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85화>
“허허. 어서 와요, 어서 와. 최 팀장이 좋아하는 녹차도 준비해 놨어요.”
‘커피 좋아하는데.’
여기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학교장이 내주는 커피가 지독히도 맛없는 싸구려 원두인 탓이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그래요. 교관 생활에 어려움은 없죠? 교육생들은 잘 따르고요? 교관들과의 생활은 어때요? 최 교관이 이해해요. 현장에서 험하게 구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많이 거칠 거예요.”
학교장은 종혁의 손을 끌어와 손등을 두드리며 물었다.
‘아, 이 인간 다 들었구나.’
종혁 자신이 잡혀가자 각국에서 온 연락 때문에 상부가 뒤집혔다는 걸 말이다.
호선을 그리는 욕심 그득한 눈이 이젠 우습지도 않았다.
“모두 잘 대해 주시고, 교육생들도 잘 따라 줍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미안해요. 최 교관이 그렇게 잡혀가게 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 내가 교관들을 잘못 관리한 탓이에요. 아니면 나라도 그 현장에 갔어야 했는데…….”
갑작스런 사과에 의아했던 종혁은 되지도 않는 수작에 고개를 저으며 오히려 그의 손등을 두드렸다.
“아닙니다. 모두 학교장님의 잘 가르친 교육생들이 우봉 분교 밖에 있었기에 이렇게 무사히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든든했습니다.”
“그래요? 허허. 내가 뭘 잘 가르쳤다고.”
‘단순한 인간.’
“그럼 전 이만 가 봐도 되겠습니까? 교육생들이 기다려서 말입니다.”
더 이상 귀가 썩는 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거니와 가뜩이나 생각할 것이 많았다.
“아, 맞아. 최 교관, 그 폐급 문제아들에게 계속 그렇게 마음을 쓸 건가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허허. 최 교관, 아니 최 팀장. 내가 최 팀장을 많이 아끼는 거 알죠?”
“예. 언제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허허허. 최 팀장이 그렇게 말해 주니 참 고맙군요. 그래서 나도 선물을 줄까 하는데…… 그런 폐급들 말고 최 교관에게 도움이 될 교육생들을 맡아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듣자 하니 팀원이 많이 모자란 것 같던데.”
순간 종혁은 눈을 빛냈다.
‘그래, 이런 수가 있었구나.’
현재 의심이 가는 놈들을 몇몇 추려 내긴 했지만, 놈들이 과연 조직에서 보낸 놈들의 전부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아닐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종혁은 놈들이 경찰의 내부로 더 파고들 가능성을 일말이나 남겨 둘 생각이 없었다.
문제는 담당하고 있는 교육 시간 동안 학생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지금 이상의 단서를 얻기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다른 자리까지 마련해 준다면 땡큐지.’
그동안 교육 시간 외에는 교육생들에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종혁의 뒤끝 작렬 개싸가지 이미지 탓에 모든 교육생이 그를 기피한 탓이었다.
그렇다고 억지로 상황을 만들기엔 그가 그동안 쌓아올린 이미지와 너무 다른 탓에 놈들이 수상하게 여길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고민이 깊었는데, 학교장이 제법 좋은 명분을 마련해 주었다.
대한민국의 경찰을 양성하는 중앙경찰학교.
그렇다. 여기는 학교다.
교육생이 궁금한 게 있고 더 배우고 싶어서 교관실의 문을 두드린다면, 교관으로선 응당 응해 줘야 하는 게 맞다.
‘그래. 두드리게 만들어야지. 거참, 이 양반이 이렇게 도움이 될 때도 있네.’
그렇다고 한들 아웃이지만 말이다.
이번 발언으로 더 확실해졌다.
‘당신, 경찰 조직에서도 아웃이어야겠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조직의 시스템을 함부로 손대려는 놈은 경찰에 필요 없었다.
물론, 주어진 기회는 잘 써먹겠지만 말이다.
“음. 일단 생각해 보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충성.”
거수경례를 한 종혁이 문을 닫고 나가자 학교장은 흐뭇이 웃으며 찻물을 홀짝였다.
“허허. 역시 아직 어리구만.”
뭐가 본인에게 이로운 일인지 모르는 걸 보면 그런 것 같다.
그럼 가르쳐 줘야 했다. 그리고 그런 걸 가르치는 건 먼저 그런 걸 겪어 본 학교장 본인 같은 어른의 몫이다.
“분명 내게 고마워할 겁니다, 최 팀장.”
학교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학교장실을 나선 종혁은 문을 보며 피식 웃었다.
‘뻔히 보인다, 보여.’
학교장은 종혁 본인이 승낙하지 않더라도 그가 제안했던 대로 우수한 교육생들을 선별하여 종혁에게 보낼 거다.
그런 인간들은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다른 사람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구역질나는 족속이지만 이번만큼은 고마웠다.
“핫! 충성!”
“아, 안녕하십니까! 교관님!”
“응, 그래. 밥 먹으러 가냐?”
땀 냄새가 아니라 은은한 화장품 냄새를 풍기는 여자 교육생들.
“네! 교관님은 드셨어요? 아, 안 드셨으면 같이 먹어요!”
큰 용기를 낸 듯 작은 주먹을 꽉 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됐다. 그 또라이들 족쳐야 해서.”
“아…….”
아쉬우면서도 누군가를 향한 분노를 불태우던 여자 교육생들은 이내 체념을 하였다.
“네.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 그리고 이거요! 충성!”
“저도요! 여기요! 충성!”
“응? 어. 충성.”
종혁은 ‘꺄 줬다’ 하며 멀어지는 여자 교육생들과 손에 쥐어진 초코바를 보며 볼을 긁적였다.
“뭐야, 나 왜 인기가 좋지? ……아, 그래서구나.”
이충호들을 구한 게 아무래도 이미지 변환을 시킨 것 같다.
뒤끝 작렬 개싸가지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을 서슴없이 구하는 용감한 개싸가지로 말이다.
‘어쩐지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싶더니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러면 말이 좀 달라진다.
‘이러면 평상시에도 접근해 볼 수 있겠는데?’
학교장이 자리를 마련해 준 덕분에 상위권 교육생들과는 추가적으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조직이 심어 놓은 놈들이 반드시 상위권에 속해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방금 전 여자 교육생들의 반응으로 미루어 판단하건대 앞으로는 평상시에도 자연스럽게 접근해서 교육생들을 떠볼 수 있을 듯했다.
고개를 주억이던 종혁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곤 핸드폰을 들었다.
“예, 사장님. 납니다. 중앙경찰학교 학교장 뒷조사 가능합니까?”
치우려고 마음먹은 이상 빨리 치워 버려야 했다.
종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던 그때였다.
“최 팀장!”
“충성. 무슨 일이십니까.”
“학교장님이랑 용무는 다 끝난 거야?”
“네, 방금 전에 이야기 다 끝마치고 나왔습니다.”
“그래? 그럼 지금 시간 되지?”
“예, 뭐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이 교관에게 볼일이 있었다.
“잘됐네! 그럼 나랑 어디 좀 가자. 빨리.”
“어? 어?”
종혁은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끌려가 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매점이었는데 몇 명의 교관들이 더 있었다.
‘음? 이분들은?’
교육생들의 1차 교육이 끝나면 현장으로의 복귀가 예정된 이들이다.
“여, 최 팀장. 얼굴 보기 힘들어?”
“후유증은 없지?”
봄날 따뜻한 햇볕 때문인지 나른하게 늘어진 그들의 모습에 종혁도 웃었다.
옛날의 오택수처럼 하도 여기저기 물어 대서 써 줄 곳이라곤 파출소밖에 없거나 파출소로 좌천되기 바로 직전이라 성질 좀 죽이고 오라는 의미로 중경에 보내진 미친개들.
여차하면 이빨을 주저 없이 드러내기에 중경 교관들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다.
‘이분들이 왜?’
자신을 부른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이렇게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은 더 이해가 안 된다.
‘여태껏 날 쳐다보지도 않으셨던 분들인데? 흠, 이분들도 그것 때문인가?’
교육생들처럼 이들의 인식도 변화한 것 같다.
잘됐다.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교관뿐만 아니라 이들에게도, 아니 교관 전부에게 물어볼 게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교육생들의 목숨줄을 쥐고 난 후 달라진 놈들이 누구인지.’
성적표 등의 서류 따위로 알 수 없는 변화가 생긴 이들.
교육이 시작 됐을 때부터 이곳에 있었던 이들 교관이라면 그런 특이점이 생긴 교육생들을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런 이들이 있다면 무조건 검토해 봐야 했다.
“죄송합니다. 인사를 드린다 드린다 했는데 늦었습니다. 충성. 최종혁 경정입니다.”
“알지. 본청의 불도저를 왜 몰라.”
“이제 곧 안 볼 사람들끼리 인사는 무슨. 앉아, 앉아.”
“감사합니다. 하하.”
빈자리에 앉아 그들이 건넨 캔커피를 한 모금 들이켠 종혁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아.”
이제야 썩어 가던 눈과 귀가 정화되는 것 같다.
‘역시 난 이런 양반들이 체질에 맞아.’
그러니 이렇게 편안해지는 게 아니겠는가.
그의 입가엔 나른한 미소가 번졌고, 그걸 본 교관들은 눈을 빛냈다.
‘본청의 불도저.’
솔직히 처음엔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경찰 역사상 유례없는 진급 속도에 명품 시계나 차고 다니는 젊은 놈. 직접 보지 않아도 견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이번 우봉리 사건 때문에 생각이 바뀌게 됐다. 교육생들을 대신해 잡혀간 것도 모자라 종혁 한 명을 구하기 위해 경찰대 동기들이 전원 모였다.
편견은 깨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과하고자 부른 거다.
“큭큭. 그 능구렁이 양반 때문에 욕봤어. 그 양반이 뭐래?”
“그건…… 음.”
잠시 고민한 종혁은 털어놓기로 했다.
‘이분들의 도움이 필요하긴 해.’
무려 치안감을 쳐내는 일이다. 여론 형성은 필수였다.
경찰이 왜 아무나 물어뜯는 이런 미친개들을 내쫓지 않겠는가. 바로 진솔되기 때문이다.
사고뭉치 골칫덩이들이지만, 인간적으론 믿을 수 있는 이들. 이런 부류의 말은 가끔 굉장한 영향력을 가진다.
‘이용하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하지만…….’
“뭐야?!”
“이런 씨발? 학교장 새끼 선 넘네? 그래서?”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뭐라고?”
“왜 그러십니까? 찾아오는 교육생들을 지도하는 건 저희 교관이 할 일 아닙니까?”
“아니, 맞는 말이긴 한데…….”
종혁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 가슴을 치는 그들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걱정 마십시오. 특별 대우를 할 생각은 없으니까.”
버틸 놈은 버티는 거고, 아닌 놈은 아닌 거다.
“뭐? 지금처럼 하겠다고?”
순간 교관들의 눈빛이 변한다.
종혁이 생각처럼 순수한 게 아니란 걸 알아차린 거다.
“……그러네. 씨발, 팀장은 아무나 다는 게 아니지.”
“그것도 본청 팀장이잖아.”
키득 웃은 종혁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전 왜 부르신 겁니까?”
교관들의 표정이 묘해진다.
“……우리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모였거든.”
“우리가 이제 곧 현장에 복귀하잖아. 그래서 쓸 만한 놈 있나 입 좀 맞춰 보려고 모였지.”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있는 곳은, 또 있어야 할 곳은 현장이다.
언제나 인력이 부족한 현장.
한 사람 몫이라도 해 줄 놈이 오지 않으면 고달픈 건 바로 현장에서 고생하는 이들 경찰이고, 경찰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피해자였다.
‘그러니 서로 의 상하지 않게 협상을 하자는 거겠지.’
이들의 이런 생각은 참 칭찬해 줄 만했다.
“뭐 검증 안 된 애새끼들이지만, 그래도 똘똘하고 악바리 있는 놈들이어야 가르치기 편하지 않겠어?”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들이 중경에서 예쁨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생들부터 싫어하는 그들.
지목을 하기도 힘들거니와 지목을 해도 교육생들은 결코 그들을 따라 나서지 않을 거다.
부럽다는 듯 종혁을 힐끔 본 그들은 이내 혀를 찼다.
“몰라, 씨발. 안 주면 드러누워야지. 드러눕는데 자기가 어쩔 거야?”
“그럼. 곧 현장에 복귀하는 경찰이 원한다는데 그걸 말려? 그건 다른 꿍꿍이가 있단 소리지.”
‘아이고, 이 대책 없는 사람들아.’
거기다 어디 이들만 경찰인가.
똘똘한 악바리는 모든 경찰이 바라는 인재다. 즉, 상위 성적권의 교육생들은 이미 다른 사람이 침 발라 놨다고 봐야 했다.
‘흠, 이거?’
종혁은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이들에게 질 빚을 갚을 방도가 생긴 것 같다.
“혹시 굿 캅 베드 캅은 어떠십니까?”
“굿 캅 베드 캅? 갑자기 그 말을 왜…….”
의아해하다 입을 다문 교관들의 입가에도 종혁과 똑같은 미소를 피어난다.
“이야, 애새끼들 검증은 검증대로 하면서 우리에게도 기회를 주겠다? 왜?”
구박만 받아 왔던 그들의 눈에 반사적으로 경계심이 어리자 종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저 밥 사 주시려고 부른 거 아니셨습니까?”
“……하!”
어이없다는 듯 웃은 그들은 동시에 몸을 일으켜 종혁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우리가 그동안 오해를 했다!”
“예? 오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종혁이 천연덕스럽게 반응하자 그들은 혀를 내둘렀다.
베테랑인 그들조차도 분간할 수 없는 연기.
“크. 이래서 팀장인가?”
“학교장한테 전달하는 건 나한테 맡겨. 학교장 똥꼬 빠는 새끼 몇 놈 아니까. 흘리듯 쪽지 보여 주면 되겠지!”
“자, 이제 서로가 찍은 교육생들 말해 보자고!”
역시 이래서 베테랑들이 좋다.
일이 팍팍 진행되니 말이다.
“눈에 밟히는 놈들은 싹 다 말해 주십시오. 제가 검증해 드릴 테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대화가 좀 길어질 것 같았다.
* * *
이틀 후, 운동장으로 온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우글우글.
이충호들 옆으로 교육생들이 한 무더기다.
본래 성적이 상위권이었거나 종혁이 중경에 온 이후 갑자기 성적인 반등한 이들.
요컨대 현재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각 교관들이 눈여겨보는 교육생들이었다.
그리고 종혁이 회사라는 조직의 조직원이 아닌지 지켜보는 이들이기도 했다.
그 숫자가 무려 40명.
학교장이 종혁에게 보낸 이들 전원이 뜻을 함께한 교관들이 언급했던 이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있다면 이들 중 있을 확률이 높겠지.’
경찰 내부에 조직원을 침투시키려는 놈들이다. 당연히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더욱 깊숙이 파고들려 할 터.
더 숨어 있다면 이들 중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설령 없어도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한 명이라도 더 우수한 이들이 경찰의 미래가 되어 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팀원으로 써먹을 만한 놈도 있을 터.
“전체 차렷! 최종혁 교관님께 대하여…….”
“됐고. 뭐냐, 너희들은?”
“그, 그게…….”
그들도 당황스럽다.
갑자기 학교장님이 자신들을 한 명씩 부르더니 이곳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은밀하게 흘린 말이 하나 있긴 하다.
‘1차 교육이 끝날 때까지 이 인간 밑에서 버틴다면 원하는 곳으로 보내 준다고 했어!’
또 그러면서 이런 말도 했다.
‘이 머저리들은 체벌을 받는 게 아니라고도 했지?’
본청 수사팀의 팀장인 종혁이 후에 팀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직접 다듬는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건 기회다.
본청에서 일할 기회.
“진짜 씨발 이게 뭐하자는 짓인지……. 야, 다들 꺼져. 정다현, 이충호. 대형 잡아.”
“대, 대형 잡아!”
다급히 스크럼을 짠 채 방패를 세우며 중심을 낮추는 정다현과 이충호. 종혁은 그 위에 학교장의 얼굴을 투영시켰다.
“에라이, 씨발 것아-!”
생각대로 움직여 준 건 움직여 준 거고, 이건 이거다.
종혁은 방패를 향해 발을 내질렀다.
꽈아앙!
“크흡!”
“큭!”
“오, 씨발 버티네? 그럼 그때도 버텨 보지 그랬냐, 이 덩치가 아까운 새끼야!”
꽈아앙! 꽈아앙! 꽝!
“아악!”
“그래, 또 못 견딘다 이거지? 진짜 이 폐급 새끼들을 어떡하면 좋지, 씨발? 전원 하이바 위에 대가리 박고 물구나무선다. 실시.”
“시, 실시!”
이충호의 조뿐만 아니라 다른 조원들까지 얼른 자세를 취했다.
“지금부터 5분 동안 그 자세 유지 못하면 오늘 진짜 날 잡는 거다. 씨발, 좆같으면 퇴소해. 안 말려.”
종혁은 하얗게 질리다 못해 얼어붙어 있는 교육생들을 서늘히 노려봤다.
“아직도 안 꺼졌어? 왜? 너희도 얘들처럼 나랑 놀게?”
‘자,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종혁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