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30화 (330/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30화>

    어둠이 내려앉은 넓은 방.

    모니터 앞에 앉은 사내가 귀에 이어폰을 낀 채 통화상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시고, 다음 생엔 좋은 부모 밑에서 부자로 태어나시길…… 잘 자요.”

    -카페장님도 안녕히 주무십시오!

    -씨발! 거지 같은 세상아! 다음 생에선 제발 나 좀 예뻐해 주라-!

    그 외침들을 끝으로 말이 없어진 통화 상대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컥! 커억!

    핸드폰 너머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제야 통화를 종료한 사내는 컴퓨터를 조작해 방금 전 통화를 녹음한 파일을 추출하며 본체에 CD를 넣었다.

    기이이이잉!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을 뿜는 컴퓨터.

    한참을 기다리다 완료됐다는 표시가 뜨자 사내는 이번엔 헤드셋을 쓰며 CD를 재생시켰다.

    -난 5수예요.

    “……키득!”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은 사내는 눈을 감은 채 귓속을 파고드는 저마다의 사연을 조용히 경청했다.

    그러다 다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마저 사라지자 눈을 뜬 사내는 CD를 꺼내 케이스에 담은 후 매직으로 어떤 글자를 썼다.

    끼긱! 끽!

    [멍청이들의 최후]

    입술을 비틀며 일어선 그는 컴퓨터 책상 옆에 세워진 책장 앞에 섰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오는 십여 개의 CD 케이스들.

    “푸훗.”

    조롱이기도 하고 만족스럽기도 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 번진다.

    오늘 구운 CD를 추가시킨 그는 몸을 돌려 화장실로 향했다.

    찰랑! 쏴아아!

    온몸을 노곤하게 만드는 욕조의 뜨거운 물.

    물에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긴 사내가 생각에 잠긴다.

    “흠…… 간격이 좀 빨라진 것 같은데…….”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게 되는 간격.

    최은영 등 4명의 등을 떠민 지 고작 보름도 채 안 되었는데, 결국 참지 못하고 또 다른 이들의 등을 떠밀었다.

    확실히 간격이 빨라졌다.

    이건 결코 좋지 않았다.

    “쯧. 이러다간 경찰이 냄새를 맡을 수 있겠네.”

    아무래도 당분간은 어떻게든 참아야 할 것 같았다.

    그에 기분이 나빠진 사내는 눈을 감으며 혀를 찼다.

    그때였다.

    띠리링! 띠리링!

    휴식을 깨트리는 벨소리에 미간을 좁힌 그는 전화를 받았다.

    “예, 아버지.”

    -식사하게 성북동으로 넘어와.

    “……예.”

    그 말을 끝으로 끊긴 전화지만 사내는 익숙하다는 듯 그저 혀만 차며 몸을 일으켰다.

    *   *   *

    “후우.”

    담배 연기가 뿌옇게 뿜어지는 어느 호텔 연회장의 대기실.

    커다란 거울이 달린 화장대에 놓인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설악산의 한 모텔에서 발견 된 3명의 집단 자살자들 가운데 한 명의 신원이 밝혀지면서…….

    지이익!

    -공무원 시험에서 4번이나 미끄러진 김 모 씨는…….

    “후우우.”

    답답한 가슴만큼 뿌연 담배 연기.

    종혁의 낯빛도 어둡다.

    쿵쿵쿵!

    두드려진 문이 열리며 현석이 들어온다.

    “행님! 다 모였습니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대기실을 빠져나온 종혁은 연회장의 입구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다시 점검한다.

    “어때?”

    최재수와 강현석은 엄지를 치켜세웠고,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심호흡을 했다.

    “후우우.”

    연회장의 문을 활짝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연회장 안에 앉아 웅성거리던 백여 명의 형사들이 벌떡 일어난다.

    드륵! 드르륵!

    서울 경기, 충청, 경상, 전라, 강원 전국 각지에서 모인 형사들.

    그랬다. 경찰 상부에선 종혁의 요청을 받아 전국 경찰들을 불러 모은 것이었다.

    너무 젊어 보이는 종혁의 외모에 놀라는 그들. 만두 파동 때 호흡을 맞춘 몇몇 형사들은 흐뭇이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우웅!

    산전수전 다 겪은 자신들을 짓누르는 기백에 그들의 얼굴에 놀람이 번지고, 종혁은 그들의 면면을 눈에 담으며 단상으로 향했다.

    뚜벅뚜벅!

    흔들림 없이 걸어 단상에 선 종혁은 마이크를 잡았다.

    “도처에 산재한 사건을 해결하느라 불철주야 바쁘신 와중임에도 이렇게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특별수사본부의 본부장을 맡게 된 최종혁 경정입니다.”

    본부장. 몇 년 전 형사로서의 첫 사건인 만두 파동 때는 김종두 과장에게 떠밀리다시피 제1부본부장을 맡았는데, 이젠 정식으로 본부장이다.

    회귀 전 계급이었던 경정으로 진급하며 느꼈던 감동과는 또 다른 느낌.

    ‘이제 정말 관리자구나.’

    이젠 정말로 많은 수의 경찰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위치, 관리 계급이 됐다는 것을 완전히 실감하게 되자 종혁은 방금 전 들은 뉴스 때문이라도 한층 더 책임감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제1부본부장을 맡게 된 오택수 경감입니다.”

    “제2본부장 최재수 경장입니다!”

    “전체-! 차렷! 경례!”

    “충성!”

    연회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외침.

    “충성.”

    종혁은 오택수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옆으로 비켜섰고, 마이크를 잡은 오택수는 내려오는 스크린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특별수사본부, 특수본의 불이 꺼지며 영상이 투과됐다.

    오택수의 브리핑을 듣는 경찰들의 표정이 불편해진다.

    “하, 씨부럴.”

    “이 개새끼들…….”

    벼랑 끝에 몰려 갈등을 하던 네 명의 피해자.

    그리고 그런 그들을 벼랑 밑으로 밀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자살카페의 운영자.

    경찰로서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이상입니다.”

    어느덧 침묵에 휩싸인 특수본.

    서울 경기, 충청, 경상, 전라, 강원 전국 각지에서 모인 형사들은 그제야 왜 본청에서 이렇게 많은 형사들을 모으게 됐는지 깨닫게 되었다.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했다.

    브리핑을 마친 오택수는 물러났고, 다시 종혁이 마이크를 잡았다.

    “모두 엊그제 설악산 인근 모텔에서 발견된 3명의 자살자들에 관한 소식을 들으셨을 겁니다.”

    형사들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번 특별수사본부 설치에 큰 몫을 한 사건.

    정선에서의 사건으로부터 한 달도 채 안 되어 다시 터진 집단 자살에, 결국 상부는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설악산에서의 사건이 자살카페와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사인이 정선 사건과 마찬가지로 수면제 과다 복용과 일산화탄소 중독이다.

    이번에도 수면제를 먹고 번개탄을 피운 거다.

    종혁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현재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이 운영자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아마 지금도 대한민국 어디에선 또 다른 피해자가 이들에 의해 죽어 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선택은 자신이 한 것이라지만,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끔 등을 떠미는 건 명백한 범죄 행위고 살인이다.

    지금 이 자살카페의 운영자, 혹은 운영자들의 행각은 연쇄살인과 다를 게 없었다.

    또 이 자살카페뿐만 아니라 경찰의 눈의 피해 인터넷 세상 깊은 곳에 숨은 다른 자살카페의 운영자들도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것이다.

    “현 시간부터 사건이 끝날 때까지 이 호텔 전체를 수사 본부로 삼을 테니 모두 성실히 수사에 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헉!”

    생각지도 못한 말에 경악하는 형사들.

    “……전체 차렷! 경례!”

    “충성!”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눈빛을 차갑게 굳혔다.

    “그럼 지금부터 전국의 집단 자살 사건에 대해 전면 재조사에 들어갑니다. 움직이세요.”

    쿠웅!

    “움직여!”

    “어, 난데! 우리 청에 접수된 집단자살 사건들 싹 다 정리해서 내 메일로 보내! 아, 보내라면 보내 좀!”

    분주해지는 형사들을 바라보던 오택수는 슬그머니 종혁에게 다가섰다.

    “야, 그런데 이거 감당 되냐?”

    “뭐가요?”

    “아니, 호텔 전체를 빌리는 거. 네가 아무리 돈이 많다지만 이건…….”

    잠시 알아보니 파티나 제품 설명회 등 연회 전용 호텔인 이곳 호텔.

    종혁은 그런 이곳의 연회장뿐만 아니라 객실 전체까지 임대를 했다. 사건이 언제 종료될지 모르기에 수십억, 아니 수백억이 깨질 수도 있었다.

    어느새 다가온 최재수와 현석도 짙은 걱정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모습에 눈을 껌뻑이던 종혁은 이내 피식 웃었다.

    “이거 내 건데요?”

    “……어? 뭐?”

    경찰대학 시절 강철선 검사와 해결했던 삼성클럽 사건.

    그리고 그 연예인 성상납 비리 사건 때 놈들의 연회용으로 쓰였던 이 호텔을 아예 매입해 버리면서 이곳의 내부 설계도를 얻었던 종혁.

    “예에에?!”

    종혁은 뒤로 넘어가는 그들을 뒤로하며 연회장의 한구석에서 고뇌에 찬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네 명에게 다가갔다.

    “글은 좀 어떻습니까. 잘 써집니까?”

    “아, 걱정 마십시오. 참고할 자료도 이렇게 많으니 술술 써지고 있습니다.”

    종혁은 옆에 쌓인 책이나 종이 뭉치를 두드리며 자신만만해하는 그들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리에 소집한 드라마 작가들. 일명 새끼 작가들이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지어내는 사연에 수백 명의 목숨이 달려 있습니다.”

    자신의 사연을 올린다든지, 자살 장소를 추천한다든지, 읽지도 못하는 게시글에 댓글을 남긴다든지 등의 활동을 함으로써 등업을 해야 다른 피해자들의 글을 볼 수가 있는 자살카페.

    이들이 지어내는 사연은 이번 수사에 정말 필요한 존재였다.

    “그러니 절대 작가 티는 내지 말아 주세요.”

    “옙!”

    “아이고, 걱정 마세요. 그런 건 저희가 전문입니다!”

    믿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몸을 돌렸다.

    ‘부디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뿌득!

    종혁은 이를 악물었고,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오택수들은 그런 종혁을 망연히 응시했다.

    *   *   *

    “허!”

    “하!”

    연회장에 모인 형사들이 각 청에서 보내온 사건 서류들에 헛웃음을 터트린다.

    예상을 훨씬 벗어난 집단 자살 사건의 숫자. 작년 한 해에만 무려 3백 건이 넘는 집단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중 60퍼센트 이상이 피해자들 간에 서로 연관점이 없는 사건이었다.

    남은 40퍼센트 중 절반은 사기 피해자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경제적인 사정 등의 이유로 인해 일가족이 함께 자살한 사건이다.

    “아따, 갈수록 세상 살기가 팍팍해지는 것 같구마잉.”

    “그러게유.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이런 선택을 했겠어유. ……그래도 애들은 뭔 잘못이래.”

    “우리가 공감 못하는 그런 사정이 있겠죠.”

    “자, 적당히 하고 사인에 직접적인 이유가 된 물품들을 구입한 내역이 불분명한 사건들을 추려 보자고.”

    일단은 가장 찾기 쉬운 부분부터.

    종혁은 시끌시끌한 연회장을 둘러보다 핸드폰을 들었다.

    “어, 재수야. 지금 어디쯤이야?”

    부우웅!

    국도를 달리는 차 안.

    운전대를 잡은 최재수가 종혁과 통화를 하고 있다.

    “예. 지금 설악산 사건 현장에 거의 도착했습니다. 일단 현장을 살펴보고 담당 경찰서에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특수본에서 다루는 사건, 현재 주 타깃으로 삼은 자살카페에 의해 일어난 범행이 아니라도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나 위력에 의한 자살이면 사건을 끌어온다.

    재수는 현재 그런 지시를 받고 강원도로 향하는 중이었다.

    최재수의 대답에 수화기 너머로 종혁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무조건 현장부터 살펴라. 상황 파악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형사의 격언을 지키는 최재수의 모습에 기특하다는 뜻이 담긴 웃음이었다.

    -그래, 무슨 일이 발생하면 상황 봐서 네가 알아서 처리해.

    선 조치, 후 보고.

    현장 상황에 대한 판단을 자신에게 맡긴다는 뜻이다.

    이는 종혁의 시험이자, 인정이었다.

    부르르!

    최재수는 터지려는 기쁨과 지독한 압박에 이를 악물었다.

    “옙!”

    통화가 종료되며 먹먹해진 이어폰을 거칠게 빼낸 최재수는 액셀을 더 강하게 밟았고, 이내 곧 자살 사건이 벌어진 모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이구, 숙박하러 오셨드래요?”

    “경찰입…….”

    순간 아차 하며 입을 다문 최재수는 다시 몸을 돌렸다.

    “잠시만요! 현석아, 따라와!”

    “예? 예!”

    “……?”

    의아해한 모텔 주인은 이내 곧 음료수 박스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는 최재수의 모습에 더 의아해했다.

    “하하. 안녕하세요, 사장님. 경찰입니다. 사건 현장 좀 확인하러 왔습니다.”

    경찰이란 말에 얼굴이 찌푸려지던 모텔 주인은 최재수가 내미는 음료수 박스에 환하게 웃으며 카운터를 뛰쳐나왔다.

    “어이구. 그냥 살펴보면 되는 거 가지고 뭘 이런 걸 다…… 502호래요.”

    “하하.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당시 이상한 일은 없었나요? 떠올리기 괴로우시겠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직접 보고 들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마라.

    경찰이 된 이후 처음으로 하는 단독 행동이라 재수는 종혁에게 배운 그대로 하기로 했다.

    “뭘요. 처음부터 이상했지.”

    “그렇습니까?”

    “그럼요. 산에 온 사람들답지 않은 옷차림 하며, 남자 둘에 여자 하나가 방을 하나만 잡는데 왜 이상하지 않겠어요.”

    심지어 여자는 십대처럼 보였다.

    “딱 봐도 영 아닌 것 같아서 바로 경찰에 연락을 했지.”

    그렇게 경찰이 찾아와 신원 조회를 했는데, 여성은 스물네 살이었고 경찰은 그냥 지인들끼리 설악산 구경을 왔다는 그들의 말에 별 의심 없이 돌아갔다.

    “스물네 살인데 십대처럼 보였단 말인가요?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유는 뭔 이유. 그냥 딱 봐도 아니었는데!”

    단호한 모텔 주인의 말에 재수는 눈을 빛냈다.

    “왜요?”

    “그 여자가 꺼낸 리, 립클 뭐? 뭐 그것 때문이었죠. 내 딸이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데, 그거랑 똑같은 걸 쓰거든요?”

    립스틱도 아닌 웬 이상한 것이 더럽게도 비싸 물어보니 요새 십대들 사이에서 유행을 하는 제품이라고 했다.

    “화장한 것도 딱 우리 딸 같았어요. 그러니 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재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흠. 그 외 이상한 점은 없던가요?”

    “뭘요. 많았지.”

    분명 지인이라고 했는데 서로 어색해 보이던 모습이라든지, 모텔을 낯설어하던 모습 등 다 이야기하자면 하루가 모자랐다.

    “아니, 그 나이들 먹고 모텔에 한 번도 안 와 봤다는 게 말이 돼요? 거기다 사투리들은 왜 다 다른데요?”

    한 명은 전라도, 다른 사람은 경상도, 여성은 강원도 사투리였다.

    그렇게 모텔 주인의 말을 모두 받아 적은 재수는 502호로 향했다.

    모든 게 깔끔하게 치워진 현장. 방 중앙에 검게 탄 동그란 흔적만이 이곳이 자살 현장이었다는 걸 알려 준다.

    “당시에 저 창문들이랑 여기 문에 테이프가 붙어 있었죠. 그리고 저기 중앙 검게 탄 자국에 모여 누워 죽어 있었더랬죠.”

    뒤따라온 모텔 주인의 말에 재수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어? 그런 말은 없었던 것 같은데?’

    “문에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아, 내가 뜯어 버렸어요. 냄새가 고약해서 창문을 열어야 했거든요.”

    이번 집단 자살 사건의 첫 목격자인 모텔 주인.

    “예?”

    “그런데 이게 테이프가 창틀에 오래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죠? 그래서 다 떼어 버렸죠.”

    그리고 그 쓰레기를 버린 후 문에 붙은 테이프를 떼려고 할 때 경찰이 도착했다.

    ‘씨발?’

    최재수의 입이 떡 벌어졌다.

    현장이 오염되다 못해 정보가 누락됐다.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호, 혹시 그 세 명의 가운데에 핸드폰 같은 건 없었나요?”

    “……아, 있었어요! 내가 놀라서 여보세요, 살아 계세요 할 때 밟아서 부서지기에 치워 버렸죠. 나중에 청소하려고 보니까 없어서 경찰이 가져갔구나 싶었죠.”

    “아니…….”

    “왜,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재수는 다급히 사건 현장을 뛰어나가며 핸드폰을 들었다.

    “예, 팀장님. 여기 현장이 정선 사건 현장과 너무 흡사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자살카페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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