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59화>
“……푸흐.”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던 조희구가 돌연 웃음을 흘린다.
눈엣가시였던 성미란. 그녀가 은퇴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기는 하다.
“내 손으로 은퇴시켰어야 했는데…….”
그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중이었는데 허무히 죽어 버리니 약간은 허탈했다.
성미란이 은퇴를 당하면서 성미란과 함께 부산 지부에 합류했던 직원들이 죄다 연수원으로 끌려가면서 업무량이 폭증해서 짜증도 났다.
하지만 그것보단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혼자 진행한다는 게 더 기쁜 조희구. 그렇게 오늘도 행복한 기분으로 팬을 들었던 그는 잠시 멈칫했다.
“최종혁…… 계속 거슬리네.”
최종혁 때문에 성미란이 은퇴를 당했지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종혁 때문에 어그러진 프로젝트가 몇 개던가.
이번에도 그렇다.
성미란의 직원들이 죄다 연수원으로 가면서 이 거대하고 중요한 프로젝트에 지장을 주지 않았던가.
그것도 스노우볼이 구르기 시작한 이 중요한 시기에 말이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마구잡이로 들어오기 시작한 투자금. 나날이 기록이 갱신되면서 투자자 관리가 절실히 필요한데 직원의 절반이 빠져 버렸으니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아. 정말 마음 같아선 확 죽여 버리고 싶은데……. 참는다, 참아.”
본사에서 명령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함부로 종혁을 제거하려 들었다가는 이쪽이 죽는다.
회사는 말을 듣지 않는 개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아, 시간이군.”
몸을 일으켜 거울 앞에 선 그.
살짝 흐트러진 머리를 다듬은 조희구는 사장실을 나섰다.
직원들, 자신들 조직의 직원들이 아니라 지금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멍청한 일반인 직원들의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해 얼굴을 비출 시간이었다.
“나오셨습니까, 사장님!”
“안녕하세요!”
“그래요. 수고들 합니다. 일어나지 말고 일들 해요.”
푸근히 웃으며 인사를 받아 주는 조희구의 모습에 일반 직원들이 꺄꺄거리며 좋아한다.
“정말 우리 사장님 같은 분도 없을 거야.”
“저번 직장에서는 사장님이 나오는 게 죽도록 싫었는데, 우리 사장님은 아니라니까?”
“맞아, 맞아. 성격 좋으시지, 체구도 좋으시지, 미소도 푸근하시지.”
“거기다 일도 참견 안 하잖아!”
참된 리더. 딱 그 말이 어울렸다.
그런 직원들의 수다에 꿈틀거리는 입술을 애써 잠재우던 조희구는 갑자기 들리는 외침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고, 사장님. 왜 그러십니까! 이제 막 수익이 팍팍 창출되고 있는데 갑자기 투자금을 빼신다니요!”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말.
고개를 돌렸던 조희구는 얼굴을 와락 구겼다.
‘최종혁!’
보고 싶지 않은 얼굴.
잠시 갈등을 하던 조희구는 이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종혁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 있습니까?”
“헉! 사장님!”
종혁과 오택수는 전처럼 푸근한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에 한껏 거만하게 뒤로 젖혔던 몸을 일으키며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조 사장님.”
“하하. 예, 오랜만입…….”
콰드득!
“큽?!”
악수한 손이 부서질 것 같은 아득한 고통.
조희구는 눈을 부릅떴고, 종혁은 아차 하며 손을 뗐다.
“아, 죄송합니다. 몇 시간 전에 일이 좀 있다 보니…….”
속이 제법 시원해진 종혁은 오택수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쪽은 아시죠?”
“어휴우. 꽤 짜증 나는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하하.”
그게 무슨 일인지 알 것 같기에 애써 웃은 조희구는 오택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택수 형사님.”
“하하. 예,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계셨죠?”
콰득! 콰드득!
‘큽!’
“어이쿠, 죄송합니다. 저도 같은 현장에 있었던지라…….”
오택수의 표정이 한결 펴진다.
“……하하, 아닙니다.”
‘이 새끼들이 진짜!’
무슨 이유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순간에 몇 십억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 돈이 어떤 돈인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줄 이자다.
윗돌을 빼내어 아랫돌에 괴는 게 이번 사기의 핵심.
종혁이 돈을 빼는 순간 몇 십, 몇 백 명에게 이자를 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더욱이 종혁은 그동안 수익 배당을 받으면 고스란히 다시 투자하지 않았던가.
스노우볼이 제대로 구르기 시작했다면 모르되, 지금 이 타이밍에서 그런 막대한 돈을 빼게 둬선 안 되었다.
‘이 새끼는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조희구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런데 투자금을 빼신다고요? 아, 일단 제 사무실로…….”
“아뇨. 됐고요. 빼 주세요. 이자까지 전부.”
“……혹시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 겁니까?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힘닿는 대로 돕도록 하겠습니다!”
거의 애원하다시피 말하는 조희구.
종혁은 그런 그를 보며 싱긋 웃었다.
“아니요. 그냥요.”
“……예?”
“그냥이라고요, 그냥.”
“……!”
‘내가 투자금을 빼면 엿 되는 거지? 어디 내 장단에 놀아 봐.’
종혁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죄,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럼 수고해요.”
떠나가는 종혁을 응시하던 조희구는 다급히 걸음을 옮겨 사장실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그리고…….
“이, 이 개새끼가-!”
조희구는 거울을 향해 소파를 집어 던졌다.
콰장창!
“푸하하하하하!”
차에 오르자마자 웃음을 터트린 오택수는 종혁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고, 피식 웃은 종혁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와, 그놈 얼굴 봤냐?”
낯살이 구겨지려는 걸 정말 초인적으로 참던 모습. 웃음을 참느라 혼나는 줄 알았다.
“아, 그래도 좀 아쉽네. 아예 빼 버렸으면 그 새끼 얼굴이 진짜 구겨졌을 건데.”
“에이, 알아서 돈을 불려 주는데 빼긴 왜 빼요.”
뺀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올해는 아니다.
“어우. 이제야 속이 좀 가라앉네.”
성미란이 허무하게 죽었을 때만해도 얹힌 것 같았던 답답히 쑥 내려가는 시원함.
그건 종혁도 마찬가지였다. 종혁은 이제야 입가에 진짜 미소가 그려지는 오택수의 모습에 마주 웃으며 차의 시동을 켰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최재수를 따라잡고, 오늘 저녁에 권회수를 만나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그 순간이었다.
“야, 똑똑히 불어. 성미란 그년, 저 새끼들과 같은 패거리지?”
종혁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오택수를 봤다.
오택수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 * *
웅성웅성.
어두워진 밤,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를 걷던 종혁이 한 골목으로 들어선다.
꺾고, 또 꺾고.
그러다 한 나무문 앞에 도착한 종혁은 문을 두드리기 위해 손을 들었다.
“들어오시게.”
끼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종혁은 눈을 빛냈다.
한 뼘이나 될 법한 마당을 감싼 사각형의 집.
“구 여사님은 이런 곳에서 사셨군요.”
“안채이자 사랑채였지.”
마루에 앉은 권회수가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렸다.
그에 순순히 그 자리에 앉은 종혁은 마당처럼 좁은 하늘을 응시했다.
“하늘도 좁네요.”
“당신에겐 이 정도도 충분하다고 말했었지.”
권회수도 하늘을 응시한다.
둘은 잠시 말없이 하늘을 응시했다.
“참 겁이 많은 여자더군요, 성미란은……. 주변 탐문 결과, 11년 전 그 집에 왔을 때부터 온몸을 꽁꽁 싸매고 다녔다고 합니다. 밖에 나갈 때는 무조건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하고요. 아마 이전에 머물던 곳에서도 그랬을 확률이 큽니다.”
권회수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러신가.”
“그리고 성미란의 집에서 발견된 장부에 나온 다른 사채업자들을 수사하기 시작할 겁니다.”
“잘됐군.”
“아직 임학수와의 관계는 조사되지 않았지만, 그에게 매달 돈을 줬다는 정황은 있으니 임학수는 아마 성미란이 고용한 하수인이었을 겁니다.”
“그렇군.”
“그러니 그만두시죠.”
움찔!
권회수의 눈이 하늘에서 거둬져 종혁을 응시한다.
현명하게 늙은 사람의 맑고 깊은 눈.
“형사로서인가, 파트너로서인가, 아니면…… 손자 같은 마음에서인가.”
무엇이든 부족하다. 이 미진한 마음을 풀어 버리기에는.
‘역시.’
권회수는 조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권회수를 힐끔 본 종혁은 다시 하늘을 보며 입을 열었다.
“셋 다입니다. 거기에 어르신만 바라보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라고도 하죠.”
권회수의 낯빛이 굳는다.
그 순간 가난, 가정폭력, 장애 등 여러 아픔을 끌어안고 있으나 사회에게 외면당한 여러 이들의 모습이 그의 눈앞을 스쳤다.
“고약하군.”
“그러니까 형사죠.”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못할까. 법이 정해 놓은 선 안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형사다.
“예끼. 누구보다 공명정대해야 할 형사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하하.”
“그래. 어떤 놈들이신가.”
움찔! 몸을 굳힌 종혁은 권회수를 봤다.
그러다 이내 싱긋 웃으며 일어섰다.
“언제나 밝은 곳에 계십시오. 그러면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종혁은 집을 나섰고, 그 넓은 등을 응시하던 권회수는 담배를 물었다.
“허허. 그런 것이었나.”
‘이 한국에 커다란 벌레가 있나 보구만.’
러시아와 미국에 단단한 끈이 있는 종혁이 왜 불쌍한 이들까지 언급하며 말렸겠는가.
그들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놈들이 한국에 있기 때문, 아니 성미란은 고작 그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놈들일꼬…….’
서늘한 웃음을 흘린 권회수는 핸드폰을 들었다.
“이 변, 날세. 아까 했던 말은 모두 철회하도록 하지.”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지금은 웅크려야 할 때다.
나설 때가 아니었다.
“먼저 간 사람 더 잡아 봤자 힘들기만 할 테지. 그래, 그래. 미안허이.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싶은데 봉사에 관심 많은 분들 아시는가?”
종혁은 밝은 곳에 있으라고 했다.
이는 즉 권회수 본인이 은퇴하기 전 쌓은 힘은, 어두운 곳에서 키운 힘은 아무 쓸모가 없단 소리.
방벽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한국에서 없어선 안 될 인물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일단은 재향군인 지원부터 시작하지. 힘들게 나라를 지켰음에도 국가가 보살피지 않아 뒷세계로 가는 특수부대원들부터. 그리고 순직한 경찰 가족들도.”
통화를 종료한 권회수는 몸을 일으켜 구옥순의 집을 둘러보았다.
이제 여길 나서면 언제 다시 또 올 수 있을까.
“많이 바쁠 테지만…….”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명절엔 올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네, 누이.”
끼이익!
권회수가 사라진 구옥순의 집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예. 권회수가 더 이상 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핸드폰을 닫은 한 삼십대 사내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오랜만에 피 좀 보나 했더니…….”
“야! 뭐허냐! 안 가냐! 이러다 우리 먹을 거 없어야! 어르신이 고생했다고 차려 주셨는데 한 점이라도 먹어야제!”
“예, 형님! 알겠습니다, 형님!”
사내는 자신을 부르는 조폭을 향해 달려갔다.
* * *
“오빠!”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일본의 한 호텔의 로비, 손연아가 종혁을 향해 손을 흔들다 멈칫한다.
이쪽을 향해 드리워진 카메라 때문이다.
그리고 종혁의 뒤를 따르는 예쁘고 잘생긴 선남선녀들 때문이다.
“아, 카메라는 신경 쓰지 마세요. 모레 있을 대회에서 우리 손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 때를 위해 작은 기록을 남기는 것뿐이니까.”
“헉! 금메달이요?”
“왜요? 자신 없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굳었던 손연아는 이내 배시시 웃었다.
“당연히 자신 있죠! 대빵 있죠!”
“푸흐흐.”
역시 손연아라면 이럴 줄 알았다.
“아, 이쪽은 알죠? 홍보담당관님.”
“허허. 오랜만입니다, 손연아 선수.”
“아, 안녕하세요!”
“그리고 이쪽은 우리 경찰 홍보단의 남녀 단원들. 우리 경찰이 후원하는 손연아 선수가 치르는 시니어로 첫 세계 대회를 응원하러 왔습니다.”
“금메달 파이팅입니다, 손연아 선수!”
“파이팅!”
“오빠…….”
감격한 손연아의 모습에 흐뭇이 웃던 종혁은 옆구리를 콕콕 찌르는 소녀 윤아와 리나의 등을 툭 밀었다.
“또 그리고 여긴 개인 팬 자격으로 쫓아온 말괄량이들. 요놈은 내 조카인 최윤아고, 이쪽은 그 친구 김리나.”
“꺄! 손연아 선수! 팬이에요!”
“저도 진짜 팬이에요!”
“에? 네에…… 으하핫! 감사합니다! 사, 사인해 드릴까요?”
“우리 사진도 찍어요!”
종혁은 금세 친해지는 셋을 보며 흐뭇이 웃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경기 당일.
“긴장할 필요 없어! 평소대로 해! 넌 최고니까!”
미국인 어셔 코치의 파이팅에 아이스링크를 본 손연아의 표정이 굳는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으로 한국에서 떠나오기 전 봤던 기사들이 떠오른다.
거의 해체 수준으로 박살이 난 빙상협회. 피겨계.
그 이후 빙상협회 전 종목 중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언론은 마치 그녀를 패색 짙은 전쟁에 나서는 영웅처럼 묘사했다.
막대한 중압감이 그녀의 어깨를 짓누를 수밖에 없었다.
종혁에겐 걱정 말라고 웃어 줬지만, 막상 아이스링크에 서니 심장이 거칠게 뛰고 온몸이 딱딱하게 굳는다.
왜 어린 자신에게 그런 걸 기대하는 건지…….
‘도망치고 싶어.’
그 순간이었다.
“손-연-아-! 파이팅-!”
소음으로 가득한 아이스링크를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
깜짝 놀라 객석을 본 손연아는 잠시 멍해졌다.
사랑해요, 손연아. 우유빛깔 손연아.
경찰 정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기만 해도 낯이 뜨거워지는 플래카드를 요란하게 흔들고 있다. 만나자마자 친해진 최윤아와 김리나가 옆에서 몸을 크게 흔들고 있다.
“……푸하하하하핫! 아, 진짜 뭐야!”
이건 자신을 수치심에 죽이려는 음모가 분명했다.
“푸흐. 좋은 사람들이네. 연아.”
“네. 정말 좋은 사람이죠.”
너무도 좋은 사람, 종혁.
드디어 입가에 미소가 돌아온 손연아는 아이스링크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럼 놀고 올게요!”
“다녀와! 나의 요정!”
“웩!”
촤아악! 촤악!
아이스링크를 누비며 종혁들에게 손을 흔들어 준 손연아는 아이스링크 중앙에 서며 숨을 골랐다.
링크 위에 혼자 있음에도 혼자가 아닌 든든한 기분.
그녀는 난생처음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띠리링!
음악이 시작되었다.
‘놀자!’
손연아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손연아! 자랑스런 한국의 딸 손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겁니다!
-협회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압도적인 성적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한국의 딸 손연아! 정말 감격스런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 저기 경찰청 홍보단도 기립박수를 치고 있는데요! 후원하는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와 있었다는 경찰청 홍보단! 그런데 그 옆에 아름다운 소녀들은 누구죠?
중계진의 말에 카메라가 돌아간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자기가 우승을 한 것처럼 방방 뛰는 최윤아와 김리나.
“삼촌! 금메달! 금메달-! 연아야-!”
“연아야, 여기야! 여기-!”
종혁은 마치 간식에 신난 강아지처럼 발광하는 소녀들에게서 시선을 떼며 홍보담당관을 바라봤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담당관님.”
방송국의 멱살을 잡는 건 말이다.
빙상협회가 난장판이 된 이후 첫 세계대회 우승.
그런 영웅인 손연아의 이틀 전부터 우승까지 찍은 영상이 자신들에게 있다.
방송국은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허허 입상만 해도 고마울 판에 금메달이라니……. 고맙군. 앞으론 내게 맡겨.”
“충성.”
종혁은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단상에 서는 손연아를 향해 박수를 쳐줬고, 곧 일본의 아이스링크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