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83화 (283/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83화>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데! 너 다치지 않은 거야? 야, 최종혁!”

“미안. 일단 이것부터 전하고.”

정신적 지주, 아니 저들에게 든든한 기둥이자 바깥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였던 홍익현에게 큰 의혹이 생기면서 저들의 응집력에 균열이 생겼다. 아니, 균열을 만들었다.

이제 시위대는 전과 같은 힘을 내지 못할 터.

‘그러면 더 이상 사망자가 나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지만, 그것도 그럴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제 저들은 정부의 선택을 기다려야만 할 처지가 되었다.

이게 종혁의 계획이었다.

종혁이 들어 올린 캠코더 테이프들을 본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고, 종혁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지휘부 막사 안으로 향했다.

‘박 부장님? 교수님까지?’

임성원 교수와 박영일 부장이 손을 들며 폴짝폴짝 뛰고 있다.

‘뭘 이렇게 다 왔대?’

기분이 좋아진 종혁은 힘차게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충성! 경정 최종혁!”

“최 팀장!”

경기청장이 양팔 벌려 달려와 종혁을 와락 끌어안는다.

“괜찮나? 어디 다친 곳은 없지? 욕봤어. 그래, 정말 욕봤어.”

“경기청장님의 걱정 덕분에 이렇게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충성!”

“허허, 그래?”

흐뭇해하는 경기청장과 몇 마디 말을 더 나눈 종혁은 정부 쪽 담당자에게 다가가 캠코더 테이프들을 내밀었다.

“이건 뭡니까?”

“우봉리 주민들의 요구 사항입니다. 시위대, 홍익현 의원, 우정경 신부가 아닌 진짜 우봉리에 사는 주민들의 요구 사항, 그들이 주거지 이전 후 바라는 삶입니다. 꼭 대통령님께 전달해 주십시오.”

“무, 무슨…….”

종혁은 당황하는 그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미친개한테 물려서 창창한 앞길이 아작 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어디 같잖게 들리시면 그래 보시든가. 아, 그리고 이 말도 전해 주세요. 보상은 꼭 돈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고.”

오싹!

온몸을 엄습하는 살의에 정부 관계자의 입이 다물어졌다.

‘이걸 보고도 계속 입장을 고수한다면 뭐…….’

그땐 박노형과의 관계도 끝이었다.

정부 관계자의 가슴을 툭 밀친 종혁은 돌아섰고, 멍해 있던 정부 관계자는 길길이 날뛰었다.

“저, 저 친구 뭡니까!”

“……허허. 이거 감금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봅니다. 이해해 주세요. 젊은 친구 아닙니까.”

경기청장을 그렇게 말했지만, 그 시선은 캠코더 테이프를 향해 있었다.

‘대체 저기에 어떤 게 담겨 있기에…….’

능력도 능력이지만 눈치도 좋은 종혁이 이렇게 날을 세울 정도라면 분명 저들에게 뭘 들었어도 들은 거다.

‘나도 보고 싶은데…….’

경기청장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아무래도 저 테이프에 자신의 미래를 결정지을 무언가가 있을 법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밖으로 나온 종혁은 찾아온 지인들에게 둘러싸인 후였다.

“정말 괜찮아? 어디 맞은 데는 없어?”

“내가 어디서 맞고 다니겠냐? 아니, 그보다 와 줘서 고맙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종혁의 잔잔한 미소에 그들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씨발놈. 사람 걱정이나 시키고.”

“어디 다친 곳 없다면 됐다.”

“그래서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리고 홍익현 의원의 보좌관을 왜 저렇게 개처럼 끌고 나온 거고?”

종혁은 자신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박영일의 모습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까?”

“이런 상황이니까 무조건 해야지. 지금 기자 얕보냐?”

피식 웃은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기자들을 통해 알려야 할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형사가 왜 사람을 저렇게 끌고 나왔겠습니까. 홍익현 의원에게 중대한 범죄 정황이 드러났고, 그래서 보좌관을 검거한 겁니다.”

쿵!

경악한 사람들이 종혁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보좌관을 번갈아 봤고, 박영일 기자의 눈이 먹잇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번뜩였다.

“어떤 정황이 드러난 겁니까, 최종혁 팀장님!”

“정부 보상금 및 땅값 상승을 노린 소위 알박기입니다. 홍익현 의원은, 아니 홍익현 의원의 보좌관은 전국의 의인들이 우봉리 주민을 돕고자 우봉리 인근의 땅을 매입하는 틈을 타 지인들을 동원해 우봉리와 대형리 등 약 17억원 상당의 땅을 매입했고, 우연한 기회에 그 정보를 입수한 저희 경찰은 증거를 확보하여 보좌관을 검거하게 됐습니다.”

“미친…….”

“세상엔 의인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경종을 울린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종혁은 끊어 달라는 신호를 보냈고, 단독 특종이라며 주먹을 부르르 떨던 박영일은 다시 눈을 빛냈다.

뭔가 더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프 더 레코드로는?”

“17억이 아니라 27억이요.”

“히엑!”

새된 소리를 내지른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아니, 그 많은 땅을 어떻게 매입했대?”

“내 말이요. 능력도 좋아. 하지만 뭐 이젠 나가리죠.”

“그럼 네가 들고 온 테이프는? 왜 주민들과 시위대가 널 그렇게 정중히 배웅한 건데?”

“저에게 묻기보다 청와대로 달려가시는 게 빠를걸요?”

“뭐? 야, 인마!”

“이후에 복사본을 드리든 할게요.”

지금 언론에 밝히는 건 박노형 대통령을 압박하는 꼴밖에 안 된다. 이건 훗날 그릇된 판단을 할 그를 찌를 비수였다.

“……하, 짜식 진짜. 약속한 거다.”

“제 얼굴 모자이크해 주시면요, 큭큭. 아무튼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이 사태가 어떻게 끝날 것 같습니까!”

‘대통령의 결정에 의해 달라지겠지.’

“그럼 이만.”

“최종혁 팀장님!”

돌아서던 종혁은 쭈뼛쭈뼛 다가오는 이충호들을 발견하곤 걸음을 멈췄다.

“교, 교관님…….”

“이 씨발놈들이 뭐 잘났다고…….”

발끈하는 동기들을 멈추게 한 종혁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이충호들을 응시했다.

자신이 잡혀 있는 동안 어떤 험한 꼴을 당한 건지 넝마주이가 따로 없는 그들.

‘하, 이놈들을 어찌한다?’

아직은 반민간인 신분인 이들이 시위대에 끌려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경찰은 병력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을 테고, 아마 홍익현 의원의 뜻대로 모든 일이 진행됐을 것이다.

어쩌면 상부의 누군가가 오판을 해 무리하게 경찰 병력을 밀어붙였다가 사망자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던 상황이었다.

‘씨발놈들.’

“일단…… 돌아가서 보자.”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에 고민도 하지 않고 달려온 이들을 다독이는 게 먼저다.

어머니 고정숙도 말이다.

종혁은 돌아서며 핸드폰을 들었다.

“예, 어머니.”

-전 자식 없어요.

“……엄마? 엄마! 여사님! 어마마마!”

종혁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   *   *

청와대의 회의실.

평택 우봉리에서 전해져 온 8시간 4분짜리 영상을 모두 시청한 박노형 대통령이 피로가 가득한 얼굴로 관자놀이를 누른다.

“……이게 원본이라고요?”

“예. 하지만 복사본이 없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그렇겠죠.”

‘그 영악한 젊은 친구가 그런 장치를 하나 해 두지 않았을까.’

이렇게 대통령을 압박하는 귀여운 수작을 부린 종혁이 말이다.

이런 걸 보고도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박노형 대통령은 볼에 들러붙어 있는 눈물 자국을 문질렀다.

“일단 우봉리를 조사하고 배상금을 책정한, 이번 프로젝트에 모인 모든 직원에게 사직서 받으세요. 그게 장차관이라 해도.”

“예!”

박노형 대통령과 함께 영상을 시청한 비서실장은 기꺼이 고개를 숙였다. 이런 걸 보고도 다른 말을 한다면 그가 개새끼일 것이다.

“홍익현 의원 같은 무뢰배가 더 있는지 중앙지검에 조사를 의뢰하시고요.”

마음 같아선 종혁에게 맡기고 싶지만, 혹시라도 홍익현 외 다른 국회의원이 투기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경찰은 감당할 수 없다.

“강철선 부장검사가 담당이 되면 좋겠군요. 아니, 특수부가 맡는 게 모양새가 좋겠군요.”

강철선을 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로 앉히라는 뜻.

“예, 제가 직접 중앙지검장을 만나 보겠습니다-!”

대통령의 인사 권한은 어디까지나 검찰총장뿐이다. 나머진 검찰의 권한이었다.

“하지만 배상은 책정된 대로 강행합니다.”

“대통령님!”

“지금 여기서 우봉리 주민들의 손을 들어 주면 차후에 문제가 생긴다는 건 실장도 잘 알지 않습니까.”

“음…….”

“대신 우봉리 주민들이 이주할 구역을 특구로 지정합시다.”

종혁이 말했다고 한다. 보상은 꼭 돈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특구…… 말입니까? 어떤?”

“그거야 비서실장께서 고민하셔야 할 일이죠.”

“끙. 대통령님…….”

“하하. 농촌 농업진흥이라는 명분도 좋고, 특수 작물 좋고, 농촌청년 지원도 좋으니 뭐든 주민들이 부족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세요. 주민들이 원하는 불편 사항들을 최우선적으로 지원, 개선할 수 있도록. 이 점을 내세워 주민들과 협상하시고, 미군에게 양보를 받을 수 있는 게 있는지 간추려 보세요.”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했으니 그들도 다행이라 여길 터. 분명 얻어 낼 수 있는 게 있을 거다.

“아, 예!”

“그리고…… 거참.”

말을 하던 박노형 대통령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러면 결국 전에 종혁이 말했던 일들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아니,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다.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이 일개 형사에게 진 것이다.

“우리 회장님들과의 오찬 날짜 잡으시고, 군에 한 번 더 압력을 넣으세요. 그리고 이택문 청장에게 들어오라고 전하고요. 어떻게 해야 경찰의 공권력을 높일 수 있는지 경찰청장에게 직접 들어 봐야겠습니다.”

“예!”

“아, 최종혁 경정은 안 됩니다. 그 친구, 여차하면 내 밑천까지 탈탈 털어 갈 아주 못된 사람입니다.”

“하하하! 예!”

그리고 손을 저은 박노형은 담배를 물었고, 비서실장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회의실을 나섰다.

달칵!

“후우…….”

일어나 걸음을 옮긴 그는 창밖을 바라봤다.

“최종혁…….”

고작 경찰 한 명이 시위대에 잡혀갔을 뿐인데 청와대 전화기에 불이 났다.

박노형 그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지대한 공을 올린 인물이라 이력을 조사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각국이 원할 줄은 몰랐던 박노형 대통령.

“그렇게 쓸 거면 차라리 자기들에게 달라고 했던가?”

다들 돌려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이 그 말이었다.

심지어 얼마 전 독도 망언을 지껄여 국민들의 속을 뒤집고 박노형 자신으로 하여금 대국민 연설 ‘독도 담화’를 하게 만든 일본에서도 그 말이 나왔을 땐 정말 쓰러지는 줄 알았다.

“거참, 엄청난 친구가 이 나라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었구만.”

이 나라의 미래가 참 밝았다.

“앞으로도 국민들을 잘 부탁합니다, 최종혁 씨. 그리고 언제 술 한잔합시다.”

이젠 개인적인 호기심을 참을 수가 없다.

박노형 대통령은 그때를 고대하며 피식피식 웃었다.

벌컥!

“또 담배 피워요?! 오늘 몇 대 피웠어요?!”

화들짝!

“아뇨, 여보님. 이게 오후 첫 담배예요. 정말입니다.”

설렘이 담긴 담배 연기가 빠르게 흩어졌다.

*   *   *

우봉리 주민들과의 대화 창구를 다시 연 정부! 그 결과는?

박노형 대통령, 더 이상의 합의는 없다! 곧바로 진압 강행!

철컥!

우정경 신부의 양손에 싸늘한 수갑이 채워진다.

“우정경 씨, 당신을 폭행 사주 및 재물 손괴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체포구속 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의 있습니까?”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담담히 웃는 우정경 신부의 모습에 고개를 숙인 종혁은 경찰에 의해 점거된 우봉 분교를 둘러봤다.

수갑을 찬 채 다행이라고 웃고 있는 시위대와 그런 그들을 안타까워하는 우봉리 주민들.

종혁은 얼굴을 와락 구겼다.

“이런 씨! 표정 관리 안 하지?!”

“하하, 옙!”

“충성, 충성.”

“저 씨부럴.”

“하하. 다들 혈기 넘칠 나이 아닙니까. 최 팀장님이 이해해 주시죠.”

“됐습…….”

“형사님!”

“형사 양반.”

‘아이고.’

슬그머니 나가려고 했는데 허사가 되고 말았다.

종혁은 몰려든 우봉리 주민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볼을 긁었다.

“제가 한 게 뭐 있다고 이렇게 몰려오세요. 전 그저 여러분들의 말씀을 위로…….”

“고마워요, 형사 양반.”

갑작스레 손을 잡는 할머니의 행동에 종혁의 입이 다물어진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모두 종혁에게 허리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고맙쯥니다, 경찰 아저찌!”

종혁 덕분이다. 종혁이 자신들의 진실한 속내를 끌어내 줬기에 정부에서도 응답을 해 주었다.

홍익현이라는 사기꾼에게 이용을 당하지 않게 해 주었다.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을 수 있을까. 가진 게 없어 인사밖에 할 수 없는 자신들의 무능력이 참 원망스럽고 미안할 뿐이다.

그런 그들의 진심에 종혁의 눈시울도 뜨거워진다.

“……이주하시는 곳에선 부디 잘 사세요. 다시 이런 일 생기면 제게 연락하시고요. 괜히 저런 애들 불러서 또 이런 사달을 일으키지 마시고. 그럼.”

여기에 더 있기가 힘들어진 종혁은 얼른 가자며 우정경 신부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고, 우정경 신부는 푸근히 웃으며 우봉리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실례만 끼치다 갑니다. 앞으론 부디 행복하게 사십시오.”

“신부님도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언제든 찾아오세요! 신부님도 저희 마을의 은인이시니까요!”

“한총련 처녀총각들도 마찬가지야! 언제든 놀러 와!”

주민들의 따뜻한 배웅에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는 시위대들.

우봉리에 도착해 지금까지 겪은 많은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그들의 머리를 스친다.

아마 이래서 시위를 관두지 못하는 것이리라.

이런 웃음을 지켜 주고 싶어서.

그들은 애써 눈물을 삼키며 웃어 주었다.

“네! 다음에 막걸리 들고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잘 가! 또 와!”

그들은 가슴을 펴며 발을 크게 내디뎠다.

“씨발, 대가리 안 숙이지? 왜? 아주 이겼다고 자랑을 하지?”

결과적으론 이들이 이긴 거다. 우봉리 주민들을 위해 시위를 했고, 좋은 협상 결과를 끌어왔으니까.

“크흠.”

“에헤헤.”

시위대는 다급히 고개를 숙였고, 혀를 찬 종혁은 우봉 분교 건물의 정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 순간.

“나, 나왔다!”

촤라라라!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그들에게 쏟아진다.

“우정경 신부님! 한 말씀만 해 주시죠!”

“대통령이 원망스럽지 않습니까, 신부님!”

“홍익현 의원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아귀처럼 사정없이 달려드는 기자들.

잠시 발을 멈춘 우정경 신부는 그런 그들을 주욱 둘러보곤 입을 열었다. 자신이 분란을 일으켰으니 마무리도 자신이 해야 됐다.

“그저 정부의 결정을 따를 뿐입니다. 제가 할 말은 여기까집니다. 부족한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그게 무슨 뜻이십니까!”

“지금 포기하시는 겁니까!”

“신부님! 신부님-!”

“홍익현 의원은 대체 어디 있는 겁니까-!”

그렇게 기자들을 뚫고 주둔지에 도착해 이들을 이송할 버스 앞에 선 종혁은 우정경 신부에게 담배를 권했다.

“이런. 신부에게 담배를 권하시는 겁니까? 하느님께서 이놈 하실 텐데요?”

“정수리에서 담배 찌든 내 납니다, 신부님.”

“……하하.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이놈은 도저히 끊지 못하겠더군요.”

찰칵! 치이익!

잠시 하늘을 보며 당분간 맛보지 못할 담배를 음미한 우정경 신부는 갑자기 종혁에게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참 많은 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저 무작정 돕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종혁을 통해 깨달았다.

어리지만 참 본받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경찰이어서 참 감사했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됐으니 앞으로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끙. 이번과 같은 일을 계속하시겠다는 거군요.”

“이 나라엔 저처럼 모자란 사람의 도움이라도 간절히 바라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그런 분들이 없어지기 전까지 전 그분들의 편에서 설 겁니다. 그게 성직자로서 제가 할 일 아니겠습니까.”

“저도요!”

“나도!”

“다음엔 호락호락하지 않을걸?!”

“호락호락 나와.”

웃음을 터트린 시위대는 재빨리 경찰 버스에 올랐고, 종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우정경 신부의 등을 떠밀었다.

“죗값을 다 치르신 후에 뵙겠습니다. 그때 술 한잔하시죠.”

“허허. 이거 최 팀장님은 속일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만 아시던 일인데…… 예, 그때 봅시다. 그럼.”

고개를 숙인 우정경 신부는 경찰 버스에 올랐고, 종혁은 그제야 담배를 물며 우정경 신부처럼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분이 아니었다면 우봉리도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겠지.’

우정경 신부와 한총련 덕분에 전 국민이 우봉리의 일을 알게 됐다.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사는 한 명의 경찰로서 참 감사하고 존경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어찌 됐든 저들은 흉기를 휘두른 범죄자였고, 경찰인 종혁으로선 그것을 옹호할 수가 없다.

다 피운 담배를 던진 종혁은 돌아섰다.

“자, 그럼 나도 이제 가 볼까?”

정부의 재협상이 시작되자 슬그머니 내뺀 홍익현 의원의 보좌관이 본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건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1