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08화 (308/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08화>

    “와,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종혁의 능수능란한 우크라이나어에 소년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우, 우리나라 말을 할 줄 아셨어요?”

    회귀 전에 배운 거다.

    가끔 국내에서 범죄를 일으키는 우크라이나 출신 노동자들.

    강원도부터 울산까지 러시아발 밀수 때문에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경찰들은 제법 있지만, 우크라이나어를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기에 배웠었다. 당시엔 미쳐 살았던 승진에 도움이 되니 말이다.

    “조금? 외국어 배우는 게 취미거든.”

    “미친…….”

    “푸흐.”

    이 나이 또래의 가감 없는 표현에 웃음을 흘린 종혁은 소년의 옆에 선 외국인을 봤다.

    “대범한 아드님을 두셨더군요. 반갑습니다. 최종혁입니다.”

    “우슬란입니다. 그런데 아들이 아니라 친구의 아들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견학시키고자 데려왔죠.”

    묘하게 톡 쏘는 말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를 떠올린 종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와, 아무리 친구 아들이라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친구끼리 우애가 많이 깊으신가 보군요.”

    진심 어린 칭찬에 외국인의 얼굴에 서린 불쾌함이 사라진다.

    “하하. 겨울날 호수에서 함께 수영을 할 정도로 친한 친구라서 말입니다.”

    “……겨울에요? 많이 추울 텐데?”

    “얼어붙은 호수에서 수영 정도는 할 줄 알아야 우크라이나 남자라고 할 수 있죠!”

    “아.”

    ‘나 이 말 들어 본 적 있는데.’

    주로 러시아 남자들이 이런 식의 말을 했다.

    그렇게 잠시 대화가 끊기자 림학철이 재빨리 나섰다.

    “공화국에서 무기를 연구하는 동무입네다.”

    “아, 그럼?”

    종혁의 시선에 외국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와 비슷한 분야의 연구를 하는 친구입니다.”

    “그래요…….”

    급격히 흥미가 식은 눈을 한 종혁은 소년을 봤다.

    “괜찮냐? 어디 아픈 곳은 없고?”

    “……괜찮아요.”

    “그래? 병원에는 가 봤고?”

    “이 정도면 침만 발라도 나아…….”

    “병원? 침?”

    “헉!”

    의아해하는 외국인의 모습에 깜짝 놀란 소년은 종혁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듯 간절한 눈빛을 보냈고, 종혁은 흐뭇하게 웃었다.

    “앞으론 그런 뒷골목엔 들어가지 마라.”

    “아!”

    “잠깐, 뒷골목? 흠. 아무래도 진지한 대화가 필요할 것 같구나, 안드리.”

    “아니, 그게……!”

    키득키득 웃은 종혁은 소년의 머리를 손을 얹었다.

    “너를 둘러싼 세상이 답답하고 힘들면 무언가에 집중을 해 봐.”

    속상해하며 종혁의 손을 쳐 내려 했던 소년은 종혁의 진지한 표정에 낯빛을 굳혔다.

    “……집중?”

    “책도 좋고, 그림도 좋고, 혹은 미래에 대한 생각이나 꿈도 좋지. 최소한 그 시간만큼은 널 둘러싼 걸 잊을 테니까.”

    그리고 미래를 위한 준비도 할 수 있다.

    “준비…….”

    “참고로 내가 내일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든? 한번 와 봐. 취향에 맞지는 않더라도 시간 떼우기 정도는 되어 줄 테니까.”

    종혁은 생각이 많아지는 듯한 소년의 모습에 싱긋 웃었다.

    “다음부턴 달라는 돈 다 줘 버려. 쪽팔리게 여자한테 맞지 말고.”

    “네? 난 여자한테…….”

    콰악!

    억센 손이 소년의 어깨를 움켜쥔다.

    “여자까지…… 정말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구나, 안드리!”

    “아, 아니에요! 아니라니까요?!”

    킬킬 웃은 종혁은 몸을 돌렸고, 순영은 그런 그를 보며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놀리니까 재밌습네까?”

    “오, 우크라이나어를 배우셨어요?”

    “공화국에 돌아다니는 언어는 다 익히고 있디요.”

    그냥 심심해서 익혔다.

    ‘피유. 순영 씨도 괴물은 괴물이라니까.’

    “종혁 동무는요? 정말 취미입네까?”

    “남의 나라에 와 놓고도 범죄를 저지르는 새끼들이 많아서요. 그래서 일단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의 언어는 다 익히려 하죠.”

    “그럴 줄 알았습네다.”

    “어…… 잠깐, 그러니까 지금 그런 이유로 그 많은 외국어를 익혔다는 겁네까?”

    식겁하는 림학철의 모습에 종혁과 순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런데요?”

    “뭐 잘못됐습네까?”

    “그러니까 겨우…… 허, 미친.”

    이 말도 안 되는 괴물들에 림학철은 종혁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도 잊은 채 된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떤 재밌는 대화를 하는지 물어도 되겠습네까?”

    또각또각!

    지루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이쪽으로 다가오는 소녀의 모습에 림학철이 다시 식겁하고, 순영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아! 최, 최 동지. 이, 이쪽은…….”

    “반갑습네다, 남조선 동무. 서단이라고 합네다. 아바디가 정치국에 적을 올리고 있디요.”

    스스럼없이 손을 내미는 그녀의 모습에 종혁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렇지. 아버지가 정치국 소속인 건 맞지.’

    최상단, 그것도 사망하지 않는 이상 결코 내려오지 않는 정점에.

    눈앞의 소녀는 서단이 아니라 김단이었다.

    “북한에 와서 먼저 손을 내미는 여성은 여기 순영 씨 말고 서단 씨가 처음이네요. 반갑습니다. 최종혁입니다.”

    종혁은 이 여자가 왜 여기에 있는 건가, 왜 먼저 다가온 건가 그 진의를 살피기 위해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방금 전 무기 개발자의 말에 복잡해진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짹짹짹짹!

    오늘도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에 잠에서 깬 종혁은 번데기처럼 이불을 돌돌 말고 있는 여성을 멍하니 쳐다봤다.

    “어쩐지 좀 춥더라니.”

    작은 체구의 귀염상이었던 어제의 여성과 달리 길쭉길쭉한 여성. 어젯밤 파티에서 림학철이 붙여 준 승무원이다.

    종혁의 생각과 달리 무탈하게 지나간 파티.

    ……피식.

    ‘내가 아니라 순영 씨에게 관심 있었지.’

    통성명을 한 이후 슬그머니 순영에게 아는 척을 하더니 냅다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꽃을 피워 버린 김단.

    덕분에 낙동강 오리알이 된 기분을 느끼게 됐다.

    그것을 제외하면 이후 파티는 무난하게 지나갔다.

    러시아 대사는 계속 종혁의 곁에 붙어 있으려 했고, 그럴수록 종혁이 범상치 않다는 걸 느낀 중국 대사의 아들은 공수표를 남발했다.

    덕분에 현재 중국 사정에 대해 아주 잘 알게 됐다.

    ‘곳곳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군.’

    IMF가 닥치기 전의 한국처럼, 겉으로는 최대최고의 호황인 것처럼 풍요롭고 호화로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곪다 못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대북 지원 축소가 가장 대표적인 증거다.

    외화 보유고 이야기가 나왔을 땐 기함하는 줄 알았다.

    급성장의 부작용.

    어제 나들이한 장마당의 모습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묘하게 물건이 많이 없던 가판대.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잠식한 북한의 장마당에서 아침이었음에도 제품이 부족하다는 건 하나다.

    생산력이 떨어졌다는 거다.

    ‘그것도 그거지만, 드바 로마노프의 제품도 있었지.’

    북한에 정식 입점도 안 한 드바 로마노프의 제품이 장마당에 돌아다니는 것도 웃겼지만, 그게 전체 물량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 건 더 웃겼다.

    그리고 그 옆에서 중국산 제품들이 떨이로 팔리고 있었다.

    중국산 제품 두 개 살 가격으로 드바 로마노프는 하나만 살 수 있음에도 드바 로마노프 것만 팔리고 있었다.

    심지어 돌아갈 때쯤엔 세 개에 하나 가격까지 내려갔다. 떨이로도 커버할 수 없을 만큼 제품 경쟁력도 떨어진 거다.

    비슷하게 구하기 어렵다면 약간 비싸더라도 믿을 만한 곳에서 훨씬 더 좋은 제품을 구해 값을 더 높여 파는 게 당연한 심리.

    중국은 밑바닥에서부터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이거 좀만 더 찌르면 더 빨리, 더 많이 붕괴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좀 더 고민하거나 상의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종혁은 어젯밤 또 한 조각 맞춰진 불쾌한 퍼즐을 떠올렸다.

    ‘무기 개발자와 비슷한 분야의 연구를 하는 친구…… 그리고 감시를 받는 친구의 가족…… 쯧.’

    이게 뜻하는 게 뭐겠는가. 감시를 받을 만큼 위험한 것을 연구한다는 소리다.

    “에이.”

    머리를 긁으며 몸을 일으켜 씻은 종혁은 어제의 여대생처럼 쪽지를 남기고 떠나 버린 승무원 덕분에 휑해진 방을 나서다 흠칫 놀랐다.

    “하하. 나오셨어요?”

    반팔, 반바지 차림을 한 채 어색하게 웃고 있는 통일부 직원.

    “무슨 일이세요?”

    “아니, 뭐 저도 운동이나 할까 하고요. 그런데 혼자 가기는 좀 그렇고…….”

    “어이구. 그렇다고 이렇게 오래 기다리셨어요?”

    직원의 팔뚝에 닭살이 한가득 올라와 있다.

    “전화를 하시지.”

    “그러면 너무 폐가 될까 봐서요…….”

    “전혀 그런 거 아니니 새벽 6시 이후엔 언제든 연락 주세요.”

    “넵! 아, 그런데 어젯밤 다녀오신 파티는 어땠어요? 누굴 만나셨어요? 설마 북한 연예인?! 아니면 당의 높은 간부?”

    종혁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직원의 눈빛에 고개를 저으며 호텔 안에 있는 헬스장으로 향했다.

    웅성웅성.

    “오늘 우리를 가르친다는 교수 동지에 대해 아는 사람 있네?”

    “듣기로 남조선에서 왔다고 했지비.”

    “남조선? 림 소좌 동지가 남조선 사람은 어케 알고?”

    “나라고 알갔습네까?”

    김일성종합대학의 한 강의실에 제복을 입은 채 앉아 있는 인민보안성과 보위부 소속 보안원 100여 명과 지원을 받아 들여보낸 대학생들이 오늘의 소집을 두고 이래저래 말을 꺼낸다.

    그젯밤 난데없이 공문을 보내더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것보다 날치기로 선발되어 온 그들.

    그래도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뒷배가 두둑하거나 윗사람이라도 아니면 가차 없이 들이받는 꼴통들만 모아 놓았다.

    -아! 아!

    그들은 정면의 단상을 쳐다봤다.

    각이 칼날처럼 살아 있는 정복을 갖춰 입은 림학철이 마이크를 잡고 있다.

    -다들 갑작스런 소집에 당황했을 기야.

    보안원들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하지만 당황하디 말라. 너흰 선택받은 것이니끼니.

    ‘선택? 무슨 선택?’

    웅성웅성.

    -무슨 선택이냐면, 바로 너희가 위대한 공화국의…….

    ‘하. 저 아새끼 또 저런다.’

    ‘에두르지 말고 직진하면 얼마나 좋네.’

    ‘그래도 얼음보숭이나 고기겹빵은 잘 사 주지 않습네까.’

    ‘……기건 길티. 좋은 사람이디.’

    -최소 10억 달러.

    움찔!

    천문학적인 액수에 다급히 고개가 돌아간다.

    -이제부터 소개할, 너희들에게 강의를 해 줄 남조선 경찰이 해결하지 않았으면 발생했을 사건의 피해액이야. 이것도 최소로 잡은 거이디.

    입이 떡 벌어진 그들이 눈으로 그게 정말이냐고 묻는다.

    그들의 맨 뒤, 허락을 받고 강의를 듣게 된 소년과 그 옆에 앉은 김단도 눈이 흔들린다.

    소년과 달리 오늘도 순영을 만나기 위해 이 자리를 찾은 김단.

    -어디 그뿐이간? 고작 22살 어린 나이에 전 세계를 진동시킨, 오늘부터 너희가 배울 수사 기법을 만든 천재이기도 하디. 그러니 적극 호응하고 박수로 맞이하라! 최종혁 동지다! 최 동지 나오시라요!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거구에 깜짝 놀랐던 그들은 이내 양손을 가슴께로 들어 부딪치기 시작했다.

    짜자자자자자작!

    강의실에 퍼지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

    그들의 면면을 살핀 종혁은 눈살을 꿈틀거렸다.

    맨 뒤에 앉은 소년과 김단을 보며 눈을 빛낸 종혁은 마이크를 잡았다.

    “반갑습니다. 북한의 치안을 위해 불철주야 개발에 땀나는 것처럼 좆뺑이 치시는 보안원 여러분. 그리고 술 마시고 노느라 하루가 부족한 대학생 여러분.”

    “푸흡!”

    “풉!”

    “전 여러분이 남조선이라 부르는 대한민국에서 본청…… 그러니까 인민보안성 같은 기관에서 수사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최종혁 경정입니다. 지금 착석하는 저 셋 중 둘은 제 팀원이고, 나머진 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너무하신데요!”

    “네. 20키로 덤벨도 못 드는 사람은 입 다무시고요. 아무튼 갑작스런 모집에 다들 놀라셨을 테지만, 일단 내 탓 아닌 걸 알아주세요. 그리고 이해합시다. 윗대가리들이 이러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잖습니까.”

    다시 몸을 들썩인 보안원들은 종혁을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남한에서 왔다고 해서 비리비리할 줄 알았는데, 입담이 장난이 아니다. 체격까지도.

    그들은 흥미라는 장작에 불을 지르며 종혁을 응시했지만, 종혁은 입맛을 다셨다.

    ‘이거 반응이 영 별론데?’

    보통 이쯤 되면 웃음이나 박수가 나와야 하는데, 다들 필사적으로 참는 걸 보니 더 짠해진다.

    “그럼 이쯤에서 내 소개는 그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종혁은 분필을 들어 칠판에 [수사 기법이란 무엇인가]라고 적었다.

    “수사 기법. 들어 본 사람도 있고, 들어 보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 수사 기법에 대한 정의는 간단합니다. 범인을 어떻게 잡느냐, 범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결국 범인을 잡는 방법. 이게 수사 기법입니다.”

    웅성웅성.

    “솔직히 와닿지 않죠? 너무 익숙한 거라서?”

    종혁은 고개를 끄덕이는 보안원들 중 한 명을 가리켰다.

    “거기 계신 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뭡니까?”

    “나, 나 말입네까? 아니…….”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보안원은 림학철의 눈치를 살폈고, 림학철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단 신고 접수부터 받겠디요.”

    “오? 그리고요?”

    “피해자 진술?”

    “또?”

    “……아! 사건 현장 조사!”

    “그렇죠! 이야, 훌륭하신데요?”

    칭찬을 받은 보안원은 자신도 모르게 슬쩍 어깨를 으쓱했고, 다른 보안원들은 그를 보며 부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렇게 분위기가 말랑말랑해지자 종혁은 말을 이었다.

    “이렇듯 우리 경찰들은 이다음에야 범인을 찾기 시작하고, 여러 명의 용의자를 추려 끝내 범인을 검거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범인을 찾는 게 참 지랄이란 말이죠.”

    “아!”

    곳곳에서 탄성이 터진다.

    “와, 벌써 깨닫는 분이 계시네요? 하지만 아직 깨닫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니 잠시 쉿 합시다.”

    “하하.”

    “흐흐. 자, 그럼 이 범인을 어떻게 잡느냐? 아니, 그 전에 나이 많은 선배들이 범인을 검거하는 모습을 보신 분? 손 좀 들어 보시겠습니까?”

    보안원 전체가 손을 든다.

    종혁은 그중 한 명을 지목했다.

    “어떻던가요?”

    “아, 그거이…….”

    “솔직히 그냥 대충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는 대충 때려 맞추는 것 같았죠? 어쩔 땐 여러분의 추측과 달리 생뚱 맞은 이를 범인으로 지목할 때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대부분 그놈이 범인이었을 테죠.”

    “……!”

    지목당한 보안원뿐만 아니라 보안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에 눈을 빛낸 종혁은 칠판을 강하게 후려쳤다.

    꽝!

    깜짝 놀란 그들이 쳐다보자 종혁은 칠판에 [데이터]라고 적었다.

    “그게 바로 이 데이터라는 겁니다. 수십 년 현장을 누비며 쌓아 온 범죄에 대한 경험. 수없이 검거해 온 범죄자의 유형. 이것들이 쌓이고 쌓여, 모이고 모여 학문을 이룬 게 바로 이겁니다.”

    프로파일링, 행동심리학, 범죄학, 범죄심리학.

    “이 외에도 DNA, 지문 등등 인간의 경험을 체계화시켜 보다 나은 것으로 쌓고 빚어 범인을 잡는 것. 이게 바로 수사 기법입니다.”

    “아!”

    “아아아!”

    그제야 깨달은 모두가 탄성을 터트리자 종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흐응. 박수는 없나요? 보통 이쯤에선 박수가 나와야 되는데?”

    ……피식!

    자신도 모르게 웃었던 림학철은 조용한 분위기에 이내 아차 하며 벌떡 일어났다.

    짝짝짝!

    “뭐하네! 마음껏 호응하라 하지 않았네!”

    눈을 동그랗게 떴던 사람들은 이내 조심스럽게 박수를 치다가 계속된 림학철의 박수에 자신들의 현재 심정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짝짝짝짝짝짝!

    “와아아아!”

    종혁은 이제야 터져 나오는 환호성에 씩 웃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수사 기법에 대해 빠져 볼까요?”

    그 순간 종혁은 강의실을 장악해 버렸다.

    *   *   *

    높은 사람의 허락도 떨어졌겠다 마음껏 즐기다 보니 어느덧 강의도 중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계, 계획적이 아니라 우발적이 많다는 겁네까?”

    이젠 질문도 하는 그들.

    종혁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살인은 우발적인 경우가 절대다수입니다. 순간 울컥해서, 쌓이고 쌓인 게 폭발해서 등 여러 이유로 친구가 친구를,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애인이 애인을…….”

    움찔!

    “찌르는 경우가 대다수…… 흠.”

    종혁은 방금 전 질문을 던진 보안원을 봤다.

    “최근에도 그런 사건이 있었나 보군요.”

    흠칫!

    “……그렇습네다.”

    웅성웅성.

    “흐음.”

    놀라서 그를 쳐다보는 보안원들을 본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쯤에서 예시를 하나 보이는 게 좋겠군요. 이왕이면 이곳의 사건으로요. 사건 파일이 있으면 좀 제공해 줄 수 있겠습니까?”

    “네? 아, 그거이…….”

    종혁은 미지근한 그의 반응에 미간을 좁혔다. 아무래도 현재진행 중인 사건 같았다.

    “애인이 유력한 범인인가 보군요. 그런데 당신의 사수는 다른 사람을 지목하고 있고요.”

    “허억!”

    그 말에 다시 놀라는 그.

    “일단 가져와 보시죠. 혹시 압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다 보면 범인이 나올지 모른다.

    비록 다른 나라라지만, 가족의 죽음에 비통해할 유족이 있는데 어찌 모른 체하고 지나갈까.

    그런 종혁의 시선을 받은 림학철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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