 텅 빈 빈소에 앉은 종혁이 멍하니 영정 사진을 응시한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전부라서 너무도 흐릿한 얼굴.

    “종혁아.”

    김종두의 음성에 종혁이 고개를 돌린다.

    “오셨어요? 하하, 하루 만에 뵙네요.”

    “그래. 이런 일이 아니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얘냐?”

    김종두 과장과 어떤 두툼한 대봉투를 든 최철호 대장이 영정 사진을 응시한다.

    이제 겨우 중학생이나 됐을 법한 앳된 외모.

    해맑은 미소가 김종두의 가슴을 찌른다.

    “후우. 상주는?”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집 나갔고, 아빠는 술꾼이에요.”

    “……지랄 났네. 밥은? 먹었어?”

    “딱히 뭐가 들어가질 않아서요. 아, 식사하셔야죠.”

    종혁은 몸을 일으켜 그들을 테이블로 안내했다.

    복도 쪽이라 그래도 공기가 맑은 테이블.

    “아주머니, 여기 두 상 주세요.”

    “세 상이요! 너도 먹어.”

    “딱히 땡기지 않는데…….”

    “꼴을 보아하니 네가 상주 할 거지? 그럼 먹어. 장례는 체력전이니까.”

    억지로라도 먹어야 한다. 그래야 버틴다.

    “……그럼 그럴까요?”

    종혁은 아주머니가 내 온 육개장을 한 술 뜨고는 한숨을 내쉬며 소주를 깠다.

    “드실래요?”

    “딱 한 잔만. 일해야지.”

    종혁은 자기 잔에 술을 따르고는 술병을 김종두에게 넘겼다.

    상대의 술잔에 술을 따르지 않는다. 건배를 하지 않는다 장례 예절이었다.

    “크. 쓰네요. 아침이라서 더 그런가 봐요.”

    김종두는 씁쓸히 웃으며 종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저 아이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고?”

    “아, 그게…….”

    종혁은 사정을 설명했고, 그 순간 복도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일견한 김종두는 딱 한 잔만 마시겠다는 다짐을 어길 수밖에 없었다.

    “시발 좆같네. 사고라고?”

    하늘은 왜 이렇게 무심할까.

    “음주운전이요. 시킬 일이 많아서 데려갔다고 생각해야죠, 뭐.”

    “그런데 왜 이런 깡시골에서 초상을 치르는 거야? 너 돈 많잖아?”

    그냥 시골의 허름한 장례식장도 아니고, 조립식 가건물로 지은 장례식장.

    “보호자 동의가 없다고 병원에서 받아 주지 않는다는데 어떡합니까. 가는 길 염이라도 해 주려면 이런 곳이라도 와야지. 다행히 받아 주시더라고요.”

    불법이지만 잠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수고했다.”

    터벅터벅.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고 온 듯 알싸한 담배 연기를 풍기며 다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내를 힐끗 본 김종두 과장은 몸을 일으켰다.

    “가시게요?”

    “가야지. 밀린 사건이 많다. 나오지 마.”

    “그래도 그럴 수 있나요.”

    몸을 일으켜 김종두와 최철호를 배웅한 종혁은 음식이 식어 가는 테이블에 앉아 술병을 기울였다.

    쪼르륵 따라지는 투명한 술.

    종혁은 테이블 아래 놓인 대봉투를 만지작거리며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그의 눈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한편 장례식장 밖의 주차장에 주차 된 승합차 안.

    황급히 차에 오른 사내가 핸드폰을 꺼내 든다.

    “예, 형님! 최종혁 팀장이 맞습니다!”

    -뭐? 그 새끼는 왜 그 노숙자 년하고 얽혔대?

    “그게…….”

    사내는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엿들은 사정을 재빨리 설명했고,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거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형님?”

    -……됐다.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 그래서 그 짭새 새끼 낌새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이 죽은 상황에서 조문을 온 형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건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래?

    순간 수화기 너머 상대의 목소리가 밝아진다.

    -아무튼 그 노숙자 년이 죽은 건 맞다는 거지?

    “예, 맞습니다!”

    운이 좋아도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이제 큰형님, 아니 사장님께서 공을 들인 그놈과 계약을 하는 것도…….”

    -야. 미쳤냐?

    “죄, 죄송합니다!”

    -……돌아와.

    “옙!”

    전화를 끊은 사내는 기지개를 쭉 폈다.

    “크으. 이 지랄도 드디어 끝이구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던가.

    복귀하면 술부터 마셔야 할 듯싶었다. 말실수를 했기에 빠따 몇 대는 맞겠지만 말이다.

    부르릉!

    사내는 가볍게 액셀을 밟았고, 차는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부르릉! 부우웅!

    갑자기 시동이 켜지는 주차장의 다른 차들과 한 승용차에서 빠져나와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한 사람.

    뚜벅뚜벅! 털썩!

    종혁의 맞은편에 앉은 오십대 중년인은 술을 따라 입에 가져갔다가 풉 뿜었다.

    “아니, 뭔 물을 마시고 그러십니까?”

    “하하. 근무 시간인데 술을 마실 수는 없잖습니까. 진짜 술도 있으니 걱정 마세요. 오늘 하루 푹 노시고요.”

    “아이고, 그런 걸 말한 게 아닌데…… 허흠. 아무튼.”

    순간 진지해지는 중년인의 표정.

    “도청을 해 보니 이놈이 큰형님이 공을 들이던 놈과의 계약 어쩌고저쩌고 하더라고요?”

    “계약이요?”

    ‘공을 들였다?’

    미간을 좁힌 종혁은 상주휴게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어때? 아직도 생각나는 거 없니, 미정아?”

    “……!”

    그랬다. 이 장례식장, 아니 장례식 자체가 모두 거짓이었다. 미정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까지 모두 말이다.

    긴급히 스턴트 배우들을 섭외해 꾸민 교통사고.

    이곳도 진짜 장례식장이 아니다. 종혁이 가지고 있는 땅에 급히 가건물을 세워 장례식장처럼 꾸민 거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정에게 숨길 수는 없기에 종혁은 사정을 설명하고 이번 일에 대한 동의를 얻어 냈다.

    미정은 미간을 좁히다가 이내 박수를 쳤다.

    “아, 혹시 그건가?”

    “있어?!”

    순간 들썩거리는 종혁의 몸.

    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 보름 전인가? 밤에 도로 쪽에서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나서 가 봤거든요?”

    “쾅?”

    “네.”

    뺑소니였다.

    세정고 자체가 외진 곳에 있는지라 지나는 차 한 대 없는 도로에 널브러져 있던 어떤 할머니 한 분과 급히 떠나던 승용차 한 대.

    그렇게 떠나려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서기에 미정은 겁이 나서 얼른 도망을 쳤었다.

    ‘그거구나!’

    이것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거 신고했는데…….”

    “뭐? 신고를 했다고?”

    “네. 막 누구냐고 묻기에 얼른 끊기는 했지만요…….”

    119에도 신고를 했고, 그 할머니 옆에 있다가 구급차가 오자 도망을 쳤다.

    “그래서 아저씨도 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종혁도 경찰이라서 당연히 알 줄 알았다.

    “저 혹시 그러면 안 됐던 건가요? 저 잘못한 거예요?”

    “아냐, 아냐. 잘했어.”

    신고를 해 준 것만으로도 어딘가. 피해자에게 가장 필요한 일을 해 준 거다.

    “저, 정말요?”

    “그럼. 정말 잘했어.”

    “휴, 다행이다. 그, 그럼 저 음식 더 먹어도 돼요?”

    “그래그래. 많이 먹어. 아니, 그냥 여기 있는 음식 다 먹어. 아, 그 전에 미정아. 혹시 그 차 번호 기억하니? 차 종류라든가?”

    종혁의 눈이 부리부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아쉽게도 미정은 차 번호판을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을 하는 건 차 종류뿐. 이것도 종혁이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 사진을 보여 줘서 겨우 알아낸 거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지직, 지직!

    팩스에서 한 장의 서류가 나온다.

    차량 소유주가 누군지 나타내는 서류.

    종혁은 사고가 발생한 지역 인근의 모든 CCTV를 뒤져 결국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추려낼 수 있었다.

    그 시각 그 근방을 지나던 차는, 미정이 말한 종류의 차는 오직 이 사람 것뿐이었다.

    종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 너였냐?”

    한류스타. 지금도 TV만 틀면 나오는, 충분히 한류스타라 부를 수 있는 배우와 연예 기획사.

    곧바로 모든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왜 미정을 감시하나 했더니…….”

    계약. 아마 전속 계약 때문일 것이다.

    놈들은 이놈과 계약을 하기 위해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인 미정을 감시한 게 분명했다.

    여차하면 처리하기 위해. 계약을 위해서.

    최철호가 넘겨준 자료에도 빛가람파가 이놈과 계약을 맺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내용이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건 이놈과 계약을 하기 위한 빛가람파의 오지랖이 아니라 아마 쌍방 간의 거래일 것이다.

    폐차를 했다는 이 서류가 그 증거였다.

    빠득!

    “문제는 이 새끼가 자의로 빛가람파에 부탁을 한 거냐, 아니면 빛가람파가 이놈이 뺑소니 쳤다는 걸 알아내서 접근을 한 거냐인데…….”

    종혁은 다시 서류를, 폐차가 이뤄진 폐차장을 검지로 두드리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예, 대장님. 최 팀장입니다. 혹시 지금 폐차장 하나 딸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이게 삼겹살의 비수가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예,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푸후, 그럼 이제 남은 건 하나인가?”

    이놈이 사고를 낸 이유.

    음주운전인지, 아니면 졸음운전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한 전방주시 태만인지.

    뭐든 뺑소니지만 종혁은 확실하게 하기 위해 CCTV를 다시 돌려 보기 시작했다.

    이놈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응?”

    반복해서 CCTV를 응시하며 날밤을 새다 뭔가를 발견한 종혁은 마치 모니터를 잡아먹을 듯 고개를 들이밀었다.

    “……허, 이 씹새끼 봐라?”

    종혁의 눈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한다.

    눈을 비벼 봐도 같은 장면. 환각이 아닌 거다.

    헛웃음을 터트린 종혁은 담배를 깊게 빨며 생각에 잠겼다.

    “이제 최 대장님이 이 새끼가 폐차한 차만 찾으면 증거는 완벽해지는데…….”

    하지만 이딴 놈을, 국민의 사랑으로 제 배를 불리면서도 이딴 짓을 하는 놈을 그냥 단순히 체포하는 걸로 끝내야 하는 걸까.

    그러면 이놈 때문에 사망한 피해자는?

    미정의 발 빠른 신고에 구급차가 제시간에 도착했지만, 결국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한 피해자.

    또 이 피해자의 남겨진 유가족은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 걸까.

    어디서 위안을 얻어야 하는 걸까?

    고작 가해자가 누군지 아는 걸로?

    말도 안 된다.

    한류스타라 불릴 만큼 돈이 많을 놈이니 전관예우가 가능한 변호사를 선임할지도 모른다.

    그럼 피해자 유가족은 몇 푼 안 되는 돈만 손에 쥔 채 평생 한을 품고 살게 될 거다.

    여기에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를 정미정의 일도 있었다.

    “그럴 순 없지…….”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

    “그래. 그러면 되겠네.”

    이건 어디까지나 일종의 시험이다.

    없을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부디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기를 바라는 시험.

    하지만 통과를 못한다?

    “그럼 지옥을 보는 거지.”

    종혁은 담배를 비벼 끄며 몸을 일으켰다.

    *   *   *

    끼이익, 쾅!

    “헉! 헉헉!”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삼십대 중반의 미남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데뷔작부터 200만의 관객수를 동원한 영화를 찍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라 그 기세를 몰아 드라마로 진출하며 작품 세 개를 성공시키며 명실상부 한류스타로 등극한 미남 배우 한강우.

    깨끗한 사생활과 바르고 어수룩한 언행으로 만인의 사랑을 받는 배우 한강우는 돌연 땀에 젖은 베개를 집어 벽에 던졌다.

    “씨발. 왜 그 늙은 년 눈깔이 꿈에 나오고 지랄이야!”

    부딪치는 순간 마주쳤던 눈.

    한강우는 이를 갈며 화장실로 향했다.

    쏴아아아! 끼릭!

    “후.”

    샤워의 영향 때문일까.

    더러웠던 기분이 좀 가라앉자 한강우는 살짝 밝아진 얼굴로 핸드폰을 들며 부엌으로 향했다.

    “어? 문자 왔네? 또 누가…….”

    부엌으로 가는 길, 문자를 확인하던 한강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는 재빨리 문자가 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어이고, 배우님. 이제 문자 보셨습니까?

    빛가람파가 운영하는 라이트 엔터테인먼트.

    언론조차 쉬쉬하지만, 연예계에 만연한 조폭이 운영하는 기획사다.

    “정말입니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요?

    섬뜩!

    -하하. 그렇다고 저희가 죽인 건 아니고요. 갑자기 교통사고로 꽥? 저희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 아닙니다.

    “……문제없는 거 맞습니까? 그년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은 거 확실합니까?”

    -장사 하루 이틀 하시나. 걱정 마십시오. 아주 깔끔합니다. 그럼 어떻게…… 식사 날짜 잡을까요?

    ‘후우. 됐구나.’

    끝났다.

    이제 대한민국 톱스타로서 더 성공할 일만 남았다.

    더 이상 발목이 잡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한강우는 이를 악물었다.

    이런 뒤처리를 해 준 라이트 엔터테인먼트가 뭘 원하겠는가. 일단 계약 비율부터 깎고 들어갈 거다.

    8 대 2, 어쩌면 9 대 1.

    뭐든 죽어라 구르면서도 돈은 벌지 못할 거다.

    그러나 이제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러시죠.”

    -으하하하핫! 역시 우리 배우님! 그럼 날짜 잡아서 연락하겠습니다! 아, 배우님.

    “듣고 있습니다.”

    -중간에 야료 부리면 재미없습니다.

    뚝!

    “씨발-!”

    한강우는 결국 핸드폰을 집어 던지며 씩씩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삐비비비빅! 띠리릭!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삼십대 초반의 사내.

    “어? 일어나셨어요?”

    한강우는 마치 네가 왜 이 시간에 일어나 있냐는 듯 놀라는 매니저의 모습에 발끈했다가 이내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다스렸다.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실수.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매니저에겐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쉬는 날에 무슨 일이야?”

    “아, 빅뉴스! 빅뉴스 터졌어요!”

    “뭔데?”

    “JC엔터 아시죠?”

    “JC?”

    모를 리가 없다.

    대한민국 기획사 통틀어 세 손가락, 아니 첫 번째로 꼽히는 공룡 기획사. 지금은 자체적으로 케이블에 진출을 하며 더 몸집이 커졌다.

    그래서 항간엔 높은 사람이 뒤를 봐주는 거 아니냐는 소문이 떠돌았다. 아니, 이번에 아이돌 그룹을 런칭시켜 데뷔부터 성공시킨 지금은 거의 기정사실이었다.

    “거기가 왜?”

    “놀라지 마세요.”

    “그냥 말해, 씨발!”

    찔끔 몸을 굳혔던 매니저는 이내 전율에 몸을 떨었다.

    지금 가져온 이 소식에 비교하면 한강우의 저런 지랄은 얼마든지 참아 줄 수 있었다.

    “JC에서 형이랑 계약 맺고 싶대요!”

    “……뭐?”

    “계약금이 무려 백억이래요! 백억!”

    한강우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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