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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88화 (288/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88화>

    78. 안녕하세요! 김예지입니다!

    -여긴 끝났답니다, 최. 준비도 완료고요.

    이충호들의 실종에 불 질러진 들판의 메뚜기처럼 반응할 놈들을 감시 및 미행할 준비도 완료했다는 거다.

    “네, 수고하셨어요.”

    특별수사팀의 자리에 앉아 전화를 끊은 종혁은 손에 든 서류를 살폈다.

    ‘이충호. 본명 채현호. 1989년 동작구 일가족 몰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장례 후 친척집에 맡겨졌다가 실종. 가출로 추정.’

    서울역에서 목격했다는 제보가 있으나 확인을 하진 못했다.

    ‘1991년 유력한 용의자였던 김구정 실종. 동년 채현호 일가친척 전원 실종. 1997년 채현호를 비롯한 전원 사망 처리.’

    친척들의 주소지가 모두 달라 별개의 사건으로 치부되었고, 결국 전원 사망 처리가 되었다.

    당시 경찰이 유일한 생존자라 보존해 뒀던 채현호의 어릴 적 사진과 지문이 현재의 이충호와 일치했다.

    종혁은 다음 장을 넘겼다.

    ‘정다현.’

    역도 유망주로 태릉에 갔지만, 어깨를 다쳐 은퇴.

    당시 왕따 피해자라는 제보가 있었지만, 협회에서 쉬쉬해서 묻혔다. 그리고 그 해 왕따 주동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실종됐다.

    용의 선상에 정다현이 올라왔지만,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어서 용의 선상에서 제외.

    ‘얘의 사정을 어떻게 알고 접근을 한 걸까. 설마…….’

    생각하기 싫은 이야기이기에 종혁은 일단 머리 한구석에 밀어 두었다.

    오창진도, 조정근도, 나머지 모두 마찬가지다.

    여기도 실종, 저기도 실종이다.

    “큭큭. 시발 아주 실종 공화국이네.”

    이 모두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SVR의 정보력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대한민국의 보안이나 행정력이 거지 같다고 해야 할지. 이 자료들은 대체 어떻게 찾은 거야?’

    뭐든 이놈들은 개새끼들이다.

    아직 아무런 짓을 하지 않았어도 조직폭력배에 투신을 했다면 범죄자인 것처럼, 그 조직의 소속인 것만으로도 이미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 새끼들이다.

    이제 놈들은 비밀리에 러시아로 넘어가 많은 정보를 불게 될 것이다.

    종혁은 불이 붙지 않는 담배를 질겅 씹었다.

    “뭘 그렇게 보세요? 또 사건?”

    “아, 별거 아냐.”

    서류를 서랍에 집어넣고 잠근 종혁은 눈을 빛내는 최재수를 봤다.

    “그보다 이충호들은? 연락해 봤어?”

    “제 똘마니들이요?!”

    빠아악!

    “씨발. 좋은 말 놔두고 똘마니가 뭐냐, 똘마니가.”

    “아, 씨! 그럼 뭔데요?!”

    “……따까리?”

    “에라이.”

    “뭐, 인마?”

    종혁은 투덕거리는 둘을 보며 피식 웃었다.

    휴일에다 현재 종혁이 맡긴 사건을 수사 중임에도 부사수들이 온다고 때 빼고 광낸 오택수와 최재수.

    올백으로 넘긴 최재수의 머리는 정말 꼴불견이었다.

    “그만 놀고 이제 박 터지게 가르쳐야 될 애새끼들이나 만나러 갑시다. 배 안 고파요?”

    시간이 벌써 3시다.

    “야, 최 팀장. 내가 언제나 말하는데, 이 시간에 배가 고픈 네가 이상한 거라니까?”

    “예예. 알았으니 갑시다. 그럼 우린 이만 퇴근합니다.”

    “부럽다아!”

    “퇴근할 땐 조용히-!”

    오늘도 휴일을 반납한 다른 수사팀을 외면하며 오피스텔로 향한 종혁은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없이 깔끔한 내부에 미간을 좁혔다.

    “뭐야, 얘들 안 왔나 본데요? 전화도 안 받아요!”

    “하, 이 새끼들 빠져 가지고. 나 때는 말이야, 어?”

    툴툴거리며 오피스텔을 빠져나온 오택수는 돌연 발을 굴렀다.

    “아, 이거 생각할수록 열 받네? 계속 전화 안 받지?”

    “네! 와, 얘들 뭐지? 난 왜 사우나 갔다 온 거지?”

    종혁은 슬슬 열이 받기 시작하는 둘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이틀 연속 달리다 뻗었나 보죠. 일단 우리끼리 시작합시다. 마시다 보면 오지 않겠습니까?”

    “진짜 지금부터 먹게?”

    “그럼요?”

    종혁은 질리는 그들을 달래며 오피스텔을 나서자마자 속으로 피식 웃었다.

    ‘끝났군.’

    오피스텔 주차장, 입구 바로 옆에 세워져 있던 낯선 차량에서 인기척들이 느껴졌다.

    알리바이까지 만들었으니 이젠 정말 끝이었다.

    “뭐부터 먹을래요? 참치? 랍스터?”

    “커피 새끼야, 커피!”

    “저, 저도 커피에 한 표! 다수결 땡땡땡!”

    “오케이. 시작은 맛없는 한우로!”

    종혁은 킬킬 웃으며 발을 크게 내디뎠다.

    “……최종혁 혐의 없음. 감시 등급 유지.”

    나지막한 목소리가 답답한 침묵을 뚫지만, 입을 여는 이가 없다.

    톡톡.

    책상을 검지로 두드리던 사십대 중년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 시간부로 제6차 경찰 잠입 프로젝트는 폐기한다. 인턴 및 인턴 관리 사원 전원에게 자살 공문 보내고, 그 지방의 지부들 철수시켜.”

    대부분 회사의 안가로 쓰였던 인턴 관리 사원, 정확히는 훈육관 및 안가 관리인의 사택.

    “그리고 언론 가동시켜서 최종혁 때려.”

    본청의 유능한 엘리트가 중경에서 4명을 차출했는데 4명 전원이 실종했다.

    불을 지펴 놓으면 알아서 국민들이 망상이라는 장작을 쏟아부으며 최종혁을 싸잡아 화형을 시키려 들 터.

    마음 같아선 곧 집단 자살을 할 인턴들과 그 훈육관까지 뒤집어씌우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경찰이 나서게 된다.

    얻어맞은 게 뼈아파 국정원과 경찰까지 불 질러 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국정원과 경찰이 이 악물고 달려들 것이기에 이 정도에서 끝내야 했다.

    ‘거지 같군.’

    “그러면서 은밀히 러시아가 언급되게끔 해서 압박할 수…… 뭐야? 표정이 왜 그래?”

    “아직 남아 있잖습니까. 그들에게도 은퇴 지령 내립니까?”

    “……아. 후우.”

    그제야 실수를 깨달은 중년인은 마른세수를 했다.

    부하 직원의 말이 맞다. 경찰 잠입 프로젝트의 생존 사원이 아직 남아 있었다. 애초부터 적당한 곳에서 쓰기 위해 적당한 성적을 유지하라는 지령을 내린 인턴들.

    ‘빌어먹을. 장기 휴가를 내야겠어.’

    아무래도 정말 실수를 하기 전에 안식년을 가져야 할 듯싶다.

    “두 명이었던가?”

    “예, 신안 지부 소속이 될 인턴이 둘 남아 있습니다.”

    “오케이. 그중 하나 충주 지부로 올리고, 프로젝트는 폐기. 그 둘은 따로 관리한다.”

    “옙!”

    “대답만 하면 뭐해! 움직여!”

    “예!”

    중년인은 다시 바쁘게 움직이는 사무실을 보며 담배를 물었다.

    ‘그래, 씨발. 이번에도 한 방 맞았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겨우 이 정도 일로 회사가 흔들릴까. 어림도 없다.

    창가로 걸어간 그는 본사 밖 풍경을 보며 담배 연기를 뿜었다.

    “후우우.”

    *   *   *

    실종된 예비 순경들은 어디로?

    본청행이 약속된 엘리트 순경들! 나란히 실종?

    중앙경찰학교의 폭군이라 불린 최 모 경정. 직접 차출했다?

    퇴소! 퇴소! 퇴소! 퇴소대마왕!

    예비 순경들의 실종 장소가 최 모 경정의 오피스텔?

    경찰, 다른 여죄 추궁!

    국민들은 이 기이한 사태에 주목을 하기 시작했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찰은 재빨리 움직였다.

    본청의 취조실.

    종혁의 고함이 벼락처럼 터진다.

    “아니, 씨발! 내가 걔들이 어떻게 됐는지 어떻게 압니까! 나도 알고 싶다고요! 지금이라도 내가 수사할 수 있게 보내 주든지!”

    “어허! 관계자가 수사하면 안 된다는 거 몰라요?”

    “거기다 실종 장소가 당신 명의의 오피스텔이야! 증거가 인멸되는 꼴을 보라는 거야?!”

    “그럼 어쩌자고! 이게 벌써 며칠짼데! 씨발, 니들 지금 수사할 마음 없지? 그냥 덮으려는 거지? 에라이, 씨바 새끼들아!”

    종혁은 취조실 책상 엎어 버렸다.

    “악! 이, 이 사람이! 이봐, 최 팀장!”

    “차라리 날 죽여, 이 씨발라마!”

    “……잠시 쉬었다가 하지. 넌 나가 있어.”

    “팀장님!”

    “나가라고.”

    입술을 깨문 삼십대 남성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남겨진 팀장은 바닥을 뒹구는 캠코더를 끄며 거울 벽을 보며 커트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한 대 필래?”

    “……후우. 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신 곳 없습니까, 팀장님.”

    인연이 깊다면 깊은 인연이다. 그동안 받은 모든 감찰을 눈앞의 중년인에게 받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팀장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뭘. 이제야 겨우 한 놈 키우는가 싶더니 이렇게 되어 버렸는데. 나도 늦었지만 팀장 된 걸 축하해.”

    “감사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걔들이 최 팀장 오피스텔에 들어간 CCTV 영상은 있는데 나간 영상이 없어.”

    “저도 그래서 미치겠습니다! 제가 직접 살펴보고 직접 군살을 깎은 놈들입니다! 그런 걔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요! 이건…….”

    “누군가 최 팀장을 음해하려는 것이겠지.”

    지금 언론과 여론의 방향도 그렇다. 바깥에선 종혁의 화형식이 이뤄지고 있었다.

    거기다 밖으로 유출되지 않았지만, 이충호들 외에도 10명의 교육생들과 그 가족들마저 실종이 된 상태다.

    현장 일을 못 견뎌 퇴소를 하는 거라면 몰라도 실종이다.

    이 사실이 밖으로 유출된다면 종혁은 당분간 경찰 일을 접어야 할지도 몰랐다. 공교롭게도 그들 역시 종혁이 맡았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놈들에게 밉보인 거야?”

    “……저 죽이겠다고 벼르는 놈이 어디 한둘입니까? 가장 최근에는 홍익현 의원이 있겠네요.”

    이제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발의된 홍익현 의원.

    “씨발. 죽이려면 나만 죽이지, 왜 애꿎은 걔들을……. 팀장님.”

    “수사에서 배제되는 게 원칙인 거 알잖아.”

    “……씨발!”

    쾅!

    테이블을 걷어 찬 종혁은 다시 담배를 물었고, 팀장은 가까이 다가와 불을 붙여 주었다.

    “그래서 지금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종혁은 가만히 팀장을 봤다.

    “……제가 알겠습니까.”

    “그래, 날 믿지 못하겠지. 오케이, 알았어. 아무튼 징계는 피할 수 없을 거야.”

    “강등이나 부서 이동만 아니면 되죠, 뭐.”

    “당분간 일감이 배정 안 될걸. 근신 처분도 받을 거고.”

    “예?! 아니…….”

    이게 대기 발령이랑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아니면 임대를 가든가. 각 구단 순회로.”

    “……여기서 혀 깨물고 뒤지면 되는 겁니까?”

    “안 돼. 청장님이 최 팀장 목숨줄은 붙여 놓으래. 아니면 통장이라도 받아 두거나.”

    ‘지랄 났네.’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이택문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정말 얄미워 미칠 것 같은 종혁이다.

    “예산도 많아졌으면서…… 하, 알겠습니다. 일단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했고, 당분간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있어.”

    “알겠습니다. 알았어요.”

    “모레 또 보자.”

    “그건 싫은데요.”

    씩 웃은 팀장은 종혁의 어깨를 두드리곤 캠코더를 챙겨 취조실을 빠져나갔고, 홀로 남겨져 한숨을 푹푹 쉬던 종혁은 옥상으로 향했다.

    부우웅! 빵빵!

    저 아래 바쁘게 돌아다니는 차들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봄바람.

    종혁의 표정은 어느새 무심하게 굳어 있었다.

    “예. 나예요, 나탈리아.”

    -미안해요, 최. 실패했어요.

    언론을 움직인 세력을 쫓는 데 실패했다는 말.

    이미 어떤 반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나탈리아에게 부탁을 해 놨는데, 그물을 쳐 놨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절로 혀가 차지지만, 그래도 놈들의 반격이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차하면 대기발령이나 강등까지 각오했기 때문이다.

    -모두 익명으로 투신을 했더라고요. 추격해 봤지만…….

    “그렇습니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네, 들어가요.”

    전화를 끊은 종혁은 혀를 찼다.

    “쯧. 치밀한 새끼들.”

    한 방 제대로 먹었다.

    “그래. 이번엔 한 방 먹었다, 개새끼들아.”

    종혁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예, 청장님. 최종혁입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알았어.

    전화를 끊은 종혁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런데 다신 이런 수작 부리지 못할 거다.”

    현 시간부로 중경이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갈 테니 말이다.

    이제부터 철저하게 인성 검사 및 문신 여부를 조사를 할 것이다. 그것도 국내가 아니라 SVR과 CIA의 추천을 받은 해외의 각 분야 전문가가.

    경찰대도 마찬가지였다.

    중앙경찰학교에도 잠입시킨 놈들이 경찰대학교라고 가만 놔둘까. 어쩌면 이미 놈들의 하수인이 암약을 하고 있을지 몰랐다.

    ‘아니, 그럴 확률이 높겠지.’

    그 역사가 언제부터인지 감조차 오지 않는 놈들이다. 계속 의심하고 의심해야 됐다.

    “시발, 돈이 얼마나 깨지려는지. 아, 참 학교장 문제도 있지.”

    중경 개편에선 가장 필요한 문제였다.

    “어, 최재수. 내 책상 키보드 위에 택배로 온 대봉투 하나 있거든? 어, 그래. 그거 들고 청장실로 와.”

    -네, 네에?!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놀라. 끊는다.”

    한 방 얻어맞았지만, 고작 이 정도로는 끄떡없다.

    종혁은 킬킬 웃으며 청장실로 향했다.

    *   *   *

    이충호들의 실종 이슈도 시간이 지나자 수그러들었다.

    종혁의 오피스텔 근처에서 러시아계 외국인들이 이충호들을 데리고 가는 걸 목격했다는 목격담이 나오며 온갖 말도 안 되는 루머들, 개중엔 진실에 도달한 가설들도 나왔지만 이내 곧 묻혀 버리고 말았다.

    이 하나의 이슈에만 매달리기에는 하루에도 터지는 사건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각 종혁은…….

    치이이익!

    “으악! 탄다, 타!”

    “내가 삼겹살 고집할 때부터 알아봤다! 비켜!”

    오택수가 다급히 그릴에 물을 뿌리는 작은 숲.

    졸졸졸 물이 흐르는 제법 넓은 계곡에서 순희와 순철, 오택수의 가족들이 5월 봄의 물장구를 치고, 의자에 앉은 최재수의 할머니는 흘흘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본다.

    어머니 고정숙은 맥주 한 캔을 원샷하더니 20명은 족히 잘 수 있는 커다란 텐트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다.

    “그래, 가끔은 이런 미니멀한 것도 좋지.”

    살랑 불어오는 서늘하지만 따뜻한 봄날의 숲속 바람이 이번 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버리는 기분.

    팽팽하게 당겨졌던 신경줄이 나른하게 늘어진다.

    “좋네.”

    “아오, 저 멍청한……. 아니, 저놈 때문에 이게 뭔 난리야?”

    최재수의 할머니 눈치를 보며 맥주캔을 따는 오택수의 모습에 종혁은 키득키득 웃었다.

    “그런데 이런 곳은 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고작 5분 거리에 도시가 있어 물품을 구하기도 쉬운 것도 모자라 계곡이 흐르는 여기까지 길도 잘 닦여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공터도 굉장히 넓고 평평하며, 시야가 도시 쪽으로 뚫려 야경도 죽여줄 텐데도 말이다.

    “제 건데요?”

    “……어?”

    “오다가다 좋아 보여서 샀어요. 제 사유지예요.”

    “바로 옆이 도신데?”

    “옆이 도시지, 여기가 도시는 아니잖아요.”

    여기 산이나 강원도의 산이나 종혁에겐 그 돈이 그 돈이었다.

    “어, 그래. 공기 맛 좋네.”

    얼떨떨해하던 오택수도 이내 그러려니 하며 어깨를 늘어트렸다.

    “그래서?”

    툭 내뱉는 말에 종혁은 저 멀리 아파트숲을 보며 맥주를 홀짝였다.

    ‘그래. 이제 대충 알려 줄 때도 됐지.’

    “잘은 모르는데 러시아와 연관된 걸로 추정돼요. 그때 오 경감님도 봤던 그분께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경찰에 벌레가 기어 들어올 뻔했다라……. 예사 놈들이 아니란 소리네.”

    러시아가 얽혀 있다면 놈들이 국제적으로 노는 거대 범죄 단체란 소리다.

    “이놈의 거지 같은 세상, 법 좀 지키며 살면 어디 덧나냐. 시발것.”

    “그럼 우리 백수 됩니다. 장미 대학 보내고, 결혼도 시켜야 된다면서요.”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는 장미.

    진짜 육아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다른 일 알아봐도 좋으니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동감입니다.”

    법. 그건 최소한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것.

    “고기 대령이요! 고기 드시면서 마시세요!”

    “……그래. 넌 생각 없어서 좋겠다.”

    “먹지 마, 이씨.”

    “이리 와, 새끼야.”

    고기가 담긴 접시를 종혁의 무릎 위에 올려놓은 최재수는 그대로 줄행랑을 놓았고, 오택수는 전력으로 따라붙었다.

    풍덩!

    “억! 자, 잠깐 코에 물이……! 항복!”

    “뒤져라, 뒤져.”

    “하아. 하늘 좋네.”

    남은 맥주를 들이켠 종혁은 텐트 안으로 들어가 어머니 고정숙 옆에 누웠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어머니의 따뜻한 숨소리가 그를 잠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

    눈을 뜬 고정숙은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든 종혁을 빤히 응시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볼살이 빠진 아들.

    “잘하고 있어, 아들. 고생했어.”

    그녀는 종혁의 머리를 꼭 끌어안으며 등을 두드렸다.

    지친 아들이 푹 잘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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