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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301화 (301/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01화>

장년인은 긴장을 하는 종혁과 오택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겨우 셋이 온 건가?”

경찰이든 뭐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하나다. 이들이 자신들에 대해, 이번 작전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

다른 총책들까지 이들이 알고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발을 빼야 할 터.

‘아니라면 이놈들만 없애면 되겠지.’

이런 방해물마저 치우라고 그런 큰돈을 받는 게 아니던가.

돈 들고 튀려는 놈이나 경찰이나 어차피 배에 칼이 들어가면 매한가지다. 공구리 쳐서 바다에 던져 버리면 그 누구도 못 찾는다.

그럼 작전은 차질 없이 진행될 거고, 작전이 마무리되면 자신은 주영도 회장에게 받은 막대한 돈을 가지고 동남아로 넘어가 한 5년 정도 휴가를 즐기다 돌아오면 되었다.

“입만 살려 놔.”

스릉!

대답 대신 날붙이를 꺼내 든 넷이 발을 내딛자, 종혁은 점퍼를 벗어 왼팔에 감으며 입술을 핥았다.

“오늘 선지 좀 뽑겠네.”

이럴 줄 알았으면 방검복을 입고 올 걸 그랬다.

“어떻게든 버티기만 해요.”

“지랄. 너나 먼저 눕지 마.”

마찬가지로 왼팔에 점퍼를 감은 오택수.

둘은 성큼성큼 네 명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스악!

기합조차 없는 침묵의 칼질로 그들의 사투가 시작됐다.

쉭!

느린 세상 속에서도 빠르게 바람을 가르는 칼날.

그 주인의 면상을 향해 주먹을 뻗으려던 종혁은 다급히 물러났다.

슈악!

옆구리를 가르는 다른 칼날. 곧 역으로 쥐어지며 어깨를 노려 온다.

‘씨발!’

거액이 얽힌 사건은 이래서 문제다.

돈이라는 만능열쇠가 있다 보니 이런 놈들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합격을 제대로 배운 칼귀신들.

피 맛을 본지 얼마 안 된 듯 급소를 망설임 없이 노려오는 칼날이 섬뜩하기 그지없다. 전에 세진은행 사건 때 만난 그 조직의 놈들보다 더 수준이 높다고 봐야 했다.

“씨발! 대체 어디서 이런 놈들이 튀어나와서는-!”

노려지는 어깨를 비튼 종혁은 그의 옆구리를 향해 왼주먹을 그대로 올려쳤다.

‘걸렸어!’

뻐어억!

“큽!”

“허쭈? 막아…… 씁!”

그 찰나 팔을 내려 주먹을 막은, 옆으로 날아가는 놈을 신기하다는 듯 본 종혁은 다급히 몸을 비틀며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반대쪽 어깨가 있던 자리로 칼날이 지나간다.

종혁은 침을 삼키며 꿰뚫릴 뻔한 어깨를 매만졌다.

“씨발. 기스 났네.”

피한다고 피했는데 아릿한 통증이 어깨에서 느껴진다.

종혁은 날아가 벽에 부딪치는 놈과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우는 다른 놈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거긴 좀 어때요?”

“몰라, 씨발! 말! 흡?! 걸지, 씨발! 마아!”

뻐억!

‘살아 있네.’

당장 죽진 않을 것 같다.

그제야 마음의 여유를 찾은 종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우우.”

그와 동시에 더 느려지는 세계.

종혁은 좋은 입 놔두고 눈으로 뭔 대화를 나누는지 얻어맞은 팔을 가리키며 고개를 젓거나 끄덕이며 지랄하는 놈들을 향해 상체를 슬쩍 숙였다.

“야, 형이 이제야 좀 몸이 풀리는 것 같거든? 기어 올릴 테니까 니들 목숨은 알아서 챙겨라.”

아무래도 더 이상 사정을 뒀다가는 어디가 뚫려도 뚫릴 것 같으니 말이다.

“경고했다!”

종혁은 땅을 박차며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 순간 눈을 빛낸 그들도 종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어?’

팔을 얻어맞은 놈이 다친 팔을 늘어트리며 방패가 되듯 앞장섰고, 멀쩡한 놈이 그 뒤에 숨어 달려들었다.

앞의 놈을 막는 순간, 뒤의 놈이 튀어나와 찌르려는 거지 같은 수작.

하지만 그렇다고 앞의 놈을 무시하기엔 놈 또한 멀쩡한 손에 칼을 쥐고 있었다.

어떤 놈을 제압하든 칼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

그러나…….

“병신들.”

종혁은 그대로 몸을 띄워 양발을 모아 밀어 찼다.

드롭킥.

설마 이런 식으로 반격할 줄은 예상치 못했는지 당황한 앞의 놈의 가슴을 후려찼다.

뿌드득!

발끝에서 느껴지는 뼈가 밀려나는 감촉과 함께 뒤로 날아가는 놈과 천천히 가까워지는 땅.

‘이대로 떨어지면 안 돼!’

뿌득!

이를 악문 강하게 종혁은 허리를 비틀며 앞의 놈 뒤에 숨어 있던 놈을 찾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옆으로 튀어나와 종혁이 떨어질 그 자리를 향해 몸을 날리는 놈.

종혁은 느릿한 세상 속 이쪽을 향해 놀란 눈을 돌리는 놈의 모습에 씩 웃었다.

“뭐, 이 새끼야.”

타아악!

종혁이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빈 땅을 덮치는 놈.

눈에서 감정이 사라진 종혁은 다급히 구르려는 놈의 옆구리를 향해 사커킥을 강하게 날렸다.

“뒤져.”

콰드드득!

*   *   *

한 놈을 조져 놓으니 다른 놈들을 조지는 건 수월했다.

“허억! 헉!”

땅바닥에 널브러지듯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오택수. 여기저기가 찢긴 옷에서 피가 스며 나온다.

종혁은 그 상처를 콕콕 찌르며 실실 웃었다.

“아파요?”

“악! 그럼 안 아프겠냐! 씨발, 진짜 뒈지는 줄 알았네!”

“거 엄살도. 침 바르면 낫겠구만.”

“뭐 인마?!”

종혁은 그의 왼손에 붙잡힌 채 끙끙대는 작은 체구의 장년인을 응시했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도망치려던 걸 종혁이 다급히 낚아채자 허리를 삐끗했는지 끙끙거리는 그.

종혁은 씩 웃었다.

“야, 입은 살아 있지?”

할 이야기가 참 많았다.

-야, 이 문디 자슥아-!

맨션 안, 종혁이 다급히 귀에 대고 있던 핸드폰을 떼어 낸다.

-작전을 제안한 자슥이 작전을 어그러트리는 게 말이 되나! 니 내한테 혼날까 봐 안 오는 거 맞제? 퍼뜩 온나! 한 대만 때릴게!

맞다. 그래서 수사 본부가 아니라 여기로 온 거다.

-이제 우얄 끼고!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놈이 조심성이 많았든 뭐든 작전이 실패를 했다면 현장에 있던 사람의 잘못이 맞으니까.

“뭐 고분고분 따르게 해 봐야죠.”

-……되긋나?

“뭐, 어떻게든?”

-쯧. 알았다. 패 죽이든 말든 어떻게든 따르게만 해라. 책임은 내가 다 질 테니까.

“오올.”

-확, 진짜 마! 하아……. 됐고, 김 프로나 바꿔 봐라.

종혁은 묘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김윤재에게 핸드폰을 넘겼고, 전화를 받은 그는 다급히 허리를 숙였다.

“예, 부장님. 예, 예.”

종혁은 그런 그를 일견하며 안방으로 향했다가 피식 웃었다.

마치 자물쇠라도 채워 놓은 듯 입을 꾹 다문 채 눈을 감고 있는 장년인과 그런 그를 노려보는 오택수.

“입은 좀 열어요?”

“보면 모르겠냐?”

잡힌 그 순간부터 입을 다물고 있다.

지문 대조를 통해 이름하고 나이, 전과만 겨우 알아냈을 뿐이었다.

종혁은 힐끔 시계를 봤다.

저녁 11시. 이제 10시간 후면 다시 주식 시장이 개장된다. 그 전에 이자의 협조를 얻어 내야 했다.

“제가 할 테니 나가 보세요.”

“……에이, 씨발.”

쾅!

오택수가 문을 거칠게 닫고 나가자 종혁은 오택수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 그를 빤히 바라봤다.

‘이 새끼를 여기서 다 보네.’

이름 장동웅. 주가 조작 전과만 3범. 현재는 아직 2범.

알려지지 않은 범죄 사실이 더 많을 걸 예상하면 이놈이 얼마나 은밀하고 신출귀몰한지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회귀 전, 아주 유명했던 용병 중 하나지만 종혁과는 인연이 없어서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그래서 아까 단번에 알아차리지 못한 거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종혁은 피식 웃었다.

“야, 내가 관상을 좀 볼 줄 알거든?”

거짓말이다.

“그런 내가 봤을 때 넌 누구 밑에 있을 상이 아니야.”

장동웅은 유명한 독고다이 용병이자 브로커다.

주가 조작을 하려는 놈들에게 세력을 연결시켜 주거나 관리를 하고, 때론 직접 설거지까지 하는 만능 재주꾼.

“그렇다면 돈을 받고 일해 주고 있다는 건데…… 너 네가 이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결국 돈은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놈과 작전 세력이 서로 연락을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정기적으로 할 것이다.

그런데 연락이 와야 할 시간에 연락이 안 온다면?

“그럼 네가 관리하는 작전 세력들은 잠수를 타거나 다른 아지트로 이사하겠지.”

잠수를 타는 것도 골치 아프지만, 다른 아지트로 옮기는 게 더 골치 아프다. 주가 조작이 멈추지 않고 계속 될 테니 말이다.

그건 곧 작전의 성공을 의미했다.

“그러면 넌 어떻게든 경찰살인교사가 아닌 폭행 교사를 주장하며 4년 정도 빵에서 살다가 나와 그 돈으로 호의호식하겠지. 너처럼 생긴 새끼는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면 미쳐 버리니까.”

주영도의 아가리를 찢어서라도 받아 낼 거다.

“그런데 어쩌냐? 그 돈, 받지 못할 텐데?”

……스륵.

꽉 다물어진 자물쇠처럼 닫혀 있던 눈이 열린다.

‘큭큭. 그래, 너 같은 돈 귀신이 이런 말을 참을 리 없지.’

종혁은 손가락을 폈다.

“이번 루에보에 달라붙은 총책이 너 포함 총 3명.”

흠칫!

“그래. 마킹 다 끝났어, 새끼야.”

장동웅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흥. 정말 그렇다면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 이유가 없겠지. 젊은 형사 양반, 계급이 어떻게 되지? 경장? 경위?”

마치 옷 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 날카로운 시선과 주도권을 잡으려는 듯한 모습에 종혁은 나른하게 웃었다.

“대현 F&M.”

……꿈틀!

그의 눈썹이 흔들린다.

종혁의 미소가 짙어졌다.

“왜? 이래도 모르는 것 같냐?”

“…….”

“내가 앞으로 우리 경검의 계획을 알려 줄게. 그래, 네 말처럼 우린 너희에 대해 많이 몰라. 아는 건 겨우 너랑 대현 F&M뿐이지. 그래서 이걸 아주 잘 활용할 생각이야.”

개미 털기가 끝난 후 시작될 이들의 폭탄 돌리기.

“아, 잠시만?”

잠시 밖에 나갔다가 위스키를 따른 잔을 들고 온 종혁은 그걸 탁자에 올려놓았다.

“네가 관리하는 세력이 몇 갠지, 너희 세력이 총 몇 갠지 상관없어. 어차피 너희가 폭탄을 이렇게…….”

스윽! 스윽!

컵이 탁자 위에서 큰 원을 그리며 스산한 소리를 낸다.

“돌리고 돌리다 보면 결국 대현 F&M의 손에 쥐어질 테니까. 바로 그때!”

종혁은 떨리기 시작하는 그 눈을 응시하며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켰다.

“이렇게 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

다른 세력에게 넘겨야 할 물량을 그냥 스톱시켜 버리면?

“이 애새끼가!”

종혁은 의자에 묶였으면서도 벌떡 일어나는 장동웅의 머리채를 잡아 그대로 탁자에 찍어 버렸다.

쾅!

“커억!”

“또 아프고 싶으면 아가리 털어 보시든가.”

“크으윽…….”

종혁은 죽일 듯 노려보는 그를 보며 이죽였다.

“자, 그럼 다시 방금 하다 만 이야기로 되돌아와 보자, 그렇게 물량이 압수당하면 어떻게 될까?”

이번 작전에 동원된 모든 자금이 공중에 날아가는 거다.

“그리고 우린 이걸 바탕으로 주영도의 목까지 따 버릴 생각이야.”

JU그룹 사옥에서 낄낄거리고 있을 주영도를 비롯한 JU그룹의 모든 직원을 검거한다. 그게 이번 검경 합동작전의 개요였다.

“자, 이래도 네가 돈을 받을 길이 있을 것 같냐? 아, 뭐 그 새끼가 숨겨 둔 계좌 이런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이거 본청과 중앙지검 특수부 합동작전이다.”

움찔!

정말 그랬다는 듯 몸이 흔들린 장동웅은 종혁을 죽일 듯 노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걸 깨달은 그의 눈에서 독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생각할 시간을 줘.”

“오케이. 우리 경찰이 또 이런 건 기다려 주지. 어떤 게 네 형량에 도움이 될지 잘 생각해 봐.”

몸을 돌리던 종혁은 순간 아차 하며 장동웅을 돌아봤다.

“아, 참고로 나도 루에보 주식을 한 10퍼센트 들고 있거든?”

“뭣?!”

“내가 원래 주식에 관심 많아. 그런데 어머나 씨발? 갑자기 뛰는 주식이 있네? 그런데 천 원짜리네?”

종혁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걸리기 시작한다.

“야, 이거 내가 지금 던지면 어떻게 될까? 개미가 털릴까, 아니면 너희가 털릴까? 싸움 붙었으면 재밌었겠다, 그치?”

“…….”

“그럼 차분히 생각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쿵!

문이 닫히자 장동웅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모두 저 미친 새끼의 손바닥 위였다는 건가…….”

마지막의 그 미소, 그 눈빛.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그조차도 감히 오래 마주칠 수 없을 만큼 제대로 돌아 버린 자의 눈이었다.

그의 전신에 식은땀이 서리기 시작했다.

한편 밖으로 나온 종혁에게 다급히 오택수가 달라붙는다.

“야, 어떻게 됐어? 될 것 같아?”

김윤재도 말은 안 할 뿐, 같은 의미를 담은 눈빛으로 물어 온다.

방음이 어찌나 잘되는지 안에서 나눈 이야기가 단 하나도 새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 만큼은 다 했어요.”

어떻게든 알리기만 하면 된다. 그럼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그.

종혁은 그렇게 놈이 품고 있을 일말의 희망마저 모두 끊어 버렸다.

혹시나 도주에 성공해서 알려 봐야 의미 없다고.

같이 던져 버리고, 같이 매입하는 진흙탕 싸움이 시작 된다고 협박함으로써 말이다.

종혁은 한 명의 피해자라도 덜 발생시키기 위해선 얼마든지 그래 줄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산 주식이었다. 최후의 보루로 말이다.

‘차라리 다 매입해 버렸으면 상관없겠지만.’

그랬다간 종혁이 모르는 곳에서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터.

“나머진 저놈이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놈이기만을 바라야죠.”

종혁은 정말 이젠 기다릴 거라는 듯 소파로 걸어가 누워 버렸고, 그런 종혁을 보며 갈등을 하던 둘은 이내 혀를 차며 적당한 곳에 엉덩이를 붙였다.

맨션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봐!

번쩍 눈이 떠진 종혁과 오택수, 김윤재가 안방을 응시한다.

다급히 몸을 일으킨 종혁은 안방 문을 열었고, 어떤 열망이 서려 있는 장동웅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종혁은 직감했다.

“주가 조작에 경찰특수폭행교사 합해서 6년. 가능해?”

“오, 협상 좀 할 줄 아는데?”

“그래서 대답은?”

“뭘 물어. 당연히 가능하지. 사식도 넣어 줄까?”

종혁의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걸렸다.

이번 사건도 슬슬 끝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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