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63화 (363/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63화>

“감사합니다! 또 시켜 주세요!”

부다다당!

피자집 배달원이 떠나자 종혁은 어색해하면서도 군침을 꼴깍꼴깍 삼키는 소녀와 학생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제사 지내냐? 먹어.”

“가,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종혁의 눈치를 보던 그들은 슬그머니 피자를 한 조각씩 집어 들어 입에 가져갔고,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색하게 움직이던 입이 곧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 뜨! 하, 뜨!”

“거, 겁나 맛있어!”

“많이 먹어라. 부족하면 말하고.”

“네!”

피자를 한 입 먹었다고 찰나 전까지 어색했던 게 사라진 아이들.

종혁은 소녀를 시선에 담았다.

마치 오랫동안 풀만 먹다가 고기를 먹은 사람처럼 충격 어린 표정을 짓는 소녀.

이걸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

저 사람은 왜 내게 이러는 걸까.

소녀는 종혁을 힐끔거리면서도 한 입 더 작게 베어 문다.

종혁은 그녀가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피자를 집어 입에 가져갔다.

“음…….”

뜨겁고도 새콤한 토마토소스 뒤에 찾아오는 짭짤한 치즈의 폭풍. 114 안내원의 추천을 받아 시켜 봤는데, 제법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종혁이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자 소녀도 피자를 조금씩 더 크게 베어 문다.

그렇게 모두 눈치를 보지 않는 식사가 시작되었다.

“푸하! 배불러!”

“더는 못 먹어!”

“아,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빵빵하게 부른 배를 두드리며 행복에 젖은 아이들.

“뭐야. 쇠도 씹어 먹을 나이들이 왜 각자 피자 한 판씩을 못 먹어?”

“대, 대식가가 아닌 이상 패밀리 사이즈 한 판을 다 먹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요.”

“난 두 판 먹었는데?”

‘그건 당신이 이상한 거고!’

종혁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는 아이들을 일견하며 소녀를 봤다. 포만감에 행복해하면서도 남은 피자를 힐끔거리는 소녀.

“잘 먹었냐?”

“앗, 네! 잘 먹었습니다!”

“그래? 그럼 저 안에 들어가서 씻어.”

“네?!”

“아니면 피자값을 내놓든지.”

“……!”

“어떻게든 받아 낸다. 어이, 여학생. 너도 같이 씻어. 오늘 체육 있었냐? 몸에서 쉰내 난다.”

“믑?!”

장난이 아니라는 듯 진지한 시선에 당황한 소녀와 여학생은 이내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조립식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삐리릭 소리를 내며 잠기는 도어락 문.

몸을 일으킨 종혁은 남학생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이며 흡연장이었던 쪽을 가리켰다.

그렇게 학교 건물 쪽으로 붙은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니들은 피우면 죽는다.”

“예…….”

찰칵! 치이익!

“후우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은 종혁은 아쉬워하는 남학생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쟨 누구야?”

“누구요? 숙자요?”

“이름이 숙자야?”

“아, 아뇨.”

이름은 모른다. 입학식 때 본 아이들이 있어서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것만 알 뿐이지 나머지는 잘 모른다.

“그냥 수업도 한 번 안 들어오고, 맨날 같은 옷 입고, 씻지도 않고……. 입학식 때 본 애들이 아니었다면 우리 학교 학생인 줄도 몰랐을걸요?”

아마 담배 살 돈이 없어 담배꽁초나 주우러 다니는 가출청소년으로 오해했을 거다. 실제로 그렇게 오해해서 장난을 치거나 내쫓는 학생들도 많다.

“그리고 근처 노숙자들이랑 어울리는 걸 본 애들도 있어요. 그래서…….”

“숙자냐?”

“예.”

종혁은 담배 연기를 뿜었다.

‘대체 무슨 사연이기에…….’

“저, 저기 그런데…….”

“뭐? 몬스터인지 뭐시기인지 해체한 거 맞냐고?”

“저, 정말 맞으세요?!”

“성대현과 그 패거리를 어제 검거하긴 했지. 특수폭행으로 징역을 받을 테고.”

“와아…….”

남학생들의 시선이 종혁의 덩치와 커다란 주먹으로 향한다.

종혁은 선망으로 물들어 가는 그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너희도 어디 가서 사고 치지 마라. 절대 안 봐준다.”

“에, 에이. 저희 사고 안 쳐요!”

종혁은 몸을 움츠리는 학생들을 일견하며 심부름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예, 사장님. 여자애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입을 만한 옷이랑 속옷 좀 주문하고 싶은데요. 최대한 빨리 가져다주십시오. 예.”

남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종혁을 봤다.

삐삐삐삐! 삐리릭!

“옷 거실에 둔다. 문 앞에 둔 네 옷은 빨래 맡길 거니까 이걸로 갈아입어라.”

“네?!”

갑자기 열리는 문에 샤워기를 잠그며 숨을 죽였던 소녀는 기겁했지만, 종혁은 이미 조립식 건물을 나선 뒤였다.

쿵! 삐리릭!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나자 온몸에 비누칠을 한 소녀와 여학생은 서로를 당황한 눈으로 쳐다봤다.

“너 저 경찰 아저씨랑 친해?”

“아, 아니?”

오늘 처음 봤다.

매주 토요일, 학교가 끝날 때 노숙자들과 한 줌의 과자나 빵 따위를 교환하기 위해 담배꽁초를 주우러 오는 소녀.

어쩌다 장초를 많이 발견하면 빵을 반 개나 얻을 때도 있다.

원래는 평일에 주우러 왔지만, 계속 놀리고 혼내는 선배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무도 없는 토요일 하교 시간에 학교로 온다.

그렇게 오늘도 꽁초를 주우러 왔는데 웬 못 보던 집이 세워져 있고, 종혁이 그 앞 의자에 누워 있었다.

그래서 호기심에 구경했는데, 마침 담배도 테이블에 올려져 있어서 한 대 얻을 수 있을까 기다렸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다.

소녀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가늠을 할 수가 없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 소녀의 말에 소녀의 몸을 본 여학생의 얼굴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얼마나 못 먹었는지 마르고 피부가 푸석한 몸.

“괜찮아?”

“뭐가?”

“그렇게 노숙 생활 말이야.”

“……으응. 뭐 처음엔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미치도록 추웠던 겨울도 다 가서 이젠 자다가 얼어 죽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여학생의 얼굴이 더 구겨졌다.

“행복의 쉼터에 가 보는 건 어때?”

“거, 거긴 좀 무서워서…….”

소녀 본인도 가출을 했다지만, 이곳 세정고 학생들처럼 무섭게 느껴지는 가출청소년들.

“아니, 거긴 그런 곳이…… 하, 아니다. 네 인생 네가 사는 거지. 씻자.”

“으응.”

둘은 다시 샤워를 시작했고, 이내 곧 수건으로 몸을 가른 채 밖으로 나온 여학생은 머리를 말리기 위해 드라이기를 찾다가 경악했다.

“와, 이거 진짜 비싼 브랜드인데!”

“그, 그래?”

“어! 엄마도 비싸다고 절대 쓰지 못하게 하는 거야! 와, 이 경찰 아저씨 부자인가? 야, 네 옷도 봐 봐.”

“어? 어어.”

부스럭!

“헉! 이것도 메이커다.”

중저가 브랜드이지만 그래도 메이커는 메이커다. 속옷까지 말이다.

그 말에 식겁한 소녀는 문을 보며 안절부절못했고, 그런 소녀를 부럽다는 듯 본 여학생은 자신도 모르게 톡 쏴 버리고 말았다.

“하, 누군 좋겠네. 뭐해, 얼른 닦고 입어. 이런 드라이기 쓰는 사람이 그런 게 아깝겠니?”

“아? 어? 어어…….”

몸을 움츠린 소녀는 여학생의 눈치를 보며 몸을 닦기 시작했고, 그제야 아차 했던 여학생은 입술을 달싹이다 이내 다물며 드라이기를 들었다.

기이이이잉!

둘 사이에 말이 없어졌다.

그렇게 옷까지 모두 입은 그들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여학생은 깜짝 놀랐다.

“어? 애들은요?”

“기다리기 지루하다고 근처 PC방에 간다던데?”

“아씨! 진짜요? 오늘 감사했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여학생은 잰걸음으로 멀어졌고, 소녀를 본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씻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제법 사람 같은 모습.

“네가 입던 옷은 저녁쯤에 도착할 테니까 그때 와서 가져가. 오늘은 일이 있어서 저녁까진 여기 있을 거니까.”

곧 CCTV 설치를 위해 업자들이 도착한다. 아마 오늘 하루종일 공사를 하게 될 거다.

“네, 네.”

“가 봐. 난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여기에 있을 거니까 배고프면 언제든 찾아오고.”

손을 저은 종혁은 몸을 돌렸고, 소녀는 그 넓은 등을 흔들리는 눈으로 응시하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왜, 왜 저한테 잘해 주세요?”

“그냥.”

“왜 안 물어보세요? 아……!”

뒷말은 의도하지 않았던 소녀는 깜짝 놀라 입을 막았지만 늦었다. 몸을 돌린 종혁은 소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물어보면 대답할 거냐?”

“……아니요.”

“그래, 알았다. 가 봐. 이것도 가져가고.”

“네…….”

피자 한 판을 받아 든 소녀는 다시 몸을 돌린 종혁을 응시하다가 돌아섰고, 종혁은 멀어지는 걸음 소리를 들으며 담배를 물었다.

“거지 같네.”

대체 무엇이 저 어린 소녀를 거리로 내몬 것일까.

어른인 이쪽에서 훅 다가가면 휙 하고 도망가 버릴 정도로 예민한 게 가출청소년.

“뭐, 천천히 알아보면 되겠지. 천천히.”

어차피 시간은 길었다.

종혁은 탁한 담배 연기를 뿜었다.

한편 학교 근처 지하도로 들어간 소녀는 구멍 뚫린 바구니를 머리맡에 놓은 채 누워 있는 노숙자 옆에 앉으려다가 자신의 옷을 보곤 멈칫했다.

그녀는 능숙하게 노숙자 발치에 놓인 박스를 가져와 조심스럽게 앉으며 피자박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킁? 킁킁?”

자는 게 아니었는지 코를 벌렁거리며 눈을 뜨는 노숙자. 그는 소녀를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정아, 좀 달라졌다?”

어눌한 말투에 소녀, 정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씻어 봤어요.”

“담배는?”

“구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이건 내 거. 욕심내지 마세요.”

“치, 치사해.”

“치사한 건 아저씨들이죠.”

근처 지하철로 구걸을 간 아저씨까지 해서 총 두 명. 정미정과 그 둘은 서로 상부상조 하는 관계였다.

“맨날 자기들 먹을 거만 구해 와 놓고……. 그래도 정이 있으니까 한 조각은 드릴게요.”

“미정이 최고!”

얼른 주라는 눈빛에 피자박스를 열었던 미정은 몸을 굳혔다. 아까 먹다 남은 게 아니라 새로 시킨 피자였다.

“미정아?”

“아, 네.”

피자 한 조각을 떼서 노숙자에게 넘겨준 미정은 피자박스를 닫고 줄로 꽉 묶은 후 벽에 등을 기대며 종혁을 떠올렸다.

“이상한 사람.”

왜 처음 본 자신에게 이렇게 잘해 주는 걸까.

어려서 그런 걸까.

아니면 동정심인 걸까.

대체 왜 그런 걸까…….

“……흑!”

너무도 오랜만에 느낀 정의 온기에 소녀 미정은 참고 참았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   *   *

부릉부릉!

오토바이 공회전 소리가 울리는 세정고 근처의 한 버려진 건물 안.

머리를 염색하고 통을 줄인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공간에 아무렇게나 앉아 시시덕거리고 있다.

세정고를 삼등분했던 세력 중 하나인 블랙스네이크.

블랙스네이크는 몬스터처럼 90년대 초반부터 세정고에 있었던 유서 깊은 서클이고, 이 버려진 건물은 그런 그들이 쓰는 아지트다. 정확히는 블랙스네이크의 간부들만 쓸 수 있는 아지트다.

“자자, 다들 주목!”

누군가의 외침에 안에 모여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모인다.

“준비됐어, 정훈아.”

호리호리한 체구의 제법 미남형인 남학생이 감고 있던 눈을 뜬다.

“너희들도 몬스터가 해체됐다는 소식 들었을 거다.”

최고 간부인 3학년들 전부 경찰에 잡혀갔으니 이제 1학년과 2학년만 남은 몬스터는 해체되었다고 봐야 했다.

“그러니 이제 누가 세정고의 최고 세력인지 가렸으면 하는데…….”

불끈!

흐리멍덩한 눈으로 정훈이란 남학생을 주목했던 다른 학생들의 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동안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을 치면, 남은 세력이 불리한 세력에 붙는 걸 반복하면서 균형을 이뤘던 세정고의 일진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몬스터가 사라지면서 남은 서클인 이글스와 일대일로 붙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그런데 괜찮을까? 이글스 얘들 좀 독하지 않아?”

아마 서로 많이 다칠 거다. 그럼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몬스터다 다시 기지개를 펼지도 몰랐다.

거기까진 생각 안 했던 정훈은 미간을 좁혔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고? 이런 좋은 판이 깔렸는데도 그냥 넘어가자고? 졸업한 선배들이 퍽이나 좋아하겠다!”

정훈의 분노에 말을 던졌던 학생은 어깨를 움츠렸다.

이러다가는 맞을 수도 있는 상황.

학생은 생각나는 대로 재빨리 뱉어 냈다.

“이, 일단 그 짭새부터 치는 게 어떨까?”

“……짭새를?”

정훈이 호기심을 드러내자 그 학생은 눈을 빛냈다.

“설마 진짜로 그 짭새 혼자 몬스터를 해체시킨 건 아니겠지만, 그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우리도 귀찮아질 수 있잖아.”

“그래, 그건 맞는 말이지.”

체구가 엄청 크지만, 경찰에 잡혀간 몬스터의 숫자가 열 명이 넘는다.

혼자서 놈들을 다 잡았을 리는 없을 터. 사람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아마 지원 요청을 받은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잡아갔을 게 분명했다.

문제는 자신들 또한 이글스랑 싸우다가 잘못 걸리기라도 한다면 같은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흠, 짭새라…….”

정훈의 눈이 흥미를 머금기 시작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