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23화>
촛불만 켜진 어둡고 고요한 방.
촛불 앞에 둘러앉은 네 명의 남녀.
-정말 이제 후회가 없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예, 없습니다.”
“없어요.”
잠시 흔들렸던 그들의 눈이 단단하게 굳는다.
-그럼 서로의 술잔에 술을 따라 주세요.
그들은 의아했지만 일단 카페장의 말을 따랐다.
의뢰를 하면서 카페장이 덧붙인 조건.
무조건 명령을 따라라.
그들은 생애 마지막 술,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산 소주를 서로의 잔에 따랐다.
-건배.
타다닥!
종이컵이 부딪친다.
“크.”
“크으.”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리지만, 그들이 느낀 마지막 술은 마치 맹물처럼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과 창문을 막아 주세요.
몸을 일으킨 그들은 공기가 드나들 만한 틈을 모두 박스테이프로 막았다.
지이익! 탁탁! 지이익!
미약하게나마 살 수 있었던 구멍을 스스로 막아 버리는 그들.
무서우면서도 후련하고 왜인지 섭섭한 감정이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정말 후회가 없습니까?
그들은 서로를 봤다.
그러자 너무도 자연스럽게 방금 전처럼 서로의 손을 잡았다.
어떤 결의가 그들의 눈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예. 없습니다.”
-……그럼 수면제를 복용하고 번개탄을 피워 주세요.
지이익 가방을 열어 다섯 개의 번개탄과 그 번개탄이 장판을 녹이지 않도록 따로 산 쇠그릇을 꺼냈다.
찰칵! 푸하아아악!
토치 불에 타들어 가는 번개탄.
연기가 피어오른다. 곧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 갈 연기가.
그들은 수면제를 꾸역꾸역 복용했다.
“수면제 먹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러면 우리 먼 곳으로 떠나기 전 자신이 왜 죽으려는 지 알아보죠. 약효가 돌 때까지 시간이 남았으니까. 김 씨부터 시작하실까요?
움찔!
몸을 움츠렸던 사십대 여성의 입술이 당황으로 달싹인다. 그러다 이내 체념하며 입을 연다.
가는 마당인데 가슴에 품은 한이 대수일까.
“난 남편을 죽인 쌍년이에요.”
모두가 놀라 김 씨를 본다.
개미 한 마리 제대로 죽일 수 없을 것처럼 청초한 외모에 여리 여리한 몸매에, 선글라스와 옷이 죄다 명품인 그녀.
무엇이 힘들어서 이곳까지 온 것일까 의문이었는데 너무도 엄청난 일이었다.
그녀는 마지막 남은 담배에 불을 붙이곤 천장을 아련히 올려다보았다.
“80년대. 공순이였죠. 오빠들 학비를 벌기 위한 공순이. 맨날 술 마시고 소리 지르고 폭력을 휘두르는 개새끼, 그렇게 얻어맞으면서도 찍소리 한 번 못 내고 아들만 위하던 불쌍한 엄마년. 드라마의 흔한 단골 소재 같은 삶이었어요.”
그러다 운명처럼 한 남자를 만났다.
가난한 의대생이었던 남편.
가진 거 쥐뿔도 없었지만 서로 사랑했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일생이 박복하던 년에겐 그 행복마저 사치였을까. 남편이 레지던트를 벗어나 정식 의사가 됐을 때 친구를 따라 도박장에 가게 됐다.
그리고 돈을 땄다. 당시 서울 외곽의 아파트가 6천만 원 정도였는데, 2천만 원이나 땄으니 엄청 딴 것이었다.
대가리에 든 거 없는 년이 그걸 또 남편에게 자랑했더랬다.
당연히 남편은 그녀를 다그쳤지만, 이미 돈의 유혹에 빠진 그녀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자신이 백만 원 뭉치를 턱턱 테이블에 올리는 걸 보곤 기겁을 하며 도박을 끊게 됐다.
그런데…….
“남편이 도박에 빠졌더라고.”
그녀가 처음 땄던 2천만 원이 문제였다.
그녀를 지독하게 다그쳤던 남편이 그 돈에 호기심을 느껴 도박장에 갔고, 집과 차 모두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거액의 빚을 졌다.
그리고 자살을 했다. 그게 벌써 4년 전 이야기다.
폐인처럼 살았다. 그러다 겨우 살아가려고 마음먹었는데…….
“날 도박에 빠트렸던 그 친구가 와서 그러더라고요. 일부러 그런 거라고. 날 도박장에 데려간 게 일부러 그런 거였다고.”
“……네?”
“미친!”
“부러워서였대요. 같은 공순이였는데 나만 혼자 잘사는 게 부러워서……. 개 같은 년.”
그녀를 도박장에 끌어들이고, 그걸 따지러 간 남편마저 도박에 빠지게 한 이유가 고작 질투 때문이었다.
당연히 신고를 했다.
하지만 친구는 고작 도박 알선 혐의만 받고 끝났다.
“그래서 이런 선택을 하기로 한 거예요.”
자신이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단 사실이 미안해서, 견디기 힘들어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었다.
“씨발! 그런 새끼는 확 찔러 버려야죠!”
“그럼 뭐해요. 남편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김 씨…….”
“우리 남자 김 씨는요?”
지난 일주일 카페장의 명령에 연인처럼 지냈던 박 씨의 동정 어린 시선을 외면하며 삼십대 남자 김 씨를 바라봤다.
“전 빚이 한 5억쯤 돼요.”
“그렇게나요? 왜요?”
“뭐, 꽃뱀에게 대차게 물렸죠. 내 애까지 가졌다고 해 놓고……. 씨발년.”
담담하기에 더 아프게 느껴진다.
“그 마지막 한 모금 제가 빨아도 돼요?”
“그럼요. 자요.”
“감사합니다. 스으읍. 후우우. 그럼 박 씨는요?”
“전…… 음.”
순간 눈앞이 아찔해진다.
그건 박 씨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슬슬 약효가 도는 거다.
“큼. 취업 문제 때문이에요. 그래도 나름 머리가 좋아 좋은 대학도 나오고, 공익이지만 군대도 다녀왔는데 서류 통과가 안 되더라고요.”
124번. 서류 심사에서 탈락한 숫자다.
“울 아버지, 나 어렸을 때 엄마 잃고 나란 새끼 어떻게든 잘 키워 보겠다고 집도 사글세로 옮겼는데…… 그래서!”
박 씨는 환하게 웃었다.
“더 이상 아버지를 힘들게 하느니 세상에서 사라져 주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다음! 우리 막내 최 씨! 우리 최 씨 몇 살? 이젠 말해 줄 거지?”
“푸후.”
힘이 빠진, 아니 이젠 의도하지 않아도 힘이 빠져 버린 몸에 웃음을 흘린 최 씨는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폈다.
“스무살이에요. 뭐, 저도 여러분과 비슷해요.”
어렸을 적 엄마가 교통사고 돌아가신 후, 그 충격으로 삶의 의지를 잃고 술만 마시던 아버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스스로 살아남아야만 했다.
정말 지독히도 가난하고, 힘들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것도 사십대인 아버지가 멀쩡하게 살아 있으니 어디서 도움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살던 어느 날, 일진들에게 강간을 당했다.
“뭣?!”
“내가 겁나 만만했대요.”
그렇게 잔인하게 유린을 당했다. 사진까지 다 찍혀서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그래서 학교를 관두고 서울로 도망을 쳤다.
“공부를 하자. 공부로 성공하자. 내가 살길은 공부뿐이다.”
낮에는 검정고시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밤에는 알바를 하며 결국 나름 좋은 치과대학에 붙었다.
“이제 성공 시작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 개새끼들이 친구 미니홈피를 보고 찾아왔더…… 라고요.”
순간 힘이 훅 빠지며 감기는 눈.
당황해 사람들을 보니 모두 어느새 눕다시피 하고 있다.
최 씨는 배시시 웃었다.
“다시 잘해 보재. 성공하고 싶었는데…….”
털썩.
결국 누워 버린 최 씨는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이런 선택을 한 거다. 놈들에게 벗어날 수 없으니까. 이런 삶을 이어 가 봤자 의미 없으니까.
“아, 다 말하니까 후련하다! 카페장님! 다들 자는 것 같은데 나도 이만 잘게요! 빠빠이!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최은영 씨, 김수환 씨, 김미자 씨, 박오현 씨.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시고 다음 생엔 좋은 부모 밑에서 부자로 태어나시길……. 잘 자요.
“안녕히 주무십시오!”
“잘 놀다 간다! 좆같은 세상아!”
버둥거리며 마지막 힘을 낸 그들은 매캐한 탄내를 깊게 마시며 눈을 감았다. 그와 동시에 몽롱하게 풀리며 점점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의식.
‘이제 가는구나.’
저 멀리서 빛이 비추는 것 같음에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 * *
아침이 되자 종혁과 형사들은 따로 호텔을 빠져나와 정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제 재밌었지?”
“엄마가 다음에도 또 오자고 하더라.”
솔직히 상상 이상이었던 카지노.
도박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이들조차도 어제의 경험은 평생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인상 깊었다.
마치 원시인이 핸드폰을 접한 것 같았던 충격.
대부분 밤새 카드와 룰렛이 눈앞을 아른거려 혼이 날 정도였다.
소액이라도 딴 사람들은 더 그랬다. 그에 절로 ‘다음에 또 와 볼까?’라는 생각이 드니,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되면서 경각심이 드는 그들이었다.
그래도 굉장히 재밌어서 다들 얼굴이 밝았다.
종혁만 빼고 말이다.
“푸흐흐.”
종혁은 옆에서 얄밉게 웃는 최재수를 보며 진심으로 고민했다.
‘이걸 확 패?’
“……쯧.”
패자는 유구무언. 블랙잭에서 무려 50만 원이나 잃은 종혁은 이 놀림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 홀덤이나 포커였으면 내가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딜러가 아니라 플레이어들끼리 승부하는 게임들. 매의 눈이 얼굴 및 신체 변화를 모두 잡아낼 테니 분명 날아다닐 수 있었을 거다.
그러나 그걸 깨닫는 게 늦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내가 다신 카지노 오나 봐라.”
“푸하하하핫!”
“에라이!”
종혁은 결국 팔을 휘둘렀고, 다급히 피한 최재수는 오택수의 뒤로 숨었다. 그걸 보며 부르르 떨던 종혁은 이내 몸을 돌렸고, 일행들은 숨죽여 웃었다.
“팀장님!”
“왜요?!”
“그런데 저희 어디 갑니까?”
어떤 형사의 질문에 종혁과 김판호의 낯빛이 살짝 굳는다.
“밑바닥까지 떨어진 놈들이 가는 곳.”
어느덧 정선카지노 아래에 형성된 마을에 도착한 종혁과 김판호는 동시에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명심하세요. 저긴 한 번 발을 들이는 순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늪입니다.”
전당포.
한 번이라도 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인생 막장이 예약되며, 가진 재산을 비롯해 부모, 형제를 다 팔아먹게 만드는 곳.
전당포들은 이렇게 항변할지 모른다.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그저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준 것뿐이라고.
개소리다.
저렇게 쉽게 돈을 빌려주는 곳이 있기에 도박 중독자가 양성되는 거다. 물론 그렇다고 도박 중독자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지만 말이다.
의지박약에 인생막장. 인간이 아닌 괴물. 그게 도박 중독자다.
“뭐, 뭐야. 전당포가 왜 이렇게 많아? 한 집 걸러 하나인 수준이잖아!”
“씨발?”
이제 저곳에서 도박 중독자들에 대해 배우게 될 거다.
그래야 후에 도박꾼들을 잡을 때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어제 연락을 해 놨으니 들어가죠.”
“정신 단단히 챙겨…… 응?”
삐용삐용!
빠르게 달려오는 경찰차를 피한 둘은 이내 낯빛을 굳혔다. 경찰차의 뒤로 구급차들과 과학수사대의 차가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혁을 비롯한 일행들은 반사적으로 서로를 바라봤다가 다급히 과학수사대 차량의 뒤를 쫓았다.
사건이었다.
마을 외곽의 한 모텔.
그 입구에 폴리스라인이 쳐지고 흰 천에 덮인 시체들이 옮겨진다. 그런 그들을 망연자실 쳐다보는 모텔 주인과 구경 나온 사람들.
“더 들어오지 마세요.”
경찰이 사람들을 뒤로 밀치고, 때마침 도착한 종혁이 그들에게 다가간다.
“멈추세요. 더 이상…… 헉! 추, 충성!”
“후욱! 훅! 무슨 사건입니까?”
“자살 사건으로 추정됩니다.”
“자살?”
“뭐…… 이곳 정선에선 일상이죠.”
자살이 일상이란 말에 낯빛이 딱딱하게 굳은 종혁과 김판호는 당연하다는 듯 통제선 안쪽으로 들어가 구급차로 다가갔다.
“사망 추정 시각이 언제입니까?”
“대략 어젯밤 10시쯤이고,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됩니다. 번개탄을 피웠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구급대원이 혀를 차는 모습은 꽤 이질적이었다. 마치 이런 상황을 수없이 봐 온 사람처럼 덤덤했기 때문이다.
‘정선이 지랄이긴 지랄이라더니…….’
강원도 정선. 도박에 빠져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빚을 감당할 수 없어 끝내 해선 안 될 선택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곤 생각 못한 종혁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시신 상태 좀 확인하겠습니다.”
“아, 예.”
순순히 비켜서는 구급대원을 향해 고맙다고 고개를 끄덕여 준 종혁은 흰 천을 걷었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어?”
마치 평온하게 잠을 자다 먼 곳으로 떠난 듯 미소마저 짓고 있는 여성.
“뭐여? 왜 그려, 최 팀장?”
김판호의 말을 무시한 종혁은 다급히 옆 구급차에 실리는 다른 시신을 확인했다.
“지랄!”
종혁은 다급히 모텔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그건 뒤 이어 시신을 확인한 최재수도 마찬가지였다.
“뭐여! 다들 왜 그려! 뭔디-! 씨발, 우리도 올라가!”
뒤에서 김판호가 무슨 말을 하든 들리지 않는 종혁은 날다시피 계단을 올라가 사건 현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고 했다.
“잠깐! 당신들 뭐야!”
혼이 반쯤 나간 종혁을 막아 세우는 형사.
종혁은 그제야 아차 하며 경찰공무원증을 보여 줬다.
“본청 특별수사팀 최종혁 경정입니다.”
그 순간 종혁의 콧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매캐한 냄새. 그리고 형사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사건 현장, 밀봉이 되듯 테이프가 붙여진 창문.
“이, 이거 정말…….”
타다닥 뒤이어 달려온 최재수가 형사를 붙들며 간절히 외친다.
“자살 아니죠?! 아닌 거 맞죠?!”
자살이면 안 된다.
그러면 안 된다.
절규하듯 외치는 최재수의 모습과 다시 혼이 나가려는 종혁의 모습에 형사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이거 서로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 * *
“……그렇게 된 거였군요.”
“예.”
종혁의 설명을 들은 사람들이 눈을 질끈 감는다.
종혁도 울컥 솟는 슬픔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저 웃음을 지키자고 말했는데 지키질 못했다.
‘이건 너무하잖아. 지킬 시간은 줬어야지…….’
지랄이었다.
“허, 그런 우연이……. 으음. 거 본청 팀장님은 모르시겠지만, 아마도 그건…….”
“먼 곳으로 떠나기 전 미련을 털어 버리기 위한 의식 같은 행동이었겠죠.”
자살을 마음먹은 사람들의 주변 정리.
미리 알아차렸으면 저들의 선택이 달라졌을까. 망치로 두드리듯 가슴이 아프다.
“마지막 가는 길은 어땠습니까.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서로의 손을…….”
형사는 담배를 물었다.
“꽉 잡고 있더군요. 떼어 내는 데 애를 좀 먹었습니다.”
“……정말 지랄이네요. 씨발.”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형사는 종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일단은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 같기는 한데 자세한 건 조사가 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가족이나 지인, 혹은 서로 아는 사이로 치기엔 구성이 좀 이상하다. 이십대부터 사십대. 연령대부터 공통점이 없다.
“감사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뭘요. 형사 마음을 형사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힘내요.”
종혁은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다시 어깨를 두드린 형사는 현장을 떠났다.
씁쓸히 웃은 종혁은 감식이 모두 끝난 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번개탄을 피운 흔적 앞에 무너져 오열을 하는 최재수가 있었다.
“가자, 재수야.”
“아니, 왜! 왜-! 아무리 힘들어도 살려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 왜-! 내가 지켜 주려고 했는데-!”
종혁이 하고 싶은 말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건 남겨진 자의 생각일 뿐.
삶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는지는 자살한 사람들만 알 것이다.
“하, 씨발. 진짜 힘드네.”
이번만큼은 종혁도 피곤했다.
* * *
환한 모니터 불빛만이 어둠을 물리는 방.
달칵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가 나며 모니터가 하나의 기사를 띄운다.
강원도 정선, 한 모텔에서 집단 자살.
“……정말 죽었네.”
감정을 알 수 없는 나지막한 중얼거림.
목소리의 주인은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다.
함께 자살할 사람 구합니다.
자살을 하고 싶습니다.
자살을 같이해 줄 분 계시나요?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게시글들.
“참 많구나. 너무 많아…….”
키득 웃음소리가 방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