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19화 (319/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19화>

    꺄아아아!

    와아아아!

    한여름의 땡볕이 쏟아지는데도 사람들로 가득한 용인의 놀이공원을 걷는 종혁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맺힌다.

    -지랄 맞네, 진짜.

    동감이다.

    그렇게 바꾸려 노력을 했음에도 경찰은 아직도 믿지 못할 존재인가 가슴이 답답해지면서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을 약속 장소로 잡은 여성의 조심성에 칭찬을 하고 싶다.

    ‘엄마가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냈다던 친구분의 딸이 도망친 예비 성녀를 보호하고 있었을 줄이야…….’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게 이런 말인가 싶었다.

    “아, 도착했네요. 끊습니다.”

    종혁은 벤치에 앉아 있는 흥신소 직원과 두 명의 여성을 보며 걸음을 늦추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두 명의 여성 중 한 명의 발이 바깥으로 향해 있다.

    분명 직원이 잘 설득해서 데려왔다고 했음에도 두 눈이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언제든 도망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 형사님!”

    직원이 외치자마자 몸이 크게 흔들리더니 종혁의 주변을 다급하게 살피는 여성.

    “형사님, 이쪽이…….”

    입술을 깨문 종혁은 여성을 향해 허리를 깊게 숙였다.

    “저희 경찰이 믿음을 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치 시간이 얼어붙어 버린 것처럼 굳어 버린 여성.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본청 특별수사팀 최종혁 형사입니다. 이유리 씨 되십니까?”

    “……흐윽!”

    여성, 이름조차도 예쁘게 타고난 이유리의 눈에 설움과 안도의 눈물이 차올랐다.

    종혁의 사과가 마음을 움직인 건지 그들은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게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도 여전히 믿지 못해 두 눈이 쉴 새 없이 움직이던 그녀가 어렵사리 꺼낸 말은 종혁의 혈압을 터트리기에 충분했다.

    ‘부모가 자식을…….’

    빠득!

    그러면 안 되는 거다.

    그래선 안 되는 거다.

    “낙인…….”

    빠드득!

    “그, 그래서 그 화원이라는 곳에서 강제로 교육을 받는다는 겁니까?”

    “저, 정 집사가 그렇게 해요!”

    새벽에 일어나 목욕재계를 하고, 목사의 자서전을 앞에 둔 채 기도를 한다. 식사 후 자서전을 읽고, 강제로 성교육을 받는다. 어떻게 하면 목사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여성으로서의 스킬을 익힌다.

    “정관우 이 개…….”

    빠드드득!

    움찔!

    이유리는 핏발이 선 종혁의 눈에 무섭기보단 더 큰 안도를 얻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입이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그리고 거기가 어디냐면…….”

    종혁은 이어지는 말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옮긴 거였군.’

    이유리가 도망을 치자 숙소를 옮긴 것 같다. 정관우를 미행하지 않았더라면 낭패를 볼 뻔했다.

    이야기를 계속 경청하던 종혁은 어떤 말에 눈을 빛냈다.

    “잠깐만요. 두 명의 여성이 더 강제로 잡혀 있다는 겁니까?”

    “정확히는 체념한 거예요. 빠져나갈 길이 없으니까. 저처럼 부모에 의해…… 바쳐져 버렸으니까……. 그, 그래서…… 그래서!”

    이유리는 종혁의 손을 덥석 잡았다.

    “형사님! 그 사람들도 구해 주세요!”

    악마에게 사로잡힌 동생, 언니.

    그 지옥에서 도망치라고 등을 떠밀어 준 불쌍한 사람들.

    “제바알-!”

    종혁은 몸을 크게 들썩이며 애원하는 그녀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빠득 소리와 함께 입술을 삐져나온 한 줄기의 피.

    “예. 모두 구해 드리겠습니다.”

    또한 이유리의 삶을 지옥으로 만든 모든 인간을 용서할 수가 없다. 정 집사, 박 권사, 목사, 그리고 그 외 교인들 모두 인간의 법도대로 지옥을 겪게 할 것이다.

    “그러니 아주 조금만 더 참아 주십시오.”

    지금까지 참고 견뎌 온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눈을 감고 숨어 줬으면 했다. 그 눈을 떴을 때 괴롭힌 모든 것이 사라진 맑고 푸른 하늘만 볼 수 있도록.

    “아…… 흐윽! 흐어어어엉!”

    주먹을 꽉 쥔 종혁은 이유리의 친구에게 몸을 들썩이는 이유리를 달래 달라 눈짓을 보내곤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들었다.

    “어어어엉!”

    친구의 따뜻한 손길에 더 크게 우는 이유리.

    “예, 오 경감님. 견적 떴습니다.”

    이젠 굳이 주말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시작합시다.”

    새진리 아브라함의 지주를 떠올리는 종혁의 눈이 살의를 머금기 시작했다.

    *   *   *

    퍽!

    “윽!”

    날아오는 커다란 가방을 가슴으로 받은 정관우는 가방을 던진 종혁을 봤다가 흠칫 놀랐다.

    마치 찢어 죽일 듯 노려보는 눈과 금방이라도 얼굴을 뭉개 버릴 듯 핏줄이 선 커다란 주먹.

    정관우는 목구멍이 튀어나오려는 웃음으로 꿀렁인다.

    “용무 끝났으니까 꺼지쇼. 더 이상 당신 면상을 봤다간 죽여 버릴 것 같거든.”

    “흐. 예, 그럼 수고하세요.”

    경찰을 통해 돈과 함께 더 이상 괴롭히지 말란 메시지를 전한 외조카 조우선.

    원하던 돈을 품에 안았는데 저런 위협이 눈에 들어올까. 그의 입가에선 웃음만 흘러나왔다.

    ‘이렇게 쉽게 내놓을 것을…… 쯧쯧.’

    “어이, 정관우 씨.”

    “예?”

    “또 봅시다.”

    피식 웃은 정관우는 대답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특별수사팀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그걸 빤히 보던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어, 세라야. 이유리 씨는 좀 어때.”

    타워팰리스로 피신시킨 이유리.

    “그래, 고맙다. 조금만 더 케어해 줘.”

    그렇게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서랍을 열어 방검복과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건 오택수와 최재수도 마찬가지였다.

    그 살벌한 모습에 사무실의 공기가 얼어붙고, 다른 팀 팀장인 김판호와 윤선빈이 다가온다.

    “어이, 1팀장! 도와줘?”

    “오늘은 필요 없고, 내일 도와주세요.”

    “내일?”

    “보시면 압니다.”

    종혁은 오택수와 최재수를 봤다.

    “그 개새끼들이 연장 들고 달려들면 그냥 쏘세요. 내가 책임집니다. 최재수. 경고 발포는 내가 할 테니 실탄으로 돌려놔. 괜히 어물쩍거리다가 칼 같은 거 맞으면 죽는다.”

    막 나가기가 약쟁이들과 동급인 사이비 신도들.

    “예, 예!”

    “갑시다.”

    “오케이.”

    사무실을 빠져나온 그들은 본청 주차장으로 향했고, 서울청 소속 SWAT 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걸로 빚은 갚는 거다.”

    종혁은 대답 대신 씩 웃었다.

    묵직하게 들리는 가방에 목사의 입술이 꿈틀거린다.

    “아쉽군요. 정 집사의 외조카도 저희와 함께 아브라함으로 갈 수 있었을 텐데.”

    “불신자가 어찌 목사님의 위대한 뜻을 알겠습니까. 제가 훗날 약속의 땅에 갔을 때 지옥에서 발버둥 칠 조카에게 금화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천국과 지옥 모두 가지고 싶어 안달인 아브라함의 금화.

    비록 조우선이 불신자라지만, 이렇게 성소와 성지, 목사님에게 도움을 줬는데 어찌 입을 닦고 넘어갈까.

    눈앞의 목사님이 용납하지 않을 거다.

    “역시 성부께서 잉태시킨 성녀를 예쁘고 신실하게 키워 온 분답게 자비를 베풀 줄 아시는군요.”

    “예, 예? 서, 성녀 말입니까?”

    “아, 이런. 이만 나가 보세요.”

    “……예!”

    찢어지는 입을 겨우 추스른 정관우는 빠르게 교회를 빠져나갔고, 목사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서, 성녀라니! 내 딸이 성녀라니!”

    성자님과 함께 하나님이 이 땅에 내려 준 성녀.

    이 땅을 구원하여 많은 어린 양들을 아브라함으로 이끌라는 업을 받고 이 땅에 무사히 내려오신 목사와 달리, 내려오는 길에 지옥 악마들의 공격을 받아 기억과 얼굴을 잃은 채 인간으로 환생한 성녀.

    그 성녀를 찾는 것 역시 성자님이 이 세상에서 하실 일이라 예비 성녀들을 모으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딸 정선정에게 뭔가를 느낀 게 틀림없다.

    정관우의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

    ‘그 불신자 년이 사라지니 일이 이렇게 풀리는구나!’

    혹여 그 불신자 이유리가 아니라도 딸 정선정은 목사님의 은총을 받았을 테지만, 그래도 이유리가 사라진 이후 얼마 안 되어 정선정이 은총을 받았으니 정관우는 영원히 이유리가 자신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렇다고 박 권사님에게 찾지 말라 할 수도 없는 거고…….’

    “에휴. 아, 이럴 때가 아니지!”

    하던 기도를 멈추고 다급히 차에 오른 정관우는 차를 출발시키며 화원의 부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 정선정을 바꾸게 했다.

    “예, 정선정 예비 성녀님. 혹시 드시고 싶은 게 있으십니까?”

    그렇게 차를 몰아 화원에 도착한 정관우는 자신을 보자마자 달려들며 불만을 토해 내는 다른 예비 성녀들과 달리 차가운 눈으로 응시해 오는 정선정을 보며 푸근히 웃었다.

    “여기 드시고 싶어 하시던 아이스크림입니다.”

    “……잘 먹을게요. 가자.”

    정선정은 예비 성녀들 가운데 아직도 진심으로 목사님을 모시지 않는 두 예비 성녀와 사라졌고, 정관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찌 저런 이들과…….’

    “쯧쯧. 자비를 너무 가지고 태어나셨구나.”

    하지만 그래서 더 가슴이 터질 만큼 벅차다.

    확실히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사람을 쉬이 지나치지 못했던 정선정.

    그런 측은지심이야말로 성녀의 참된 덕목이니 정관우는 정선정 덕분에 먹게 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방으로 흩어지는 다른 예비 성녀들을 차가운 눈으로 응시했다.

    분명 그가 진심을 다해 모셔야 할 예비 성녀들이지만, 오늘 목사님의 말을 들어서인지 저들이 정말 예비 성녀로서 존중을 받아야 하는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

    불티처럼 튀어 오른 의심은 그동안 예비 성녀들의 언행을 연료 삼아 불길이 되어 가슴을 태우기 시작했다.

    정관우는 입술을 비틀며 정선정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양손을 모았다.

    “부디 이대로 선한 마음을 유지하시고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소서. 그리하면 제가 당신을 아브라함으로 온전히 모시겠나이다. 아멘.”

    어떤 마음을 먹은 건지 정관우의 눈빛이 차가워진 순간이었다.

    띵동!

    ‘대체 누가!’

    이 중요한 순간에 방해를 한단 말인가.

    그는 씩씩거리며 인터폰으로 다가갔다.

    달칵!

    “누구…….”

    벌컥!

    “지, 집사님! 지금 바깥에! 바깥에-!”

    감히 남자가 예비 성녀들이 기거하는 화원 안으로 난입한 것에 화를 내려고 했던 정관우는 당황과 분노로 가득한 얼굴을 한 그의 얼굴에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느끼곤 다급히 대문으로 달려갔다.

    반짝반짝 빛나는 빨갛고 파란 불빛.

    ‘경찰?’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어느새 담벼락 위에 올라 이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시꺼먼 사내들.

    따앙!

    그 순간 대문이 열리며 종혁이 안으로 들어온다.

    “내가 또 보자고 했지, 씹새야.”

    “너어!”

    “지금 영장 가져왔거든? 보이지? 정관우 씨, 당신을 감금 및 협박, 폭행 혐의로 체포한다. 그러니 닥치고 수갑 차, 이 개새끼야.”

    오싸악!

    “마, 막아……! 막아-!”

    “……!”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품에 망치나 몽둥이, 식칼 따위를 품고 있던 교인들이 다급히 그것들을 꺼내 드는 순간이었다.

    타앙!

    화원에 내려앉는 침묵.

    종혁은 그들을 향해 싸늘히 일갈했다.

    “경찰 직무집행법에 의거해 3회 명령합니다. 모두 무기 버리고 투항하지 않으면 쏜다! 다시 한번 경고한다! 모두 무기 버리고 엎드려!”

    “무, 무슨……!”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뒤지기 싫으면 엎어져라. 안 그러면 대가리에 바람구멍 난다.”

    살벌하게 웃는 종혁의 모습에 순간 정관우의 머릿속으로 목사님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는 예비 성녀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 안 돼!’

    “주, 죽여-! 불신자들에게서 예비 성녀님들을 보호해! 저놈들이 예비 성녀님들을 잡아가려 한다-!”

    ‘예비 성녀님들?!’

    “씨발!”

    마치 그게 신호가 된 듯 눈이 뒤집으며 달려드는 교인들.

    “예비 성녀님들을 보호하라!”

    “우아아아아아!”

    종혁은 달려드는 그들을 향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타아앙! 탕! 탕!

    “악! 아아악!”

    허벅지와 어깨를 붙잡고 엎어지는 네 명의 사내와 함께 다시 시간이 얼어붙는다.

    “내가 쏜다고 했지, 개새끼들아.”

    ……꿀꺽!

    총구를 이쪽으로 겨눈 종혁과 그 옆에 선 오택수를 보는 교인들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   *   *

    “뭐, 뭣 누가 잡혀가요?”

    “정 집사가 다시 잡혀가고, 예비 성녀들도…….”

    너무 참담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변호사 박 권사.

    “……이유는?”

    “감금, 협박, 폭행입니다.”

    “이번엔 빼내기 힘들다는 거군요.”

    협박과 폭행이라면 어떻게든 빼낼 수 있을 테지만, 감금이 적용되어 있다.

    “알아보니 더 큰 문제는 도망친 예비 성녀, 아니 그 불신자가 경찰에게 다 밝혔다는 겁니다.”

    그리고 목사님을 진심으로 모시지 않는 두 명의 예비 성녀들도 위험 요소다. 그녀들이 힘을 보탠다면 정 집사와 박 권사 본인, 그리고 목사님은 무조건 실형이었다.

    목사는 그 순간 알아차렸다.

    이건 박 권사라고 해도 무리다.

    ‘빌어먹을.’

    목사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후우. 아니, 당장 내일이 주말예배인데…….”

    내일 들어오는 헌금이 얼마던가.

    하지만 그 돈을 욕심내다가 잡혀갈 판이었다.

    ‘음? 잠깐, 예배?’

    고개를 모로 기울인 목사는 이내 푸근히 웃었다.

    “하나님의 아들이자 메시아인 날 믿지 않는 무도한 무리들이 불경을 범하는군요. 그런 이들조차 훈계하고 회개시켜 아브라함으로 이끄는 게 저의 소명이겠죠.”

    “그 말씀은?”

    “주말예배를 본청 앞에서 가집시다. 그 무도한 무리들이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내놓을 때까지!”

    “아니, 그러면 역효과…….”

    “그 최종혁이란 불신자가 감히 예비 성녀들을 지키는 성기사들에게 총을 쐈다지요? 이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약속의 땅 아브라함으로 더 많은 어린 양들을 데려오라는 계시입니다.”

    “아! 아아아!”

    순간 뭔가를 깨달은 박 권사는 목사를 보며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신의 지혜가 넘치시는구나!’

    박 권사는 성호를 그리며 고개를 숙였다.

    “모두 목사님의 뜻대로 이뤄질 겁니다. 아멘.”

    “할렐루야.”

    박 권사의 뒤통수를 보는 목사의 두 눈에 욕심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더 많은 신도. 더 많은 헌금.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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