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09화>
“으음. 그거이…….”
순영은 고민을 하는 림학철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고민할 가치도 없는 일에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니 답답해 돌아 버릴 것 같다.
고개를 저은 순영은 림학철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미안합네다만 기건 힘들겠습네다, 종혁 동무.”
종혁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안다.
하지만 이건 공화국이 해결해야 될 일이다.
아니, 정확히는 사건이 어려워 종혁의 도움을 받게 되더라도 이렇게 많은 인민들 앞에서 도와 달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 그렇습니까?”
아쉬워한 종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아무리 고통받을 유족이 눈에 밟힌다고 하더라도 남의 나라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순 없었다.
‘그래도 이따가 따로 물어보기라도 해야겠네.’
형사로서 어쩔 수 없는 오지랖이다.
생각을 정리한 종혁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래서 직업병이 무서워요. 뭔 사건만 터졌다 하면 눈이 벌게져 가지고…….”
“하하.”
“그럼 원래대로 돌아와 제가 준비한 자료를 보실까요?”
“아.”
내심 기대를 했는지 아쉬운 탄성이 내뱉는 그들의 모습을 일견한 종혁은 최재수를 응시했고, 최재수는 냉큼 미리 설치한 스크린을 내리고 프로젝트를 작동시켰다.
그렇게 강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 * *
“그럼 여기까지. 부디 유익한 시간이 되셨길 바랍니다. 다음 강의에선 프로파일링의 기초 개념에 대해 알려 드릴 테니 그에 대해 공부해 와 주세요. 자료는 나가시면서 받아 가시면…….”
“아아!”
“떽! 우리 싫어도 피해자들을 위해 노력해 봅시다! 이상 끝!”
“와아아아!”
등장 때처럼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강의를 마무리한 종혁은 한숨을 쉬며 자료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런 그에게 순영이 가쁘게 뛰는 심장을 누르며 다가섰다.
장마당으로 향하던 길에서 들었던 그 짧지만 강렬했던 강의.
하지만 그건 오늘 강의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귀에 박이다 못해 각인이 되다시피 한 내용.
너무도 재밌고 놀라워 10년이 지나도 토시 하나 잊을까 싶을 정도였다.
“명강의였…….”
“정말 대단한 강의였습네다, 최 동지!”
종혁의 손을 콱 잡으며 외치는 림학철.
감동을 크게 받은 듯 울상을 짓고 있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수준 높은 강의라니!”
종혁의 강의를 들은 지금이라면 사물함 속에 잠든 미제 사건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최 동지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무조건!’
림학철은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어…… 이거 아무래도 내가 싼 똥을 내가 밟은 것 같은데.’
왠지 그런 느낌이 후두부를 후려치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또각또각!
종혁은 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번잡해진 소음을 뚫는 구두 소리의 주인을 보곤 싱긋 웃었다.
“또 뵙네요, 단이 씨.”
“……확실히 최 동지는 우리 공화국 남정네들과는 다른 부류군요.”
통성명을 하고 나이를 알게 되면 곧바로 친근함을 가장해 반말을 던져 오는 북한 남자들. 그녀가 반년 전까지 유학했던 나라도 똑같았다.
“하하. 강의는 어떠셨어요? 들을 만하던가요?”
“훌륭했습네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부족했던 강의.
유학을 했던 나라의 학교 선생들보다 훨씬 재밌고 알찼다.
그래서 욕심이 난다. 몇 년 후 모든 교육을 마치고 정계에 데뷔했을 때 도움이 되어 줄 것 같아서 무척이나.
“최 동지는 어떠셨습네까? 우리 공화국 혁명 전사들의 강의 태도는?”
마치 회사 사장이나 할 법한 질문에 터지려는 웃음을 삼킨 종혁은 진지하게 답했다.
“훌륭했습니다.”
처음엔 이리저리 눈치를 봤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부족한 걸 알아차리고 사랑을 갈구하는 소년처럼 집요하게 매달리던 사람들.
조는 것도 없고, 단 한 단어라도 흘려들을 수 없다며 귀를 쫑긋 세우는 수강생을 향해 이 이상의 어떤 미사여구를 붙일 수 있을까. 오늘 받은 감동이 퇴색될 뿐이다.
그런 종혁의 대답에 림학철은 활짝 웃고 말았다. 드디어 종혁이 공화국에 감화되는 것 같아서.
그를 힐끔 본 김단은 입술을 살짝 비틀며 입을 열었다.
“길티요. 이렇게 열정적인 인민들로 인해 공화국이 유지되디요.”
모든 게 부족한 북한.
자원이 있다 한들 국민에게 돌아가는 게 얼마나 될까. 한 줌의 흙을 푼다면 그중 모래 한 알갱이라도 돌아가면 다행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지도자를 믿고 따르니 북한은 사람이 전부인 나라였다. 참으로 불쌍한 나라였다.
“그, 그 단이 동지!”
“응? 와 그라십네까? 수령 동지께서 널리 치세를 펼치시고 온 인민들이 믿고 따르며 열정적으로 대동단결하니 공화국이 유지되고 발전하는 건 맞지 않습네까?”
움찔!
“어…… 그건 맞디요.”
“고조 뭔 생각을 한 겁네까?”
“미, 미안합네다.”
싱겁다는 듯 고개를 저은 김단은 종혁을 보며 싱긋 웃었다.
“내일 강의도 기대하갔습네다.”
힐끗 그녀의 옆구리에 끼워진 연습장을 본 종혁도 싱긋 웃었다.
“단이 씨 같은 수강생이면 언제든 환영이죠. 내일 봐요.”
고개를 까딱이며 돌아선 김단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면 제대로 알아봐야겠어.’
그냥 봐도 회유되기 그른 인물인 종혁.
떡 벌어진 어깨에 가득 차 있는 자존감이 그 증거다.
거기다 시가 몇 만 달러짜리 시계와 비슷한 가격의 슈트를 매일같이 바꿔 입는 사람이 뭐 부족한 게 있어 귀화를 할까.
당은 지금 헛발질을 거하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당의 일일 뿐 자신의 일은 아니다.
‘좋은 관계를 맺을수록 내게 도움을 줄 부류지, 저런 부류는.’
잔정이 많아 어려운 사람을 외면 못하는 부류.
종혁에 대해 작은 오판을 한 그녀는 얼른 알아보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고, 종혁은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나서야 다가온 소년을 보며 풀썩 웃었다.
할 말이 많지만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입술을 달싹거리는 소년.
“어우, 이거 이야기를 많이 했더니 목이 타네. 안드리라고 했지? 너도 같이 갈래?”
“네? 네…….”
“그래. 가자. 자, 모두 음료수나 빨러 갑시다!”
그렇게 우르르 몰려 나간 그들은 교정의 벤치에 앉아 이제 거의 다가온 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오늘 강의를 들은 소감은 어땠어? 느낌이 좀 와?”
순간 밤하늘처럼 탁한 소년의 눈이 갈망을 머금는다.
그러나 그 입은 자물쇠를 채워 놓은 것처럼 달싹일 뿐 열리지 않는다.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박탈된 자유, 스스로 놓아 버린 자유가 여실히 느껴진다.
종혁은 음료수를 홀짝이며 하늘을 봤다.
“흠. 내 이야기를 잠깐 해 볼까?”
음료수가 달큰하게 적신 입이 조심스럽게 열린다.
“내 큰아버지는 간첩이었어.”
움찔!
소년뿐만 아니다. 주위에 있던 순영과 림학철, 다른 요원들도 경악하며 종혁을 본다.
그러나 종혁은 하늘만 응시했다. 고개만 들면 보이는데 참 보기가 힘든 하늘.
“북한에 교화된 간첩이었지. 넌 모르겠지만, 80년대의 한국 정부는 빨갱이를 때려잡자는 광기에 휩싸여 있을 때였어. 그런데 큰아버지가 간첩이었던 거야. 딱 반동분자로 찍혔는데…… 와, 이거 사람 사는 게 아니더라.”
어딜 가든 따라오는 형사들과 집에 오는 편지조차 검사받던 삶.
후웅 몸이 크게 흔들린 소년이 종혁을 본다.
“고작 7살, 8살짜리를 막 미행하고 군것질만 해도 뭔 지령을 받았냐며 그 어린애가 한 푼, 두 푼 모아 사 먹는 걸 찢고 짓뭉개며 확인하는데……. 충격을 받아 우는 애는 달랠 생각 안하고 윽박만 지르더라. 도망친 큰아버지는 어디 갔냐고. 그 새끼를 왜 나한테서 찾아, 씨발.”
그렇게 암울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런 생활이 거듭되니까 어느 순간 집에 가기가 싫어지더라.”
움찔!
몸이 들썩인 소년을 힐끔 본 종혁은 담배를 빼물었다.
그래서 형사들은 들어올 수 없는 학교,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학교의 유도부 문을 두드렸다. 집에 최대한 늦게 가기 위해.
“푸후우.”
허공으로 흩어지는 탁한 연기.
“근데 안 바뀌어. 계속 감시해. ……나보고 어쩌라고, 씨발.”
“그, 그래서요?”
순간 눈을 빛낸 종혁은 티를 내지 않고 말을 이어 갔다.
“오기가 생기더라.”
“Я ненавиджу втрачати?”
지기 싫어하는 마음. 오기.
“어. 난 잘못한 거 하나 없는데 왜 이 지랄이냐. 내가 이렇게 해도 너희가 계속 감시할 거냐는 오기가.”
그래서 그때부터 진심으로 유도를 하기 시작했다.
“보다시피 이런 몸뚱이를 타고났으니 메달은 누워 숨 쉬기보다 쉽지. 그렇게 전국을 휩쓸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됐는지 알아?”
“가, 감시가 풀렸어요? 그랬어요?”
“아니? 더 쪼던데?”
“네?! 왜요!”
“반동분자의 핏줄이 신체 능력까지 갖췄다고.”
“말도 안 돼! 그래서요!”
어느새 종혁의 이야기에 푹 빠진 소년이 자신의 일처럼 화를 낸다.
“그래서 공부를 병행했지. 내가 전교 1등이 되어도 그럴래? 하고.”
이 악물고 공부했다. 하루 3시간 자며 매일 코피를 흘렸다.
“그렇게 반 1등, 전교 1등, 도 1등. 아, 전국 1등은 때려 죽어도 못하겠더라. 그 새끼들은 괴물들이야, 괴물.”
그러니 감시의 시선이 좀 완화되었다.
“그래서 에라이, 그럼 내가 경찰대 가도 니들이 지랄할래? 하고 경찰대에 갔고, 지금은 이렇게 여기에 오게 됐지.”
“아…….”
“안드리,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몇 년이 걸렸을 것 같냐?”
“그, 글쎄요?”
“9년이야, 9년. 고작 9년. 참 짧지?”
“……!”
순간 종혁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은 안드리의 낯빛이 굳는다. 종혁은 그런 안드리의 시선을 일견하며 다시 하늘을 봤다.
“뭔 사정인지 모르지만 포기하지 마라. 살아 보니까 흘러가는 시간은 짧고, 인생은 길더라.”
“…….”
“후우우.”
“저도…….”
입을 달싹인 안드리가 우크라이나어로 입을 연다.
“저도 당신과 비슷해요. 저도 먼 곳에서 위험한 무기를 연구하는 아버지…….”
“그만.”
순간 순영이 차가운 눈으로 안드리의 말을 끊는다.
움찔 놀란 안드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자 종혁은 혀를 찼다.
“아니, 무기 개발이 뭐 대수라고. 어느 나라나 다 하는 건데……. 괜찮아. 계속해.”
“아, 아닙네다. 그럼!”
순영의 눈빛에 겁먹은 안드리는 도망치듯 사라졌고, 종혁은 순영에게 입술을 이죽였다.
“씨이. 애 도망갔잖아요.”
“……으흠. 아, 기런데 그보다 정말 큰아바디가 저희 공화국의 전사셨습네까?”
그렇지 않아도 안타까워하던 순영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녀도 그런 감시받는 삶을 살았기에.
종혁이 받았던 억압이, 고통이 모두 공감이 되었다.
‘이래서 철이와 희야를 받아들인 거구나!’
종혁도 동질감을 느낀 거였다. 그녀는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에 반해 림학철은 입이 찢어지기 직전이었다.
“어, 어떻게 이런 우연이…… 최 동지, 우린 정말…….”
“아뇨. 뻥인데요.”
“……예?”
“푸하하하핫! 캬아, 오늘도 연기에 물올랐고! 무덤덤하게 툭툭 던지는 게 어우. 재수야, 인마. 봐라. 이게 연기야.”
“안 그래도 녹음 중이었어요! 내가 이거 꼭 외운다.”
“네? 어?”
짜악!
“아, 따거!”
“닥치시라요. 종혁 동무는 좀 맞아야 됩네다.”
“아, 따거. 아, 따거! 아, 진짜! 미안요!”
종혁은 다급히 순영을 매운 손을 피해 달리며 피식 웃었다.
인생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불쌍한 피해자를 위해서라면 가족이라고 대수일까. 피해자가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부모형제, 심지어 키우던 개까지 팔아먹을 수 있는 게 경찰이다.
오직 범인과 사건과 피해자에게 삶을 바치기에 불쌍한 인생들.
‘좆같은 인생이지.’
그럼에도 그만두지 못하는 건 눈앞의 피해자 때문일 거다.
살려 달라고, 도와달라고 피눈물을 흘리는 억울한 피해자들.
‘그걸 어떻게 외면할까…… 씨발. 아,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지.’
퍼즐 조각이 거의 다 맞춰졌다는 게 문제다.
‘결국 얻고 말았네, 이 정보를.’
먼 곳. 위험한 무기. 예민한 순영의 반응.
씁쓸히 웃은 종혁은 다시 담배를 물었다.
막 흐려지기 시작한 하늘이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한편 그 시각, 평양에 위치한 어느 건물의 회의실.
북한 군복을 입은 육십대 노인이 시거를 내려놓으며 입을 연다.
“기럼 이것만 답해 보라. 저 간악한 미제가 내건 조건을 맞출 수 있갔어? 못하갔어?”
“……못합네다.”
“로씨아는?”
“…….”
웅성웅성.
회의실에 앉은 8명 사내들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이틀간 안 돌아가는 돌덩이 굴려서 얻은 결과가 다 안 된다는 것이구만기래.”
“주, 죽여 주시라요!”
‘흠. 그렇다고 저 간악한 열강들에게서 벗어날 공화국의 축포에 대해 알릴 수도 없고…….’
곧 개발이 완료되는 핵폭탄.
북한의 자주 독립과 위대함을 알릴 축포.
‘정보만 듣고 홀랑 도망쳐 버리면…….’
이 나라는 절단이 나는 거다.
우호적인 러시아와 중국부터 난도질을 해 올 터.
‘기렇다고 원래 주려던 정보인 중국 균열에 대한 것도 넘길 수 없고…….’
돈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정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는데 정보부터 넘기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흐으음. ……아, 그럼 이렇게 하자!”
“어, 어떻게 말입네까?”
“은혜를 입히는 기야.”
“은혜…… 어떤 은혜 말입네까?”
“그것까지 내가 생각하믄 너희는 여기에 와 있는 거이네?”
“시, 시정하갔습네다!”
“후. 오늘 강의가 호평이었다고 하니 일단 거기서부터 걸고넘어져 보라. 며칠 더 체류시키게 하란 말이야.”
어찌할 방도가 보이지 않으니 일단 시간부터 벌어야 했다. 러시아가 태클을 걸지 못할 명분으로.
그리고 그 며칠이 한 달이 되고, 세 달이 된다면?
돌부처 할아비라도 눌러앉힐 수 있었다.
“알갔어?”
“예!”
“그럼 뭐하네! 날래날래 움직이라!”
그들은 부리나케 뛰어나갔고, 남겨진 노인은 다시 시거를 입에 물었다.
“학철이가 잘해 줘야 할 텐데…….”
자식이지만 영 믿음이 안가는 림학철.
‘기래도 공화국이 낳은 괴물 리순영을 보좌로 붙였으니 얼빠진 짓은 안 하겠디.’
부디 그러기만 바랄 뿐이다.
“푸후우.”
시름이 담긴 담배 연기가 참 무거웠다.
* * *
터벅터벅.
거친 흙길을 걷는 소년의 걸음이 무겁다.
‘오기…… 자유…….’
“후우.”
‘만약 아버지가 개발을 마친다고 해도 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안드리는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이름도 낯선 소련의 핵무기 개발자인 아버지.
핵이 개발된다고 해도 문제다.
‘아마 두 번째를, 세 번째를 개발하도록 강요하겠지.’
지금껏 겪어 온 북한이라면 충분히 그럴 확률이 높다.
핍박과 억압의 북한.
아마 자신들 가족이 자유를 얻을 길은 요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웅성웅성.
“음?”
북한에서 아버지에게 선물로 준 아파트에 가까워지던 안드리는 작은 소란에 고개를 돌렸다가 의아해했다.
어느 주택 앞에 몰려 있는 사람들과 보안원들.
“어? 저 집은…….”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소학교 시절 자주 어울렸던 동무의 집이다. 여기저기 참 헤집고 돌아다니며 우정을 쌓았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멀어지게 된 친구.
안드리의 발이 절로 움직인다.
“안드리!”
“오마니!”
후다닥 달려온 작은 체구의 사십대 여성이 안드리를 꼭 끌어안는다.
“왜 이 길로 온 거니. 원래는 다른 길로 오지 않네.”
“아아…….”
생각이 많아져서 돌아왔다는 걸 어떻게 말할까.
“그냥 매일 보는 풍경이 지겨워져서 그랬습네다. 오마니는 왜 여기에 계십네까?”
“아, 어제 저기에서 누가 죽었다고 해서 와 봤다.”
“헉!”
눈이 동그래진 안드리는 다급히 사람들이 몰려 있는 주택을 봤다가 이를 악물었다. 망연자실 집을 쳐다보는 옛 친구.
안드리는 자신도 모르게 옛 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