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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52화 (352/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52화>

    부우웅. 달리는 차 안.

    뒷좌석에 소녀, 김리나와 함께 앉은 사내가 한숨을 내쉰다.

    “하, 진짜 데려가기 힘들다. 그쵸, 김리나 양?”

    “…….”

    “어이쿠, 잡아먹겠네. 시발년이 뒤질라고.”

    까득!

    사내는 순간 겁을 먹었음에도 이내 곧 이를 악물며 노려보는 김리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담배를 물었다.

    “푸후우!”

    “큽! 콜록! 콜록!”

    “김리나 양. 리나 양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원래 이렇게 신사적인 사람들이 아니에요.”

    몇 년 전 검찰과 경찰이 빚에 팔려 유흥주점이나 다방으로 스며드는 여자들에 대한 일제 단속을, 이후로도 매해 두 번씩 단속을 벌이지 않았다면 벌써 팔아 버려도 팔았을 김리나.

    정재계 언론까지 인맥이 두루두루 넓은 XM엔터테인먼트 소속만 아니었다면 벌써 끌고 와도 끌고 왔을 거다.

    김리나를 팔아 봤자 고작 몇 천만 원. 겨우 그 돈 벌자고 경찰에 찍힐 수는 없었다.

    하지만 김리나의 부모를 확보한 지금은 다르다.

    합법적으로 데려올 명분이 있었다. 부모가 자식을 부른다는 데 경찰이 무슨 개입을 할 수 있겠는가.

    “엄마, 아빠는 괜찮아요?”

    “그건 가서 확인해 봐요.”

    김리나는 눈을 부릅떴다.

    “엄마랑 아빠한테 손끝이라도 대 봐! 그땐 너희 모두 죽여…….”

    “진짜, 씨발!”

    움찔!

    치켜들었던 손을 내린 사내는 눈을 질끈 감은 김리나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그런 것들도 부모라고 부모 대우하는 게 참……. 우리도 좆빠지게 고생한 게 있어서 화풀이를 좀 하긴 했지만 입원할 정도는 아니니까 가서 안심해. 어우, 씨발. 어린 년한테 존댓말 하려니까 몸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네.”

    ‘씨발. 그놈의 인터넷 신고인지 뭔지.’

    인터넷으로 신고를 하면 돈을 먹여 놓은 경찰이 자신들을 담당한다고 볼 수 없기에 그동안은 이 맹랑한 김리나에게 존댓말을 써 줬던 그.

    부모를 확보했다고 한들 관계가 완전히 청산되지 않았기에 아직은 미성년자인 김리나에게 손찌검할 수는 없었다. 같은 폭력이라도 미성년자를 향한 폭력은 더 중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씨벌, 좆같은 법.’

    “뭐해, 새끼야! 얼른 안 밟고!”

    “예, 형님!”

    “과장님, 새끼야. 과장님.”

    사내는 운전석을 걷어차며 화풀이를 했고, 김리나는 그런 사내를 죽일 듯 노려보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윤아가 애들한테 말하면 안 될 텐데…….’

    비슷한 또래로 구성된 데뷔조.

    8월 데뷔는 확정되었지만, 몇 인조로 데뷔하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 그렇기에 멤버들에게 약점을 보이기 싫었다.

    ‘난 데뷔해야 돼. 꼭 데뷔해서 성공해야 돼!’

    이럴 줄 알았다면 윤아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말을 할 걸 하며 김리나는 자책했다.

    그녀는 부디 윤아가 유연하게 둘러댔기를 기도하며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응시했다.

    그런 그녀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뚜벅! 뚜벅!

    씁쓸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허름한 복도를 지나 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김리나는 눈을 부릅떴다.

    “엄마! 아빠!”

    얼굴과 몸이 피범벅이 되어 사무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부모님.

    “리, 리나야…….”

    애처로운 부름에 김리나는 울컥했다.

    “도망칠 거면 멀리나 도망치지! 왜 잡혀 가지고 맞은 건데-!”

    “어이구. 눈물이 날 것 같으니까 감동적인 재회는 그쯤에서 그만두시고.”

    김리나는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앉아 있는 장년인, 사채업자를 노려봤다.

    “이제 됐죠? 됐잖아요! 엄마랑 아빠 잡혔으니까 빚도 금방 갚을 거잖아요-!”

    “얼씨구? 얘가 뭐래냐?”

    부하 직원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은 사채업자는 담배를 물었다.

    “이봐요, 김리나 양. 그 빚을 못 갚을 것 같으니까 도망친 게 네 부모야. 내가 네 부모를 어디에서 찾았을 것 같니?”

    태국 푸켓이다.

    휴양지의 해변에서 놀고 있던 걸 잡아 온 거다.

    “……네?”

    김리나는 다급히 부모를 봤지만, 그들은 이미 고개를 돌린 뒤였다. 장년인은 불신으로 굳어 버린 김리나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이래도 내가 보내야겠니?”

    “어, 엄마! 아빠! 이, 이게 무슨 말이에요?”

    무려 1년이다.

    그 시간 동안 김리나 본인은 계속해서 나타나 괴롭히는 무서운 사채업자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곧 부모님이 돈을 많이 벌어 나타날 거다, 구해 줄 거다 굳게 믿으며 버텼는데 부모님은 해변에서 놀고 있었다?

    “아니죠? 아닌 거 맞죠?”

    맨날 철없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게임기를 사면서 언제나 사업을 하겠다고 난리를 쳤던 아빠.

    만날 홈쇼핑하고 명품을 찾던 엄마.

    그래도 부모다. 부모였다.

    “나 힘들어하는 거 알고 있었잖아요. 그쵸? 이거 오해죠?”

    “그, 그게 리나야……. 아빠도 빚진 걸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사업을 했거든? 그런데 그게 돈이 좀 필요해서…….”

    “아.”

    털썩 주저앉은 김리나는 망연자실 부모님을 바라봤다.

    그제야 ‘그런 것들도 부모라고 부모 대우하는 게 참’이라는 말이 이해됐다.

    그때였다.

    “잡혀 온 게 아니라 따라온 거잖아, 새끼들아. 네 딸년 담보 잡아 대출 더 받으려고.”

    “……?”

    잠시 사채업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김리나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고, 장년인은 푸근히 웃었다.

    “못 들었니? 네 부모가 너를 팔았다고.”

    키도 적당하고 얼굴도 예쁘장하니 어린애를 좋아하는 변태들에게 개인 접대를 하게 만들면 김리나의 부모들에게 빌려준 원금과 이자를 금방 받아낼 수 있을 거다.

    “엄마? ……아빠?”

    멍하니 부모를 바라봤던 김리나는 절망했다.

    딸의 부름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 부모들.

    “뭐, 뭐야. 왜 이래. 이러지 마. 나 무서워. 나 무섭단 말이야-!”

    아닐 거다. 아니어야 했다.

    “아니라고 해! 빨리-!”

    “미, 미안하다, 리나야. 아빠가 이번에 정말 죽이는 사업 아이템을 생각했거든? 딱 1년! 1년이면…….”

    “아빠-!”

    아니다. 아빠가 아니다.

    저 사람들은 부모가 아니라 괴물이었다.

    그제야 부모의 진실 된 모습을 깨닫게 된 리나는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할래?”

    김리나는 멍하니 사채업자를 쳐다봤다.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그런 그녀를 향해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웠다.

    “첫째. 나이는 좀 많지만 정중한 분들과 식사를 하는 나날을 보낸다. 물론 식사만 하진 않을 거야. 때론 술도 마실 테고, 호텔 같은 곳도 가게 되겠지. 너도 연습생이니 스폰서에 대해 들어 봤지?”

    스폰서들이 주는 용돈으로 고가의 명품을 사고, 여행도 다니며, 최고급 빌라에서 사는 삶.

    그렇게 누릴 걸 다 누려도 아마 저들 부모들이 진 빚은 3년 안에 갚게 될 거다.

    “둘째. 저 연놈들과 천륜을 끊고 이대로 돌아 나간다.”

    “아이고, 리나야-!”

    “닥쳐, 이 새끼들아!”

    “끕! 끄읍!”

    다급한 어미의 부름에 정신을 수습한 김리나는 사채업자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제가 이대로 돌아 나간다면요?”

    “리, 리나야-!”

    “그, 그러면 안 돼! 우리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발악하는 부모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던 사채업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신장 하나랑 간이 반쯤 뜯긴 후에 원양어선이든 섬이든 팔려 가겠지?”

    쿠웅!

    “리나야! 여기 봐! 아빠야, 아빠!”

    ‘신장, 간…….’

    김리나는 핏발이 선 눈으로 이쪽을 간절히 쳐다보는 부모를 쳐다봤다.

    부모가 아닌 괴물들.

    하지만…….

    -엄마! 저거 뭐야?’

    -저건 코끼리라는 거야.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리나의 생일 축하합니다!

    -아빠, 달려! 달려-!

    어렸을 적 기억들이 김리나의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3년 라고 했죠?”

    “오오! 리나야! 우리 딸!”

    턱!

    발을 구른 사채업자는 씩 웃으며 상체를 세웠다.

    ‘그렇지. 이렇게 선택권을 주면 죄다 후자를 택한단 말이지!’

    그 어떤 자식이 부모가 죽는다는데 사무실을 돌아 나갈 수 있을까.

    필승의 전략법이었다.

    물론 후자를 택한다면 이쪽으로 알아서 기어 들어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겠지만 말이다.

    “그럼. 어이구, 좋은 결정 내렸어요. 눈 딱 감고 3년만 지내면 커다란 집에 좋은 차에 가수? 어이구 우리 리나 양 돈으로 할 수 있어요. 자자, 이리로.”

    덥썩!

    김리나는 팔목을 잡는 송충이 같은 손에 눈을 감았다.

    ‘성공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부모님이 진 빚을 다 갚아 주고 싶었다.

    이곳에 오기 전, 전화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어디선가 힘들게 일하고 계실 부모님과 다시 예전처럼 하하호호 웃고 싶었다.

    그런데 이젠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안녕, 윤아야. 안녕, 애들아.’

    데뷔조로 뽑히기 전 연습생 시절부터 서로 친하게 지냈던 아이들.

    김리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순간이었다.

    “거기까지다, 이 개새끼들아.”

    꽈앙!

    문이 박살 나듯 열리며 거구의 사내, 종혁이 들어온다.

    “넌 또 뭐야!”

    종혁은 달려드는 덩치를 향해 진심으로 손바닥을 휘둘렀다.

    쩍!

    북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향해 비산하는 피와 이빨들.

    느려진 시간 속 종혁은 뒤이어 달려드는 다른 놈의 무릎을 향해 발을 내질렀다.

    콰작!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꺾이는 무릎.

    비명이 송곳처럼 터져 나왔다.

    “이 씨발! 개새끼가……!”

    종혁은 눈을 뒤집으며 달려드는 마지막 똘마니 과장의 칼을 잡은 팔을 옆구리에 끼었다.

    터억!

    “야, 내가 씨발 원래 칼 들고 설치는 놈은 병신으로 만들거든? 그런데 요새 그러지 못한 놈이 몇 명 있었어.”

    “아, 아니…….”

    “좆까.”

    종혁은 하얗게 질리는 그의 눈을 보며 쫄다구의 팔을 그대로 꺾어 버렸다.

    콰작!

    “아아아악! 내 팔! 내 파알-!”

    바닥을 뒹구는 그를 무시한 종혁은 사채업자를 빤히 응시했다.

    “넌 일단 이따가 보자.”

    성큼성큼 김리나의 부모에게 걸어간 종혁은 김리나의 아빠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리며 얼굴을 구겼다.

    “야, 이 부모도 아닌 것들아. 이 꽉 물어.”

    종혁은 김리나의 아빠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지직!

    *   *   *

    스윽! 슥!

    뺨을 얻어맞고 기절했다가 깨어난 똘마니가 청소를 하는 사채업자 사무실.

    쿵!

    소파에 앉아 테이블에 발을 올린 종혁은 김리나 부모의 계약서를 보곤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야, 이 새끼 재밌네?”

    종혁은 테이블 위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한쪽 팔이 꺾이고 입과 코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사채업자를 쳐다봤다.

    “야.”

    “예.”

    “야.”

    “예, 형사님!”

    “얼마 전, 대법원에서 하나의 판결이 내려졌어. 그게 뭐였는지 아냐?”

    “연리 240퍼센트 이상은 사회통념을 벗어난 고금리로 무효라고 했습니다!”

    “그래. 사채업자라고 잘 아네.”

    이들 같은 사채업자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판결.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구원받고 있는 중이다.

    “근데…… 넌 왜 280퍼센트냐?”

    예를 들어 1년 상황을 조건으로 천만 원을 빌리면 갚아야 할 돈이 2800만 원.

    원금 상환이 늦어지거나 이자가 연체되면 그때부턴 복리로 계산한다는 계약서 내용상 3년만 지나면 갚아야 할 돈이 수억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김리나의 부모가 빌린 돈이 무려 4천만 원이다.

    “죄,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아니이.”

    종혁은 사채업자를 그대로 걷어찼다.

    “어이쿠!”

    후다닥! 테이블에서 떨어지자마자 재빨리 다시 원상복귀하는 사채업자.

    “대체 뭔 빽이 있기에 지금 검경이 눈을 까뒤집으며 족치고 있는데도 이 지랄 염병을 하는 거냐고.”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이후 검찰과 경찰은 신고를 해 달라며 홍보를 하며 단속을 벌이는 중이었다.

    종혁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너 혹시 검사나 경찰에게 돈 먹였냐?”

    “아,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먹인 거 맞네?”

    “아, 아니라니까요?!”

    “그래, 그건 차차 알아보자.”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어, 끝났냐?

    “둘이 쌍으로 잤어요? 벌써 예전에 끝났습니다. 올라오세요. 실어야 할 게 많으니까.”

    -알았어!

    전화를 끊은 종혁은 사채업자를 향해 수갑을 내밀었다.

    “손 내밀어.”

    철컥!

    “무슨 혐의로 잡히는 건지는 네가 더 잘 알지?”

    “……예.”

    “저 옆에 가서 대가리 박고 있어. 너도 이 새끼야.”

    “옙!”

    사채업자는 똘마니와 함께 구석으로 가 맨땅에 머리를 박았고, 종혁은 그제야 김리나를 봤다.

    정신을 잃은 부모를 증오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는 김리나.

    “김리나 양?”

    “아, 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녀가 그런 험한 말을 듣기 전에,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기 전에 구했어야 됐다. 그런데 늦어 버렸다.

    “……아니에요.”

    김리나가 입술을 깨문다.

    늦지 않았다. 늦지 않게 구해 줘서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뚝! 뚜욱!

    김리나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바닥을 적시는 걸 본 종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 그런데 절 어떻게…….”

    “제가 윤아 삼촌입니다.”

    “……네?”

    “하하. 제가 좀 젊죠?”

    “네에…….”

    “아무튼 이제 김리나 양에겐 두 가지의 선택권이 있습니다.”

    흠칫!

    두 가지. 방금 전 사채업자가 했던 말을 떠올린 김리나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고, 종혁은 애써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하나. 부모들로 하여금 친자포기각서를 쓰게 해서 고아가 된다.”

    움찔!

    “둘. 이대로 저 부모도 아닌 사람들을 고소한 후 자유인이 된다.”

    “고, 고소요?”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김리나 양의 부모는 저 사채업자에게 김리나 양을 매매하려고 했습니다. 맞죠?”

    “……네.”

    “그렇다면 적법한 구속 사유이자 강력한 범죄 행위입니다.”

    저들은 교도소에 갈 테고, 윤아보다 한 살 많은 올해 19살인 김리나는 그사이 법적으로 성인이 될 거다. 그럼 자유인이 되는 거다.

    “참고로 저는 김리나 양께서 어떤 선택을 하시든 적극 도울 생각입니다.”

    어떤 선택이건 변호사를 법적 대리인으로 붙여서 그녀가 무엇을 하든 원만히 할 수 있도록 도울 거다.

    “버, 법적 대리인이라면 계약도…….”

    “예. 얼마든지 김리나 양의 의지대로 맺을 수 있습니다.”

    “아…….”

    바닥에 널브러진 부모를 본 김리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고소해 주세요.”

    종혁은 어려운 결정을 내린 그녀를 향해 수고했다는 듯 고개를 숙여 주었다.

    “예, 알겠습니다.”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경찰.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해 줘야 했다.

    *   *   *

    “일단 차에 타고 계세요. 곧 숙소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마음 같아선 바로 보내 주고 싶지만, 옮겨야 할 짐이 좀 많고 조서도 써야 한다.

    “한 30분도 안 걸릴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네…….”

    고개를 끄덕인 김리나가 차에 오르는 걸 확인한 종혁은 냉큼 사채업자 사무실로 향했다.

    “어, 최 팀장. 마침 잘 왔다.”

    “왜요? 뭔 일 있어요?”

    웬 장부처럼 생긴 걸 보며 심각한 표정을 오택수.

    “어. 있어. 이 새끼 아무래도 쩐주가 있는 것 같다.”

    “쩐주요?”

    쩐주. 사채업자가 사채업을 할 수 있도록 목돈을 빌려주는 존재.

    종혁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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