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25화 (325/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25화>

85. 자살카페

아파트와 빌라들이 모여 있는 한강 주변.

막바지에 접어든 여름의 무더운 바람이 그들의 몸을 휘감는다.

“여기란 말이지…….”

김수환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상대의 수신자 위치.

정선경찰서 형사는 네 명이 죽는 그 순간까지 누군가와 통화를 한 것 같다고 말했지만 그건 아직 모르는 거다.

다만 현재 종혁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반경 30미터 내에 김수환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상대가 있다.

“현석이 넌 상대가 어떤 인물인 것 같냐? 지금 생각나는 것만 대충 말해 봐.”

“어…….”

현석의 낯빛이 흐려지자, 종혁은 그가 생각할 수 있도록 한참을 기다려 주다가 옅게 웃으며 한강을 가리켰다.

“저기가 어디야?”

“한강임니더.”

“그럼 저 아파트에서 보이는 게 뭐야?”

“당연히 한강이…… 아! 재력이 있단 말입니꺼?!”

“빙고.”

현석은 오택수에게 따라붙지 않은 초임 경찰을 향해 한강 뷰에 대해 설명을 해 줬고, 그제야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한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눈을 빛냈다.

현석도 마찬가지다.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어, 재수야. 주소지 신원 좀 따 줘. 대략 2천 가구 정도 될 거야.”

-……!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수첩에 뭔가를 적고 있는 현석을 봤다.

“가자.”

“어, 어데로 갑니꺼?!”

“당연히…….”

종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정선서 형사님에게 최은영 씨에 대해 말해 줬던 사람을 만나야지.”

피해자 최은영으로 하여금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 만든 사건.

그것부터 조사를 해야 된다.

이번 수사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예, 오 경감님. 뭐 좀 나왔어요?”

-어. 그런데 이거 느낌이 좀 쎄한데? 피해자 김수환 씨 주변을 탐문해 보니 김수환 씨에게 여자가 있었던 것 같아.

결혼을 전재로 만나던 여자.

그런데 이 여자의 행방이 묘연하다.

여기에 김수환이 거액의 빚을 졌을 때와 이 여자를 만났을 때의 시기가 일치한다.

“꽃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이름 황승연. 나이 27세. 서강대 영문학과 출신으로 직업은…… 꽃카페 사장?

“뭐예요, 그게? 꽃집이야, 카페야?”

-몰라. 꽃집이랑 카페를 섞어 놓은 곳이라는데…….

꽃과 커피가 한 장소에 있는 모습이 잘 연상이 되지 않는다.

“일단 그 카페부터 찾아야겠네요.”

-그래야겠지. 그런데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오택수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 사람 찾는 데 얼마까지 쓸 수 있겠냐?

“무제한.”

-오케이.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차를 몰아 충남의 한 중학교로 향했다. 피해자 최은영이 다니다 자퇴한 중학교였다.

드륵! 쾅!

갑작스럽고 거칠게 열리는 문에 깜짝 놀라 쳐다보는 교사들.

종혁은 그런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2002년, 자퇴한 최은영 씨에 대해 조사 나왔습니다. 당시 최은영 씨 담임 선생님이 누굽니까?”

종혁은 어리둥절해하며 쳐다보는 교사들 사이 낯빛이 굳는 이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   *   *

“드시죠.”

교무실 안쪽에 놓인 소파.

녹차가 담긴 찻잔을 내려놓는 사십대 중년인이 푸근히 웃는다.

“은영이 때문에 오셨다고요?”

“4년 전 학생인데 기억을 하시나 보군요.”

“기억을 할 수밖에요. 제가 맡은 아이들 중 유일하게 자퇴를 한 아이인데요.”

그렇게 말하는 중년 교사의 눈빛에 흔들림이 없다.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습니까? 학창 시절 최은영 씨는 좀 어땠습니까?”

“……휴우. 교사가 이런 말을 해선 안 되지만, 행실이 좀 바르지 못한 아이였습니다.”

움찔!

종혁은 성급하게 반응하려는 현석의 무릎을 눌렀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현석에게서 시선을 뗀 중년 교사가 잠시 먼 산을 바라봤다.

“수업 준비도 미비했고, 결석도 자주 했죠. 반 친구들과도 많이 다퉜고요. 그리고…….”

중년 교사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 있잖습니까. 불건전 교제.”

“남자친구를 자주 바꿨다고요?”

“커흠. 순화하면 그렇죠. 거기다 끝내 자퇴까지 했고요.”

꾸극!

테이블 아래로 내린 주먹을 꽉 쥔 종혁은 애써 웃었다.

“당시 최은영 씨의 생활기록부를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럼요. 아, 그런데 무슨 일로 경찰에서 은영이를…….”

“자살입니다.”

“……예?”

벌떡!

종혁은 기겁하며 몸을 일으키는 그를 향해 입술을 비틀었다.

처음 이 중학교에 올 때까지만 해도 종혁은 애써 좋게 생각하려고 했다.

몰랐던 거라고,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 거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이놈은 무언가를 감춘 채 속이려 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취급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최은영 씨가 자살을 하셨다고. 그러니…….”

종혁은 녹음기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타악!

“지금 이 순간부터 잘 생각하고 아가리 터세요. 지금부터 나누는 모든 대화는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될 테니까요. 강현석 생도.”

“예, 팀장님!”

“선생님 따라가서 생활기록부 확보해. 만약 찾을 수 없다고 씨불이면 네가 찾아.”

“충성!”

중년 교사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   *   *

품행이 방정맞고 행실이 불건전함.

생활기록부가 아닌 소설이다.

“와!”

꾸깃!

실소를 터트리며 생활기록부를 구긴 종혁은 중년 교사를 응시했다.

“정말 이랬습니까?”

“그, 그렇…….”

“한 번 더 말하지만 잘 생각하고 말하세요. 내가 조사해 봐서 이것과 일치하지 않는 게 있으면 경찰이 좆같이 굴 때 인생이 얼마나 좆같아지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줄 테니까.”

“이, 이보세요! 지금 이게 뭐하는 겁니까!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협박을 하는 겁니까!”

“협박은 씨발. 교감 어디 있어?”

움찔!

“교, 교감 선생님은 무슨 이유로……?”

“아실 텐데?”

“무,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시선을 피하는 선생의 모습에 피식 웃은 종혁은 테이블을 부숴 버릴 듯 내리찍었다.

콰앙!

“허억! 이, 이보세요!”

“닥치고 내 말부터 들어.”

순간 사나워지는 종혁의 눈빛.

난생처음 거친 살의를 느낀 선생은 그대로 얼어붙어 마른침을 삼켰다.

종혁은 그런 그를 보며 목청을 높였다.

“네 반에서 험한 일을 당하고 자퇴해 서울로 올라간 학생이 자살을 했어. 너 새끼가, 학생을 보호해야 될 의무가 있는 교사인 네가 외면하고 함께 나락으로 끌어내렸음에도 기특하게도 치대에 입학해 이제 잘살 일만 남은 학생이 자살을 했다고. 그런데 무슨 말인지 몰라?”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어떻게 시퍼렇게 뜬 두 눈에 미안함이, 죄책감이 단 한 점이라도 박혀 있지 않을까.

웅성웅성.

놀라 수군거리는 교사들을 본 중년 교사는 이를 악물었다.

“이익! 그, 그게 나와 무슨 상관입니까! 썩 나가세요!”

종혁은 테이블을 걷어찼다.

쾅!

“커헉?!”

“꺼지고 안 꺼지고는 경찰인 내가 판단할 일이야.”

“이, 이 사람이! 지금 경찰이라고 오냐오냐해 주니…….”

“오냐오냐 안 하면 어쩔 건데?”

몸을 일으킨 종혁은 그의 체구에 다시 얼어붙는 중년 교사의 가슴을 쿡 찔렀다.

“당신이 뭘 할 수가 있는데? 방조죄라는 범죄를 저지른 새끼가 뭘 할 수 있냐고.”

“무, 무슨! 내가 왜……!”

“아니야? 최은영 씨가 다수에게 험한 일을 당한 걸 알면서도 묵인했잖아?”

“그, 그걸 어떻…… 합!”

종혁의 눈빛이 살벌해졌다.

이놈도 마찬가지다. 이놈도 최은영 씨의 자살에 관여한 거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종혁은 그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악!”

“야, 잘 들어. 최은영 씨는 네가 죽인 거야. 그리고…….”

종혁은 교사들을 둘러봤다.

“너희 교사들이 죽인 거야.”

발끈!

“허허. 이거…….”

“낄 데 끼어라. 이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어요.”

“이, 이 사람이……! 야! 너 몇 살이야! 어린놈의 새끼가!”

종혁은 대답 대신 핸드폰을 들었다.

“어, 재수야. 난데, 도현중학교…….”

종혁은 다가온 50대 후반의 장년인, 교감의 명패를 힐끔 봤다.

“김두옥 교감 금융거래내역 좀 털어 봐.”

“헉!”

“어. 잠깐만? 왜? 계속 계시려고?”

“아, 아닙니다! 허허. 그, 그럼 이야기 계속하세요.”

“어. 아니야. 일단 대기. 그래, 이따 통화하자.”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바들바들 떠는 중년 교사를 응시했다.

“왜 날고 기는 전과자 새끼들이 형사 앞에선 순한 양이 되는지 알아? 그건 형사가 한 번 좆같이 굴겠다 마음먹는 순간 인생이 좆같아지기 때문이야. 내가 씨발 네 인생 좆되게 해 줄게.”

선생 자격이 없는 놈을 어찌 선생으로 둘까.

“내가 너 협박했다고 신고하려면 해. 내가 이 녹음 파일도 줄게.”

대신 앞으로의 인생을 걸어야 할 것이다.

“강현석 생도, 녹음기 챙겨. 알 거 다 알았으니까 이제 그 씨발 새끼들 만나러 간다.”

“충성!”

“서, 선생님!”

종혁은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렸다.

“다! 다 말하겠습니다! 그, 그러니 부디-!”

멈칫!

씩 웃은 종혁은 표정을 수습하며 다시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다.

“읊어. 여기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투욱!

끝났다. 경멸로 가득한 동료 교사들의 시선에 교사로서의 삶이 망가졌다는 걸 깨달은 중년 교사는 고개를 떨궜다.

코웃음을 치며 일어난 종혁은 ‘나중에 참고인 조사로 소환하면 지체 없이 오라’는 말을 남기며 일어섰다.

그렇게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침묵하던 현석이 입을 열었다.

“행님, 왜 그냥 돌아가시는 겁니꺼?”

범죄 사실을 알았음에도 묵인했다는 사실을 자수한 중년 교사.

방조죄로 충분히 엮을 수 있음에도 그냥 돌아 나온 이유를 알 수가 없었던 강현석은 의문을 표했다.

“연락하라고.”

“예?”

“올해 퇴직을 했다는 그 교감 새끼나 가해자 부모들에게 연락을 하라고.”

그래야 견적을 낼 수 있을 거다.

“어, 어떤 견적 말입니꺼?”

“어디까지 죽여 버릴지에 대한 견적.”

지금 이 순간부터 덤비는 놈은 무조건 죽여 마땅한 놈이다.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사장님. 납니다. 제가 수풀을 좀 흔들었으니까 그 새끼들 절대 놓치지 마세요.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예,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1팀 최종혁 경정입니다. 의뢰한 디지털포렌식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인터넷 검색 결과랑 사이트 가입, 모든 문자 내역…… 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사이트가 하나 나왔다고요?”

눈이 동그래진 종혁은 차를 향해 다급히 몸을 날렸다.

“사이트 주소가 어떻게 됩니까! 아니, 문자로 보내 주세요!”

한편 동료 교사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학교 뒤 흡연장으로 온 중년 교사는 얼른 핸드폰을 들었다.

“예, 예! 교, 교감 선생님! 저 홍이준입니다! 방금 전…….”

중년 교사는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했다.

“어쩔 수가 없었…… 죄송합니다. 예, 그럼…….”

허리를 굽실거리면서 하던 통화를 종료한 중년 교사는 이내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담배를 물었다.

“카악, 퉤! 씨발 어린놈의 새끼가…….”

마음 같아선 손수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그럴 힘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통화한 사람에겐 젊다 못해 어린 형사 따윈 충분히 묻어 버릴 힘이 있었다. 이제 종혁은 사건을 포기하거나 어디 시골 경찰서로 좌천을 당하게 될 터.

종혁이 바란 게 이것임을 모른 채 키득키득 웃던 중년 교사는 다시 침을 뱉으며 돌아섰다.

“쯧. 전근을 준비해야겠네.”

더 이상 이 학교에서 근무를 할 수 없을 테니 모든 걸 내려놓고 다른 학교로 가야 했다.

다만 빈 몸이 아니라 연락해 줘서 고맙다는 교감 선생의 두둑한 수고비와 함께 갈 것이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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