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10화>
“여긴가?”
인민보안성 건물 안으로 들어선 종혁은 로비의 의자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는 안드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교수 동지!”
누군가는 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요청이다.
그저 스쳐 지나가다 보게 된 아이고, 괴로워하기에 작은 용기를 주려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안드리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종혁에겐 그게 아니었다.
안드리 덕분에 거의 맞춰진 퍼즐.
이 정보를 이용한다고 해도 안드리에게 피해가 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좀 미안했다.
거기다가 살인 사건이다.
경찰로서 못 본 척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그, 그게…….”
안드리는 자신의 옆에 앉아 망연자실 허공을 쳐다보는 옛 친구를 봤다. 누나가 살해됐고, 보안원이 집을 뒤집어 놨단 말에 일단 종혁에게 연락할 생각만 났기 때문이다.
하는 일 없이 인민들 감시나 하고 꼬투리 잡아 돈이나 뜯는 보안원. 믿을 만한 이들이 아니었다.
그런 안드리의 흔들리는 눈과 피해자 유족의 상태에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수고했다며 안드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자신을 호위하듯 감시하는 요원들을 통해 연락을 해 온 안드리. 그 재치가 대단했다.
“그래, 잘 연락했어. 내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하고 보자. 여기서 쉬고 있어. 이걸로 친구한테 마실 거라도 사주고.”
1달러 다발을 안겨 준 종혁과 그 뒤를 따라온 일행은 위로 향했고, 안드리는 이를 악물며 양손을 모았다.
‘부디…….’
복도에 줄줄이 세워진 문 앞에 서 있다가 순영과 림학철을 발견하곤 재빨리 거수경례를 하는 이들.
그중 하나의 문 앞에 선 림학철이 문을 지키고 있는 요원을 향해 거만하게 말한다.
“문 열라.”
“예!”
열리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 종혁은 눈을 빛냈다.
‘취조실?’
안쪽을 비추는 유리와 유리 안쪽에 놓인 테이블.
천장에 달랑 하나 달린 백열전등 때문에 어두운 분위기와 한쪽에 놓인, 사람을 구속시킬 수 있는 나무의자가 한국의 그것과 다를 뿐이었다.
‘여긴 고문도 하네.’
종혁은 혀를 찰 뿐 그 이상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 또한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을 만날 때마다 물고문을 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그런데…….’
-네가 한 거 맞지 않네!
-아닙네다! 믿어 주시라요!
십대 후반의 소년의 앞에 앉은 취조 보안원의 얼굴이 낯익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수강생과 강사로 만난, 어떤 살인 사건에서 애인이 유력한 범인이라고 말한 보안원이었으니 말이다.
종혁은 이 놀라운 우연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말하라.”
“아, 고거이…….”
사건의 개요는 이랬다.
16세 소녀, 류명옥이 집에서 살해됐다.
사인은 질식. 목이 졸려 사망한 걸로 추정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소녀의 남자친구. 알리바이도 없고, 늦은 밤 소녀가 살던 구역 근처에서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어딘가로 달려가는 걸 본 목격자가 있었다.
류명옥은 부모 없이 오빠, 남동생과 함께 사는데 오빠와 남동생은 어젯밤 공교롭게도 자리를 비웠다고 한다.
‘푸후.’
종혁은 부모가 없다는 부분에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럼 류명옥 씨가 저 사람과 어제 함께 있었다는 건 확인된 사실입니까?”
“오후쯤 동네 어귀에서 둘이 입술을 빨고 있었다는 게 목격되었다고 합네다.”
“이, 이 썩어질 에미나이! 마을 중앙에서 자아비판을 해도 모자라겠구나야!”
아직 어린 류명옥이 애정 행각을 했다는 소리에 림학철이 요새 젊은 것들은 하며 혀를 차고, 종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럼 살해 동기는요?”
현재로선 살해 동기가 없다.
“기거이…… 류명옥이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이 동네에 자자합네다. 염색도 했습네다.”
“이, 이런!”
그들의 반응에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지랄. 그럼 한국 여고생들은 죄다 사상이 불순하겠네.’
학창 시절 그 정도 일탈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통제되는 북한에다가 부모가 없다면 더 그럴 확률이 높다.
“흠. 그러니까 치정 싸움이 살인으로 발전한 거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네다.”
종종 이런 이유로도 살인이 일어나는 걸 알고 있는 지라 고개를 끄덕이던 종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사건이 발생한 시각 알리바이, 아니 행적 확인은요?”
“그 부분은 입을 다물고 있습네다.”
사람들은 허탈하게 웃었다. 누가 봐도 범인 같은 모습.
“저 종간나 새끼! 뭐하네! 날래 고문 준비하라!”
림학철의 눈이 벌게졌지만, 종혁은 냉정히 남자친구를 살폈다.
‘신장은 160 정도, 몸무게는 잘 나가 봐야 55킬로. 저런 종잇장 같은 몸으로 또래의 소녀를 질식시켜 죽인다?’
도구를 이용한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회의적이다.
“사인 소견서 좀 봅시다.”
“기, 기거이…….”
종혁은 보안원을 봤다.
“설마 부검을 아직 안 한 겁니까?”
“뭐이야?!”
림학철이 죽일 듯 노려보자 보안원이 억울하다는 듯 말한다.
“전 모르는 일입네다! 제 일이 아닌데 와 그러십네까!”
“이, 이! 기렇다고 손님 앞에서 망신을 줘?!”
“아이고, 소견서가 없으면 직접 가서 확인하면 될 거 가지고 왜 엄한 사람을 잡아요. 그렇죠?”
“……기건 길티요.”
‘휴.’
고맙다는 듯 눈빛을 보내던 보안원은 순간 아차 했다.
마치 할 말이 다 끝나지 않았다는 듯한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뭐네? 말하라.”
“오, 오준철 중사가 류명옥의 오라바니를 옆방에 가둬 뒀습네다.”
“뭐? 오준철이?”
인민보안성의 유명한 꼴통이다.
“와? 이유가 뭐이네?!”
종혁도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류명진의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입네다.”
“뭐이야? 그치는 또 와 불분명하다고 하네!”
“입을 다물고 있습네다. 기런디…….”
“또 뭐이네!”
“류명진이 평소에 류명옥을 때려잡았다고 합네다.”
‘어?’
“인민반장의 말에 의하면 거의 매일같이 그 집에서 밤낮없이 곡소리와 악소리가 나왔다고 합네다. 이거이 아무래도…….”
보안원은 말을 줄였지만, 그걸 알아듣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아니…….’
왜인지 쉽게 끝날 것 같던 이번 사건, 뜬금없이 오빠가 튀어나오자 종혁은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됐다. 오라바니가 누이를 죽일 이유가 있갔어? 날래 저놈을…….”
“잠깐만요.”
종혁은 식겁하며 나섰다.
“그 방법은 좀 이른 것 같습니다.”
아직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다. 갑작스레 오빠가 튀어나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황일 뿐이다.
“그렇습네까? 아까 최 동지가 말한 것처럼 살해 동기와…….”
종혁은 이어지는 말에 순간 이마를 잡을 뻔했다.
‘시발, 내가 선무당을 키웠구나.’
“후. 일단 시신부터 확인해 보죠.”
직접 보고 들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말라.
수사의 기본이다.
“……안내하라.”
“예!”
종혁과 일행들은 근처의 병원으로 안내됐다.
‘국과수 같은 곳도 아닌 병원…….’
인민보안성을 나서자마자 불어온 시원한 공기에 가벼워졌던 머리가 다시 무거워지는 것 같다.
싸늘한 영안실 안에 들어선 종혁과 오택수는 하얀 천을 머리 끝까지 덮고 누워 있는 소녀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엄숙과 정중함에 다른 이들도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후. 그럼 시작하시죠.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대기하고 있던 젊은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종혁은 슬쩍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의 의사가 정식 검시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이 병원의 의사 중 한 명일 뿐인 그. 북한의 의료 체계, 수사 체계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취해야 할 포지션은 하나다.
“오 경감님은 아래에서부터. 전 위에서부터.”
함께 살피는 거다.
종혁은 왜인지 하얗게 질린 최재수를 봤다.
“……아, 그러고 보니 넌 부검이 처음이구나.”
“예, 예!”
“잘됐네. 넌 내 옆으로 와.”
“오우, 우리 재수. 오늘 동정 떼는 건가?”
시신 부검 참관. 진짜 형사가 되기 위한 통과 의례 중 하나다.
과학 수사가 발달된 지금에야 그런 경우가 거의 사라졌지만, 옛날엔 검시관이 중요 증거를 놓쳐 사건이 어그러진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검시관에게 사건 상황을 보다 더 자세히 알려 주고 파악하려는 절차에 가까운 일인데, 비탄에 스러진 피해자의 아픔을 더 깊게 공감하려는 형사들의 의식이기도 했다.
키득키득 웃던 오택수는 순간 얼굴을 사납게 구겼다.
“야, 최재수. 여기서 토하지 마라. 죽여 버린다.”
“예, 예!”
살의를 가득 머금은 음성에 어리바리 답하는 최재수.
종혁은 돌연 그의 뺨을 후려쳤다.
쫘아악!
사람들이 깜짝 놀라 종혁을 쳐다봤다.
“정신 차려. 시체 한두 번 봐?”
죽는 그 순간까지 온몸으로 단서를 남긴 피해자의 앞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신중을 기해도 모자랄 판에 어리바 리 타는 건 결코 용납 못한다. 그런 종혁의 마음이 전해진 건지 하얗게 질려 있던 최재수가 입술을 깨문다.
“……죄송합니다.”
최재수의 표정이 단단하게 굳자,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굳어 있는 의사를 발견하곤 아차 했다.
“죄송합니다. 시작하시죠.”
“아, 아닙네다. 그럼.”
숨을 길게 내쉰 의사가 흰 천을 걷어 내는 그 순간이었다.
“헉!”
의사는 자신도 모르게 굳어 버렸고, 종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최재수와 오택수도 마찬가지다.
셋은 죽일 듯 아까까지 남자친구를 심문하던 보안원을 노려봤다.
“사인이 질식이라면서?”
“아, 아. 그거이…….”
이게 어딜 봐서 질식일까.
주저앉아 피딱지가 진 콧등과 만신창이가 된 얼굴, 입가에 남아 있는 구토의 흔적. 사망 직전까지 심하게 구타를 당한 거다.
“거기다 날라리라고? ……이게?”
마치 누가 남긴 염색약을 최대한 넓게 펴 바른 듯 고작 한 줌만 겨우 갈색빛을 발하는 머리카락. 어떻게든 예뻐지고 싶다는 가난한 여학생의 발악이 느껴진다.
까득!
“야, 너 시신은 보기나 했냐?”
“…….”
이젠 웃음도 안 나왔다.
‘지랄 났네. 지랄 났어.’
이제 이들이 꾸민 조서는 모두 믿을 수가 없다. 옆의 의사도.
종혁은 오택수를 봤다.
“오 경감님, 머릿속 정보 리셋시키세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오케이.”
종혁은 시신의 몸을 덮은 천을 걷어 냈다.
“음.”
시신을 본 사람들이 신음을 흘린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알려 주는 듯 푸르딩딩한 알몸. 그러나 종혁의 시선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최재수, 가까이 와. 여기와 여기, 또 여기가 어떻게 보여?”
“멍의 흔적이 희미합니다. 거기다 다른 곳도…….”
“거기서 유추할 수 있는 정황은?”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헤어스타일도 마치 지독한 괴롭힘을 당한 것처럼 마구잡이로 잘려 있고, 두피에 혈흔도 있다. 평소에 지속적으로 폭행에 노출되어 있던 피해자가 사건 당시 머리를 잡힌 채 흔들렸단 뜻이다.
손길에 무자비하고 거침이 없다.
종혁은 류명옥의 전신을 살폈다.
160cm가량의 신장과 40키로 후반대의 체격. 남자친구와 체격이 비슷하다.
‘남자친구 반쯤 아웃.’
이건 보다 더 크고 피지컬이 좋은 사람에게 잔인하게 유린당한 거다.
종혁은 보안원을 봤다.
“류명옥 씨 의료 기록 확보하고, 언제부터 맞았는지 누구에게 맞았는지 집 주변과 친구들 만나 탐문해요. 남자친구라는 놈의 집에 가서 사건 당시 입었다는 옷과 그놈 몸에서 혈흔이 있나 찾아보고.”
일단 백 퍼센트는 아니다 보니 아직 용의 선상에 오른 남자친구. 물이 부족해 잘 씻지 않는 북한이면 혈흔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아, 맞은 건 오라바니가…….”
“하라면 좀 하지?”
“하라! 뒤지기 싫으면!”
일련의 상황에 이미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림학철은 발악하듯 외쳤고, 하얗게 질린 보안원은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때였다.
“그래서 그 에미나이의 오라바니를 용의 선상에 올린 겁네다.”
알싸한 담배 냄새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
“놀새 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며 담배 피고 술 마시고 사내들과 응? 그런 누이를 두고 볼 오라바니가 어디 있갔습네까?”
흠칫!
갑자기 피해자를 나쁜 이로 만드는 발언에 고개를 돌린 종혁은 배가 살짝 나온 사십대 보안원의 이죽거리는 얼굴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담배 꺼.”
“……지금 뭐라고 했네?”
“담배 끄라고, 이 개새끼야!”
종혁의 외침이 영안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림학철과 순영의 죽일 듯 노려보는 시선에 오준철은 푸들푸들 떨면서도 담배를 끄는 수밖에 없었고, 종혁은 그에게 다가갔다.
“피해자 앞에선 예의 좀 지킵시다, 예? 당신 딸이 저기 누워 있다고 생각해 봐. 그래도 담배 피울래?”
“이 간나 새끼가…….”
“그래서?”
“뭘 말하라는 거이네?”
“피해자를 그런 날라리로 단정한 이유와 피해자의 오라비가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단정한 이유.”
영 아닌 건 아닌지, 주변 탐문 조사를 마친 듯한 말들이었다.
“흥! 그걸 내가 말할…….”
“말하라, 오준철.”
“……방금 말한 그대로이디.”
날라리 뜻하는 놀새 떼처럼 비슷한 놈들끼리 서로 몰려다니며 술과 담배, 그리고 여러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걸로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한 류명옥.
오라비인 류명진은 그런 류명옥이 늦게 들어오거나 외박을 하면 쥐 잡듯 잡았다고 했다.
“오마니, 아바디가 폐렴으로 죽었으니 류명진이 가장이자 아비 역할을 대신해야 됐을 기야. 어이, 남조선. 북한 남자가 군대를 언제 가는 줄 아네? 열일곱, 열여덟이야.”
곧 군대로 떠나야 되는 집안의 가장. 엇나간 여동생. 그리고 어린 막냇동생.
“류명진이 공화국의 전사가 되면 누가 그 어린 아새끼를 보호해야 될 것 같네? 몸을 이리저리 굴리는 에미나이가? 아니면 자기 먹을 것도 부족한 동네 동무들이?”
언제나 그 집에는 비명과 고함이 울려 퍼졌고, 사건이 발생한 그 시각 저녁에도 마찬가지였다는 게 주변 탐문 결과다.
“거기다 류명진은 그 시각 어디 있었는디 말하디도 않고 있디. 어떠네. 이래도 내 추측이 이상한 것 같네?”
“……쯧.”
종혁은 얼굴을 구겼다.
충분히 타당한 의심이고, 정황이었다.
가장의 무게를 못 이겨 결국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
종종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확신할 수는 없다. 사건 현장과 용의자 진술도 제대로 못 듣지 않았던가. 직접 듣고 봐야 진실이 밝혀질 거다.
그때였다.
빠드득!
“야, 최 팀장. 여기 와서 이것 좀 봐.”
오택수의 부름에 의아해하면서 다가간 종혁은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곤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러곤 천장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씨발. 이건 또 뭐냐…….”
피해자의 음부에 정액의 흔적이 남아 있다. 혈흔도.
폭행 치사가 아니라 강간 치사.
사건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 되고 있었다.
* * *
종혁은 책상 위에 늘어놓은, 사건 당시 피해자가 입은 옷을 가리키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곤 오준철의 멱살을 잡아끌며 옷을 보게 했다.
“잘 봐. 똑바로 봐. 이 좆같은 선무당 새끼야.”
그렇게 얻어맞았으면 어디 찢기기라도 해야 되는데, 그런 흔적은커녕 마치 방금 막 다림질을 마친 듯 깔끔하기 그지없다.
“넌 씨발, 이걸 보고도 폭행 치사로 판단이 되디?”
어떤 미친놈이 모든 걸 끝낸 후 옷을 입힌 거다.
일반적인 강간 치사도 악마 그 자체인데, 그를 넘어선 또라이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너도 시신 확인을 안 했지?”
“…….”
종혁은 림학철과 순영을 보았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건만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드는 둘.
“후. 현장으로 갑시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