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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62화 (362/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62화>

    저벅저벅!

    거침없이 나아가던 성대현과 패거리가 어두운 골목의 웬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최재수를 발견하고 잠시 멈칫한다.

    혹시나 데려온 패거리가 많은 게 아닐까. 미약한 경계심이 그들의 발을 붙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몇 명이 왔건 무슨 상관이야? 애들아, 우리가 누구?!”

    “몬스터!”

    세정고의 역사 깊은 일진 그룹 몬스터다.

    세정고를 삼등분하는 세력.

    서울에서 주먹 좀 쓴다는 놈들도 몬스터라고 말하면 깨갱 한다.

    그걸 믿은 성대현은 가슴을 쭉 펴며 발을 내디뎠다.

    “가자.”

    그들은 전신에서 흉흉한 기세를 뿜어 대며 공사장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잠시 멍해졌다.

    황량하기까지 한 공사장 공터 중앙에 놓인 드럼통에 앉아 있는 덩치 큰 사내 한 명과 방금 봤던 멸치 한 마리.

    “뭐야, 꼴랑 두 명이야? 더 없어?”

    “오우, 오늘 땀 좀 빼겠는데?”

    잔악한 미소가 그들의 얼굴에 피어나자 종혁은 피식 웃었다.

    “새끼들…… 읏챠!”

    일어선 종혁은 외투를 벗어 드럼통 위에 올려놓고는 최재수를 봤다.

    “최재수, 입구 막아.”

    “끙. 예, 팀장님.”

    “……도망치는 놈 있으면 알아서 하고.”

    “예, 팀장님!”

    ‘티, 팀장? 뭐, 뭐야?’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말투에 주춤거렸던 성대현은 이내 패거리 중 한 명에게 고갯짓을 했고, 지목을 받은 학생은 침을 뱉으며 종혁에게로 향했다.

    “퉤! 어이, 아저씨. 지금 나이 많다고 가오 잡나 본데, 그러다 죽…….”

    뻐억!

    “……?!”

    “죽 뭐? 죽는다고?”

    ‘아아아.’

    아프다.

    너무 아파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종혁은 배를 붙잡고 무너지는 놈의 머리채를 잡아 꺾었다.

    콱!

    눈물, 콧물, 침 다 흘리며 공포에 젖어 가는 얼굴.

    “살살 쳤는데 뭘 엄살을 떨어. 이 악물어라. 혀 잘린다.”

    종혁은 그 학생의 배에 연신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퍽퍽퍽!

    북을 두들기는 소리가 공사장에 울려 퍼졌다.

    “끕! 끄윽!”

    푸드득! 푸득!

    “에이, 씨.”

    격한 소리와 훅 풍겨 오는 고약한 냄새에 한 발 옆으로 물러난 종혁은 아직까지 굳어 있는 성대현 패거리를 가만히 응시했다.

    서호섭의 말처럼 문제아라고 해서 그 본성까지 나쁜 애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주변 상황에 휩쓸려 엇나가기도 하는 비행청소년.

    분명 이런 아이들은 경찰의 계도 대상이 맞다.

    맞지만…….

    “너흰 아니야. 너흰 그냥 개새끼야.”

    단 반나절이다. 겨우 반나절 조사했을 뿐인데, 이들의 악행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성대현만 놓고 봐도 폭행 갈취 사기 전과가 3범. 소년원을 3번이나 들락거린 놈이다.

    거기에 폭행 등으로 신고된 건수가 총 12건. 분명 놈의 폭력에 겁을 먹어 신고를 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다.

    죄다 그 나물에 그 밥.

    이놈들은 학생이 아니라 그냥 조폭이었다. 살아 있어 봤자 사회에 일말의 도움조차 안 되는 해악.

    그렇다면 그에 맞게 대우해 줘야 했다.

    “경찰을 팰 땐 기분 좋았지?”

    화들짝!

    ‘뭐, 뭐야! 그걸 어떻게?!’

    깜짝 놀랐던 성대현은 이내 대충 넘기고는 종혁을 노려봤다.

    패거리가 맞았다. 결코 가만둘 수 없었다.

    종혁은 이를 가는 그를 보며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뭐하냐? 안 들어오고?”

    “……씨발, 죽여!”

    “우와아아아아아!”

    콰직!

    콧대가 들어가며 광대와 함께 무너진다.

    목을 걷어차인 놈이 허공에 떴다가 싸대기를 얻어맞고 침묵한다.

    “아윽! 아아…….”

    “어, 엄마…….”

    바닥을 기며 눈물을 흘리는 6명의 학생.

    성대현과 남은 학생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러다가 종혁의 시선을 받고 주춤 물러난다.

    종혁은 겁에 질린 그들을 보며 힘 빠진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그럼 그렇지.”

    언제나 강자였던 저들.

    그렇기에 모른다. 폭력이란 건 더 큰 폭력 앞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이다.

    “안 올 거지? 그럼 내가 간다?”

    흠칫!

    “씨, 씨발! 저 새끼 죽여! 죽이라고!”

    “이야아아압!”

    “죽어-!”

    양쪽에서 들어오는 두 놈.

    느려진 시간 속 종혁은 주먹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오른쪽 놈의 턱을 가격한 뒤, 뒤이어 머리를 노리고 발을 휘두르는 왼쪽 놈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뿌득! 뻐억!

    “컥!”

    “아악!”

    맞은 부위를 붙잡고 눈물을 쏟아 내는 둘을 무시한 종혁은 성큼성큼 성대현에게 다가갔다.

    “죽여! 죽이라고! 뭐해, 새끼들아!”

    “그, 그게…….”

    ‘이 씨발 새끼들이!’

    저벅저벅!

    점점 커져 가는 발소리.

    그 압박에 견디다 못해 성대현은 결국 종혁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씨, 씨발!”

    쩍!

    “아?”

    쩌억! 부웅! 쿠당탕!

    허공에 잠시 떴다가 바닥을 뒹군 성대현은 눈을 껌뻑였다.

    뭐에 맞은 걸까.

    눈앞은 왜 이렇게 어지러운 걸까.

    하지만 그렇게 넋이 빠진 것도 잠시다.

    저벅!

    다시 울리는 걸음 소리에 성대현은 기겁했다.

    맞아 보니까 알겠다. 못 이긴다. 절대 못 이긴다.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씨발-!”

    저벅! 저벅!

    “지, 진짜 왜 이러시는데요! 겨,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멈칫!

    “경찰?”

    ‘……?!’

    “그, 그래요! 경찰! 저 미성년자거든요?!”

    드디어 이 거지 같은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가 생기자 성대현은 의기양양하게 종혁을 봤고, 종혁은 울상을 지었다.

    “하, 진짜 너희들 왜 이러냐. 너 일진이라며. 몬스터라며. 감히 경찰을 깐 놈들이 왜 이럴 때만 경찰을 찾는 건데? 응?”

    그 말에 성대현이 다시 놀란다.

    이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하지만…….

    “후우. 야.”

    종혁은 한눈을 파는 그의 배에 발을 꽂아 넣었다.

    퍼억!

    “……꺽?!”

    배를 잡고 뒹구는 성대현.

    종혁은 그 앞에 쪼그려 앉아 볼을 후려쳤다.

    “야, 씨발아. 애새끼야. 형이 묻잖아. 응?”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목소리.

    그렇기에 더 겁에 질린 성대현이 덜덜덜 떨리는 고개를 돌려 종혁을 바라봤다.

    종혁은 공포로 질린 그의 눈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 진짜 좆같네.”

    겨우 이따위밖에 안 되는 놈들에게 경찰이 맞았다. 분노가 더 들끓기 시작했다.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너희는 너희가 불리할 때만 경찰을 찾는 거냐? 세상 법 무섭지 않은 놈들이잖아, 너희는. 자기들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잖아. 응? 그렇잖아. 안 그래?”

    철렁!

    살의가 가득한 종혁의 눈에 심장이 내려앉은 성대현은 다시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고, 종혁은 그 비루먹은 강아지 같은 모습에 맥이 탁 풀려 버렸다.

    “후우. 됐다, 됐어. 내가 애새끼들 데리고 뭐하는 짓인지…….”

    종혁은 수갑을 꺼내 성대현의 손목에 채웠다.

    “성대현, 그리고 그 외 애새끼들. 너희를 경관폭행, 특수폭행 혐의로 체포한다. 너희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경찰? 진짜 경찰?”

    순간 당황했던 성대현의 눈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한다.

    “씨발! 겨, 경찰이 사람을 패도 돼요?! 이, 이거 신고할 거예요-!”

    멈칫!

    수갑을 채우던 종혁이 몸을 멈추고, 공사장 입구를 지키던 최재수가 이마를 잡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최재수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티, 팀장님! 죽이면 안 돼요! 걔도 병신 만들면 징계예요!”

    “안 죽여. 응. 안 죽여.”

    잠시 일어선 종혁은 주위를 둘러보다 쇠파이프를 발견하곤 그걸 가져왔다. 그러곤 성대현을 노려보며 쇠파이프를 자신의 이마로 들이박았다.

    까아앙!

    “흡?!”

    “어우, 씨발. 오랜만에 하니까 존나 아프네.”

    눈을 껌뻑이며 지문을 지운 종혁은 이마를 때린 부분을 붙잡고 나머지를 성대현에게 내밀었다.

    “야, 손 내밀어 봐. 어른이 주는 건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야지? 옳지, 그래.”

    성대현은 얼떨떨해하며 쇠파이프를 받았고, 종혁은 싱긋 웃었다.

    “아, 진짜. 야, 경찰을 때리면 어떡하냐.”

    “예?”

    “성대현. 넌 지금 경찰의 머리를 둔기로 후려친 거야. 여차하면 뇌진탕으로 살인마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정당방위다, 이 개새끼야!”

    종혁의 발이 성대현의 턱을 향해 내려쳐졌다.

    뻐어억!

    *   *   *

    “빅뉴스! 빅뉴스! 들었어? 어제 몬스터 해체됐대!”

    “뭐 진짜? 아니, 왜?!”

    세정고 3대 세력 중 하나인 몬스터의 해체에 학생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3학년 선배들 싹 다 구급차에 실려 갔대! 그런데 그게 어제 온 그 경찰 때문이래! 종태 선배 한 방에 보내 버린 그 경찰!”

    “와, 진짜? 미친!”

    “야야, 그 경찰이다.”

    학생들은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걷는 종혁에 숨을 죽이며 눈을 빛냈다.

    -훌륭하시네요.

    학교 치안 관리하라고 보냈더니 학생을 패 버렸다.

    정용진 과장은 눈앞이 아찔했다.

    “아니, 어차피 경찰서에 가면 그것보다 더 맞을 거잖습니까.”

    제아무리 은퇴 직전이라지만 경찰을 팼다. 아마 검찰에 넘겨지기 전까지 시도 때도 없이 맞았을 거다.

    “그러니 제가 먼저 다져 놓으면 걔들도 경찰서 가서 덜 맞고. 예?”

    -그래서 죄다 최소 전치 6주를 만들었습니까?

    “두 명은 안 때렸는데요.”

    -…….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내일까지 시말서 써서 올리세요.

    내일은 일요일이지만 종혁의 대답은 하나였다.

    “예.”

    ‘하, 요고 안 먹히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복도와 교실을 주욱 둘러봤다.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고개를 돌리는 학생들.

    흥미진진한 눈으로 시선을 피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을 너구리굴로 만들던 놈들도 재빨리 튀어나와 교실로 뛰어갔다.

    “학교에서 담배 피우지 마라. 학교에서 싸우지 말고, 수업 시간에 헛짓거리해서 기물파손하지 마라. 죽는다.”

    “안 피웠…… 죄송합니다.”

    “예에…….”

    그렇게 옥상까지 모두 둘러본 종혁은 학교 뒤편에 설치해 놓은 조립식 건물로 향했다.

    “효과 좋네.”

    한 놈을 밟아 놔서 그런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담배꽁초에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던 공간이 깔끔하다.

    그래도 지난 수십 년간 쌓이고 쌓여 찌들어 버린 담배와 타액 냄새가 종혁의 코를 괴롭게 한다.

    “얼른 미성년자가 담배를 피웠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법률적 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텐데…….”

    혀를 찬 종혁은 입구 옆에 비치 체어와 테이블, 의자가 놓인 조립식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푹신한 침대에 TV, 냉장고, 커피메이커, 화장실까지 없는 게 없는 15평의 조립식 건물.

    커다란 모니터 앞에 앉은 종혁은 핸드폰을 들어 CCTV 설치 업체에 연락을 했다.

    “예, 사장님. 몇 시쯤 도착하실까요? 아, 2시 반까지 오신다고요?”

    타다다닥!

    “응?”

    드르륵!

    칠판에 오늘 가르칠 내용을 적던 국어선생은 순간 반 아이들을 둘러봤다가 눈을 껌뻑였다.

    ‘뭐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수군수군 잡담을 하는 아이들은 있지만, 전처럼 선생은 신경도 안 쓴 채 목청 높여 떠드는 아이들이 없다.

    거기다 자는 아이들도 몇 없다.

    심지어 수업 시간마다 자서 얼굴조차 모르는 아이들까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것들이 단체로 실성을 했나…….’

    국어선생은 이 낯선 광경에 오싹함마저 느껴야 했다.

    그건 그뿐만 아니라 수업에 들어간 모든 선생의 생각이었다.

    *   *   *

    띵동댕동! 띵동댕동!

    우르르르르!

    토요일 단축수업이 모두 끝났다는 종소리와 함께 소 떼가 달리는 소리가 울려 펴지자, 학교 뒤편 조립식 건물 앞 비치 체어에 누워 있던 종혁도 기지개를 펴며 일어선다.

    “어우. 날 좋…… 씨발, 깜짝아! 뭐, 뭐야?”

    “안녕하세요!”

    옆에 놓인 테이블에 앉은 웬 소녀가 이쪽을 빤히 응시하던 소녀가 인사를 한다. 먼지와 떼가 가득한 후드티와 청바지를 입은 단발머리의 꾀죄죄한 소녀.

    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외모에 종혁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펴진다.

    “여기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들어왔어?”

    “여기 학생 맞는데요! 그런데 아저씨. 아저씨가 여기 청소했어요?”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다.”

    “네, 아저씨.”

    “이놈이?”

    배시시 웃는 미소 속에 감춰진 맑은 눈빛이 제법 인상적이다.

    “청소했다면?”

    “그럼 담배꽁초는 어디다 버렸어요?”

    “꽁초는 왜?”

    “아이참. 묻지 마시고요!”

    “꼬마야, 미성년자가 담배에 대해 묻는데 그걸 가르쳐줄 어른이 있을까, 없을까?”

    “아.”

    소녀의 눈이 흔들린다.

    그 순간이었다.

    “어? 숙자다.”

    움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던 소녀는 이쪽으로 다가오던 4명의 남녀를 보곤 한숨을 내쉬었고, 종혁은 그 모습을 빤히 응시했다.

    “흐흐. 안녕, 안녕!”

    “안녕, 숙자야!”

    “뭐야? 또 담배꽁초 주우러 온 거야? 그 아저씨들 주려고?”

    “헤헤.”

    “어쩌려고 지금 왔어. 그러다 또 선배들에게…….”

    툭툭!

    “아…….”

    그제야 종혁을 발견하고 놀란 여학생은 이내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무튼 선배들 앞으로 여기선 담배 안 피울 거니까 그렇게 알아! 그럼 잘 가! 아, 안녕히 계세요!”

    후다닥!

    그들은 잰걸음을 옮겼고, 숙자라 불린 소녀는 더 이상 담배를 구하지 못한다는 것에 아쉬워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종혁은 몸을 일으켜 소녀의 후드를 움켜쥐었다.

    “켁!”

    “어딜 가냐, 짜샤.”

    “네? 왜요?”

    동그랗게 쳐다보는 눈.

    종혁은 씁쓸히 웃었다.

    “밥은 먹었냐?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 어이, 너희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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