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95화>
툭!
‘엄마?’
놀라며 눈으로 묻는 아이.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끼이이익! 쾅!
도로로 떨어지던 아이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차가 멈춘다.
그 순간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허억!”
질겁하며 깨어난 이선경의 전신이 식은땀에 젖어 있다.
“……시발. 아침부터 기분 더럽게.”
왜 하필 그때의 꿈을 꾸고 지랄일까.
이선경은 옆에서 아내가 악몽을 꾼 것도 모른 채 드르렁 코를 고는 남편이 얄미워 팔을 강하게 내려쳤다.
짜악!
“으응. 뭐야…….”
“정신 차리고 일어나 봐.”
“왜…… 으어어. 왜, 뭔데. 벌써 출근 시간이야?”
괴상한 소리를 내며 일어나 얼굴을 비비는 남편.
“그거 몇 만 원까지 간다고 했지?”
“5만 원? 한 5만 5천 원까지 간다고 했을걸? 아, 그보다 돈은 얼마나 모을 수 있을 것 같아?”
“2억. 너까지 대출하면 3억?”
“……씨발. 애새끼 꽁짓돈도 아니고. 더 못 모아?”
“개소리 마. 우리 인생에 그런 목돈이 있긴 했니?”
이 집도 자신이 우겨서 사지 않았으면 아직도 월세 신세였을 것이다. 첫째 딸이 남기고 간 선물이었다.
“그럼 인생역전의 기회를 이렇게 날리자고? 이거 무조건 5만 5천 원까지 간다니까? 씨발, 이 주식이 천 원일 때 샀으면 벌써 돈방석에 앉았을 텐데!”
“……사채까지 쓰면 아마 4억까진 모을 거야.”
“쯧. 해외여행 몇 번 다녀오면 끝이겠네.”
“야! 사채가 쉬운지 알아?!”
사채 사무소에서 일해 봐서 안다.
사채를 놓는 놈들이 얼마나 지독한 악마들인지.
그래서 그녀는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사채를 절대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마음도 모르고 태평한 소리를 지껄이는 남편을 보자니 속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아내가 사채를 증오한다는 걸 상기한 남편은 혀를 찼다.
“하, 씨발. 인생 왜 이러냐. 어떻게 돈 나올 구멍이 하나…….”
쏴아아!
안방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싱크대 물 쏟아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남편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그럼 쟤는?”
“미쳤어? 쟤는 우리 노후야!”
최후의 보루다.
“나이 먹고 굶어 죽을래?”
“그건 그런데…….”
남편은 옆에 둔 담배를 가져와 입에 물며 나른하게 웃었다.
“그 노후를 지금 준비하는 거 아니었어? 죽지만 않으면 되잖아.”
움찔!
“……죽지만?”
순간 눈동자가 흔들린 이선경이 엄지를 입에 가져간다.
극도로 초조해지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 나타나는 그녀의 습관.
남편, 김종학은 이선경의 팔뚝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우리가 돈이 많아야 쟤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더 월급 많은 직장에 취직 할 테고.”
“그, 그렇기는 한데…….”
“한 번 해 봐서 감 잡았잖아. 조금만 다치게 하면 되는 거야. 그럼 쟤도, 우리도 다 행복하게 사는 거야. 노후 걱정도 끝.”
한 번 해 봤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이선경은 김종학을 가만히 응시했다. 답지 않게 똑똑한 말을 하는 남편. 그런데 언젠가 남편의 이런 모습을 봤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응? 왜? 아차차. 미안.”
“……조심해.”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니?’
아니었다. 정말 먹고살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다.
“……5만 5천 원이라고?”
종혁이 걸리긴 하지만, 살짝 다치는 것뿐인데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의심을 하겠어, 뭘 하겠어?’
“응! 응! 역시 우리 선경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김종학이 슬그머니 이선경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이거, 이거. 우리 선경이에게 상을 내려야겠는걸?”
“얼른 끝내. 나도 밑 작업을 해야 하니까.”
“밑 작업? 어, 뭐 그래! 우리 여보님에게 다 계획이 있겠지!”
그녀를 눕히고 몸을 포개는 김종학의 눈에 웃음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후우.”
이른 아침부터 한바탕 뒹군 이선경은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며 부엌으로 나갔다.
촤르르르르!
“익! 윽!”
튀는 기름에 아파하면서도 자리를 지키는 예지.
그 미련한 모습에 얼굴이 일그러졌던 이선경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뒤집개를 뺏어 들었다.
“넌 기름이 튀면 물러나야지. 이것까지 가르쳐야겠니?”
“죄, 죄송해요.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 미나도 잘 잤어?”
“네? 녜!”
이 집에 와 처음 받아 보는 인사.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예지를 일견한 이선경은 싱크대에 걸린 앞치마를 예지에게 입혀 주었다.
“어?”
“앞으론 이렇게 앞치마를 입고 해.”
예지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쏟아지는 엄마의 사랑에 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다.
“오늘은 다쳤으니까 비켜 봐. 엄마가 할 테니까.”
“아, 아니 미나가 할 수…….”
하얗게 질린 예지가 도리질을 친다.
“엄마가 두 번 말하는 건 싫다고 했지? 아니, 같이할까?”
“……녜에!”
예지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 * *
-막 엄마가 안아 줘서 같이 밥도 먹구…….
“어이구, 그랬어?”
-녜! 이따가 미나랑 옷도 사러 간대요!
“옷?”
흠칫!
반복된 키워드에 반사적으로 놀랐던 종혁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180도 달라진 이선경의 행동에 절로 의심이 가지만, 그 이유가 대충 짐작이 가서다.
‘역시 내가 주위에 있어서 효과가 생긴 건가.’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잘해 주는 것일 터.
‘그래, 일단 이거라도 어디야?’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예지가 행복할 수 있다면 됐다.
“예지야, 엄마가 좋니?”
‘그런 부모라도 행복하니?’
-……녜!
“얼마큼?”
-많이많이!
그래. 그거면 됐다. 그거면 된 거다.
“그래? 섭섭한데?”
-아, 아저씨도 많이 좋아해요!
종혁은 피식 웃었다.
함부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예지.
-아, 엄마가 불러요. 끊을게요!
“그래.”
전화를 끊은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부디 오래갔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사랑해 주는 예지의 모습에 이선경도 감복이 됐으면 싶었다. 이왕이면 좋은 엄마가 되어 주면 좋겠지만, 그냥 일반적인 엄마라도 말이다.
‘부디 지금 하는 이 수고가 헛된 것이 되어도 좋으니…….’
지이잉! 지이잉!
“어, 재수야.”
-예, 팀장님. 지금 첫째 딸의 납골당에 왔거든요? 그런데…… 이거 뭔가 느낌이 쎄해요.
“설마…… 한 번도 안 들렀다디?”
종혁은 아니라는 답을 바랐다.
하지만…….
-예.
원체 작은 납골당이라 관리인이 오는 이들은 모두 기억한다는데,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아무리 관리인이라지만 오가는 사람을 모두 기억 못할 수도 있잖아.”
-얘가 바깥에 안치됐는데, 개인단 유리가 깨져 있어요. 이렇게 된 지 6년은 됐대요. 연락이 안 된다고.
“시발. ……후, 알았어. 일단 둘째 딸을 뿌렸다는 곳도 가 봐.”
-……팀장님, 예지 괜찮은 거 맞겠죠?
방금까진 그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는데, 이젠 조금씩 의문이 든다. 대답 대신 핸드폰을 끊은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그 순간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예, 오 경감님.”
-야, 이 새끼들 주식하는 놈들인데?
“주식이요?”
출근하는 김종학을 미행한 오택수가 왜 뜬금없이 주식이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
-어. 김종학 이 새끼가 웬 PC방으로 들어가기에 뭔가 이상해서 따라 들어가 봤거든?
웬 놈들이 컴퓨터에 앉아 주식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욕을 들으며 쫓겨 났다.
-그런데…… 갑자기 촉이 이상해서 혹시나 하고 2층에 가 보니까 대현 F&M이라는 간판이 있더라.
“아, 제발.”
이 말이 뜻하는 건 하나다.
-야, 아무래도 이 새끼들 작전 세력 같다. 똑같은 종목을 켜 놓고 있었어.
“……시발이네요. 진짜.”
배 아파 낳은 자식조차 찾지 않는 비정한 부모가 범죄 단체에도 연루되어 있다.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되는 걸까.
더 이상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건 관둬야 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일단 끊어요.”
-좀 더 지켜보다가 변동 사항 있으면 연락할게. ……야, 행복하게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거냐?
“끊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게. 진짜 힘드네…….”
예지가 바라는 건 큰 게 아닌데…….
그저 남들 다 있는 부모가 있으면 하는 것뿐인데…….
‘이 수고가 헛되길 바랐는데.’
“씨발.”
뻐끔뻐끔 담배 연기가 거실을 가득 채워 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지이잉!
“또 왜…….”
전화가 아닌 문자.
그 내용을 확인하던 종혁은 눈을 부릅떴다.
“이런 미친!”
벌떡 몸을 일으킨 종혁은 다급히 집을 뛰쳐나갔다.
‘예지야!’
* * *
이제 봄도 다 지나가는 듯 제법 따뜻한 바람이 살랑 불어온다.
그에 예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다.
집에 온 이후 처음으로 나가는 먼 곳으로의 외출. 그것도 엄마랑 함께 옷을 사러 가는 길이다.
빠앙 소리치는 자동차도, 거인 같은 어른들도, 이제 안녕 하며 시드는 꽃들도 모두 다 좋았다.
“예쁜 엄마도!”
예지를 데리러 왔을 때처럼 공주님처럼 화장한 엄마.
손톱이 기다란 손에서 나는 화장품 냄새까지 참 좋았다.
‘엄마는 발이 길구나.’
옆에서 함께 걷는 게 좀 힘들기는 했다.
띠리링! 띠리링!
“엄마! 전화 와요!”
“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이선경은 혀를 찼다.
‘아빠다.’
분명 핸드폰에 표시된 이름은 아빠였다. 김종학.
“미나는 잠깐만 여기 있어? 어, 왜? 아니, 돈이 그렇게 금방…….”
거리에 남겨진 예지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아빠와 통화를 하는 이선경을 빤히 바라봤다.
“……에헤헤.”
갑자기 삐죽거리는 입술을 펴며 애써 웃은 예지는 가로수 아래 핀 작은 들꽃에 다가갔다.
실처럼 얇고 엄지손톱보다 작은 하얀 들꽃.
“고아원에는 너희들 많은데.”
무성한 수풀 사이에서 수줍게 숨어 있는 이 꽃을 뽑아 원장님께 가져다주면 열 손가락 모두에 꽃반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며 말했다.
-봄아, 안녕. 내년에 또 봐.
“안녕. 내년에 또 봐.”
“알았어. 걱정 마. 오늘 할 거니까. 끊어. 미나야, 많이 기다렸지?”
“으으응. 아니에요!”
“그래. 그럼 갈까?”
“네!”
* * *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아이 엄마가 횡단보도 반대편에서 뛰어오더라고요.]
[생각났어요! 마치 아이가 떠밀린 것처럼 제 차로 끼어들었습니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교통사고 피의자에게서 온 두 통의 문자. 종혁은 다급히 시동을 걸며 본청으로 전화를 걸었다.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1팀장 최종혁 경정…… 아닙니다. 끊어요!”
아니다. 이 급박한 순간에 경찰은 늦다. 빌어먹을 놈의 절차 때문이다.
“아!”
생각해 보니 있었다. 곧바로 예지를 찾아 줄 수 있는 단체가.
종혁은 얼른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예, 팀장님. 저 최종혁입니다.”
국정원. 이 상황에선 국정원이 최고로 빠르다고 봐야 했다.
“이유는 나중에 말해 드릴 테니 번호 하나만 추적해 주세요. 급합니다. 예, 010…….”
-오케이. 5분도 안 걸릴 거야. 무슨 급한 일인지 모르겠는데, 이걸로 국정원이 최 팀장에게 진 빚 하나 까는 거다.
아직도 많이 남았지만 말이다.
국정원 요원들이 활약을 할수록 늘어만 가는 빚. 종혁은 국정원에게 있어 고리대금업자나 다름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차창을 후려쳤다.
콰앙! 콰드득!
왜 의심을 했으면서 애써 희망적으로 생각을 했을까.
왜. 왜. 왜.
“까드득!”
띠리링!
“예! 아, 거기요?!”
부르릉!
차 시동을 켠 종혁은 재빨리 액셀을 밟았다.
“그럼 그 근처에 옷가게가 있는지도 검색해 주시겠습니까?! 예!”
‘제발! 제발!’
부아아아앙!
종혁의 차가 쏜살처럼 튀어 나갔다.
* * *
“에헤헤헤헤!”
이선경은 원피스 두 벌이 든 하얀 봉투를 꼭 끌어안으며 웃는 예지의 모습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좋니?”
“네!”
“그딴 싸구려가 좋긴 뭐가……. 그럼 갈까?”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 예지는 엄마 손을 잡으며 걸었다.
‘히히. 엄마는 몰라.’
이선경은 모를 것이다.
예지는 엄마랑 처음으로 고른 옷이라서 좋다는 걸.
머리핀 하나를 사줬어도 예지는 지금처럼 기뻐할 거란 걸.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이선경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 가는 오후, 퇴근길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차가 쌩쌩 달린다.
그녀의 걸음이 도로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예지야.”
“네?”
“아이스크림 먹을래?”
“아슈크림? 머, 먹어도 돼요?”
전에 처음으로 마트에 갔을 때 냉장고 앞을 서성였지만 모른 척했던 이선경.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예지다.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래? 엄마가 금방 갔다 올게.”
부우웅! 부우웅!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들.
“……녜!”
스륵 차갑게 빠져나가는 손에 예지의 입술이 다시 비죽였다가 환하게 웃는다. 얼른 다녀오라며 손을 흔든 예지는 목을 매만지며 종혁이 걸어 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아저씨…….’
폴더를 연 예지는 핸드폰을 쓰다듬었다.
그 순간이었다.
퍽!
“앗?!”
“어머. 꼬마야, 미안?”
어색하게 웃으며 멀어지는 이십대 여성을 보던 예지는 이내 핸드폰에 들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여보세요? 예지야?!
……탁!
“예, 예지는 착한 딸.”
애써 웃는 예지의 볼이 부들부들 떨린다.
예지는 핸드폰을 다시 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자, 이건 우리 미나 거.”
“우와아아!
엄청 비싼 아이스크림인 빵빠레처럼 생긴 아이스크림에 홀려 버리고 만 예지는 자신도 모르게 입에 가져갔다.
“……!”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버리는 달콤하고 차가운 맛. 아주 가끔 특별한 날에만 먹는 아이스크림보다도 백 배, 천 배 맛있다.
“맛있어?”
끄덕끄덕끄덕!
“그럼 갈까? 옷은 이리 줘.”
뺏듯 옷이 담긴 봉투를 가져온 이선경은 아슬아슬하게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저거다.’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외제차 한 대.
‘미나야, 이해해 주렴. 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야.’
눈빛이 차가워진 이선경은 예지의 손을 잡은 그 손으로 예지의 어깨를 밀쳤다.
“어머?!”
투욱!
“어?”
갑자기 붕 떠 버린 몸에 놀란 예지는 반사적으로 이선경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스르르 빠져나가는 차가운 이선경의 손.
‘아.’
예지는 느려진 시간 속 이쪽을 차갑게 노려보는 이선경의 눈빛에 울상을 지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 갑자기 엄마가 잘해 준 이유를.
아침에 모두 들었다.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그래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나는 엄마, 아빠 딸이 될 수 없구나.’
예지는 점점 놀라는 표정이 되어 가는 엄마를 향해 걱정 말라는 듯 웃어 주며 손을 흔들었다.
‘미나는 괜찮아요, 엄마.’
예지는 어느새 가까워진 차에 눈을 꼭 감았다.
“예지야-!”
끼이이익! 꽈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