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90화 (290/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90화>

    다시 계곡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이 조용하기만 하다.

    “……아오, 씨발 진짜!”

    쿵 오택수가 차창을 후려치고, 오택수의 부인은 달아오른 눈시울을 매만진다. 최재수는 이미 소리 없이 흐느끼고 있다.

    “야, 왜 사람은 힘들수록 저렇게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거냐!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끙끙거리면서 왜!”

    행정 착오로 이상한 곳에 고아원을 지어 줬으면 다시 지어 달라고 말을 해야 할 텐데, 말하는 모습을 보니 아예 그런 생각을 안 한 것 같다.

    “혹여 자신의 말 한마디로 아이들이 피해라도 입을까 걱정하셨던 거겠죠.”

    자신을 엄마라고 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수백, 수천 번도 더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목소리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피해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저런 분들일수록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근데 대체 왜 착한 사람만 힘들어져야 하는데!”

    “많이 취하셨네요. 좀 주무세요.”

    “씨발! 좆같은 세상!”

    쾅!

    다시 차창을 친 오택수는 아내를 끌어안으며 달랬고, 종혁은 씁쓸히 웃었다.

    ‘착하기에 힘들어지는 거지.’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착하니까.

    부당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마저 배려할 만큼 착하니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어디서부터 욕을 해야 되는지 알 수 없음에 종혁의 입안이 타고 남은 재를 삼킨 듯 써졌다.

    그러는 사이 차는 다시 계곡에 도착했다.

    “아빠 왔어? 애들은 잘 데려…… 아빠,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엄마는 또 왜 그래? 엄마? 아빠?”

    우중충한 둘의 모습에 장미는 당황했고, 고정숙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종혁을 봤다.

    “들어가서 설명해 드릴게요.”

    자신들밖에 없는 공간이지만,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말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우울해져서 그런지, 아니면 좋은 야경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취한 오택수는 장미를 붙잡고 열변을 토했다.

    “오장미, 너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 정말 이기적으로 살아야 해!”

    “뭐야, 언제는 착하게 살라며?”

    “그러니까 착하면서 이기적으로!”

    “엄마! 아빠가 이상한 말 해!”

    “이번엔 아빠 말이 맞아. 새겨들어.”

    “어, 엄마?”

    사정을 모르는 오장미만이 당황했고,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씁쓸히 웃을 뿐이었다.

    종혁은 어머니 고정숙의 손을 꼭 쥐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포기하지 않아 줘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다시 한번 와닿아서.

    고맙고 또 고마웠다.

    “앞으로 더 잘할게요.”

    “……어이구.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해 봐.”

    “하하.”

    “저도 잘할게요, 아주머니!”

    “저도 잘하겠습네다!”

    “어이구.”

    고정숙은 말만이라도 고맙다고 순희와 순철을 꼭 안아 주었고, 밤은 그렇게 깊어져 갔다.

    찌르찌르 이름 모를 풀벌레가 울어 대는 늦은 밤.

    “후우…….”

    한 손에 맥주캔을 손에 쥔 종혁의 입에서 담배 연기가 흩어진다.

    “왜? 낯선 곳이라 잠이 안 와?”

    “아, 아닙네다.”

    텐트 차양막이 만든 어둠 속에서 빠져나온 순철은 머뭇거리다 종혁의 옆에 앉아 모닥불을 응시했다.

    타닥타닥.

    이젠 잔불만이 붉게 넘실거리는 모닥불.

    “……감사합네다.”

    “뭐가?”

    “모두 다.”

    종혁이 아니었다면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었을까.

    종혁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언제 보위부에 잡혀갈지 몰라 전전긍긍했을지 모른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사람을 잡아가는 북한.

    이렇게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었다.

    오늘 들은 이야기만 봐도 그렇다.

    ‘만약 순영 누이를 구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결국 태국 거리의 부랑아로 살게 됐을 것이다. 어쩌면 정찰총국에 잡혀가 교화소에 갇혔을 수도 있다.

    뭐든 오늘 들은 고아원의 아이들보다 더 힘들고 처절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런 만약, 아마, 어쩌면을 구해 준 게 바로 종혁이다.

    그러니 이젠 정해야 했다.

    “뭔데? 할 말 있으면 에두르지 말고 직진하라.”

    갑작스런 북한말에 놀란 순철은 이내 분위기를 가볍게 하고자 하는 종혁의 마음을 알아차리곤 모닥불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팀을 조직해 세계 해킹 대회에 나갈까 합네다.”

    종혁은 씁쓸히 웃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결국 그쪽으로 가게?”

    “한국말에 이런 말이 있잖습네까. 배운 게 도둑질이다.”

    “우리 철이도 한국 사람 다 됐네.”

    “이미 한국 사람입네다.”

    종혁이 힘을 써 주면서 바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말이나 못하면……. 그래서? 커리어 쌓고 뭐하려고? 보안 회사라도 차리게?”

    “큼. 그건 일단 대회들에서 짱 먹고 말하겠습네다.”

    “푸핫!”

    짱이란 단어에 웃음을 터트린 종혁은 순철의 머리를 헤집었다.

    “무리하진 마. 너무 목표만 바라보고 맹목적으로 달리다 보면 넘어져 다칠 수도 있으니까.”

    “……감사합네다.”

    정말 고맙다. 언제나 어느 때나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해 줘서.

    이런 종혁을 만난 건 정말 큰 축복이었다.

    ‘그러니 이제부턴 형님을 위해 살갔습네다.’

    그동안 힘들어하는 종혁을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얼마나 무력함을 느꼈던가.

    해킹 대회의 상을 휩쓰는 건 그를 위한 준비였다.

    ‘두고 보시라요!’

    종혁은 순영을 구할 때 이후로 처음 눈이 불타오르는 순철의 모습에 맥주캔을 따서 내밀었다.

    “그럼 우리 철이의 입상을 위해 건배할까? 세계 재패를?”

    “위하여!”

    터억!

    맥주캔이 부딪치는 소리가 깊어진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휴가가 끝을 맺어 갔다.

    *   *   *

    -제4회 지방선거를 11일 앞둔 상황…….

    치익!

    택시 안 라디오 주파수가 돌아가며 다른 뉴스를 토해 낸다.

    -입양의 날이 제정된 지 9일이 지난 현재 제4회 지방선거 유세가…….

    “여기도 선거, 저기도 선거네.”

    전국의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뽑건 말건 손님이나 탔으면 싶은 택시기사는 바로 옆 사람이 바글바글 모인 유세 현장을 보며 침을 뱉었다.

    “카악, 퉤! 저것들이 밥을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보면 총선인 줄 알겠네.”

    “아저씨, 건대입구 가나요?!”

    “네! 갑니다! 타세요!”

    택시기사가 차를 몰며 사라진 유세 현장, 유세가 막바지에 접어 가며 열기가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합니다!

    “와아아아아!”

    “유세득! 유세득!”

    한 서울시장 후보의 말에 열화와 같은 환호를 보내는 시민들.

    이전 서울시장의 좋은 정책들 덕분에 더욱 살기 좋아진 서울이라서 사람들은 더 좋아질 서울을 기대하며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후욱! 후욱!’

    유세를 지지하거나 구경 나온 사람들 사이에 숨은 한 오십대 장년인이 충혈된 눈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아니 그 옆에 선 장년 여성을 노려보며 숨을 고른다.

    그런 그의 입에서 풍기는 술 냄새.

    ‘개 같은 년. 어디 여자가……. 너 같은 것들 때문에 그년이 도망갔어, 알아?’

    얼마 전 더 이상은 이렇게 못살겠다며, 당신만 아니었으면 나도 TV에 나오는 성공한 여성들처럼 됐을 거라며 아내가 이혼을 통보하고 떠나 버렸다.

    그때 TV에 나온 게 저 여자다. 여성의 몸으로 국회의원이 된 것도 모자라 당의 높은 자리까지 오른 여자.

    ‘군부 독재의 딸년 주제에!’

    심란하게 중얼거리며 주머니를 만지는 그의 모습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꺼림칙해했지만, 이내 서울시장 후보의 연설에 눈과 귀를 집중시킨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와아아아아!”

    길었던 유세도 드디어 끝을 맺으며 서울시장 후보는 다른 구로 유세를 가기 위해 지지자들과 단상에서 내려왔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던 오십대 장년인도 발을 성큼 내디뎠다.

    그때였다.

    콱!

    뒷목을 잡아채는 우악스런 손길.

    “케엑?!”

    불시의 기습을 당한 장년인은 허공을 붕 떴다가 엉덩방아를 찍었고, 그에 주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아이고, 삼촌! 여기 계셨어? 한참 찾았잖아요. 일어나요, 일어나!”

    “너, 넌 뭐야!”

    장년인은 힘들게 일어나며 당황하고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덩치가 큰 사내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이러신다. 술을 얼마나 마셨기에 또 조카를 못 알아봐!”

    “꺼져! 네가 무슨 내 조카야! 죽여…….”

    순간 주머니에서 빠져나오는 장년인의 손에 눈을 빛낸 종혁은 재빨리 장년인의 몸을 돌리며 그 목을 팔로 휘감았다.

    “켁?!”

    “꺅?!”

    “힘 빼라. 모가지 부러진다.”

    장년인의 귀에 속삭인 종혁은 크게 외쳤다.

    “아, 삼촌! 진짜 이러지 좀 마! 왜 조카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켁! 케엑! 케…….”

    버둥버둥 발버둥을 치다 끝내 눈이 뒤집어지며 축 늘어지는 장년인. 사람들은 헛숨을 삼키며 눈을 부릅뜬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삼촌이 술에 취하면 아무도 못 알아봐서요. 죄송합니다.”

    놀랐던 사람들은 이내 진정을 하며 혀를 찼고, 종혁은 장년인을 어깨에 들쳐 엎었다.

    “그럼 수고들 하세요! 어우, 후보님 잘생기셨네!”

    종혁은 사람들을 헤치며 유세 현장을 빠져나갔고, 그 잠시의 소란에 잠시 걸음을 멈춘 유세득 후보의 유세 지원을 나온 한 장년 여성은 멀어지는 종혁을 빤히 응시하였다.

    “가시죠, 당대표님.”

    “……그러죠.”

    장년 여성은 이내 고개를 돌리며 유세 현장을 빠져나갔다.

    “유세득! 유세득!”

    “박정애! 박정애!”

    시민들은 멀어지는 그들을 연호하며 더 나은 서울을 기대하였다.

    한편 본청으로 돌아와 장년인을 유치장에 집어넣은 종혁은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담배를 물었다.

    “씨발 새끼.”

    이 사람은 알까.

    자신의 저지르려던 행동에 의해, 그 테러에 의해 이삼십대 청년들이 박정애라는 국회의원에 대해 알게 된다는 걸.

    회귀 전, 이자에 의해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용서를 해 주며 대인배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 박정애 의원.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대통령.

    ‘그리고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한 대통령…….’

    결과론적으로 이자는 박정애 당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제법 공을 올리게 되는 인물이라고 봐야 했다.

    물론 그게 아니라도 범죄자는 잡아야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흠. 그 양반도 뒤를 파긴 해야 하는데.”

    종혁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최 팀장, 그놈은 뭐데?”

    “술 깨면 내보낼 인간이요.”

    정확한 죄목은 상해 미수이긴 한데, 그걸 죄목으로 걸었다가는 언론이 냄새를 맡는다.

    야당 당대표의 상해 미수. 전국이 떠들썩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아쉬워도 여기서 접어야 했다.

    ‘대충 잘 다독여 봐야지, 뭐.’

    국회의원 상해가 얼마나 큰 죄인지 알게 된다면 아마 마음을 고쳐먹게 될 거다.

    ‘그래도 못 알아먹는다면…….’

    눈빛이 더 서늘해진 종혁은 손을 저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응?”

    띠리링! 띠리링!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한 종혁은 혀를 찼다.

    “예, 원장님. 아이고, 돌려주실 필요 없다니까요. 저 돈 많다니까요? 벌써 사흘째 이러시는데 계속 이러시면 확 차량까지 후원해 드립니다? 뭐가 좋으세요? 승합차? 버스? 하하, 예. 끊을게요.”

    전화를 끊은 종혁은 의아해하는 김판호에게 그런 일이 있다고 일견하며 자리에 앉았고, 오택수와 최재수가 킬킬거리며 다가왔다.

    “원장님?”

    “예. 너무 부담된다네요. 확 정말 부담 줘 버릴까 보다.”

    “그러지 마라. 네가 부담 줘 버리면 서민들은 심장 멎는다.”

    “팀장님이 부담을 줘 버리면…… 어후.”

    “그러니까 여기서 그만두는 겁니다.”

    “뭘 그만두는 건가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종혁과 특별수사팀은 뚜벅뚜벅 안으로 들어오는 정용진 과장을 발견하곤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충성!”

    “멍!”

    형사들은 대신 대답하는 덕자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이젠 제법 자라 강아지보다는 개의 티가 많이 나는 덕자.

    정용진은 슬그머니 덕자의 주둥이를 막으며 미안하단 표정을 지었다.

    “허흠. 상부에서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종혁과 특별수사팀 형사들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에서 제정한 입양의 날에 대해 모두 잘 알겁니다.”

    더 의아해하던 그들은 뭔가를 눈치채곤 몸을 들썩였다.

    “아니, 과장님! 그건 아니지라!”

    “맞습니다! 본청 수사팀이 실태 조사라니요!”

    입양아 및 입양 가정, 고아원에 대한 실태 조사.

    현재 전국 경찰서 경찰 및 공무원들이 입양 가정과 고아원을 돌아다니며 실태 조사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본청까지 끼어드는 건 인력 낭비였다.

    게다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건이 몇 개던가. 현 상황에서 인력을 빼 버리면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야 되는 사건도 있었다.

    그런 그들의 반발에 정용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라고 왜 기분이 좋겠는가. 하지만 청와대에서 내려온 공문이라 일개 과장이 거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저희 본청뿐만 아니라 서울청 및 각 지방청에서도 지원을 나가는 걸로 결정이 났으니 각 팀에서 한 명씩만 차출해 주세요. 예, 최 팀장.”

    “저희 특별수사팀 말고도 다른 수사팀도 지원을 나가는 겁니까?”

    “……그럼 수고들 해 주세요.”

    “아니, 과장님!”

    그들은 즉각 반발했지만, 이미 내빼 버린 정용진을 잡을 수는 없었다.

    “멍!”

    후다닥!

    “……아오, 씨불! 저걸 확 된장 발라 버릴 수도 없고! 여기서 한 명 빼면 어쩌자는 거여!”

    “쯧. 어쩌겠습니까. 까라면 까야지. 누굴 뺄까요?”

    “일단…….”

    짜악!

    어쩔 수 없이 수긍을 하던 형사들이 종혁을 본다.

    “특별수사팀에선 저희 1팀이 지원을 나가겠습니다. 인원도 딱 맞고, 어차피 업무에서 배제되어 맡는 사건도 없으니 이 참에 콧바람 좀 쐰다 생각하고 다녀오겠습니다.”

    “아따, 1팀장! 그라도 그게 아니제! 우째…….”

    “대신 비싼 거 얻어먹을 겁니다. 2팀, 3팀 합쳐서 사면 저 삐집니다.”

    움찔!

    종혁에게 비싼 것이면 정말 비싼 것이기에 반사적으로 지갑 사정을 살폈던 김판호와 윤선빈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의 빚은 우째 깎일 생각을 안 한디야. 일단 부탁혀!”

    “고마워. 부탁할게, 최 팀장!”

    싱긋 웃은 종혁은 상의도 하지 않고 한 발표에 어리벙벙해하는 오택수와 최재수를 데리고 흡연실로 향했다.

    “어차피 밖으로 돌아다닐 명분이 필요하잖아요.”

    JU그룹. 놈들이 도주할 시기가 슬슬 다가오고 있었다.

    “아.”

    “와, 그 순간에 그걸 떠올리신 거예요? 팀장님은 진짜…….”

    혀를 내두르는 최재수의 모습에 키득 웃은 종혁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아무튼 유치장의 저 양반이 깨어나면 바로 나갈 테니까 사건 자료 정리해서 챙기시고, 재수는 오피스텔 가서 속옷 좀 챙기고 있어.”

    “옙!”

    최재수는 피우던 담배를 얼른 끄며 밖으로 달려 나갔고, 오택수는 종혁을 봤다.

    “그래도 일하는 시늉은 해야 하지 않아? 흠, 거기 고아원 갈까?”

    “아뇨.”

    종혁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가면 원장님 돈 뽑아 놓고 계실걸요.”

    “아…… 그러고도 남을 분이지, 참.”

    “그 고아원은 나중에 갑시다, 나중에.”

    아마 두 달 정도 뒤에 가면 후원금을 어느 정도 썼을 터. 그래야 서로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그들은 마음을 놓으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   *   *

    “우와!”

    “와!”

    예지를 보는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하늘색 원피스에 병아리처럼 샛노란 리본으로 머리를 묶은 예지. 마치 TV에서 나오는 드라마 속 부잣집 아이 같은 모습에 아이들의 눈에 부러움과 슬픔이 차오른다.

    “히히. 예지 예뻐? 오빠, 예지 예뻐?”

    언제나 자신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오빠, 박호연.

    그래서 가장 먼저 자랑하고자 샤라라 한 바퀴 돌았는데…….

    “몰라! 가 버려!”

    “오, 오빠?”

    난생처음 보는 오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얼어붙은 예지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그런 예지의 볼을 원장님이 조심스레 쓸어내린다.

    “우리 예지가 너무 예뻐서 호연이 오빠가 부끄러운가 봐.”

    “진짜요? 호연이 오빠, 예지 싫어진 거 아니에요?”

    “그러엄. 호연이 오빠가 왜 예지를 싫어해. 누구보다 예지를 제일 좋아하는 게 호연이 오빤데.”

    “하, 하지만…… 이잉, 원장님!”

    예지는 결국 원장에게 안기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고, 원장은 젖어가는 앞섬에 찢어지는 가슴을 애써 추스렸다.

    그녀도 보내고 싶지 않다.

    어느 추운 겨울날, 포대기에 감싸진 채 고아원 앞에 버려져 있었던 예지. 버린 부모가 이름조차 붙여 주지 않아 그녀가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녀에게 예지는 가슴으로 낳은 딸이었다.

    하지만 보내야 한다. 그게 예지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기에 보내야 했다.

    ‘입양의 날 제정으로 입양 장려금과 지원금이 대폭 늘었으니 예지를 입양하는 분도 경제적 부담이 덜어질 테지.’

    입양이라는 훌륭한 결정을 하신 분들이니 돈이 없다고 예지를 구박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했다.

    그녀는 올바른 입양 문화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정부가 너무도 고마웠다.

    “이제 곧 엄마랑 아빠 오실 텐데 우리 예지 뚝 해야지?”

    “……뚝. 흐끅. 흐끅.”

    ‘어휴.’

    원장은 엄마와 아빠란 말에 애써 울음을 멈추려는 예지를 더 꽉 끌어안았다.

    이제 곧 영원히 볼 수 없을 딸을 말이다.

    ‘부모님께 예쁜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자라야 해, 예지야.’

    이곳 고아원은 잊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했다.

    쿵쿵!

    “원장님!”

    “아, 오셨나 보다! 그럼 우리 예지 갈까? 모두에게 인사해야지?”

    “……안녕. 빠빠이.”

    “잘가.”

    “빠빠이.”

    나이가 어려도 이별은 아는지 힘없이 인사하는 아이들.

    예지도 다시 울상이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열리는 문을 통해 보이는 부모님들의 모습에, 원장님이 등을 떠밈에 예지의 얼굴이 확 밝아진다.

    “안녕하세요! 김예지입니다! 6살!”

    “……그래, 안녕?”

    삼십대 초반, 젊은 부부가 예지를 보며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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