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34화 (33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34화>

    경찰의 세금 낭비?

    경찰은 누구에게 1인실을 배정하였나.

    “아니, 대체 누가…….”

    포털사이트 메인에도 올라오지 않는 삼류 찌라시 뉴스.

    하지만 제법 타격이 컸다.

    인연이 깊은 박영일 부장기자가 말하길, 인턴기자가 이 뉴스를 그대로 받아 적으려고 했다고 한다.

    이제 이 문제는 조만간 불거질 수밖에 없을 거다.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이놈의 언론은 왜 이렇게 경찰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고개를 저은 종혁은 혀를 찼다.

    “용의자는 많죠.”

    이 병동, 이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이 용의자다.

    ‘빌어먹을. 이래서 VIP실을 잡으려고 했던 건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결코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 VIP 병동.

    “후우. 혹시라도 놈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이 인터넷 신문사를 찾아가서 제보자 확인 좀 해 주세요. 제보가 신문사까지 닿은 동선까지도요.”

    익명의 제보자일 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그리고 이 병동의 CCTV도 확보해야 됐다. 타이밍이 좀 공교로웠기 때문이다.

    “끙. 알겠습니다.”

    형사가 물러나자 종혁은 병실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유정은의 병실에 모여 있는 5명의 피해자.

    종혁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아, 아니에요! 저희도 퇴원하려고 했어요!”

    “그럼요! 언제까지고 신세를 질 수도 없고……. 이거 다 세금이잖아요.”

    “전 병실에만 있으려니까 좀이 쑤셔요!”

    종혁은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아직 몸과 마음이 힘들 텐데도 남의 사정을 먼저 생각하는 선한 사람들.

    이런 이들을 괴롭힌 가해자들에게 새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런 사람들을 병실에서 내쫓으려는 미지의 인물에게도.

    종혁은 끓는 속을 애써 다독이며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여러분들의 뒤에 저희 경찰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울컥!

    “저, 저희도 감사했습니다.”

    살려 줘서 고맙다.

    살아갈 용기와 의미를 만들어 줘서 감사했다.

    “신세 많이 지고 갑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다신 이런 생각 안 하겠습니다!”

    종혁은 허리를 깊이 숙이는 그들을 향해 마주 허리를 숙여 주었다.

    부우웅!

    종혁은 멀어지는 택시를 응시하다 머리를 벅벅 긁었다.

    혹시라도 더 치료를 받을 생각이 있다면 다른 병원으로 옮겨 주겠다고 해도 사양을 하며 떠난 그들.

    차라리 저들이 가해자라면 억지로라도 붙들고 있을 테지만, 저들은 이제 삶을 다시 살아갈 의지를 가진 피해자다. 위험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붙들어 둘 순 없었다.

    “하. 대체 어떤 놈인지…….”

    혀를 찬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사장님. 납니다. 지금 떠나는 분들 집중 감시해 주세요. 아, 언제까지요?”

    당연히 놈들을 잡을 때까지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맞아. 행복의 쉼터랑 상부에 학교폭력 상담센터를 설치하자고 건의한다는 걸 까먹었다.”

    이번 사건들에서 학교폭력에 의해 그릇된 선택을 한 이들이 몇 명이던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학폭위는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학폭위 외에도 상담센터가 있긴 하지만, 보다 더 전문적으로 피해 학생을 케어해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했다.

    “여기에 자살예방센터나 자살 사건 전담수사팀도 건의해야 되는데…….”

    과연 이것들을 한 번에 다 받아들여 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 몰라. 기부 더 하면 돼.”

    종혁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   *   *

    따뜻한 분위기로 꾸며진 진료실.

    장년인 의사 앞에 앉은 소연지가 초조하게 말을 기다린다.

    “흠. 이 정도면 충분히 기대를 해 봐도 될 것 같군요.”

    “저, 정말요?!”

    순간 눈물이 핑 도는 소연지.

    그녀는 수술을 했음에도 살아나지 않았던 무릎을 꽉 붙잡으며 의사를 간절히 응시했다.

    “호, 혹시 다시 운동을 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운동이요?!”

    말도 안 된다는 듯한 의사의 말에 소연지는 작게 체념했다.

    ‘그래. 다시 제대로 걸을 수 있는 게 어디야.’

    “쇼트트랙으로 세계 신기록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네?”

    “물론 수술 후 재활을 잘 해내신다면요.”

    “아…… 흑! 흐윽! 죄, 죄송해요. 가, 갑자기 눈물이…….”

    의사는 이해한다는 듯 휴지를 내밀었다.

    “소연지 환자분의 무릎을 수술한 의사분이 그래도 인대를 최대한 살려 놨더군요.”

    그 덕분에 재수술의 경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거다.

    정말로 실력 없는 사람이 수술을 했으면, 제아무리 그라고 해도 장담을 못했을 거다. 물론 수술을 해 봐야겠지만, 이런 케이스의 수술을 많이 해 본 의사는 자신이 있었다.

    “오늘은 간단한 처치만 받고 돌아가시고, 집에 돌아가시면 하루 세 번씩 온찜질을 해 주세요. 소연지 씨 나이도 있으니 최대한 빠르게 날짜를 잡아 보겠습니다.”

    운동선수로서 기량이 살짝 꺾이기 시작할 나이. 수술을 한시라도 서두르는 게 좋았다.

    “물론 수술 전까지 술이나 담배, 마약 같은 걸 하시면 안 되고요.”

    “아, 안 해요!”

    “뭘 안 합니까. 운동선수가 술고래인 건 뻔히 아는데.”

    찔리는 게 있는 소연지는 얼굴을 붉혔고, 의사는 푸근히 웃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네. 그러면 수술 때 뵙겠습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진료실을 나온 소연지는 주먹을 꽉 쥐었다.

    포기해 버렸던 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다시 이어 갈 수 있다.

    다시 전력으로 부딪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거대한 희망이 그녀의 전신을 물들여 갔다.

    소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야 할 사람이 있었다.

    “소연지 환자분?”

    “아, 네!”

    소연지는 잠시 후 통화를 하기로 하며 간호사에게로 향했다.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시선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히히.”

    돌연 소연지의 입에서 웃음이 튀어나온다.

    절뚝절뚝 바닥을 끌리는 다리가 더 이상 짐처럼 느껴지지 않기에 하염없이 웃음이 튀어나왔다.

    “어? 편지가 왔네?”

    허름한 맨션 우편함에 들어 있는 편지.

    “누구지?”

    수신인은 없지만, 발신인은 소연지 본인이었다.

    자신에게 편지를 보낼 만한 사람으로 떠오르는 이가 없기에 의아해한 그녀는 일단 편지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지이잉! 지이잉!

    “응. 엄마.”

    -딸, 어디야? 집이지?

    약간의 다급함이 묻어 있는 목소리.

    딸이 또다시 잘못된 일을 저지르진 않을까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소연지는 미안함을 느끼는 한편, 자신을 걱정해 주는 엄마의 모습에 감사함을 느끼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응. 방금 도착했어. 씻고 온찜질 좀 하려고.”

    -……그래. 식탁에 돈 있으니까 먹고 싶은 거 사 먹고.

    “알았어요. 저녁에 봐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화장실에서 씻고 나와 가스레인지에 불을 켰다. 찜질팩을 끓여야 했다.

    “아, 맞아.”

    그녀는 얼른 편지를 꺼내어 살폈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어?”

    연지야, 재수술한다며? 운동하려고?

    이 바닥 좁은 거 알지? 내가 잡혀가도 몇 년이나 살 것 같냐?

    오싹!

    단 두 줄의 문장이 그녀의 숨통을 틀어막는다.

    “어, 어떻게…….”

    컴퓨터로 작성된 글이었지만,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게 누굴까?

    털썩!

    뒷장, 프린터로 인쇄된 사진을 본 소연지는 무너지고 말았다.

    마치 탈의실에서 캐비닛에 숨어 찍은 듯한 여성의 알몸.

    뒷모습뿐이라 누군지 분간을 할 수 없지만, 이미 패닉에 빠진 그녀로선 이 사진의 대상이 자신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사진의 밑에 적힌 주소를 떨리는 눈으로 응시했다.

    우리 이야기 좀 할까? 운동해야지?

    조치는 다 취해 놨으니 허튼짓은 하지 말라는 마지막 문구에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린다.

    “아으. 아…….”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왜 내게만 이러는 걸까.

    눈이 죽어 버린 그녀는 흐느적 일어나 외투를 챙겨들었다.

    그렇게 어떻게 잡아탔는지도 기억도 나질 않는 택시를 타고 도착한 경기도 한 야산에 위치한 버려진 창고.

    쓰레기들이 이리저리 어질러진 창고 중앙에 덩그러니 세워진 의자 하나가 섬뜩하다.

    “나, 나와요. 나와. 나오라고-!”

    그녀는 발악하듯 외쳤지만 들리는 답이 없다.

    “나 도착했잖아! 나와 보라고!”

    창고 안으로 들어가며 계속 외치는 소연지.

    그녀는 곧 의자의 팔걸이에 걸린 붕대가 감긴 수갑들과 한 장의 편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수갑부터 차고 이야기할까?

    “야, 이 개 같은 새끼야-!”

    그녀는 깨달았다.

    이 상황에서 자신은 철저하게 약자임을.

    코치의 말을 거역할 수 없음을.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사진이 뿌려지면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그녀는 자기 스스로 수갑을 찰 수밖에 없었다. 발목까지 모두.

    “찼으니까 나와! 나와-!”

    “휘유. 진짜 차네?”

    저벅! 저벅!

    소연지는 뒤에서 다가온 사람을 보곤 눈을 부릅떴다.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게 눌러쓴 사내.

    장갑을 낀 그의 손에 밧줄과 돌이 들려 있었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누, 누구?”

    처음 보는 사람이다.

    이동하는 그녀의 목에 밧줄, 아니 올가미를 걸고 싱긋 웃었다.

    “반가워요, 소연지 씨. 아니, 얼음 위의 육상선수, 육 씨라고 불러 줄까요?”

    “헉!”

    소연지는 눈을 부릅떴다.

    ‘자, 자살카페?!’

    운영진이다. 소연지 본인의 이름을 아는 건 오직 운영진뿐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이 엉클어졌다.

    “도대체 왜…….”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런데 당신을 꾀어내기가 가장 쉽더라고.”

    무릎을 살짝 숙인 이동하는 그녀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 혹시 경찰들에게 내 카페에 대해 말했냐?”

    오싹!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자살카페의 운영자가 자신들을 죽이려 든다는 걸.

    그걸 깨닫자 그녀의 눈에 이동하가 들고 있는 돌이 들어왔다.

    “나, 난 아니…….”

    빠악!

    “아?”

    목이 옆으로 꺾인 소연지는 멍하니 이동하를 봤다.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 이런 느낌이구나.”

    사람을 직접 죽인다는 게.

    코앞에서 죽음으로 몰아간다는 게.

    어렴풋했던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한 번 손에 피를 묻히니 욕망이 들끓기 시작한다. 어서 짓뭉개라고 외치기 시작한다.

    “하하.”

    이동하는 마스크를 내리며 피 냄새를 깊게 흡입했다.

    “하아아……. 야, 내가 기회를 줄 거야. 진실을 말할 기회. 말해 봐. 경찰들에게 내 카페에 대해 말했니? 말 안 했으면 살려 줄게.”

    거짓말이다. 그래도 죽일 거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아으. 아…….”

    “응? 미안. 안 들려. 더 크게 말해 줄래?”

    한껏 조롱하는 표정을 지은 이동하는 피 냄새를 더 짙게 맡기 위해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고, 그에 그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죽는다. 진짜 죽는다.

    다시 살아났는데, 죽어 버린다.

    ‘내가 어떻게 다시 살게 됐는…….’

    빠득!

    “좆까-!”

    빠아악!

    “커헉!”

    박치기에 얻어맞고 바닥에 나자빠진 이동하는 순간 눈이 뒤집혀 돌을 들었다가 겨우 멈췄다.

    “후우. 그래, 내가 미숙했네.”

    뜨거운 코와 입가를 손등으로 쓴 그는 장갑에 묻어난 피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퇴원한 직후이기도 하고, 편지를 통해서 다시 한번 멘탈을 무너뜨려 놨기에 손쉽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던 거다. 그녀가 깡 좋고, 악바리 근성이 있는 운동선수였다는 사실을.

    “역시 실전을 달라.”

    그래서 더 흥분된다.

    다음엔 방심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그는 이쯤에서 끝을 내기로 했다.

    “이 개새끼야……!”

    “그래, 그래. 그래서?”

    “좆까, 이 씨발놈아-!”

    “쯧.”

    이동하는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다른 머저리에게 물어봐야겠네.’

    송 씨, 그 허약한 놈이 좋을 것 같다.

    ‘그놈이라면 이렇게 반항조차 못하겠지.’

    이동하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악을 내지르는 소연지의 뒤로 돌아가, 천장에 걸어 놓은 밧줄을 잡아당겼다.

    좌아악!

    “켁! 케엑!”

    “어이구. 흉터 남겠다.”

    천장으로 솟구친 소연지는 손발이 수갑에 묶여 있어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바둥거렸다.

    이동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달뜬 신음을 뱉었다.

    “아아, 진짜 좋네.”

    왜 이렇게 즐거운 걸 이제껏 하지 않았을까.

    왜 벼랑 끝에 몰린 놈들의 등을 떠밀기만 했을까.

    죽어 가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말이다.

    이동하는 죽일 듯 노려보는 소연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따가 네 코치란 놈이 여기에 도착할 거야.”

    소연지가 쓴 것으로 위장한 편지에 의해 이곳으로 도착할 코치.

    전날 밤 누군가와 싸우며 다툰 흔적이 몸에 있을 코치는 이곳으로 와서 목을 매고 죽어 버린 소연지를 보게 될 거다.

    “그리고 도망치겠지.”

    “케익! 켁!”

    “넌 그리 오래지 않아 발견될 거야.”

    딸이 연락이 끊겼는데 찾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경찰은 택시를 타고 여기까지 온 소연지를 금방 찾아낼 거다.

    그리고 곧 심장이 벌렁거리고 있을 그 코치를 잡아낼 거다. 소연지의 발치에서 굴러다니는, 이동하가 보낸 편지가 확실한 증거가 되어 줄 거다.

    아내는커녕 부모와 독립해 혼자 사는 코치.

    흥신소에게 부탁할 때 특별히 얼굴은 때리지 말라고 했으니 코치는 소연지를 만나기 전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게 완벽한 증거가 되어 주겠지.”

    이동하는 발버둥 치던 그녀의 몸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하자 찢겨진 옷 쪼가리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마치 누군가와 싸운 듯 이리저리 쓸린 난장판이란 그림에 찍히는 화룡정점.

    소연지는 코치와 몸싸움을 벌이다 바닥을 구르는 저 돌에 찍혀 정신을 잃었고, 코치는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밧줄로 매단 거다.

    완벽했다.

    이동하는 그제야 소연지에게 채워진 수갑을 모두 풀고는 품속에 챙겨 넣었다.

    “물론 나도 처음이니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

    그러나 소연지는 얼마 전 뉴스를 떠들썩하게 만든 집단 자살 사건의 피해자다. 그런 피해자가 죽었으니 경찰은 사건을 빠르게 마무리 하려고 들 터.

    어설픈 부분이 있더라도 경찰은 무시하고 코치를 체포해 살인자로 만들 거다.

    “케에…… 케……!”

    툭!

    “아, 아아…… 진짜 미치겠네.”

    마치 절정에 이르는 것처럼 이동하의 눈이 번들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빠직!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쯧. 역시 처음이라 미숙하네.”

    아무래도 이곳에 도착하기로 된 코치일 터.

    원래의 자신이었다면 이렇게 시간이 어긋나는 것도 용납하지 못했을 테지만, 이번엔 처음이라 그런 것이라며 애써 자위한 이동하는 재빨리 창고를 빠져나갔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이 창고가 잘 보일 곳에서 지켜봤을 테지만, 그럴 수 없으니 그냥 떠나야 했다.

    ‘아쉽구나. 아쉬워.’

    그래도 첫 경험에 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었다.

    “으아악!”

    ‘쯧. 저 모습을 봤어야 했는데.’

    그는 불만족스런 가슴을 다독이며 걸음을 옮겼다.

    완전 범죄가 완벽히 어그러졌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한편 이동하가 빠져나간 창고.

    그 입구가 보이는 수풀 근처까지 다가와 고개를 빼꼼 내민 세 명의 사내는 창고 안의 풍경이 보이지 않아 조금 더 다가갔다가 이내 기절초풍했다.

    “으아악……!”

    뒤로 자빠진 그들.

    “1, 119…… 119-!”

    순간 패닉에 빠졌던 그들은 이내 기겁을 하며 소연지에게 달려갔다. 소연지의 다리를 들어 올리고 근처에 묶여 있는 밧줄을 푸는 그들.

    “씨, 씨발……. 난 이 여자랑 함께 있던 새끼 쫓을 테니까 너흰 인공호흡이든 뭐든 해서 어떻게든 살려! 알았어?! 그, 그리고 형사님께 연락하고!”

    “예, 예!”

    이동하가 꿈꾼 완전 범죄는 종혁 때문에 어그러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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