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26화>
연관점이 없는 네 사람이 한날한시 한자리에 모여 자살을 했다.
현재 확보된 CCTV에 의하면 사망 일주일 전 오전 10시에 오션월드 근처 모텔에 모여 사망하는 그 시각까지 함께했다.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가 했더니…….’
최은영, 김수환, 김미자, 박오현.
네 명의 인터넷 검색 기록에 공통적으로 이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이 있었다.
PASSWORD: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글귀만 달랑 있는 이상한 사이트.
촉이 섰다.
‘여기서 자살 모의를 한 것일 수 있어.’
2000년대 초에 경찰의 골머리를 썩게 했던 유행 아닌 유행, 자살카페.
아직 확실하게 드러난 건 없지만, 종혁은 이 사이트가 그 자살카페가 아닐까 예상했다.
어쩌면 김수환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그 대포폰의 주인도 이 이상한 사이트와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아니, 촉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거 접속은 못하죠?”
“비밀번호를 모르면 힘들죠. 서버가 해외에 있는 사이트라 들여다볼 수도 없고요. 방법이 있다면…….”
디지털포렌식과 대원은 말을 줄였지만, 종혁은 알아들었다.
해킹. 접속을 하려면 해킹뿐이다.
그러나 테러 등 국가안보 위협이 아닌 이상 경찰로선 할 수 없는 방법이기에 혀를 찬 종혁은 생각에 잠겼다.
“……흠. 그럼 역추적 가능합니까?”
“역추적이요?”
“최은영 씨가 이 사이트의 존재를 알게 된 경로 말입니다.”
“아, 웹서핑!”
사는 세상이 다른 네 명이었기에 그 경로는 인터넷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손가락을 튕긴 대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원래 저희 업무가 아니지만, 최 팀장님 부탁이니까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한국 과학수사 기술을 몇 단계 진보시킨 최종혁.
거기다 본디 사이버수사과의 업무 중 하나였던 디지털포렌식, 당시엔 개념조차 없던 디지털포렌식을 한국에 가져온 게 종혁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
그 덕분에 수많은 사건들을 손쉽게 해결했던 걸 떠올리면 이 정도 도와주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고마워요. 내가 찐하게 한잔 살게요.”
“흐흐. 뭘요. 이 사이트에 접속하기 이전의 인터넷 검색 기록만 뒤져 보면 되는걸요. 아, 여긴 최은영 씨 포렌식 결과입니다. 컴퓨터에는 별게 없고 핸드폰에만 참 많은 게 있더라고요.”
두툼한 종이 뭉치를 받아 든 종혁은 첫 장의 첫 문장을 보곤 그대로 굳어 버렸다.
-혹시 최은영 씨 핸드폰 번호가 맞나요?
-맞는데요? 누구세요?
-아, 최걸X 씨 핸드폰 맞아요?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힌다.
다급히 메시지를 삭제한 기록이 있어서 더.
“아, 그건 최은영 씨 월셋방에서 수거한 핸드폰에서 나온 기록입니다. 보시다시피 첫 문자를 받은 이후 바로 다음 날 최은영 씨는 기기 변경 및 번호 변경을 하며 이 발신자 번호를 차단했는데, 이 개새끼들이 다른 번호로 연락을 해 왔더라고요.”
그게 최은영 씨가 사망 당시 지니고 있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던 문자, 정선경찰서 형사가 말해 준 문자 내역이다.
놈들이 다시 보낸 문자를 받은 뒤 대학에 가지 않은 그녀.
그리고 사망 2주 전에 이 이상한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이 있다.
만약 이 이상한 사이트가 정말로 자살을 모의하는 자살카페라면, 피해자 최은영은 이때부터 자살을 결심하게 된 걸 거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이걸로 놈들을 잡을 수 있겠네요.”
이 정도 물증이라면 놈들을 구속시킬 증거로는 충분했다.
이런 사건의 가해자들은 대부분 피해자의 사진이나 영상을 간직하고 있다.
구속시킬 수만 있다면, 놈들이 가지고 있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터.
‘목 씻고 기다려라, 이 개새끼들아. 내가 진짜 어떡해서든 최대 형량을…….’
띠리링! 띠리링!
“예. 최종혁입니…… 뭐?”
순간 종혁의 몸이 굳는다.
뒷목이 뻣뻣해지고 열이 정수리까지 솟는다.
종혁은 정말 애써 참으며, 환청을 들었다고 자위하며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다, 다시 말해 봐.”
-벼, 변호사가 왔어요. 박철, 유연상, 강도빈이 곧 자수할 거라고요, 팀장님!
박철, 유연상, 강도빈.
최은영을 괴롭히고 그녀로 하여금 자살이라는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하게 만든 일진, 아니 악마 새끼들이다.
뚝!
“푸흐…….”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순간 들썩이기 시작한 종혁의 어깨.
“와, 와 그랍니꺼, 행님…… 헉!”
현석을 순간 뻣뻣이 굳어 버렸다.
감정이 사라져 버린 종혁의 얼굴.
“해, 행님?”
“현석아.”
“예, 행님.”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줄래? 내가 아무래도 좀 못난 모습을 보일 것 같거든.”
“예?”
현석에겐 강인한 모습만, 그리고 경찰의 훌륭한 모습만 보여 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것 같다.
현석의 어깨를 눌러 앉힌 종혁은 지하의 특별수사팀 사무실로 향했다.
그러자…….
“아, 당신이 최종혁 팀장입니까? 난…….”
느긋이 일어서며 손을 내미는 중년 여성, 아니 변호사.
성큼성큼 걸어간 종혁은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최 팀장!”
“팀장님!”
기겁하며 일어나는 다른 팀의 형사들.
그러나 그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화가 난 종혁은 변호사를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진짜 너희 변호사들은 왜 이렇게 대가리를 잘 굴리지?”
“……재밌네요.”
안경을 밀어 올린 변호사가 나른하게 웃는다.
“최 팀장님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러면 좀 실망할 것 같은데요?”
“아, 그러세요? 어떻게 더 실망하게 해 드릴까?”
“이제 좀 놔주시겠어요? 내가 여기서 더 숨이 막히면 담당 형사가 내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서요.”
빠득……!
손에 힘을 푼 종혁은 자리에 거칠게 앉았다.
“얼마나 아름다운 개소리인지 읊어나 보쇼.”
“일단 제 소개부터 하죠. 법무법인 새벽의 차애라예요.”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법무법인 새벽.
‘거지 같네. 진짜.’
범상치 않다 싶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1팀장 최종혁 경정입니다. 씨발.”
싱긋 웃은 그녀는 핸드백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제 의뢰인인 박철, 유연상, 강도빈 씨는 최은영 씨의 일에 대해 깊이 통감을 하는 바 마음을 정리하는 대로 자수를 하시겠다고 전하셨습니다. 이건 자수를 하시겠다는 육성이 담긴 녹음기고요.”
“진짜 개소리를 하시네.”
죄책감을 느끼고 자수 의사를 밝힘으로써 놈들의 형량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됐다.
아니, 새벽 정도의 법무법인이 붙었으니 2심에선 절반의 절반으로 떨어지게 될 거고, 대법원까지 가면 집행유예로 풀려날 거다.
안 봐도 뻔히 보이는 비디오.
정말 좆같은 개소리였다.
차애라는 싱긋 웃었다.
“그럼 제 의뢰인들의 뜻은 모두 전했으니 전 이만.”
또각또각!
꽈앙!
책상을 걷어찬 종혁은 흡연실로 향했다.
새진리 아브라함의 지주 사건 때 일부러 변호사에게 당해 준 것과 달리 이번엔 제대로 엿을 먹었다.
* * *
천장에 샹들리에가 걸린 거실.
“애미 없는 년 하나 때문에 이게 뭔 난리인지…….”
과거의 일이 갑자기 발목을 잡을 줄은 그도 생각 못했다.
소파에 앉은 노인이 담배를 펴며 옆에 앉은 청년을 노려본다. 그러자 청년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왜 우리 애 기를 죽이고 그래요, 오빠!”
발톱을 세운 고양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며 청년을 감싸는 오십대 여성.
“지금 그러지 않게 생겼어?! 그년을 찾아가긴 왜 또 찾아가서 이 사달을 만들어!”
찾아만 갔으면 이런 말도 안 한다. 또 십대 때처럼 괴롭히다가 결국 자살을 하게 만들었다.
“가지고 놀 거였으면 적당히 했어야지!”
살아만 있었다면 그때처럼 돈을 먹여 입을 다물게 했을 거다. 억지로 준 거라 그 돈을 썼는지 안 썼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일단 겉으론 합의가 된 모양새가 만들어졌으니 그걸로 끝이었던 일.
그런데 이번엔 죽어 버려서 그럴 수조차 없었다.
“……죄송합니다, 삼촌.”
“어휴. 내가 앓느니 죽지. 죽어!”
“오빠! 올케언니, 말 좀 해 봐요!”
노인의 옆에 앉아 있던 여성이 혀를 차며 몸을 일으켰다.
교장을 노리던 남편이 왜 교감을 끝으로 물러났던가. 모두 저 하나뿐인 조카가 저지른 일을 무마해 준 걸 당시 교장에게 들켜서다.
“우리에게 자식만 있었어도…… 쯧.”
“저, 저! 오빠, 언니 말하는 것 좀 봐요!”
“틀린 말도 아닌데 뭘 봐!”
하나뿐인 여동생에, 하나 있는 조카.
그래서 참 많이 예뻐했다. 자신들 부부 사이에 자식이 없어서 친자식처럼 여겼다. 그런데 그러질 말았어야 했다.
“오빠!”
“닥쳐, 좀! 넌 그 나이 먹고도 아직까지 왜 눈치가 없어!”
퍼억!
소파 팔걸이를 치고 나서야 입을 다무는 여동생.
“어휴.”
한숨을 푹푹 쉰 노인은 오십대 장년인을, 지금은 퇴직한 경찰과 그 옆에 앉은 경찰의 아들을 응시했다. 비록 뇌물로 목이 잘리긴 했지만, 아직 경찰에 끈이 남아 있는 조카의 친구 아버지.
“어떤 놈이랍니까?”
“알아보니, 최종혁 그놈 아주 골치 아픈 놈입니다.”
뭔 놈의 경찰이 그렇게 부자인지, 돈을 먹여 사건을 무마하는 등의 일반적인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더욱이 그놈에게 물려 목이 날아간 국회의원이 몇 명이던가. 미친개가 따로 없다.
그래선지 경찰 요직에 앉은 친구들도 난색을 표했다.
‘겁쟁이 같은 놈들.’
“새벽을 이용한 게 신의 한수였습니다.”
덕분에 막대한 수임료를 물게 됐지만, 법무법인 새벽의 능력이면 자식을 교도소에 보내진 않을 테니 그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 듯싶었다.
“후우. 제가 현직에 있었으면 이렇게 돈 쓸 필요도 없이 정리했을 테지만…….”
그 생각은 노인도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아직도 교직에 있었다면 시의원놈들도 이번처럼 난색을 표하진 않았을 텐데.’
왠지 종혁의 이름을 듣자마자 말을 바꾸는 것 같았지만, 이는 그 자신의 착각일 것이다.
노인은 이번 일의 마지막 가해자인 병원 원장 부자를 봤다.
동네에서 제법 잘나가는 척추전문병원의 원장. 그 역시 소득이 없었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휴.”
띵동!
“아, 왔나 보군요. 뭐해, 이놈아! 얼른 가서 문 열어 드려!”
“네, 네! 삼촌!”
다급히 조카가 달려가 문을 열자 종혁을 물 먹인 차애라가 들어온다. 그녀는 어떻게 됐냐는 듯 눈으로 물어 오는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단 저희의 의사를 표명했으니 늦어도 2주일 안에는 찾아가야 할 거예요.”
“아, 아니…….”
하얗게 질리는 조카와 조카 친구들을 향해 닥치라는 듯 째려본 노인은 앓는 소리를 냈다.
“끙. 새벽으로서도 무리였나 보군요.”
법무법인 새벽도 다를 게 없다는 도발 아닌 도발.
슬그머니 수임료를 깎으려는 수작에 차애라는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 사람들은 지금 누굴 건드렸는지 알기나 하는 걸까?’
전 경찰청장과 현 경찰청장의 킹메이커이자, 경찰 개혁의 참모이며 방송국까지 무릎 꿇린 사냥꾼이다.
여기에 차기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장으로 유력한 특수부 강철선 부장검사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종혁은 천재라는 단어로 가늠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우리 새벽쯤 되니까 비벼 볼 수 있는 거야!’
아니었다면 지금 이들은 머리채가 잡혀 끌려갔을 거다.
“죄송합니다. 여기 이분들께서 남기신 증거들이 너무 많아서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움찔!
차애라는 박철 등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문자를 왜 남기긴 왜 남겼을까.
메일을 보내긴 왜 보냈을까.
정말 멍청하기 그지없는 놈들이었다.
“그래도 경찰 출두 때 제가 함께할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선생님.”
노인이 학창 시절 은사만 아니었어도 맡지 않았을 이번 의뢰.
비록 지금은 이렇게 추악한 악마가 되었다지만, 당시 노인은 춥고 배고픈 아이들에게 옷을 벗어 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허허. 그래요. 내 차 변호사님만 믿겠습니다.”
“대신 그때까지 그 어떤 사고도 치면 안 될 거예요.”
상대가 종혁인 이상 절대 꼬투리를 잡히면 안 된다. 술도 밖이 아니라 집에서 마시는 게 좋다.
알겠냐는 듯 응시하는 차애라의 시선에 박철들은 고개를 돌렸다.
“아, 그리고 혹시라도 숨겨 둔 사진이나 영상 같은 게 있으면 모두 버리시고요.”
“허허. 걱정 마십시오. 그건 그때 다 지우기로…….”
흠칫!
몸이 흔들리는 박철들에 노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아직도 안 지웠냐?!”
“아, 아뇨! 다 지웠어요! 그치?!”
“네에! 그때 다 지웠어요!”
“정말 지웠나요?”
차애라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연다.
“이 부분은 확실히 말해 주셔야 해요. 만약 후에 그런 걸 소유하고 있다는 게 들통나면 자수도 의미가 없어져요.”
“정말이라니까요?! 다 지웠다고요!”
정말 억울하다는 듯 외치는 그들의 모습에 차애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알겠습니다. 믿겠습니다. 그래도 혹시라도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 다시 확인해 보고 있다면 파기해 주세요.”
의뢰인이 이렇게 온몸으로 아니라고 외치는데 어찌 의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선생님도 마찬가지예요. 혹여나 저 몰래 피해자의 부모에게 찾아가거나 하지 마세요.”
사건을 맡은 이상 모든 진행은 자신이 컨트롤해야 한다.
“예, 예. 그럼요. 아무렴요.”
“그럼 경찰에 출석할 때 뵙겠습니다. 전 가 볼게요, 선생님.”
“허허.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차 변호사님.”
허리를 숙이는 노인의 뒤통수를 빤히 응시하던 차애라는 몸을 돌렸다. 밖으로 나와 차에 오른 그녀는 다 식어 버린 커피를 홀짝였다.
‘최종혁…… 최종혁이라…….’
그동안 수많은 변호사를 물 먹인 종혁을 이길 수만 있다면 꽤 훌륭한 커리어가 될 수 있을 터.
‘그러려면 저놈들을 단속해야겠지.’
“응, 나야.”
그녀는 차를 출발시키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술?!”
노인의 집을 나서던 노인의 여동생은 미간을 좁히며 자신의 아들을 바라봤다.
“변호사가 사고치지 말라고 한 거 못 들었어?!”
“누가 사고 친데?! 그냥 답답해서 마시려는 거야! 곧 경찰에 가야 하니까…….”
또 철없는 말을 하는 아들의 모습에 그녀는 화가 나면서도 아들의 쳐진 어깨를 보자 울컥 화가 솟는다.
‘그딴 애미 없는 년 죽은 게 뭐 대단한 거라고!’
오빠나 변호사나 왜 이리 난리인지 모르겠다.
‘내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내가 얘를 어떻게 키웠는데!’
“쯧. 알았어. 적당히 마시고 들어와.”
“네…… 고마워요, 엄마.”
그렇게 그녀가 허락을 하자, 다른 이들의 부모도 혀를 차며 허락을 한다.
“죄송해요, 아버지.”
“됐어.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진짜 사고치지 마라. 이번엔 이 아빠도 보호해 줄 수 없는 거 알지?”
“네…….”
“술 마실 돈은 있고?”
그렇게 부모들이 떠나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갔냐?”
“갔어.”
“아, 씨발.”
어깨를 편 박철들이 담배를 문다.
“개 같은 년. 왜 뒤져 버려 가지고……. 뒤질 거면 문자는 다 지우고 뒤지든가.”
“내 말이. 씨발. 그년 때문에 엄마한테 맞았잖아!”
“큭큭. 븅신.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엄마한테 맞고 다니냐?”
“몰라. 씨발.”
키득키득 웃던 그들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년 사진 지운 사람?”
“…….”
“씨발 새끼들아! 지우자고 했잖아!”
“그래서 넌 지우셨고요?”
“아니?”
“……미친 새끼.”
“너님은 아니세요?”
“흐흐. 그냥 얼빠진 애들 꼬드겨서 하는 거랑은 다른 맛이 있다니까?”
“큭큭큭. 됐고. 씨발, 자수를 하는데 짭새 새끼들이 우리 옛날 폰을 뒤지기야 하겠어?”
그 말에 그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진다.
“그렇지. 야, 여기서 더 삐대지 말고 술이나 빨러 가자.”
“야. 너 또 술 마시다가 도중에 하우스 가면 죽여 버린다.”
“맞아. 차라리 안마방을 가서 떡을 쳐. 맨날 잃는데 거긴 왜 가냐?”
“니들이 취해서 하는 섯다의 묘미를 알아? 뭐 그것도 요새 용돈 떨어져서 가지도 못하지만…….”
“어후, 도박 중독자 폐인 새끼.”
“응. 니 좆.”
세 악마들은 그렇게 킬킬거리며 큰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