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04화>
부르릉!
본청 주차장에 곱게 차를 세우고 내린 종혁이 기지개를 편다.
6일의 특별 휴가를 제대로 즐김으로서 얼굴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 그.
“으그그! 응? 과장님?”
종혁은 정문 밖에서 잔뜩 피곤한 얼굴로 걸어 들어오는 특수범죄수사과 김종두 과장을 보며 의아해했다.
“이제 출근?”
“예. 과장님도 지금 출근하세요? 그런데 왜 밖에서 걸어서…… 아, 요일제.”
월요일에서 금요일 중 하루를 정해 해당 번호의 차량을 쉬게 하는 승용차 요일제.
현재 전국 공공기관 전체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그건 경찰 본청도 마찬가지였다.
“씨부럴.”
“큭큭. 욕보십니다.”
“야, 너도…….”
종혁의 차를 본 김종두는 얼굴을 더 구겼다.
“예, 전 그냥 바꿔 타고 오면 되죠.”
“그래! 네 똥 굵다, 시꺄!”
“아니, 왜 아침 댓바람부터 이렇게 성이 나셨을까? 어제 사모님과 싸우셨어요?”
“몰라, 인마! 내가 어? 얼마나 잘하는데 어? 아침에 김밥 꽁다리나 주고!”
‘싸웠네.’
그것도 제일 서러운 먹을 걸로 싸운 것 같다.
“내가 주말에 그냥 놀았으면…… 에휴, 말해 뭐하냐. 종혁아!”
“예?”
“넌 결혼하면 무조건 가정에 충실해라! 진짜 그래야 돼!”
“네, 네. 이번 주말에 댁에서 한잔해요. 제가 사모님이랑 애들 아주 혼쭐낼게요. 우리 과장님이 어?!”
“내 가족 욕하지 마, 시꺄!”
“……나보고 어쩌라고요.”
“에혀. 그래, 너한테 말해 뭐하겠냐…….”
‘이 양반이?’
“그보다 언제 올 건데?”
종혁은 김종두 과장의 은밀한 물음에 입맛을 다셨다.
“뭐 팀이 자리 잡으면 그때 옮기지 않겠어요?”
팀이 생긴 지 이제 반년이 안 된 점도 있지만, 솔직히 팀이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다시 특수범죄수사과로 복귀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거야 차기 청장님 마음에 달린 거겠죠.”
위에서 까라고 하면 까야 되는 공무원.
본청에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기를 써서라도 남을 테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차기 청장이라……. 그러네. 이택문 청장님이 오신 지 벌써 1년이 다 됐네.”
이택문이 경찰청장이 된 이후로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참 바쁘게 달린 1년 같았다.
“벌써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넌 누가 될 것 같냐?”
“……현재로선 박종명 부산청장님이요.”
싫은 건 싫은 거고, 진실은 진실이다.
박종명이 부산청장을 맡은 뒤로 검거율이 상승하고, 범죄율이 감소한 부산.
이력도 화려하지 않던가. 서울 안의 또 다른 도시라는 강남의 강남경찰서 서장에서 서울청과 동급인 부산경찰청의 청장으로.
그럼 이다음은 뭐겠는가.
현재로선 그가 경찰청장에 가장 가까웠다.
“흠. 너도 그렇게 생각하네.”
김종두의 낯빛이 흐려지자 종혁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이택문과 반대 파벌인 박종명.
최기룡-이태문으로 이어지는 라인에 올라탄 김종두라면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종혁 본인이 이택문의 참모이자 선봉장으로 불리는 걸 왜 모르겠는가. 이래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였다.
“뭐…… 에이, 아직 1년도 넘게 남은 일인데 지금 생각해서 뭐해요. 골치만 아프지. 그럼 수고하세요!”
“오냐. 너도 수고해! 이번 주말에 온다는 거 잊지 말고!”
“냉장고나 꽉꽉 채우세요!”
안으로 들어가는 김종두를 향해 손을 흔든 종혁은 꼭대기층, 경찰청장실을 보며 담배를 물었다.
저번주 회식 때 휴가 끝나면 보자고 한 이택문 경찰청장.
종혁은 얼굴을 미간을 좁혔다.
“진짜 인사이동은 아니다. 진짜 하지 마라.”
어떻게든 종혁을 알차게 써먹으려는 이택문이 취임한 지 이제 곧 1년. 그 말은 인사이동 시즌도 코앞으로 다가왔단 소리였다.
여기에 특별수사팀이 대형 사건들을 해결하며 제법 이름값을 알린 상황인 데다가 이택문은 전과까지 있다.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이 자리를 잡을 만하니까 특별 인사이동을 시킨 전과가.
“그러기만 해 봐라. 내가 진짜 엎어 버린다.”
종혁은 이를 빠득빠득 갈며 경찰청장실로 향했다.
“충성. 경정 최종혁.”
“앉지.”
종혁이 올 걸 미리 알았는지 테이블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차가 놓여 있다.
“흠. 벌써 1년이군.”
움찔!
자리에 앉아 찻잔을 들던 종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양반이 시작부터 약을 파네.’
이런 종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택문은 말을 이어 갔다.
“참 다사다난했어.”
경찰대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놈이 이렇게까지 해낼 거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솔직히 처음엔 이택문도 예상 못했다. 종혁이 여기까지 경찰개혁을 해낼 줄은.
최근의 중앙경찰학교는 어떤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참 많은 게 바뀌었다.
모두 종혁 덕분이었다.
“이번 경찰의 날 특집 방송은 어떡할 거지?”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십니까? 그건 홍보부 담당 아니었습니까?”
주한빈이 고꾸라지면서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도 거의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이젠 이름만 남은 부서라고 할까.
“……그렇군.”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데 안 갑니다.”
움찔 몸을 굳힌 이택문은 고개를 들어 종혁을 봤다.
인사이동 따윈 절대 거부하겠다는 굳은 눈빛.
“특별수사팀이 창설된 지 이제 4개월 됐나? 5개월?”
“안 갑니다.”
“나도 보낼 생각 없어.”
“예. 저도 안 갑…… 예?”
“잘하고 있는 경찰을 보내긴 어딜 보내?”
종혁은 눈을 껌뻑였다.
“그럼 왜?”
“그건…….”
똑똑똑!
“청장님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왔나 보군.”
‘손님? 나랑 약속을 잡아 놓고 손님을 부른다고?’
종혁은 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들어오시라고 해. 일어나지.”
“예? 예…….”
의아해하며 일어난 종혁은 이내 곧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사람을 보곤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레이색 정장을 입은 평범한 인상의 오십대 남성.
하지만 사람을 부리는 사람인 듯 걸음걸이에 그런 부류 특유의 분위기가 배어 있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이쪽을 쳐다보는 눈빛도 좀 그렇다.
마치 오래전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찾으려는 듯한 간절한 눈빛이랄까.
“오셨습니까, 차관님.”
‘차관?’
정차관 할 때 그 차관.
“인사 나누지, 최 팀장. 통일부의 정용철 차관님이시다.”
“아, 예.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팀 최종혁 경정입…….”
‘잠깐, 통일부?’
순간 느낌이 쎄했다.
“아이고!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통일부의 정용철입니다!”
손을 덥썩 잡아 오는 뜨거운 손길 때문에 더 그랬다.
‘하! 그레 이 쉑 입고 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혹시 제가 잡은 범죄자 중 차관님이 나설 만한 놈이 있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면 무려 차관씩이나 되는 인물이 일개 경찰 팀장을 만나러 올 이유가 뭐겠는가.
그런데…….
‘음?’
흠칫 놀란 정용철이 이택문을 보며 마치 아직 이야기가 안 된 거냐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어흠!”
“아니, 청장님…….”
“지금 이야기하셔도 최 팀장은 알아들을 겁니다.”
종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날 잘 아는 이 양반이면 말을 안 할 이유가 없는데?’
범죄자 인도에 관한 내용이면 벌써 이야기를 해도 했을 이택문. 그 역시 경찰이기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니까.
‘자, 잠깐?!’
순간 싸늘해진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통일부 차관, 여기에 이택문의 반응과 곧 있으면 열릴 남북대화합 이벤트 더해지면 하나의 결론밖에 안 나온다. 그것도 정말 말도 안 되는 미친 결론이.
종혁은 다급히 이택문을 봤다.
‘이 양반이 진짜-!’
“어흠! 커피 드시겠습니까?”
“청장님!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는 분께서!”
“괜찮습…….”
“안 괜찮은데요?”
둘의 시선이 종혁에게로 모인다.
하지만 이택문은 이내 곧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고, 안절부절못하던 정용철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최종혁 팀장님, 제가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저를 두고 어떤 딜이 온 거겠죠. 이를테면 국군 포로 및 피랍 한국인 비밀 송환이라든지.”
쿵!
작은 폭탄이 그들 사이에 떨어진다.
“흡! 아, 알고 계셨습니까?!”
“아니요. 몰랐습니다. 평소엔 과묵하시지만…….”
정용철 차관과 달리 눈치챌 줄 알았다는 듯 웃는 이택문.
빠득!
‘이 양반이 뭘 잘했다고 웃어?!’
“이런 장난을 좋아하는 어떤 분 때문에.”
순간 정용철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딱 봐도 기분이 많이 상해 있는 듯한 모습.
그는 이 중요한 일에 이런 장난을 친 이택문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 가야 할지 아찔해했다.
이럴 땐 진심이다. 진심을 보여야 했다.
정용철은 냅다 허리를 숙였다.
“억?!”
“부탁드립니다, 최 팀장님! 부디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을 위해서……! 예, 압니다. 국가가 최 팀장님에게 해 드린 게 없다는 걸! 해 드릴 것도 없다는 걸!”
국민의 세금으로 주는 월급?
북한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제안에 종혁을 조사해 본 결과, 그는 한 해에만 수억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하고 있었다.
여느 재벌 이상의 재력을 갖추고 있는 그에게 월급은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가 정당한 일을 해서, 아니 그 이상의 일을 해내서 지급하는 월급을 국가에서 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정도 월급을 받고 국가에 봉사해 주는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염치없는 부탁인 걸 알지만……!”
종혁은 묘한 눈으로 정용철의 뒤통수를 응시했다.
‘이런 양반도 있네…….’
맨날 개인지 사람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 정치인만 보다가 이런 순수한 사람을 보니 기분이 묘해진다.
그래서 앞으로 할 말에 좀 미안하긴 했다.
“뭐, 좋습니다.”
“최 팀장님!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
“아니요.”
종혁은 감격에 젖어 가는 정용철을 향해 손가락 세 개를 폈다.
“헉! 그, 그런 돈은…….”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뭘 생각하는 겁니까. 딱 세 명의 범죄자입니다.”
“……?”
“제가 지목하는 세 명의 범죄자들에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죄에 걸맞은 법의 엄중한 심판을 내려 주십시오. 이건 박노형 대통령님께서 직접 약속해 주셔야겠습니다.”
혹여 퇴임을 한다고 해도 들어줘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
“예에에?! 최, 최 팀장님!”
“아니면 안 갑니다.”
국군 포로, 피랍 한국인 송환.
물론 좋다.
지금도 이역만리에서 고통받고 있을 그들을 떠올리면, 사실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기꺼이 도움을 줄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굴러 들어온 기회를 걷어찰 생각은 없었다.
“아, 아니…….”
종혁은 할 말 다 끝났다는 듯 눈을 감았고, 당황한 정용철은 원래 이런 사람이냐며 이택문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범죄자 세 명을 처벌하는 게 자신에게 무슨 이득이 된다고…….’
이제야 종혁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게 내려진다.
‘이렇게 정의롭다니!’
굳이 박노형 대통령을 언급한 것도 혹여 감당하기 힘든 인물이 나타나면 그걸 징치하려는 것일 터!
‘그건 아마 국회의원들이겠지! 이 개 같은 놈들!’
대체 얼마나 시달렸으면 이 젊은 청년이 국회의원을 불신하게 된 걸까.
그러면서도 이런 사람이 경찰이 되어 줘서 감사하고, 이런 사람이 국민들을 지킨다니 든든했다.
“알겠습니다.”
종혁은 눈을 번쩍 떠서 정용철을 바라봤다.
‘거절할 이유가 없지.’
없는 죄를 만들어서 처벌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지은 죄에 걸맞은 처벌해 달라는 것뿐이다.
이들 입장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그 대상에 오해는 있었지만 말이다.
‘조희구……. 그리고 회사 이 씹새끼들.’
경검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뿌린 조희구.
이미 그물 안의 물고기나 다름없는 놈이지만, 조희구에게 돈을 받아 처먹는 놈들이 어떻게든 그를 빼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터.
이 때문에 회귀 전에도 놈을 놓치지 않았던가.
또한 조희구 외에도 배경이 너무 튼튼해 법정에도 세우지 못한 놈들이 있었다.
까다롭기는 오히려 국회의원보다도 더한 놈들.
‘개새끼들. 너흰 다 뒤졌어.’
종혁은 그들을 떠올리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 * *
뿌우우우! 뿌우!
커다란 여객선이 고적을 울리며 속초항에서 멀어진다.
“와아!”
“조심히 다녀와요-!”
“사진 많이 찍어 와!”
떠나는 배를 향해 손을 젓는 사람들과 그런 그들을 향해 잘 다녀오겠다고 크게 외치는 사람들.
제14차 남북이산가족 특별상봉 행사 및 금강산 관광을 위해 대한민국을 잠시 떠나는 이들이다.
이번에 만나지 못하면 다신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남북 관계.
단 한번도 밟아 보지 못한 미지의 자연, 금강산.
사람들은 저마다 걱정과 설렘으로 부푼 가슴을 끌어안고 북쪽을 바라보았다.
뿌우우웅!
뱃고동 소리가 그런 그들을 응원하고 축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푸후우.”
비가 오려는지 흐린 하늘, 희뿌연 담배 연기가 북쪽에서 불어오는 찝찝한 바닷바람에 흩어진다.
그 담배 연기의 주인은 오택수였다.
“또라이 새끼.”
기어코 그 말도 안 되는 걸 받아 냈다.
어떤 놈들을 지목하려는 건지 몰라도, 종혁의 사이즈로 봤을 땐 엄청난 거물들뿐일 것이 뻔했다.
‘아주 난리가 나겠구만.’
속 시원할 미래를 떠올리며 킬킬 웃던 오택수는 순간 흠칫했다.
“야, 근데 혹시 대통령을 따려는 건 아니지?”
종혁의 똘끼라면 그럴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미쳤어요?”
지상최악의 마약을 빤다고 해도 경찰 레벨로서는 절대 건드릴 수 없는 게 대통령이다.
“그럼 다행이고. ……허허. 내가 살다 살다 북한에 다 가 보네.”
마음을 놓은 오택수의 미소에 푸근함과 기대가 서린다.
“씨발, 덤벼 봐. 싹 다 죽여 버릴 테니까. 우리의 주적은 북한!”
빠아악!
“죽이면 국제 문제다, 시꺄! 아니, 전에 그쪽 애들과 공조할 때는 잘하던 놈이 왜 이래?”
“그땐 걔들이 우리 관할로 온 거였잖아요!”
병장 만기 제대라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강한 최재수와 그런 최재수가 불안한 오택수.
그런 둘을 일견한 종혁은 뒤를 봤다.
“총정치국이라고요?”
움찔!
“예, 예?”
뒤에 서 있는 캐주얼 차림의 이십대 후반의 청년.
북한에 있는 동안 심부름을 해 줄 거라며 통일부 차관이 붙여 준 공무원이다.
“날 초대한 쪽 말입니다.”
총정치국.
현재 북한의 국가최고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방위원회의 제1부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자가 수장으로 있는 엄청난 기관이다.
노령으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최근 대외 활동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는 있으나, 여전히 북한에서 그의 위상은 엄청나다 할 수 있었다.
“네, 맞습니다! 와, 총정치국이라니! 내가 그곳에 가다니! 와아아!”
공무원은 마치 상상만 했던 파라다이스에 입장하는 사람처럼 잔뜩 흥분한 채 난간에 매달렸다. 마치 북한 바다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듯.
‘저건 북한 사람인지, 남한 사람인지…….’
누가 보면 북한 사람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참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나저나……. 이 새끼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지?”
기억이 맞다면, 곧 북한은 대한민국 및 전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
이미 북한의 윗대가리들끼리는 이야기를 끝마치고 준비까지 하고 있을 상황.
그런데도 적국이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의 경찰을 부른다?
‘그것도 나를?’
의도가 순수하다고 볼 수 없다.
통일부야 국군 포로 송환에 홀랑 넘어간 것 같지만, 모든 상황을 의심하며 사는 경찰인 종혁으로서는 아니올시다였다.
‘그게 아니라면 순영 씨가 불렀다는 건데…….’
순영에게 그 정도의 권한이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며칠째 나오지 않는 결론에 종혁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런 그에게 오택수가 입을 열었다.
“야, 괜찮겠지?”
최재수의 얼굴에도 불안감이 서려 있다.
같은 한민족임에도 미지의 나라인 북한. 온갖 말이 많은 곳이다 보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종혁은 두 사람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괜찮지 않을 건 또 뭔데요.”
‘잘해 봐야 억류일 텐데, 북한 따위가 러시아와 미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을까?’
나라를 위한 일이 아닌 이상 절대 못 버틴다.
거기다 나름 준비도 해 놓은 상태.
종혁은 갑자기 간지러워지는 등을 긁으며 담배를 물었다.
“그런 것보다 난 밥이 걱정이네요.”
“밥? 어, 씨발?”
최재수도 눈이 동그래진다.
종혁을 따라다니며 맛집만 다닌 터라 잠복 중에도 고급 베이커리의 빵이 아니면 먹지 않을 정도로 입이 고급스러워진 그들.
그리고 매년 아사자가 나올 만큼 못살기로 유명한 나라, 북한.
“아파트에서도 아궁이를 뗀다는데 내 입에 맞는 음식은 있으려나……. 철이한테 들어 보면 간도 심심하다던데…….”
“어, 뭐? 아파트에서 뭘 해?”
“아궁이요.”
“에이, 설마. 아무리 못산다지만, 그런 미친 짓을…… 진짜야?”
“옥류관 냉면은 맛있다고 하던데…….”
“야, 진짜 아궁이 떼? 지금 2006년인데?”
“북한 맛집 투어나 다닐까.”
“야! 야, 이 시꺄!”
‘아무리 관광객의 통제가 강한 북한이라지만 잘만 비벼 보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종혁은 북한 사람들이 달러를 좋아한다는 나탈리아의 충고에 달러로 왕창 환전해 온 돈을 담은 묵직한 스포츠백을 만지며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그건 꼭 먹어 본다. 두부밥.’
리동수가 한국엔 없어서 아쉽다며 극찬을 한 두부밥.
‘맛없기만 해 봐라, 아주 그냥…….’
종혁은 어쩌면 마중을 나올 수 있는 리동수를 떠올리며 눈을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