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38화 (338/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38화>

    87. 2007년

    성인물 전문 업로더 김본좌 검거!

    간첩단 일심회. 연루된 사람이 더 많아!

    노래방도우미 이제부터 진짜 불법?

    이라크! 사담 후세인에 사형 선고!

    북한 풍계리에서 대규모 폭발 사고 발생? 핵실험?

    UN 안보리 북한에 조사단 파견! 북한 거부!

    광주에서 화염병에 맞은 의경, 생사가 위급하다!

    도하 아시안게임! 수영선수 김태환 전설을 쓰다!

    삼전전자 세계 최초로 1GB 모바일 D램 개발 성공!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6년 한 해도 저물어 간다.

    “……어흑! 본좌 형.”

    “하하. 고마웠다, 김본좌.”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한 종혁은 권아영과 박태규를, 아니 박태규를 바라봤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우수에 젖은 눈.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나 경찰이에요, 박 이사.”

    움찔!

    “무, 무슨 말이십니까! 전 그런 거 안 봅니다!”

    “…….”

    “왜 그런 눈으로……. 남자라면 당연히…… 아니, 왜 내가 당신한테 이런 변명을 해야 하는 겁니까, 권 이사!”

    권아영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고, 박태규는 가슴을 치며 답답해했다.

    종혁은 여전히 변함없는 둘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국수는 먹을 수 있는 건지…….’

    마음 같아선 술을 잔뜩 먹여 호텔 방에 가둬 버리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남녀 간의 연애엔 관여하는 게 아니기에 종혁은 참기로 했다.

    “보스, 이번 풍계리 일은 어떻게 된 건가요? 정말 러시아가 관여한 건가요?”

    “아무래도 그렇다고 봐야겠죠.”

    풍계리에서 폭발이 일어나기 며칠 전, 나탈리아와 CIA의 린치가 그런 뉘앙스를 풍기긴 했다.

    러시아와 미국이 합심해 핵실험 시설을 폭파시켰을 거다.

    ‘미국과 러시아는 다른 나라가 핵을 가지는 걸 결코 용납하지 않는 나라들이지.’

    그래도 안드리의 아버지 등을 구해 따로 빼냈단 소리에 종혁은 안심할 수 있었다. 이런 종혁의 속내를 읽은 건지 권아영이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아쉽네요. 북한이 핵을 가졌더라면…….”

    “한국을 위협하는 데 썼겠죠.”

    군대를 다녀온 박태규가 눈을 날카롭게 빛내자 권아영은 그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증시가 다이나믹하게 흔들리지 않았잖아요.”

    비밀리에 준비 중이던 핵실험이 착수조차 못하고 폭파되면서 세계 증시는 아주 약간만 요동치고 끝나 버렸다.

    “북한이 핵을 가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뭐, 결국 가지게 될 테지만요.”

    아마 어디선가 또 다른 핵실험에 착수하고 있을 북한.

    시기가 약간 미뤄졌을 뿐, 북한은 언젠가 핵을 보유하게 될 거다. 핵무기가 아니면 나라 자체를 존속할 수 없음을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술잔을 들이켜곤 입을 열었다.

    “중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종혁의 말에 권아영과 박태규의 낯빛이 굳는다.

    “당장 내일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거품이 부풀어도 너무 부풀었다.

    아마 2007년은 큰 나라로 도약하려는 희망에 부푼 중국에게 악몽인 해가 되어 버릴 거다.

    “하지만 절대 무너트릴 수는 없을 겁니다.”

    내수 시장만 하여도 충분히 대국이라 불릴 만큼 인구가 많고, 광물 매장량도 많은 중국. 희귀 광물을 무기 삼아 세계 경제에 간섭하기 시작하면 금세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게 될 거다.

    “물론 저희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말이죠.”

    “네. 저희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한 10년 후엔 그렇게 됐겠죠.”

    러시아, 미국과 합작한 바이 차이나 프로젝트.

    박태규와 권아영이 싸늘한 미소를 짓자 종혁도 입술을 비틀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믿고 맡기겠습니다.”

    꾸욱!

    권아영과 박태규는 주먹을 쥐었다.

    믿고 맡긴다. 그 말이 너무도 달콤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종혁은 표정이 변화하는 그들을 보며 옅게 웃다가 아차 했다.

    “그리고 아마 내년부터는 저와 연락이 잘 닿지 않을 겁니다.”

    “아, 외사국으로 옮기실 생각을 굳히신 겁니까?”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요.”

    “풉!”

    “응?”

    종혁과 박태규는 뜬금없이 웃음을 터트린 권아영을 의아하다는 듯 봤다.

    “아니요. 일평생 거의 대부분 한국에 있었음에도 러시아와 미국을 한편으로 만든 게 보스잖아요.”

    그런 종혁이 다른 나라에 간다?

    어쩌면 그 나라도 러시아와 미국처럼 종혁에게 구애할 수 있겠다 생각하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권아영의 말에 박태규는 일리가 있다고 웃음을 터트렸고, 종혁은 씁쓸히 웃었다.

    “제가 꼭 사고뭉치라는 것처럼 들리네요.”

    “아니었어요?!”

    종혁은 얼굴을 구겼고, 술자리엔 웃음이 터졌다.

    “쯧! 이제 그만 일어서죠. 곧 약속이 있어서 말입니다.”

    “에이, 삐졌어요?”

    “안 삐졌습니다.”

    “삐졌네, 삐졌어.”

    눈썹이 꿈틀거린 종혁은 권아영을 보곤 씩 웃었다.

    “권 이사가 몇 살이었죠?”

    “…….”

    “국수 먹고 싶습니다, 권 이사.”

    빠드득!

    죽일 듯 노려보는 권아영의 눈빛에 종혁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그렇게 술집을 빠져나온 종혁은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오빠!”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손을 흔드는 에바 미진 킴, 김미진.

    종혁은 예쁘게 차려입은 그녀를 보며 풀썩 웃었다.

    “또 까분다. 근데 쟤들은 뭐야?”

    방금 전 미진의 주위를 맴돌다 이쪽을 힐끔 보더니 꽁지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도망치는 세 명의 남자들. 그들이 피운 것인지 담배 냄새가 남아 있다.

    “뭐…… 별거 아니에요. 가요!”

    서늘하게 웃은 그녀는 이내 활짝 미소를 지으며 종혁의 팔에 팔짱을 꼈고, 눈썹을 꿈틀거렸던 종혁은 그녀의 얼굴에 잔뜩 서린 피로에 혀를 차며 팔을 그대로 뒀다.

    그들은 소복소복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가 지나며 캐럴이 사라져 버린 약간은 어색한 12월의 거리를 걸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연말도 아닌 애매하게 30일에 만나는 게 뭐냐?”

    “아, 살려 줘요. 이날밖에 시간이 없는 걸 어쩌라고요.”

    일 년에 몇 없는 대목, 크리스마스.

    12월은 이 크리스마스 때문에 미친 듯이 바빴고, 연말은 연말대로 바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연인들로 인해 바쁘다면, 12월 31일과 1월 1일은 가족들로 바쁘다.

    특히 중국에서 1월 1일은 가장 큰 명절 중 하나. 드바 로마노프 중국 총괄 지사의 상무인 미진으로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겨우 시간을 낸 거란 말이야.”

    시간도 제대로 낸 게 아니라 오늘 새벽이면 중국으로 가야 하는 그녀.

    “말이야는 반말이고, 짜샤. 이 자식이 계속 맞먹으려고 드네?”

    “앗! 어묵이다!”

    미진은 종혁을 팔을 끌며 거리에 세워진 노점으로 향했고, 종혁은 고개를 저으면서도 못이긴 척 걸음을 옮겼다.

    “어머, 선남선녀네. 데이트 나온 거예요?”

    “네. 맞…….”

    “예, 그렇습니다.”

    “……?!”

    미진은 깜짝 놀라 종혁을 봤고, 종혁은 ‘뭐?’ 하며 어묵을 꺼내어 미진의 입안에 집어넣었다.

    “오물오물오물, 꿀꺽! 오빠, 국물!”

    “……에라이.”

    종혁이 국물을 퍼 주자 한 번 더 놀란 미진은 이내 배시시 웃으며 국물을 홀짝였고, 종혁은 피식 웃으며 떡볶이와 튀김을 시켰다.

    “잘 먹고 갑니다. 많이 파세요.”

    “안녕히 계세요!”

    “잘 가요. 또 와요!”

    손을 흔드는 아주머니를 뒤로하고 다시 거리에 올라서니 미진이 와락 종혁을 껴안으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뭐야, 뭐야. 나 오늘 승부속옷 입었어야 되는 거야?”

    따아악!

    “……꺄아아악!”

    “그냥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런 거니까 까불지 마라, 짜샤.”

    “우씨! 오늘은 나한테 어울려 주기로 방금 전 암묵적으로 협의된 거 아니었어? 요?”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은 있는 거지.”

    “쳇. 아저씨, 그러다 진짜 노총각으로 늙는다.”

    “그러든가 말든가. 그보다 군부대 근처 상황은 좀 어때?”

    종혁의 권유에 의해 군부대 근처에 진출한 드바 로마노프.

    “하. 내가 진짜…….”

    고개를 저은 미진은 이내 진지해졌다.

    “대박이 터졌죠. 오빠 컨설팅에 따라 군인이 필요로 하는 용품을 구비해 놓으니까 거의 매진이에요.”

    특히 겨울이 되자 핫팩과 보습크림, 핸드크림, 기능성 속옷이나 양말, 심지어 위장크림까지 연일 매진 행렬이다.

    “야, 제품군 설정은 내가 아니라 네가 다…….”

    “현재 드바 로마노프 코리아 내년 예상 매출 중 4퍼센트가 군부대에서 나올 거라 추정되고 있어요.”

    “……굉장하네.”

    진출하자마자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현재 서울에만 2백 개가 훌쩍 넘는 매장을 보유한 드바 로마노프.

    정말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볼 수 있었다.

    “그보다 더 고무적인 건 그렇게 우리 로마노프를 이용하다 제대한 남성들이 충성고객이 되어 준다는 거예요.”

    그냥 충성고객이면 말도 안 한다.

    자신의 친구들에게까지 적극적으로 전파를 하니 남성 의류나 화장품, 샴푸 등의 매출이 상승세를 그리고 있었다.

    “꽤 흥미로운 데이터예요.”

    “음? 러시아도 그러지 않아? 남자들은 웬만하면 다 거기서 거기일 건데?”

    “러시아 남자들이요? 아니면 중국 남자들이?”

    얼굴에 로션이라도 바르면 다행이다. 남성용 속옷이나 의류는 제법 팔리지만, 대부분 남성이 직접 와서 구매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나 부인 등이 와서 사 가는 거다.

    여전히 드바 로마노프를 찾는 고객 중 90퍼센트는 여성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좀 달랐다. 남성의 비율이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

    “이 빅데이터를 조금만 더 모아서 연구한다면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맞춤형 상품이나 이벤트 등 남성용 제품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거다.

    ‘휘유.’

    종혁은 어느새 눈빛이 날카로워진 그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 뭐야. 왜 쉬러 와서 일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데.”

    “오케이. 알았어. 다 왔어.”

    종혁은 롯데월드를 가리켰고, 미진은 종혁을 째려봤다.

    “지금부터 3시간은 나한테 투자하는 거 잊지 마요.”

    “알았다니까.”

    올해 무리한 부탁을 들어줬던 그녀. 당연히 어울려 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롯데월드 안으로 향했다.

    촤악! 촤악!

    “꺄르르.”

    “호호호!”

    저녁 10시가 넘어서 그런지 빙판을 가르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진 아이스링크.

    쿵!

    손을 놓자마자 넘어진 미진이 종혁을 노려보고 종혁은 피식 웃었다.

    “너도 진짜 어지간하다.”

    벌써 몇 번째 엉덩방아를 찍는 걸까. 정말 어지간했다.

    “……나 안 해.”

    벌떡 일어난 미진은 꾸물거리며 출구로 향했고, 종혁은 비실비실 웃으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뭐야, 삐졌냐?”

    “갈 거예요. 이제 중국 갈 거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가기 전에 커피라도 마시고 가.”

    출구 바깥의 벤치에 그녀를 강제로 앉힌 종혁은 따뜻한 음료를 사 가지고 왔고, 그런 그를 째려본 미진은 그래도 거부하지 않고 음료를 홀짝였다.

    달달한 유자차가 입안을 적시자 그녀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몇 시 비행기라고 했지?”

    “새벽 1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돼요.”

    여기서 출발해 공항까지 갈 걸 생각하면 놀 시간은 겨우 2시간 정도밖에 안 남았다.

    ‘그런데!’

    “오케이. 항복. 내가 다 잘못했어.”

    미진은 얼굴을 구겼다.

    일반적인 보통의 남성과 달리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확실히 아는 종혁. 그래서 화를 낼 수가 없다.

    “크큭.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얼른 마시고 타자.”

    “……아, 진짜 얄밉다.”

    고개를 저은 미진은 유자차를 홀짝이며 종혁을 봤다.

    폐장 시간이 가까워지자 더 조용해진 아이스링크를 가만히 응시하는 종혁.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우수에 젖은 눈빛에 입술이 달싹인다.

    하지만 열리진 않는다. 지금 마음속에서 떠오른 말은 종혁의 각오를 무시할 수도 있는 말이기에 꾹 누른다.

    대신 그녀는 손을 움직였다.

    ‘응?’

    종혁은 자신의 손등을 덮은 미진의 손에 피식 웃고는 그 손을 토닥이며 빙판을 가르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아무 걱정이 없다는 듯 웃음꽃을 피우는 그들.

    “자, 이제 다 마셨으면 일어나자.”

    “……그래요! 얼른 놀아야지!”

    “그래, 비행기에선 꼭 파스 바르고.”

    “언젠가 꼭 죽여 버릴 거야. 물론…….”

    따악!

    “아, 진짜!”

    그때였다.

    “저, 손님. 죄송하지만 곧 폐장 시간이라서요.”

    움찔!

    “아, 그렇습니까?”

    종혁은 아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미진의 모습에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누르며 몸을 일으켰다.

    “알겠습니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가자.”

    남는 시간은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될 듯싶었다.

    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고, 종혁은 그 손을 잡아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그런 그들의 뒤로 한 소녀가 스쳐 지나갔다.

    ‘어?’

    순간 돌아가는 종혁의 고개.

    종혁은 옆 벤치에 앉아 아이스링크를 응시하는 소녀를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툭 배를 두드리는 미진을 쳐다봤다.

    “뭐야, 뭐야. 저렇게 어린 게 타입이었어요?”

    “……혼난다, 진짜.”

    어찌 감히 저 소녀, 아니 피겨 여왕을 보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연습할 링크가 없어 이런 폐장 시간에 와서 짬짬이 연습한다더니…….’

    나라를 대표할 영웅의 처우가 이렇다는 것에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성실하네.’

    ISU 2006-07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링크에 나온 소녀.

    참 기특했다.

    “흐음…….”

    “정말로 저 선수처럼 슬림한 몸매가 타입이었어요?”

    “어? 알아?”

    종혁은 깜짝 놀랐고, 미진은 코웃음을 쳤다.

    “왜 몰라요. 나도 사업하는 사람인데.”

    세계에 역사를 써 가고 있지만, 정작 고국인 한국에선 잘 모르는 소녀. 아직은 타이밍이 안 맞아서 접근하지 못할 뿐이다.

    ‘호?’

    “역시 우리 미진이. 근데 이런 눈썰미를 가지고 아깐 왜 그렇게 일부러 넘어졌나 몰라?”

    운동신경이 부족해서 넘어진 게 아니라 일부러 계속 넘어졌던 그녀.

    “네?!”

    미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미진의 얼굴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이씨이! 알고 있었다면 말해 주든가!”

    “아니, 난 오늘 하루 내숭 떠는 걸로 합의됐나 했지.”

    그래서 계속 오빠, 오빠 하던 것도 참아줬다.

    “야아-!”

    미진은 종혁을 잡기 위해 달려들었고, 종혁은 다급히 몸을 날렸다. 그렇게 2006년도 저물어 가고 있었다.

    *   *   *

    2007년 새해가 밝았다.

    예년처럼 대강당에 모여 이택문 경찰청장의 연설을 들으며 시무식을 마친 종혁은 본청 지하의 사무실로 향했다.

    “아니, 고사리는 그쪽이 아니라니까!”

    “생선은 이쪽!”

    깔끔하게 청소된 복도에 차려지는 고사상.

    정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간편신고관리과 소속 경찰들 모두 열을 맞추어 줄을 서고 정용진 과장이 돼지머리에 10만 원 수표를 꽂는다. 그걸 필두로 종혁이나 김판호 등 팀장급들도 수표를 꽂는다.

    그와 함께 진중해지는 분위기.

    “올 한 해는 제발 별사건 없이 지나가게 해 주십시오.”

    범죄자가 모두 사라져 실직자가 되어도 좋다.

    경찰들은 제발 그래도 좋으니 범죄만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원을 하며 절을 올렸다.

    스윽! 슥!

    “자, 그럼 음복들 하자고!”

    “난 밥 좀 더 줘! 아침 안 먹었어!”

    순식간에 시끄러워지는 복도. 다른 형사들과 마찬가지로 전을 입에 문 종혁은 자리로 향했다.

    “아, 진짜 올해는 별 탈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다사다난했던 작년 한 해.

    “제발 그러길 바라야지. 응? 최 팀장, 그건 뭐야?”

    “아, 이거요?”

    종혁은 들고 있던 쪽지를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비틀었다.

    [바이칼호 보물선 인양은 사기입니다.]

    작년 11월 즈음 종혁의 앞으로 배달된 한 권의 책 사이에 끼워져 있던 쪽지.

    내부고발자건 아니건 어떤 의로운 사람이 보낸 제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종혁이 이 바이칼호 보물선 인양 사기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바이칼호 보물선 인양 사기 사건.’

    회귀 전 종혁이 쫓은 그 조직 놈들의 꼬리. 그 조직의 놈들이 벌인 사기로 강력하게 추정되던 사건이다.

    정확히는 놈들의 역사가 무척이나 깊다고 판단하게 만든 사건.

    정체불명의 제보자는 그런 사건을 제보한 것이다.

    은밀함과 철두철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조직의 놈들이 설계하는 사건을. 전국 어디를 뒤져 봐도 보물선의 보 자도 나오지 않는,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사건을.

    ‘넌 누구냐?’

    쪽지를 보는 종혁의 눈이 매섭게 빛나기 시작했다.

    “팀장님? 과장님께서 1시간 뒤에 모이시랍니다.”

    “어, 알았어.”

    쪽지를 서랍에 넣은 종혁은 담배를 물며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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