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64화 (364/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64화>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세정고의 닫힌 교문 앞에 그림자 하나가 선다.

마치 몹쓸 짓을 하려는 듯 목까지 오는 교문을 보며 갈등하던 그림자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주위를 슥 둘러보다 교문에 발을 올린다.

“끙! 끄응!”

철컹, 철컹!

고요한 새벽을 흔드는 소리.

화들짝 놀란 그림자는 황급히 교문을 넘어 학교 건물 뒤로 달려간다.

타다다닥!

“학! 학! 후우.”

가쁜 숨을 몰아쉬다 가슴을 편 그림자는 학교 건물 뒤편의 조립식 건물을 응시하며 다시 갈등에 젖어든다.

해도 될까, 안 될까.

목적지까지 왔음에도 그림자는 망설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갈등을 마친 그림자는 주먹을 쥔다.

“……후우. 그래, 하자.”

그림자는 건물을 향해 다가가며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찰칵! 화르륵!

라이터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아, 씨발 학교 가기 졸라 싫네!”

“하아. 그냥 학교에 불 질러 버릴까?”

이미 다른 학교는 등교를 마쳤을 아침 9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

세정고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다.

교복을 제대로 입은 학생이 별로 없는 세정고 학생들.

부다다당!

택트나 씨티 100과 같은 오토바이를 탄 학생들도 그런 그들을 지나쳐 세정고로 들어간다.

그중엔 얼마 전 1학년 짱을 가리려다 종혁에게 잡혀 파출소 신세를 져야 했던 박유성도 있었다.

부아아앙!

다른 학생들이 타고 온 작고 허름한 오토바이와 비교되는 묵직한 배기음. 녹색의 날렵하고 유려한 동체.

학생들의 시선이 단숨에 뺏긴다.

“닌자다!”

일본 바이크 기업인 가와사키의 닌자.

이 또래, 바이크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꿈의 오토바이라고 할 수 있는 오토바이다.

부르르릉!

“후우.”

학교 뒤편, 원래는 자전거 주차장이지만 오토바이 주차장이 되어 버린 공간.

시동을 끈 박유성이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기며 떠오른 태양을 응시한다. 그런 그에게 흥분한 얼굴의 학생들이, 박유성의 패거리들이 다가선다.

“뭐야, 뭐야! 짱! 이건 언제 샀어!”

“와, 씨발! 배기음 보소!”

박유성은 호들갑을 떠는 패거리에 꿈틀거리는 입술을 애써 누르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별거 아냐. 아빠가 선물로 사 주더라고.”

“……씨발. 졸라 부럽. 역시 부자는 달라도 다르네.”

“하. 난 이런 거 사 주는 부모 없나?”

“네가 벌어서 사세요. 아님 뽀리든가.”

“그럴까?”

부모님이 제법 큰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한다는 박유성.

그는 선망 어린 표정 패거리와 다른 학생들의 시선에 콧대를 세우다 돌연 미간을 좁혔다. 부모님이 오토바이를 사 준 이유 때문이다.

파출소에서 조서를 쓰고 나온 이후 다신 사고 치지 말라며 사 준 닌자.

파출소에 끌려가야만 했던 원흉인 종혁이 떠오른다.

‘개 같은 짭새 새끼.’

“야, 그 짭새 새끼 왔냐?”

“왜? 치게?”

움찔!

“치, 치긴 뭘 쳐. 내가 뭔 싸움닭이냐?!”

2학년 선배를 싸대기 한 방에 침묵시켰던 종혁. 격이 다른 인간이다.

“그냥 뭐 약이나 올려 주려고.”

“응?”

“짭새 월급에 이런 걸 살 수나 있겠어?”

“……아!”

“푸하핫! 그거 재밌겠다!”

“야, 같이 가자!”

“아, 씨발. 언제 오지? 얼른 와야 할 텐데?”

박유성은 즐거워하는 패거리의 모습에 입술을 비틀고는 교문 쪽을 바라보며 종혁이 얼른 출근하기를 기다렸다.

그 순간이었다.

기이이이이잉!

교정을 꿰뚫는 날카로운 소리.

마치 헬기에 시동이 걸릴 때 나는 것 같은 소리가 그들의 귀에 때려 박힌다.

그러나 헬기가 아니다.

박유성과 학생들은 단숨에 그걸 알아차렸다.

“어? 이 배기음은……?”

“미, 미친! 정말이야? 정말 그거 맞아?!”

흥분하기 시작하는 아이들.

교실의 창문들도 열리며 학생들이 몸을 내민 채 교문 쪽을 응시한다.

그리고 발견했다. 학교 운동장 옆을 가로지르며 다가오는 은색의 커다란 동체를.

“진짜다! 진짜 Y2K야!”

슈퍼바이크 Y2K.

시속 400km/h가 넘는 몬스터 중 몬스터.

그들로서는 꿈에서나 타고 다니는 이 시대 최고의 바이크.

그들은 그 첨단공학적인 동체에 눈이 팔리면서도 주인이 누군지 미치도록 궁금해했다.

“누구지?”

“저건 돈이 있다고 해도 국내에 수입도 안 되는 건데…….”

“그런데 등빨이 어디서 본 듯한…….”

기이이잉!

박유성과 패거리들은 앞에 멈춰 서는 Y2K의 주인의 헬멧 속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경악했다. 헬멧의 바이저를 젖히며 드러난 얼굴 때문이었다.

“뭐하냐. 안 비키냐?”

“……에에엑! 짜, 짭쌔?!”

종혁이었다.

종혁은 경악하는 아이들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짭새? 하, 이 씨부럴 새끼들이. 뒤질래?”

흠칫!

다급히 한 발 물러나는 학생들.

종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갈등을 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그러곤 박유성을 응시했다.

흠칫!

“면허증은?”

“……예?”

“면허증 어디 있냐고. 얼씨구? 하이바도 없네?”

“흡!”

박유성의 나이에 딸 수 있는 면허증은 고작해야 원동기 면허증뿐이다. 소위 배달부들이 애용하는 택트나 씨티 100 등 125cc 미만의 원동기만 탈 수 있는 면허.

종혁은 눈이 크게 흔들리는 박유성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씨발. 니들이 언제 법을 지켰냐……. 이따가 나 있는 곳으로 와. 너뿐만 아니라 다른 놈들도 다. 튀면 죽는다. 쯧.”

그들은 이내 곧 길을 텄고, 종혁은 다시 스트로크를 당겼다.

기이잉!

학생들은 멀어지는 종혁을 멍하니 응시했고, 박유성은 그런 종혁과 Y2K를 응시하다 고개를 푹 숙였다.

‘졌다.’

주먹도 재력도 모두 졌다.

‘씨발. 경찰이 저걸 어떻게 끌고 다니는 거야…….’

“유, 유성아.”

“뭘 봐, 씨발! 구경났어?!”

신경질을 내며 오토바이에서 내린 박유성은 학교 건물로 향했고, 학교 건물 창가에 서 있던 몇 명의 상급생들은 멀어지는 종혁을 보며 낯빛을 굳혔다가 다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그들이 그러는 것도 모른 채 조립식 건물 앞에 도착한 종혁은 투덜거리며 오토바이에서 내리다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아, 이놈 다루기 힘드네…… 응?”

일주일 만에 다시 온 세정고.

조립식 건물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깨끗하다.

‘뭐지? 이럴 리가 없는데?’

종혁은 미간을 좁히며 조립식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삐비비비빅! 띠리릭!

“어이쿠. 최 팀장님 오셨습니까?!”

“충성.”

CCTV 모니터가 놓인 책상에 앉아 있다가 황급히 일어나는 삼십대 초반의 경찰. 목요일 오전부터 금요일 오전까지 감시하는 서울경찰청 소속의 경위다.

범인을 검거하던 중 과잉 진압으로 징계를 받아 새벽에도 이곳에 상주를 해야 하는 그를 향해 거수경례를 한 종혁은 빵 봉지나 우유팩이 놓인 책상 주변이나 먼지와 털, 쓰레기들이 널브러진 바닥을 보며 더 의아해했다.

“고마워요, 고마워. 내가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요.”

“아닙니다. 같은 경찰대 식구끼리 이 정도는 해 드려야죠.”

하나뿐인 여동생의 결혼식이라는데 어찌 외면할까.

“이건 얼마 안 되지만 축의금입니다. 여동생분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아니, 이런 건 주지 않으셔도……!”

“식구잖아요. 참석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최 팀장님…….”

“어서 가 보세요. 결혼식에 늦겠습니다.”

“아, 예! 우리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경위는 다급히 발을 옮겼고, 종혁은 그런 그를 향해 아차 하며 입을 열었다.

“아, 그런데 선배님께서 이 근처를 치우셨습니까?”

“저요? 아니요. 아, 그리고 밤 11시쯤에 교문 밖에서 어슬렁거리던 놈들이 있었습니다!”

“어슬렁거려요?”

“다가가니까 오토바이 타고 도망가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녁에 술 마실 곳 없어서 온 이 학교 학생들 같더라고요! 그럼 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인수인계까지 마친 경위는 건물을 뛰쳐나갔고, 종혁은 멀어지는 그를 보며 머리를 긁었다.

“그럼 대체 누가 청소를 한 거지? 흠…….”

건물 내부의 꼴을 보다시피 사건에 쫓기다 보니 범인을 검거하는 것 외엔 잘 신경 쓰지 않는 게 바로 형사란 족속들이다.

“뭐 CCTV를 확인해 보면 알겠지. 그나저나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네.”

한숨을 내쉰 종혁은 청소기를 들어 청소를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CCTV를 확인하던 종혁은 이내 경위가 말한 놈들이 누군지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저놈들인가 보군.’

어두운 밤이라 얼굴이 잘 보이진 않지만, 교문 쪽과 그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일단 계속 지켜보다 그들이 도망치고서도 계속 CCTV를 살피던 종혁은 뭔가를 발견하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학교에 CCTV를 설치할 때 겸사겸사 이 조립식 건물 근처에도 설치한 CCTV.

해가 뜨지도 않는 시각, 홀연히 나타난 그림자가 이 건물로 다가와 건물 옆에 세워 놓은 빗자루를 들어 주변을 쓸기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다. 어디에서 구한 건지 양동이를 가져와 건물에 물을 뿌리고 테이블을 닦는다.

“대체 누가…….”

방금 전 라이터를 켜며 건물로 다가왔지만, 너무 어두워서 그런지 잘 보이지 않은 얼굴.

종혁은 미간을 좁히면서도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이내 날이 어스름히 밝아지자 어두웠던 그림자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에 종혁은 깜짝 놀랐다.

“어? 미정이?”

미정. 세정고 아이들에게 숙자라 불리는 정미정이었다.

“아니, 얘가 왜……. 아, 설마?”

뭔가를 눈치챈 종혁은 씁쓸히 웃었다.

우렁각시. 고작 피자 몇 조각 사 줬을 뿐인데, 이런 식으로 은혜를 갚으려는 것 같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답답해진 종혁.

이렇게 착한 아이가 왜, 대체 왜 거리를 떠돌아다녀야 하는 걸까.

입안이 텁텁해진 종혁은 담배를 물며 낑낑거리며 청소를 하는 미정을 가만히 지켜봤다.

청소도구를 원상복구시키며 조심스럽게 학교 교문을 넘어 멀어지는 모습까지.

어느새 그의 입가엔 푸근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음? 저건 또 뭐야?’

또 뭔가를 발견한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   *   *

띵동, 댕동! 띵동, 댕동!

우르르르!

“아으! 진짜 학교는 대체 누가 만든 거야! 면상 좀 보고 싶네!”

“왜? 한 대 치게?”

“PC방 고고고!”

“달려!”

하교 시간이 되자 교실을 뛰쳐나오는 아이들. 아침엔 천근만근이었던 다리가 바람보다 가볍다.

그런데 학교 밖을 향해야 하는 그 눈들이 순간 힐끔 학교 건물 뒤편으로 향한다.

그러다 동그랗게 떠진다.

“와, 씨! 야! 저것 봐!”

“미친!”

“씨발! 아까부터 존나 맛있는 냄새가 나더니! 경찰이 저래도 돼?!”

“미친 또라이 쉑!”

경찰들의 아지트인 조립식 건물 앞, 반으로 잘린 커다란 드럼통에 고기가 구워지고 있다.

제법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눈에 확 들어오는 영롱한 선홍빛의 소고기와 삼겹살.

쇠도 씹어 먹을 나이 때의 아이들은 군침을 삼키다 이내 한숨을 내뱉으며 돌아섰다. 고기를 굽고 있는 게 종혁이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을 신경조차 안 쓰는, 솔직히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조립식 건물에서 잠만 자는 다른 경찰들과 달리 사사건건 간섭하며 혼내는 무서운 종혁.

그들은 교육청에 찌르고 말겠다 다짐하며 학교를 나섰고, 블랙스네이크의 짱 정훈은 그걸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미친 새끼.’

“씨발. 역시 이래서 얼른 어른이 되어야 한다니까. 봐, 학교에서 술까지 처먹잖아.”

종혁의 근처에 술은 없지만, 고기=술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성립되어 있는 블랙스네이크는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술이라…… 좋네.’

너무 좋았다.

정훈은 담배를 물며 눈을 빛냈다.

“야, 애들한테 오늘 날 잡는다고 전파해.”

“……오케이!”

정훈은 이마를 닦으며 고기를 굽는 종혁을 일견하며 돌아섰다.

그런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한편 뜨거운 불판 앞에 선 종혁은 핏기가 사라진 소고기를 재빨리 뒤집었다.

뚝뚝! 치이이익!

“크으!”

숯불에 닿자마자 폭발하듯 솟구치는 기름의 향기.

종혁의 목구멍으로 굵은 침이 꿀꺽 넘어간다.

“하, 얘는 왜 이렇게 안 오…… 에라이. 아, 몰라!”

누구 때문에 점심까지 굶었는지라 더 이상 참지 못한 종혁은 소고기를 기름장에 푹 찍어 입에 가져갔고, 이내 얼굴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어우. 녹는구나, 녹아!”

이럴 때 소주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종혁은 지금이 근무 시간이고, 이곳이 학교라는 게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꼴깍!

“응?”

고기 굽는 소리를 뜷고 들어온 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종혁은 피식 웃었다.

‘왔구나.’

솔직히 올지 안 올지 걱정이었던 오늘의 주인공, 이 불판을 공수하게 만든 주인공인 미정이 멍한 눈으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목구멍은 연신 위아래로 움직였고, 종혁의 웃음은 더욱 커졌다.

“왔냐?”

“아, 안녕하세요!”

“밥은?”

“아, 아직요…….”

밥을 못 먹은 게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뭐가 부끄러운 건지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는 미정.

종혁은 그런 미정을 배려하고자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 그럼 얼른 씻고 나와.”

“……네!”

종혁은 황급히 조립식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미정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와구와구!

“끅!”

입안을 농락하던 고기의 눅진한 기름 맛에 정신을 잃었다가 찾은 미정이 황급히 입을 막으며 종혁의 눈치를 본다.

“죄, 죄송합니다! 자, 잘 먹었습니다!”

“왜? 더 먹지 않고?”

“아, 아뇨! 배불러요!”

“그래?”

잘 먹었다니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젓가락을 놓으며 남은 고기를 봉지에 싸기 시작했다.

“나머진 여기 냉장고에 넣어 둘 테니까 배고프면 와서 먹어. 프라이팬은 사용할 줄 알지?”

“네?!”

화들짝 놀란 미정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세요?”

“응?”

미정은 의아해하며 바라보는 종혁의 맑은 눈에 결국 목구멍까지 치민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왜 이러세요?”

대체 왜 이렇게 잘해 주는 걸까.

왜 이렇게 정을 나눠 주는 걸까.

아빠도 주지 않았던 걸, 도망친 엄마도 주지 않았던 걸 대체 왜…….

종혁은 툭 건드리면 울어 버릴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표정을 굳힌 채 입을 열었다.

“미정아.”

흠칫!

“어, 어떻게 제 이름을…….”

“알바 하나 할래?”

“네?”

“CCTV 모니터링 알바.”

위험할 수도 있는 저녁과 새벽이 아니라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곳에 청원경찰로 온 경찰들은 일감이 덜어져서 좋고, 미정은 그렇게 번 돈으로 위험한 길거리가 아니라 작은 원룸이라도 구해 편안하고 안전히 지낼 수 있을 터.

일석이조의 방법이었다.

그런 종혁의 말에 미정은 무너지고 말았다.

“흑!”

가슴에 쌓이고 쌓였던 설움이 결국 터져 나와 버렸다.

*   *   *

울음을 수습한 미정은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곤 도망치듯 학교를 빠져나갔고, 종혁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담배 연기를 뿜었다.

“푸후! 지랄 맞네.”

종혁 같은 경찰에겐 흔하다면 흔한 이야기.

술 먹고 행패를 부리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견디지 못해 도망친 엄마. 그에 더 술을 마시는 아버지의 학대에 집을 뛰쳐나온 소녀.

미정이 어렵사리 꺼낸 이야기는 종혁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상황 봐서 행복의 쉼터로 보내야겠네…….”

무슨 이유인지 행복의 쉼터, 가출청소년 쉼터를 꺼려 하긴 했지만, 지금 미정을 온전히 케어할 수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그곳뿐이었다.

“후우. 가자, 가.”

일단 미정에게 사람을 붙여 놨기에 안심한 종혁은 문단속 후 오토바이에 올라 시동을 켰다.

기이이잉!

헬기 소리를 내며 얼른 달리자며 재촉하는 야생마.

종혁은 미소를 지으며 스트로크를 당겼다.

그렇게 교문을 벗어나던 순간이었다.

휙!

‘뭐야!’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뭔가를 반사적으로 피한 종혁은 그 무언가가 날아온 방향을 봤다가 미간을 좁혔다.

부다다당! 부르릉!

오토바이를 탄 채 이쪽을 향해 쌍뻑큐를 날리는 세 놈. 심지어 한 놈은 이쪽을 보며 엉덩이를 두드리고 있다.

“앞으로 뒤통수 조심해라, 짭새야!”

“누가 네 뒤통수 까면 그거 나다! 야, 튀어!”

부아아앙! 부다다다당!

“……하, 이 새끼들 봐라?”

입술을 비튼 종혁은 도망치는 놈들을 보며 스트로크를 잡아당겼다.

기이이이잉!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