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17화 (31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17화>

찰칵! 치이익!

담배가 타들어 간다.

이른 아침 특별수사팀의 사무실. 희희낙락해하는 정관우와 그의 아내 김허순, 딸 정선정을 본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싫은데요.”

울컥!

“잠시만요.”

몸을 들썩이는 그들 셋을 진정시킨 중년인 변호사는 뚱한 얼굴의 종혁을 보며 푸근히 웃었다.

“이유가 있습니까? 분명 저흰 겸허히 죄를 인정하고 처벌을 기다리겠다고 했는데요.”

종혁은 변호사를 보며 씩 웃었다.

“그냥 좆같아서요.”

“하하. 예, 그러셨겠죠. 하지만…….”

“그쪽도 지옥의 건물주?”

꿈틀!

“……그게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질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종혁은 변호사의 낯빛이 가라앉자 나른히 웃으며 담배연기를 뿜었다.

“직장도 확실해서 도주할 의지가 없다고 하셨는데…… 그 직장이 정말 계속 정관우 씨의 직장이 되어 줄까요? 난 아닐 거라고 보는데?”

지속적으로 동료 직원들에게 전도를 해 왔던 정관우.

그런데 그 종교가 사이비다? 회사 입장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변호사는 안경을 추켜세웠다.

“미심쩍으시면 제가 보증인이 되죠.”

“어이구, 그러세요? 그러다 도망치면…….”

“최종혁.”

“……씨발!”

쾅!

변호사가 보증인이 된다.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팀장 자리에 앉은 오택수의 부름에 종혁은 책상을 차며 일어섰고, 변호사는 오택수를 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흰 이만 가 보겠습니다, 팀장님.”

“어이, 정관우 씨. 지켜봅니다.”

“흥!”

변호사는 정관우가 뭐라 말하기 전 다독여 데리고 나갔고, 흡연실로 향했던 종혁은 피식 웃으며 자리로 돌아왔다.

“이야, 요걸 속을 줄은 몰랐는데.”

“다 네가 젊어서 그렇지, 인마.”

변호사와 정관우의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 자리를 바꾼 둘.

솔직히 걸리면 좋고, 아니라도 상관없었는데 제대로 먹혀든 것 같다.

이제 저들은 종혁을 마음만 앞서는 애송이 형사로 인식할 터.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조심성이 줄어들 거다.

“그럼 우리도 미행하러 가죠.”

“오케이.”

옷을 챙기며 사무실을 나서는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어, 세라야.”

동기 윤세라. 현재 대기발령 상태라 흔쾌히 종혁을 도와주기로 했다.

“이제 재수한테 출발하라고 해.”

-밥 사! 소고기!

“당연하지. 땡큐땡큐. 조우선 씨가 뭘 하려고 하면 바로 전화 주고.”

전화를 끊은 종혁은 걸음을 재촉했다.

탁! 탁! 부우우웅!

본청을 빠져나가는 차 안.

변호사가 눈을 가늘게 뜬다.

‘최종혁 경정.’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무퇴라 나름 조사해 보니 꽤 재밌는 놈이었다.

‘그런데 사무실에선 상석을 뺏긴 상태라……. 역시 경찰 상부가 만든 마스코트였군.’

그게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그 나이에 이룩할 수 없는 업적이고 검거할 수 없는 레벨의 범죄자들이었다. 즉, 특별수사1팀의 실질적인 팀장은 상석에 앉아 있던 오택수라고 봐야 했다.

‘미친개 오택수.’

마음에 안 들면 상사도 물어뜯는 또라이. 그래서 파출소를 전전하던 들개. 애송이 경찰에게 붙여 주기엔 딱 알맞은 애완견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제어하는 진짜 수장, 정용진 과장.

간편신고관리과에 오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정용진은 경찰이 숨겨 놓은 칼 중 하나임이 분명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박 권사님. 모자란 저 때문에 시간을 많이 뺏기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후후, 뭘요. 큰일을 하시는 형제님을 위한 일인데 고작 말 몇 마디가 어려울까요.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중견기업의 부장까지 올라간 사람이 허투루 약점을 드러낼까.

“권사님! 그놈이 말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권사님도…….”

“조용히 해! 생각 없이 달려와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뭔 말이 많아!”

아내의 입을 다물게 한 정관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 제 미숙함 때문입니다. 미안합니다. 이 죄는 목사님을 뵙고 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사는 변명을 하지 않는 정관우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자신들은 그저 메시아 목사님의 손과 발일 뿐.

그저 그분의 뜻에 따라 움직일 자신들이 같은 처지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그보다 그놈이 저희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 같습니까?”

“저희가 숭고한 뜻을 행하는 곳임은 눈치챈 것 같지만, 자세한 건 잘 모르는 것 같더군요.”

“지옥의 건물주라고 했어요! 그 사탄의 주구가! 가, 감히-!”

“닥치라고! 닥쳐-! 후…… 아마 우선이 친구들에게 저희 이름을 들은 거겠죠.”

“쯧. 뭐가 진짜 구원인지도 모르는 불신자들 같으니……. 회개하고 계세요. 곧바로 성소로 향하겠습니다.”

“아멘.”

정관우와 그의 아내는 양손을 모으며 기도에 들어갔고, 변호사는 승용차를 몰아 서울 외곽의 성소로 향했다.

카라락!

자갈로 포장된 길을 달려 커다란 교회 앞에 도착한 정관우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성호를 그리곤 안으로 들어갔다.

“불신자들의 무리에서 신앙을 지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정 집사님.”

천지를 창조하시는 거룩한 장면을 등지는 마른 체구 중년인의 따뜻한 말에 방금 전까지 담담하고 강인했던 정관우가 무너진다.

무릎을 꿇은 그는 목사에게 죄를 고했다.

“목사님, 이 모자란 정관우가 하나님의 아드님이신 목사님께 죄를 고합니다. 오직 목사님의 성스러운 말만 전해야 하는 입을 함부로 놀린 죄를 고합니다. 목사님께서 맡기신 숭고한 임무를 망각하고 함부로 입을 놀린 죄를 고합니다. 오직 목사님의…….”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고해성사.

목사는 그런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 모두 하나님의 아들인 나를 지키기 위함이었으니 모두 용서하도록 하겠습니다. 할렐루야.”

“아, 아멘…… 흐흑!”

목사는 울음을 터트리는 정관우의 양어깨를 잡아 일으켜 근처의 의자에 앉히며 변호사를 봤다.

“어떨 것 같습니까?”

밑도 끝도 없는 말이지만, 변호사는 알아들은 듯 입을 열었다.

“그 애새끼 형사는 더 이상 저희를 괴롭히지 못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목사님.”

“그렇습니까?”

“알아보니 특별수사팀은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곳이더군요.”

지방서와 지방청에서 뒤로 미루는 사건들, 인터넷 간편신고사이트에 거듭 접수되는 사건들을 맡아 전국을 누비는 특별수사팀.

“더 이상 저희를 신경 쓸 수 없을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 목사는 자신이 일으켜 줬다는 것에 감격해 눈물을 펑펑 흘리는 정관우를 다독이며 입을 열었다.

“전도사들 관리와 예비 성녀들 관리는 문제없습니까?”

“예, 예! 그럼요! 목사님께서 권사님을 보내 주시어 하루 만에 풀려나게 됐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성지 아브라함에 함께 갈 선택받을 이들을 모으는 전도사와 아브라함에서 목사님과 함께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성녀를 찾기 위해 예비 성녀들을 모으고 관리하는 것.

이것이 목사님이 정관우 자신에게 맡긴 숭고한 임무였다.

“정 집사님의 임무에는 성지로 향할 이 성소, 약속 된 그날에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넘어가기 위한 이 문을 키우고 보호하기 위한 것도 있으니 앞으론 절대 악마의 수작에 흔들려선 안 될 겁니다.”

“예, 목사님. 거룩한 목사님의 이름 아래 맹세하옵니다. 또한 불신자 조우선도 얼른 찾아내 그곳에서 목사님이 쓰실 금화를 가져오겠습니다. 아멘.”

“……할렐루야.”

목사는 다시 정관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무릎을 꿇은 채 기도를 하고 있는 정선정을 봤다.

유치장 생활이 고됐는지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옷. 치마 사이로 뻗어 나오다 찢어진 스타킹이 목사의 눈에 들어온다.

“그럼 나가 보세요. 아, 전도사이자 예비 성녀 정선정은 남아 주시고요.”

“헛!”

깜짝 놀라 목사를 바라본 정관우와 정선정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그 눈에 서린 건 분명 기쁨과 환희였다.

‘드, 드디어 나도 은총을……!’

“예, 목사님!”

발그레 볼을 붉힌 정선정이 목사를 따라 교회 안쪽으로 향하자 정관우와 아내는 서로의 손을 콱 잡았다.

“여, 여보.”

“일단 나가자고.”

지금부터 목사님의 은총이 딸 정선정에게 임할 것이니 성소 안에 남아 불경을 범할 수 없었다.

밖으로 나온 정관우와 아내는 서로의 손을 꼭 잡으며 교회를 응시했다.

“우리 선정이가 잘하겠죠?”

“어허. 선정이라니! 곧 성녀님이 될 분에게!”

“미, 미안해요.”

사과를 하는 아내나 타박하는 정관우나 모두 욕심이 그득하다.

딸이 만약 성녀로 선택된다면 자신들은 성지 아브라함에서 더 크고 더 넓고 더 많은 축복을 받게 될 터.

‘저번의 그 불신자 년처럼 도망칠 일은 없을 테니.’

정관우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박 권사를 바라봤다.

“혹시 아직 그 불신자는 잡지 못한 겁니까?”

예비 성녀를 정관우가 관리한다면, 교회에 큰 피해를 끼치고 도망친 교인이나 예비 성녀를 찾아 입단속을 시키는 건 박 권사의 몫이었다.

박 권사는 혀를 찼다.

“아는 경찰들에게 연락을 해 놓은 상태이니 걱정 마세요.”

‘그게 아닌데, 쯧.’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기로 한 정관우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희 부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아, 저도 가야 하니 큰 도로까진 제 차로 움직이시죠.”

“계속 폐를 끼칩니다, 권사님.”

“하하, 뭘요. 위대하고 숭고한 일을 같이하는 동료끼리요. 어서 차에 오르시죠.”

“감사합니다.”

그들은 차에 올라 서울 안으로 향했고, 그 뒤를 쫓는 종혁은 보조석에 앉은 한 사내를 응시했다.

“여자?”

새진리 아브라함의 지주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교인으로 잠입을 한 흥신소 직원이 꺼낸 말은 놀랍고도 익숙했다.

“예비 성녀라고 청년부에서 전도하는 애들이 수급하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지들 다니는 대학교 여대생이라든지, 아는 사람이라든지 이래저래 모은다고 하던데요?”

예비 성녀로 모으는 게 아니라 전도를 당해 교회에 나와 새진리 아브라함의 지주에 푹 빠지게 된 여성들 중 소수만이 목사에게 예비 성녀로 선택받는다.

‘……에라이. 이 새끼들은 어떻게 하나같이 똑같냐. 뭔 씨발 연수라도 받나?’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그런데 그런 건 어떻게 안 거야? 그런 건 비밀 아냐?”

“비밀은 무슨.”

조우선의 집 근처를 기웃거리며 물색하다 어리바리하게 생긴 놈을 찍어 접근을 하니 옳다구나 전도를 해 왔다.

이후 어제 수요예배 잠입을 성공리에 마치고 술과 고기를 잔뜩 먹이니 그 어리바리한 놈이 싹 다 말해 주었다.

“물론 제가 그 교회에 계속 나갈 의향을 슬그머니 드러내며 청년부에 관심을 보였기에 나불거렸을 테지만, 묻지도 않았는데 제 누나가 예비 성녀로 뽑히지 않아서 서럽다는 둥 자기도 성지에서 더 큰 집을 얻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전도를 해야 한다는 둥……. 그런 애들은 관심만 좀 주면 그냥 다 말한다니까요.”

그러나 회유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리저리 찔러 봤지만 굳건했다.

“올, 제법 하는데?”

흥신소 직원은 머쓱해했다.

“흐흐. 제가 이 바닥 밥을 먹은 게 몇 년인데요. 그런 놈들 골라내고 원하는 말을 듣는 건 눈 감고도 합니다!”

“씁. 까분다.”

“헤헤. 아, 그런데 형사님.”

“왜?”

“순경을 지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아, 아뇨. 제가 한다는 게 아니라요. 제 동생이…….”

“훌륭한 생각을 가진 동생이네. 흠. 일단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나중에 나한테 연락하라고 해. 그리고 여기. 성과 냈으니까 좀 더 넣었다.”

종혁은 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어 직원에게 넘겨줬고, 내용물을 확인하고 새된 비명을 지른 직원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주시하고. 괜히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위험한 일은 하지 말고. 뭔가 알아내는 거 있으면 바로바로 보고해.”

“옙! 전 저 앞에서 내려 주시면 됩니다.”

“잠깐만 있어 봐.”

종혁은 무전기를 들며 입을 열었다.

“오 경감님, 교체요. 최재수는 오 경감님 뒤로 따라붙고.”

-오케이!

-옙!

오택수가 탄 차가 앞을 가로지르자 종혁은 갓길에 차를 세웠다.

“혹시라도 탈퇴한 교인이 있다면 누군지 좀 알아봐. 그 예비 성녀라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한 명이 아니라는 것에 왠지 촉이 선다.

“걔들은 오후 주말예배에 참가한대요! 그래서 오후 주말예배에는 젊은 애들이…….”

“알았으니까 내려. 바빠.”

“옙! 서류 확인하시고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흥신소 직원이 남긴 1차 보고서를 힐끔 본 종혁은 손을 저었고, 흥신소 직원은 꾸벅 허리를 숙인 후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걸 빤히 지켜보던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예비 성녀라…….”

생각만해도 헛웃음이 나오고 이가 갈린다.

“지랄도 염병 지랄들을 한다.”

서류를 가져와 살핀 종혁은 혀를 찼다.

“많기도 하네.”

예상보다 더 많은 교인의 수.

이마저도 겨우 어제 수요예배 때 흥신소 직원이 본 숫자에 불과하니 주말예배까지 합하면 이 몇 배일 터.

종혁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일단 이 인간들 뒤부터 따 봐야겠네.”

이미 흥신소에서 어제 사진을 다 찍어 뒷조사를 하고 있을 테지만 말이다.

한 놈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신원 파악은 무조건이었다.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오 경감님.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으세요? 지금 따라붙겠습니다. 아, 재수가 외삼촌 부부를 따라갔다고요? 그럼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예.”

종혁은 차를 출발시켰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