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02화 (302/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02화>

장동웅이 종혁에게 협력하기 몇 시간 전.

서울 안에 위치한 한옥 요정.

“믿지. 자금 조달도 확실히 하고.”

-예. 받는 만큼만 하겠습니다.

하얗게 센 머리가 벗겨진 통통한 체격의 오십대 후반 장년인, 주영도가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받는 만큼만 하겠다라…….’

피식 웃은 그는 핸드폰을 응시하던 시선을 올려 맞은편에 앉은 두 명의 사십대 중년인을 응시했다.

“내가 너희만 따로 부른 이유를 알아차렸을 거야.”

그의 입가에 걸리는 의미심장한 미소에 중년인들도 같은 미소를 짓는다.

앞으로 한 달이면 이 예술과 같은 작전도 끝이 난다.

그럼 남은 건 하나다.

뒷정리. 줄 돈은 주고, 챙길 돈은 챙기고 서로 헤어진다.

하지만 끝날 때가 되어 가니 그 줄 돈이 굉장히 거슬리기 시작했다.

“영석이 너야 내 육촌동생이고, 주찬이 자네야 영석이 깜빵 친구라지만 장동웅 그치는 완전 남이잖아?”

이번 작전의 총책 중 한 명인 주영석.

처음 물어물어 믿을 수 있는 작전 세력을 끌어모을 때 주영석이 자신의 육촌동생이라는 걸 알고 얼마나 놀랐던가. 역시 주씨의 피가 어디 가지 않는다고 크게 웃었다.

그런데 장동웅은 오직 풍문과 커리어만 보고 스카우트한 케이스다.

“음.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장 똥개 그 양반 만만치가 않을 텐데요.”

이 바닥에서 장동웅을 가리키는 별명인 똥개.

돈이 되는 건 아무거나 다 한다고, 약속된 먹이를 주지 않으면 주인도 서슴없이 문다고 해서 똥개다.

더욱이 언제나 허름한 옷을 입고 다니면서 김밥 따위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돈에 대한 집착이 어마어마한 놈이라 잘못 건드리면 이쪽이 물린다.

“거기다 데리고 다니는 칼잡이들도 무시무시하고…….”

말없이 장동웅의 뒤를 지키는 경호원들을 본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느낀다. 헛짓하면 이쪽의 목숨이 날아간다는 걸.

그런 육촌동생의 말에 주영도는 피식 웃었다.

“장 이사에게 줄 성과금의 반을 주지.”

움찔!

장동웅이 이번 일을 해 주는 대가로 받는 돈이 150억이다.

그 반이면 75억. 그 돈이면 사람 다섯 명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기에 충분한 액수였다.

생각을 정리한 육촌동생과 깜빵 친구는 서로를 보며 입술을 비틀기 시작했고, 주영도는 그런 둘을 보며 흐뭇이 웃었다.

‘제일 까다로운 장동웅이 사라지면…….’

다음은 이 둘이다.

주영도는 애초부터 이들에게 돈을 줄 생각이 없었다. 돈 앞에서는 형제도 부모도 의미가 없었다.

‘그 돈이면 사업체를 몇 개나 차릴 수 있는데?’

다단계 말고도 몇 개의 사업체를 가진 JU그룹.

“그럼 일은 차질 없는 거겠지?”

“……흐흐. 걱정 마십시오. 차질 없게 진행되고 있으니까. 제가 우리 형님 더 부자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예, 이번 하락장 끝나면 경찰에 우리 개미님들 자살 신고 좀 접수될 테니 회장님께선 그날 신문은 보지 마십시오!”

“에이, 겨우 첫 번째 하락에 그러겠어? 마지막 하락장, 그리고 이어지는 폭락에 그렇게 되겠지.”

“야, 그래도 버티지 못하는 놈들도 있을걸?”

“아, 루에보 사장이 그러면 좋겠네. 그쪽 물량 풀리면 일이 더 쉽게 될 텐데.”

보아라.

이들도 돈 앞에서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기지 않나.

미소가 짙어진 주영도는 밖을 향해 손뼉을 크게 쳤다.

짜악!

“……들어가겠습니다.”

스르륵.

문이 열리며 들어온, 속이 희미하게 비추는 한복을 입은 미녀들이 안으로 들어오자 육촌동생과 깜빵 친구의 눈이 동그래진다.

주영도는 옆으로 다가와 부축하는 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몸을 일으켰다.

“어머!”

그 거침없는 손길에 볼을 붉힌 미녀가 품에 안기자 크게 웃는 주영도.

“난 먼저 일어날 테니 너희도 적당히 마시고 일어나. 내일도 마시려면 몸 관리 좀 해야지?”

내일은 금요일.

장동웅까지 합해 세 명의 총책에게 정기 보고를 받는 날이다.

“어이, 너희 둘. 옆에 계신 분들 확실하게 모셔. 아주 중요한 분들이니까 어? 아주 그냥 두 번 해 드려.”

“네!”

“호호호호. 안녕하세요, 사장님-! 설희예요! 자, 츄-!”

“이야, 여기 화끈한데?”

“으하하핫! 그래, 그럼 제대로 놀아 볼까?”

스르르, 탁!

등 뒤로 문이 닫히자 언제 웃었냐는 듯 주영도의 눈빛이 차가워진다.

‘해결사놈들 중 확실한 놈들이 누구더라…….’

“회장님, 바로 침실로 가실 건가요? 아니면 목욕탕부터 가실래요?”

목욕탕으로 가면 아주 화끈할 거라는 듯한 미녀의 눈빛에 주영도는 하던 생각을 멈췄다.

“……흐흐. 우리 애기가 하자는 대로 해야지, 암! 으하하핫!”

그들은 나무로 된 복도를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   *   *

지옥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탄 기분이 이럴까.

끝을 모르는 추락, 또 추락.

영혼까지 밑바닥이 없는 아득한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것 같다.

지금 루에보의 사장과 전무의 기분이 그랬다.

고작 나흘이다. 37000원에서 31000원까지 내려앉는 데 걸린 시간이.

입이 바싹 마르고, 눈이 뽑힐 듯 아픈 사장은 불이 꺼진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 어떻게 됐어?”

“기다려! 지금 확인하려고 하고 있잖아!”

뒤돌아선 전무의 재촉에 버럭 화를 낸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스으읍! 후우우!”

심호흡을 한 전원 버튼을 누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건데! 오른 거야, 만 거야?!”

거듭된 재촉에 사장은 슬그머니 눈을 떴다.

그런 그의 눈에 희미한 빨간색 그래프가 박힐 듯 들어왔다.

“오, 올랐다-!”

“올랐어? 얼마나?! 얼마나!”

“150원 올랐…… 어어? 아, 안 돼! 안 된다고!”

“아아악!”

모니터에 다시 등장한 파란 그래프.

어깨를 축 늘어트린 사장은 멍하니 모니터를 응시했다.

“왜지? 대체 왜지?”

증권가에 ‘루에보 200퍼센트 무조건 상승’, ‘루에보 호재!’라는 찌라시가 수없이 돌아다닌다. 인터넷의 작은 신문사도 루에보에 호재가 있을 거라며 팔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주가는 계속 하한가다.

시장에 물량을 쏟아지고 있단 소리다. 일반 투자자들이 감히 받아 낼 수 없는 막대한 물량이.

이젠 인정해야 됐다.

작전 세력이 개미 털기에 들어갔다는 걸 말이다.

더욱이 오늘은 금요일이다.

소식이 느리거나 일단 사놓고 주식창을 보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월요일이 되면 너도나도 주식을 팔아 치우기 시작할 것이다.

어디까지 언제까지 주가가 떨어질지 몰랐다.

“……박 전무, 아니 동재야. 동의하냐?”

전무는 눈을 질끈 감았다.

“동의해.”

고개를 끄덕인 사장은 핸드폰을 들었다.

-어머나, 이제 정하셨나 보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여유로운 목소리.

사장은 찢어지는 가슴을 꽉 쥐며 겨우 입을 열었다.

“예. 루에보 팔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지분 매각이 결정되었다.

“예, 알겠습니다. 일단 계약서에 사인부터 하시고 언론에 발표는…….”

종혁은 오늘 날짜를 떠올렸다.

공교롭게도 금요일.

장동웅의 협력 덕분에 나머지 총책 두 명을 찾긴 했는데, 아직 확보를 못하고 있다.

‘장이 마감되면 총책들 전부 주영도에게 보고를 하러 JU에 들어간다고 했지.’

그러며 주영도가 베푸는 주지육림에 빠진다고 했다.

확보를 한다고 해도 협력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확보했다간 일을 망칠 수 있다.

그중 한 명이 주영도의 친척이라서 더 그럴 확률이 높다.

그러니 토요일에 이놈들을 확보해 협력을 얻어 내야 한다.

“다음 주 월요일에 발표하면 될 겁니다.”

주식 시장이 열리는 바로 그 시각.

오늘 장이 마감되면 흩어져 유흥주점이나 나이트클럽 등 술판에 빠질 작전 세력들도 모두 아지트에서 대기하고 있을 그 시각.

-그건 상관없는데…… 괜찮을까요?

괜찮지 않다.

‘일망타진 소식이 언론을 탄다면 너도나도 던지기 시작하겠지.’

루에보에 패닉이 일어나는 거다.

사려는 사람은 없을 거고, 팔려는 사람만 가득한 아비규환. 아마 폭락하는 주가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도 생길 거다.

-아무리 언론으로 떠든다고 해도 사람들은 허황되다 생각할 거예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사람들만 겨우 버틸 거예요.

그만큼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는 허황된 이야기다. 현재로선 말이다.

그러니 그 패닉을 잠재울 힘, 공신력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이 믿고 참을 수 있는.

“그걸 가능케 할 분을 만나 부탁드려야죠.”

-아, 그분 말이시군요? 알았어요!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한정식집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 볼까?’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카운터에 있던 장년인이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그를 따라 한 방 앞에 선 종혁은 열리는 문을 통해 들어갔다.

그러자 먼저와 기다리던 현몽준이 녹차를 손에 쥔 채 짓궂게 웃으며 맞이해 주었다.

“오늘은 어떤 재밌는 일로 보자고 하셨는지 기대가 되는군요.”

만날 때마다 흥미진진한 화두를 던지는 종혁.

종혁은 잔뜩 기대하는 그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폭탄을 던졌다.

“지금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허황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게 이걸 주신 분들께서 이렇게 말하시더군요. 후에 대표님께 큰 힘이 되어 줄 물건이라고.”

쿠웅!

현몽준의 낯빛이 단숨에 굳어졌다.

*   *   *

‘러시아? 미국?’

우봉리 사태 때 종혁을 구하라고 청와대를 뒤집은 러시아와 미국.

그때 확실히 알게 됐다.

러시아와 미국이 종혁을 얼마나 욕심을 내고 있는지, 종혁이 러시아와 얼마나 짙은 친분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후룩!

“이거, 최 팀장님이 누군가의 말을 전하는 일을 할 줄 몰랐습니다.”

한숨을 내쉰 종혁은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어쩌겠습니까. 다 좋아하는 분들께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라는데요.”

자신도 오기 싫었다는 티를 팍팍 내는 종혁의 모습에 현몽준을 눈을 빛냈다.

“그 좋아하는 사람에 저도 포함이 되는 겁니까?”

“……아니었으면 이렇게 연락드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기대는 했지만 순간 멍해진 현몽준은 이내 웃음을 흘렸다.

“푸흐흐. 내가 말한 적이 있던가요? 최 팀장은 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라고.”

“쩝.”

쑥스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종혁의 모습에 다시 웃음을 흘린 현몽준은 앉으라는 듯 손짓을 했다.

“그래서 그들이 제게 어떤 말을 전하라던가요?”

종혁은 표정을 단단히 굳혔다.

“차세대 자동차.”

쿵!

종혁은 낯빛이 딱딱하게 굳는 현몽준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10년 후의 자동차, 아니 이동 수단이라고 하면 이해하실 거라더군요.”

꿀꺽꿀꺽! 타앙!

빈 잔을 내려놓은 현몽준이 종혁을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왠지 이 말과 최 팀장이 연관되어 있을 것 같은데…… 내 억측입니까?”

종혁은 머리를 긁었고, 현몽준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아무래도 오늘 밤이 꽤 길어질 것 같군요. 들을 준비는 다 됐으니 말해 보시죠.”

“……후. 일단 이야기에 앞서 제 친구 이모님께서 권&박 홀딩스의 이사라는 건…….”

각색이 된 이야기가 종혁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허허.”

이야기를 다 들은 현몽준은 다시 헛웃음을 터트렸다.

“인연이라는 게 참 이렇게 알 수 없나 봅니다. 작전 세력을 쫓던 와중에 권&박에 그런 제의가 들어오다니.”

‘대체 러시아와 미국은 그곳에 그게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걸까.’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러시아와 미국이 현몽준 본인에게 선물을 줬다는 게 중요했다.

아직 정치적 파트너로 삼을 정도는 아니지만, 주시를 하겠다는 뜻. 차세대의 것을 언급하면서도 아직이라는 그들의 대범함에 헛웃음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두 나라가 이 사람 가슴에…… 아니, 최 팀장 이 친구가 이 사람 가슴에 불을 지르는군.’

예전 자신의 이름을 팔고 다니던 참모가 박았던 못이 떠오른다.

대통령이 될 깜냥이 아니라던 폭언.

인정한다. 박노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니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대통령은 자신의 것이 아니구나 포기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두 나라의 지지라면 현재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울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러면 언젠가…….’

현몽준은 지금 본인이 뭘 전했는지 알면서도 할 말 다했다는 듯 박력 있게 갈비를 뜯는 종혁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어째서 자신을 택했겠는가.

또 그들이 왜 그 대단한 걸 헐값으로 쓸어 담을 수 있는데도 이렇게 손해를 보려는 것이겠는가.

‘모두 최 팀장 이 친구 때문이지.’

그러니 자신의 가슴에 불을 지른 것도 종혁이 맞았다.

“기사 제목으로 세상을 뒤집을 천재, 루에보와 미래를 논하고 싶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움찔!

‘됐군.’

젓가락을 내려놓은 종혁은 고개를 숙였다.

“비록 피해자들은 당 대표님의 이 결단에 대해 알지 못할 테지만, 저희 경찰은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것참 든든한 말이군요. 다음 주말에 시간 비워 두세요.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셔 봅시다.”

고개를 든 종혁은 씩 웃었다.

*   *   *

정오가 다 되어 가는 시간.

주영도의 육촌동생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핼쑥한 얼굴로 어느 빌딩을 나선다.

지하에서부터 꼭대기 층까지 모든 걸 즐길 수 있는 파라다이스.

어젯밤의 뜨거웠던, 뿌리가 뽑힐 것 같았던 일을 떠올린 육촌동생의 입가에 므흣한 미소가 맺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어으으. 씨벌, 죽겠네.”

내리쬐는 햇볕에 더 죽을 것 같다.

“나도…….”

“왔냐. 화끈한 밤은 보냈고?”

“어우. 아주 그냥…… 크큭.”

육촌동생은 갑자기 웃는 친구의 모습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아니, 그 짠돌이 똥개 새끼가 이걸 듣고 얼마나 부러워할지 보이는 것 같아서.”

공짜라면 양잿물도 퍼마실 장동웅.

어젯밤 그도 왔어야 했지만, 감기에 심하게 걸려 오질 못했다.

육촌동생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야, 이 새끼 눈치채고 딴생각하는 거 아니냐?”

“그 인간이?”

잠시 생각하던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닐걸? 원체 의심이 많긴 하지만, 일단 맡은 일은 끝까지 하거든. 그러다 돈을 안 주면 물어뜯는 거고.”

“그래도 돈에 환장한 놈인데…….”

“받을 돈만 받는다. 받는 만큼 일한다. 지가 정한 이 원칙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키는 놈이니까 걱정 마라.”

그러니 제거하기가 편한 거다. 혹여 의심이 들어도 일이 끝날 때까지 도망치지 않으니까.

그런 친구의 말에 육촌동생은 미소를 지었다.

“돈은 어떻게 나눌래?”

“지랄 마라. 무조건 반띵이다. 헛소리하면…….”

“오케이. 오케이.”

‘뭐, 어차피 겨우 몇 억 가지고 싸우면 나만 손해지.’

이번 작전이 끝나면 그가 받을 돈이 100억이다. 주영도가 조금 더 챙겨 주기로 했으니 그깟 돈에 미련 없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건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주영도에게 은밀히 그런 제안을, 호가를 조금이라도 높이면 그만큼 더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그.

그러면 더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겠지만…….

‘씨발. 개미들이 죽건 말건 내가 알 게 뭐야?’

‘돈이 최고지, 돈이. 흐흐흐.’

앞으로 한 달이 지나면 몇 년은 놀고먹을 돈이 생기는 거다.

그렇게 둘이 곧 다가올 미래에 행복에 부푼 순간이었다.

스윽! 그들의 앞을 여러 명의 사람이 둘러싼다.

“주영석, 황주찬?”

험악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면상으로 비죽 웃는 그들.

“우리가 왜 왔는지 알지? 소란 피우지 말고 가자.”

“……씨발.”

그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   *   *

월요일의 이른 아침.

터벅터벅!

혼이 빠진 걸음이 길을 잃은 채 거리를 배회한다.

29700원.

저번 주 금요일 장이 마감됐을 때 루에보의 종가다.

작전. 말로만 듣던 작전이었다.

작전이란 걸 알게 됐을 땐 이미 늦은 상황.

‘어떡하지? 다음 달엔 이사할 집 잔금을 줘야 하는데 어떡하지?’

왜 멍청하게 알아보지도 않고 전세금을 집어넣었을까.

학창 시절 가세가 기운 이후부터 아득바득 모아 온 돈을 왜 함부로 써 버렸을까.

왜 부모님이 힘들게 모은 돈까지 왜 넣어 버렸을까.

왜, 왜, 왜!

“그, 그럼 어쩌라고……. 남들 다 있는 20평 아파트라도 살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벌어야 하는데 이렇게 안 하면 어쩌라고! 대체 어떡해야 되냐고-!”

변명이다.

아무리 목돈이 눈앞에 흔들렸어도 참아야 했다.

모두 아직 철조차 들지 않는 빌어먹을 애새끼의 변명이었다.

“흐으으…….”

지이잉!

[아들, 너무 걱정하지 마. 돈은 또 모으면 돼.]

[사내자식이! 인생 경험했다는 셈치고 오늘 열리면 팔아!]

“허어엉! 미안해요! 엄마! 아빠! 죄송해요!”

아스팔트 바닥 위로 무너진 청년은 핸드폰을 붙든 채 끄억끄억 울어 버렸다.

그 순간이었다.

“팔지 마세요. 오늘 이후론 살 수조차 없을 만큼 오를 테니까.”

번쩍!

고개를 든 청년은 멍하니 쳐다봤다.

역광이 져 보이지 않는, 자신의 앞에 선 누군가의 얼굴을.

“내 말 못 믿겠으면 8시 50분에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봐요. 아주 난리가 날 테니까.”

청년은 어깨를 토닥이며 멀어지는 청년 종혁의 넓은 등을, 그 뒤를 따르는 수십 명의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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