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97화 (297/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97화>

    서로 물고 뜯는 김종학과 이선경.

    김종학은 어떻게든 이선경이 모든 죄를 뒤집어쓸 수 있도록 과거 그들이 저지른 죄를 모두 낱낱이 고해 바쳤고, 이선경은 김종학이 모두 시킨 거라며 반박을 했다.

    그 결과, 김종학과 이선경에겐 처음 입양을 했던 아이에 대한 살인죄가, 그리고 예지에 대한 살인미수죄가 적용되었다.

    “……다신 찾아볼 수 없는 악독한 죄를 저지른 바 피고 김종학에겐 징역 21년을, 피고 이선경에게 무기징역 선고한다.”

    땅땅땅!

    “아, 아니야!”

    “아닙니다, 판사님! 다 이년이 저지른 거예요!”

    “개새끼야! 네가 시킨 거잖아-!”

    “어허! 조용히 해요! 조용히!”

    땅땅땅!

    인생이 끝난 날임에도 물고 뜯기 바쁜 이선경과 김종학.

    재판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하! 진짜 개새끼들도 아니고.”

    “차라리 광견병 걸린 개가 저년놈들보단 나을 것 같네요.”

    법원 밖, 오택수가 담배를 물며 고개를 젓자 최재수도 씁쓸해하다가 아차 하며 종혁을 본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에서 사람이 왔었다면서요?”

    “아, 그거?”

    종혁은 피식 웃었다.

    “미안하다던데?”

    “……미안해요?”

    자신들이 했어야 할 일을 종혁이, 경찰이 대신해 준 것이다. 그들로서는 고맙고도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렇게 말하면서 아동심리학자를 대동한 전면 재조사 및 재상담에 들어간다고 하더라.”

    그를 위한 경찰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서도 온 것이었다.

    “아니, 그럴 거면 처음부터…… 씨발.”

    왜 맨날 공무원들은 소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걸까.

    최재수는 땅바닥을 굴러다니는 돌을 걷어찼고, 종혁은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곧 웃었다. 오늘 아주 좋은 소식이 있기 때문이다.

    “됐고. 가자. 늦겠다.”

    “아, 옙! 얼른 가시죠!”

    *   *   *

    부우웅!

    근처 도시를 향해 달리는 승합차 안.

    “꺄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운전대에 몸을 밀착한 원장이 다급히 입을 연다.

    “애, 애들아! 차 안에서는 조용해야지?”

    “네!”

    차 안이 조용해지자 원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운전대를 보물 다루듯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행복의 쉼터 재단이 아이들 통학을 위해 쓰라며 지원해 준 승합차.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아원을 운영하는 그녀로서는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선물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행복의 쉼터 재단이 할 말이 있다며 그녀를 불렀다. 그녀가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까지 모두 말이다.

    고아원에 좋은 일이라는 말만 하며 전화를 끊은 행복의 쉼터.

    “오늘 행사 같은 게 있는 걸까나?”

    갸우뚱한 그녀는 다시 운전에 집중을 하며 도시 안으로 진입했다. 한눈을 팔며 운전을 하기엔 장롱면허로 있은 지 15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위태위태하게 재단에 도착하니 직원 한 명이 그녀를 맞이한다.

    “오셨어요, 원장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아, 아니에요. 애들아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꾀꼬리처럼 귀여운 외침들에 직원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래. 너희들도 안녕?”

    “네-!”

    “후후. 아,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직원이 안내한 곳은 재단 건물 뒤편에 자리한 커다란 3층 주택이었다.

    ‘와…….’

    이제 여름이 오려는 듯 높다란 담벼락에 둘러싸인 넓은 정원에선 파릇파릇한 잔디가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었고, 여러 대의 그네가 어디선가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TV에서나 볼 법한 풍경.

    주택 안은 더 멋졌다.

    “와아!”

    “우아!”

    고아원 아이들 모두가 뛰어놀아도 될 법한 넓은 거실엔 온갖 장난감들이 예쁘게 널려 있었고, 각각의 방은 하얗고 노랗고 파랗고 분홍빛 벽지로 귀엽게 꾸며져 있었다.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자 푸근히 웃던 원장은 한 아이를 발견하곤 울상이 되었다.

    ‘호연아.’

    예지가 떠난 이후 부쩍 말수가 줄어든 박호연.

    지금도 방 안에 뛰어들려는 듯 몸을 들썩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그 어떤 흥미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다.

    ‘휴. 시간이 답이겠지.’

    씁쓸히 웃은 그녀는 행복의 쉼터 직원을 응시했다.

    “그런데 여긴 왜…….”

    원장의 얼굴에 서리는 의혹에 직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 잘 둘러보셨나요?”

    “네에. 그렇긴 한데…….”

    “앞으로 원장님이 사실 곳인데 정말 제대로 둘러보신 거 맞나요?”

    “다 둘러…… 네?”

    “이곳이 원장님과 여기 아이들이 지낼 새 고아원이라고요.”

    “……네에에?!”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원장의 머리가 하얗게 물들던 순간이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호연이 눈을 부릅뜨며 거실을 박차고 나가 정원을 내달린다.

    “얘! 호연아! 갑자기 왜…….”

    다급히 호연을 쫓던 원장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수, 숨 막혀…….”

    현관문 앞, 호연에게 안겨 버둥거리는 작은 아이.

    “……예지? 예지니?”

    “원장님!”

    “예지야-!”

    입양을 간 예지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어쩌다 오게 된 걸까.

    그런 의문이 떠올랐지만, 원장은 그보다 먼저 몸부터 날려 예지를 꽉 끌어안았다.

    가슴으로 낳은 딸, 예지.

    몇 달 만에 품에 안는 딸은 여전이 따뜻하고 작았다.

    그건 예지도 마찬가지였다.

    몇 달 만에 안기는 원장님의 따뜻하고 포근한 품.

    엄마의 품.

    “이이이잉!”

    예지는 결국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한편 근처에 세워진 외제차 안.

    “훌쩍!”

    “뭘 짜고 자빠져 있냐?”

    “그럼 이걸 보고…… 풋! 여보세요, 오택수 씨.”

    “왜 이 새끼야?”

    “거울이나 보세요.”

    “……!”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눈시울과 코가 붉어진 오택수.

    “……씨부럴. 쪼깐한 게 사람을 울리네.”

    그는 얼굴마저 붉히며 고개를 돌렸고, 운전대를 잡은 킥킥 웃으며 최재수는 뒷좌석에 앉은 종혁을 향해 입을 열었다.

    “팀장님, 이제 예지는 행복하겠죠?”

    “……그러길 바라야겠지.”

    최소한 앞으로 무엇을 하든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후 행복의 쉼터 재단에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 줄 테니,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터였다.

    이제 사건은 모두 끝났다고 봐야 했다.

    종혁은 이제 여름이 오려는 듯 부쩍 따뜻해진 바람과 푸르른 하늘에 나른하게 웃으며 창문을 열었다.

    “출발하자. 사건 시작해야지.”

    JU그룹. 이제 놈들을 징치할 때였다.

    *   *   *

    이제 막 해가 뜨는 이른 아침.

    자전거 한 대가 골목길을 내달린다.

    “신문이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입가에 미소를 매단 이십대 청년.

    제 몫의 구역을 모두 돈 청년은 신문 배급소로 향했다.

    “사장님!”

    “……월급날이 뭔 보약이냐?”

    평소보다 10분은 빠른 시간.

    어이없다는 듯 웃은 사장은 이내 푸근한 미소로 하얀 봉투를 하나 내민다.

    “자, 이달 치 월급.”

    “사랑합니다!”

    “……곧 이사 갈 거라고?”

    “옙! 두 달만 더 모으면 딱 맞아떨어질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몇 년 전 가세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하면서 공부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아르바이트에 매진한 청년.

    매일매일 코피 흘려 가며 노력한 결과 다행히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과외까지 할 수 있을 만큼 다 하고 있다.

    이제 두 달만 더 있으면 이 지긋지긋한 달동네에서 벗어나 방 두 칸 있는 집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럼 군대도 마음 놓고 다녀올 수 있겠지!’

    “그래. 이사하면 말 하고. 뭐 대단한 건 해 줄 수 없지만, 이달의 사원에게 이사 선물 정돈 줄 순 있으니까.”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청년은 다시 자전거를 몰아 빠르게 멀어졌고, 사장은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애가 잘되어야 하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쯧쯧.”

    고개를 저은 사장은 몸을 돌렸고, 페달을 콱콱 밟으며 빠르게 집에 도착한 청년은 훅 풍겨 오는 퀴퀴한 반지하원룸방 냄새에 다녀왔습니다를 크게 외쳤다.

    쫒기고 쫒겨 결국 이런 곳까지 오게 된 그들 가족.

    “……일 가셨구나.”

    아쉬워한 청년은 커튼을 쳐 분리시킨 자신의 방의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러자 그의 눈에 들어오는 하얀 봉투들. 그동안의 노력을 증명하는 증거들이다.

    ‘푸흐흐.’

    그 위에 오늘 받은 월급 봉투를 추가시킨 청년은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이크! 늦었다”

    시간을 확인한 청년은 버스정류장을 향해 내달렸다.

    “헉! 헉!”

    ‘아, 안 늦었지?’

    다행이 1분 전 도착. 청년은 숨을 골랐다.

    “야, 어제 종가 확인했어?”

    “씨발, 미쳤던데? 이거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야?”

    “난 이미 들어갔지롱?”

    ‘종가? 주식?’

    고개를 돌린 청년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아이들이 주식 이야기를 하는 게 퍽 낯설기 때문이다.

    “아니, 낯설진 않은가?”

    올해 들어 그가 다니는 대학에서도 주식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다.

    “흠.”

    부르릉!

    잠시 고민에 빠졌던 청년은 마침 도착한 버스에 올라 학교로 향했다.

    “야,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준철 선배 있잖아. 그 선배 대박 맞았대! 거의 로또 수준이래!”

    “응?”

    군대 제대한 아저씨로 과방에서 깔깔이 추리닝이나 입고 뒹구는 한량. 청년이 다니는 경영학과에 왜 저런 인간이 있나 혀를 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뭐 어떤 주식을 2천 원 때 들어갔는데, 지금 무려 4만 원에 근접……”

    와락!

    “요! 아저씨들! 뭣들 하시는가?!”

    순간 등에 닿는 보드라운 감촉과 콧속을 파고드는 샴푸 냄새. 청년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학과여신 김주이. 청년이 남몰래 짝사랑하는 친구다.

    그런 청년의 모습에 혀를 찬 친구는 긴생머리의 활기찬 여성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요! 아줌마!”

    “아줌마? 뒤질래?!”

    “우리가 아저씨면 넌 아줌마세요. 왜 이러세요, 아줌마.”

    “……넌 뒤졌어.”

    여성이 친구의 목을 조르려던 순간이었다.

    과르릉!

    굉음을 내며 그들의 옆에 서는 스포츠카 한 대. 대학교에 스포츠카가 나타나자 살짝 굳었던 그들은 이내 차문을 열고 나온, 명품으로 도배한 사내를 보곤 눈을 크게 떴다.

    “주이야!”

    “어? 준철 선배! 와, 씨! 그거 뭐예요?!”

    “흐흐. 다 그런 게 있지. 타! 데려다줄게!”

    “내가 또 이런 건 거절하지 않지! 감사함다! 좀 이따 보자, 뚜벅이들!”

    “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던 청년은 다시 굉음을 내며 멀어지는 차를 멍하니 바라봤다.

    “어후, 저 요물. 야, 신경 쓰지 마. 주이도 그냥……”

    “아니, 그게 아니라…….”

    당연히 신경이 쓰이긴 한다.

    하지만 그보다 신경 쓰이는 건 스포츠카였다.

    “야, 저 선배 원래 엄청 가난하지 않았어?”

    청년의 기억상 학기금도 제대로 못 낼 정도였다.

    “그랬는데 이번에 주식으로 대박 맞은 거잖아! 하 씨발, 내가 저래야 했는데…….”

    ‘여기도 주식이라…….’

    버스 정류장에서도, 버스에서도, 그리고 학교에서도 주식 이야기뿐이다. 세상이 주식에 의해 돌아가는 것 같았다.

    “야. 저 형이 산 주식이 뭐라고?”

    한편 그 시각.

    얼마 전까지 예지가 살았던 맨션 단지의 한 맨션.

    최재수의 브리핑이 시작된다.

    “기업명, JU그룹. 회장 주영도. 양력은 참고 서류를 살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돌아와 JU그룹의 주 사업 아이템은 다단계. 다른 다단계 사기와의 차이점은 물건 구매 시 최대 반에서 10퍼센트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되돌려 준다는 점입니다.”

    회귀 전, 이런 수법으로 수만여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주영도 회장. 희대의 사기꾼 조희구의 그림자에 가려져서 그렇지, 주영도 회장 역시도 만만치 않은 다단계 사기꾼이었다.

    그 피해액이 무려 조 단위.

    당장이라도 검거해야 될 악마 중 악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다단계 기업이라는 정황이 밝혀졌지만, 현재로선 이렇다 할 피해가 발생되지 않아 수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오택수와 이미 주영도에 대해 알고 있는 종혁도 혀를 찬다.

    사기는, 아니 모든 범죄는 이게 문제다. 피해가 발생하기 전엔 경찰이 개입할 수 없다는 것.

    “이에 저와 오택수 경감이 회원으로 잠입. 약 1억 원 어치의 물건을…….”

    “잠깐. 왜 판매 사원이 아니라 회원으로 잠입한 거지?”

    “아, 우리도 그러려고 했는데 내 정보원이 어떤 첩보를 전해 줘서 말이야.”

    최재수 대신 오택수가 대답을 한다.

    “첩보요?”

    “어. 작년엔가? 이 새끼들이 투자 설명회를 열어 회원들 명의로 주식 계좌를 텄다고 하더라고.”

    문제는 개설한 주식 계좌의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들을 자신들이 관리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그 말에 종혁은 눈을 빛냈다.

    “근데 웃긴 게 회원들은 그걸 또 다 납득하고 돌아갔단 말이지? 딱 봐도 느낌이 쎄한 게, 일단 회원으로 접근해서 상황을…….”

    “아뇨. 더 말하지 않으셔도 돼요. 잘하셨어요.”

    정말로 잘해 줬다.

    덕분에 오택수와 최재수를 납득시켜야 하는 절차가 많이 줄었으니 말이다.

    종혁이 JU그룹을 엮으려는 것도 그쪽 방향이었다. 다단계는 아무리 파 봐야 놈들이 도주하지 않는 이상 검거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역시 베테랑.’

    아마 잠입 전에 정보원들을 풀가동시켜 JU그룹에 대한 정보를 모은 게 틀림없었다.

    “어흠, 그래?”

    어깨가 으쓱해진 오택수는 최재수에게 계속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큼. 아무튼 각기 5천만 원씩 총 1억 원어치의 물품을 구입하며 회원 등급을 올렸고, 구입한 물품들은 전국 고아원과 노인 복지시설에 기부를 했습니다.”

    만약 종혁이 자금을 무제한으로 허락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오택수가 말하길 아마 놈들의 중심에 접근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얼마 전 JU그룹에서 한 가지 제의를 해 온 상황입니다.”

    “제의?”

    최재수의 어깨도 의기양양하게 으쓱 솟았다.

    “투자 제의입니다!”

    종혁은 그들 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이 술술 풀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걸 밖으로 표출할 단계가 아니기에 모른 척 입을 열었다.

    “JU그룹에? 아니면 다른 투자처? 거기에 대해선 언급은 안 했고?”

    최재수는 고개를 저었다.

    “만나면 설명해 준다고 했습니다만, 오택수 경감님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난 아무래도 이 새끼들이 주가 조작을 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요?”

    “다단계 회사에서 갑자기 무슨 주식 투자냐고. 이런 사기꾼 놈이 멀쩡한 투자를 하겠어? 아니, 설령 하더라도 남들 다 불러다 놓고 권유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네 생각은 어떠냐는 오택수의 눈빛에 종혁은 같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저도 생각이 그쪽으로 기우네요.”

    “그렇지? 하, 씨발 새끼들. 진짜 골고루 한다.”

    다단계 사기로도 모자라 주가 조작.

    진짜 지랄 맞은 놈들이었다.

    종혁은 피식 웃었다.

    둘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려 주었다.

    “자, 그럼 정리하겠습니다. 현재 다단계 사기를 치는 걸로 유력시되는 JU그룹이 주가 조작마저 벌이려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모두 정황에 불과하니 오 경감님과 재수는 일단 놈들을 만나 투자처가 어딘지, 얼마나 많은 회원이 어느 정도의 액수를 투자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주십시오.”

    “그럼 넌?”

    “전 두 분이서 알아 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그 투자처에 대해 알아봐야죠.”

    “그 투자처가 거짓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바로 놈들을 딸 수 있겠네!”

    “또 걔들도 감시해야 되고요.”

    “아!”

    김종학이 몸담았던 작전 세력, 아니 작전 세력으로 추정되는 대현 F&M.

    김종학의 검거 이후 거처를 옮기다 못해 회사명까지 바꾼 놈들이니 거의 100퍼센트라고 봐야 했다.

    오택수의 현명한 대처로 인해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놈들.

    JU그룹이 중요하다고 이놈들을 방치할 순 없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시 전에 김종학을 따라 그놈들의 PC방 작업장에 들어갔을 때 놈들이 하던 주식이 뭔지 기억하세요?”

    “어, 잠깐. 무슨무슨 보였는데…… 삼보? 아니, 분명 세 글자였는데?”

    벌써 한 달 전 일이라 약간 가물가물하다.

    “아, 씨발! 잠깐만?”

    종혁은 얼른 수첩을 꺼내 드는 오택수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보? 세 글자?’

    고작 한 글자임에도 왜 이렇게 익숙한 걸까.

    ‘설마? 에이.’

    JU그룹이 손을 뻗고 있는 회사에도 ‘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터라 혹시나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없었다.

    종혁은 머릿속을 채우는 망상을 지워 버리며 오택수가 그 종목의 이름을 찾기를 맘 편히 기다렸다.

    그런데…….

    “아, 그래! 루에보! 루에보였어!”

    움찔!

    종혁의 전신이 그대로 굳어 버린다.

    “어, 어디요? 룰렛볼?”

    “루에보!”

    ‘……씨발. 그 이름이 여기서 왜 나와?’

    루에보.

    JU그룹이 주가 조작을 하는 회사의 이름이자, 수많은 자살자를 만들어 낸 회사의 이름.

    종혁은 이 말도 안 되는 우연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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