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47화>
“이름 장성구. 나이 51세.”
본청 근처의 빌라.
화이트보드 앞에 선 최재수가 잔뜩 피로한 목소리로 장성구에 대해 소개를 한다.
지난 일주일간 장성구 교수, 아니 빙상협회에 관련된 사건 자료를 전면 재조사하고 보강한 셋.
종혁과 오택수도 피로한 눈을 만지며 브리핑을 듣는다.
“현재 한체대 교수이고, 협회 임원임과 동시에 국가대표 감독입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장성구.
그는 90년대 초반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며 빙상협회의 임원이 되었고, 이후 수많은 메달리스트를 키워 내며 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빙상계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어 버렸다.
여기까지만 보자면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인정받으며 올라온 인물 같지만…….
“장성구가 국가대표 코치직 맡은 이후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어 빙상계를 떠난 인물이 총 14명.”
이 중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총 8명이다.
8명이 억울한 피해자란 소리다.
이걸 찾기 위해 그들은 인력 부족 문제로 아직 디지털화되지 못해 창고에 쌓여만 있던 옛 사건 자료들까지 싹 다 뒤져야 했다.
“정보원의 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장성구 밑에서 운동을 배우다 그만둔 한체대 선수가 대략 90명.”
정보원은 유민정의 비서다.
“이중 국가대표로 차출되어 태릉선수촌까지 갔음에도 기량 저하나 부상 등의 이유로 은퇴한 선수가 총 24명에 달합니다. 그리고 이들 전부 장성구에게 이용당한 걸로 추정됩니다.”
이는 방송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경기 자료를 모두 일일이 분석한 결과였다.
대회 중 다른 선수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거나 반칙을 해서라도 상대 선수의 발목을 잡은 선수가 무려 24명이다.
“이상입니다.”
그들의 수사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수준에서 조사할 수 있는 건 이 정도가 전부였다.
“후우우……. 아, 씨발이네.”
다시 들어도 열이 받는 내용.
종혁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분을 삭였고, 오택수는 그런 종혁을 보며 혀를 찼다.
“어떡할래?”
이 이상 더 깊게 자료를 조사한다면 검찰 쪽 자료까지 뒤져 봐야 하는데,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된 14명 중 유죄 판결을 받은 6명의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같은 인물이다. 검찰에 장성구의 인맥이 있다는 소리다.
조사해 보니 무려 현 서울 동부지검 검사장.
검찰 쪽 자료를 훑는 순간 이번 수사는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저 개 같은 적폐 새끼를 쳐내려면 자료가 확실해야 될 것 같은데.”
“어쩔 수 있나요. 일단 드러난 것부터 찔러 봐야지.”
이번엔 비한체대를 찔러 봐야 의미가 없다.
장성구가 비한체대에도 TO를 제공하고 있기에 그들의 불만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괜히 피겨 사건 때처럼 건드렸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피겨와 달리 메달리스트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수법을 쓰면 놈도 눈치를 챌 거야.’
“될까? 선수들 쪽은 다 케어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철두철미한 새끼가 빈틈을 드러내겠냐?”
떨어지는 낙엽조차 조심하는 부류의 인간. 아마 지금쯤 입단속을 시켰을 거다.
“어쩌겠어요. 그렇다고 한들 방법은…… 흠.”
잠시 말을 멈춘 종혁은 장성구에 대한 내용으로 빼곡한 화이트보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왜?”
“아뇨,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저 인간은 처음부터 저렇게 철저했을까…… 하는 생각이요.”
“어? 잠깐?”
오택수도 다급히 화이트보드를 봤고, 종혁은 말을 이었다.
“국가대표 코치였을 시절, 장성구 저놈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정확히는 빙상계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을까.
그건 국가대표 감독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장성구가 빙상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건 90년대 후반부터다.
그리고 장성구에 의해 빙상계를 떠난 사람이 저들뿐일까?
“즉, 장성구가 핫바리였던 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후반 사이에…….”
“길이 있다?”
“빙고.”
오택수는 손가락을 튕기는 종혁을 보며 의아해했다.
“야, 있다고 한들 공소시효가…….”
말을 하다 만 오택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야, 너 이번엔 또 뭔 짓을 하려고?”
종혁은 씩 웃었다.
“오 경감님이랑 재수는 이 시기에 은퇴한 선수들부터 확인해 주세요.”
“넌 뭐하고?”
“억울한 피해자들을 만나 봐야죠.”
아마 길이 있다면 이 두 곳에 있을 거다.
외투를 챙겨 든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부장님. 저 종혁이요.”
오랜 인연인 박영일 부장기자.
“혹시 80년대 후반부터 빙상 스포츠 쪽을 전담하시던 기자님 좀 소개시켜 주실 수 있을까요? 믿을 수 있으면서도 장성구 감독을 싫어하는 인물로!”
* * *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이른 새벽의 동대문.
와글와글. 웅성웅성.
새벽부터 바쁜 상인들 사이로 옷 보따리를 짊어진 중년인이 빠르게 나아간다.
“지나가겠습니다! 지나가요!”
덜그럭덜그럭 무릎이 기괴한 소리를 내지만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은 채 달리다시피 걷는 그.
쿠웅!
“옷 놔두고 갑니다!”
“수고하셨어요, 삼촌!”
일명 사입삼촌, 동대문 옷가게로 옷을 배달해 주는 사람을 뜻한다.
그렇게 동대문 옷가게들을 누비며 구슬땀을 흘리던 중년인은 해가 떠오를 때쯤에야 겨우 숨을 돌릴 여유를 가지게 됐다.
“아, 이놈의 일은 하면 할수록 쉬워질 생각을 안 하네.”
“일이 다 그렇지. 수고했어. 자, 여기. 미숫가루지?”
“하하. 감사합니다.”
길 건너편 작은 노점의 사장님이 건네는 미숫가루를 받아 든 중년인은 근처 아무 곳에 엉덩이를 붙이며 점퍼의 안주머니를 뒤졌다.
그런 그의 손에 한 장의 가족사진이 들려 나왔다.
중년인의 눈엔 너무도 예쁜 아내와 딸.
결국 참지 못한 그는 핸드폰을 들었다.
“응, 여보. 자? 지수는? 학교 갔어? 나? 일 끝났지. 밥은 먹었냐고?”
손에 들린 차가운 미숫가루를 힐끔 본 중년인은 히죽 웃었다.
“엄청 맛있는 거 먹고 있지. 그래, 걱정 말고. 응. 더 자.”
“아이고, 아주 깨가 쏟아지네. 딸이 몇 살이야?”
“이제 중학교 2학년이요.”
“다 컸네.”
“다 크긴요. 아직 한참 애기죠. 퇴근만 하면 씻지도 못하게 옷을 딱 잡고 하루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떠드는데…….”
“얼씨구?”
“하하, 잘 마셨습니다. 내일 뵐게요.”
“그래. 수고해!”
히죽 웃은 중년인은 근처에서 서는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와아!”
“와!”
버스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들리는 고함 소리.
종년인은 고개를 들어 펜스 너머로 보이는 중학교 운동장을 응시했다.
운동부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이 아련함으로 물들었다.
“나도 무릎만 망가지지 않았어도 저렇게…….”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날의 악몽.
코너를 돌던 중 갑자기 무릎에서 뚝 소리가 났고, 무릎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병원 검사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무릎 연골이 칠십대 노인보다 더 닳아 있어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 할지라도 절대 선수 생활을 이어 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는 사망선고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십자인대가 끊어지며 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때 다가온 장성구의 말이 더 충격적이었다.
-쯧. 망가졌네. 야, 얘 치워.
빠득!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칼로 쑤시는 것 같은 무릎을 부셔져라 움켜쥔 그는 목적지인 찜질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찜질방 사우나에서 세신사 일을 하는 그.
그렇게 찜질방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띠리링! 띠리링!
발신자를 확인한 중년인은 이를 악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전화하지 말라고 해도 자꾸 전화하시네요. 안부 인사요? 우리가 그런 것을 나눌 사이던가요?”
1991년, 매정하게 버릴 때는 언제고 몇 년 뒤 슬그머니 찾아와 사과도 없이 사례금만 툭 던져 준 장성구.
“왜요? 유 교수가 잡혀 들어가니까 똥줄 좀 탑니까? 걱정 마세요. 당신 대가리 장 교수가 준 돈으로 전셋집 얻은 나는 입을 열 생각 따윈 없으니까! 그러니 당신네들 일로 전화하지 마세요! 끊습니다!”
타악!
핸드폰을 거칠게 닫은 중년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후…… 그 돈을 받는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당시엔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예뻐라 하던 제자도 매정하게 버리는 인간이, 자기 밑에 있는 선수를 사람이 아닌 하나의 부품으로 생각하는 인간이 직접 찾아와 돈을 주는데 거부를 한다?
쥐도 새도 모르 게 묻히는 수가 있었다.
물론 정말 죽이지는 않을 테지만, 아내나 딸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었다. 장성구는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받았고, 그 돈은 지금도 안방 장롱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다.
“씨발, 장성구. 당신의 천하가 언제까지 가나 보자. 퉤!”
침을 뱉은 중년인은 찜질방 안으로 향했고, 그에게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최재수가 몸을 들썩인다.
“오 경감님!”
벌써 4명째다.
장성구가 국가대표 코치가 된 이후부터 부상이나 기량 저하 등의 이유로 빙상계에서 자취를 감춘 사람들을 쫓고, 그들이 사는 모습을 확인한 게.
그중 운동부 코치나 아이스링크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앞선 세 명.
그들에겐 장성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오늘 확인한 저 사람은 달랐다.
“그래, 나왔네. 드디어.”
입술을 핥은 오택수는 얼른 핸드폰을 들었다.
“야, 최 팀장. 한 명 떴다.”
-저도요.
“뭐, 너도? 넌 어딘데?”
-공항이요.
“뭐?”
장성구가 협회에 들어온 이후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어 빙상계를 떠난 인물, 억울한 피해자가 사는 곳은 한국이 아니었다.
* * *
딸랑!
“어! 여기야, 여기!”
문을 열고 들어간 종혁은 노란색 테이블들과 기사식당 특유의 음식 냄새 사이에서 손을 드는 박영일 부장기자를 발견하곤 옅은 미소를 지었다.
“뭘 얼마나 달리시려고 이 아침부터 기사식당으로 부른 거예요? 응? 술은 안 시키셨네요?”
“흐흐. 주역이 도착 안 했는데 술을 깔 수 있나. 돼지불백 시켰는데 괜찮지?”
“당연하죠.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본청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팀 최종혁 경정입니다.”
낡고 허름한 밀리터리점퍼에 덥수룩한 수염이 가득한 장년인. 영화와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기자의 외모다.
장년인은 눈을 빛냈다.
“이거 미친개 양반께서 날 불렀을 줄은 몰랐군요. 기자 관둔 지 꽤 됐으니 그냥 신 씨라고 불러 주쇼.”
면전에서 미친개 소리를 들을 줄 몰라 눈을 껌뻑였던 종혁은 이내 피식 웃었다.
기자가 막말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일까. 형사나 기자나 밤새며 일하다 보면 입은 저절로 거칠어지는 법이다.
“스포츠 쪽에 계셨던 분께서 절 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사람 뒤 파는 일로 빌어먹다 보니 이래저래 다 들립디다.”
기자를 언제 관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언론에 끈이 남아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정보원도.
종혁은 씻은 지 며칠은 된 것처럼 추레한 몰골임에도 눈빛은 어린아이처럼 또렷한 그의 모습에 재밌어했다.
그런 둘의 모습에 고개를 저은 박영일은 손뼉을 쳤다.
“자, 종혁이 너도 왔으니 술을 시켜볼까? 이모, 여기 이슬이 세병이요!”
“예!”
기사식당 종업원은 빠르게 소주를 가져왔고, 박영일은 소주를 모두 따서 종혁과 신 씨 앞에 한 병씩 내려놓았다.
그와 동시에 눈을 번뜩인 신 씨는 마치 사막을 헤매다 오아시스를 만난 나그네처럼 병을 낚아채 벌컥벌컥 들이켰다.
굉장히 예의 없는 모습이었지만, 종혁은 그 모습에서 다른 걸 느꼈다.
‘가슴에 화가 많은데?’
아무래도 박영일이 제대로 된 사람을 소개시켜 준 것 같았다.
종혁은 몸에 힘을 빼며 술병을 입에 가져갔다.
터엉!
“꺼억! 아, 이해하쇼. 내가 사연이 많은 놈이라.”
“그 정도면 양반이죠. 괜찮습니다.”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종혁을 살폈던 신 씨는 이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푸흐. 그쪽도 사연이 좀 많은 거 같수다?”
자신 같은 사람을 수없이 겪은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덤덤한 반응. 삶에 찌들어 주변을 돌아볼 힘조차 없을 정도가 되어야 보일 수 있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종혁의 나이가 이제 고작 27살이었다.
“형사 일이 다 그렇죠, 뭐.”
“……으하핫!”
‘웃기는 짬뽕일세, 이거?’
걸물이다. 역시 경찰 개혁의 참모이자 선봉장다웠다.
소주병을 쥔 신 씨는 돌연 정색했다.
“어디까지 갈 거요?”
“어이구. 이거 이상하게 대답하면 그걸로 치시겠습니다?”
“대답부터 하쇼.”
종혁은 나른하게 웃었다.
“장성구가 나가리 되면 협회도 나가리 되지 않겠습니까?”
쿵!
“푸흐흐……. 미치겠네.”
신 씨는 다시 술을 들이켰다.
드디어 나타났다. 세상 전부가 적이 되어 달려들어도 ‘그게 뭐?’ 하며 무시할 미친 또라이가.
꿀꺽꿀꺽! 터엉!
“꺼흑! 이보쇼. 내가 왜 기자를 관뒀는지 아쇼?”
“뭐 꼴을 보니 장성구에 관한 기사를 잘못 써서 그런 것 같군요.”
“내가 기자를 관두게 된 게 2002년, 강현수 때문이오.”
‘2002년?’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의 일이 아니기에 약간 실망을 하던 종혁은 이어서 나온 이름에 미간을 좁혔다.
“강현수라면…….”
훗날 빅토르 강이라 불리는 선수다.
뭔가 촉이 선 종혁은 상체를 세우며 신 씨를 봤다.
“당시 강현수 이놈의 국내 순위가 17위. 하지만 장성구 그 씹새끼의 특례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대표팀으로 차출됐소.”
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있었음에도 세계 무대에 한 번도 나가 본 적 없었던 강현수가 차출되자, 장성구의 독재 체재에서 피해를 받던 선수들과 코치들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그럼 그 내용을 기사로 실으려다가?”
“기사가 신문에 실리긴 실렸지. 내 책상이 빠진 후에.”
장성구에게 유리하게 각색되어 실렸던 당시의 기사.
이후 신 씨는 폐인이 됐다. 신문사에서 나온 후 받아주는 신문사가 없어서.
군부 독재, 독재 타도를 외치던 격동의 시기에 ‘정부 좆까!’ 하며 진실을 보도하던 언론이 너무 변질되어 버려서.
춥고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던 그의 긍지, 언론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무너진 순간 그는 폐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 말은 일단 여기까지. 어떡할 거요. 이래도 생각에 변함없소?”
종혁은 마치 시험하듯 쳐다보는 신 씨의 눈빛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푸흐. 이봐요, 신 씨. 당신이 기자니까, 빽도 좆도 없는 회사원이니까 그렇게 당했다고는 생각 안 해 봤어요?”
“문체부가 적으로 돌아설 텐데?”
종혁의 도발에도 신 씨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쓸어 담는 쇼트트랙.
그 쇼트트랙의 감독, 빙상협회의 임원을 건드리는 순간 문체부의 압력이 쏟아질 거다.
그러나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국회의원도 재꼈는데 문체부가 대수겠습니까? 뭐, 좆같이 굴면 이 기회에 장관도 한번 교체해 보죠. 가능하죠, 박 부장님?”
“아오 씨, 장관은 좀 빡센데……. 오케이, 콜!”
신 씨는 둘의 대화에 입을 헤 벌렸다.
“진짜 또라이네, 이거.”
그런데 몸이 달아오른다.
타의에 의해 박탈당해 부셔졌던 그의 긍지가 다시 뭉치기 시작한다.
종혁은 그 자신도 모르게 소주병을 옆으로 치우는 신 씨를 보며 눈빛을 굳혔다.
“그래서 누굴 만나러 가면 됩니까?”
“누가 아니고 어디요. 미국.”
“……!”
“그때 장성구에 의해 쫓겨난 코치들 대부분이 미국으로 향했소. 그리고 이들이 최 팀장이 찾는 장성구의 최대 빈틈일 거요. 장성구가 코치였던 시절부터 함께했던 사람들이거든.”
종혁은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