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24화 (324/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24화>

이후 여행은 별 탈 없이 진행됐다.

멘탈이 무너진 최재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분위기를 띄우려고 평소보다 더 오버하며 날뛰었고, 그래서 가족들도 별 의심 없이 휴가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출근을 하는 날.

종혁은 먼저 출근해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최재수의 등을 두드렸다.

“괜찮냐?”

“……예. 덕분에요. 아, 그보다 팀장님. 왕따 사건이랑 가보 절도 사건 있잖아요.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떨까요?”

뭔가 집착이 느껴지는 듯한 최재수의 눈.

종혁은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이런 과정을 겪으며 형사로서 단단해지는 것이기에 이번만큼은 말없이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때였다.

“충성-!”

사무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외침.

놀라 쳐다본 종혁은 눈을 빛냈다.

“경찰대학교 간부후보생도 강현석 외 두 명은 현 시간부로 본청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1팀에서 현장 실습을 명받았기에 이에 신고합니더! 충성!”

‘왔구나, 현석아.’

임시지만 드디어 왔다.

참 길었던 기다림.

종혁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   *   *

“여기가 본청 프로파일링수사과. 전국에서 용의자를 유추하기 힘든 사건들은 다 여기로 온다고 보면 돼.”

“오오.”

강현석들이 모던한 분위기의 사무실과 왔다 갔다 하는 수십 명의 사람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원래는 소속 수사원이 단 한 명뿐인 시범적인 곳이었지만 경찰 예산 증대에 과의 예산도 늘어나고, 범죄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나 FBI 등에서 프로파일러로 일하던 사람들도 특채로 스카우트하면서 이제야 수사과다운 면모를 갖춘 프로파일링수사과.

종혁도 꽤 많은 기부를 했더랬다.

“최 팀장, 무슨 일이야? 드디어 우리 과 오게?”

프로파일링수사과의 대장 권순호 경감이, 원래는 경사였지만 프로파일링수사과의 규모가 커지자 상부에서 특진을 거듭시켜 경감이 된 그가 눈을 빛내자 종혁은 웃음을 터트렸다.

“아뇨. 여기 생도들 현장 실습 때문에 본청 견학시키고 있습니다.”

“최 팀장이 직접?”

“제가 아는 애거든요.”

“추, 충성! 경찰간부후보생도 강현석!”

“어어, 그래요. 최 팀장에게 잘 배우도록 해요. 내가 아는 형사들 중 최 팀장만큼 잘난 인간도 없으니까.”

“예, 옛!”

“아, 최 팀장도 인사해. 저쪽이 이번에 우리 과로 현장 실습 온 간부후보생도들.”

“충성-!”

순간 사무실을 쩌렁쩌렁 울린 두 생도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종혁은 생도 신분임에도 많은 사건들을 해결하고, 수사 기법을 개발한 경찰대학교의 전설이기 때문이다.

“어우 씨. 깜짝아. 그래요, 반가워요.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걸 배워 갔으면 좋겠네요. 여기 대장님이 우리나라에서 프로파일링으로는 이거거든.”

“야, 최 팀장. 네가 그렇게 말하면 꼭 놀리는 것 같잖아.”

“에이, 또 왜 이러실까. 요새 안 풀리는 사건 있어요?”

“요새만 그렇겠냐. 만날 안 풀리지. 어후, 이 빌어먹을 놈의 사건들.”

“에고. 욕보십시오.”

“그래, 수고해. 아, 맞아. 최 팀장, 너 이번 경찰의 날 행사 때 어떻게 할 거야? 유도에 출전할 거야?”

“엥? 그걸 대장님이 왜 신경 써…… 또 내기하세요?”

“내기는 무슨! 고생하는 팀원들을 위해 과장들끼리 어?”

“에라이.”

본청뿐만 아니라 지방청, 지방서의 과장 및 팀장들 중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3만 원씩 모아 유도와 사격 대회의 우승자를 맞추는 회식비 내기.

판돈이 소소해 법을 위반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친목도모의 성향이 강해서 상부에서도 눈을 감아 주고 있다.

“몰라요. 갑니다.”

“최 팀장! 야!”

손을 흔들며 프로파일링수사과를 나선 종혁은 복잡한 표정을 짓는 강현석을 보며 피식 웃었다.

“왜? 경찰이 내기를 한다는 게 이상해?”

“……역시 우리 행님.”

“놔둬. 우리는 사람 아니냐라고 말하고 싶지만, 저걸 핑계로 정보 교류도 하는 거니까.”

“정보 교류?”

범인을 찾기 힘들어 미제에 빠지려는 사건들, 혹은 미제 사건들.

다른 지방에 혹시라도 단서가 있나 이야기를 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거다.

그리고…….

“그리고?”

“아니다.”

아직 현석이 알 일이 아니다.

“아, 뭔데 그럽니꺼!”

“넌 몰라도 되는 이야기야, 인마.”

보통 경찰서의 팀장급이면 경위 혹은 경감, 상부의 눈치를 잘 살펴야 하는 중간 간부다.

즉, 상부가 앞으로 적용하려는 일들을 미리 알아내고 대비를 하려는 거다. 그러면서 개선할 점에 대한 의견도 모으고 전달하는 등 여러 일을 하는 게 바로 경찰의 날 내기였다.

‘흠. 나도 이제 슬슬 참가하긴 해야 하는데…….’

지이잉! 지이잉!

“아, 잠깐만? 어, 재수야. 왜? ……아, 그래?”

순간 종혁의 목소리가 착잡해진다.

“알았어. 그래, 지금 내려갈게.”

전화를 끊은 종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행님, 무슨 일 있습니꺼?”

“……그래. 너희도 가는 게 좋겠네.”

“예?”

3학년 현장 실습인 생활안전계에선 접할 수 없는 일.

“따라와. 지방에 갈 테니까.”

종혁은 의아해하는 그들을 데리고 지방의 어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흐아아아! 은영아! 은영아아-! 어억!”

“아이고, 이 사람아!”

“놔요! 좀 놔아-! 어으으!”

사람들에게 붙잡혀 버둥거리며 오열하는 사십대 후반의 사내.

영정 사진을 향해 손을 뻗으며 발버둥 치는 그 처절한 절규에 최재수와 강현석, 타국에서 연수를 온 초임 경찰들의 낯빛이 굳는다.

“어으으! 으아아아!”

“삼촌 안으로 모셔! 얼른!”

“네, 네!”

“안 돼! 은영이 곁에 있어야 해! 이제라도 있어야 돼!”

난장판이 따로 없는 빈소 안으로 들어간 종혁은 스무 살 꽃다운 아가씨의 미소 가득한 영정 사진에 눈을 질끈 감으며 절을 올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후우.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희 은영이와는 어떻게…….”

“경찰입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

짜악! 짝! 짜악!

“팀장님!”

“행님!”

손을 든 종혁은 상주 대신 자리를 지킨 여성과 그 옆에서 씩씩거리는 이들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오택수도 허리를 깊이 숙였다.

“죄송합니다.”

“모두 저희의 잘못입니다.”

“당신들이…… 당신들이 그 새끼들만 잡았어도-! 우리 은영이 살려 내. 살려 내라고, 이 새끼들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고. 그만해요, 누나. 경찰분들도 몰랐다잖아요.”

“아아아아악!”

나가 보라고 손짓하는 장년인에게 다시 고개를 숙이며 빈소를 나선 종혁은 구석에서 자작을 하고 있는 정선경찰서 형사 앞에 앉았다.

“욕봤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형사의 얼굴도 멍이 들어 있다.

“뭘요. 그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부검을 했지만 자살로 판명되어 오늘 새벽 가족에게 인계된 그녀.

“아까 통화한 그대로입니다.”

학창 시절 동급생들에게 강간을 당한 걸로 추정되는 최은영.

“핸드폰에 문자가 남아 있더라고요.”

오랜만이야, 우리 걸X.

다시 학창 시절처럼 잘 놀아 보자.

읽기만 해도 토가 쏠리는 문자들.

보낸 이를 조사해 보니 최은영이 당시 재학했던 중학교의 교감 조카였다.

빠득!

“이, 이 개새끼들……!”

최재수의 눈에선 눈물이 터졌고, 종혁은 소주병을 입에 가져갔다. 오택수도 씁쓸히 웃으며 소주병을 땄다.

탕!

“푸후.”

“그런데…….”

정선경찰서 형사는 술을 들이켰다.

“최은영 씨 아버님이 이 사실을 모르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예?”

종혁이 도착하기 전 동료 형사에게 연락이 왔는데, 몇 년 전까지 최은영의 아버지가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해 왔다.

그래서 시기를 따져 보니 최은영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이후부터였다.

“그러다 최은영 씨가 서울로 상경한 이후부터 다시 경제 활동을 한 걸로 나오더군요.”

“아니…….”

종혁과 오택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릿속에서 그려지기 때문이다. 최은영의 아버지가 다시 경제 활동을 하게 된 이유가.

학창 시절 가출을 해 버린 딸.

아마 최은영의 아버지는 거기에 충격을 받고 다시 일을 하게 됐을 거다.

“명절이나 최은영 씨 생일에 최은영 씨의 아버지가 연락한 내역은 있는데, 최은영 씨가 전화를 받거나 먼저 연락한 기록은 없더라고요.”

그럼에도 최은영의 아버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을 거다. 이렇게 사과하고 또 사과하다 보면 언젠가 다시 딸과 함께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딸이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종혁은 그제야 이제라도 있어야 된다는 그 절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씨발이네, 진짜.”

종혁과 오택수는 남은 소주를 들이켰고, 벌떡 일어난 최재수도 소주를 가져와 들이켰다.

“다른 분들은 어떻습니까?”

“박오현 씨는 컴퓨터에 유서를 써 놓았더군요. 취업에 실패해서 미안하다고…….”

김수환은 막대한 빚을 지고 있었고, 김미자는 시간이 모자라 조사를 하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미자의 빈소가 바로 아래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김미자 씨 부모님이 이곳 분이시더라고요.”

순간 종혁의 머릿속에 올라오다가 본 장면이 떠올랐다.

“설마 그 조문객 없던 빈소가?”

불이 모두 켜졌음에도 조문객이 단 한 명도 없던 빈소.

“올라오는 길에 보셨나 보군요. 예. 거기에 안치되셨습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가야죠.”

이대로 남아 발인까지 지켜보며 사죄를 하고 싶지만, 지금은 눈에 안 보여 주는 게 예의다. 놈들이나 경찰이나 똑같이 보일 테니 말이다.

일어선 그들은 적의 가득한 시선들을 묵묵히 감내하며 아래층으로 향했다.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저희가 지켜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다른 가족분들은…….”

아무도 없는 빈소를 외로이 홀로 지키는 김미자의 어머니.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하세요. 그럼.”

참 많은 걸 말해 주는 씁쓸한 미소.

삶이 많이 굴곡졌는지 움츠린 어깨와 굽은 등 때문에 더 서글피 느껴진다.

오택수는 김미자의 어머니가 빈소의 휴게실로 들어가자 머리를 벅벅 긁었다.

“여기도 복잡하네.”

“씨발.”

이번에도 벌떡 일어난 최재수는 소주를 왕창 가져왔고, 종혁은 다시 무너지려는 그의 모습에 어깨를 두드리며 술을 따라 줬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폭음을 하던 최재수는 결국 취해 버렸다.

“진짜 왜 이러는데……. 사람이 이러면 안 되잖아……. 왜 내 일을 못하게 하는데! 왜! 왜에!”

우당탕!

버럭 소리를 치며 일어서다 취기를 이기지 못해 넘어진 최재수가 팔다리를 휘저으며 악을 지른다.

“……나와 봐. 내가 재울게.”

“부탁드릴게요.”

자리를 바꾼 오택수는 ‘그래, 이 새끼야. 그래.’하며 최재수의 가슴에 쌓인 걸 모두 토해 낼 수 있도록 다독였고, 종혁은 장례식장에 도착할 때부터 우울해했던 강현석을 툭 치며 일어섰다.

그렇게 장례식장 건물을 나선 종혁은 현석에게 담배를 내밀었다.

“좆같지?”

“……씨발이네요, 행님.”

사람이 너무 쉽게 죽는다.

종혁은 술기운 때문인지 결국 눈물을 터트리는 현석을 어깨동무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맛보기가 좀 세다, 그치?”

신고식도 아닌 고작 맛보기.

“이, 이게 진짜 현장입니꺼? 행님은 언제나 이 꼴을 봐 가면서 범인을 잡는 겁니꺼?”

“겨우 일부분이지.”

자살 사건은 수많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더 좆같은 거다.

“씨발. 존갱합니데이.”

종혁도 아버지 강철선도 모두 존경스럽다.

밖에서 이런 걸 겪고 다니는데 집에선 내색 한 번 안하는 게 너무 존경스럽다.

“씨발…… 이제 어떡할 겁니꺼?”

“어떡하긴. 여기서 시마이지.”

“예? 와예!”

“다른 서 사건이니까.”

종혁이 이번 일에 개입을 한다? 그건 정선경찰서, 같은 형사를 존중하지 않고 수사력을 의심한다는 뜻이다.

그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니…….”

종혁은 반박을 하려는 강현석의 모습에 씁쓸히 웃다가 장례식장의 건물을 빠져나오는 정선경찰서 형사에게 손을 흔들었다.

“여깁니다.”

“아, 여기 계셨군요.”

“어? 가시려고요?”

“예, 뭐. 박오현 씨와 김수환 씨 빈소도 들러야 하니까요.”

그리고 내일 아침까지 서로 복귀하려면 시간이 모자랐다.

“아니, 사건을 더 조사하시지 않으시고…….”

“어차피 이쪽으로 이관을 해야 되는데요, 뭘.”

괜히 사견을 붙여서 수사에 선입견을 주는 것보다는 이쪽 경찰서에서 처음부터 편견 없이 수사를 하게끔 하는 게 옳았다.

“맞는 말이긴 한데…….”

타살이 아닌 자살 사건이다.

전국에, 그것도 일개 경찰서에서도 이런 부류의 사건이 한 달에 몇 번, 몇 십 번씩 일어나니 사건을 인계받은 형사들이 제대로 조사해 줄지가 의문이다. 진행하는 사건들 중 맨 뒤로 미루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렇게 회의감을 표하는 종혁의 모습에 형사는 눈을 빛냈다.

“아니면 팀장님이 가져가시겠습니까? 듣기로 특별수사팀은 전국을 누빈다던데…….”

놀라 그를 봤던 종혁은 이내 피식 웃었다.

‘이래서 날 부른 거였구만?’

왜 굳이 이곳까지 부르나 했다.

“나중에 밥이나 한 끼 사십시오.”

순간 형사의 얼굴이 확 펴진다.

함께 슬퍼한 종혁이라면 더 심도 깊게 조사해 줄 터.

“하하. 언제든 연락만 하십시오! 내가 전국 제일 맛의 고장, 우리 강원도에 대해 제대로 알려 드릴 테니까! 그럼 그렇게 알고 내일까지 사건 정리해서 토스하겠습니다.”

“옙. 전 내일 그 두 분 빈소에 들를 테니 저 기다리지 마시고 돌아가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아, 맞아. 제가 먼저 알아야 할 거 있습니까?”

오늘 저녁 버스로 정선으로 돌아가 사건을 정리해 보낸다면 빨라도 내일 오후다. 사건을 맡기로 한 이상 몇 시간이라도 빨리 수사에 착수해야 됐다.

“아차차. 제가 이걸 말하지 않았군요. 김수환 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번호가 대포폰이었습니다.”

“대포폰이요? ……생애 마지막 통화인데?”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순간 형사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는다.

“통화 종료 시간이 최은영 씨와 박오현 씨, 김미자 씨의 사망 추정 시각과 20분도 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수면제 과다 복용 및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이 사인인 그들. 수면제 복용량을 생각하면 거의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통화를 했단 소리다.

거기다…….

“김수환 씨의 핸드폰이 네 명의 가운데에 있더군요. 마치 죽는 그 순간까지 모두가 함께 누군가와 통화를 했던 것처럼.”

종혁의 낯빛도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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