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44화 (34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44화>

    ‘후욱! 훅!’

    숨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촤악! 촤악!

    발끝으로 느껴지는 미끄러운 빙질.

    ‘힘들어.’

    하지만 그동안 반복해 왔던 힘든 훈련을 떠올리며 소녀는 이를 악물고 빙판을 누볐다.

    그런 소녀의 시야에 어두운 낯빛을 한 채 이쪽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앞서 연기한 선수들이 담긴다.

    촤르륵!

    빙판을 박차고 날아오른 한 마리의 새가 우아한 날갯짓을 했다.

    터억!

    ‘아.’

    스케이트날이 빙판을 찍는 순간 소녀는 직감했다.

    콰당!

    온몸을 울리는 둔탁한 충격과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시린 냉기.

    “아아!”

    사방에서 터지는 탄식과 이쪽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선수들에 번뜩 정신을 차린 소녀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언제 넘어졌냐는 듯 다시 빙판 위를 빠르게 누볐다.

    “그래, 가는 거야! 다영아-!”

    ‘칫! 날자!’

    소녀는 다시 빙판을 박차고 날아오르며 몸을 회전시켰다.

    타악!

    ‘됐다!’

    “와아아아아!”

    소녀의 입가에 짜증 섞인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게 안무를 모두 마친 소녀는 희희낙락거리는 선수들을 무시하며 빙판 밖으로 빠져나갔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죄송해요, 코치님.”

    소녀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지난 1년간의 노력이 한 번의 실패로 물거품이 됐다는 것에 그녀는 서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앞서 연기하다 넘어진 몇몇 선수들이 어떤 감점을 받았던가. 개중엔 솔직히 그녀 자신보다 잘한 선수도 있었기에 소녀는 울어 버리고 싶었다.

    “아냐, 잘했어! 걱정 마! 이 정도면 본선에 진출할 수 있겠다!”

    “네?”

    “걱정 말라니까. 이 코치님이 누구니! 자, 봐!”

    “……!”

    코치의 손끝을 쫓아간 소녀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점수에 눈을 크게 떴다.

    “이 코치님이 올해부터는 걱정 말라고 했지?”

    “으아아앙……!”

    소녀는 끝내 눈물을 흘리며 콧대를 세우는 코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렇게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희극이 있으면 비극도 있는 법이었다.

    “으어어엉!”

    말도 안 되는 점수 조작에 1년의 노력을 박탈당하게 된 소녀들이 울음을 터트리며 주차장으로 향하고, 올해가 마지막인 선수들이 코치와 감독을 붙잡은 채 절규를 토해 낸다.

    “말도 안 됩니다! 이게 어떻게 말이 돼요-!”

    “코치님도 아시잖아요! 저 이번에도 예선 탈락하면 대학에 못 간다고요!”

    일평생 피겨만 해 왔기에 특별전형이 아니면 갈 수 없는 대학.

    그러면 군대에 가야 한다.

    선수로서의 전성기, 그중 2년이란 시간을 강제로 박탈당하는 거다.

    아니, 차라리 시간만 박탈당한다면 낫다.

    군대에 있을 동안 밑바닥을 모르고 추락할 기량.

    발생할지 모르는 부상.

    그 시간 동안 더 기량을 갈고닦을 라이벌들.

    완벽히 도태되는 거다.

    “미안…… 하다. 내가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

    “아아아악!”

    코치와 감독, 교수들은 제자들에게 등을 보이며 담배를 물었다.

    *   *   *

    터엉!

    은색 스테인리스 테이블에 내려쳐지는 빈 술잔.

    중앙에서 곱창이 노릇하게 익어 가지만 테이블을 둘러앉은 4명의 중년인 중 누구 한 명도 젓가락을 가져가지 않는다.

    “이건 그년이 심사위원들에게 뇌물을 먹인 게 분명해요!”

    그게 아니라면 똑같은 실수를 했는데도 자신의 선수는 크게 감점이 된 반면 유민정 교수 파벌의 선수는 작게 감점이 된 걸 설명할 수가 없다.

    아니, 기술의 성공과 실수에 따른 감점과 가점 채점은 똑같다. 그것마저 건드려 버리면 난리가 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기 등 그 외의 점수다.

    거기서 승패가 갈라진다.

    “어디 하루 이틀입니까.”

    유민정 교수가 피겨계를 장악한 이후 맨날 이랬다.

    “어쩌겠어요. 좆같으면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유민정의 수작을 이겨 내는 방법?

    어렵지 않다.

    트리플 악셀, 쿼드러플 악셀을 마구잡이로 꽂거나 절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

    누가 봐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명연기를 펼치면 된다.

    “씨발! 우리 애가 무슨 손연아입니까! 유언이에요?! 홍선입니까?!”

    “왜 나한테 화를 냅니까! 나도 좆같아요, 나도-!”

    그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다.

    “에이, 씨부럴. 크! 쓰다, 씨발!”

    “쯧. 안주도 먹어 가면서 드세요. 우리도 이제 나이 들어서 안주 없이 과음하면 몇 날 며칠 고생합니다.”

    “차라리 이대로 곯아떨어져 일어나지 못하면 좋겠네요.”

    정말 불합리한 피겨계.

    그럼에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피겨가 좋아서였다.

    “……그런데 홍선이는 요새 뭐한답니까?”

    무릎이 망가져 피겨계를 떠나야 했던 유언의 뒤를 이었던 신성 홍선.

    유민정 교수의 밑에 있던 선수이긴 하나, 홍선은 스스로를 실력으로 증명한 뛰어난 선수였다.

    거기다 얼굴도 곱상해 스타성까지 있어서 한국을 알릴 피겨선수가 되리라 기대가 많았다.

    “모르죠. 어디서 뭘 하는지.”

    “갑자기 그만둔 이유는 뭐랍니까?”

    “뭐겠습니까?”

    잘생긴 애는 어떻게든 건드려 봐야 직성이 풀리는 유민정 교수. 그 때문에 사그라진 별이 몇 명이던가.

    부상 소식이 없었는데 그만뒀다면 이유는 뻔했다. 심지어 그걸 봤다는 증인도 있었다.

    그 외에도 유민정 교수를 물어뜯을 증거는 차고 넘쳤다.

    “……미친년. 아, 씨발 확 다 터트려 버리고 싶네!”

    “아서요. 빌어먹고는 살아야죠.”

    가진 증거를 모두 터트린다고 해도 어디 언론에서 주목이나 해 줄까.

    손연아가 어린 나이에 우수한 성적을 거둬 다큐멘터리도 찍고 CF도 몇 개 찍었다지만, 아직 피겨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터트려 봤자 그 증거들은 유민정 교수의 인맥에 깔아뭉개지고 소각되어 버릴 것이다.

    그럼 자신들은 끝이다. 그 어떤 학부모도 그들에게 자식을 맡기지 않을 거다.

    “에이, 씨부럴!”

    술잔을 입안에 털어 넣은 한 중년인은 몸을 일으켰다.

    “어디 가시게요?”

    “어머님, 아버님들께 사과드리러 가야죠.”

    너무 미안하고 미안해서 이렇게 술기운을 빌리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과.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다.

    힘이 없는 것뿐만 아니라, 선수의 실수를 막지 못한 것까지 모두 말이다.

    “쯧. 그럼 같이 일어납시다. 나도 사과드리러 가야겠네요.”

    “푸후. 그럽시다.”

    마지막 잔을 들이켠 그들은 몸을 일으켰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내일이 오겠지…… 씨발…….”

    바스락바스락.

    뭔가가 담긴 봉지를 든 사십대 배불뚝이 중년인이 갑자기 멈춰 서며 고개를 푹 숙인다.

    그런 그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이 뱉어진다.

    결국 포기해 버렸다.

    내 선수가 피겨를.

    일단 마음이 진정된 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말한 뒤 도망치듯 빠져나오긴 했지만, 중년인은 알고 있다. 내 선수가 다신 피겨를 하지 않을 것임을 말이다.

    “아! 밝은 내일 좀 오자, 씨바알-!”

    “조용히 좀 해라! 시간이 몇 시냐-!”

    “몰라, 이 새끼야-!”

    “뭐 이 새끼야?!”

    “모른다고! 몰라-!”

    선수도 지키지 못한 놈이 뭘 알 것인가.

    그는 결국 터져 버린 설움에 주저앉으며 꺽꺽 울었다.

    “하아. 관두고 치킨집이나 차릴…….”

    “우정국 씨?”

    흠칫!

    고개를 돌린 중년인은 골목의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덩치 큰 사내 종혁을 보곤 몸을 굳혔다.

    “……누구?”

    “경찰입니다. 유민정 교수 아시죠?”

    중년인의 눈이 부릅떠지자 종혁은 씩 웃었다.

    “반응을 보니 내가 왜 왔는지 아시는 것 같네. 어떻게 곱게 따라오셔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시겠어요, 아니면 수갑 차고 가실래요?”

    종혁은 벌떡 일어나는 그를 향해 수갑을 꺼내어 흔들어 주었다.

    *   *   *

    일반 경찰서도 아닌 본청.

    어깨를 움츠리며 특별수사팀의 사무실로 들어오던 우정국은 정면의 화이트보드를 보곤 눈을 부릅떴다.

    [유민정]

    본명 유명자.

    나이 51세.

    맨 위에 적힌 유민정 교수와 그 옆에 적힌 BOSS란 단어 때문이 아니다.

    그 아래 ‘[오유언]- 쁘락지, [우정국]-쁘락지?’란 글자 때문이다.

    ‘미친!’

    술이 번쩍 끼며 숨이 턱 막힌다.

    “아차.”

    화이트보드를 돌려 못 보게 만든 종혁은 우정국에게 자리를 권했다.

    “거기 앉으시고, 신분증 주세요.”

    철렁!

    심장이 내려앉은 우정국은 다급히 종혁을 봤다.

    “이, 이거 모함입니다. 어디서 뭘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예. 그건 조사해 보면 나올 테니까 신분증 주고 앉으시라고요.”

    “상식적으로 내가 쁘락지면 오늘 경기에서……!”

    “앉으시라고.”

    종혁이 이를 드러내자 순간 하얗게 질린 우정국은 우물쭈물하다가 종혁이 가리킨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신분증을 넘겨받은 종혁은 내선 전화기를 들었다.

    “예, 특별수사팀 최종혁 팀장입니다. 계좌 조회랑 출입국 기록 좀 요청하고 싶은데요. 이름 우정국. 주민번호가…….”

    “이, 이보세요, 형사님!”

    “부인, 아들, 친척까지 모두 조사해 주세요. 예.”

    전화를 끊은 종혁은 우정국을 향해 담배를 내밀었다.

    “피우세요. 앞으로 많이 피우지 못하실 테니까.”

    “자, 잠시만요. 잠깐만요! 오해, 오해입니다!”

    “오해요?”

    “예에! 제가 왜 유민정 그 사람하고 붙어먹겠습니까! 저 오늘 그 사람 수작 때문에 선수를 잃었어요! 그런데 내가 왜……!”

    “선수 생명이 아작 난 사람도 쁘락지던데요?”

    “흡?!”

    “손연아 선수 곁에서 알짱거리며 몸 상태가 어떠나, 멘탈은 괜찮나……. 뭔 시간 강사 때문에 그랬다는데…… 어휴, 어린놈의 새끼가 참 지랄이죠?”

    마치 그래서 너도 못 믿는 거라는 눈빛에 우정국은 이를 악물었다.

    ‘이 미친 새끼! 어떻게 지한테 그런 짓을 한 사람에게……!’

    소름이 돋고 토악질이 솟는다.

    그리고 다급해진다.

    종혁은 그런 그를 보며 담배를 물었다.

    ‘눈물을 흘렸지.’

    아까 본모습은 분명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우정국을 믿을 수는 없다.

    그 눈물이 운동을 포기해 버린 선수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한 것 때문인지 확신이 서질 않기 때문이다.

    “당신 경력을 조사해 보니 꽤 재밌더라고요.”

    현재까지 조사된 건 8명.

    그중 종합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선수가 고작 1명.

    그 선수가 오늘 처참한 성적으로 탈락해 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울부짖은 선수다.

    종혁은 우정국이 구리고 안 구린 걸 떠나 우정국에게 과연 지도자의 자격이 있는 것인지부터가 의문이었다.

    “피겨도 그렇고.”

    찰칵! 치이익!

    “선수를 육성하는 데 한 해에 드는 비용이 약 5천에서 1억.”

    제아무리 피겨스케이트화가 비싸고, 또 가죽으로 만들어져 오래 신지 못한다지만 한 해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다.

    “그중 감독 연봉이 대략 2천에서 4천. 거기에 플러스알파.”

    선수가 상금을 따면 거기서도 일정 부분을 가져간다.

    이게 평균 계약이다.

    “주니어, 시니어, 남녀. 이렇게 하면 한 번에 최대 4명의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데…… 선수 한 명당 2천씩 잡아도 8천이네요?”

    거기다 상금 플러스 학부모들이 찔러 줄 돈까지 합하면 한 해에 얼마나 벌까.

    물론 연봉이 1억이건 10억이건 능력만 있다면 상관없다.

    문제는 우정국에게 그런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본인의 능력이 떨어짐에도 선수를 육성한다는 건 일종의 사기. 우정국을 신처럼 따르며 운동만 하던 선수에 대한 사기이며, 배신이다.

    “배신이라니요! 이 사람이……!”

    “그럼 피겨에 관련된 근육 단련법에 대해 말해 봐요. 메디컬 처치에 관한 부분도.”

    “뭐, 뭐요?!”

    “씨발, 봐. 모르잖아. 어떤 훈련을 하면 어떤 근육이 얼마만큼 자극되고, 관절에 얼마나 부하가 걸리고, 또 그를 어떻게 치료해야 부상의 강도를 줄이고 예방하는지 아무것도 모르잖아.”

    만약 안다면 무릎 꿇고 사과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정국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띠링 소리를 내며 날아온 사내메신저 결과도 그랬다.

    “하! 이봐요. 그러고도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아무 노력도 안 한 당신이 뭔 자격으로 그런 돈을 받는데? 그러고도 배신이 아니라고? 뭐 안무만 짜 주면 다 코치인가? 어?”

    “…….”

    쾅!

    “다 코치냐고!”

    잘못된 가르침으로 인해 신체가 망가져 은퇴를 하는 선수가 한 해에 몇 명이고, 제 기량을 다 펼치지 못하는 선수가 몇 명인가.

    “그, 그건…….”

    “입 다물어. 피해자들 찾아가서 싹 다 고소하게 만들기 전에.”

    코치가 해야 할 도리를 하지 못했다? 이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죄다.

    옛날처럼, 비행기를 타기 힘들던 시대처럼 해외와의 교류가 단절된 것과 다름이 없다면 이런 말도 안 한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당장 옆 나라 일본만 해도 수조 원을 투자해 피겨 인프라를 만들었고,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거기에 가서 읍소만 해도 기본적인 것들은 알 수 있다.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하면 굉장히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정국은 그러지 않았다. 이는 방금 날아온 출입국 기록 결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작년 한 해 대부분을 한국에 있었던 우정국. 겨우 있는 출국 기록도 행적지가 태국이었다.

    우정국은 전형적으로 자신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주변만 비판하고 눈앞에 닥친 상황만 어떻게든 벗어나려 급급한 부류의 인간이었다.

    정말 유민정의 수작에 놀아난 선량한 지도자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눈앞의 우정국은 아니었다.

    우정국은 자신이 키운 선수에게 사과할 자격조차 없는 인간이었다.

    무능한 지도자. 그 선수가 소중히 간직하고 키워 오던 꿈을 빼앗은 건 유민정뿐만이 아니라 우정국도 마찬가지였다.

    “어이, 내가 이제부터 당신을 파 보기 시작할 거야. 그래서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 외에서 유민정 교수와 행적이 겹치는 곳이 있잖아? 유민정 교수와 통화를 하거나 금전적 거래를 한 기록이 있잖아? 증명하지 못하는 돈을 받은 기록이 있잖아? 그땐 당신 이렇게 곱게 못 다뤄. 알겠어요?”

    “…….”

    “가 봐요. 아, 가 보라니까?”

    “……난 유민정 교수와 어울린 적이 없습니다.”

    우정국은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왜 그런 사람과 어울린다는 말입니까! 자기 제자를 성추행하는 그런 나쁜 년과-! 그것뿐인 줄 알아?! 사과해! 경찰이면 다야?! 사과하라고-!”

    그래. 종혁이 한 말처럼 노력이 부족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민정 같은 사람과 똑같은 부류로 취급당하는 건 너무 억울했다.

    “잠깐, 그거 무슨 말이야? 성추행?”

    종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잘 지내지?

    핸드폰에선 지워 버렸지만, 머릿속에선 지워지지 않는 문자.

    빠득!

    이를 간 홍선은 핸드폰을 쳐다봤다.

    “번호 바꿔야겠네.”

    그동안은 돈이 들어 바꾸지 못한 핸드폰.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홍선은 오늘 일이 끝나면 당장 바꾸기로 했다.

    딸랑!

    “어서 오세요! 아리스 카페…… 어?”

    홍선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고, 그는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또 본다, 홍선아?”

    “종혁이 형? 형이 왜 여길…….”

    종혁은 어리둥절해하는 홍선을 보며 서글피 웃었다.

    또다시 시야 밖에서 생겨난 피해자를 향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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