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18화 (31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18화>

“안 간다고!”

“딱 한 번만. 딱 한 번 목사님의 말씀을 들어 봐. 그럼 우리도 더 이상 오라는 말 안 할게.”

“……정말이지?”

그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 그날 어떡해서든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오오오! 목사님이시여!”

“목사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체 예비 성녀가 뭐기에 저렇게 기뻐하는 걸까.

“자, 예비 성녀님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할 새로운 예비 성녀님께서 오셨습니다.”

질투를 하는 여성들과 안쓰러워하는 여성들.

그날 알게 됐다.

예비 성녀가 무엇인지.

목사의 은총이 무엇인지.

“도망쳐.”

번뜩!

“하악! 학!”

-하하하하!

TV 불빛만이 어둠을 밝히는 작은 방.

이불을 두른 채 눈을 감고 있다가 돌연 질겁하며 깨어난 이십대 초반의 여성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안도를 한다.

그리곤 떨리는 팔을 옆으로 뻗어 담배를 끌어와 입에 물었다.

“콜록! 콜록!”

이 끔찍한 일이 있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피우지 않았던 담배.

그러나 이젠 담배가 없는 삶은 견딜 수가 없다.

그 순간이었다.

드르륵!

현관에서 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문을 바라본 여성은 이내 곧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친구의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와, 왔어?”

친구는 폐인이 따로 없는 여성의 모습에 얼굴을 구겼다.

“아이고, 이년아. 네가 뭔 어둠의 자식이냐?”

곧바로 불을 켠 친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씻어!”

“으응!”

여성은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고, 친구는 고작 며칠 만에 돼지우리가 된 원룸에 한숨을 폭 내쉬며 소매를 걷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 씻고 나온 여성과 친구는 밥상을 가운데 두고 술잔을 기울였다.

“고, 고마워. 꿀꺽! 하아…….”

방금까지 다 죽어 가더니 소주 한 잔에 눈이 빛을 찾는 여성의 모습에 친구는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10년여 만에 연락을 해 와 숨겨 달라고 말한 여성.

학교 친구도 아니고 고향 친구도 아닌,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다가 10년 전 헤어진 친구 아닌 친구. 오죽했으면 자신까지 찾아오게 됐나 하고 숨겨 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숨겨 주는 것도 이제 슬슬 한계다.

“야,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데. 걔들은 너 안 찾는다니까?”

“……넌 몰라. 그 사람들이 얼마나 지독한지.”

부모부터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찾고 있을 거다.

갑자기 웬 이상한 종교에 빠져 집도 차도 다 팔아 치우던 부모의 강권에 어쩔 수 없이 딱 한 번 참석하게 된 예배에서 예비 성녀로 발탁되었다.

목사님과 함께 하나님의 곁에 설 영광된 자리인 성녀.

그때 기뻐하고 눈물을 흘리던 부모의 얼굴은 아마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거다. 목사의 은총이라는 것에 대한 실체를 알았기에 더더욱.

그날 교회 안쪽 침대에 누워 나른하게 손짓을 하던 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겁에 질려 도망치던 때 등 뒤에서 터져 나오던 웃음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음에 여성은 양 귀를 틀어막았다.

“그 목사는 미친 새끼야. 사람이 아니라고-!”

예비 성녀를 관리하는 정 집사란 인간도 미친놈이었다.

“그, 그럼 경찰에 신고를 하면 되잖아!”

갑작스런 발광에 당황한 친구는 소리를 빽 질렀고, 여성은 눈을 뒤집었다.

“해 봤다고 말했잖아! 그날 거기서 도망치자마자 했어!”

바로 신고를 했다. 멍청하게도.

그리고 경찰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박 권사와 교인들이 찾아왔다. 그 순간 세상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사라졌다.

“박 권사가 그 미친놈이 변호사라고, 변호사!”

“어, 어떻게 경찰이…… 아! 타, 탈퇴가 쉽다며! 예비 성녀건 뭐건 쉽다며!”

“쉽지! 박 권사가 낙인만 찍으면!”

“낙인?”

“인두로 몸을 지진다고!”

훗날 아브라함에 닿진 못하더라도 목사의 축복을 받았다는 증거인 징표. 지옥에서 작은 편의를 받을 수 있는 징표.

그건 더 이상 교인이 아니게 된다 하더라도 그걸 보며 새진리 아브라함의 지주에 대해 언급하지 말고 언제나 자신들이 곁에 있음을 인식하라는 저주이자 낙인이었다.

그래야 탈퇴를 할 수 있었다.

“미, 미친!”

“그래서 잡힐 수 없다고…… 그래서…….”

아마 잡히면 다시 그곳으로 끌려가 선택을 강요받게 될 거다.

낙인을 찍을지, 아니면 예비 성녀로서 봉사를 할지.

‘싫어. 싫다고.’

둘 다 싫었다.

‘흑! 걔는 괜찮을까?’

은총을 받는 그 순간만이 도망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알려 주었던 예비 성녀.

자신처럼 부모에 의해 목사에게 바쳐진 불쌍한 사람.

‘누가…… 누가 좀…….’

“밥 좀 먹으면서 마셔. 속 버리겠다.”

“으, 응.”

다시 술을 들이켠 여성은 무릎을 끌어모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친구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술을 들이켰다.

“하아.”

‘오빠한테 한번 물어볼까.’

정말 연락하고 싶지 않은 엄마 친구의 아들.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

재방송되는 작년 경찰의 날 특집 예능을 바라보며 다시금 내뱉는 옅은 한숨이 깊어지는 밤처럼 무거워졌다.

*   *   *

‘분명 넷이 그 교회로 들어갔는데, 나온 건 셋이라…….’

“그런데 왜 그냥 보내 주신 거예요?”

정관우 부부가 사는 아파트의 주차장.

보조석에 앉은 최재수가 중얼거리자 종혁은 생각을 멈추며 최재수를 봤다.

“뭐가?”

“저 외삼촌 부부요. 평상시 팀장님이었으면…….”

평상시의 종혁이었다면 변호사를 대동했든 어쨌든 지독하게 물어뜯고 편히 놓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나도 조용히 보내 주었기에 최재수로서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뭔 소리야. 일부러 놓아준 건데.”

“네?”

“그놈들이 왜 이렇게 급하게 정관우를 빼 갔다고 생각하냐?”

하루 만에 어떻게 알았는지 곧바로 변호사를 보내서 정관우를 빼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정관우가 중요한 인물이다?”

종혁의 미소는 짙어졌다.

“이제야 머리가 좀 굴러가네.”

그동안 들인 공이 아깝지 않은 순간이었다.

그런 종혁의 칭찬에 최재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종혁은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어떤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 것 같냐?”

“어어…….”

미간을 좁히며 한참 동안 고생하던 최재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일을 맡고 있는 건가요?”

“나도 몰라.”

“네?”

일단 네 가지가 떠오르기는 한다.

첫째는 정관우가 창고지기일 경우.

“창고지기요?”

“돈 창고.”

사이비는 절대로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의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아서다.

그래서 운영 자금으로 쓸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돈은 어딘가에 숨겨 놓는다.

두 번째는 정관우의 딸, 정선정이 예비 성녀일 경우.

“정선정이요?”

“변호사, 정관우 부부, 딸 이렇게 넷이 교회에 갔는데, 나온 건 셋. 정선정은 없었어. 왜일까?”

목사 혹은 교회에 볼일이 있는 거다.

종혁은 그중 목사와 볼일이 있는 것이라 추측했다.

‘꽤 미녀 축에 속했지.’

예비 성녀라는 것이 종혁이 생각하는 대로라면…… 그중 정선정도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그럼 나머지는요?”

“교인 관리 혹은 예비 성녀 관리. 어쩌면 둘 다.”

종혁은 교인 관리에 더 무게를 주었다.

제아무리 집사라지만 그 많은 수의 교인들을 동원해 조우선의 집 앞을 감시할 수 있을까. 교인들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억! 그, 그럼? 엄청 중요한 거잖아요!”

“진정해.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이제부터 알아봐야 한다.

그래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왕이면 돈 창고이길 바라지만…….’

예비 성녀 관리라도 좋다.

그러나 아직은 확실한 게 없다. 모든 건 주말예배가 끝나고 나서 판가름될 거다.

정관우를 이대로 짓뭉개도 되는지 아닌지가.

“그럼 잘 감시하고 있어. 난…… 어?”

종혁이 바라보는 곳을 응시한 최재수도 깜짝 놀라며 몸을 낮췄다.

정관우가 아파트 입구를 통해 걸어 나오고 있다. 대체 어딜 가려는지 씻다 못해 다른 정장을 입은 채로.

순간 어떤 촉이 선 종혁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최재수, 내려!”

“예, 예! 수, 수고하세요!”

탁!

최재수가 차 문을 닫자 종혁은 조심스레 액셀을 밟았다.

한편 몇 분 전 정관우의 집.

씻고 나와 새 옷으로 갈아입은 정관우가 아내 김허순을 본다.

“난 은총을 받고 나올 우리 예비 성녀님 모시고 화원으로 갈 테니까 늦는다 싶으면 그냥 자. 절대 어제처럼 허튼짓하지 말고.”

예비 성녀들이 머무는 곳인 화원.

“아, 알았어요. ……그보다 우리 선정이 괜찮겠죠?”

“어허! 우리 선정이라니!”

예비 성녀로 뽑히긴 했지만 그동안 다른 예비 성녀들 때문에 목사님의 은총을 받지 못했던 딸. 오늘 은총을 받은 이상 이젠 정말로 예비 성녀로서 대해야 된다.

아니, 성녀로 만들어야 한다.

예비 성녀들을 관리하는 정관우 본인이 적극 도울 것이다.

“그, 그럼 화원은 어때요? 우리 선정 예비 성녀님께서 편하게 지내실 곳이 되나요?”

정관우는 당연하지라고 외치고 싶었다.

본래의 화원이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불신자 년만 아니었어도…….’

그냥 도망만 쳤다면 모르는데 경찰에 신고를 했다.

혹여 불신자 무리인 경찰이 찾아와 화원을 짓밟을까 급히 옮기긴 했지만, 너무 급하게 구하느라 제대로 된 곳을 찾지 못했다.

“당신은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예비 성녀님이 좋아하는 닭죽이나 쒀. 내일 보양식으로 드릴 테니까.”

“네! 다녀오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집을 나선 정관우는 근처에 사는 교인에게 차를 빌려 다시 교회로 향해 정선정을 기다렸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사박. 사박.

“나오셨습니까, 예비 성녀님.”

흠칫!

정관우는 놀라는 딸을 향해 푸근히 웃어 주었다.

“성스러운 축복을 받으신 분인데 어찌 평소처럼 대할까요.”

“……아빠.”

‘은총이 이건 줄 알았나요?’

그동안 모든 교인들이 바라기만 했지, 그게 어떻게 내려지는 건지 몰랐던 은총.

만약 알고도 자기 딸의 등을 떠민 거라면 이제 어떻게 대해야 될까.

아빠가 이젠 아빠가 아니라 괴물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묵직한 아랫배에 기쁨이 솟는다.

대체 이 복잡한 기분은 뭘까.

“많이 혼란스러우실 테지만 일단 타시죠. 날이 덥습니다.”

“……그래요. 가요.”

정선정은 자신도 모르게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정관우가 열어 주는 뒷좌석에 앉았고, 이내 곧 출발한 차는 한참을 달려 어느 골목의 한 주택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니…….

“어젠 일이 있어 들르지 못해 죄송합니다, 예비 성녀님들.”

딱 봐도 지어진 지 오래된 허름한 주택의 거실에 모여 앉아, 목사님의 자서전을 읽고 있던 여성들이 얼굴을 구기며 고개를 든다.

“우린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나요?!”

“맞아요. 여긴 너무 좁고 냄새나요!”

“허허허.”

정관우는 오늘도 투덜거리는 예비 성녀들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으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 불신자 년 때문에 이게 뭔 짓인지!’

도망친 불신자가 더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한 그는 애써 웃으며 정선정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자, 예비 성녀님들. 기쁨으로 맞이해 주세요. 오늘 목사님의 은총을 받고 진짜 예비 성녀가 되어 앞으로 이 화원에서 계속 함께 머물게 되신 정선정 예비 성녀님이십니다.”

정선정은 순간 입을 다무는 예비 성녀들, 아니 그중 언제나 자신을 안쓰럽게 쳐다봤던 두 여성을 빤히 응시했다.

*   *   *

“딱 봐도 그 예비 성녀란 애들 숙소네. 명의도 변호사 거라며? 햐! 이래서 기를 쓰고 정관우를 빼낸 거구만?”

잘해 봐야 집행유예로 끝날 경관폭행미수에 왜 변호사를 붙이나 했는데, 아무래도 정관우가 예비 성녀들을 관리하는 것 같았다.

종혁은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관우가 창고지기가 아닌 게 좀 아쉽지만, 상황은 그보다 더러웠다.

“정확한 건 주말예배를 마친 후에야 확실해질 테지만요.”

분명 흥신소 직원이 오후 주말예배 때 예비 성녀들이 모두 참석한다고 했다.

“뭘 그때까지 기다려요! 지금 가시죠!”

“뭐?!”

오택수는 발을 성큼 내딛는 최재수의 모습에 식겁하며 뒤통수를 후려쳤다.

빡!

“아, 왜요!”

“가긴 어딜 가, 시꺄!”

“당연히 저기에 감금된 여성들을 구출하러 가야죠!”

“감금? 누가 그러는데?”

“네?”

“너 저기에 있는 여성들이 정말 자신들이 감금당한 채 살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냐? 확인해 봤어?”

“네? 그, 그게 무슨…….”

종혁은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택수의 말이 맞다.

이래서 사이비를 사이비라고 부르는 것이다.

분명 감금을 당한 것임에도 결코 벗어나지 못하도록, 계속 맹신하도록 세뇌시켜 버리기에.

“재수 네 생각처럼 부모에 의해 바쳐졌거나 빠져나오고 싶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여성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자발적으로 있는 여성들만 있다면?

제아무리 막 나가는 열혈형사라는 컨셉을 잡았다고 해도 상대편에 변호사가 있는 이상 역풍이 불 거다.

“하, 하지만……!”

“그러니 알아봐야지.”

“네?”

“피해자를…… 자신이 피해자라고 여기는 피해자를!”

분명히 있을 거다.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안 그래도 흥신소에 전화를 하려고 했던 종혁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마침 잘 전화했어. 탈퇴한 교인들에 대해 알아보라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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