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13화>
83. 악몽
본청보다 깔끔하게 꾸며진 국정원의 취조실.
앞에 앉은 대북 담당 팀장이 혀를 내두른다.
솔직히 북한이 종혁을 불렀을 때 그를 회유시킬 거라는 의견이 나오기는 했다.
피지컬 트레이닝과 러시아와의 끈.
그것만 하더라도 북한이 욕심내기엔 충분한 인재였다.
그랬는데 회유를 당하기는커녕 거기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한 것도 모자라, 북한에 숨어든 범죄자들까지 데려왔다.
죄다 인터폴 수배까지 내려진 놈들.
팀장은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며 혀를 내둘렀다.
거기다…….
“꽤 잘나가는 집안의 딸이라…….”
팀장의 표정이 굳는다.
북한의 고위직은 모조리 꿰고 있어야 하는 대북 담당팀.
그러나 단연코 종혁이 몽타주를 그려 준 이 소녀는 처음 본다.
“림학철 씨가 쪽도 못 쓰던 아가씨던데요? 이름은 서단. 작년까지 유학을 다녀왔다더라고요.”
피지컬 트레이닝으로 안면을 텄던 사이기에 종혁은 편하게 답했다.
“고마워.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었다. 생각나는 건 또 없어?”
“으음. 네, 없습니다.”
보고 듣고 겪은 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빼고 다 말했다. 인민보안성의 보안 수준이나 수사 기술의 한계까지 말이다.
“아, 우크라이나 출신의 무기 개발자도 있네요.”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몽타주팀, 다시 들어와!”
이후 무기 개발자 우슬란의 몽타주까지 그리고 나자 팀장이 수고했다며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런 그의 눈에 우려가 스민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그걸 정부의 치적으로 발표해도?”
국군 포로가 무려 3명이나 송환되었다.
박노형 대통령까지 동해로 달려가 금강산에서 배를 타고 귀환하는 그들을 마중했다. 현재 연일 그 뉴스로 떠들썩했다.
“어이구, 됐습니다. 괜히 언론 타서 유명해지면 귀찮아져요.”
딱히 유명세가 필요한 것도 아니거니와 이번 북한행으로 얻은 것도 많다.
일단 자신이 지목한 세 명의 범죄자는 어떻게든 법의 심판을 받게 해 주겠다는 박노형 대통령의 약속도 얻었고, 북한에 잠입한 범죄자들도 모두 데리고 왔다.
여기에 사적으로도 재북 러시아 대사 등 여러 인맥을 늘렸다. 제법 만족스러운 북한행이었다.
그렇다고 한들 다시 가라면 그 말을 꺼낸 놈에게 죽빵을 날릴 테지만 말이다.
“정 미안하면 대통령님에게 경찰 예산이나 늘려 달라고 해 줘요. 아, 이건 내가 말해야 되나?”
“거기서 더?”
“있어도 있어도 부족한 게 예산 아닙니까.”
“……그건 맞지. 오케이. 국정원도 말 보탤게. 수고했어.”
“예. 팀장님도 수고하셨습니다.”
무려 5시간을 시달렸는지라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서던 종혁은 아차 하며 팀장을 봤다.
“그리고 이번까집니다. 다음부턴 정말 얄짤 없어요.”
흠칫!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예, 그러시겠죠.”
피식 웃은 종혁은 취조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통일부 직원이 소매치기가 넘쳐 나는 장마당에서 함부로 지갑을 꺼낸다?
그래, 꺼낼 수야 있다. 하지만 뭔가 촉이 이상해 찔러 보니 대번에 저렇게 반응이 왔다.
역시나 국정원 요원이었던 것이다.
‘뭐, 곧 그런 일이 있을 테니 북한 측 단속이 심해졌을 테지만…….’
고개를 저은 종혁은 국정원 건물을 나서서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나왔고, 그런 그의 앞에 고급 세단 한 대가 스르륵 멈춰 섰다.
지이잉!
“어디까지 가시나요, 잘생긴 최?”
“하핫!”
뒷좌석에 올라탄 종혁은 그녀가 권하는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후우.”
차 안에 뿌옇게 퍼지는 담배 연기.
나탈리아가 종혁의 등을 손톱으로 훑는다.
“결국 이건 필요 없게 됐네요.”
혹시라도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등에 박아 놓은 초소형 위치 추적기.
“필요 없게 된 게 다행이죠.”
만약 쓸 일이 생겼다면? 종혁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후후. 북한은 어땠나요. 재밌었나요?”
“글쎄요. 딱히?”
공기가 맑은 걸 제외하면 재미있을 만한 게 없었다.
‘사람들이 순박한 것 말고는 없었지.’
“가죠. 할 말이 참 많습니다.”
그 말에 나탈리아의 낯빛이 굳는다.
종혁이 은밀히 전해 온 경악스런 소식, 핵.
안드리가 준 뱀술의 뚜껑 속에 그 단어와 함경북도가 우크라이나어로 적혀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전해 준 정보이니 최대한 이용해 줘야 할 터.
CIA의 린치는 물론이고, 권아영과 박태규도 불러야 했다.
SVR과 CIA는 국가 안보 및 세계 정세 때문에, 권아영과 박태규는 요동칠 주식 시장 때문에.
국정원에 말해 봤자 믿지도 않을거니와 혹여 믿는다고 해도 조사를 하는 데 한 세월일 것이기에 이들을 통해 전달하는 게 베스트였다.
‘씨부럴, 핵.’
이번에 진행될 1차 핵 실험이 사실상 실패를 맞이한다지만, 이 때문에 전 세계가 얼마나 놀랐던가.
당장 실험을 어떻게 할 수는 없더라도 알고 대비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른 채 뒤통수를 맞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출발해.”
그들을 태운 차가 러시아 대사관으로 향했다.
* * *
“으하아암!”
번쩍 눈을 뜬 종혁은 옆에서 느껴지는 체온에 씁쓸히 웃었다.
이틀 전 순영의 소식을 전해 준 이후 마치 종혁이 순영인 양 매일 밤마다 침대로 찾아드는 순희.
잘 먹고 잘 뛰어놀아서 그런지 살이 부쩍 올라 이젠 어엿한 숙녀가 된 순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달그락! 달그락!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 넌? 몸은 좀 괜찮아?”
“이제 충전 완료지.”
북한에 있는 동안 계속 긴장을 해서 그런지 귀국한 날 이야기를 모두 마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골아 떨어졌었다.
종혁은 싱크대 앞에 선 작지만 큰 어머니의 등을 가만히 응시했다.
‘만약 엄마가 없었다면 난 어떻게 됐을까.’
류명옥의 일을 떠올리니 생각이 많아진다.
아마 몰라도 조폭이 됐거나 굉장히 힘들게 살았을 거다.
“엄마.”
“왜?”
“사랑해.”
달그락!
순간 손을 멈춘 어머니 고정숙이 고개를 돌려 종혁을 빤히 본다.
“북한에서 사고 쳤니? 애 생겼어?”
“……미치셨습니까, 어머니.”
“그런데 왜 갑자기 그딴 소리를 해? 소름 돋게.”
“아니, 아들이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
“타이밍이 이상한데…….”
“어이구, 됐수다. 내가 다신 사랑한다고 말하나 봐라.”
고정숙은 투덜거리는 아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팀장이 됐다고 좀 더 묵직해진 아들이 이렇게 말해 올 정도면 북한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있었을 터.
제대로 말해 주지 않는 게 좀 서운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표현을 해 줘서 엄마로서 참 고마웠다. 보통 저 나이면 엄마를 멀리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더.
“그래. 나도 사랑해.”
“얼씨구?”
고개를 저은 종혁은 화장실로 향했고, 그 듬직한 등을 가만히 응시하던 그녀는 아차하며 입을 열었다.
“철이 오늘부터 합숙이라 집에 못 들어온대!”
“알아요!”
“모르는 게 뭔지…….”
풀썩 웃은 그녀는 다시 칼을 들었다.
고생하는 아들을 위한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해 줄 게 이것밖에 없어 약간은 서글픈 그녀였다.
* * *
“여, 최 팀장.”
“좋은 아침입니다, 선배님!”
“북한은 좀 어땠어? 아가씨는 예뻤어?”
“남남북녀는 옛말!”
만나는 경찰들과 인사를 하며 부서에 복귀하니 정용진 과장이 대뜸 입을 연다.
“전 세계를 탐방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예?”
정용진은 덕자를 괴롭히며 노는 종혁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종혁이 데려온 이들은 중국으로 도주한 이후 행방이 묘연해져 인터폴까지 수배를 내린 극악한 범죄자들이었다.
그들을 어떻게 데려온 것인지 모르지만…….
‘외사과장이 최 팀장을 달라고 했지.’
해외로 튄 놈이나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렀거나 국제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를 잡는 외사과. 술자리에서 장난 식으로 툭 던진 말이지만, 분명 장난이 아니었을 거다.
“농담입니다.”
“방금 농담이 아닌…….”
“확인하시죠.”
눈을 가늘게 떴던 종혁은 정용진이 내미는 사건 파일, 특별수사1팀에 할당될 사건들을 확인했다.
“어? 저 징계 풀린 겁니까?”
“이런 실적을 올린 인재를 계속 징계할 순 없죠.”
징계? 종혁이 북한에서 놈들을 데려온 순간 풀렸다.
“하하…….”
슬쩍 주먹을 쥔 종혁은 사건 파일을 살폈다.
간편신고사이트에 신고가 여러 번 접수되어 특별수사팀이 나서게 된 사건들.
왕따 주범자를 잡고 보니 부모가 대단하다든지,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든지, 가보를 도둑맞았는데 경찰이 수사를 잘 안 한다든지 등 간단히 살펴봐도 일개 지방서 형사로선 난해한 사건들임이 분명했다.
정용진은 머리를 긁으며 생각에 잠기는 종혁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런데 최 팀장은 팀원을 늘릴 생각이 없습니까?”
“예? 아뇨. 딱히 생각 없습니다.”
가끔은 손이 부족해 곤란해질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팀원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문제는 왜…… 아, 그러고 보니 인사이동 시즌이네.”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
“왜요? 제 팀원으로 오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습니까?”
어디 그냥 많다 뿐일까.
위에서도 종혁을 설득해 보라고 압박을 해 올 정도다.
“아닙니다. 계속 3인 체제로 일하는 게 힘들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겁니다. 최 팀장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겠죠.”
이 세 명이 올리는 실적이 정상적인 수사팀의 실적보다 몇 배는 많다 보니 정용진은 강요할 생각이 없었다.
“예. 필요하게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이 사건들은 북한에서 데려온 놈들을 확인한 후에 진행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충성.”
그렇게 사무실로 출근하자 시끄러운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예. 본청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2팀입니다!”
“본청 특별수사3팀입니다. 뭐? 누굴 순순히 넘기라고? 그게 누군데 남의 회사에 지랄이세요! 너 누구야!”
전화기와 컴퓨터를 붙잡은 채 씨름을 하는 다른 팀 형사들.
반면 죄다 운동을 가서 텅 빈 특별수사1팀.
확실히 팀원이 적다고 볼 수 있었다.
“흠……. 순회를 해야 되려나.”
아무나 뽑을 수 없으니 결국 직접 보고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른 과로 인사이동해서 함께 살아 보는 게 최고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다른 과, 혹은 지방청에 갔다가 다시 복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 거 괜히 팀원 이야기를 해서…… 쯧.”
종혁은 복잡해지는 머리를 긁으며 흡연실로 향했다.
“이름.”
“거 다 알면서…….”
퍼억! 쿠당탕!
“어이쿠!”
걷어차여 바닥을 구른 사십대 범죄자, 북한에 숨었다가 함께 넘어와 유치장에서 먹고 자던 놈의 머리채를 잡은 종혁은 싱긋 웃었다.
“한 번만 더 뻗대면 정말 뒤진다.”
“……예.”
“자, 그럼 다시 시작하죠. 이름.”
“유선도입니다. 나이는 44세. 사기 및 폭행 전과 5범. 수배 걸린 죄목은 사기. 사건 담당서는…… 아, 광주광역시 서부서입니다. 아마 지금은 광주청에 넘어갔을 겁니다. 담당 형사는 잘 모릅니다.”
광주광역시에 3백억대 납품 사기를 저지르고 튄 유선도.
재밌는 점은 북한에 숨어 있던 놈들 중 이놈의 죄가 가장 가볍다는 거다.
“그래요. 이렇게 협조해 주면 서로 편하고 얼마나 좋아요. 다칠 이유도 없…….”
따르릉! 따르릉!
“예, 간편신고관리과…….”
-아따, 왜 이렇게 통화하기 힘드요. 여기 광주청인디, 거기 유선도 씨부럴 새끼 있지라? 같은 식구끼리 낯짝 붉히지 말고 내려보냅시다잉?
종혁은 흐뭇이 웃었다.
“그럴 거면 그쪽에서 먼저 잡으셨어야죠. 내가 씨발 얘를 어떻게 잡았는데. 개소리 말고 사건 이관하세요. 강제로 끌어오기 전에. 끊습니다.”
-뭐여? 야! 너 직급 뭐여!
“경정이요. 팀장입니다. 씨부랄 새꺄.”
쾅!
전화를 끊은 종혁은 기다렸다며 유선도에게 미소를 지어 줬다.
“어떡할래요? 지금이라도 광주 가서 쥐어 터질래요, 아님 형량을 좀 더 받더라도 여기서 조사 받을래요?”
“여, 여기서 조사 받겠습니다!”
종혁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탁월한 선택. 갈비 시켜 줄까요?”
“허억!”
그렇지 않아도 그리웠던 한국 음식. 유치장에서 짜장면이나 설렁탕을 먹긴 했지만 감히 갈비에 비할 바는 안 됐다.
꼴깍!
놈의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가자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잘 협조해 줬을 때 이야기입니다. 여기 본청인 거 알죠? 숨겨 놓은 돈은 무조건 찾습니다. 그러니 자수해서 광명 찾자, 씨발아.”
“……예.”
“자,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요? 북한으로 어떻게 넘어갔습니까?”
종혁은 이놈을 처넣는 김에 브로커도 잡을 생각이었다.
* * *
“으아악!”
괴성을 지르며 기지개를 편 종혁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숙였다.
하루 종일 북한에서 넘겨받은 놈들과 입씨름하고, 놈들의 담당 서와 말다툼을 하다 보니 지난 며칠간 쉬면서 충전한 배터리가 방전되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무려 열한 명. 정말 어마어마하게 넘어갔고, 그에 비례해 실적도 어마어마하게 쌓였다.
오택수와 최재수도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쉬고 있었다.
“최재수, 몇 명 남았어?”
“한 명 남았습니다!”
“그래?”
시간을 확인한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른 해치우고 밥 먹으러 가자. 마지막 놈 데려와.”
“예!”
잠시 후, 최재수에게 한 팔이 붙들려 끌려온 마른 체구의 남성을 본 종혁은 눈을 빛냈다.
정보사 출신으로 불륜 증거 수집부터 청부 폭력, 장기 매매 등 돈 되는 일이면 직접적인 살인을 제외한 모든 걸 다 했던 흥신소 사장인 윤경진.
2000년도,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도주해 자취를 감춘 놈으로 오늘 서울청에서 전화가 빗발치다 못해 찾아와 바짓가랑이를 잡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놈과 얽혀 있는 놈들이 많다 보니 못해도 반년 치 실적이었다.
“이야. 서울청에서 이 갈며 찾는 새끼인 줄 알았다면 배에서 특실을 잡아 드릴 걸 그랬습니다.”
“……난 몇 년 받을 것 같소?”
오랜 타지 생활이 지친 건지 아니면 앞으로의 일을 깨달은 건지 목소리에 힘이 없다.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에이, 선수끼리 뭘 묻고 그래요. 최소 열다섯 바퀴지.”
여타 잡다한 범죄를 뒤로하더라도 장기 매매 혐의가 8건에 살인 방조가 4건이다. 제대로만 엮는다면 판사가 누가 되건 무조건 15년 이상이었다.
그런 종혁의 말에 윤경진은 천장을 바라보며 씁쓸히 웃었다.
“거래합시다.”
순간 종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형량 그딴 개소리하면 수감 생활 동안 죽만 먹는 수가 있다.”
“한 바퀴만이라도 줄입시다. 그런 시계 차고 다닐 정도면 아는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
그가 한창 잘나갈 때여도 엄두도 못 낸 시계를 차고 다닌다. 왜 형사를 하는지 모를 만큼 부자거나 어마어마한 비리 경찰이란 소리다. 뭐든 인맥은 빵빵할 터.
종혁은 당당한 그를 보며 책상을 두드렸다.
“……듣고.”
“사람 찾기.”
비록 도주자 신세지만, 산 입에 거미줄을 칠 수 없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 여러 인맥을 통해 겨우 차려 놓았던 흥신소에 접수된 의뢰. 의뢰인이 너무 특이해서 그에게까지 보고 된 의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 뒷조사를 해 봤더니 의뢰인이 사이비에 푹 빠진 놈이더라고.”
상황이 상황이라 조심성이 많아진 윤경진.
“어떻게 관심 있습니까?”
“오케이, 콜. 읊어 봐.”
상체를 세우는 종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