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16화 (316/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16화>

부르릉, 빵! 빵!

8시 반쯤 막히기 시작하는 도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로에서 빠져나온 낡은 승용차가 높다란 빌딩의 지하주차장으로 향한다.

-아브라함의 땅에서 새로운 진리를 찾으리!

“찾으리-! 크. 명곡이야, 명곡.”

카세트 라디오를 끈 정관우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사무실로 향했다.

“출근하셨습니까, 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먼저 출근해 밝은 미소로 맞이하는 사원들.

정관우의 입가에도 푸근한 미소가 맺힌다.

“그래요.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일어나지 말라고 손을 저은 그는 본인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곤 조용히 양손을 모았다.

“오늘도…….”

일하기 전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게 해 달라는 기도를 마친 그는 탕비실로 향했고, 그걸 지켜본 사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특히 여사원들은 오늘도 아쉬움이 가득한 탄식을 내뱉는다.

“하, 저런 분이 우리 부장님이어야 하는데.”

“응, 응. 커피 심부름 안 시키지, 반말 안 하지, 성추행 안 하지…….”

업무도 사내 메신저로만 지시한다. 거기다 언제나 단정한 차림에 묵직한 향수 향. 매너까지 좋으니 언제나 같이 일하고 싶은 상사에 꼽히는 정관우.

“은근슬쩍 전도하시려는 것만 빼면 진짜 만점짜리신데.”

“어머. 너도 자기 교회 오래?”

“그게 어디야. 강요는 안 하잖아. 우리 부서 송 대리님 종교가 불교인 거 알지? 근데 일요일마다 우리 부장님 따라서 교회 가잖아.”

“뭐? 진짜? 와, 다들 정말 왜 그럴까.”

“어쩌겠어. 이게 사회생활인데……. 아, 근데 정 부장님 원래 한 6년 전까지는 엄청 꼰대였다는 거 알아?”

“에이, 그럴 리가.”

“아냐. 진짜야. 그런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응?”

“아, 진짜 들어오시면 안 된다니까요!”

엘리베이터 복도를 본 사원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놔 봐요! 놔! 딱 하나만 묻고 돌아간다니까요. 어어? 이거 잡아당기다 찢어지면 재물손괴입니다.”

경비원 넷을 매단 채 안으로 들어오는 덩치 큰 미남.

청바지에 항공점퍼를 입은 종혁은 복도에 서서 크게 외쳤다.

“정-관-우 씨-! 정관우 씨 계십니까-!”

“악!”

“꺅!”

다급히 귀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사원들.

뭔가 심상치 않은 그들은 다급히 일어서 종혁을 쫓아내기 위해 다가왔다. 종혁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때였다.

“내가 정관우입니다. 누구십니까?”

한 손에 종이컵을 든 채 다가오는 정관우.

“어이구, 당신이 정관우 씨? 조우선 씨의 외삼촌 정관우 씨 맞으시죠?”

정관우는 미간을 좁혔다.

뭔가 쎄한 느낌이 그의 심장을 두드렸다.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종혁은 반사적으로 경계하는 그를 향해 경찰공무원증을 내밀었다.

“경찰입니다. 당신의 외조카 조우선 씨, 그러니까 당신이 돈 내놓으라고 난장을 피웠던 여동생분의 장례식장에서 상주를 맡았던 조우선 씨의 실종으로 여쭐 게 있어서 왔습니다. 협조해 주시죠?”

종혁은 헛숨을 삼키며 주위를 둘러보는 그를 향해 씩 웃어 주었다.

‘내가 막 나가는 열혈형사답게, 그것도 젊어서 눈에 뵈는 거 없는 젊은 형사답게 좆되게 해 줄게.’

“어, 어서 들어가세요! 어서!”

나가라고 등을 떠미니 냅다 드러누워 하는 수 없이 회의실로 데려온 종혁.

회의실에 종혁을 밀어 넣은 정관우는 다급히 문을 닫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게 뭐하자는 행동입니까!”

‘내가 지금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었는데!’

마구잡이로 하는 전도가 반감만 불러일으킨다는 건 오랜 사회생활 덕분에 잘 알고 있어, 그 반대의 방법을 쓰며 좋은 이미지를 형성한 정관우.

그런데 오늘 종혁의 외침 때문에 그 몇 년에 걸친 수고에 금이 갔다.

젠틀한 상사가 여동생 장례식에 가서 깽판을 쳤다? 그 말을 듣고 놀라던 사원들의 표정에 뒷목의 솜털이 쭈뼛 섰던 그다.

“뭐긴 뭐예요.”

의자에 앉은 종혁은 킬킬 웃었다.

“조사를 좀 하자는 거지.”

“뭐요?!”

“얼레? 이거 발끈하는 게 뭔가 있어 보이시는데?”

뜨끔!

“이, 이 사람이……!”

차라리 돈이라도 빼앗았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라도 않다.

‘잠깐? 아니지?’

종혁을 보며 부르르 떨다 뭔가를 깨달은 그는 미간을 좁혔다.

‘이거 잘하면…….’

조우선이 돈으로 흥신소가 의뢰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

물론 계속해서 흥신소 사람들을 보낸다면, 돈이 다 떨어지는 순간 언젠가 조우선을 잡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렇게 보험금을 모두 써 버린 뒤에야 조우선을 잡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중요한 건 조우선이 아닌, 조우선이 갖고 있는 돈이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해야 고민하던 찰나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정관우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혔다.

“후우. 뭔가 큰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잠시만 있어 보세요. 뭘 좀 마시면서 이야기합시다.”

“어이구, 전 괜찮습니다. 요새 뇌물이다 뭐다 말이 많아 이걸 가져와서요. 아, 드실래요? 이거 진짜 비싼 커핀데.”

종혁이 흔드는 커다란 보온병을 본 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미친놈이구나.’

정관우는 탕비실에서 자신의 몫의 커피를 타서 가져왔다.

“우선이 외삼촌, 정관우입니다.”

“예, 안녕하십니까. 최종혁입니다.”

정관우는 손을 내미는 종혁을 보며 터지려는 웃음을 삼켰다.

언제 씻은 건지 눈곱 낀 얼굴에 어디 시장에서 살 법한 점퍼와 찢어진 청바지.

누가 봐도 애송이였다. 나이가 어려 머리에 든 거 없이 성격만 앞서는 애송이 말이다.

‘이런 놈들을 요리하는 건 쉽지.’

“후우. 우리 우선이 때문에 오셨다고요? 방금 전 실종이라고 말하시던데, 우리 우선이가 사라지기라도 한 겁니까?”

순간 걱정이 서리는 그의 음성에 종혁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모르셨나 봅니다?”

“후, 그날 제가 실수한 이후로 제 전화를 받지 않아서 말입니다.”

“아아, 장례식장에서 보험금을 달라고 난리 피우셨던 그때요?”

움찔!

“예……. 하아, 그런데 그건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요?”

“혹시 우선이가 낭비벽이 심한 건 아십니까?”

종혁은 피식 웃었다.

‘이야아?’

제대로 약을 팔고 있다.

종혁은 어디까지 하나 들어 보기로 하며 맞장구를 쳤다.

“아니요. 모릅니다. 실종 제보를 한 친구들도 그런 말은 없더군요.”

“그렇군요……. 후우, 그렇겠죠. 그 나이 또래라면 잘 보이지 않겠죠. 맨날 술을 사고 밥을 사고 당구장 계산하고, 마냥 좋은 친구로만 보였을 테죠. 형사님도 그런 친구가 좋은 친구죠?”

“예, 뭐. 그렇습니다만?”

“혹시 형사님도?”

“예. 저도 주로 제가 사는 편입니다. 전 사회인이니까요.”

정관우는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이구, 형사님! 20대 때는 그게 좋아 보일지라도 30대가 넘어가면 그건 참 나쁜 버릇입니다! 아니, 친구들이 형사님을 이용하는 겁니다!”

“뭐요?! 하, 이 사람이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형사님이 그렇게 열 번 살 때 친구들이 한 번이라도 산 적이 있나!”

“아니, 흠…….”

정관우는 눈을 빛냈다.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형사님, 결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돈을 다 써 버리면 언제 집 사고 차를 삽니까? 대출이요? 그거 다 빚입니다, 빚! 형사님이 갚아야 할 빚! 그건 우리 우선이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돈을 뿌리고 다니면서 도박도 한답니다, 얘가!”

“아,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예. 후우…….”

정관우는 타는 가슴을 달래려는 듯 미지근해진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고, 종혁은 보온병을 열어 김이 올라오는 커피를 따라 주었다.

감사하다 고개를 끄덕인 정관우는 종이컵을 잡았다가 생각보다 뜨거운 커피에 살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형사님, 잘 생각해 보십시오. 어려서부터 업어 키우다시피 한 여동생이 죽어 가며 남긴 돈입니다. 그런데 오빠가 돼서 어떻게 그걸, 그 돈이 허무하게 날아갈 게 뻔히 보이는데 가만있습니까? 그래서 그랬던 겁니다! 그래서!”

“아아, 그래서였군요.”

“예! 그렇습니다, 형사님!”

넘어왔다 확신을 한 정관우는 종혁의 손을 꽉 잡으며 외쳤고,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어이구, 그래서 15년 만에 여동생에게 연락을 하셨군요?”

“예?”

움찔!

종혁은 놀라는 그를 보며 담배를 물고 일어나 회의실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것도 폐암 말기에 걸렸을 때. 흠…… 그렇게 힘들어하는 여동생을 외면하다 폐암 말기에 걸린 후에야 찾는다라……. 거기다 조우선 씨 친구들 말을 들어 보니 그분이 입원을 하셨을 때도 사망 보험금을 들먹였다는 데…… 푸후우.”

회의실 문을 살짝 연 종혁은 딱딱하게 굳어 있는 정관우를 보며 이를 드러냈다.

“야,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흡!”

순간 온몸을 덮치는 차가운 기운.

종혁은 눈을 부릅뜬 채 굳은 정관우를 보며 핸드폰을 들었다.

“예, 오 경감님. 그쪽은 어때요? 아, 그래요? 조우선 씨 집을 무단으로 침입하다 못해 그 앞에 진을 친 채 감시하는 놈들에게서 웬 이상한 전화번호가 나왔다고요? 어디 그 번호로 전화해 봐요.”

종혁은 정관우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고, 정관우의 눈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띠리링! 띠리링!

“커헉!”

‘이런 미친!’

순간 패닉에 빠진 정관우는 다급히 핸드폰을 감추려고 노력했지만, 종혁은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손을 까딱였다.

“중요한 전화 같은데 받아 보세요.”

“아, 아니 그러니까…….”

“받으라고.”

다시금 심장을 찌르는 압박.

정관우는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예, 여보세요. 오택수 형사입니다.

“오 경감님, 끊어요.”

-오냐.

두 개의 핸드폰의 통화가 종료되자 종혁은 어떻게 된 거냐는 듯 고개를 모로 기울였고, 정관우의 머릿속은 엉클어졌다.

일단 벗어나야 한다. 일단 눈앞의 형사를 보내고 나서 생각해야 된다.

“자, 잠시만요!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아, 그보다 제 말부터 들어 보시겠습니까? 재밌는 가설이 떠올라서 그래.”

종혁은 정관우의 종이컵에 담긴 미지근해진 커피를 들이켜곤 다시 뜨거운 커피를 담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 1억 5천만원의 사망보험금을 가진 조카와 그 돈을 욕심내는 외삼촌이 있습니다. 그것도 소매 끝이 헤질 정도고, 구두 뒷굽은 다 갈려 나갔는데도 새 걸 살 생각 안 하는 가난한 외삼촌이.”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조카가 몇 달째 실종 상태다.

누가 봐도 이상한 그림.

종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야, 네가 데리고 있냐?”

장례식장까지 찾아가 난동을 부렸던 정관우.

도를 넘어서는 행동도 서슴치 않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정황상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종혁이 조우선을 데리고 있다는 한 가지 팩트를 제외해 버리니 이런 그림이 나와 버린다.

“뭐, 뭐야! 이, 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들부들 떠는 정관우.

종혁은 거기다 바늘을 찔렀다.

“야, 내가 진짜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너희 신은 그런 죄를 저질러도 된다고 하디?”

뚝!

“꺼져라! 이 사탄의 주구야-!”

촤악!

김이 모락나는 뜨거운 커피가 종혁을 향해 뿌려진다.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점퍼를 잡아당겨 커피를 막은 종혁은 정관우를 보곤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나님 아버지의 아들이신 목사님, 오늘 제게…….”

‘뭐 이런 미친놈이.’

고개를 저은 종혁은 몸을 일으켜 그의 옆으로 다가가 가운데로 모은 그 팔을 잡아당겨 그대로 꺾어 버렸다.

우득!

“끄아악……! 놔라, 이 사탄의 주구야! 감히 누구의 몸에 손을 대느냐-!”

“정관우 씨, 당신을 조우선 씨 납치 및 감금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디까지나 정황이니 그렇게는 못하고. 정관우 씨, 당신을 경관폭행미수 혐의로 현장 체포합니다. 그러니…….”

“놔라! 놔! 썩 꺼지지 못하겠느냐-!”

종혁은 발광을 하는 그의 머리를 잡아 그대로 테이블에 찍어 버렸다.

꽈앙!

“닥치고 수갑 차, 씨발놈아.”

“끄어억!”

*   *   *

후룩!

정용진 과장의 목구멍으로 따뜻한 녹차가 넘어간다.

‘어디서부터 걸고넘어져야 할까.’

근신 해제에 일감을 줬더니 뜬금없이 신고 접수조차 안 된 실종 사건을 조사하는 것?

아니면 아침 댓바람부터 중견 기업을 뒤집어 놓은 것?

그것도 아니면…….

후룩!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잡아 왔는데, 그 죄목이 경관폭행미수라고요?”

경찰이라면 웬만해선 걸고넘어지지 않는 경관폭행미수.

이유는 귀찮아서다. 오랜 시간 법정 싸움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느니, 거지 같아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게 속 편하기 때문이다.

“어휴. 뜨거운 커피를 확 뿌리는데, 자칫하면 얼굴에 화상 입을 뻔했습니다.”

“최 팀장이 준비해 간 커피죠.”

“제가 맛있는 건 또 혼자 먹지 않잖습니까. 과장님이 이렇게 좋은 녹차를 주시는 것처럼요.”

호록!

입안을 적시는 고소하고 씁쓸한 맛에 종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래서 다른 피해자들은 뒤로 젖혀 놓고 있는 겁니까?”

정용진의 눈빛이 차가워진다.

대단한 부모를 빽으로 둔 왕따 주동자, 매일 집 앞까지 찾아오는 스토커, 가보를 도난당한 피해자.

정용진이 종혁의 근신 해제와 함께 특별수사1팀에 맡긴 사건들이었다.

종혁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왕따 사건은 곧 주동자가 자수하며 해결될 겁니다. 스토킹 사건도 마찬가지고요.”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도록 압박을 가해 두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자수할 터였다.

“그리고 가보 도난 사건은 전국 경매장과 고미술품점에 문의해 두었고, 장물아비들도 체크하는 중입니다.”

이런 종혁의 말에 정용진은 입을 다물었다.

빈틈이 없는데 더 이상 말해서 무얼 할까.

“알겠습니다. 나가 보세요.”

“예, 그럼.”

종혁은 남은 차를 다 들이켜곤 일어섰다.

“아, 최 팀장.”

“예?”

“정말 실종 사건 맞죠?”

씨익.

대답 대신 웃어 준 종혁은 그의 사무실을 빠져나오며 입맛을 다셨다.

“뽀록났네. 맨날 붙어 있는 재수가 없으니 들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번엔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정식으로 보고한 뒤 수사를 진행한다면 그의 입장에서도 편하겠지만, 심증만 가지고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에휴. 일단 담배나 피우자. 응?”

타다다다닥!

모녀처럼 보이는 웬 여성 둘이, 그것도 아는 얼굴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종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을 막아섰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여기 내 남편 잡혀 있죠!”

“남편이요?”

“정관우! 오늘 당신들이 잡은 사람!”

“아, 예. 있죠? 제가 잡았으니까요.”

“뭐야아-?!”

복도를 찢을 듯 외치며 종혁의 멱살을 잡는 정관우의 부인.

“네가 뭔데! 니가 뭔데 내 남편을 잡아-!”

“저를 폭행하려고 했습니다. 적법한 체포입니다.”

“이 미친 새끼가! 너 내 남편이 누군지 알아?!

“누구긴요. 이름조차 들어 보지 못한 뭔 그룹의 부장? 아, 뭔 종교인지는 몰라도 신실하시데? 뭐였더라…… 맞아, 지옥의 건물주?”

뚝!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긴 정관우의 부인은 눈을 뒤집으며 달려들었다.

“네놈이 사탄의 주구였구나-!”

얼굴을 향해 망설임 없이 휘둘러진 손톱.

“어이쿠!”

화들짝 놀라는 척 그녀의 팔을 잡아챈 종혁은 그대로 복도 바닥에 메쳐 버렸다.

쿠웅!

“꺼헉?!”

맨바닥에 떨어진 충격에 눈만 부릅뜬 정관우의 부인.

종혁은 그런 그녀를 뒤집어엎어 팔을 꺾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당신을 경관폭행미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꺄아아악! 엄마-! 이 미친 새끼가-!”

와락!

종혁의 등을 덮치며 얼굴을 할퀴는 정관우의 딸.

종혁은 허리를 튕기듯 뒤틀며 그녀를 던져 버렸다.

쿵!

“아아악!”

정관우의 부인에게 수갑을 채운 종혁은 딸에게 다가가 마찬가지로 뒤집어 수갑을 채웠다.

“당신도 경관폭행미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놔! 놔아아! 꺄아아악!”

후다다닥!

“뭐여!”

“무슨 일이야?!”

갑작스런 소란에 달려온 사람들 뒤, 뒤늦게 걸어 나온 정용진은 앞에 펼쳐진 난장판에 한숨을 폭 내쉬었다.

*   *   *

“……누가 잡혀갔다고요?”

“정 집사와 그 일가입니다.”

사십대의 사내는 이마를 잡았다.

새진리 아브라함의 지주에 정말 필요한 인재인 정관우.

“이유는요?”

“경찰을 폭행하려고 했답니다.”

“경관폭행미수? 겨우?”

헛웃음을 터트린 사내는 차갑게 말했다.

“빼 오세요. 지금 정 집사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목사님!”

할 말 다 했으니 나가라는 듯 손을 저은 사내, 목사는 거대한 하나님의 그림을 향해 양손을 모았고, 그 모습에 황급히 성호를 그린 남자는 잠시 기도를 올린 후 몸을 돌려 예배당을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목사의 기도는 멈출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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