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20화>
“이런 씨발. 이 더운 날에 감히 누굴 오라 가라야!”
이른 아침, 씩씩거리며 본청의 입구를 넘는 비싼 정장을 입은 배불뚝이 장년인.
‘그렇지. 덥지. 더우니까 여름이지.’
“하아암.”
입구의 경비를 맡고 있는 박 순경은 오늘도 평소와 같은 풍경에 하품을 내쉬다 아차 하며 재빨리 허리를 폈다.
그러며 슬그머니 입구를 봤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응?”
웬 허름한 행색의 장년 여성이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왜인지 스쳐 지나가는 사람 같지 않은 느낌.
정말 그렇다는 듯 차량 통행 입구의 정중앙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기도하듯 양손을 모은다.
“어? 어어어?”
다급히 달려간 박 순경은 재빨리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어서 일어…….”
“놓아라, 이 사탄의 주구야!”
“우왁?!”
황급히 물러난 박 순경이 당황하던 순간이었다.
다시 무릎을 꿇는 장년 여성의 옆에 다가선 허름한 차림의 이십대 남성이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으며 기도하듯 양손을 모은다.
그리고 이번엔 삼십대 여성이 그 옆에 선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불신자들은 정 집사와 교인들을 석방하라!”
“석방하라-!”
“미, 미친!”
박 순경은 이쪽을 향해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에 눈을 부릅떴고, 그들의 선두에 선 목사는 입술을 비틀었다.
본청이 뒤집혔다.
“불신자들은 정 집사와 교인들을 석방하라!”
“석방하라! 석방하라-!”
“성녀님들을 내놔라, 이 불신자들아-!”
시끄러운 소리에 본청 건물 입구에 몰린 형사들이 눈을 비빈다.
“와, 씨발. 저게 뭐야. 내가 지금 환각을 보는 거 아니지?”
“저거 허가받은 거야?”
“어떤 미친 새끼가 본청 앞에 집회 여는 걸 허가해 줘?!”
“아, 어떤 새끼가 저 염병할 것들을 불러온 거야?”
“최 팀장이라던데? 요새 사이비 어쩌고저쩌고하던데…….”
“사이비? 에이, 아니겠지.”
눈에 뵈는 거 없는 기독교 이단 종파라면 모를까 사이비가 어찌 감히 경찰 본청 앞에서 저런 시위를 하겠는가. 아니, 걔들도 웬만하면 시청이나 광화문 광장에서 한다.
“사이비 맞습니다.”
“억! 최 팀장!”
“하! 와, 저 새끼들 사이비 맞아요. 와아.”
혹시라도 환각을 보고 있는 것일까 눈을 비벼 봤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이 새끼들이 집단으로 움직일 줄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집단으로 움직이도록 스텝을 밟았지만, 감히 수십만 경찰 조직의 심장이자 머리인 본청 앞에서 저딴 걸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최 팀장, 너 쟤들한테 뭐 책잡힌 거 있냐?”
“예. 뭐 교인 몇 명에게 바람구멍 좀 냈습니다.”
“그거네! 저 새끼들 우리가 더 이상 험하게…… 어어? 저거 방송국 차 아냐?”
종혁은 얼굴을 구겼다. 그마저도 작전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아, 씨발 진짜…….’
띠리링! 띠리링!
갑자기 울리기 시작한 핸드폰을 본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 청장님.”
-올라와.
“끄응. 예.”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무리의 선두에 서서 크게 외치는 목사를 어이없다는 듯 응시하다가 이를 갈며 돌아섰고, 그걸 힐끔 본 목사는 속으로 환하게 웃으며 열변을 토했다.
“우리 모두 지금도 억울하게 붙잡혀 고통받고 있는 우리들의 형제자매들을 위해 기도를 올립시다! 하나님 아버지…….”
무릎을 꿇은 목사가 기도를 올리자 교인들도 다급히 무릎을 꿇으며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방송국 카메라에 찍히기 시작했다.
* * *
“푸후우.”
“후우우.”
본청의 대회의실.
단상에 선 종혁이 머리를 박고 있고, 객석에 앉은 경찰 고위 간부들이 담배 연기를 뿜으며 헛웃음을 터트린다.
“어이, 최 팀장. 지금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정말 예쁜지 알지?”
“미쳤어? 감히 저딴 새끼들을 회사로 끌고 와?! 이거 어떡할 거야! 다리도 하나 들어, 새끼야!”
방송을 타지 않았으면 모르되,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
경찰이 전 국민 앞에서 망신을 당한 거다. 아니, 지금도 실시간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최 경정.”
“경정 최종혁!”
“일어나.”
이택문의 나지막한 말에 종혁은 재빨리 몸을 일으켰고, 이택문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의도했어, 안 했어?”
종혁은 뜨거운 한숨을 뱉어 냈다.
“조직적인 움직임은 의도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쏜 거다. 저들이 눈을 뒤집고 달려들도록.
“뭐야?!”
“너 이 새끼! 지금 그것 때문에 진압하지 못하는 거 알아, 몰라!”
총 4명이 검거 중 총을 맞은 것 때문에 지금 언론이 난리다.
여기서 저들을 또 건드린다? 이택문부터 목이 날아간다.
하지만 쓸데없이 이런 짓을 벌일 종혁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이택문이기에 그는 침착한 모습으로 되물었다.
“조직적인 움직임을 이끌어 내려던 이유는?”
“싹 죽여, 아니 쓸어버리기 위해섭니다.”
“하! 그렇다고…….”
“그리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섭니다!”
“……가이드라인?”
분노와 짜증으로 차 있던 고위 간부들의 눈이 누그러지며 호기심을 머금는다. 눈을 빛낸 종혁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범죄 행각을 벌이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종교의 자유라는 명목 때문에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 않습니까.”
어디 그뿐인가. 범죄 사실이 밝혀져 검거를 한다고 해도 저런 교인들이 눈을 뒤집고 달려드니 결국 석방이나 솜방망이 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 사이비 교단을 해체시켜도 끝까지 신앙을 잃지 않은 교인이 사회의 독버섯이 된다.
그런 그들에게 보복을 당한 경찰이 어디 한두 명이던가.
“그래서 이 방법이 일망타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예, 그렇습니다.”
“이후 계획이 짜여 있단 소리군.”
“청장님!”
왠지 봐주려는 듯한 모습에 반발하려는 고위 간부들을 향해 손을 들어 진정시킨 이택문은 종혁을 봤고, 종혁은 씩 웃었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사이비, 이단 사건들은 검찰이 아니라 우리 경찰의 수사가 더 확실하다는 걸 증명하겠습니다.”
‘검찰?’
‘호오?’
검찰이란 단어에 눈을 빛낸 고위 간부들의 표정이 완전히 누그러들었고, 그 분위기를 살핀 이택문은 입술을 비틀었다.
“그래. 경찰로서 감히 공권력에 도전을 한 놈들을 가만둘 수 없지. 그 전에 하나 묻지.”
“목사라는 교주를 검거할 범죄 증거는 다 확보했습니다.”
그 말에 고위 간부들의 입술도 비틀어진다.
그렇다면 문제가 없다.
이택문은 다 타들어 간 담배를 재떨이에 비비며 일어섰다.
“뭐해. 나가서 박멸해.”
“충성!”
거수경례를 한 종혁은 대회의실을 빠져나왔고, 그 앞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 다급히 달려들었다.
“뭐래!”
“야, 또 징계냐?”
특별수사팀, 특수범죄수사과, 광수대, 마약대 등 본청 형사들이 걱정 어린 표정을 짓자 감동을 받은 종혁은 목을 꺾었다.
“연장들 챙기세요. 오늘 한국에서 사이비 하나 지웁니다.”
* * *
‘흐흐흐.’
목사는 건물을 나오지 못하는 경찰들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래야지.’
제아무리 흉기를 들었다지만, 일반인이 경찰이 쏜 총을 맞았다. 그것도 무려 4명이.
목사의 머릿속엔 감히 본청 앞에서 불법 집회를 해도 경찰이 절대 건드리지 못할 거라는 견적이 나온 상태였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최대한 크게 지를 수밖에 없는 판이다.
‘됐어.’
방송국 카메라를 힐끔 본 목사는 씩 웃었다.
전국적으로 방송에 타고 있을 테니 이제 교인들이 폭증할 터. 그럼 새진리 아브라함의 지주도 이제 다른 이단 종파들처럼 양지로 나설 수 있는 거다.
이단임에도 그 성세가 너무 커 경찰이 건드리지 못하는 교단들.
더 많은 교인. 더 많은 헌금. 더 많은 신앙.
그럼 목사 자신은 이제 그들처럼 진짜 신이 되는 거다. 그것도 경찰을 이긴 신이.
‘그러려면…….’
“어? 저기?”
웅성웅성.
교인들의 시선을 따라 몸을 돌린 목사는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종혁을 발견하곤 비릿하게 웃었다.
거의 백여 명의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나왔지만 목사는 결코 겁먹지 않았고, 도중에 멈춘 종혁은 확성기를 들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지금 당신들은 불법으로 도로와 국가 소유의 토지를 점거하고 있습니다. 해산하세요.
경직된 목소리에 목사의 얼굴에 푸근함이 깃든다.
“당신들 불신자들이 데려간 우리 형제자매들을 석방한다면 우린 언제든 물러갈 겁니다!”
“옳소!”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석방시켜라-!”
“내 딸을 내놔-!”
-그들은 중대한 범죄 사실이 밝혀져 구금하고 있는 겁니다! 범죄자를 내놓을 순 없습니다!
“범죄자라니요! 그들은 하늘의 뜻을 따랐던 신실한 신도들일 뿐입니다! 당신들의 잣대로 판단하지 마세요!”
“옳소-! 아멘-!”
-무슨 소립니까! 당신들은 대한민국의 시민입니다!
시민인 이상 대한민국의 법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건 당신도 마찬가집니다, 서송경 목사! 집회를 해산하고 순순히 수갑을 차세요!
“닥쳐라, 이 사탄의 주구야!”
“꺼져라!”
“와아아아아!”
목사는 환호성을 지르는 교인들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종혁을 비웃었다.
‘어디 백날 그렇게 해 봐라.’
어차피 이 집회는 그 어떤 폭력도 없이 평화적으로 끝날 거다.
즉, 경찰이 강경 진압을 할 명분이 없다. 그럼 길어도 3일이면 정관우와 예비 성녀들을 데리고 나올 수 있을 터.
그런데…….
-스스로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지칭하는 서송경 목사! 자수하세요! 지금이 기회입니다!
‘음?’
순간 뭔가 거슬렸던 목사는 이내 무시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종혁의 말에 그는 기겁을 했다.
-스스로를 하나님의 아들…… 어? 그런데 하나님의 아들은 예수님 아니에요?
-당연하지. 당연히 예수님이지. 저 씨발 새끼 봐라?
-그럼 저 사람은 뭐예요? 자기가 예수야?
‘어? 자, 잠깐?’
그는 다급히 교인들을 봤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 교인들.
이건 뭔가 아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어? 아, 미안합니다. 제가 종교에 대해 잘 몰라서. 아무튼 자칭 하나님의 아들이신 서송경 목사님! 연약한 여성을 강제로 감금하고 세뇌해 결국 참담한 짓을 범하신 범죄자님. 그냥 자수…….
“이 개새끼야-!”
‘억?’
순간 하늘을 꿰뚫는 외침.
다급히 고개를 돌렸던 목사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저, 저놈은 또 누구야?!’
난생처음 보는 청년이 벌떡 일어나 씩씩거린다.
그런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청년의 손에 칼이 들려 있다. 그것도 시퍼런 사시미칼이. 분명 무기가 될 만한 건 가져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아, 아니 잠…….”
“우리의 메시아 목사님을 욕하지 마라, 이 씨발놈아-! 으아아아아아!”
종혁을 향해 달려드는 청년.
“어? 어어어?”
마찬가지로 당황해 주춤 물러나던 종혁은 다급히 손바닥을 휘둘렀다.
쩌억! 부웅!
옆으로 튕겨져 나간 청년과 순간 주변에 내려앉는 침묵.
-아, 씨발 깜짝아. 뒤지는 줄 알았네. 이런 씨발. 별 개거지 같은 사이비 새끼가…….
목사님을 욕되게 하는 말과 눈앞에서 얻어맞은 형제와 사이비란 단어.
뚝!
교인들의 머릿속에서 당겨져 있던 이성이란 끈이 그대로 끊겨 버렸다.
“으아아아아아!”
“저 새끼 죽여 버려-!”
“이 사탄의 주구야!”
“아, 안 돼!”
목사는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반면 튕겨져 나간 청년, 아니 몸을 웅크린 채 안 보이게 엄지를 치켜드는 흥신소 직원을 보며 잘했다 표정으로 칭찬하던 종혁은 눈을 뒤집고 달려드는 교인들을 보며 씩 웃었다.
“보셨죠? 이거 분명 우리가 먼저 한 거 아닙니다. 저놈들이 먼저 시작한 거예요?”
“아, 씨발! 암튼 또라이 새끼!”
“아따 오늘 선지 좀 뽑겠구만!”
야구방망이 등으로 어깨를 두드리며 사납게 웃는 형사들.
종혁도 주먹을 꽉 쥐며 앞으로 발을 성큼 내디뎠다.
“싹 다 쓸어버립시다!”
“조져!”
“우아아아아!”
사이비와 경찰들 간의 격투가 전파를 타고 전국에 방영되었다.
* * *
새진리 아브라함의 지주 교인 총 544명과 형사 백여 명, 경찰 병력 수백 명.
결과는 당연히 경찰들의 압승이었다.
“아악! 놔라, 이 사탄의 주구야!”
“목사님께서 너희들에게 천벌이 내릴 것이야-!”
악을 지르며 끌려가는 교인들.
그런데…….
“어? 씨발. 이 교주 새끼 어디 있어?”
“뭐야. 없어? 야, 종혁아! 최 팀장! 이 교주 새끼 없는데!”
몸이 굳은 형사들이 바라보자 종혁은 씩 웃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예, 오 경감님. 차 빼놨어요? 예, 시궁쥐 출발했네요. 뒤쫓읍시다.”
형사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시발! 시발!”
경기도 어느 외곽 작은 창고.
도망치듯 택시에서 내린 목사가 다급히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가 2층의 복도 가장 안쪽의 잠긴 문을 따고 들어간다.
벌컥!
그 순간 그를 반기는 시체 썩는 냄새보다 더 지독한 냄새와 파란 부직포가 덮어진 커다란 무언가.
부직포를 휙 젖히니 산처럼 쌓인 5만 원과 만 원 뭉치들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누가 봐도 심장이 멎을 정도로 엄청난 풍경이지만 목사는 오히려 눈물을 흘렸다.
“이걸 어떻게 모은 건데…….”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목사는 5만 원권과 10만 원권 수표만 따로 가방에 챙겨 일어섰다.
나머지는 나중에,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아주 나중에 다시 찾으러 와야 할 터.
찢어지는 가슴을 추스르며 부직포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 그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꺽?!”
그대로 얼어 버린 목사.
사무실 문에 몸을 기대고 있던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할룽?”
“와, 씨발. 저게 다 얼마야?”
“웩! 내, 냄새가 왜 이렇게…….”
“원래 돈 썩는 냄새가 시체 썩는 냄새보다 독해.”
“아, 아니…… 대, 대체…….”
“대체 어떻게 여길 찾았냐고? 미행한 거냐고?”
그 말에 멍청하게도 고개를 끄덕이는 목사.
“에이, 굳이 미행까지 할 필요가 있나.”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저은 종혁은 목사가 들고 있는 가방을 가리켰다.
“몰랐어? 그거 내가 준 가방이잖아. 이야, 너 성실하더라. 어떻게 받자마자 바로 여기로 돈을 가져오냐?”
“……아?”
멍하니 들고 있는 가방을 본 목사.
자세를 푼 종혁은 손가락을 까딱였다.
“처맞고 수갑 찰래, 아니면 그냥 수갑 찰래? 난 뭐든 좋아.”
상큼하게 웃는 종혁의 모습에 목사는 고개를 푹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