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28화 (32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28화>

쿠당탕! 쿠당!

파란 옷을 입은 전문청소업체 사람들이 난장판이 된 복도를 청소를 한다.

“끙.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덜 부술 걸 그랬나?”

그러나 당시엔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그러게 적당히 하지 그랬냐. 이건 거의 뭐 불도저가 밀어 버린 수준이네.”

복도에 폭탄이 터지면 이럴까.

박살 나고, 피가 뿌려져 있고, 누가 보면 여기서 전쟁이 터졌다고 오해할 정도다.

오택수의 타박에 입맛을 다신 종혁은 옆에 서 있는 하우스 실장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빠악!

“죄송합니다, 형사님!”

“형사님이 아니고 사장님.”

“예, 사장님!”

한 달에 꼭 두 세 번씩은 이곳에 들른다는 박철.

이제부터 박철이 올 때까지 자신은 이곳 하우스를 접수한 새로운 사장이다. 오직 박철만을 위한 하우스의 사장.

“자수?”

웃기지도 않는 말이다.

놈이 이곳에 들어와 패를 잡는 순간 자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종혁은 청소가 끝난 도박하는 공간의 테이블에 앉아 웅성거리는 연기자들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실장아, 정말 거기서 마약 받는 거 맞지? 구라면 넌 뒤진다. 너희 사장보다 형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요.”

“정말입니다, 사장님! 장부도 보여 드렸잖습니까, 사장님!”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치 않게 큰 건이 걸려 들었다.

마약을 취급하는 하우스들에 마약을 납품하는 마약 조직. 이놈들까지 건드리기엔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큰 건으로 트레이드하기로 하며 본청 마약대에 넘겼다.

“그래, 잘하자. 깜빵에서 사식 먹고 싶으면.”

실장이 보유한 자산 모두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며 번 돈이라며 싹 다 환수시키겠다고 한 종혁. 이에 실장이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다.

“……예, 사장님.”

“자, 그럼 다시 리허설하겠습니다!”

“옙!”

“레디, 액션!”

최재수의 외침이 터지자 순간 시끄러워지는 공간.

“행님, 저 어떻습니꺼? 쫌 하우스 삼촌 같습니꺼?”

종혁이 홀로 하우스를 해체시켜 버리는 걸 현장에서 목격한 이후 눈빛이 더 초롱초롱해진 현석.

“풉. 어울리네. 시다 애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다 배웠어?”

“걱정 마이소! 내가 누굽니꺼!”

믿는다는 듯 현석의 머리를 쓰다듬은 종혁은 몸을 돌렸다. 이제 남은 건 놈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   *

우글우글. 와글와글.

젊은 남녀들로 가득한 술집 안.

벌써 가을이 오려는지 긴 옷들을 입은 이들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대부분 옷이 짧은 사람들.

쾅!

“하, 씨발.”

“왜 또?”

“왜긴 왜야!”

박철은 담배를 물며 한 테이블을 노려봤고, 박철을 따라 시선을 돌린 유연상과 강도빈도 얼굴을 구겼다.

정장을 입은 채 술이 아닌 음료수를 마시는 남자들.

차애라가 붙인 감시자들이다.

뭘 하려고 할 때 막아서거나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마치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것처럼 답답하기 그지없다.

‘저 새끼들 때문에…….’

술을 마셔도 마신 것 같지가 않다. 기분 좋게 마시라고 있는 게 술인데 취하긴커녕 짜증만 난다.

물론 조심을 해야 된다는 건 알고 있다.

아니 솔직히 모르겠다.

“씨발. 어차피 집행 유예로 풀려날 건데 왜 이 지랄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맞아. 막말로 우리가 사고 쳐도 수습하라고 그 비싼 돈을 쓰는 거 아냐?”

“야, 변호사가 그런 것도 해 주냐?”

“몰라, 씨발.”

감시를 당한 지도 벌써 일주일째. 그들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박철은 목소리를 낮췄다.

“그냥 쨀까?”

유연상과 강도빈의 눈빛이 돌변한다.

“어떻게?”

“모여 봐.”

머리를 모은 그들은 속닥속닥 중얼거렸고, 이내 박철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캬, 이 잔머리 대왕 같으니라고.”

“할 거지?”

“어, 하자. 씨발 이대로는 아무리 마셔도 취할 수 없겠다.”

의기투합한 그들. 박철은 슬그머니 핸드폰을 꺼냈다.

“예, 거기 콜택시죠? 여기가…….”

그렇게 박철이 통화를 하자 유연상이 종업원을 부른다.

“네.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손님?”

“저 사람들 우리랑 함께 온 거 알죠? 저 사람들이 우리 아빠 회사 직원들이거든요? 우리 곧 나갈 건데, 돈은 저 사람들에게 받으시라고요. 여기 핸드폰 충전 맡길게요.”

“네? 아…….”

핸드폰을 내미는 손에 걸린 롤렉스시계.

‘현실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드라마에서나 봤던 부잣집 도련님들.

유연상이 가리키는 사람들이 음료수만 마시며 계속 이쪽을 주시하니 아르바이트생은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이들이 마신 술값보다 비싼 핸드폰을 맡기지 않는가. 알바생은 미심쩍어하면서도 핸드폰을 들고 물러섰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이잉! 지이잉!

“예, 여보세요?”

-네, 사장님. 콜택시인데요?

“네네. 바로 나갈 테니 그대로 계세요.”

박철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몸을 일으켰다.

“어으. 이제 2차 갈까?”

“그래. 가자, 가! 씨발, 우리만 있는 공간에서 마셔 보자! 그래야 취할 것 같으니까!”

들으라는 듯, 보라는 듯 과장된 몸짓으로 문 쪽으로 다가가는 그들.

당연히 감시자들도 그들의 뒤를 따라붙었고, 알바생과 사장은 그런 그들을 예의 주시했다.

“그럼 수고하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는지라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는 박철들.

살짝 놀랐던 감시자들이 미리 계산을 했나 보다 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그들의 뒤를 따르는 순간이었다.

“저기 손님들! 계산하셔야 하는데요!”

다급히 감시자들을 잡아 세우는 사장과 알바생.

“응? 우린 미리 계산을…….”

“튀어!”

‘어?’

순간 멍해진 그들은 이내 곧 상황을 파악하곤 얼굴을 구겼다.

“씨발! 쫓아!”

“예!”

다급히 쫓아 나온 그들.

하지만 그들이 본 건 멀어지는 택시뿐이었다.

“씨발! 넌 얼른 차 가져오고! 예, 변호사님! 이 새끼들 놓쳤습니다! 예, 예!”

“푸하하하하!”

달리는 택시 안에서 웃음을 터트리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박철과 유연상, 신도빈.

“크으. 죽였다.”

“와, 우리 팀워크 뭐야?”

심장이 벌렁거릴 만큼 흥분한 그들.

드디어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방금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취기가 확 올라온다.

지이잉! 지이잉!

“좆까, 시발.”

“오우. 단호한데?”

핸드폰 배터리를 빼 버리는 박철의 행동에 유연상과 신도빈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신도빈도 핸드폰 배터리를 빼 버렸다.

“야, 이제 우리 어디 갈까?”

“뭔 소리야! 당연히 룸에 가야지!”

그동안 감시자들 때문에 혹시라도 부모님 귀에 들어갈까 도우미 있는 술집에 가지 못한 그들. 벌써부터 여성들의 살결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철은 좀 달랐다.

뽀얀 살결이 아니라 화투패가 눈앞을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한 달에 겨우 두세 번 가는 취미 정도였지만, 강제적으로 하우스에 가질 못했던지라 그것부터 생각이 났다.

박철은 슬그머니 입술을 털었다.

“그런데 그런 곳들은 다 선불이잖아. 카드 쓰면 변호사가 추적해 오지 않을까?”

“……아, 씨발. 나 현금 서비스 다 썼는데. 다들 얼마 있어? 모아 봐.”

지갑을 펼친 그들은 낙담을 했다.

“……좆같네.”

겨우 도망쳤는데 제대로 놀 수가 없다. 그들은 솟구치는 짜증에 머리를 벅벅 긁었고, 박철은 눈을 빛냈다.

“야, 그냥 내가 가는 하우스에 놀러 갈래?”

“미친 새낀가, 진짜?”

“아주 도박에 미치셨지?”

“아니, 너희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막말로 거기랑 마카오랑 뭔 차이인데? 너희도 마카오 놀러 가서 신나게 놀아 놓고 이러는 거는 좀 아니지 않아? 내가 거기서 1억을 써, 10억을 써? 그냥 만 원, 2만 원, 작은 판에서 두세 시간 놀다가 나오는 거라고!”

얼굴이 새빨개져 설움을 토하는 박철의 모습에 그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지나쳤나 미안함이 들었다. 박철은 그런 친구들의 반응에 속으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너희들한테 주는 떨이랑 도리도리 있지?”

“아, 씨발?”

마카오에서 접한 이후 가끔씩 찾게 되는 대마와 엑스터시. 정말 가끔씩 찾는 거지만 취기가 올라오니 간절해진다.

“거기에 여자랑 술도 있다?”

“……!”

“어쩔래? 갈래, 말래? 오늘 가면 내가 쏜다.”

“뭐해! 기사님께 주소 말 안 하고!”

‘푸흐흐.’

박철은 얼른 기사에게 주소를 말했고, 그들은 곧 하우스 근처에 도착하게 됐다.

“예, 실장님. 나 곧 도착해요.”

“……와, 씨. 느낌 있는데?”

도박장을 가기 위해 어두운 골목을 걷는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큭큭. 이것도 도박의 묘미이긴 하지.”

아주 잠깐의 시간이지만 오늘은 얼마나 딸까 희망에 젖는 시간.

솔직히 도박을 끊지 못하는 이유에는 이런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다. 그렇게 하우스에 도착한 박철은 입구를 지키는 기도들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어? 못 보던 면상들이다?”

“새로 왔습니다, 사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 뭐 그래. 문 열어.”

“옙!”

허리를 꾸벅 숙인 기도들이 열어 주는 문 안으로 들어간 박철은 묘하게 이질적인 복도를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왔어, 철이 씨?”

“아, 실장님…….”

박철은 눈을 껌뻑였다.

“면상이 왜 그래요?”

시퍼렇게 멍이 든 눈탱이. 판다가 따로 없다.

“하하, 어제 여기 사장님이 바뀌면서 말다툼이 좀 있었거든. 크게 신경 쓸 건 아니야.”

“갑자기? 왜?”

“그것까진 알 거 없고, 그냥 좋은 분이라는 것만 알아 둬. 아, 룰도 좀 바뀌었다. 이제 우리 하우스도 칩으로 게임하거든?”

“……아씨. 난 현금 다발 올리는 게 좋은데.”

“이해해 줘. 새 사장님 지시야.”

박철은 혀를 차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나 돈 없는데 좀 빌릴 수 있죠?”

“우리 단골 손님인데 당연하지. 따고 갚아. 그런데 그 친구들은?”

“제 친구들이요. 얘들은 대충 놀다가 아가씨들이랑 어?”

손바닥으로 주먹을 탁탁 치는 박철의 행동에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알았어. 따라와!”

그렇게 안쪽 사무실로 향한 그들은 차용증을 쓰기 시작했고, 박철은 갑자기 옆구리를 쿡 찌른 친구들이 보내는 시선에 의아해하다가 테이블 한구석에서 굴러다니는 알약들이 든 봉지를 발견하곤 이내 피식 웃으며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곤 얼굴을 구겼다.

“아씨. 아직 집에 남았는데……. 에이, 그냥 떨이랑 도리도리도 한 달 치 함께 계산해 줘요.”

‘이 기회에 보충하지 뭐.’

박철은 친구들이 치켜세워 주는 엄지에 어깨를 으쓱였고, 실장은 순간 눈을 빛냈다.

“오케이! 자, 여기다 사인해! 우리 1부 떼는 거 알지?”

“안 다니까요!”

도박할 생각에 몸이 달은 박철은 냉큼 사인을 했고, 곧 실장이 넘겨주는 칩 박스를 챙겨 들고 일어섰다.

“부대 시설은 이제 칩으로 할 거니까 잃어버리지 마! 많이 따!”

쾅!

문이 닫히자 실장은 다급히 일어나 사무실 안쪽의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갔다.

“돈 가져갔습니다, 사장님! 마약을 숨겨 놓고 있다는 증언도 받았습니다, 사장님!”

피식!

“이 새끼들이 한꺼번에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하늘이 종혁 본인을 돕는 것 같다.

“어그그!”

참 오래 기다렸다.

기지개를 펴며 일어난 종혁은 긴장을 하고 있는 현석을 봤다.

“긴장 풀어, 인마. 누가 잡아먹냐?”

“……마,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심더. 심장이 벌렁벌렁해 가.”

“이런 걸 거치면서 형사가 되는 거지.”

피식 웃은 종혁은 현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택수와 최재수를 봤다.

“가자.”

이제 끝을 볼 시간이었다.

한편 뒤에서 실장이 지껄이건 말건 냉큼 도박장으로 달려간 박철은 유일하게 자리가 비어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 혹시 일행들 있으십니까?”

“오! 안 그래도 둘이서 하기 심심했는데! 어서 앉으쇼!”

“하하.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의자에 앉은 박철은 친구들에게도 앉으라고 손짓했고, 유연상과 신도빈은 얼떨떨해하며 박철의 곁에 앉았다.

“우리 사장님 친구들은 뜨내기인가 보구만?”

“그냥 구경하러 온 겁니다. 여기 주 종목이 뭡니까?”

“섯다는 할 줄 아시나?”

“제 주 종목이죠. 말 길게 할 필요 있겠습니까? 시작하시죠.”

“젊은 사장님이 화끈하시네. 그럽시다. 참가비는 2만 원부터요.”

“판돈도 적당하네요.”

박철은 1이라 적힌 칩 두 개를 테이블 중앙에 던졌고, 곧 패가 나눠졌다.

그때였다.

“박철 사장님? 주문하신 도리도리랑 떨 나왔습니다.”

“어, 그 옆에 두고 가.”

손을 저은 박철은 얼른 패를 잡아 들었다.

하지만…….

“사장님? 주문하신 게 도리도리랑 떨 맞으시죠?”

“아씨. 자, 여기.”

숫자 5가 적힌 팁을 던지는 박철.

종혁은 발치 옆으로 굴러가는 칩을 힐끔 보곤 흐뭇이 웃었다.

“사장님 거 엑시터시랑 대마초 맞으시죠?”

“아씨, 맞다니까! 내가 엑스터시랑 대마 다 시켰다고!”

“그래.”

이 말을 참 기다렸다.

콰악!

종혁은 박철의 뒤통수를 움켜쥐었다.

박철뿐만이 아니다. 어느새 유연상과 신도빈의 뒤를 점한 최재수와 오택수가 그들의 뒤통수를 움켜쥐었다.

“어?”

멍청한 소리를 내뱉는 그들.

종혁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그 머리를 테이블에 찍어 버렸다.

꽈아앙!

굉음이 울리며 조용해지는 하우스.

종혁은 그의 팔을 뒤로 꺾으며 입을 열었다.

“박철 씨, 당신을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 위반, 불법 도박, 상습 도박 혐의로 현장 체포합니다. 당신은…….”

“커어어…… 너…… 누, 누구…….”

“누구겠냐? 씹새야.”

종혁의 이가 사납게 드러났다.

*   *   *

끼이익! 탁!

급하게 멈춰 서는 차에 서 내린 차애라는 본청 지하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미친! 미친!’

된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녀.

타다닥! 쾅!

특별수사팀 사무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간 차애라는 해맑게 웃으며 손을 드는 종혁과 그 옆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박철에 이를 악물었다.

“어이구, 왔어요?”

……또각또각!

“우리 잠시 이야기 좀 하죠.”

“글쎄요. 제가 좀 바빠서요. 재수야, 준비됐냐?”

“예, 팀장님!”

까득!

“부탁드릴게요. 잠시면 돼요.”

“……뭐, 그럽시다.”

종혁은 차애라의 뒤를 따라온 사내들을 힐끔 보곤 몸을 일으켰고, 그들은 본청 건물을 나섰다.

찰칵! 치이익!

차애라는 담배에 불을 붙이는 종혁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이봐요, 최 팀장님. 이거 함정 수사인 건 알아요?”

종혁은 그녀의 되지도 않는 협박에 피식 웃었다.

“함정은 내가 박철을 자빠트리려고 지랄 염병을 해야 함정이고요. 난 그냥 이놈이 오나, 안 오나 시간 죽인 거밖에 한 거 없습니다.”

오라고 연락을 한 적도 없는데 박철이 알아서 기어 들어와 도박에 쓸 돈을 빌리다 못해 도박판에 앉고, 마약을 구매했다.

심지어 친구들에게 성매매를 시켜 주려고도 했다.

“아, 다시 생각해도 웃기네. 요샌 마음 정리를 이딴 식으로 하나 봅니다? 어우, 씨발.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해외여행이나 갈까?”

차애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협상하죠.”

“협상? 무슨 협상이요?”

“재심 요청하지 않을 테니 지금 드러난 수준으로 마무리 짓죠.”

이미 실형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 하지만 지금 드러난 것까지만이라면 어떻게든 감형은 노려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수사가 더 진행되어 다른 문제들까지 드러나게 된다면, 그때는 더 이상 문제를 감당할 수 없었다.

종혁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그건 또 뭔 개소리일까? 내가 왜 그런 협상을 해야 하죠?”

“제가 다니는 로펌의 이름을 벌써 잊은 건가요?”

“아, 새벽…….”

차애라는 미소를 지었다.

행정부와 사법부에, 특히 검찰에 인맥이 두루 넓고 깊은 대형 로펌 새벽. 그녀는 종혁이 고위 간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새벽을 적대시할 리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종혁은 의기양양해하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래서요?”

“네?”

띠리링! 띠리링!

“어, 재수야. 그래? 영장 나왔어? 그럼 준비해서 빨리 나와. 가자.”

“자, 잠깐만요! 잠깐만!”

“지금부터 제 몸에 손끝이라도 댔다가는 공무집행 방해입니다.”

다급히 손을 잡아당긴 차애라는 이를 악물었다.

“정말 이럴 거예요?”

“네, 이럴 겁니다.”

“팀장님!”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최재수와 오택수, 현석과 타국의 초임 경찰 둘.

싱긋 웃은 종혁은 잘 있으라고 손을 흔들어 주며 차로 향했고, 발을 동동 구르던 차애라는 눈을 질끈 감으며 종혁이 탄 차의 보조석에 올라탔다.

“나도 같이 가요. 당신들이 이상한 증거를 끼워넣을 수 있으니까!”

“예, 뭐 그러세요. 최재수, 출발해.”

“옙!”

그리고 잠시후.

웅성웅성.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반항을 하다가 공무집행 방해로 박철의 부모가 끌려가면서 조용해진 박철의 집.

“티, 팀장님-!”

종혁은 다급히 달려 나오는 최재수의 손에 들린 사진을 보곤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곤 차애라를 노려봤다.

“차애라 변호사님, 이걸 보고도 그 새끼들을 감싸 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까?”

구석에 몰려 찢겨진 옷으로 알몸을 가리는 소녀, 최은영.

종혁의 두 눈에 살의가 들어차기 시작했고, 차애라는 고개를 푹 숙였다.

‘씨발.’

모두 끝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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